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미츠는 오늘 처음 만난 사람-"앞으로 유키미츠에게 주술의 기본을 가르쳐 줄 선생님이야."라고 소개했다-에게 재잘재잘 떠들고, 하하 웃는 친화력을 선보였다. 덕분에 옛 시대의 헤어스타일을 한 시즈요의 아들-카모 노리토시는 어색함 없이 그를 대할 수 있었다.
"내 조카는 외형뿐만 아니라 성격도 제 아빠를 쏙 닮아가네."
"그러네."
미츠에는 치세의 말에 수긍했다. 누군가와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친화력, 저건 유키치의 천성이었다.
"다 되었습니다."
직원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관리를 받은 후 정장을 입은 시즈요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섰다.
"예뻐졌어요, 시즈요 씨! 그렇죠, 선생님?"
"아."
카모는 제 어머니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유키미츠는 멍한 카모에 키득키득 웃었다.
"하하, 고마워, 유키미츠 군, 노리토시 군. 하지만 좀 부끄럽네."
"이 옷도 괜찮네. 이것도 살게요."
"네."
"엑! 치세짱! 괜찮아! 더는 필요 없어!"
시즈요가 말렸지만 치세는 듣지도 않고 추가에 추가를 더했다. 그녀 손에 들린 새까만 블랙 카드가 형광등 아래서 번쩍번쩍 빛났다.
그 결과, 치세들이 가게를 나설 때 점장을 비롯해서 전 직원이 나와 허리 숙여 그들을 배웅했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오늘 작정을 했군."
"기뻐서 그래."
"기뻐?"
"응. 더는 조용히 움직일 필요 없잖아."
유키미츠의 존재를 더는 숨기지 않아도 된다. 주술계에 그의 존재를 공표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치세, 나 배고파!"
"그래? 유키미츠는 뭐 먹고 싶어? 유키미츠가 원하는 곳으로 갈 테니 골라봐."
"정말?! 그럼 어디 가지?"
유키미츠는 거리를 두리번거렸다. 유키미츠의 양 쪽에서 카모 모자母子가 타인과 부딪치지 않게 도왔다.
"애 버릇 나빠져."
"괜찮아."
치세가 말했다.
"누이? 맞구만, 누이!"
검은 승용차가 멈추고, 그 차에서 옛 서생書生의 차림을 한 남자가 내렸다. 피어싱을 하고, 금발에, 여우를 닮은 얼굴형의 그를 보자마자 미츠에는 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오랜만이데이, 누이."
"그러네. 오랜만이네."
치세는 고삼가 중 하나인 젠인의 차기 후계자, 나오야에게 인사를 건넸다. 교토에 오면 만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한 적 없지만, 이렇게 바로 만날 줄이야……. 어디선가 투명한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치세의 손가락에 앉았다.
"임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인가 봐. 실력이 늘었는걸."
정보를 읽고 나비를 창공으로 돌려보낸 후 치세는 감탄조로 말했다. 안 본 사이에 나오야의 실력이 늘었다.
"염탐꾼 아이가? 왜 보고 그래?"
"이게 내 술식인걸."
"말버릇하곤……."
나오야가 싫은지 미츠에가 툴툴거렸다.
"닌 도망칠 때 언제고 와 누이 옆에 있는 기고?"
"도망이라니! 누가!"
"그만."
싸우려는 둘을 막았다. 멀리 떨어져서 상황을 지켜보던 유키미츠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나오야, 미안하지만 우린 그만 가봐야 해."
"벌써 가? 오랜만에 만나데이 아이가……."
"카모 파티 때 만나."
"쳇."
순수히 물러나 주는 나오야에 치세는 "고마워"라고 말하면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미츠에는 얌전히 치세의 손바닥에 자신의 얼굴을 부비부비하는 나오야를 역겹다듯 응시했다.
"왜 그렇게 나오야를 싫어해?"
나오야가 차에 올라타자 치세가 물었다.
"나만 누이라고 불러서?"
나오야의 어머니, 미츠에의 아버지, 어머니-이렇게 셋은 남매다. 하지만 나오야는 미츠에를 사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면 자기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그 녀석에게 누이라 불리면 더 기분 나뻐. 내가 그 자식의 핏줄이라는 걸 인정되는 꼴이잖아."
미츠에는 생부를 싫어했다. 하긴 그런 놈이 생부라면 싫어지는 게 당연하다.
미츠에의 생부이자 현 이나미 당주는 태어난 자식들이 뛰어난 술식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버렸다. 그런 주제에 미츠에가 반전술식을 구사한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이용하려 들었다.
"내가 나오야를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야. 싫은 짓을 하니까."
"응?"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치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나오야가 처음엔 밉살맞은 녀석이었지만 우리 남매가 그를 열심히 개조했는데. 싫은 짓을 할리가 없을 텐데?
처음 만나자마자 나오야는 자신에게 "자신보다 3보 뒤로 걷지 않는 여자는 등에 칼 맞고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오야의 가부장적 사고와 여자를 깔보는 언행은 매사 능구렁이마냥 유들유들하게 넘어가던 유키치마저도 분노하게 했다. 결국 유키치와 합심해서 그 정신머리를 단단히 뜯어놓았다(덕분에 훗날 마키와 마이 쌍둥이 자매를 보호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내숭을 떠는 여우짓을 하는 남자는 질색이야. 그런 놈에게 시집가면 안 좋아. 그러니 거들떠도 보지 마."
"풋!"
"뭐야, 왜 웃는 거야……?"
"아쉽게도 그런 남자가 취향인데. 어쩌지."
"뭐!!! 여우짓하는 남자가? 왜!!"
"나한테만 잘하는 남자는 매력적이잖아."
미츠에는 믿기지 않는다듯 "왜 그런 남자가 취향이냐고……."라고 중얼거렸다.
"여우짓, 귀엽잖아. 반전있으니까?"
"이해 못 하겠어. 유키치 군은 강아지계라서……."
미츠에의 마지막 말은 못 들은 척했다. 알고 싶지 않는 정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