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시작의 계절이다. 입학식이나 새학기가 시작하는 날이다. 게다가 4월 1일은 시오리코와 나루코의 생일이다. 쿄코는 아침식사를 끝내고 쌍둥이들에게 선물상자를 내밀었다.
"생일 축하해."
"고마워!"
"열어봐도 돼."
쿄코가 말하자 두 사람은 식사하는 걸 멈추고 상자를 열었다.
"머리장식? 소나무가 그러져 있네?"
"목걸이? 새?"
"부적이야."
쿄코는 나루코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고, 시오리코의 머리를 예쁘게 빗어서 트윈테일로 묶어주었다.
"고마워! 언니!"
"나 트윈테일을 싫어."
순순히 고마워하는 나루코와 달리 시오리코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 등교시간 늦겠다."
쿄코는 등교시간을 상기시켜줬다. 그러자 시오리코는 머리를 푸르려다가 멈칫하고 학교 갈 준비를 끝냈다.
"다녀오겠습니다, 쿄코 씨!"
"언니, 다녀올게~!"
"잘 다녀와. 다시 말하는데 16번째 생일 축하해."
""고마워!""
쿄코는 키메츠 학원 고등부 교복을 입은 셋 사람을 배웅했다.
"하교 후 병원 가는 거 잊지 말고. 유카리코가 깨어났으니까."
"유카리코 언니가 깨어나다니! 기적이야! 그치?!!"
"맞아! 유카리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다고!! 쿄코 언니도 갈 거지?"
"아니…. 난 안 갈 거야."
그렇게 말하자 쌍둥이들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떠서 똑같은 표정을 짓었다.
"왜?"
"유카리코는 날 보기 끔찍히도 싫을 테니까."
"유카리코 언니랑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병원에서 돌아오고부터 쭈욱 이상해, 쿄코 언니."
유카리코가 깨어난 건 기쁘지만, 전생의 기억 작은 조각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혹시 싸웠어?"
"……."
"쿄코 언니, 막 일어난 환자와 싸우면 안 돼."
"…등교 늦겠다. 다녀오렴."
유카리코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해주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느꼈는지 시오리코와 나루코는 더이상 물어보는 걸 포기하고 등교길에 올랐다. 세 사람의 기척이 점점 멀어져가자 쿄코는 바닥에 웅크렸다.
"엄마."
쿄야가 부르는 소리에 쿄코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왜 그래?"
"앞으로 머리색, 계속 금발로 지닐 거야? 혹시 술법 거는 걸 잊어버린 건가해서…."
"응. 앞으로는 쭈욱 이 머리색으로 지낼 거야."
이미 미움받고 있는데 더한 미움을 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녀가 좋아했던 머리색에 매달려 애정을 갈구하는 스스로 모습에 쿄코는 자조적인 미소를 짓었다. 그 순간 쿄야가 쿄코의 품으로 안겨들어왔다.
"제발, 엄마…! 스스로를 매도하지 말아줘! 나에게 엄마는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이야!"
쿄야는 쿄코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외쳤다.
*
마사히로 혼자서 가게로 귀가했다.
"쌍둥이들은 병원에서 잔다고 하니까, 저녁은 우리끼리 먹어야겠어요. 저녁밥은 어떻게 할까요?"
마사히로가 귀가하자마자 마당 마루에 앉아서 연초(燃草)를 피우는 쿄코와 그녀의 무릎에 누워있는 쿄야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장보고 결정하자."
"따라가도 되나요?"
"응. 상관없어."
결정되자 셋 사람은 장보러 백화점 지하 식료품 코너로 향했다.
"쿄코 씨는 4쌍둥이셨군요."
"그래. 불길한 4쌍둥이지. 그래도 완전히 4쌍둥이는 아니야. 장녀와 차녀는 3월 31일생이고, 삼녀와 사녀는 4월 1일생이니까. 그래서 불길한 운명에서 살짝은 빗겨났는지도 모르지."
"불길하다니! 4라는 숫자가 저승과 통하는 숫자라서 그런가요? 그런 건-."
쿄코가 마사히로의 입술에 검지손가라을 가져다되었다.
"마사히로는 술사 일족이니까 그게 없다고 단정짓어서 안 돼. 자 오늘은…."
"그걸로 해!"
근처에 똑같은 머리모양, 색깔만 다를 뿐 똑같은 옷 스타일을 한 여자 쌍둥이가 함께 장을 보고 있었다. 마침 쌍둥이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근처에 쌍둥이가 있을 줄이야.
"이 생선, 비싸지 않아? 비싼 걸 쌌다가 별로면…."
"하지만 맛있을 것 같으니까 이걸로 하자. 다음엔 뭘 사야하지?"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고기도 사자."
"언니는 자신감이 부족해!"
쿄코는 자신들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둘을 날카롭게 보았다.
"쿄코 씨?"
"저 애들, 오늘은 고기 요리를 먹겠구나 싶어서…."
"그렇겠네."
쿄야도 무언가 아는지 쿄코의 말에 긍정했다.
"쿄코 씨, 고기가 싸네요. 나베요리로 하죠?"
"하여튼 종잡을 수없는 남자야."
"쿡. 마사히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네. 시오리코나 나루코는 뭐냐고 물으며 졸랐을 텐데."
쿄야가 못 말린듯 약한 한숨을 내쉬고, 쿄코는 마사히로의 마이웨이에 피식 웃어버렸다. 셋 사람은 나베 요리로 저녁밥을 먹을 생각인지 재료를 찾아다녔다.
"엄마!"
"왜 그래?"
"화장실 갔다올게!!"
쿄야는 그렇게 외치고 달려갔다. 쿄코는 "급한 것 같네."라고 말하고 나물을 살펴보았다.
"마사히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니?"
"네. 선배와 후배도 생겼습니다."
"벌써부터?"
대단하네~! 쿄코는 마사히로의 사교성에 감탄했다. 보이는 외견은 무뚝뚝인데.
"쌍둥이들이 소개시켜주었습니다. 선배는 샤바나 규타로 씨와 아카자 하쿠지 씨란 이름의 남성이에요. 규타로 씨는 나루코가, 하쿠지 씨는 시오리코가 소개시켜주었습니다."
"응?"
"그리고 후배는 규타로 씨의 여동생인 우메 씨랑 하쿠지 씨의 여자친구인 소류 코유키 씨란 여성이에요."
"으으응~?"
"아! 우메 씨는 '다키1'라는 예명으로 모델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확실히 '히메'라는 이름을 쓸 정도로 외모가 예쁘긴 했지만 뭐랄까 성깔이 장난아니었어요. 코유키 씨도 미인이지만 이미지 그대로 병약해 보이더라고요. 두 사람이 어떻게 친구인지 의문이에요. 규타로 씨와 하쿠지 씨라면 이해가 되는데."
"이해가 된다구?"
"네. 규타로 씨는 폭투족 같고, 하쿠지 씨는 렌고쿠 선생님만 보면 싸우자고 말하는 싸움광이거든요. 코유키 씨 앞에서는 꽤나 아양을, 아니 점잔을 떨었지만요."
"헤에~!"
연속적으로 나온 상현 3과 상현 6의 이름에 쿄코는 "그래."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전생에 혈귀가 되었기에 그쪽과도 관계가 생겨버리는 걸까. 그것보다 시오리코가 아카자와 알고 있는 사이라는 건 처음듣는데!! 바이크를 좋아하는 나루코였기에 샤바나 남매와의 연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마사히로!!"
누군가 마사히로를 불렀다. 곡옥 목걸이를 한 흑발 남자는 분명히 마사히로처럼 귀살대 소속이었지만 혈귀가 된 번개 호흡 소유자였던 남자다. 전 명주 쿠와지마 지고로의 제자이자 아가츠마 젠이츠의 사형이라고 했던가.
""카이가쿠!!""
마사히로와 동시에 부른 그의 동행인, 염색한 건지 아니면 자연발인지 노란색에 가까운 금발을 지닌 남학생-아가츠마 젠이츠. 사네미의 동생, 겐야의 동기 중 한 명으로 번개의 호흡 사용자이다.
"카이가쿠! 혼자 가지 말아줘! 할아버지가!!"
"시끄럽네, 찌그러기! 고등부 입학이 뭐 자랑이냐!"
"누구?"
"…동생이야."
"1학년?"
"뭐."
"뭐야, 이 익숙한 소리~?! 어? 어어!!"
젠이츠는 전생처럼 현생에도 귀가 굉장히 좋은 것 같네. 믿을 수 없다는 젠이츠의 시선에 쿄코는 몸을 돌렸다.
"마사히로, 다 샀으면 계산하러 갈까?"
"네. 쿄코 씨. 그럼 카이가쿠, 난 이쯤에서."
"오! 데이트 잘해라!"
"데이트 아니야. 쿄코 씨는 내 보호자거든."
"보호자?"
"먼 친척이야."
카이가쿠는 없는 것 같은데 젠이츠는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젠이츠 동기들도 있을지 모른다. 카이가쿠와 마사히로는 서로에게 손을 흔들고 각자 동행인과 함께 걸었다.
"방금 전에 그 소년과 친해?"
"네. 친해요. 오늘 처음 만났다만 마음이 맞는 친구에요. 꼭 전생부터 아는 사이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곡옥을 목에 착용하고 있는 게 꽤 신기해서 힐끗거리다가 들켜버려 말을 나뉘었는데 서로 공감대가 꽤 많았어요."
"곡옥…. 곡옥은 액막이 부적으로 옛날부터 계속 사용되어 왔어. 분명 그에게 그걸 선물한 사람…."
"쿠와지마 카이가쿠에요."
"응, 그 소년을 소중히 여겼다는 증거겠지."
"자세히 알고있네요."
"그야 나도 곡옥을 선물로 준 적이 있거든. 어둠에 갇힌다고 해도 빛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곡옥을 액막이 선물로 했어."
계산을 끝내고 휴식 공간에 놓여져있는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은 쿄야가 화장실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쿄야가 늦네."
"그러게요."
"찾으러 가야겠어."
"에?"
"분명 사건에 휘말린 감이 들거든!"
쿄코가 인파 속으로 빠르게 걸어나가자 마사히로는 짐을 들고 허둥지둥 그녀를 쫓았다. 쿄코는 쿄야가 어디 있는 줄 아는 사람처럼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갔다.
"쿄코 씨!"
"?"
"쿄야 군이 어디 있는 줄은 아세요?"
"대충."
"에?"
"그 애는 오사키와 계약했으니까, 오사키 기운을 쫓으면 돼."
그녀가 간 방향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웅성웅성모여 있었다. 쿄코는 그 인파를 헤치고 안쪽 중심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 남성이 쿄야의 목을 조르고 있는 걸 보게 되니 그녀에게서, 평소의 그녀라면 생각할 수 없는, 노성이 터져나왔다.
"내 아들에게 무슨 짓거리야―――!! 빌어먹을 자식아!!"
쿄코는 쿄야를 죽이려는 남자의 옆구리를 발로 펑 찼다. 여성이 발로 찼을 거라고 생각 못할, 인체에서 들려서 안 될 것 같은 충격 소리가 주위 일대에 메아리쳤다.
"쿄야!!"
남자가 옆으로 쓰러지자마자 쿄코는 쿄야에게 달려갔고, 기도를 막고있던 방해물이 사라지자 쿄야는 콜록, 콜록 연속적으로 기침을 토했다. 쿄코가 온전히 쿄야에게 정신을 쏠린 사이에 남자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성을 잃어 흥분한 남자는 칼을 꺼내들었고, 주위에서 비명이 터졌다.
"엄마!"
쿄야는 등 뒤에서 쿄코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남자를 발견하고 다급히 외쳤을 때, 넓고 강인한 등짝이 나타났다. 그 남자가 날치기범을 제압하는 동시에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 墮姬=와라비히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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