나루토를 납치하라고 명한 것이 메이코라고 그들이 시인하자 불러온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뿌리 본부와 뿌리 합숙소가 짓밟히고 메이코파들은 심문실로 끌려갔다. 하닌인 유키무라, 츠카사, 모미지, 후유미, 이타쿠 그리고 병원에서 어제 퇴원한 시에미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키무라! 츠카사! 이타쿠!"

"후유미!"

"모미지! 시에미!"


카린, 시노, 카오리가 암부에 끌려가는 여섯 명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


시에미가 그들을 안심시키듯 웃어보였다.


"금방 돌아올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시에미!!"


이타쿠만이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시에미를 보았다. 하지만 시에미는 싱긋 미소만 짓을 뿐이었다.

하루 지나고 메이코파들은 풀려났다. 시에미를 제외하고.


"시에미는?"


이타쿠는 보이지 않는 시에미에 풀려나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결국 관저 정문 앞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타쿠."

"안 가. 못 간다니까."


코테츠와 이즈모가 그를 보내려고 해도 이타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타쿠 도련님."


하지메가 그를 마중나왔다.


"정말이지, 그분은 예지능력이라도 있는 걸까요."

"그녀가 뭐라고 한 거야?"

"네. 저에게는 우치하와 우즈마키는 움직이지마라고 명하셨습니다."

"으득-!!"


하지메의 전언에 이타쿠가 이를 갈았다.


"그 방법은 그녀 혼자만 상처입는 방법이잖아!"

"지키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당신의 사랑은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하지메. 그 이상 나불거려봐. 죽여버린다?!"


이타쿠의 분위기가 급 변했다. 만화경 사륜안까지 드러낸 그에 주위 닌자들은 꿀꺽 침을 삼킨 반면에 하지메의 얼굴은 태평했다. 그 태도에 우즈마키 당주에 대한 경외심을 올리게 된 닌자들.


"그리고 보니 시에미씨가 당신에게 부탁을 남겨놨습니다."

"부탁?"

"네. 호박석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뭐? 호박석?"


하지메가 꺼낸 말에 이타쿠의 위협적인 차크라가 급 사라졌다.


"네. 굉장히 최상급 호박석이…."

"그걸 먼저 말해! 그걸 준비하려면 적어도 2주일은 걸린다 말이야!!! 당장 흑야로 준비하러 가야겠어!"


이타쿠는 새까만 까마귀의 날개를 펼치고 하늘 위로 사라졌다.


"자, 이제 방해물은 제거했으니 무사히 돌아오세요, 아가씨."


하지메는 관저를 보며 중얼거렸다. 


'양쪽 다 놓지 못하는 건 어린아이나 하는 짓입니다. 둘 다 지키려고 하면 결국 어느 한쪽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 하지만 나에게는 힘이 있지. 둘 다 지킬 힘이 있어. 나 반요라는 괴물이니까 괜찮아.'


사람을 사랑하지만 무자각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는 태도를 취한다. 사람에게 애정을 주지만 돌려받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상처입어도 그걸 본 다른 사람이 마음 아파하는 건 알면서도 정인을 제외하고 자기 아픔을 나눌 생각도 하지 않는다.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감하고있지 않고있다.


"모르겠군요."


어떨 때는 어린애, 어떨 때는 어른 같아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지만 그녀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래서 조금은 그가 부러웠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닿을 수 있고, 그녀 역시 그에게는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고 힘을 빌려달라고 한다. 자신들은 보호받고 지킴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보면서……하지메는 큰 한숨을 내쉬고 관저에서 멀어져 걸어갔다. 뿌리 합숙소는 시에미가 돌아올 때까지 메이코파 닌자들이 치우기로 했다. 


"어지간히 급하게 찾았다녔나보네."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 같지만."


찍힌 발자국을 지우면서 유키무라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에미씨, 괜찮겠지?"

"무사할 거라고 믿어야지."


칸나는 군데군데 우즈마키 일족이라도 풀 수 없는 결계를 한 메이코 덕분에 빼앗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어디까지 추락할 셈인지."


그는 대체 어디까지 사람의 인생을 비참하게 망가뜨릴 생각인가. 뭐 그가 아무리 망가뜨려도 그녀의 빛은 꺼지지 않겠지만. 


'날 지킬 필요 없어.'

'하지만!'

'너희 목숨은 여기서 잃을 수 없어. 설사 잃게 된면 내 손에서, 내 명령에서 잃게 만들 거야. 난 내 것의 소유욕이 심하다고.'

'그래도….'

'아직은 내가 너희를 지키게 해줘. 그리고 이 다음에는 너희 스스로가 나뭇잎을 지켜.'

'상처입고도 나뭇잎을 지켜야 합니까?'

'그게 뿌리의 본분이잖아. 우린 어둠에서 나뭇잎을 지킨다. 우린 나뭇잎을 지켜야해. 갈 곳 없는 우리가 여기 외에 어딜 갈 수 있어? 닌자가 된 이상 자기 마을을 버리면 탈주닌자가 되는데. 우리는 어디로 갈 수 있어? 여기가 미워도 원망스럽고 증오스럽다고 해도 여기 외에 우리는 갈 곳이 없잖아.'

'…….'

'쉴 곳이 없다는 건 자유가 있어도 슬픈 일이야. 그건 정말로 지치고 힘든 거야. 우린 계속 여행을 해나갈 텐데 쉴 곳이 없으면 안 되잖아. 나뭇잎 마을은 우리의 쉴 곳, 미워도 쉴 수밖에 없는 곳이지.'

'우리 때문에 당신은 새장 속의 새가 되는 겁니다.'

'걱정 마. 아직 난 나는 법을 잃어버리지 않았어. 새장 문이 열리면 날아갈 거야. 그리고 내가 너희를 데려왔는데, 그 책임은 끝까지 져야지. 너희가 스스로 앞가림을 할 때까지 내가 방패막이 되어줄게.'


지키고 싶은 마음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을 지키기엔 우리들은 연약하다. 그러니-


"아, 강해지고 싶다…."


칸나는 중얼거렸다. 이 마음은 지금 그녀의 부하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녀에게 보호만 된다는 비참감에 빠져서 스스로의 약함이 미웠다.

한편, 세츠카(본명 하타케 히카리)라는 코드네임을 지닌 여암부는 유리창 너머 침대에 앉아 넋빠진 시에미를 바라보았다. 뿌리이기 때문에, 괴물의 가족이기 때문에 악질적으로 변한 심문에도 그녀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어떤 방법을 써도 굳게 다문 입술은 열리지 않았고, 어린 아이였기에 쓰지 않았던 독한 환술과 자백술을 썼지만 소용 없었다. 마른 몸은 더 앙상해지고 잠을 자지 못해 눈 밑은 새카맣게 물들었으며 에메랄드와 사피아어 보석처럼 반짝이던 청록색 눈동자는 빛도, 찬란한 색도 잃어 누가 봐도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독한 계집 같으니!"


단조의 부하는 5일째 별 소득을 얻지 못하자 결국 손을 올렸다. 짜악-하는 소리가 유리창 너머로까지 들려왔다. 세츠카는 움직이고 싶었지만 어둡게 내려앉았지만 안에 품고 있는 신념 혹은 각오는 잃지 않은 눈동자가 자신을 보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쾅하고 문이 열리고 심문관이 씩씩거리며 가버린다. 그가 몇 시간 동안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세츠카는 방 내부로 들어갔다.


"너, 괜찮아…?"

"세츠카…? 당신, 여기 들어오면 안 되잖아…."

"어차피 그 놈은 몇 시간 후에 올 거야."

"으으, 정신을 좀 먹는 벌레가 있는 것 같아…."


머리가 왕왕 울렸다. 독한 환술과 자백술 때문에 불쾌한 잔존감에 아무것도 넘길 수가 없었다.


"죽겠다…."

"그렇게 힘들면 차라리 전부 말해버리면 되잖아."

"메이코는, 단조가 아냐. 단조가, 설립한 뿌리와… 메이코가 계승한 뿌리는 달라. 아니, 같나? 어쨌든 그것도 나뭇잎의 어둠이니까…. 쿡쿡, 하지만 우리는 변하고 있어…. 빛을 품으려고 하고 있어. 그걸 알면서도, 너희는 세습처럼 그들을 차별해."


자신이 왜 이런 심한 심문을 당하고 있는지 이 눈앞의 어린애는 알았다. 뿌리라는 이유로 모른척 하는 닌자들, 괴물의 가족이자 메이코측 사람이란 이유로 단조의 부하는 그녀를 심하게 대한다. 어차피 이렇게 심하게 대해도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그걸 너무나 당연히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부하를 버리는 상사가 어디 있어…."


시에미는 메이코 직속제자로 메이코가 없을 경우 수장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메이코도, 시에미도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호카게에게 암부를 빌려줘서 소속은 변경되지 않는 채 암부로 활동하게 하거나, 뿌리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은 시무라 칸나에게 전부 맡긴 식이라고 들었다.


"거뒀으니까…, 난, 아직… 그들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어…."

"메이코의 행방만 말하면 되잖아!"

"메이코, 의 짓이, 아니니까…."


시에미가 얕게 숨을 헐떡였다.


"콜록!"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 기침이 점점 심해지더니 입을 틀어막은 손 틈으로 핏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어리고 약한 몸에 그동안 쌓여 있던 술법의 여독이 한꺼번에 풀려 댐이 부서진 것처럼 시에미는 점점 토하는 피 양이 많아졌다.


"시에미!!"

"…해."

"뭐?"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시에미의 몸이 무너져내렸다. 


"시에미!!"


시스이와 이타치가 달려오는 것이 마지막으로 정신이 뚝 끊어졌다. 

병원으로 실려간 시에미의 상태는 너무 나빴다. 어린 우치하 셋 명은 울컥하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심문이라도 이건 너무했잖아!"


이불 밖으로 드러난 팔은 앙상해졌고 보드라워 보였던 뺨은 수척해졌다. 이즈미가 분통을 터트렸다.


"대체 메이코님은 뭘 하고 계시는 거야?! 시에미가 이렇게 핀치인데. 시에미의 보호자는 메이코님이잖아!"


사정을 모르는 이즈미와 다르게 우치하에서도 유일하게 메이코의 정체를 알고 있는 시스이와 이타치는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환생자의 주인술은 우치하의 유망주라고 불리는 두 사람도 깰 수 없었다.


"시, 에미?"


이즈미는 자신의 손을 잡은 감촉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시에미가 몽롱한 눈빛으로 이즈미를 보았다.


"병원…. 저기, 심문은…?"

"지금 심문이 문제가 아니잖아!"


시스이는 버럭 외쳤다.


"잠, 시스이씨! 그녀는 환자야! 소리 낮춰!"

"이즈미, 너도 마찬가지다. 아카코가 항의하러 갔다."


이타치가 시에미에게 설명했다.


"아카코가…? 왜?"

"치료가 끝나면 다시 심문을 할 것 같아서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야테씨도 간청하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호카게님이라면 막을 수 있을 것 같구나."

"입지가 좁아진 마당에, 어린애 한 명을 구할 수 있대?"

"늙고 힘이 줄어들었어도 그분은 호카게님이시다."

"말하면 되잖아! 왜 바보처럼 말하지 않아?"


화낸 시스이 모습을, 잔뜩 걱정한 이즈미의 눈물을, 딱딱하게 굳은 이타치의 얼굴을 시에미는 보았다.


"자기만족으로 이기적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루는 것 뿐이야."


그 말을 끝으로 시에미는 다시 잠들어버렸다. 사스케를 따라 면회 온 우치하 미코토는 시에미를 보고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삼켰다. 


"바보!!"


유리창을 거칠게 친 사스케는 차분치 못한 숨을 쉬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바보! 창문을 두들기는 손힘이 점점 강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틀 후 시에미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더 이상 조사하지 않겠다는 호카게의 명에 반색했지만 여전히 일어날 줄 모르는 시에미는 죽은 것처럼 미동도 없이 얕게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를 아는 사람 대부분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다갔다. 쵸지와 타에는 엉엉 울음을 쏟다 갔다. 

시에미가 일반 병실로 옮겨온지 며칠 째…. 하야테는 시에미의 침대 옆에 섰다. 다른 사람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에미양은, 콜록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군요."


소중한 부하가 심문을 당하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건 상흔이 되어버렸다.


"미안해…."

"시에미양?!!"

"미안해…."


시에미가 하야테에게 말하며 물기먹은 눈동자를 보였다.


"그래도, 앞으로 내가, 갈 길에 당신들을 데려갈 수 없어…."


시에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야테는 그녀가 쉽게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줬다.


"시에미양…."

"당신들이 너무 좋으니까, 소중하니까. 그러니까 상처입혀서, 앞으로 더 많은 상처를 줄지도 몰라서 미리 사과할게. 미안해."


기다려달라는 말도 하지 않을 거다. 그건 너무 나쁜 짓이니까. 기다리는 일이 사람을 얼마나 지치게 하는 지 알기에 뒤에 서 있으라는 말도 할 수 없다. 


"시에미양은 정말이지…."


하야테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너무 어른스러웠다. 아이답지 않는 어른스러움은 그녀가 얼마나 감추는 것이 능숙하고, 혼자 울었는지 추측하게 한다. 정말이지, 나뭇잎은… 우리들은 그녀에게 얼마나 못된 짓을 해온 걸까.


"링거 빼면 혼나겠지?"

"콜록 당연한 말을 하는군요."

"마중, 나가고 싶었는데."

"시에미! 내가 왔어!"

"이타쿠!!"


문이 드륵 열리고 이타쿠가 눈을 어깨에 다 묻힌 상태로 나타났다.


"밖에 눈이 많이 내려?"

"함박눈!"

"와아! 보고 싶어!"

"창문 열까?"

"잠-! 콜록콜록!"


이타쿠의 말에 하야테는 말리려다가 사례가 들렸는지 기침을 세차게 했다.


"하야테, 왜 그래? 설마 진짜로 열 거라고 생각한 거야?"


이타쿠가 씨익 웃었다. 


"콜록 장난이 늘어가는군요."

"장난을 쳐서 웃게 만드는 게 내 소소한 행복이거든. 시에미, 구해달라는 최상급 호박석이야."


이타쿠는 품안에서 오렌지 빛을 내뿜은 호박을 시에미 손에 쥐어주었다.


"고마워, 정말 예쁘다. 이 정도면 예쁜 것이 나올 것 같아."


시에미는 형광빛에 호박을 비춰보았다.


"공방으로 갈 거야?"

"그러네. 퇴원하고 가야지."

"공방?"

"츠쿠하네 상단 본거지, 츠쿠요 마을에 있는 공방에 부탁해서 예쁜 것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려고요. 늦었지만 생일 선물 받아주실래요, 하야테 선생님?"

"미리 말하는 건가요?"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깜짝파티를 하기엔 너무 늦었으니까."


지금은 11월 말. 하야테의 생일은 11월 초월인데. 


"콜록 감사합니다."

"호박석은 유일한 생약 보석이라고 해서 호흡기질환, 알레르기, 천식이나 갑상선에도 이롭다고 해요. 커플링으로 해드릴까요? 아니면 목걸이? 취향은 존중합니다."

"커플링을 해서 줄을 거는 것이 낫지."

"그러네. 그럼 그걸로 당첨."


하야테는 기침을 하며 즐겁게 얘기하는 두 사람을 보았다. 정말이지, 죽이 잘맞는 커플이다. 

깨어난 시에미 소식을 들은 타에들은 바로 이때다 싶어서 그녀에게 자기자신을, 몸을 소중히 하라고 잔소리를 퍼붓었다. 그 말들을 들으면서 시에미는 생글생글 웃으며 "알았다"고 말했다.


'정말 알고 있는 것 맞아?!'


모두들 공통적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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