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미온느에게는 마법사의 돌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녀는 공부 계획을 짜고 모든 노트들을 색 코드로 분류하는 일을 시작했다. 우리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똑같이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헤르미온느, 시험은 아직 멀었어."

"10주야. 그건 오래도 아냐, 니콜라스 플라멜의 시간으로 친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구."

"하지만 우린 600살이 아니잖아. 그런데 넌 뭘 공부하고 있는 거니,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내가 뭘 공부하느냐구? 너 미쳤니? 2학년으로 진급하려면 어떤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걸 모르니? 그 시험은 대단히 중요하다구, 난 한 달 전에 공부를 시작해야 했어, 나도 내가 그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유감스럽게도, 교수님들도 헤르미온느와 같은 의견인 듯 했다. 교수님들은 우리에게 어찌나 많은 숙제를 내주었던지 부활절 휴일은 크리스마스 휴일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용의 피에 대한 열두 가지 사용법을 열거하거나 지팡이 휘두르는 동작을 연습하는 헤르미온느를 옆에 두고 편하게 쉬기는 힘들었다. 불평하고 하품을 하면서도 해리와 론은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도서실에서 우리와 함께 보냈며, 그 모든 공부를 해내려고 애썼다. 


**

서서히 다가오는 여름을 창밖으로 느끼고 있었다("로라! 한눈 팔지마!" 라고 외치는 헤르미온느의 잔소리가 눈에 선했다).


"해그리드! 도서실에서 뭐하고 계시는 거예요?"


론이 소리치는 소리에 듣자 그쪽을 바라보았다. 해그리드가 등뒤에 뭔가를 숨긴 채, 발을 질질 끌며 다가왔다. 그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더지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다. 바깥 날씨가 이렇게나 화창한데 왠 두더지가죽 코트?!


"그냥 보는 거야. 그런데 늬들은 뭐하는 거니? 너희들 아직도 니콜라스 플라멜을 찾고 있는 거니, 어?"

"그가 누군지는 오래 전에 알아냈어요."


해그리드가 수상쩍은 표정을 짓으면서 의뭉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론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리고 우린 그 개가 뭘 지키고 있는지도 알아요, 마법사의 도..."

"쉿!"


해그리드가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리지르지마, 너 왜 그러니?"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어요. 플러피말고 그 돌을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서요."

"쉿! 잘 들어. 나중에 찾아와. 뭐든 다 말해주겠다고 약속하지는 못하지만, 도서실에서 불평을 늘어놓지는마, 학생들이 알면 안 되니까. 그들은 내가 늬들에게 말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럼 나중에 봐요."


해그리드가 발을 질질 끌며 나갔다.


"해그리드가 등뒤에 뭘 숨기고 있었지?"

"그게 그 돌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해그리드가 어느 책꽂이쯤에 있었는지 알아볼게."


론은 공부를 할 만큼 한 듯 말했다. 그는 잠시 뒤 양팔에 책을 산더미만큼 들고 와서는 탁자 위에 털썩 내려놓았다.


"용이야. 해그리드는 용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고 있었어!"

"그런 것 같네. 《영구과 아일랜드 용의 종류》,《알에서 지옥까지, 용 파수꾼의 안내서》....."

"해그리드는 늘 용을 갖고 싶어했었어. 처음 만났을 때 내게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그건 우리 마법사 법에 어긋나, 해리."


해리가 말하자 내가 대답했다.


"용 사육은 1709년의 와록스 협정 이후 금지되어 왔어. 모두 알고있다구. 우리가 계속 뒷마당에서 용을 사육하고 있으면 머글들이 우리를 알아채는 건 시간 문제거든."

"어쨌든, 용을 길들여선 안 돼, 그건 위험해. 너희들이 찰리 형이 루마니아에서 야생 용에게서 받은 화상을 봤어야해."

"영국에는 야생 용이 없니?"

"물론 있지. 커먼 웰시 그린 보통종이라든가 헤브라이딘 블랙 종이 있어. 실제로 마법부는 용들을 진정시키는 일을 하지. 우리 마법사들은 용이 발견한 머글들에게 계속 마법을 걸어서, 그것을 잊어버리도록 해야해."

"그런데 해그리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같은데."


헤르미온느의 말에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한 시간 뒤 우리는 사냥터지기의 오두막 문을 두드리다가 커튼이 모두 드리워져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해그리드는 "누구세요?"라고 소리친 뒤 우리를 들여놓고는 얼른 문을 닫았다. 안은 숨막힐 정도로 더웠다. 그렇게 따뜻한 날이었는데도, 벽난로의 연료 받이 쇠살대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차를 끓여주고 흰 담배 샌드위치를 주었지만 우린 사양했다.


"그러니까 늬들이 내게 뭘 묻고 싶다구?"

"그래요. 플러피말고 그 돌을 지키고 있는 게 뭔지 궁금해요."


해그리드는 해리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말해 줄 수 없지. 첫째, 난 모르니까. 둘째, 늬들은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으니까. 할 수만 있다면 난 늬들에게 말하지 않을 거야. 저 돌이 여기에 있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 그건 그린고트에서 거의 도난당할 뻔했어. 난 늬들이 그 모든 걸 알아냈다고 생각했는데? 늬들이 플러피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말야."

"아, 왜 그러세요, 해그리드, 혹 우리에게 말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알고는 있잖아요.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고있잖아요."

"맞아요. 우린 그저 누가 도난 방지 장치를 만들었는지 궁금할 뿐이에요. 덤블도어 교수님이 해그리드말고 또 누구를 신뢰하는지 궁금할 뿐이라구요."


나랑 헤르미온느가 비위를 맞추는 따듯한 목소리로 말하자 해그리의 수염이 씰룩씰룩 움직였다. 곧 그는 미소를 짓으면서 가슴이 벅찬지 우리에게 밝게 미소지었다.


"글쎄, 늬들에게 이 말을 한다고 해서 늬들이 무슨 해를 입는다고 생각지 않지만... 어디 보자... 덤블도어 교수님이 내게서 플러피를 빌려갔어... 그리고 교수들 일부가 마법을 걸었지... 스프라우트 교수, 플리트윅 교수, 맥고나걸 교수..."


해그리드가 하나하나 손꼽으며 말했다.


"퀴렐 교수... 그리고 덤블도어도 뭔가를 했지. 잠깐만, 누굴 빼먹었는데. 맞아, 스네이프 교수."

"스네이프요?"

"그래. 늬들 아직도 그를 의심하고 있는 거 아냐, 어? 스네이프는 그 돌을 보호하는 걸 도왔어. 그는 그것을 훔칠 생각이 없다구."

"플러피를 지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건 해그리드뿐이죠, 안 그래요, 해그리드? 그리고 누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을 거죠, 그렇죠? 교수님에게조차도요?"

"나와 덤블도어 교수말고는 아무도 모르지."


해그리드가 으스대며 말했다.


"그게 중요해요. 해그리드, 우리 문 좀 열어도 돼요? 더워 죽겠어요."

"안 돼, 해리, 미안해."


해그리드는 말하면서 난로를 힐끗 쳐다보았다. 해그리드의 시선을 따라서 난로를 보자, 불 한가운데에, 주전자 밑에 커다랗게 까만 알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해그리드... 저게 뭐죠?"

"어... 그건... 어..."

"그게 어디서 났어요, 해그리드? 굉장히 비싸을 것 같은데요."

"얻었어. 어젯밤에. 술 한잔 하려고 마을에 내려갔다가 낯선 사람과 카드 게임을 하게 됐지. 그런데 그 사람이 그것을 없애버리고 싶다고 해서 말야."

"하지만 알이 부화하면 어떻게 하려구요?"

"글쎄, 책을 좀 읽어 봤는데."


해그리드는 베개 밑에서 커다란 책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도서실에서 빌려온 거야. 《즐거움도 주고 돈벌이도 되는 용 기르기》. 물론 오래된 책이지만, 모든 게 다 이 안에 있어. 알을 계속 불을 피워라, 왜냐하면 그 어미가 알에게 입김을 내뿜으니까. 그리고 봐, 부화하면 30분마다 한 번씩 브랜디 한 양동이 닭 피를 섞어서 먹이래. 그리고 여길 봐. 알의 종류를 알려주는 방법... 내가 얻은 건 노르웨이의 리지백이야. 아주 희귀종이지."


용을 갖고 싶어하는 해그리드의 앞에 용의 알을 처분하고 싶은 존재가 나타나는 것은 정말로 우연일까나? 뭐 덤블도어가 아직 호그와트 내부에 있으니까 범인도 마법사의 돌을 훔치지는 못하겠지.


"해그리드, 해그리드는 나무로 만든 집에 살고있어요."


헤르미온느는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해그리드는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불을 때며 즐겁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군. 해그리드가 불법 용을 사육하고 있다고 말이지.

그 후, 헤르미온느는 산더미 같은 숙제들을 앞에 쌓아놓은 우리에게 우리를 위한 공부 계획을 짜 주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로라는 이해력은 좋으면서 왜 공부를 안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어."

"헤르미온느,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어."


헤르미온느가 나에게 마법의 약을 배우면서 내 재능을 한탄하듯이 중얼거리자 내가 쿨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포션마스터에게 마법의 약을 어릴 때부터 배웠는데.... 

그 후, 아침 식사 시간에 헤드위그가 해그리드가 보낸 편지 한 통을 가져왔다. 편지엔 "부화하고 있어."라는 단 두마디가 쓰여 있었다. 론은 약초학 수업을 빼먹고 곧장 오두막으로 달려가고 싶어했지만, 헤르미온느는 그 말은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헤르미온느, 우리가 살면서 용이 부화하는 걸 몇 번이나 보겠니?"

"수업이 있잖아, 벌을 받게 될 거야. 그리고 그건 용을 숨기고 있다는 게 들통났을 때 해그리드가 당하게 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조용히 해!"


해리가 속삭이자 근처에 말포이가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설마 듣고 있었던 거야? 대체 어디까지 들은 거야? 불안한 마음에 말포이를 바라보았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약초학 수업 내내 말다툼을 했고, 마침내 헤르미온느는 오전 쉬는 시간에 함께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가는 걸 동의했다.

수업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종 소리가 탑에서 들려오자마자, 우린 모종삽을 내려놓고 급히 정원을 지나 오두막으로 갔다. 해그리드가 벌개진 얼굴로 흥분해서 우리를 맞았다.


"거의 나왔어."


그가 안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식탁 위에 올려진 알에는 금이 쫙 가있었다.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리고 이상하게 딸깍거리는 소리가 났다. 식탁 앞으로 의자를 바짝 끌어당기고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긁는 소리가 나더니 알이 쫙 벌어졌다. 그리고 아기 용이 시탁 위로 나가떨어졌다. 가시투성이의 검은 날개는 마르고 홀쪽한 검은 몸에 비해 아주 컸고, 넓은 콧구멍이 있는 기다린 코와, 꽁초같은 뿔과 툭 불거진 오렌지 빛깔의 눈을 갖고 있었다. 아기 용이 재채기를 하자, 코에서 두어 개의 불꽃이 튀어나왔다.


"예쁘지 않니?"


해그리드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손을 뻗어 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용은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그의 손가락을 덥석 물었다.


"아이쿠 깜짝이야, 봐, 녀석이 엄마를 알아보잖아."

"해그리드. 노르웨이 리지백은 얼마나 빨리 자라죠, 정확히?"


헤르미온느의 말에 막 대답하려고 하던 해그리드의 얼굴에서 갑자기 핏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후다닥 일어서 창가로 달려갔다.


"왜 그래요?"

"누군가가 커튼 사이로 들여다보고 있었어... 아이였어... 학교 쪽으로 급히 달려갔어."


해그리드의 말에 문으로 튀어나가 내다보았다. 먼 거리였지만 백금발을 보고 대충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말포이였다. 말포이가 용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그 다음 한 주 동안 우리는 말포이의 미소 속에 숨어 있는 음흉한 무언가 때문에 안절부절 못했다. 대부분의 자유시간을 어두운 오두막에서 보내며 해그리드를 설득했다.


"그냥 놔 주세요."

"풀어 주라구요."

"그럴 수는 없어. 너무 어려. 죽고 말 거야."


용은 단 1주일 만에 길이가 세 배나 자라 있었다. 코에서 연신 연기가 피어올랐다. 해그리드는 용을 돌보느라 사냥터지기 일을 하지 못했다. 마룻바닥 여기저기에 빈 브랜드 병과 닭 깃털이 흩어져 있었다.


"녀석을 노버트라고 부르기로 했어."


해그리드가 눈물어린 눈으로 용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정말로 날 알아봐. 자, 잘 보라구. 노버트! 엄마가 어딨지?"

"정신이 나가셨군."


론이 해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하지만 가까이에 있는 나도 론의 말을 들을 수 있었고 그의 말을 동의했다. 


"해그리드! 2주일만 있으면 노버트는 이 집채만큼 커질 거예요. 게다가 말포이가 언제 어느 때 덤블도어에게 고자질할지 알 수 없어요."


해리가 거의 외치듯이 큰 소리로 해그리드에게 말했다.


"나도, 나도 녀석을 이곳에 영원히 둘 수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난 그저 녀석을 내다 버릴 수 없어, 할 수 없다구."


해그리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까지 침울해질 필요는 없지 않아?


"그럼 론의 형, 찰리에게 보내는 것은 어때요?"

"우리 형에게?"

"응, 찰리가 루마니아에서 용을 연구하고 있다고 그랬잖아."

"그래, 찰리 형은 용을 돌봐 준 뒤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거라구요."

"정말 기막힌 생각이다! 그건 어때요, 해그리드?"


론이 찬성했다. 결국 해그리드는 부엉이를 찰리에게 보내 물어보는데 동의했다.

그 다음 수요일 저녁, 나와 론은 해리의 투명 망토를 입고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내려갔다. 노버트는 이제 나무 상자 옆에서 죽은 쥐들을 먹고 있었고 우린 그에게 먹이 주는 걸 돕았다.


"악!!!"

"론, 괜찮니?"

"쉿! 노버트가 놀라잖니!"


해그리드의 말에 귀가 차듯이 그를 응시했다. 지금 론이 용에게 물려서 울쌍짓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용에게 물린 론의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자 망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그의 손가락에 묶어주었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자 우리는 다시 투명 망토를 써서 오두막을 나섰다. 안에서는 해그리드가 노버트에게 불러주는 자장가가 들려왔다.


"미쳤어. 완전히."


작게 중얼거리고는 휴계실로 향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뒤에도 오랫동안 휴계실에 단 둘이 앉아있는 해리와 헤르미온느. 벽시계가 자정을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갑자기 초상화 구멍이 열리고 론과 로라가 모습을 들어냈다. 


"녀석이 날 물었어!"


해리에게 투명 망토를 돌려주자 론이 피 묻은 손수건으로 싸맨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난 일주일 동안 깃펜도 잠지 못할 거야. 있잖아, 저 용은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동물 가운데 가장 끔찍해. 로라의 앞에서는 그렇게 순한 양같으면서!"

"그런가?"

"그래! 하지만 해그리드는 꼭 녀석이 복슬보슬한 작은 토끼라도 되는 것마냥 행동해. 녀석이 날 물었을 때 나한테 녀석을 놀라게 하지 말라며 잔소리까지 했다니까. 그리고 내가 떠날 때는, 녀석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고 있었어."


그때 어두운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헤드위그가 찰리의 답장을 가지고 온 것이였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편지를 읽었다.


론에게.

잘 지내니? 편지 고마웠어. 나도 노르웨이 리지백을 데려오면 좋겠지만, 그 녀석은 이리로 데려오기가 쉽지 않을 거야. 그러니 다음 주에 날 찾아올 내 친구들 편에 녀석을 보내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아. 문제는 어떻게 불법인 용을 들키지 않고 안전하게 운반하는가 하는 거야. 그 리지백을 토요일 밤 자정에 가장 높은 탑 위로 가져다 놓을 수 있겠니? 내 친구들이 그리로 가서 밤 사이 녀석을 데려갈 수 있도록 말야. 가능한 빨리 내게 답장을 보내 줘.

찰리.


"투명 망토가 있잖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야. 그 망토는 우리와 노버트 정도라면 충분히 가릴 수 있을 거야."


지난 한 주 동안 얼마나 고역스러웠던지 모두들 그의 의견에 군말 않고 선뜻 동의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하나 생겼다. 다음 날 아침, 론의 물린 손이 보통 크기보다 두 배나 부어 올랐다. 폼프리 부인에게 가야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오후에는 그럴 수도 없게되었다. 노버트의 송곳니에 독이 있었는지 론의 상처가 역겨운 초록빛으로 변했던 것이다. 결국 론은 병동으로 가게 되었고 우린 수업이 끝나자마자 병동으로 급히 가보자 론이 심각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괜찮니, 론?"

"손때문만이 아냐. 손이 꼭 떨어져 나가려는 것처럼 아프긴 하지만 말야. 말포이가 날 한바탕 비웃어 주려고 폼프리 부인에게 내 책을 한 권 빌리고 싶다고 말하고는 병동으로 들어와서, 날 문 게 정말로 뭔지 폼프리 부인에게 말하겠다고 계속 위협했어. 난 부인에게 개가 그랬다고 했지만, 내 말을 믿는 것 같지는 않아. 퀴디치 시합 때 녀석을 치지 말았어야 했어, 녀석이 이렇게 심술을 부리는 건 바로 그것때문이야."

"토요일 자정이면 모든 게 끝날 거야."


헤르미온느가 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말을 하자 론은 진정하기는 커녕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더니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토요일 자정이라구! 이런! 어쩌면 좋아. 방금 기억이 났어. 말포이가 가져간 책 속에 찰리 형의 편지가 끼어 있었어. 녀석이 노버트를 보내려고 하는 우리의 계획을 알게 될 거야."


우리가 뭐라고 말할 겨를도 없이 폼프리 부인이 다가와 론은 자야 한다면서 우리를 병동 밖으로 내보냈다.


"지금 계획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어."

"응. 찰리에게 또 부엉이를 보낼 시간이 없어. 그리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번 다시 노버트를 보내지 못할 거야. 우린 그 위험을 감수해야만 해. 그리고 우리에겐 투명 망토가 있잖아. 말포이는 아직 그건 몰라."


결국 계획은 그대로 이행하기로 했다. 

토요일. 그 날은 매우 어둡고 구름이 잔뜩 낀 밤이었다. 벽에 대고 테니스를 치고 있는 피브스가 현관에서 비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었다. 다음에는 피투성이 바론에게 말해서 피브스가 못 돌아다니도록 해야지, 원!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에는 해그리드는 이미 노버트를 커다란 나무 상자에 잘 싸서 준비해 두고 있었다.


"긴 여행 하는 동안 배고프지 않게 주와 브랜디를 많이 넣어두었어. 그리고 녀석이 외로울까 봐 곰인형도 넣었어."


나무 상자 안에서 곰 인형의 머리가 찢겨져 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잘 가, 노버트! 엄마는 널 절대로 잊지 않을 거야."


우리가 나무 상자를 투명 망토로 덮은 뒤 망토 밑으로 들어가자 해그리드가 흐느끼며 말했다. 그래도 용을 키워보고 싶다는 소원은 성취했네. 아주 잠깐동안이긴 하지만 말이야.


자정이 다가오자 우린 노버트를 현관의 대리석 계단 위로 들어올려 어두운 복도를 따라갔다. 가장 높은 탑 바로 밑에 있는 복도에 도달했을 때, 앞에서 움직이는 소리에 우리는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잊고 어둠 속에 움츠렸다. 3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서로 맞붙어 싸우고 있는 것처럽 보이는 두 사람의 윤곽이 보였다. 등불 하나가 훨훨 타올랐다. 

체크무늬 잠옷에 헤어네트를 쓴 맥고나걸 교수가 말포이의 귀를 잡아당겼다.


"징계감이야! 그리고 슬리데린은 20점 감점이다! 한밤중에 돌다니다니, 감히..."

"모르시는 말씀이에요, 교수님. 해리 포터가 올 거예요. 그 앤 용을 갖고 있다구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어떻게 감히 그런 거짓말을 하니! 자, 스네이프 교수와 함께 너에 대해 상담 좀 해야겠다, 말포이!"


그 목소리에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기분이 좋은지 분위기가... 탑의 꼭대기로 올라가서 차가운 밤 공기 속으로 걸어나와서야 비로소 망토를 벗었다. 


"말포이가 징계를 받았다! 노래라도 부르겠네!"

"그러지마, 헤르미온느."


기뻐보이는 헤르미온느의 모습에 내가 경고했다. 노버트를 옆에 두고 10분쯤 기다리고 있었을 때, 빗자루 네 개가 어둠 속에서 휙 내려왔다. 명량한 찰리의 친구들과 함께 노버트를 자루에 넣고 안전하게 죔쇠를 죄는 걸 도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다른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너가 로라 에반스?"

"누구시죠?"

"아리애나."

"아, 금방 갈께."

"용이 말한 그대로네. 난 용의 말을 이해할 수 있거든. 그럼, 또 보자. 마법 생물체의 군주!"


그것은 대체 무슨 호칭이지? 금발의 여성, 아리애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리애나는 빗자루에 올라타고는 친구들과 함께 노버트를 데리고 떠났다. 

날아갈 듯한 마음으로 나선현 계단을 미끄러지듯 술술 내려왔다. 계단을 다 내려와 복도로 들어갔을 때, 어둠 속에서 필치가 나타났다. 


"큰일났다."


투명 망토를 탑 꼭대기에 두고 온 것이다. 

필치는 우리를 1층에 있는 맥고나걸 교수의 연구실로 데려갔고, 우리는 그곳에 앉아서 서로 한 마디 말없이 기다렸다. 헤르미온느는 떨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한밤중에 침대에서 나와 수업 시간 이외에는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가장 높은 천문탑으로 몰래 들어간 것을 전혀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을 거다. 곧 맥고나걸 교수는 네빌과 함께 나타났다.


"해리!"


네빌은 우리를 보는 순간 소리쳤다.


"주의하려고 말해 주려고 너희들을 찾아다녔어. 말포이 녀석이 너희들을 잡으러 간다고 하는 말을 들었거든. 너희들이 용..."

"쉿!"


네빌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맥고나걸 교수를 보자 그녀는 노버트보다도 더 많은 불을 내뿜을 것처럼 보였다. 엄청나게 화가 났구나...


"너희들이 이런 일을 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필치씨가 너희들이 천문탑에 있다고 하더구나. 그땐 새벽 1시였어. 할말 있으면 해봐라."


맥고나걸 교수의 말에 변명조차 할 수도 없었다. 변명거리도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꾸며 낸 이야기들과 알리바이는 모두 터무니 없는 것이였기때문이였다. 헤르미온느는 조각상처럼 조용히 슬리퍼만 내려다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건지 알 것 같다. 안 봐도 뻔하지. 너희들이 드레이코 말포이에게 터무니없이 용 얘기를 흘려서, 그 애를 한밤중에 돌아다니게해서 꾸지람을 ㅂ다게 하려는 속셈이었겠지. 그 녀석은 이미 잡았다. 너희들은 여기 있는 롱바텀이 그 이야기를 듣고 믿었다는 것도 우습지?"


맥고나걸 교수의 말에 네빌이 당황스럽고 상처받은 것 같은 표정을 짓었다. 가엾은 네빌.... 자기들에게 주의를 주려고 어둠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찾아다녔을지 안 보다 훤히 알 수 있다.


"넌더리가 난다. 하룻밤에 다섯 명이나 침대에서 나오다니! 이런 일은 처음이야! 그레인저, 넌 좀 지각이 있을 줄 알았다. 포터, 너에겐 이런 짓보다 그리핀도르가 의미 있을 줄 알았어. 에반스, 너도 마찬가지다. 너희 넷 모두 징계를 받게 될 거다. 그래, 롱바텀도 마찬가지야, 이유야 어쨌든, 밤에 학교를 돌아다닌 건 잘못이야. 특히 요즘엔 그건 매우 위험한 짓이야. 그리핀도르는 50점이 감점될 줄 알아라."

"50점이오?"

"각각 50점이야."


그렇게 되면 200점 감점... 그리핀도르가 꼴지가 되는 것이다.


"교수님... 제발..."

"안 돼요..."

"여러 말 마라, 포터, 에반스. 자 침대로 돌아들 가, 너희들 모두. 난 그리핀도르 학생들에게 이렇게 실망해 본 적이 없다."


그리핀도르가 기숙사 우승컵을 차지하게 될 기회를 우리가 하룻밤 사이에 망쳐버린 것이였다. 다른 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의 얼굴을 어떻게 보냐고. 대모의 말로는 부모님들이 호그와트 다녔을 때는 슬리데린과 래번클로는 공둥 1위를 했다고 자랑하면서 나도 그렇게 하라고 했었다. 


휴계실로 돌아오자 네빌은 이미 훌쩍거리면서 방으로 올라갔고 해리도 그 뒤를 따라서 남자 기숙사로 가버렸다. 헤르미온느도 울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헤르미온느는 내가 있는 독방으로 들어와서 내 침대로 들어가서는 흐느껴 울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위로도 하지 못하고 밤을 눈 뜬 채로 보냈다.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다음날, 기숙사 점수가 적힌 커다란 모래 시계 옆을 지나가는 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은 뭔가 큰 실수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200점이나 점수가 줄어들 수 있을까? 그리고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해리 포터가, 두 퀴디치 시합의 영웅인 그 유명한 해리 포터가 세 명의 멍청한 다른 1학년생들과 함께 자기네 점수를 모두 까먹었다는 말이었다. 해리는 학교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사랑받던 존재에서 갑자기 가장 미움받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래번클로와 후플푸프의 학생들조차 그를 적대시했다. 왜냐하면 모두들 슬리데린이 기숙사 우승컵을 받지 못하는 걸 굉장히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해리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했고, 그를 욕할 때도 굳이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슬리데린은 반면에, 해리가 옆에 지나가면 휙 하고 휘파람을 부는가 하면 "고마워, 포터. 네게 빛 하나 졌어!"라면서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몇 주 지나면 그 애들도 다 잊어버릴 거야. 프레드와 조지 형도 언제나 점수를 뭉턱뭉턱 까먹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형들을 좋아해."

"하지만 그 형들은 한번에 200점을 까먹은 적은 없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해리의 옆에는 론이 남아주었다. 헤르미온느와 네빌도 고통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그들에게 말을 걸려고 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무슨 역병이라도 되는 줄 아냐! 헤르미온느는 수업 시간에 더 이상 사람들의 주위를 끄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난 평소처럼, 평소대로 지내려고 노력했다. 

시험이 멀지 않자 론과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서로 만나는 걸 피하고, 복잡한 마법의 약 성분이나, 마법과 주문을 외우고, 마법의 발견과 도깨비 반란 날짜들을 암기하며 밤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렸다.


"그 정도면 참 뻔뻔하네."

"비켜."


시험이 일주일정도 남았을 때, 후풀푸프 넥타이를 하고 있는 여학생들 무리가 내 앞을 막고 있자 나는 나즈막히 말했다. 소문을 들었으면 알아서 찌그려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내가 왜 그래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지. 그녀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하자 다시 한 번 내 앞을 막은 후풀푸프 여학생들의 모습에 미간을 찌프리고 노려보았다.


"네가 얼마나 잘났는데 얼굴을 빳빳히 들고 다니는 거야?"

"못 들고 다닐 이유 없잖아."

"뭐라고?!"


내 말에 기가 막힌지 여학생 중 한 명이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지금 뭐하는 거지. 복도에서는 마법 사용이 금지되어있을 텐데."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몸을 돌려자 거기에는 검은 망토를 입은 세베루스가 서있었다. 세베루스가 후풀푸프를 감점하자 여학생들을 후다닥 도망쳐가버렸다. 세베루스는 나를 보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는 지나쳐서 가버린다. 그의 행동에 왜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일까나? 지끈거리면서 아파오는 마음과 멀어져가는 발소리에 움직이지 않고 조용한 복도에 혼자서 서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복도에 혼자서 서 있는 로라 에반스를 보자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로우.


"로라, 왜 그래?"

"... 로우?"

"응.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로라는 자신이 앞에 나타나자 아무렇지 않는 척을 하면서 자신을 지나쳐서 도서실로 가버린다. 그런 로라를 지켜보는 로우, 그리고 또 다른 존재.


마음을 다 잡고 도서실로 들어가자 헤르미온느가 론의 천문학 공부를 도와주고 있었다. 내가 그쪽으로 가서 자리에 앉자 해리가 곧 이쪽으로 걸어와서는 자신이 본 것을 전부 얘기해주었다. 퀴렐이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스네이프가 드디어 성공했다는 얘기군. 만약 퀴렐이 그에게 어둠의 힘을 막는 주문을 물러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면..."

"그래도 아직 플러피가 있잖아."

"스네이프는 어쩌면 해그리드의 도움 없이도 플러피를 지나가는 방법을 알아냈는지도 몰라. 여기 어딘가에 머리가 셋 달린 거대한 개를 지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분명히 있을 텐데. 이제 어떡하지, 해리?"


론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천 권의 책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눈동자는 다시 모험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지만, 해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헤르미온느가 답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가는 거야. 우린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어. 만일 또 우리 맘대로 행동했다간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쫒겨날 거야."

"하지만 아무 증거가 없잖아! 퀴렐은 너무 겁에 질려 있어서 우리를 도와주지 못할 거야. 그리고 스네이프가 할로윈 때 트롤이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모르며 3층 근처에 간 본 적이 없다고 시치미 떼면 그만이야. 사람들이 누굴 믿겠니, 스네이프 교수일까 우리일까? 우리가 스네이프를 싫어하는 건 누구나 다 알아.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가 그를 파면당하게 하려고 그런 말을 꾸며 냈다고 생각할 거야. 필치는 자신의 생계가 거기에 달려 있으니 우리를 도우려고 하지 않을 게 뻔해. 그는 스네이프에겐 지나치게 친절하기도 하구. 그는 학생들이 처벌받으면 받을수록 좋다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잊지 마, 우린 그 돌이나 플러피에 대해 알아선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그건 많은 설명이 필요로 할 거야."

"우리가 만일 조금만 캔다면..."

"그만해, 론."

"안 돼. 우린 이미 할 만큼 했어."


해리의 말에 론은 수긍하지 못했는지 말했지만 나와 해리가 단번에 단호히 말했다. 그리고는 난 해리의 천문학 공부를 도와주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식사 테이블에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나와 네빌의 앞으로 편지가 왔다. 편지 내용은 모두 똑같았다.


여러분의 징계는 오늘 밤 11시에 시작됩니다. 현관에서 필치씨를 만나세요.

맥고나걸 교수


그날 밤 11시에, 휴게실에서 론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네빌과 함께 우린 현관으로 내려갔다. 필치와 말포이는 이미 와있었다. 맞다, 말포이도 함께 징계를 받기로 되어있었지.


"따라와."


필치가 등불을 켜고 우리를 밖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두번 다시 학교 규칙을 어기지 못하도록 해줄 테니까."


그는 심술궂은 눈동자로 우리를 흩어보았다.


"그래.... 고된 노동과 고통이 인생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지. 예전의 처벌 방법들이 다 없어져서 안됐군. 손목을 며칠 동안 천장에 매달아 놓는다던가 뭐 그런 것 말야, 내 사무실엔 아직도 사슬이 있어. 혹시 필요한 경우를 생각해서 기름도 잘 쳐 두었지. 좋아, 출발하자, 달아날 생각이랑 아예 말고, 그랬다간 더 좋지 않을 거야."


우린 어두운 정원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네빌은 계속해서 코를 훌쩍거렸다. 달은 밝았지만, 구름이 오락가락 하며 달빛을 가렸다. 앞에서 해그리드의 오두막 창문을 볼 수 있었다. 


"자넨가, 필치? 서둘게, 나도 빨리 시작하고 싶으니까."


해그리드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인가. 해그리드와 함께라는 생각에 해리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나타났다.


"저 멍청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착각하지 마라, 꼬마야. 너희들은 숲속으로 가고 있는 거야. 멀쩡하게 돌아온다는 건 꿈도 꾸지 마라."


필치의 말에 네빌은 작은 신음 소리를 냈고, 말포이는 걸음을 딱 멈췄다.


"숲이라구요? 우린 밤에는 저 안에 들어가면 안 돼요. 저 안에는 온갖 것들이 다 있다구요. 늑대인간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지, 안 그래? 벌 받기 전에 늑대인간을 생각했어야지."


말포이가 평사시의 냉정함을 잃고 말하자 필치는 좋아서 목소리마저 갈라졌다. 해그리드가 어둠 속에서 우리들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뒤에서 팽이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커다란 석궁을 들고 있었고, 어깨에는 화살통이 매달려 있었다.


"시간이 거의 다 됐잖아. 난 여기서 30분 동안 기다렸어. 괜찮니, 해리, 로라, 헤르미온느?"

"애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게 굴어선 안 되잖아, 해그리드. 얘네들은 어쨌든 여기서 벌 받으러 온 거니까 말야."

"그래서 늦은 거야? 얘들에게 훈계하느라구? 그건 자네가 할 일이 아나잖아. 이제 자네 할 일은 다 했으니, 여기서부터는 내가 맡을게."

"새벽에 돌아오겠네. 혹 살아 남은 녀석이 있다면 말야."


필치는 심술궂게 덧붙이고는 돌아서서 어둠 속에서 등불을 흔들며 성으로 돌아기기 시작했다. 말포이는 멀어져 가는 필치를 바라보다 해그리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전 저 숲에 들어가지 않을래요."

"호그와트에 머물고 싶다면들어가야 해. 잘못을 했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지."

"하지만 이건 하인이나 하는 일이잖아요, 학생이 할 일이 아니라구요. 전 글을 베껴 쓴다든가 뭐 그런 벌을 받는 줄 알았어요.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줄 아신면, 우리 아버지가...."

"호그와트에서 이렇게 해. 글을 베껴 쓴다구! 그게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낫지 않겟어. 그게 싫으면 나가야지. 네 아버지가 차라리 네가 쫒겨 나길 바란다고 생각하면, 그러면 성으로 돌아가 짐을 싸. 어서!"


해그리드가 성을 내며 말하자 말포이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는 해그리드를 사납게 쳐다았지만 곧 고개를 떨구었다.


"좋아, 그러면. 잘 들어, 우리가 오늘 밤에 할 일은 위험하니까 말야. 그리고 난 아무도 위태롭게 되길 바라지 않아. 잠시 이쪽으로 따라와."


해그리드가 맨 앞에 서서 숲의 입구로 데려갔다. 그는 등불을 높이 들어올린 채,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나있는 좁다란 꼬불꼬불한 길을 가리켰다. 땅에는 반짝이는 은빛 액체가 보였다.

"저길 봐. 땅 위에 반짝이고 있는 저거 보이니?"

"유니콘의 피..."

"맞았어, 로라. 저건 유니콘의 피야. 어쩌면 저 숲 속에 누군가에게 심하게 다친 유니콘이 있을지도 몰라. 벌써 일주일에 두 번째야. 지난 수요일에는 죽은 유니콘을 발견되었거든. 우린 지금 그 가엾은 동물을 찾으러 가는 거야. 우린 어쩜 그 녀석을 죽어야 할지도 몰라. 마냥 고통스러워 신음하는 것보다 그 편이 그 녀석에겐 편안하게 해줄 수 있거든."

"대체 누가 유니콘을 죽였다는 거죠? 유니콘은 신성한 동물이라서 죽이는 그 순간부터 저주를 받잖아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에반스! 유니콘을 습격한 놈이 먼저 우리를 발견하면 어떡해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말포이가 말했다. 저건 왜 끼어들고 그러는 거야!?


"나나 팽과 함께 있으면 이 숲속에 사는 어떤 것도 너희들을 해치지 않을 거야. 길을 쭉 따라 쭉 가다가 두 무리로 갈라져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거야. 도처에 핏자국이 있어. 유니콘이 어젯밤부터 비틀거리며 돌아다닌 게 분명해."

"팽은 제가 데려갈게요."

"좋아."


말포이가 팽의 긴 이빨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해, 그 녀석은 겁쟁이거든. 그러면 나와 해리, 그리고 로라가 한쪽으로 가고, 말포이, 네빌, 팽,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그 반대쪽으로 가는 거야. 자, 만일 누구든 유니콘을 찾으면, 초록색 불빛을 올려, 알았지? 그리고 누구든 곤란한 상황에 빠지면, 빨간색 불빛을 올려. 그러면 우리 모두가 찾아갈 테니까 조심해. 가자."


숲은 어두침침하고 조용했다. 조금 들어가다가 갈림길이 나오자, 해리와 해그리드와 함께 왼쪽 길을 택했고, 말포이와 네빌과 헤르미온느와 팽은 오른쪽 길을 택했다. 

때때로 나뭇가지들 사이로 새어든 달빛이 낙엽 위에 얼룩진 푸르스름한 은빛 핏자국을 비췄다. 


"늑대인간이 유니콘을 죽일 수 있을까요?"

"늑대 인간은 느려서 안 돼."

"유니콘을 잡는 건 쉽지가 않아, 매우 강력한 마력을 지닌 생물이거든. 난 여지껏 한 마리도 다친 걸 본 적이 없어."


해리의 질문에 우리가 대답했다. 이끼 낀 나무 그루터기를 지나 계속 걸어갔다. 


"저 나무 뒤로 가!"


해그리드가 갑자기 우리를 붙잡아 키 근 오크나무 뒤로 잡아끌었다. 그리고 화살 하나를 꺼내 석궁에 맞추고 들어올려 쓸 준비를 했다. 귀를 기울였다. 근처 낙엽 위로 무언가가 스르르 미끄러지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두운 길을 흘끔흘끔 보았다. 그런데 잠시 후, 그 소리가 사라졌다.


"그럴 줄 알았어. 여기에 뭔가 있어선 안 될 게 있는 거야."

"늑대인간이요?"

"그건 늑대인간도 아니고 유니콘도 아냐. 좋아, 날 따라와, 하지만 조심해, 자."


해그리드의 뒤를 따라면서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귀를 기울이며 더 조용히 걸었다. 앞에 있는 공터에서 확실히 무언가가 움직였다.


"거기 누구야? 이리 나와라. 무기를 가졌다!"


해그리드가 소리쳤다. 그리고 허리까지는 빨간 머리와 턱수염을 기른 남자였는데, 허리 아래는 길고 불그스름한 꼬리가 달린 희미한 밤색이 도는 말의 몸을 가진 켄타우로스가 모습을 들어냈다.


"오, 자네였군, 로넌."


해그리드는 켄타우로스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다.


"잘 있었나?"

"안녕하시오, 해그리드. 날 쏘려고 한 거요?"

"조심해요, 로넌. 이 숲속에 무언가 몹쓸 것이 있으니까 말야. 그건 그렇고, 이쪽은 해리 포터와 로라 에반스요. 저 위 학교의 학생들이지. 그리고 이쪽은 로넌이야, 얘들아. 켄타우로스란다."

"저희도 알아밨어요."

"안녕. 학생이라구? 학교에선 많이 배우니?"

"음.... 조금이요."


로넌의 질문에 내가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조금이라. 글쎄, 그게 중요하지."


로넌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밤엔 화성이 아주 밝군."

"그래. 이것 봐, 만나서 정말 기쁘네, 로넌, 왜냐하면 다친 유니콘이 한 마리 있거든. 뭐라도 봤나?"


로넌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태연히 위쪽을 응시한 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아무 잘못없는 무고한 사람들이 첫번째 희생자야.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래."

"맞아. 그런데 뭐라도 봤나, 로넌? 뭐 별다른 거라도...."

"오늘 밤엔 화성이 밝군. 유별나게 밝아."

"맞아, 하지만 난 화성보다는 좀더 가까운 곳에 있는 유별난 것을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뭐 이상한 걸 알아채지 못했다는 건가?"


로넌이 또 되풀이해 말하는 동안 해그리드는 조바심 내며 질문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로넌은 대답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숲은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어."


로넌 뒤에 있는 나무에서 뭔가 움직이자 해그리드는 다시 석궁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건 머리와 몸이 까맣고 로넌보다 더 야만적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켄타우로스였다.


"안녕, 베인. 잘 지내요?"

"안녕하시오, 해그리드. 잘 지내시겠죠?"

"그럼요. 이것 봐요, 로넌에게도 방금 물었는데, 최근에 여기서 뭐 이상한 것 본 적 있소? 실은 다친 유니콘이 한 마리 있어서 말이오. 뭐 아는 것 없어요?"


베인이 걸어와 로넌 옆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밤은 화성이 밟군."

"들었소. 그러면 둘 중 누구라도 뭔가 보면 내게 알려줘요, 그럴 거죠? 우린 이만 가겠어요."


해그리드는 심술이 나서 말했다. 그가 공터를 나서자 우리는 재빨리 해그리드의 뒤를 쫒았다. 나무가 시야를 가로막고 더 이상 로넌과 베인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켄타우로스에게서 제대로 된 대답을 들으려고 하면 절대 안 돼. 별이나 보는 몽상가들이라니까. 세상 일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

"이 숲속엔 켄타우로스들이 많아요?"

"어, 몇 안 돼.... 대체로 남과 잘 사귀려 하지 않지만, 내가 잠깐 한 마디 나누고 싶어하면 잘 나타나 주지. 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동물이야... 많이 알고 있지만... 입 밖에는 잘 안 내거든."

"우리가 아까 들었던 게 켄타우로스 소리였을까요?"

"그건 발굽 소리가 아니였어. 켄타우로스가 유니콘을 죽인다는 것은 더욱더 들어본 적이 없어."


해리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빽빽하고 어두운 나무 사이로 계속 걸어갔다. 그러다가 뒤쪽이 환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하늘 위에 솟아올려진 붉은빛 불빛.


"해그리드!! 봐요! 빨간 불꽃이에요!"


분명히 헤르미온느가 있는 쪽이였다. 해그리드의 팔을 잡아서 내가 외쳤다.


"다른 애들이 위험에 처했나봐요!"

"너희 둘은 여기서 기다려! 길에 가만히 있어! 다시 돌아올 테니."


해그리드는 소리치고 덤블을 헤치고 나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낙엽들이 살랑살랑 떨어지는 것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을 때까지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걔네들이 설마 다치지는 않았겠지?"

"괜찮을 거야.... 그렇게 믿자."


해리의 말에 대답해주고는 해그리드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해그리드가 돌아왔다. 말포이와 네빌과 헤르미온느와 팽도 함께 왔다. 해그리드는 굉장히 성을 나 있었고 우리에게 설명해주었다. 말포이가 몰래 네빌 뒤로 가서 장난으로 그를 놀라게 해서 네빌이 겁을 집어먹고 빨간 불꽃을 올려던 것이다.


"너희들이 이렇게 법석을 떨어 놨으니, 이제 행여나 뭐라도 잡을 수 있겠냐. 좋아, 짝을 바꾸자. 네빌, 넌 나와 헤르미온와 있고, 해리, 로라, 너희들은 팽과 이 얼간이와 가. 미안해."


해그리드는 말하고는 해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뒷말을 했지만 듣지는 못했다. 우린 말포이와 팽과 함께 숲 한가운데로 출발했다. 한 시간쯤 계속해서 들어가자 숲이 너무 울창해서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근처 나무 뿌리에는, 그 가엾은 동물이 고통으로 마구 몸부림쳤던 듯, 피가 튄 얼룩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멀지 않는 곳에 늙은 오크 나무의 뒤엉킨 가지들 사이로 앞에 있는 공터를 볼 수 있었다.


"봐."


해리가 말포이의 팔을 잡아 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가 쳐다보는 쪽을 보자 땅바닥에 뭔가 밝은 하얀색이 어슴푸레 빛났다. 조금 더 가까이 가자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유니콘였다. 유니콘은 그 길고 가느다란 다리들을 이상한 각도로 쭉 뻗고, 진주색으로 빛나는 갈기는 거무스름한 이파리 위에 늘어뜨린 채 누워있었다. 


"해리, 조심해."


해리가 그쪽으로 한 발짝 더 내디뎠을 때 뭔가 주르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공터 가장자리에 있는 덤불이 흔들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두건을 쓴 형상이 나타났다. 그 망토를 쓴 형상은 유니콘에게 다가가더니, 그 동물의 옆구리에 난 상처 부위에 머리를 처박고는 피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유니콘의 피를 마시고 있다....


"아아아악!!!"


말포이가 소름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팽도 사납게 짖으며 달려갔다. 그러자 두건을 쓴 형상이 고개를 쳐들고 우리쪽을, 정확히는 해리쪽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앞자락에서 유니콘의 피가 흐르고 있는 그것은 일어서서 즉시 해리쪽으로 왔고, 꼼작하지 않고 해리의 손목을 잡고는 도망쳤다. 바로 그 순간, 급히 달리는 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우리 위쪽으로 뛰어내려 그 형상을 공격했다. 그 모습에 달리던 것을 멈추고는 지켜보았다. 


"누구?"


형상이 사라지고 로넌도 베인도 아닌 한 켄타우로스 하나가 곁에서 지켜보고 서있었다. 흰빛이 도는 금발에 몸은 팔로미노-갈기와 꼬리는 희고 몸통은 담황색인 말-의 잘생긴 켄타우로스가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그 켄타우로스는 옅은 사파이어 눈동자로 나를 유심히 보더니 내 오른손을 가져가더니 내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왠지 충성을 맹세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착각인가?!


"에?"

"처음 뵙네, 마법 생물체의 지배자여."

"그게 무슨? 전 로라 에반스라고 해요."

"그래, 로라- 그 친구는 괜찮은가."


켄타우로스의 말에 해리가 생각이 나서 해리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무릎을 꿇고 있는 해리를 부축하려고 할 때, 켄타우로스가 그를 잡아 일으켰다.


"해리!"

"괜찮니?"

"네.... 괜찮아요.... 그게 뭐였죠?"

"포터의 아들이구나. 해그리드에게 돌아가는 게 좋겠다. 이런 시간에 숲은 위험하니까.... 특히 네게는 말야. 탈래? 물론 로라도 타. 이 길에서는 그 편이 빠를 거야. 내 이름은 피렌체야."


해리와 내가 탈 수 있도록 앞다리를 굽히며 그가 말했다. 공터 저쪽에서 갑자기 더 빨리 달리는 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숲에서 로넌과 베인이 뛰어나왔다. 땀투성이가 된 옆구리가 위 아래로 씰룩거리고 있었다.


"피렌체!"


베인이 고함을 질렸다. 


"뭐하고 있는 거야? 태우고! 창피하지 않아? 자네가 천한 노샌가?"

"이 애가 누군지 아세요? 포터의 아들이에요. 이 앤 이 숲을 빨리 떠나는 게 좋다구요."

"그 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거지? 기억해, 피렌체, 우리는 하늘에 거스리는 일을 하지 않기로 맹세했어. 행성들의 움직임을 어떤 일이 닥칠지 눈치챘잖아?"


베인이 투덜거렸고 로넌이 신경질적으로 앞발을 땅을 찼다. 


"피렌체는 분명 그게 제일 좋으리라는 생각해서 그렇게 했을 거예요."


해리가 잔뜩 주눅든 목소리로 말하자 베인이 화가 나서 뒷발을 찼다.


"제일 좋으리라는 생각에서!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켄타우로스는 예언되어진 일에 관여해선 안 된다구! 우리의 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인간들을 찾아 당나귀처럼 뒤어다니는 건 우리의 일이 아냐!"


피렌체도 화가 났는지 갑자기 뒷다리로 일어섰으므로, 해리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의 어깨를 꽉 잡아야만 했다.


"저 유니콘을 보지도 못하셨어요?"


피렌체가 베인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것이 왜 죽었는지 이해 못하세요? 아니 행성들이 당신에게 저 비밀을 알려 주지 않았나요? 전 꼭 이렇게 모른 척해야 한다면 차라리 이 숲에 숨어 있어야 하는 운명에 대항할 거예요, 베인, 그래요, 인간들과 함께 말이에요.'


피렌체는 나를 안아들고는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 로넌과 베인을 뒤로 남겨 둔 채 숲속으로 돌진했다. 


"베인이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죠? 도대체, 당신은 절 무엇에게서 구해 준 거죠?"


해리의 질문에 피렌체는 걸음을 늦추고, 해리에게 낮게 늘어진 나뭇가지들에 걸릴지 모르니 고개를 숙이라고 주의를 주었다. 피렌체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아주 빽빽히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을 때 피렌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섰다. 피렌체는 나를 안전하게 내려주었다.


"해리 포터, 너 유니콘의 피가 뭐에 쓰이는지 아니?"

"아뇨. 저흰 마법의 약에는 유니콘 뿔과 꼬리털만 사용해 왔어요."

"그건 유니콘을 죽이는 게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야. 자포자기하고 바닥 인생을 사는 놈들만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이지. 유니콘의 피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라도 살아나게 하지만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해.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고결하고 방어능력이 없는 것을 죽이면, 그 피가 입에 닿는 순간부터 불완전하고 저주받은 삶을 살게 되거든."

"하지만 어느 누가 그렇게 절망적이겠어요? 영원히 저주받을 거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죠,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오래 살아 봤자 특별히 어떤 것을 마실 수 없다면 말야. 강력한 힘과 능력을 회복시켜 주는 것, 영원히 죽지 않게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마실 수 없다면 말야. 포터, 바로 이 순간에 학교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아니?"

"마법사의 돌이오! 물론 불로장수약이죠! 하지만 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누가...?"

"기회를 노리며 삶에 집착해 온 사람, 권력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세월을 기다려온 사람을 전혀 모르겠니?"

"그럼 그게, 볼드...."

"해리! 로라! 괜찮니?"


헤르미온느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뒤에서 해그리드가 헐떡이며 따라오고 있었다. 


"괜찮아. 유니콘이 죽어 있었어요, 해그리드, 저기 저 공터에 있어요."

"이곳에 내려주면 되겠군."


해그리드가 허둥지둥 유니콘을 살피러 가는 것을 보면서 피렌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여기서는 안전하겠다."


해리는 피렌체의 등에서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행운을 빈다, 해리 포터. 켄타우로스조차도 행성을 잘못 이해했던 적이 있었어. 이번에도 그런 경우였으면 좋겠다. 몸 조심하렴, 로라. 알겠지?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고."

"... 조심해서 가세요, 피렌체."


피렌체는 돌아서서 천천히 숲속으로 사라져갔다.

론은 어두운 휴게실에서 우리가 돌아오길 기다리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해리가 그를 거칠게 흔들어 깨우자 그가 퀴디치 반칙에 대해 뭐라고 큰 소리로 잠꼬대를 했다. 그러나 해리가 숲속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말하기 시작하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벽난로 앞에서 천천히 왔다갔다 하면서 말해주었다.


"스네이프는 볼드모트를 위해 그 돌을 원하는 거야. 볼드모트는 숲속에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그동안 줄곧 스네이프가 그저 부자가 되기 위해 그 돌을 가자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왔어."

"그 이름을 말하지마!"


론은 마치 볼드모트가 우리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겁에 질려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듣고 있지 않았다.


"피렌체가 날 구해 줬는데, 그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 베인이 몹시 화를 냈거든. 베인은 행성의 움직임으로 알 수 있는, 곧 일어날 일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어. 행성의 움직임으로 볼드모트가 곧 돌아오리라는 걸 알게 된 게 틀림없어. 베인은 볼드모트가 날 죽이도록 피렌체가 내버려두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별들의 움직임에도 그렇게 나타나 있어나 봐."

"그 이름을 말하지 말라니까!"


론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스네이프가 그 돌을 훔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그러면 볼드모트가 와서 날 죽일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베인이 만족해 할 거야."

"해리, 네가 쉽게 죽지 않게 할 거야. 너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해리, 모두들 그 사람이 두려워하는 건 덤블도어뿐이라고 말하고 있어. 그 사람은 너에게 손대지 못할 거야. 어쨌든 누가 켄타우로스의 말을 옳다고 하겠어? 내게는 꼭 점쟁이 말같이 들리는데. 그리고 점은 마법 중에서도 아주 부정확한 마법이라고 맥고나걸 교수가 말하셨잖아."


헤르미온느는 겁에 질려있었지만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다. 나도 해리의 손을 잡고 위로를 해주었다.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이야기를 멈췄다.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목도 아프고 지칠 대로 지쳐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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