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데이 아침에 모두들 복도에서 풍겨 오는 호박을 굽는 맛좋은 냄새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더욱더 신나는 일은 플리트윅 교수가 마법 수업 시간에, 이제 물건들을 날아다니게 하는 실습을 해보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 교수가 네빌의 두꺼비를 교실 위로 붕 뜨게 한 것을 본 이후부터 계속 그 마법을 몹시 배우고 싶어했었다. 플리트윅 교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둘씩 짝 지어 주었다. 해리의 짝은 시무스 피니간이었다. 네빌이 계속해서 해리의 눈에 띌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내가 그의 짝이 되었다.

 

"잘 부탁해, 네빌."

"아, 으응."

 

네빌은 나랑 짝이 되었고 론과 헤르미온느와 짝이 되었다. 이 때문에 론이나 헤르미온느 중 어느 쪽이 더 화가 났는지는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그러잖아도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빗자루가 생긴 이후 그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자, 우리가 연습해 왔던 손목 운동을 잊지 말도록! 휘두르고 치고, 기억해, 휘두르고 치고. 그리고 주문을 정확히 외는 것도 아주 중요해. 'f'를 's'로 잘못 말했다가 물소 밑에 깔렸던 바루피오 마법사를 절대 잊어서 안 돼."

 

플리트윅 교수가 평상시처럼 책 더미 위에 올라서서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해리와 시무스가 지팡이를 휘둘러 가볍게 탁 쳤지만, 위로 날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깃털은 그저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그러자 성질이 급한 시무스는 그것을 지팡이로 찔러 불을 질러버렸다. 해리가 모자로 불을 끄는 모습에 지팡이를 휘둘러서 물로 불을 꺼주었다.

 

"윙가디움 레비오사!"

"주문을 잘못 외고 있잖아! 그건 윙- 가르- 디움 레비- 오우- 사야. '가르'라고 부드럽게 길게 소리내야 한다구."

"그렇게 똑똑하면 네가 해."

 

론이 딱딱거렸고 헤르미온느는 망토 소매를 둘둘 걷어붙이고, 지팡이를 치며 주문을 외웠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그러자 깃털이 책상 위로 올라가더니 머리 위 1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흐느적거렸다.

 

"오, 잘했다. 모두 여기를 봐요, 그레인저양이 해냈어요!"

 

플리트윅 교수가 손벽을 치며 외쳤다. 그러자 론의 기분이 대단히 좋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복도로 나가면서 론이 나랑 해리에게 하소연을 하듯이 입을 열었다.

 

"아무도 쟤를 배겨 내지 못하는 게 당연해. 그 앤 솔직히 악몽이야."

"론."

 

옆으로 지나가면서 울고 있는 헤르미온느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그 애가 네가 한 말을 들은 것 같아."

"그래? 그 앤 자기한테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걸 좀 알아야해."

 

론은 다소 불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그 다음 수업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오후 내내 보이지 않았다.

할로윈 파티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가다가, 패르바티 패틸이 친구, 라벤더 브라운에게 헤르미온느가 여자 화장실에서 울고 있으며 혼자 있고 싶어한다고 말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자 론의 마음은 무거워 보였지만 잠시 후, 멋진 할로윈 장식이 되어 있는 연회장으로 들어가자 헤르미온느 생각은 씻은 듯이 잊어버렷다. 벽과 천장에는 천 마리쯤 되는 진짜 박쥐들이 퍼덕거리고 있었고, 다른 천 마리쯤 되는 박쥐들은 마치 낮게 깔린 검은 구름처럼 식탁 여기저기를 덮고 퍼덕이는 바람에, 호박 촛불이 흔들렸다. 그때 학기 초 연회에서처럼 갑자기 맛있는 음식이 담긴 황금 접시들이 나타났다.

 

"로라?"

"난 헤르미온느를 데리고 올게. 이 즐거운 할로윈 파티를 즐기지 못하면 그 앤 손해잖아. 너희들 먼저 먹고 있어."

 

해리에게 말을 하고는 연회장을 나서고는 헤르미온느가 울고 있는 여자 화장실로 향했다. 할로윈 파티가 굉장히 멋진데 그녀를 찾아야 한다니. 그래도... 이 멋진 것을 그 애만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생각해. 물론 나는 헤르미온느가 그렇게 가깝지 않아서 챙겨야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그녀가 '그레인저'라서 그런 것일까나?


-나, 입양가기로 했어.

-넌 충분히 혼자서 살 수 있잖아. 굳이 머글에게 입양되어야 하는 이유가 뭔데, 마리안느?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어, 로라. 고독에 견딜 수 없거든.

-하지만.... 그럼 우리랑 계속 있어도 되잖아.

-물론 로라들을 난 가족처럼 여기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의 양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마녀인 네가 머글들의 가족 품에 있을 수 있겠어? 그들은 우리와 사고가 전혀 달라. 이브 수녀님이 얘기했듯이....

-로라, 그것은 단지 순수 혈통의 우월자이기도 한 이브 수녀님의 사고 방식일 뿐이야. 머글과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할지어도 적어도 같은 의사소통은 가능하잖아.


그게 그거잖아. 결국 넌 그 머글 가족과 마법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얘기잖아, 이 바보야. 금발의 청안의 소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하지마. 다 잘 될 거라고.

-하지만, 넌 학교는 어떻게 하려고! 우린 마법 학교에 다녀야하잖아.

-그것이 이미 다 생각했어. 그동안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이브 수녀님의 곁에만 붙어 있는 줄 알았니? 다 준비를 햇지. 이것 저것 여러가지 말이야.

-이브 수녀님은 뭐래?

-아주 가서 영영 돌아오지 마라고 하던걸. 너랑 내가 함께 있는 것이 싫으신가봐.

-... 그렇지 않아. 단지 그녀는..

-나도 이브 수녀님의 얼굴을 보지 않으니까 행복하더라고.

-알았어. 너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말릴 수가 있는 것이 아니지. 그래서 어떤 가족인데?

-그레인저 치과부부. 여동생 한 명이 생긴다는 것이지? 그 여동생이 너랑 같은 동갑이라더라고. 난 잘 지낼 것 같아.


그레인저.... 잊을 수 없는 성이라고 생각하면서 마리안느를 떠나보냈다. 하지만 설마, 마리안느를 입양한 그레인저 부부의 딸이 호그와트에 다니게 될 줄이야... 이래서 사람 앞 길은 모른다는 것이구나. 아니면 이미 조사를 끝낼지도 모르지...


-헥터 대그워스 그레인저라고 알아?

-누구야?

-마법약 제조술사 협회 창립자지! 헤르미온느는 어쩌면 그 그레인저의 피를 잇었는지 몰라.

-하지만 너는 마법약은 못 만들잖아. 연금술이면 몰라도...

-기본은 거기서 거기야.


아마 그런 성격때문에 너가 마법약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 나는.... 마리안느를 응시했다. 그녀가 떠난다는 것에 기뻐야할지 슬퍼야할지 모를 애매모호한 감정이 지배했다. 결국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그 감정은 사라져버렸다. 그 감정때문에 마리안느가 떠날 때 어색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걱정마, 나는 여기로 다시 돌아올 것이니까.


마리안느가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마을은 전부 불타버렸다. 화재로 사라져버렸다. 불 속으로 모든 것을 사라져버렸다. 마리안느는 두 번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그 곳으로... 그리고 나역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자 울고 있는 헤르미온느가 보였다.

 

"헤르미온느."

"혼자 있게 해달라고 했잖아."

"할로윈 파티가 있는데 혼자서 여기서 울고있으면 안 되지."

"냅둬!"

"론의 말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거야?"

".... 로라."

"응?"

"내가 그렇게 재수가 없는 거야?"

 

헤르미온느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그녀의 모습에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몰랐다. 내가 침묵할 수록 헤르미온느는 침울해졌다.

 

"역시 너도 내가 재수가 없었지?"

"... 그렇지 않아.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고 생각해, 헤르미온느."

"진짜?"

"응. 다만 규칙에 얽매이는 것은 너무 고지식해. 규칙대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잖아."

 

내가 말을 하자 헤르미온느는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한 것일까나? 헤르미온느를 보면서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제 그만 울고 할로윈 파티를 즐기러 가자."

"... 어쩔 수 업.... 까아아아아악!!!"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지르자 의아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내 뒤에 서있는 트롤, 3미터가 넘는 키에 연한 잿빛 살갗 그리고 옥돌처럼 육중하고 둔탁한 몸집 위에 코코넛같이 올려져 있는 작은 대머리. 나무 세 개를 합쳐 놓은 것만큼 두껍고 짧은 다리에 붙어 있는 굳은살 투성이의 평평한 발에서 나는 지독한 냄새가 났고 트롤은 커다란 나무 방망이를 들고 잇었는데, 팔이 어찌나 길었던지 방망이가 마룻바닥에 질질 끌렸다.

 

"로라!!!"

 

순식간에 방망이가 휘들러지는 것이 보지 헤르미온느를 밀치면서 나도 피했다. 하지만 방망이 위쪽 부분을 스쳤는지 눈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손으로 누르면서 헤르미온느가 내 뒤에 있었고 트롤의 맞은편 벽으로 뒷걸음질쳤다.

문이 열리고 트롤 뒤에는 해리와 론이 안으로 들어닥쳤다. 트롤은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벽에 붙어있는 세면대들을 차례로 깨트렸다.

 

"주의를 끌어 봐!"

 

해리가 론에게 외쳤다. 론은 떨어진 수도꼭지를 주워 있는 힘껏 벽으로 던졌다. 트롤은 우리에게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그리고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려고 멍청하게 눈을 깜박거리며 쿵쿵 걸어다니다가 해리를 발견하고는 심술궂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트롤은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번엔 방망이를 들어올리고 해리 쪽으로 향했다.

 

"야, 이 얼간아!"

 

론이 반대쪽에서 외치며 트롤에게 금속 파이프를 던졌다. 트롤은 그 파이프가 어깨를 때리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고함 소리는 들었는지 다시 멈칫하며 못생긴 코를 론에게 돌리는 사이, 해리는 얼른 달아났다.

 

"어서 도망가, 도망가라구!!"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문 쪽으로 끌고 가려고 애쓰며 그녀에게 소리쳤지만 헤르미온느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겁에 질려 입만 벌린 채 벽에 딱 붙어있었다.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 소리때문에 트롤은 더 광포해지는 것 같았다. 트롤은 다시 으르렁거리더니, 가장 가까이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는 론에게로 향했다. 바로 그때 해리는 용감무쌍하게도 트롤에게로 달려가 펄쩍 뛰어오르더니 뒤에서 트롤의 목을 졸랐다. 트롤은 해리가 매달려 있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트롤에게로 뛰어오른 해리의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해리는 지팡이를 트롤의 한쪽 코구멍 속으로 쑥 집어넜다.

 

"으엑, 더러워."

 

나는 중얼거렸고 트롤은 아픈지 마구 울부짖으며 방망이를 휘둘러댔지만 해리는 죽어라 매달려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겁에 질려 마룻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론은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실수는 하지 마라, 론! 제대로 외쳐야한다고.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론이 같은 주문을 외쳤고 그러자 방망이가 갑자기 트롤의 손에서 벗어나, 저 위로 높이 올라가더니 탁 하며 그 주인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트롤은 그 자리에서 비틀거리다가 방 전체를 흔들어 버릴 것 같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쿵 하고 넘어졌다.

 

"저거.... 죽엇을까?"

"그렇지 않을 거야. 그냥 기절한 것뿐일 거야."

 

헤르미온느가 침묵 속에서 입을 열자 해리가 대답했다. 그리고 해리는 허리를 굽혀서 트롤의 코에서 지팡이를 빼냈다. 지팡이는 회색 풀 덩어리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었다.

 

"으으.... 트롤의 코딱지야."

 

해리는 그것을 트롤의 바지에 슥 닦았다.

그때 갑자기 쾅쾅하는 커다란 발소리가 났다. 맥고나걸 교수가 들이닥쳤고, 곧 이어서 세베루스가, 그리고 퀴렐이 맨 뒤에 따라 들어왔다. 퀴렐은 트롤을 한 번 보더니 겁에 질려 신음 소리를 내고는 얼른 화장실에 들어가버렸다. 맥고나걸 교수의 입술은 새하얗게 변해 있었고 화가 나있었다.

 

"도대체 너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죽지 않는 게 천만 다행이야. 왜 기숙사에 있지 않았니?"

"제발, 맥고나걸 교수님... 쟤네들은 절 찾고 있었어요."

"그레인저 양!"

"전 트롤을 찾으러 갔었어요. 왜냐하면 전... 전 혼자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책에서 트롤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거든요."

 

헤르미온느의 말에 론이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지금 헤르미온느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존경하는 교수님 앞에서!!!

 

"만일 쟤네들이 와 주지 않았다면, 전 지금쯤 죽었을 거예요. 누구를 부를 시간이 없었어요. 쟤네들이 왔을 때 전 죽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그레인저양, 이 어리석은 아가씨야, 어떻게 혼자서 산더미만한 트롤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

 

맥고나걸 교수의 말에 헤르미온느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지금 헤르미온느는 곤란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규칙을 어긴 척하고 있었다.

 

"그레인저양, 말썽을 피운 벌로 그린핀도르를 5점을 감점하겠어요. 대단히 실망했어. 다친 데가 없다면, 그리핀도르 탑으로 가는 게 좋을 거야. 학생들이 각자 자기네 기숙사에서 파티를 하고 있을 테니까.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말이 없구나. 완전히 자란 산더미만한 트롤과 대결한 1학년들은 많지 않으니까 말야. 그러니까 너희들 각자에게는 5점씩 주도록 하겠다. 덤블도어 교수님에게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그럼 가 봐. 에반스양은 병동으로 가고."

 

맥고나걸 교수의 말에 화장실을 나섰고 병동으로 향했다.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는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왔다. 학생 휴게실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고 몹시 시끄러웠다. 모두들 운반되어 온 음식을 먹고 있었다.

 

"로라, 이제 상처는 괜찮아?"

"아, 응. 폼프리 부인의 솜씨는 대단하시잖아."

 

물론 내가 피를 흘러서 들어오자 엄청나게 잔소리를 했지만.... 그녀의 잔소리만큼은 듣고 싶지 않다 말이지. 헤르미온느와 함께 웃고있는 해리들의 모습을 보자 나는 웃었다. 그럴 때 내 앞에 불쑥 나타난 얼굴!


"!!!" 

"로라, 다친거야?! 이제 괜찮은 거니?"

"아, 뭐."

 

프레드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것보다 상처는 이제 낫았는데... 왠지 가슴이 아파오고 있었다. 다시 한번 더 병동을 가야하는 것일까나? 아니 것보다 클로즈 업 된 얼굴이 거슬리는데...

 

"떨어져!"

 

결국 프레드의 클로즈 업 된 얼굴을 보자 나는 뒤로 물러나면서 외쳤다. 얼굴 가까이 들이대지 말란 말이야. 잘못 했다가 주먹이 날아갈 뻔했다고!!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할 말이지만...

 

"뭐야. 굉장히 차갑네."

".... 피곤해."

 

말을 하고는 즐겁게 놀고있는 해리들을 보고는 여자 기숙사로 향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아파오니까 어서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방으로 어서 들어가자.

 

"로라."

 

프레드가 부르는 소리에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뜸을 들이면 들일 수록 상대방은 짜증이 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나? 아니면 알면서 일부로 그러는 것일까나.

 

"빨리 이야기 해주지 않을래? 내가 굉장히 피곤해서 말이지."

"로라는 내가 싫어?"

"네?"

 

프레드의 말에 이해를 할 수 없다듯이 응시했다. 내가 언제 당신을 싫다고 말을 했던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그런데 왜 멋대로 오해를 하고 있는 거야?!

 

"흠...."

"로라, 보통 고민을 하지 않지 않아?"

"시끄러워, 론. ...... 난 프레드를 싫어하지 않는걸."

"진짜?"

"응, 싫어하지는 않아."

 

내 말에 기뻐하는 프레드의 모습에 다시 욱씬거리면서 가슴이 고동쳤다. 이 급격한 심장 소리는 대체 무엇이지? 심각하게 반응하는 심장 고동 소리를 누가 들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아."

 

내 말에 고민을 하는 프레드의 모습을 보고는 몸을 돌려서는 방으로 향했다. 이제 정말로 쉬자. 피곤하니까....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침대로 들어갔다.

 

-사랑은 언젠가 너의 몸을 갉아먹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너의 심장을 찌르겠지.


저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언제나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너는 절대로 사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것쯤은 이미 알고있는데 말이지.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나는... 사랑은 하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마, 엄마...."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전혀 없을 거야. 나는 해리를 지키는 '최후의 나이트'가 될 생각이야.


**

후풀푸프 학생-선배로 추정되는- 남학생의 고백을 거절했다. 학교에 들어온지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히 흘러가고 있었다. 해리와 론과 함께 다니면서 원만한 수업을 받으면서 숙제에 치이면서 그런 생활을 보내고 있을 때... 잊을만하면 나에게 고백을 해오는 남학생들. 나를 빌미로 '해리 포터'에게 친해지고 싶다는 것인가. 아니면... 뭐, 어느 쪽이든 둘 다 사양이겠지만.


나에게 거절당한 남학생은 충격을 받고는 이쪽을 보면서 구경 중인  자신의 친구들에게 돌아가서 위로를 받는다. 그러다가 잘생긴 후풀푸프 남학생과 연한 금발을 가진 청안의 남학생이 내 쪽을 쳐다보았고 나역시 그들을 쳐다보다가 눈동자가 맞주쳤다. 잘생긴 남학생은 눈이 맞주치자 당황한 것처럼 시선을 피했지만 청안의 남학생은 나를 쳐다보고는 살짝 미소를 짓었다. 그리고 후풀푸프 남학생 무리는 등을 돌려서 가버렸다. 


11월이 되자 날씨가 매우 추워졌다. 학교 주변의 산은 싸늘한 잿빛으로 변했고 호수는 얼음장 같았다. 아침마다 땅은 서리로 뒤덮었다.


퀴디치 경기 시즌이 시작되었다. 토요일이면, 해리는 몇 주일간의 훈련을 마치고 처음으로 경기에 나가는 될 것이다. 그리핀드로와 슬리데린의 경기였다. 만일 이번에 그리핀도르가 이긴다면 기숙사 선수권 대회에서 2위로 올라설 것이다. 아무도 해리가 연습하는 걸 보지 못했던 것은 우드가 해리를 비장의 무기로 생각해, 알려져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수색꾼을 맡고 있다는 소식은 어느새 새어나가, 그가 훌륭한 수색꾼이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그가 추락한 경우를 대비해서 매트리스를 들고 밑에서 뛰어다녀야 할 거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와 론이 그 산더미만한 트롤에게서 자신을 구해 준 이후 웬만한 규칙 위반은 눈감아 주었기때문에 훨씬 더 지내기 수월했다. 


**

도서관에서 퀴디치에 대해서 더 조사하기 위해서 살펴보았지만 너무 많아서 무엇을 골라야할지 고민되었다. 해리가 즐겁게 읽어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왜 그래?"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자 얼마 전의 그 후풀푸프 남학생 무리의 그 잘생긴 남학생이였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와줄께."


그가 부드럽게 말하자 그를 쳐다보았다. 남학생의 도움을 받은 것이 훨씬 더 좋겠지.


"퀴디치에 대해서 책을 찾았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뭐부터 읽어야할지 모르겠어."


내가 말하자 잘생긴 남학생은 내 옆으로 다가와서는 여러 책 중에서 책 한 권을 꺼내주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퀴디치》라는 책이였다. 


"무언가를 알고싶으면 일단 그 역사부터 알아야하지 않을까? 어렵지 않으니까 쉽게 읽을 수 있을 거야."

"아, 고마워... 어..."


도와준 남학생의 이름을 알리 못했다. 그의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고 게다가 상급생이라 우리와 수업시간도 다르니까. 


"난 케드릭이야. 케드릭 디고리."

"응. 난 로라 에반스라고 해."

"알아."

"아, 그렇구나."


케드릭의 말에 무안해져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럼 도와줘서 고마워, 케드릭. 그럼 난 가볼께."

"아..."


케드릭에게 말하고는 그 책을 챙기고는 그곳을 빠져나갔다. 도서관에서 나가는 로라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케드릭의 옆으로 다가오는 연금발의 후풀푸프 남학생, 볼프람 그린그래스.


"자리를 비켜달라고 해서 비켜주었거만. 그 정도밖에 못하는 거냐?"

"시끄러워, 볼프."

"이런이런, 우리의 후풀푸푸 인기인께서 어쩌다가 이렇게 멍청이가 되었을까나? 쯪쯪."


케드릭의 모습을 보면서 볼프람은 진심으로 혀를 쯪쯪 차버렸다.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들어와서는 숙제를 하고 있는 론과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다가가서는 자리에 앉았다. 나도 숙제를 하기위해서 가방에서 책들을 꺼내다가 케드릭이 추천해준 책을 꺼내들었다.


"해리, 이것 읽어봐. 너가 흥미를 끌 것 같아서 빌려왔어."

"고마워."


퀴디치에 큰 흥미를 가진 해리를 보면서 숙제를 끝내기 시작했다.


퀴디치 경기 전날, 우리는 쉬는 시간에 안마당으로 나갔는데, 바깥 날씨가 너무 춥자 헤르미온느가 마법을 써서 잼 병에 넣고 다닐 수 잇는 하늘색 난로 하나를 만들어냈다. 난로에 등을 대고 서서, 온기를 쬐고 있을 때, 세베루스가 마당 앞으로 지나갔다.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었다. 왜 그런 것이지? 왜 세베루스가 다리를 절고 있는 거지? 대체 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난로가 보이지 않도록 더 가까이 모여들었다. 마법으로 난로를 만들어 낸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게 뻔했기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죄 지은 것 같은 그들의 표정은 세베루스의 눈에 띄었다. 그는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아직 그 난로를 보지 못했지만, 잔소리할 구실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뭐지, 포터?"


해리가 《오랜 역사를 가진 퀴디치》라는 책을 세베루스에게 보여주었다.


"도서관 책들은 학교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안 돼. 그 책 이리 내. 그리핀도르는 5점 감점이다."


세베루스가 말을 하고는 책을 빼앗고는 절뚝거리면서 저편으로 가버렸다.


"그 규칙은 스네이프가 지금 막 만들어 낸 거야. 그런데 다리가 왜 저런 거지?"

"몰라, 하지만 저 교수는 정말로 아팠으면 좋겠어."


해리의 질문에 론이 쌀쌀맞게 말했다.

그 날 저녁 그리핀도르의 휴게실은 아주 소란스러웠다. 창가에 앉아서는 숙제를 하고 있었고 헤르미온느는 론과 해리의 마법 숙제를 점검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로 숙제를 베끼게 하지 않았지만("너희들 도대체 어떻게 배울래?"), 그들이 한 숙제는 언제나 기꺼이 읽어 주었고 올바른 답을 찾도록 도와주었다.


"책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스네이프에게 물어보러 가지 않을래?"

"나같으면 가지 않을 거야."


해리의 질문에 론과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말을 했다. 해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가버렸고 가방을 뒤적거려서는 상처를 치료하는 약병을 찾아내서는 망토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해리의 뒤를 쫒아서 교무실로 향했다.


"나가! 나가라니까!"


교무실로 가까이 가자 세베루스의 외침이 들리고 해리가 부리나케 나와서는 전속력으로 달려가버린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는 열려져있는 교무실 안에 있는 세베루스와 필치를 멀뚱히 응시했다.


"왜 그러니, 에반스?"

"아... 상처 치료하는 약이에요. 다리, 절뚝거리잖아요."

"... 고맙다."


세베루스는 말을 하고는 내가 내미는 약병을 받아들고는 교무실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휴게실로 돌아왔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세베루스가 살짝 미웠다. 난 그의 대녀가 아닌가.


휴게실로 돌아오자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해리는 자신이 본 것을 말해주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스네이프는 할로원 때 머리가 셋 달린 개를 지나가려고 했던 거야! 우리가 스네이프를 봤을 때 바로 거기로 가고 있었던 거라구. 스네이프는 그 개가 무엇을 지키고 있는지 찾고 있었어! 그리고 내 빗자루를 걸고 말하는데, 그 트롤을 들어오게 한 것도 분명 스네이프 짓일 거야. 주위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서 말야."

"아니야, 그는 그런 분이 아니야."

"그래, 나도 스네이프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이 안전하게 지키고 있는 걸 훔치려고 했을리가 없어."

"솔직히, 헤르미온느, 로라. 너흰 모든 교수님들이 성인이나 뭐 그런 것쯤 된다고 착각한다고 있는 것 같아. 난 해리와 생각이 같아. 스네이프는 능히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스네이프가 찾고 있는 게 뭐지? 저 개가 지키고 있는 게 뭘까?"


론의 말에 우리는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은 매우 맑고 추웠다. 연회장은 맛있는 소시지 튀김 냄새와 멋진 퀴디치 시합을 고대하는 사람들의 유쾌한 잡담으로 가득했다.


"아침 좀 먹어."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토스트 한 쪽이라도 좀 먹어."

"배고프지 않아."


나와 헤르미온느가 구슬려서 해리에게 무언가 먹이려고 했지만 해리는 권유하는 것을 전부 거절해버렸다. 뭐라도 먹어야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아침 식사를 했다.


11시쯤 되자 퀴디치 경기장 주변의 관람석에는 전교생이 나왔다. 많은 학생들이 쌍안경을 들고 있었다. 좌석은 높았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경기를 보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맨 윗줄에 있는 웨스트 햄에 자리잡은 네빌과 시무스와 딘 옆에 앉앗다. 해리를 놀라게 해주려고 스캐버스가 못쓰게 만들어 버린 시트로 커다란 현수막을 미리 만들어두었다. 그 현수막에는 "잘해라, 포터."라고 쓰여 있었고, 또 그림을 잘 그리는 딘이 그 밑에 커다란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상징인 사자까지 그려 놓았다. 그 그림은 헤르미온느가 솜씨 좋게 마법을 부려서 여러가지 색깔로 반짝거렸다.


진홍색 망토를 입은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선수와 초록색 망토를 입은 슬리데린의 퀴디치 선수가 경기장으로 나와자 커다란 함성이 터져나왔다. 후치 부인이 심판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빗자루를 손에 들고 양팀 선수들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선수들이 심판 주위로 다 모여섰고 후치 부인이 말을 하자 빗자루에 올라타는 선수들. 후치 부인이 은빛 호루라기를 크게 한번 불자, 열 다섯개의 빗자루들이 높이높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방금 그리핀도르의 안젤리나 존슨 선수가 퀘이플을 가로챘습니다..... 저 여자 선수는 정말로 뛰어난 추격꾼입니다. 매력적이기도 하고 말이죠..."

"조던!"

"죄송합니다, 교수님."


위즐리네 쌍둥이 형제의 친구, 리 조던이 맥고나걸 교수의 엄한 감시를 받으며 경기 해설을 하고 있었다.


"존슨 선구가 위로 올라가는군요. 아, 앨리샤 스피넷에게 멋진 패스를 하고 있습니다. 스피넷 양은 올리버 우드가 발굴해낸 좋은 선수입니다. 작년엔 그저 후보 선수에 불과했었죠... 다시 존슨에게 그리고... 아니, 슬리데린 선수들이 퀘이플을 가져갔군요, 슬리데린의 주장 마커스 플린드가 퀘이플을 갖고 달립니다... 플린트가 저 위에서 독수리처럼 날고 있습니다.... 그가.... 아니, 그리핀도르의 파수꾼 우드의 뛰어난 수비에 의해 저지당했군요. 그리핀도르 선수들이 퀘이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기 저 선수는 그리핀드로의 추격꾼 케이트 벨입니다. 플린트에게로 멋지게 급강하하다가, 경기장으로 떨어졌습니다.... 아야... 굉장히 아플 것 같습니다, 블러저로 뒤통수를 맞았어요.... 다시 슬리데린이 퀘이플을 가져갔습니다.... 에이드리언 푸시가 골대쪽으로 질주하고 있군요, 하지만 또다시 블러저에 막혔습니다...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가 보낸 거로군요... 어쨌든 그리핀도르 몰이꾼의 멋진 플레이입니다. 존슨이 다시 퀘이플을 가졌군요. 앞에 아무도 없습니다. 자 갑니다... 그녀가 정말로 날고 있습니다... 날아오는 블리저를 날쌔게 피하고 있군요... 골대가 눈앞에 있습니다... 자, 이제, 안젤리나... 파수꾼 블레칠리가 뛰어듭니다..... 놓쳤습니다.... 그리핀도르 득점!"


그리핀도르의 함성 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열기로 가득 채웠다. 슬리데린에서는 불평과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 옆으로 조금만 가!"

"해그리드!"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그리드가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바짝 붙어 앉았다. 해그리드가 목에 걸린 커다란 쌍안경을 두드리며 말했다.


"나도 오두막에서 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군중 속에 앉아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지. 스니치가 나타날 기미는 아직 없니?"

"아뇨. 해리는 아직 할 일이 많지 않아요."

"계속해서 위험을 피하는 것, 그게 중요해!"


해그리드가 쌍안경을 하늘로 쳐들고 콩알만하게 보이는 해리를 올려다보았다. 해리는 저 높은 곳에서 스니치가 나타날까 겉누질하며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위쪽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블러저가 총알처럼 날아왔다. 해리가 블러저를 잽싸게 피하는 사이, 프레드가 쫒아와서 블러저를 마커스 플린트 쪽으로 세게 쳐냈다.


"이번에는 슬리데린의 공격입니다. 추격꾼 푸시가 두 블러저와, 위즐리 형제와, 축격꾼 벨을 피해 달리고 있습... 잠깐, 저게 스니치였나요?"


에이드리언 푸시가 그의 왼족 귀로 스쳐 지나간 황금 불빛을 찾는 데 정신이 팔려 퀘이플을 떨어뜨리자 군중 속에서 불평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해리는 스니츠를 보고는 황금 불빛을 쫒아 아래로 돌진했고 슬리데린의 수색꾼 테렌스 힉스도 그것을 보았다. 둘은 스니치를 쫒아 나란히 날아갔다. 추격꾼은 모두 자신들의 임무가 무엇인지 잊은 듯, 공중에 떠서 지켜보고 있었다.


해리가 힉스보다 더 빨랐다. 하지만 마커스 플린트가 일부로 해리를 막아서는 바람에 해리의 빗자루가 갑자기 진로를 바꾸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그르핀도르 쪽에서 분노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반칙이야!"


그리핀도르들이 소리쳤다. 후치 부인이 플린트에게 주의를 주고는 그리핀도르에게 골대에서 자유투를 명령했다. 하지만 그런 소동을 피우는 사이, 스니치는 어느새 시야에서 사리지고 없었다.


"그 녀석을 쫒아내세요, 심판! 레드 가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딘? 레드 카드라니?"

"축구에서는 레드 카드를 받게 되면 경기에서 쫒아나잖아!"

"하지만 이건 축구가 아냐, 딘."

"규칙을 바꿔야 해. 플린트는 해리를 공중에서 떨어뜨릴 수도 있었어."

"그러니까... 저 너무나 명백하고 메스꺼운 사기 행각이 저질러진 뒤...."


플린트가 부정행위를 하는 걸 보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리 조던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냉정하게 중계해야 하는 자신의 본분을 잠시 잊고 말았다.


"조던!"


맥고나걸 교수가 호통을 쳤다.


"제 말은, 저 의도적이고 불쾌감을 일으키는 반칙이 있은 뒤라는 뜻입니다..."

"조던, 경고하겠어요."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플린트는 하마터면 그리핀도르이 수색꾼을 죽일 뻔했습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지죠. 확실히 그렇습니다, 자 이제 그리핀도르의 자유투입니다, 스피넷이 던집니다, 네, 멀리 날아갑니다, 경기는 계속됩니다, 퀘이플은 그리핀도르가 아직도 갖고 있습니다."

"해리?"


블러저를 피한 해리의 빗자루가 비틀거렸다. 빗자루는 공중에서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하는가 하면, 그를 꼭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처럼 가끔씩 격력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슬리데린의 공격입니다. 플린트가 퀘이플을 갖고 있습니다.... 아, 스피넷의 방어를 뚫엇습니다... 막아서는 벨, 그러나 무사 통과... 이런, 플린트가 블러저에 얼굴을 세게 맞았군요, 코가 깨졌으면 좋겠습니다... 농담입니다, 교수님. 슬리데린 득점... 아 이럴 수가..."


슬리데린이 환호하고 있었다. 해리의 빗자루가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해리!!"

"도대체 해리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빗자루 통제가 안 되나 봐요."


해그리드가 중얼거리자 나는 해그리드에게 말을 하면서 쌍안경으로 해리를 응시했다. 사람들은 해리를 손가락으로 가르쳤고 해리의 빗자루가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고 해리는 가까스로 매달려있었다. 해리의 빗자루가 갑자기 홱하고 세게 날아갔다. 그 바람에 해리는 떨어질 뻔하다가, 간신히 한 손으로 빗자루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플린트가 해리 앞을 가로막았을 때 빗자루에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그럴 리가. 빗자루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건 강력한 어둠의 마법뿐이야. 아이들은 절대 님부스 2000에 그런 짓을 할 수 없을 거야."


해그리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르미온느가 해그리드의 쌍안경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해리를 올려다보지 않고 군중을 살피고 있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그럴 줄 알았어. 스네이프야, 봐."


헤르미온느의 말에 쌍안경을 보고는 세베루스를 찾앗다. 세베루스는 우리 맞은편 관람석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는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쉬지 않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중얼거리고 있는 것은 세베루스만 아니라 퀴렐도 마찬가지였다. 세베루스는 해리를 싫어하지만 해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그렇다는 것은 해리의 빗자루에 저주를 걸 수 있는 사람은.... 퀴렐인가.


"스네이프가 뭔가를 하고 있어. 빗자루에 나쁜 마법을 걸고 있는 거야."

"어떻게 하지?"

"내게 맡겨."

"세베루스가 아니라!!"


내가 말하기도 전에 헤르미온느는 사라져버렸다. 해리에게 프레드와 조지가 가까이 가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이 해리 곁으로 다가갈 때마다 빗자루가 더 높이 올라가버렸다. 마커스 플린트가 퀘이플을 잡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득점을 다섯 번이나 했다.


"어서, 헤르미온느."


론이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는 인파를 헤치고 세베루스가 있는 관람석 뒷줄로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만 퀴렐과 부딪혀서 퀴렐이 앞족으로 군두박질쳤는데도 헤르미온느는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나이스, 헤르미온느!! 세베루스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그녀는 웅크리고 앉아, 지팡이를 꺼내고는 조심스럽게 몇 마디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하늘색 불꽃이 그녀의 지팡이에서 세베루스의 망토 자락으로 튀어나갔다. 세베루스가 자기 몸에 불이 붙었다는 걸깨닫기가지는 30초정도 걸렸다. 그가 비명을 질렀고 해리는 어느새 빗자루 위로 다시 기어오르고있었다.


"네빌, 이제 봐도 돼!"


론이 말했다. 네빌은 5분 전쯤부터 해그리드의 재킷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거리고 있었다. 해리가 땅을 향해 급강하하고는 토하려는 것처럼 입에다 손을 가져다 된 것이 보였다. 해리는 경기장으로 내려왔고 엎드려서는 기침을 했다. 그리고 황금색의 무언가가 해리의 손에 툭 떨어졌다.


"스니치를 잡았다!"


해리가 공을 머리 위로 흔들며 소리쳤고 경기는 완전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건 잡은 게 아냐, 거의 삼킬 뻔한 거라고."


내가 해리를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20분 뒤 플린트가 여전히 악을 쓰고 있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해리는 규칙을 하나도 어기지 않았고, 리 조던은 쾌할하게 경기 결과를 큰 소리로 방송했다. 그리핀도르가 170대 60으로 이겼다. 커다란 함성이 경기장에 가득 울려퍼졌다.


**

해그리드의 오두막에서 해리, 론, 헤르미온느와 함께 진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경기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는 론과 헤르미오느.


"스네이프가 그랬어. 헤르미온느와 내가 보았어. 그는 네게서 눈을 떼지 않고 뭐라고 중얼거리며 네 빗자루를 저주하고 있었어."

"쓸데없는 소리. 스네이프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

"맞아."

"전 스네이프에 대해 뭔가를 알아냈어요. 스네이프는 할로윈 때 머리가 셋 달린 개를 지나가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그 개에게 물렸죠. 그 개가 지키고 있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스네이프는 그걸 훔치려 햇던 거예요."


해리의 말에 해그리드는 찻주전자를 떨어뜨렸다.


"너희들이 플러피를 어떻게 알지?"

"플러피라뇨?"

"그래... 그 개는 내 거야... 작년에 술집에서 만난  그리스 녀석에게서 샀지. 난 그 개를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빌려주었어."

"그래요?"

"이제, 더이상 묻지 마. 그건 1급 비밀이니까, 말하자면."

"하지만 스네이프는 그걸 훔치려 한다 말예요."

"예민한 생각이야, 해리. 세... 스네이프 교수님은 호그와트 교수잖아. 그가 그런 짓을 할리가 없어."

"그러면 왜 해리를 죽이려고 했던 거지? 난 좋지 못한 주문은 보면 알아. 불길한 주문은 다 읽어 보았다고! 눈을 계속 맞추고 있어야만 하지. 스네이프는 눈을 조금도 깜박이지 않고 있었어! 내가 보았다구!"

"내 말 잘 들어, 네가 틀렸어!"


헤르미온느는 오후의 사건으로 세베루스를 다시 보게 된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의 말에 해그리드가 흥분해서 말했다.


"해리의 빗자루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스네이프는 학생을 죽이려고 하는 형편없는 사람이 아냐! 자, 잘 들어, 너희들 다 너희와 상관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그건 위험해. 저 개에 대해서도 잊어버리고, 개가 뭘 지키고 있는지도 잊어버려. 그건 덤블도어 교수와 니콜라스 플라멜 사이의 일이니까..."

"니콜라스 플라멜?"

"그러니까 그 니콜라스 플라멜이라는 사람이 관련되어 있군요?"


해그리드는 무심코 입에 놀려 버린 자기 자신에게 굉장히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설마 그 니콜라스 플라멜은 아니겠지? 마법사의 돌을 만든 연금술사, 니콜라스 플라멜. 그리고 그의 부인, 페르넬 플라멜.... 그리고 마리의 부모님.... 지하실에 숨겨져있는 것이 그 마법사의 돌은 아니겠지?


늦은 밤, 나는 악몽을 꾸었다. 해리와 볼드모트가 마법사의 돌을 서로 차지하려는 그런 꿈....


".... 악몽이야."


오르골의 음은 이미 끝나있었고 나는 한밤중에 악몽때문에 깨어났다. 그래, 고작 악몽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오한이 드는 것은 왤까? 게다가 호그와트는 볼드모트가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잖아. 그가 어떻게 들어오겠어. 여기에는 그가 무서워한다는 덤블도어가 있는데 말이지.


"그래, 악몽이야. 악몽이여야만 해..."


오르골을 다시 틀고는 작게 중얼거리면서 악몽이 꾸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