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순식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되었다. 루핀 교수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아이는 슬리데린의 말포이 패거리뿐이었다.


"저 망토 꼴 좀 봐. 옷 입은 꼴이 꼭 우리 집에 있는 늙은 집요정 같단 말야."


루핀 교수가 지나가면 말포이는 큰 소리로 대놓고 이렇게 비웃곤 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여기저기 기우고 해진 루핀 교수의 망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았다. 그의 다음 수업들도 첫 수업만큼이나 재미있었다. 보가트에 이어 그들은, 성의 지하 감옥이든 황량한 싸움터의 후미진 곳이든 어두운 곳에 숨어서 길 잃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레드 캡이라는 도깨비를 공부했다. 그리고 레드 캡 다음엔 카파였다. 그건 연못에서 사면서, 무심코 연못을 걸어서 건너는 사람들을 목 졸라 죽이는, 비늘과 물가퀴가 있는 원숭이처럼 생긴 소름 끼치는 유령이었다. 

마법의 약 교수인 세베루스는 요즘 들어서 특히 더 그린핀도르 학생들에게 심술을 부렸다. 보가트가 그의 모습으로 변했으며, 네빌이 그 보가트에게 자기 할머니의 옷을 입혔다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는 학교 안에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그는 그것을 대단히 못마땅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루핀 교수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눈을 무섭게 번득였으며, 네빌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심하게 괴롭혔다. 

탑 꼭대기에 있는 숨막힐 듯한 방에서 이상하게 생긴 모양과 기호들을 해독하며 보내야 하는 점술 수업 시간, 트릴로니 교수는 언제나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해리를 바라보았으므로, 그녀가 아무리 많은 학생들에게 존경이라고 할 수 있는 걸 받고 있다고 해도, 그녀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패르바티 패틸과 라벤더 브라운은 점심 시간에도 노상 트릴로니 교수의 탑 방으로 드나들며, 마치 다른 아이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다니곤 했다. 그 애들은 또 해리에게 말할 때마다 그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기까지 했다.

한편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건 히포그리프에게 인사만 해야 했던 첫 수업 이후, 몹시 지루해졌기 때문이다. 해그리드는 자신감을 잃은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동물일 것 같은 플로버웜이라는 벌레를 돌보는 방법만을 계속해서 배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귀찮게 이런 동물들을 돌보려는 거지?"


론이 한 시간 내내 쪽쪽 찢은 양상추를 플로버웜의 끈적끈적한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을 하고 나서 이렇게 투덜거렸다. 

10월이 되자, 퀴디치 시즌이 다가오자, 해리는 일주일에 사흘 저녁을 할애해야 하는 맹훈련에 들어갔다. 날씨는 점점 더 춥고 축축해졌으며 해는 점점 더 짧아졌지만, 땅이 아무리 질퍽질퍽하고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고 비가 아무리 퍼부어대도 이번에야말로 대형 은빛 퀴디치 우승컵을 거머쥐고야 말겠다는 해리의 다부진 결심을 퇴색시키지는 못했다. 


해리가 퀴디치 연습을 하고 우리는 휴게실에 앉아서 숙제를 하고 있을 때, 게시판에 새로운 공고문이 붙였다. 그 공고문은 10월 31일, 할로윈 데이에 호그스미드에 간다는 공고문이였다. 

해리가 저녁 훈련을 마치고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로 들어오자 휴게실 분위기가 이상하게 술렁거리는 것을 알아차리자 난로가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서 별자리표를 만드는 천문학 숙제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니?"

"호그스미드에 간대."


론이 낡을 대로 낡은 게시판에 붙어 있는 공고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10월 말일, 할로윈 데이에."

"좋았어."


해리에 이어 초상화 구멍으로 들어온 프레드가 말했다.


"난 종코의 장난감 가게에 가야 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총알이 거의 다 떨어졌거든."


해리는 옆에 있는 의자에 푹 주저앉았다.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해리, 다음번엔 틀림없이 갈 수 있을 거야."


그녀가 해리를 위로해주었다.


"블랙은 곧 잡힐 거야. 이미 한 차례 발견되어잖아."

"블랙은 호그스미드에서 어리석은 짓을 할 사람이 아냐."


론이 옆에서 충동질을 했다.


"이번엔 갈 수 있는지 맥고나걸 교수에게 한 번 여쭤 봐, 해리. 다음번이라는 게 언제일지도 모르잖아...."

"론!!!"


나와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해리는 학교 밖으로 나가면 안 돼."

"맞아. 해리는 조심해야 한다고."

"3학년 중에서 가지 않는 애는 아마 해리밖에 없을 거야."


론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맥고나걸 교수에게 부탁해 봐. 어서, 해리."

"그래, 그래야겠어."

"해리!"


해리가 결심을 한 듯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 크룩생크가 그녀의 무릎 위로 살짝 뛰어올랐다. 그 고양이의 입에는 커다란 죽은 거미 한 마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엇다.


"이 녀석은 그걸 꼭 우리 앞에서 먹어야 하니?"


론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크룩생크, 그걸 너 혼자 잡았니?"


헤르미온느가 대견한 듯 바라보았다. 크룩생크는 노란 눈으로 오만하게 론을 쳐다보며, 거미를 천천히 씹어먹었다.


"그 녀석 좀 저쪽으로 치워."


론이 다시 천문학 숙제를 하며서 화를 내며 말했다.


"내 쥐 스캐버스가 가방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단 말야."


해리는 길게 하품을 했다. 그는 가방을 끌어당기고 양피지와 잉크와 깃펜을 꺼내 숙제를 시작했다.


"원하면 내 거 보고 해도 돼."


론이 자신이 만든 화려한 별자리표에 마지막 별을 붙인 뒤 해리에게 밀며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숙제 베끼는 건 질색했으므로, 입술을 오므리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크룩생크는 숱많은 꼬리를 가볍게 휙휙 휘두르며 여전히 눈 하나 깜작이지 않고 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잇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고양이가 와락 덤벼들었다.


"어!"


크룩생크가 가방 속 깊숙이 네 발을 집어넣고 사납게 북북 찢기 시작하자 론이 가방을 움켜쥐며 고함을 질렀다.


"저리 가, 이 멍청항 고양이야!"


론이 크룩생크에게서 가방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크룩생크는 착 달라붙어서 으르렁거리며 닥치는대로 물어뜯었다.


"론, 고양이를 다치게 하지 마!"


헤르미온느가 울먹이며 소리 질렀다. 학생 휴게실에 있는 아이들은 일제히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잇었다. 론이 크룩생크가 착 달라붙어 있는 가방을 핑핑 돌리자, 스캐버스가 가방 밖으로 퉁켜져 나왔다.


"저 고양이를 잡아!"


크룩생크가 가방에서 빠져나와 탁자 위로 튀어 오르며 겁에 질린 스캐버스를 쫒아가자 론이 소리쳤다. 조지는 재빨리 크룩생크를 잡으려고 달려갔지만 놓치고 말았다. 스캐버스가 사라들의 다리 사이로 쏜살같이 달아나 낡은 서랍장 밑으로 들어가 버리자, 크룩생크가 그 앞에 안짱다리를 구부리고 쪼그리고 앉아 앞발로 사납게 치기 시작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론은 헤르미온느가 크룩생크의 몸통을 잡아 번쩍 들어 올린 뒤에야 겨우 바닥에 바짝 엎드려 스캐버스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 녀석 좀 봐!"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가죽하고 뼈뿐이야! 제발 저 고양이가 이 녀석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해줘!"'

"크룩생크는 그게 나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해!"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양이가 쥐를 쫒는 건 당연한잖아, 론!"

'저 고양이는 좀 이상한 데가 있어!"


론이 치민 듯이 몸을 떨고 있는 스캐버스를 달래어 주머니 속에 넣으며 말했다.


"저 녀석은 분명히 내가 스캐버스가 가방 속에 있다고 한 말을 들은 거야!"

"허튼 소리 좀 작작해."


헤르미온느가 성급하게 말했다.


"크룩생크는 스캐버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야. 론, 넌 어떻게 된 애가...."

"저놈은 스캐버스를 잡아먹고야 말 거야!"


론이 주위 사람들이 낄길거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스캐버스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줄 알기나 하니? 더군다나 녀석은 지금 아프기까지 하단 말야!"


그러더니 론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휴게실에서 나가 남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론은 다음날에도 여전히 헤르미온느에게 화가 나 있었다. 약초학 시간에도, 론은 강낭콩으로 실습하는 내내 헤르미온느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스캐버스는 어떠니?"


헤르미온느가 콩나무에서 진이 많은 핑크빛 꼬투리를 까서 나무 들통에 반짝이는 콩들을 털어 넣다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녀석은 벌벌 떨면서 내 침대 밑에 숨어 있어."


론이 홧김에 휙 던지자 콩들이 들통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온실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졌다.


"조심해라, 위즐리, 조심해!"


콩이 흩어져 있는 걸 보고 스프라우트 교수가 소리쳤다.

이 시간이 끝나면 바로 변신술 수업이였다. 교실 바깥에 늘어선 아이들 틈이 끼어있을 때, 앞줄에서 갑자기 소동이 일어났다. 라벤더 브라운이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패르바티가 그녀를 감싸안고 시무스와 딘에게 뭐라고 설명하고 잇었는데, 그 애들은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라벤더?"


헤르미온느가 우리와 함께 그쪽으로 걸어가 물었다.


"오늘 아침에 집에서 편지가 왔었는데."


패르바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라반더의 토끼 빙키가 여우에게 물려 죽었대나봐."

"오, 안됐구나, 라벤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어야 햇어!"


라벤더가 비참하게 말했다.


"오늘이 며칠인지 아니?"

"그게..."

"10월 16일이야! '네가 두려워하고 있는 일, 그것은 10월 16일에 일어날 것이다'라는 말 생각나니? 교수님 말이 맞았어, 교수님 말이 맞았다구!"


이제 거의 모든 아이들이 라벤더 주위로 모여 있었다. 시무스는 심각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헤르미온느는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네가.... 네가 빙키가 여우에게 물려 죽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단 말이니?"

"글쎄, 꼭 여우라고는 할 수 없지만."


라벤더가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헤르미온느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난 확실히 빙키가 죽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어."

"오."


헤르미온느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물었다.


"빙키가 늙은 토끼니?"

"아... 아니?"


라벤더가 훌쩍거렸다.


"빙.... 빙키는 아직 새끼야."


패르바티가 라벤더의 어깨를 꼭 감싸안았다.


"그러면, 넌 왜 빙키가 죽는 걸 두려워했는데?"


헤르미온느가 따지듯 물었다. 패르바티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글쎄, 상황을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


헤르미온느가 다른 아이들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심지어 빙키는 오늘 죽는 것도 아니야, 그렇지? 오늘 그 소식을 들은 것뿐이잖아..."


라벤더가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그리고 라벤더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두려워하고 있었을 리가 없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 아냐."

"헤르미온느 말은 신경쓰지 마, 라벤더."


론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앤 다른 사람들의 애완 동물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니까."


바로 그 순간에 맥고나걸 교수가 교실로 들어온 건 천만다행이었다. 헤르미온느와 론이 서로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시작되자, 그들은 해리와 나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앉아 수업 시간 내내 서로에게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맥고나걸 교수가 호그스미드 이야기를 꺼냈다.


"잠깐만요!"


학급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가려 하자 그녀가 외쳤다.


"여러분들은 모두 내가 담당하고 있는 기숙사에 있으니까, 호그스미드 허가서는 할로윈 데이 전까지 내게 제출하도록 하세요. 허가서가 없으면 그 마을을 방문할 수 없다는 걸 잊지 마세요!"


네빌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교수님, 전... 전 잃어버린 것 같아요...."

"네 허가서는 할머니께서 직접 보내 주셨단다, 롱바텀. 그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더구나. 자, 이상이에요. 이제 가도 좋아요."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지금 물어봐."


론이 해리에게 말했다.


"어,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말을 꺼냈다.


"어, 해리."


론이 완강하게 말했다. 해리는 다른 아이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맥고나걸 교수의 책상으로 향했다.


"왜 그러니, 포터?"


해리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교수님, 제 이모와 이모부께서... 저.... 제 허가서에 사인해 주는 걸 잊으셨어요."


그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맥고나걸 교수는 안경 너머로 그를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러는데... 저... 괜찮을까요... 제 말은, 제가... 제가 호그스미드에 가도... 괜찮을까요?"


맥고나걸 교수는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에 있는 종이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안 될 것 같구나, 포터."


그녀가 냉정하게 말했다.


"내 말 들었잖니. 허가서가 없으면 호그스미드를 방문할 수 없단다. 규칙이야."

"하지만... 교수님, 제 이모와 이모부는... 아시겠지만, 그들은 머글이라,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호그와트의 서류나 뭐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예요."


해리가 말하는 동안, 론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여 그를 격려해주었다.


"교수님께서 제가 가도 좋다고 말씀만 해주신다면..."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일어서서 서류들을 깔끔하게 모아서 서랍 속에 넣으며 말했다.


"그 허가서에는 부모나 보호자의 허락만이 유호하다고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그녀가 기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미안하구나, 포터. 하지만 그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단다. 서두르는 게 좋겠다. 다음 수업에 늦겠구나."


론은 교실을 나와자마자 맥고나걸 교수의 험담을 있는 대로 늘어놓아서 헤르미온느를 매우 약오르게 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모두가 다 하느님의 뜻이다'라는 태평한 표정을 지어 론을 훨씬 더 화나게 만들었다. 

글씨 흉내내는 재주가 있는 딘 토마스가 버논의 사인을 대신 해주겠다고 했지만, 해리가 이미 맥고나걸 교수에게 사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 뒤였으므로 아무 소용이 없었다. 론은 하다못해 투명 망토를 쓰고 가라고 넌지시 말했지만, 그 즉시 헤르미온느는 투명 망토를 입어도 디멘터를 속일 수는 없다던 덤블도어 교수의 말을 시켜주었다. 


"모두들 호그스미드에 대해 야단스럽게 떠들어대지만, 해리, 사실 소문처럼 대단한 것은 아냐."


퍼시가 해리를 위로랍시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 과자가게는 꽤 괜찮은 편이지. 하지만 종코의 장난감 가게는 솔직히 좀 위험해.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도 꽤 가볼 만한 곳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해리, 그곳들 말고는 재미있는 게 별로 없어."


퍼시의 위로는 해리의 기분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

할로윈 데이 아침이 되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허니듀크 과자가게에서 과자 많이 사다 줄게."


헤르미온느가 그에게 몹시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엄청 많이."


론이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곤란에 처하게 되자 마침내 크룩생크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던 일을 잊고 넘어가게 되었다.


"내 걱증은 마."


해리는 아무렇지 않는 척 하며 말했다.


"연회에서 보자. 즐겁게 보내."


해리가 우리와 함게 현관 안의 커다란 홀로 가자, 필치가 정문에 서서 수상쩍은 눈초리로 긴 명단에 있는 이름과 얼굴을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혹시 나가서는 안 될 사람이 몰래 빠져나가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넌 안 가니, 포터?"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나란히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디멘터 앞을 지나가기가 겁나서?"


해리는 그를 무시하고는 혼자 대리석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런 해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헤르미온느와 론과 함게 호그스미드로 향했다. 


호그스미드는 이엉으로 이은 작은 집들과 가게들이 붙어져있는 마을이였다. 이 마을 사람들이 전부 마녀 혹은 마법사라니... 믿을 수가 없네. 허니듀크로 들어가서는 해리의 선물을 골랐다. 선반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흥미로운 모양의 과자들로 가득했다. 크림색의 누가 사탕과,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각형 모양의 핑크빛 코코넛 아이스와, 통통하게 생긴 꿀 색깔의 태피를 비롯해, 죽 늘어서 있는 수백 가지 종류의 초콜릿과,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와, 언젠가 론이 말했던 먹으면 몸이 둥둥 뜨는 피징 위즈비라는 샤베트도 있었다. 한쪽 벽에는 또 특별한 효과를 내는 과자들만 따로 진열되어 있었다. 며칠동안 터지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히아신스 색깔의 거품들로 방을 가득 채우는 풍선껌도 있었고, 쪽쪽 찢어지면서 이빨 사이에 낀 것을 제거해주는, 민트향이 나는 이상한 실껌과,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시큼한 산성 캔디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매운 아주 작은 까만색 고추 도깨비와, 씹으면 찍찍거리며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나는 쥐 모양의 얼음 과자와, 먹으면 실제로 위장 속에서 팔딱팔딱 뛰는 두꺼비처럼 새긴 페퍼민트 크림과, 부러지기 쉬운 깃펜 사탕과, 폭발하는 봉봉 사탕도 있었다.


"그거 전부 다 살 거니?"

"응. 해리가 즐거워하겠지?"

"로라는 은근히 과보호라니까."

"그런가?"

"그래. 해리를 꼭 누나처럼 챙기려고 하니까..."


헤르미온느와 론의 말에 그저 웃어버렸다. 


"해리를 처음 봤을 때, 그 아이를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거든. 엄청나게 빼빼 말라놓은 애어른 같은 해리를 보자마자 그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런 성격이 만들었는지 몰라."


헤르미온느와 론의 말에 중얼거러면서 나는 계산을 하기 위해서 향했다. 그리고는 챙길 수 있을 만큼 챙기고는 나머지는 헤르미온느와 론에게 맡겼다. 


"로라?"

"그럼 둘이서 더 보고 와! 난 먼저 호그와트로 돌아갈게!그리고 그거 해리에게 전해줘."


헤르미온느와 론에게 말하고는 나는 호그와트로 향했다. 그리다가 작은 술집,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나오는 급하게 나오는 소년과 부딪치고 말았다.


"로우?"

"로라?"


길바닥에 넘어져서는 내 앞에 선 로우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로우는 나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나는 그 손을 잡고는 몸을 일으나서는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다치진 않았지?"

"응."

"그럼... 나랑 같이 돌아다닐래?"

"어? 하지만 나는 호그와트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는걸. 나랑 같이 돌아다니자. 응? 부탁해."


로우가 나에게 부탁을 하자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는 내 손을 잡고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는 우체국을 지나서 뱅스와 종코의 장난감 가게로 들어갔다. 


"오, 이거 재미있겠다."

"로우...."

"다음에 드레이코에게 장난이나 쳐 볼까나?"

"로우."

"자, 로라. 너도 이리와서 봐!"


똥 폭탄과 딸꾹질 사탕과 개구리 알 비누와 코를 무는 찻잔을 보면서 흥미로워하는 로우를 한심스럽다듯이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하이 텐션인 로우를 보면서 나는 어떤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붉은 머리칼의 위즐리 쌍둥이 형제의 뒷모습을 발견하자 로우의 소매를 잡았다.


"나가자."

"어째서?"

"어서."


로우는 내가 갑자기 나가자고 하는 것에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내 뒤를 따라왔다. 나는 그를 끌고 마법사들의 각종 도구 상점인 더비시를 지나서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 흉가는 다른 지역들보다 약간 높은 지대에 서 있는 데다 창문마다 널판지가 둘러쳐져 있고 정원에 잡초가 우거져 있어서인지 대낮인데도 으스스해 보였다. 호그와트 유령들조차 이곳에 오길 꺼린다고 했다. 


"왜 여기에 온 거야? 무슨 일 있어?"

"너야말로.... 무슨 일 있니?"


로우의 질문에 내가 질문했다. 내 질문에 로우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무런 일도 없었어."


한참 있어야지 결국에 그 말이 나왔다. 


".... 그래."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깨묻지 않았다. 깨물어서 안 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비밀이 없는 인간은 없다. 그리고 그 비밀은 다른 사람이 멋대로 파해쳐서는 안 되는 것이겠지.


"돌아가자, 호그와트로."


내가 말하자 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사이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리고 호그와트 정문을 지나서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너랑 나는 닮았어."

"하아?"


지하 감옥쪽으로 가려던 로우가 걸음을 멈추고는 나에게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닮았어, 매우. 넌 해리를 지키려고 하고 나는 드레이코를 지키려고 하지."

"아... 그렇구나."

"그리고 난 슬리데린이지만 그리핀도르가 싫지 않아. 그리고 너도 그리핀도르면서 슬리데린이 싫지 않잖아."

"맞어. 그렇게 생각하면 닮은 점이 많구나. 넌 말포이랑 사촌이고, 나는 해리와 사촌."

"응."


내가 말하자 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서로를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곧 우리는 정원으로 가는 계단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초반에는 마법의 약과 변신술에 대한 지식을 교환하는 것이였다. 변신술을 잘하는 로우와 마법의 약을 잘하는 나니까,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그리고 슬슬 본론을 말하는 로우.


"있지..... 드레이코랑 처음으로 싸웠어."

"그래서 그렇게 급하게 스리 브룩스틱스에서 나온 거구나."

"맞아. 난 이모부와 이모에게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웬만하면 그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거든."

"부모님이 아즈카반에 있으니까."

"그것도 그렇고.... 원래는 필요없는 자식이니까, 나란 존재는. 이모와 이모부에 더 이상 부담을 지고 싫어."


로우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속에 들어 잇는 깊은 고독과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말에 나는 로우의 머리를 쓱쓱 쓰담았다. 


"뭐야?"

"그냥."

"... 어린애 취급같아서 기분은 나쁜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해."

"계속 해줄까?"

"그래 줄래?"

"난 그리핀도르지만, 내 손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해. 대신 대가를 받겠지만."

"대가를 받는 거냐?"

"물론이지."


로우는 내 말에 웃어버렸다. 그 웃음이 내 또래의 소년으로 보이게 했다. 그 동안 쭉 혼자서 눈물을 삼켜왔던 것이구나. 


"언니!!!"


우리 둘의 심각한 분위기는 누군가 나를 부르는 부르는 앳된 목소리에 멈췄다. 로우는 다시 또래의 소년이 아니라 애어른처럼 변해버렸다. 그게 안타까워서 그를 보다가는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보자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슬리데린 기숙사의 망토를 착용하고 있는 어린 소녀 두 명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실비아, 미셸."


내가 그녀들의 이름을 부르자 소녀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달려왔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리고는 품에 안겨드는 두 어린 소녀. 허리에서 그 묵직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는 사이야?"

"병원에서 만난 친구야."

"병원?"

"머글들이 아프다면 가는 병원 말이야. 성뭉고 병원 같은데."

"아아."


뼛속까지 마법사인 로우는 내가 보충 설명으로 하자 그제서야 이해했다. 


"어디 아팠니?"

"아니~ 로라 언니는 플루 가루로 잘못 이동해서 오게 된 거야."

"맞아. 바보같지?"

"미셸!!! 실비아!!!"


로우의 말에 나 대신 대답한 미셸의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실비아의 한심스럽다는 목소리에 나는 그녀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을 말해버리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플루 가루로? 머글들에게 들킨 거야?"

"뭐 그렇지."

"잘도 살아남았구나."

"미셸과 실비아의 도움으로 도망쳤지. 어떻게든 말이야. 아, 맞다. 너희들에게 선물이 있어."


나는 주머니에 가득 담겨져있는 허니듀크의 과자들을 실비아의 미셸에게 넘겨주었다. 


"단 것 아직도 좋아하지?"

"고마워, 언니!"

"미셸, 그만 가자. 아스토리아가 기다리겠다."

"아, 맞다. 그럼 또 봐, 로라 언니!"

"그래."


둘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가버린다. 여전히 미셸을 잘 챙기는 실비아. 처음에 만났을 때도 그랬다. 겁에 잔뜩 질려있는 미셸이 실비아의 뒤에 숨었고 실비아 본인 역시 겁을 잔뜩 먹은 주제에 미셸을 지키려고 했었다.


"부탁해도 되겠니, 로우?"

"뭘?"

"미셸과 실비아는 순수혈통이 아니야. 그러니까 슬리데린 기숙사에서 네가 그 애들을 지켜줬으면 좋겠어. 알다시피 유치한 녀석들이 몇명 있는 것 같으니까."

"...."

"그 아이들은 마녀, 아니 마법을 믿는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들어가야했어. 나도 거기서 일주일동안 감금되어서 어떤 곳인지 잘 알아. 머글들이 무섭다고 느낀 것은 그것이 두번째였어. 그러니까 부탁해."


나는 로우의 손에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를 손에 올리면서 말했다.


"이건 뭐야?"

"입이 심심하면 먹으라고."

"저 아이들을 지키라는 뇌물은 아니고?"

"들켰네. 부탁할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할게."

"그거면 충분해."


나는 로우에게 말했다. 슬슬 호그스미드에 간 학생들이 돌아올 시간이라서 로우는 슬리데린 휴게실로, 나는 그리핀도르의 휴게실로 향했다. 그리핀도르의 휴게실에서는 독서를 하고 있을 때 앞에 누군가 앉는 소리에 책에서 시선을 뗐다.


"금방 돌아왔네."

"네가 없어서 재미가 없었어."

"진짜?"

"반만."

"반?"

"나머지 반은... 걱정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야."


해리에게 내가 말하고는 다시 책에 시선을 돌렸다. 


"이것 봐.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만큼 다 가져왔어."


허니듀크의 각종 빛깔의 과자들을 해리의 무릎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해질 무렬, 론과 헤르미온느가  찬바람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어느 때보다도 신나게 지낸 듯한 표정으로 학생 휴게실에 나타났다.


"고마워."


해리가 아주 작고 까만 고추 꼬마도깨비 다발을 집어 들며 말했다.


"호그스미드는 어땠니? 어디 어디 갔었니?"


헤르미온느와 론은 모든 곳을 다 돌아다닌 것 같았다. 


"우체국은 정말 멋진 곳이야, 해리! 2백 마리 정도의 부엉이들이 편지를 보통으로 보내는지 속달로 보내는지에 따라 각종 색깔로 표시된 선반에 조르르 앉아 있었어!"

"허니듀크에는 생전 처음 보는 케이크가 있더라구! 무료 시식 코너를 마련해 두고 있었는데, 조금밖에 못 먹었어..."

"우린 사람 잡아먹는 도깨비를 본 것도 같아. 정말이지, 스리 브룸스틱스에는 온갖 게 다 있었어...."

"몸을 따뜻하게 데워 줄 버터 맥주를 사다 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넌 뭐했니?"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공부했니?"

"아니. 루핀 교수 사무실에서 차 한 잔 마셨어. 그런데 스네이프 교수가 들어와서는...."


그는 우리에게 세베루스가 들고 온 이상한 약에 대해서 모두 말해주었다. 론의 입이 쩍 벌어졌다.


"루핀 교수가 그걸 마셨단 말야?"


그는 놀란 것 같았다.


"정신 나간 거 아냐?"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우리 이제 그만 내려가는 게 좋겠어. 5시에 연회가 시작되잖아...."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론은 계속해서 세베루스에 대해 말하며 서둘러 초상화 구멍으로 나가 연회장으로 밀려가는 사람들 속에 끼었다. 


"하지만 그가 만약...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초조하게 주위를 흘금흘금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가 만약 루핀 교수를.... 독살하려고 했다면... 해리 앞에서 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현관 안의 커다란 홀에 도착해 연회장으로 들어가며 해리가 말했다.

연회장은 촛불이 가득 들어 잇는 수천 수백 개의 호박과, 구름 떼처럼 몰려 있는 날개를 퍼덕이는 살아 잇는 박쥐와, 폭퐁우가 올 듯한 천장에 매달려 화려한 물뱀처럼 흐느적거리고 있는 불타는 듯한 오렌지 빛깔의 장식 리본들로 화려하게 꾸며져있었다. 음식은 맛있었다. 허니듀크 과자가게에서 배가 터지도록 먹고 온 헤르미온느와 론조차도 차려진 음식을 두 그릇씩 먹어치웠다. 루핀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는 마법 교수님인 키가 아주 작은 플리트윅 교수에게 활기 넘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연회는 호그와트의 유령들이 준비한 오락 프로그램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들은 벽과 테이블에서 튀어나와 활공 편대 비행 같은 걸 보여주었다. 그리핀도르의 유령인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그 자신의 목이 서투르게 잘려지는 모습을 재연해 보여서 큰 박수를 받았다. 그리핀도르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리핀도르 탑으로 갔다. 그런데 뚱보 여인의 초상화가 있는 복도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잔뜩 웅성대고 있었다.


"왜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거지?"


론이 의아한 듯 말했다. 앞에 있는 아이들 머리 위로 상황을 살펴보았다. 초상화가 닫혀있는 것 같았다.


"좀 지나갑시다."


퍼시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거드름을 부리며 사람들 사이로 바쁘게 걸어 들어갔다.


"왜 들어가지 않고 여기에 모여 있는 거니? 설마 모두 암호를 까먹었을 리는 없을 테고... 미안하지만, 난 회장이야."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앞줄에서부터 조용해지더니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퍼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가서 덤블도어 교수님 좀 모셔와, 빨리."


아이들의 고개가 돌려졌다. 뒤에 있는 아이들은 까치발을 들고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막 도착한 지니가 물었다. 잠시 후 덤블도어 교수가 도착해 초상화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그리핀도르 아이들은 덤블도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바짝 붙어 섰고, 우리는 무슨 일인지 보려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럴 수가..."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팔을 잡앗다. 뚱보 여인이 초상화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초상화가 마구 난도질되어 캔버스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그림의 상당 부분이 완전히 찢겨져 나가고 없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엉망이 되어 버린 그림을 한 번 슬적 쳐다보고는 침울한 얼굴로 돌아섰을 때, 맥고나걸 교수와 루핀 교수와 세베루스가 허둥지둥 다가왔다.


"뚱보 여인을 찾아야 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 즉시 필치씨에게 가서 성 안에 있는 그림들을 샅샅이 뒤져 뚱보 여인을 찾으라고 일러 주세요."

"쉽지 않을 거요!"


누군가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그건 소리의 요정 피브스였다. 그는 파괴적이거나 걱정스런 광경을 보았을 때는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들 위에서 까불거리며 기뻐 날뛰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피스브?"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묻자, 피브스의 미소가 조금 사라졌다. 그는 감히 덤블도어 교수를 비아냥거리지는 못했다. 대신 그의 목소리가 낑낄거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유감스럽지만, 교장 선생님, 뚱보 여인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아요.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거든요. 그녀는 4층에 있는 풍경화로 달려가 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는 걸 보았어요. 뭔가 무시무시한 말을 외치대면서 말예요."


그가 유쾌하게 말했다.


"가엾게도 말이죠."


그는 전혀 가엾게 느끼지 않는 것 같은 말투로 덧붙였다.


"뚱보 여인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말했나?"


덤블도어가 조용히 물었다.


"그렇구 말구요, 교장 선생님."


피브스가 폭탄 선언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로 말했다.


"뚱보 여인이 안으로 들어보내려 하지 않자, 그자가 굉장히 화를 냈어요."


피브스가 몸을 홱 뒤집어 양다리 사이로 덤블도어를 보며 씨익 웃엇다.


"그는 성격이 좀 거칠잖아요. 시리우스 블랙 말이에요."


덤블도어 교수는 그리핀도르 아이들을 모두 다시 연회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10분 뒤엔 후플푸프, 래번클로, 슬리데린 아이들도 왔다.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여러 교수님들과 난 성을 철저히 수색해야 합니다."


맥고나걸 교수와 플리트윅 교수가 연회장 출입문을 모두 닫자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안전을 위해 오른 밤 모두 이곳에서 자야 할 것 같군요. 반장들은 연회장 입구에서 보초를 서 주길 바랍니다. 모든 건 전교 회장에게 맡겨 두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게 발견되면 내게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그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으스대고 잇는 퍼시에게 덧붙였다.


"아무 때라도 유령들에게 전해 주면 내게 곧장 연락이 될 겁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말을 마치고, 연회장을 떠나려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다시 말했다.


"아, 그렇지. 이게 필요하겠군요...."


그가 지팡이를 한 번 쓱 휘두르자 긴 테이블들이 연회장 가장자리로 날아가 벽에 기대어 섰다. 그리고 또 한 번 휘두르자 마룻바닥에 수백 개의 푹신한 보랏빛 침낭들이 가득 찼다.


"잘들 자요."


덤블도어 교수가 문을 닫고 나가며 말했다. 연회장이 금방 흥분으로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리핀도르 아이들은 막 일어났던 일을 다른 기숙사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있었다.


"모두들 침낭 속으로!"


퍼시가 소리쳤다.


"자, 이제, 더 이상 잡담 말고! 10분 뒤 불을 끈다."

"저리 가자."


론이 우리에게 말했다. 우리는 침낭 네 개를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갔다.


"블랙이 아직도 성 안에 있을까?"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속삭였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론이 말햇다.


"그가 오늘 밤을 택한 게 천만다행이었어."


옷을 입은 채로 침낭 속으로 기어 들어가 턱을 괴고 눕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우리가 탑에 없었던 밤이었잖아...."

"도망 다니느라 날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나 봐."


론이 말했다.


"오늘이 할로윈 데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야. 만약 오늘이 할로윈이라는 걸 알았다면 여기 연회장에 나타났을 거 아냐."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들 주위에 있는 아이들도 모두 서로 똑같은 걸 묻고 있었다.


"그자 어덯게 들어왔을까?"

"순간 이동을 할 줄 아는지도 모르지."


조금 떨어져 있는 래번클로 아이가 말했다.


"그냥 뿅하고 나타나는 거 말야."

"변장했을지도 몰라."


후플푸프의 5학년생이 말했다. 


"날아 들어왔을 수도 있어."


딘이 넌저시 말했다.


"아이 답담해. 정말이지 《호그와트의 역사》라는 책을 읽은 사람이 나빡에 없는 거니?"


헤르미온느가 듣다 못해 약간 짜증스러워하며 우리에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론이 말했다.


"왜?"

"이 성벽에는 사람들이 몰래 들어오는걸 막기 위해 온갖 종류의 마법을 걸어놨어. 이곳에서는 순간이동을 쓸 수 없어. 그리고 디멘터를 속일 수 있는 변장술도 없구. 더욱이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오는 입구마다 보초를 서고 있으니까 행여 블랙이 날아 들어왔대도 알 수 있었을 거야. 또 필치는 모든 비밀 통로들을 다 알고 있어. 그곳에도 물론 디멘터가 있구 말야...."

"이제 불을 끈다."


퍼시가 소리쳤다.


"모두 침낭 속으로 들어가고 더 이상 말하지 마!"


촛불이 한꺼번에 다 꺼졌다. 이제 불빛이라곤 반장들에게 심각하게 말하며 떠다니고 있는 은빛 유령들과 바깥의 하늘처럼 별들이 빛나고 있는 마법의 천장에서 나오는 별빛이 전부였다. 그러나 연회장에서는 여전히 여기저기 소근대는 속삭임 소리가 들렸다. 

교수님들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연회장을 살피고 돌아갔다. 많은 학생들이 마침내 골아떨어진 새벽 3시쯤에 덤블도어 교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퍼시를 찾아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퍼시는 침낭들 사이사이를 걸어다니며, 속닥대고 있는 아이들을 나무라고 있었다. 퍼시가 우리들 근처에 서성이고 있을 때 덤블도어 교수의 발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우리는 얼른 잠자는 척했다.


"어떤 흔적이라도 있나요, 교수님?"


퍼시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없단다. 여기는 모두 괜찮니?"

"모든 게 잘되고 있습니다."

"다행이구나. 지금 애들은 굳이 옮길 필요는 없구, 그리핀도르 초상화 구멍을 지키는 임시 경비원을 구해 두었으니 내일은 돌아갈 수 있을 게다."

"그런데 뚱보 여인은요?"

"2층에 있는 지도에 숨어 있단다. 암호를 말하지 않는 블랙을 들여보내지 않으려 하자 그가 공격을 한 것 같더구나.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지만 좀 진정되면 필치씨를 시켜 초상화를 원래대로 복구시킬 계획이란다."


그때 연회장 문이 삐걱 하고 다시 열리는 소리와 더 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교장 선생님?"


세베루스의 목소리. 


"3층을 다 수색했는데 없었어요. 그리고 필치는 지하 감옥을 모조히 살펴보앗는데 역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천문 탑은요? 트릴로니 교수의 방은요? 부엉이장은요?"

"모두 다 샅샅이 뒤져 보앗지만...."

"수고했어요, 세베루스. 블랙이 아직까지 어정거리고 있을 리가 없겠죠."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교수님?"


세베루스가 물었다.


"여러 가지 생각해 보았지만 모두 다 가능성이 희박해요."

"일전에 제가 드린 말씀 기억하세요, 교장 선생님? 학기 초에 말입니다."

"그렇소, 세베루스."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왠지 심상치 않게 들렸다.


"그러니까....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블랙이 내부의 도움 없이 학교로 들어왔다는 게 말입니다. 제가 분명히 염려스럽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난 이 성 안에 있는 어떤 사람도 블랙이 들어오는 걸 도왔을 거라고는 생각지 안아요."


덤블도어 교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투 속에 '그 얘기는 이미 끝났다'는 뜻이 역력했기때문인지 세베루스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난 이만 디멘터들에게 내려가 봐야겠소."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수색이 끝나면 알려 주겠다고 해서 말이오."

"디멘터들이 수색을 돕고 싶어하지는 않았나요?"


퍼시가 물었다.


"물론 그랬지."

"

덤블도어 교수가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난 적어도 내가 교장으로 있는 동안은 이 성 안으로 디멘터들이 들어오는 걸 용납할 수 없단다."


덤블도어 교수는 빨리 그리고 조용히 연회장을 나갔다. 세베루스역시 잠시 후에 연회장을 나가버렸다. 눈을 뜨자 헤르미오는와 론과 해리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게 다 무슨 소리니?"


론이 입을 열었다.

그 다음 며칠 동안 아이들은 온통 시리우스 블랙에 대한 얘기만 했다. 그가 성에 어떻게 들어왔는가에 대한 추측들은 갈수록 태산이었다. 후플푸프의 한나는 약초학 수업 시간 내내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블랙이 꽃을 피우는 키 작은 나무로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늘어놓았다. 뚱보 여인의 찢겨진 캔버스는 벽에서 떼어지고 캔도간 경과 그의 살찐 회색 조랑말 그림이 대신 걸렸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것을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았다. 캐도간 경은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에게 결투 신청을 해 귀찮게 구는가 하면, 아주 이상하고 복잡한 암호를 궁리해 내서 하루에도 두 번씩 바꾸어 아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그는 완전히 정신 이상자야."


시무스가 성내며 퍼시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 그림으로 걸어 두면 안 될까?"

"다른 그림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곳에 있고 싶어하지 않아."


퍼시가 말했다.


"뚱보 여인에게 일어난 일을 보고 모두들 겁에 질렸거든. 그래도 캐도간 경이니까 용감하게 그 일을 하겠다고 자원한 거야."


캐도간 경의 문제는 해리에게 생긴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다. 해리의 행동은 이제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받고 잇었다. 복도를 걸어갈 땐 교수님들이 어떤 구실을 대서라도 그와 동행했고, 퍼시는 그가 어디를 가든 거드름을 피우며 꼭 경호해 주는 개처럼 졸졸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는 맥고나걸 교수까지 꼭 누군가가 죽은 것 같은 침울한 얼굴로 해리를 자기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맥고나걸 교수는 해리에게 퀴디치 연습을 하지 않겠다고 권유하다가, 그리핀도르 팀이 우승하길 바랬기에 후치 부인이 그리핀도르 퀴디치 연습하는동안 감독해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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