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 연회장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말포이였다. 그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로 슬리데린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지나가자 말포이가 우승꽝스럽게 졸도하는 흉내를 냈다. 큰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무시해버려."


해리 바로 뒤에 있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냥 무시해. 신경쓸 가치도 없어."

"야, 포터!"


팬시 파킨슨이 날카롭게 외쳤다.


"포터! 디멘터들이 오고 있어, 포터! 우우우!"

"그만해! 유치하게 뭐하는 짓거리야?!"


로우가 팬시를 말리면서 말햇다. 그 모습을 잠깐 응시하고는 조지와 프레드의 옆으로 우리는 가서 앉았다.


"3학년의 새 시간표야."


조지가 시간표를 나눠 주며 말했다.


"너 왜 그러니, 해리?"

"말포이 녀석때문이지 뭐."


론이 조지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슬리데린의 테이블 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조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마침 말포이가 또다시 겁에 질려 기절하는 척하는 흉내를 내고 있었다.


"저 쥐새끼같은 녀석이."


그가 차갑게 말했다. 


"저 녀석 어젯밤에 디멘터들이 기차에 올라 왔을 때는 무서워서 벌벌 떨더니만. 녀석이 겁에 질려 우리 객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었어. 그랬지, 프레드?"

"거의 오줌을 싸기 직전이었지."


프레드가 말포이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여간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아."


조지가 말했다.


"정말 끔찍한 것들이야, 디멘터들 말야..."

"몸 속까지 얼어붙게 한다니까, 안 그래?"


프레드가 말했다.


"하지만 형은 기절하지는 않았잖아, 그렇지?"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잊어버려, 해리."


내가 덧붙였다. 


"아빠도 아즈카반에 한 번 가신 적 있잖아. 기억나, 프레드? 아빠는 그렇게 끔찍한 곳은 처음 가 봤다고 하셨어. 힘이 하나도 없이 부들부들 떨며 돌아오셨지... 디멘터들은 누구에게서든 행복을 빨아들인다고 하잖아. 대부분의 죄수들은 그곳에서 미쳐 버리고 만대."

"어쨌든 말포이 녀석이 첫 퀴디치 시합이 끝난 뒤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지 두고 보자구."


프레드가 말했다.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 이번 시즌 첫 경기 말야, 잊지 않았지?"


헤르미온느는 새 시간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좋았어. 오늘 새로운 과목들의 첫 수업이 있네."


그녀가 유쾌하게 말했다.


"헤르미온느."


론이 그녀의 어깨 너머로 대충 훑어본 뒤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시간표를 그렇게 엉망으로 짜 놓다니. 이것 봐, 하루에 열 과목이나 듣게 돼 있어. 시간이 부족해."

"이럭저럭 해 나갈 수 있어. 맥고나걸 교수와 다 이야기해두었어."

"하지만 봐."


론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오전만 해도 9시에 점술이 있는데 바로 밑에 또 9시에 머글 연구가 있잖아, 그리고."


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사긴표를 들여다보았다.


"봐... 그 밑에 또 산술점 9시. 내 말은 헤르미온느 네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단 뜻이야.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어떻게 한 번만 세 과목을 들을 수 있니?"

"바보 같은 소리 마."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말했다.


"난 물론 한 번에 세 과목을 듣지는 않을 거야."

"그러면...."

"마멀레이드 잼이나 줘."

"하지만..."

"나 참 론, 내 시간표가 조금 빡빡한들 네가 무슨 상관이니?"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아붙었다.


"말했잖아, 맥고나걸 교수와 다 상의한 거라구."


바로 그때, 연회장으로 해그리드가 들어왔다. 긴 두더지 가죽코트를 입은 그의 커다란 손에 죽은 긴털족제비가 맥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안녕?"


그가 교수님들이 앉는 상석으로 가다가 멈춰 서서 반갑게 인사했다.


"내 첫 수업에 꼭 들어와! 점심 시간 직후야!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수업 준비를 다 해두었어...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야... 내가 교수라니... 솔직히..."


그는 우리에게 환하게 씩 웃어 보이고는 여전히 긴털족제비를 흔들며 상석으로 향했다.


"해그리드가 어떤 준비를 해두었을지 궁금한데?"


론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이들이 1교시 수업을 받으러 나가자 연회장이 점점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론이 자신의 시간표를 살폈다.


"이제 가는 게 좋겠어. 점술 수업은 북쪽 탑 꼭대기에서 있잖아. 거기까지 가려면 10분은 걸릴 거야..."


허겁지겁 아침식사를 마치고 프레드와 조지에게 인사한 뒤 연회장을 나왔다. 슬리데린 테이블을 지나갈 때, 말포이가 또 한 번 졸도하는 흉내를 냈다(그 모습을 본 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해리가 연회장 밖으로 나올 때까지 웃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성을 지나 북쪽 탑으로 가는 길은 꽤 멀었다. 


"틀림없이... 지름길이... 있을... 텐데."


길게 나 있는 일곱번째 계단을 겨우 올라가 생소한 층계참으로 나왔을 때 론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곳에는 꾸밈없이 그린 커다란 초원 그림이 돌벽에 걸려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쪽인 것 같은데."


헤르미온느가 오른쪽으로 난 텅 빈 복도를 주의해서 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론이 말했다.


"거긴 남쪽이야. 저것 봐, 창밖에 호수가 조금 보이잖아."


그림을 바라보았다. 살이 통통하게 찐 얼룩덜룩한 회색빛 조랑말 한 마리가 막 초원 위로 느릿느릿 걸어 들어와서는 무심히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잠시 후, 갑옷을 입은 땅딸막한 기사 하나가 절거덕거리며 조랑말을 따라 그림 속으로 들어왔다. 갑옷 무릎에 풀물이 든 걸로 보아 말에서 금방 떨어진 게 분명했다.


"아니!"


그가 우리를 보고 소리쳤다.


"이 녀석들은 뭐야. 내 땅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혹시 내가 넘어진 거 비웃으러 온 거 아냐? 칼을 뽑아, 이 녀석들아!"


그 자그마한 기사가 칼집에서 칼을 꺼내고는, 화가 나서 위아래로 뛰어다니며 난폭하게 휘둘러댔다. 그러나 칼이 너무 길었던지 거칠게 한 번 휘두르자마자 그는 중심을 잃고 잔디 위로 엎어졌다.


"괜찮으세요?"


해리가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물러서. 이 야비한 허풍선이야! 물러서란 말야, 이 악당 같으니라구!"


기사가 칼을 다시 잡더니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칼날이 잔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는지 아무리 뽑아 내려고 해도 칼은 쉽사리 나오지가 않았다. 결국 잔디밭 위로 벌렁 나가떨어진 기사는 투구를 밀어 올리고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을 훔쳤다.


"저기요."


해리는 기사가 기진맥진한 틈을 나서 얼른 말했다.


"저희들은 북쪽 탑을 찾고 있는데, 혹시 길 아세요?"

"오, 탐험가들이로군!"


기삭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그가 절거덕거리며 일어서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나를 따르시오, 친구들이여. 목적지에 도달하든지 아니면 도달하기 위해 애쓰다가 용감하게 죽어갈 것이오."


기사가 또 한 번 칼을 힘껏 당겼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이번엔 살찐 조랑말 위에 올라타려고 하다가 그것마저 실패하자 기사가 "그럼 걸어서 갑시다. 모두 앞으로! 앞으로!"라고 외쳤다. 그리고 그는 요란하게 절거덕거리며 그림틀 왼쪽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그의 갑옷 소리를 쫒아 급히 복도로 따라갔다. 


"용기를 내시오. 아직 희망은 있소!"


기사가 소리치며, 좁다란 나선형 계단의 벽에 걸린 그림 속의 겁먹은 여자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 여자들은 크리놀린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헉헉대며 꼬불꼬불하게 감겨 올라가는 계단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하게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을 때쯤 위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마침내 그 교실에 도착한 것이다.


"잘 가게!"


기가사 이렇게 외치고는, 사악하게 생긴 수도사들의 그림 속으로 머리를 홱 디밀었다.


"잘 가게, 친구들! 언제든 뛰어난 용사와 강철 같은 체력이 필요하면, 이 캐도간 경에게 찾아오게!"

"네, 연락할게요."


기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론이 중얼거렸다.


"머리가 돈 사람이 필요하면요."


마지막으로 몇 계단 더 올라가자 아주 작은 층계참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벌써 학급 아이들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천장에는 놋쇠 명판이 붙은 동그란 문이 하나 있었다. 저기서 수업을 듣는 것일까나?


"사이빌 트릴로니, 점술교사. 저기로 어떻게 올라 다니지?"


해리가 고개를 들어 또박또박 읽었다. 그때 그의 질문에 답변이라도 하듯, 뚜껑문이 덜컥 열리더니 은빛 사다리가 내려왔다. 모두 조용해졌다. 론의 재촉에 해리가 제일 먼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뚜껑문을 열고 나온 곳은 지금까지 본 교실 중에서 가장 이상한 곳이였다. 사실 교실이라기보다는 다락방과 구식 찻집을 합쳐놓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안에는 스무 개 정도의 작은 원형 탁자들이 있었고, 주위엔 무명 천을 씌운 안락 의자와 불룩한 작은 쿠션들이 놓여 있었다. 또 각 테이블마다 희미한 진홍색 등불로 밝혀져있었다. 창문에는 모두 커튼이 쳐져있었고 전등마다 짙은 빨간색 덮개가 덮여있었다. 공기는 숨 막힐 듯이 후텁지근했으며, 뭔가가 잔뜩 올려진 선반 밑의 벽난로 불은 구리 주전자에 담긴 아주 메스꺼운 냄새를 풍기는 액체를 데우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원형 벽을 따락 쭉 늘어서 있는 선반에는 먼지투성이의 깃털과 쓰다 남은 동강 초들과 너덜너덜한 여러 벌의 카드와 수없이 많은 수정 구슬과 많은 찻잔들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잘들 왔어요. 마침내 현세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 기쁘군요."


트릴로니 교수가 모습을 들어냈다. 트릴로니 교수가 난로 불빛쪽으로 움직이자, 그녀가 매우 말랐다는 걸 알았다. 커다란 안경때문에 눈은 원래 크기보다 몇 배나 더 커 보였다.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사 숄을 두르고 있었다. 또 가늘고 긴 목에는 수많은 목걸이와 구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팔과 손에는 팔찌와 반지들이 잔뜩 끼어져 있었다.


"앉거라, 앉아."


그녀가 말했다. 모두 어색하게 안락의자로 올라가거가 두꺼운 쿠션에 주저앉았다. 우리는 원형 탁자에 함께 둘러앉았다.


"점술 수업 시간에 온 걸 환영해요."


트릴로니 교수가 벽난로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난 트릴로니 교수입니다. 여러분들은 날 본 적이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활기가 넘치는 저 혼잡한 학교로 너무 자주 내려가면 내 영적인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 그곳엔 잘 가지 않죠."


이 이상한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숄을 우아하게 다시 휙 두른 뒤 계속 말했다.


"여러분들이 선택한 점술은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입니다.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러분 스스로에게 통찰력이 없다면,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점을 미리 경고해 두어야하겠군요. 지금까지는 책만으로도 그럭저럭 해 나갈 수 있었겠지만...


이 말을 듣자 해리와 론 모두 씩 웃으며 헤르미온느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 괴목에서는 책만 읽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말에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많은 마법사들이 쿵 소리를 낸다거나 냄새를 맡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것 같은 분야에서는 재능이 있을지 몰라도, 분명치 않은 미래의 비밀을 꿰뚫어 보는 건 잘하지 못합니다."


트릴로니 교수가 반짝이는 커다란 눈으로 긴장하고 있는 얼굴들을 쭉 둘러보며 계속했다.


"그것은 극소수에게만 부여된 재능입니다. 너, 얘야."


그녀가 갑자기 네빌에게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쿠션에서 떨어질 뻔했다.


"네 할머니는 안녕하시니?"

"네. 그렇겠지요."


네빌이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라면 그렇게 확신하지 않을 게다, 얘야."


트릴로니 교수가 말했다. 길게 늘어진 그녀의 에메랄드 귀고리가 난로 불빛을 받아 반작거렸다. 네빌은 침을 꿀꺽 삼켰다. 트릴로니 교수가 차분하게 말했다.


"우린 금년에 점술의 기본 방법들만 공부할 것입니다. 첫 학기는 찻잎을 보고 해독하는 법만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고, 두 번째 학기엔 손금 보기를 배울 것입니다. 그런데, 얘야."


그녀가 갑자기 패르바티 패틸에게 소리쳤다.


"넌 빨간 머리 남자를 조심해야겠구나."


패르바티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로 뒤에 있는 론을 바라보더니, 의자를 당겨 그에게서 좀 떨어져 앉았다. 


"그 다음엔."


트릴로니 교수가 계속했다.


"수정 구슬로 들어갈 거예요. 불을 보고 예언하는 걸 마친다면 말ㅇ비니다. 불행이도, 2월에는 독감이 기승을 부려 나도 목이 잠길 테고 수업에 지장이 좀 있을 겁니다. 부활절 즈음에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되겠네요."


이 말에 모두들 긴장해서 조용해졌지만, 트릴로니 교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얘야."


그녀가 가장 가까운 의자에 앉아 있던 라벤더 브라운을 부르자, 라벤더 브라운이 몸을 잔득 움츠리고 겁에 질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거기 커다란 은 찻주전자 좀 건네줄 수 있겠니?"


라벤더는 안도한 듯 일어서서 선반에서 가장 큰 찻주전자를 꺼내 트릴로니 교수 앞에 있는 탁자에 내려놓았다.


"고맙다, 얘야. 말이 난 김에 말이지만, 네가 걱정하는 있는 그 일말이다... 그건 10월 16일 금요일에 일어날 게다."


그 말을 듣자 라벤더가 몸을 파르를 떨었다.


"자, 이제 두 명씩 짝을 지어 보세요. 선반에서 찻잔을 하나씩 가져오면 그 잔을 채워 주겠어요. 그러면 자리에 앉아서 아주 조금만 남을 때까지 마시세요. 그리고 왼손으로 찻잔을 잡고 세 번 돌린 뒤, 받침 접시에 뒤집어엎고, 남아 있는 차가 다 흘러나갈 때까지 기다리세요. 그리고 짝에게 찻잔을 주어 해독하도록 하세요. 《미래 돌여다보기》의 5쪽과 6쪽을 이용해 찻잎의 모양을 해석해 보세요. 내가 돌아다니며 도와주겠어요. 오, 얘야."


네빌이 일어서려 하자 트릴로니 교수가 네빌의 팔을 잡아주었다.


"깰질도 모르니, 이왕이면 파란색으로 골라오겠니? 난 핑크빛을 좋아하거든."


아니나 다를까, 네빌이 찻잔 선반에 다가가자마자 땡그랑 하고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났다. 트릴로니 교수가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급히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웬만하면, 얘야, 파란 거로 하거라... 고맙구나..."


나와 헤르미온느는 트릴로니 교수가 말한 그대로 찻잔에 차를 담은 뒤, 탁자로 돌아가 뜨거운 차를 얼른 마셨다. 그리고 그녀가 가르쳐 준 대로 조금 남은 찻잔을 세 번 돌린 뒤, 차를 비워 내고 서로 맞바꾸었다.


"뭐가 보이니, 헤르미온느?"

"음..."


잔뜩 고민하면서 책의 5쪽과 6쪽을 펼쳐놓고 그것을 응시하는 헤르미온느를 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너부터 해!"


결국 나부터 시키는 것인가?


"내가 보기엔 토끼가 보여. 하지만..."


내가 반대쪽을 보기 위해 찻잔을 돌렸다.


"이렇게 보니까 시계 바늘 같기도 해. 그것은 너에게 현재 시계 바늘... 즉 시간에 관련되서 비밀이 있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토끼가 나가는 것을 보니까 부활절 이후에 너가 수업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해."

".... 로라."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어디 좀 보자, 얘야."


론이 우물쭈물거리자 트릴로니 교수가 급히 다가와 론에게서 해리의 찻잔을 낚아채고는 꾸짖듯이 말했다. 모두들 조용히 하고 지켜보았다. 트릴로니 교수가 찻잔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며 빤히 바라보았다.


"매로구나... 얘야, 네겐 철천지원수가 있구나."

"하지만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에요."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에요."


그녀가 또박또박 말했다.


"해리와  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해리와 론이 경탄과 경이에 찬 얼굴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가 교수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대꾸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 다시 해리의 찻잔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돌렸다.


"곤봉... 공격.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유쾌한 찻잔은 아니군..."

"전 중산모자라고 생각했어요."


론이 얼뜬 표정으로 말했다.


"해골이야... 네 인생에 위험이 있구나, 얘야...."


모두들 꼼짝 않고 트릴로니 교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찻잔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돌리다가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또 한 번 쨍그랑 하고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났다. 네빌이 두 번째 찻잔을 깨뜨린 것이였다. 트릴로니 교수가 번쩍거리는 손을 가슴에 대고 눈을 감은 채 옆에 잇는 안락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얘야... 가엾기도 하지.... 아니... 말하지 않는 게 낫겠구나... 아니... 묻지 마라...."

"뭔데요, 교수님?"


딘 토마스가 즉시 물었다. 해리의 찻잔을 좀더 자세히 보려고 모두들 일어서서 천천히 트릴로니 교수가 앉아 있는 해리와 론의 탁자 주위로 몰려들었다.


"얘야."


트릴로니 교수가 갑자기 번쩍 눈을 떴다.


"네게 죽음의 개가 있구나."

"뭐라구요?"


해리가 전혀 못 알아들은 듯 되물었다. 그러나 그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였다. 딘은 그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라벤더 브라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 대부분은 모두 겁에 질려서 입에다 손을 갖다댔다. 난 해리의 찻잔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죽음의 개로군."

"죽음의 개?"

"응. 묘지에 나타나는 유령처럼 무시무시한 커다란 개. 말하자면 죽음을 알리는 개지. 만나면 죽거든. 하지만 이건 죽음을 의마하는 것 같지 않느데."


내가 말하자 라벤더 브라운은 손을 입에 갖다댔다. 트릴로니 교수의 의자 뒤에 서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그렇지 않았다.


"전 그게 개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혐오스러운 눈으로 헤르미온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얘야, 네겐 이런 능력이 별로 없는 것 같구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갖기는 상당히 힘들겠어. 오늘 수업은 여기서 이만 끝내야 할 것 같군요."


트릴로니 교수가 분명치 않은 발음으로 말했다.


"그래요.. 물건들을 챙기세요."


학급 아이들은 조용히 찻잔을 다시 트릴로니 교수에게 가져다 주고는, 책을 가방에 넣었다. 


"다시 말날 때까지."


트릴로니 교수가 들릴 듯 말 듯 말했다.


"여러분에게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오, 얘야."


그녀가 네빌을 가리켰다.


"넌 다음 시간에 지각할 테니, 진도를 따라오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 두도록 해라."


사다리와 꼬불꼬불한 계단을 말없이 내려온 뒤, 맥고나걸 교수의 변신술 수업을 받으러 갔다.


"로라, 넌 그게 무슨 의미같아?"

"... 해리에게 진정한 가족이 생길 것 같았어. 아주 작은 희망을 보았거든. 근데 희망과 죽음은 가까이에 있었어. 죽음 근처에 있는 것은 쥐... 였던 것 같은데."


헤르미온느의 말에 내가 말해주었다. 


"역시 점술은 믿을 것이 못 돼."

"그냥 자기 위안일 뿐이야."


내가 헤르미온느가 투정부리듯 말하자 대답해주었다. 변신술 교실을 찾는데 어찌나 오래 걸렸던지, 점술 수업을 일찍 마치고 나왔음에도 수업 시간에 간신히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학급 아이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정확히는 해리에게 쏠려있었다. 그가 언제 어느 때라도 픽 쓰러져 죽기라도 할 것처럼 그를 계속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애니마구스(마음대로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사)에 대해 말해주며 학생들 앞에서 눈 주위에 안경 무늬가 있는 얼룩 고양이로 변했다.


"너희들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니?"


맥고나걸 교수가 펑 하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우리에게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변신을 하고도 학급에서 박수 갈채를 받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아이들의 고개가 다시 해리에게 돌려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단. 그런데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님, 저흰 이 시간 전에 첫 점술 수업을 받았는데, 찻잎 읽는 걸 했어요. 그런데..."

"오, 물론."


맥고나걸 교수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요, 그레인저. 여러분들 중 누가 금년에 죽기라도 한답니까?"


모두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저요."


마침내 해리가 맥없이 말했다.


"알겠어요."


맥고나걸 교수는 말똥말똥 빛나는 눈으로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걸 알아야 해요, 포터. 사이빌 트릴로니 교수는 이 학교에 부임해 온 이후 해마다 학생이 한 명씩 죽을 거라고 예언했어.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 교수는 새 학급을 맞을 때마다 늘 그런 식으로 죽음을 예언하지. 나는 웬만해서는 동료 교수들 흉을 보진 않지만..."


맥고나걸 교수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점술은 마법 중에서 가장 부정확한 분야 가운데 하나란다. 솔직히 말하면 난 그 분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진정한 예언자는 아주 드물며, 트릴로니 교수는.."


그녀가 다시 한 번 말을 멈추었다가, 매우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내가 볼 때 넌 아주 건강해 보인다, 포터. 그러니까 숙제도 평상시대로 내 주어야겠지? 물론 만약 네가 죽는다면 숙제는 내지 않아도 좋다."


헤르미온느와 내가 소리를 내서 웃었다. 그러나 모두가 맥고나걸 교수의 말에 수긍한 것은 아니었다. 론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으며, 라벤더는 "하지만 네빌의 찻잔은 어땠어?"라고 속삭였다.

변신술 수업이 끝자나,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연회장쪽으로 몰려가는 군중들 속에 끼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론, 기운내."


헤르미온느가 스튜 그릇을 론 쪽으로 밀며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가 하는 말 들었잖아."


론은 숟가락으로 스튜를 떠서 자기 접시에 덜고 포크를 집었지만 먹지는 않았다.


"해리."


그가 낮고 진지하게 불렀다.


"너 어디에서도 커다란 검은개 본 적 없지, 그렇지?"

"아니, 봤어. 더즐리네 집에서 나온 날 밤에."


해리가 말했다. 론이 포크를 떨어뜨리자 쨍그랑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헤르미온느, 해리가 정말 그 개를 보았다면, 그건... 그건 불길한 징조야."


그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우리... 우리 삼촌 빌리우스도 한 번 봤었는데... 그런데 스무 시간 뒤에 돌아가셨어!"

"하지만 보고나서 약 2주동안 살아있는걸. 우연의 일치겠지."


호박 주스를 따르면서 쾌할하게 말했다.


"너흰 내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구나!"


론이 점점 화가 나서 말했다.


"죽음의 개는 웬만한 마법사조차 까무러칠 정도로 무서운 존재라는 걸 모르니?"

"거 봐 그렇다니까."


헤르미온느가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


"그들은 그 개를 보고 깜짝 놀라서 죽은 거야. 그 검은개는 죽음의 징조가 아냐, 죽음의 원인이지! 그리고 해리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는 건 해리가 죽음의 개를 보고, 뭐랄까, '나 죽을 거야'라고 생각할 만큼 어리석지 않았기 때문이야!"


론이 입을 벌리고 헤르미온느가 가방을 열고 새 산술점 책을 꺼내 펼쳐서 주스 단지에 기대어 놓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볼 때 점술은 아주 불분명한 것 같아."


그녀가 자기가 펼친 책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내가 볼 때, 완전히 어림잡기야."

"하지만 그 찻잔에는 죽음의 개 모습이 정말 있었어!"


론이 성이 나서 말했다.


"해리에게 그게 양이라고 말했던 것은 생각나니?"


헤르미온느가 냉정하게 되받아쳤다.


"트릴로니 교수는 네가 점술 능력이 없다고 했어! 네가 잘 하지 못하는 수업이라 그렇게 심술을 부리는 거지?"

"야, 론..."


이 말이 헤르미온느의 민간한 부분을 건드린 것 같았다. 별안간 헤르미온느가 산술점 책을 테이블 위로 쾅 내려놓았다. 고기와 당근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만약 점술을 잘한다는 게 고작 찻잎에서 죽음의 징조를 보는 척해야하는 거라면, 난 그걸 더 이상 공부하지 않을 거야! 그건 내 산술점 수업에 비하면 완전히 쓰레기같은 거였어!"


그녀는 가방을 집어 들고 으스대며 걸어갔다. 론이 그녀의 뒤에 대고 얼굴을 찡그렸다.


"저 애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그가 해리에게 물었다.


"아직 산술점 수업은 들어가지도 않았잖아!"


론의 눈꼽만큼도 없는 눈치에 한숨을 내쉬고는 스튜를 숟가락으로 떠서 먹었다. 

점심을 먹고 성 밖으로 나오자 어제 온종일 내렸던 비는 이제 다 그쳐 있었다. 하늘은 맑고 엷은 회색빛이 돌았으며 잔디는 축축했다. 이제 신비한 동물 돌보기의 첫 수업을 들으러 출발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 말도 하지 않아서 그들 사이에서 말없이 걸어가는 해리와 나. 약간 경사진 내리막길을 지나 금지된 숲 언저리에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갔다. 

말포이는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녀석들은 뭐가 재미있는지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수업은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합동 수업인 것 같다. 해그리드는 오두막 문 앞에서 학급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두더지 가죽코트를 입고 수업 시작을 몹시 기다리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어서 자, 서둘러라!"


학급 아이들이 도착하자 그가 외쳤다.


"오늘 모두 깜짝 놀라게 될 거야. 굉장히 재미난 수업이 기다리고 있단다! 다 왔니? 좋아, 그럼 따라와라!"


해그리드는 숲 언저리로 걸어갔고 5분쯤 뒤 우리는 작은 목장같은 곳에 와 있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들 여기 울타리 주위로 모여 봐요!"


그가 소리쳤다. 


"바로 그거야. 잘 보이지? 자, 먼저 해야 할 일은 책을 펴는 거야."

"어떻게요?"


말포이가 차갑고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뜻밖의 질문에 잠시 해그리드가 당황한 듯 햇다.


"저희 책을 어떻게 펴느냐구요?"


말포이가 다시 물엇다. 그는 기다란 밧줄로 꽁꽁 묶어서 닫아 놓은 《괴물들에 대한 괴물책》을 꺼냈다. 다른 아이들도 각자의 책을 꺼냈다. 어떤 아이들은 책을 가죽 허리띠로 붙어서 매서 닫아 놓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꼭 끼는 가방 속에 쑤셔 넣거나 바인더 클립으로 죄어 움직이지 못하게 해두었다.


"한 사람도 책을 펴 보지 못했니?"


해그리드가 맥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학급 아이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책은 어루만져 주어야만 해."


해그리드가 마치 너무나 뻔한 일인 듯 말했다. 


"잘 봐."


그는 헤르미온느의 책을 가져가 칭칭 감겨 있는 마법의 테이프를 잡아 찢었다. 책이 물어뜯으려고 하자 해그리드의 커다란 집게 손가락을 급히 책의 등에 갖자댔다. 그러자 책이 벌벌 떨더니 펼쳐져서 그의 손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아, 이렇게 멍청할 데가!"


말포이가 코웃음을 쳤다.


"책을 어루만져 줬어야 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난... 난 이 책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해그리드가 확신이 없는 듯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오, 엄청나게 재미있어요!"


말포이가 빈정대듯 말했다.


"정말로 웃겨요. 손가락을 물어뜯는 책을 교과서로 하다뇨!"

"입 닥쳐, 말포이."


해리가 얼른 말을 받아쳤다. 그의 첫 수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랐지만 해그리드는 벌써 풀이 죽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해그리드가 하려던 말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책은 다 있죠... 그러면... 그러면 제 신비한 동물이 필요하겠군요. 그래요. 그러면 내가 가서 가져요죠. 잠깐만..."


그러더니 그는 우리들을 놔 두고 숲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맙소사, 마법교육 교육이 완전히 엉망이 되고 있어."


말포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저 멍청이가 수업을 가르치다니. 아버지께서 아시면 기절하실 거야."

"입 닥쳐, 말포이."


해리가 또 한 번 주의를 주었다.


"우으으!"


라벤더가 목장 맞은편을 가리키며 우는 소리를 냈다. 몸통과 뒷다리와 꼬리는 말처럼 생겼지만, 앞다리와 날개와 머리는 꼭 강철 빛깔의 날카로운 부리와 커다랗고 번들번들한 오렌지 빛깔의 눈을 가진 커다란 독수리처럼 생긴 동물 십여 마리가 우리 족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앞다리의 갈고리 발톱 길이는 15센티미터 정도나 되었으며 무시무시해 보였다. 그 짐승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기다란 쇠사슬들에 연결된 두꺼운 가죽 목걸이가 매어져 있었는데, 그 쇠사슬들의 끄트머리는 뒤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해그리드의 커다란 손에 붙들려 있었다.


"이랴, 이랴!"


그가 쇠사슬을 흔들어 그 동물들을 학급 아이들이 서 있는 울타리 쪽으로 몰며 고함쳤다. 해그리드가 다가와 그 동물들을 울타리에 매어 두자 모두들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히포그리프야!"


해그리드가 그것들에게 손짓을 하며 큰 소리로 유쾌하게 말했다.


"멋지지 않니?"


해그리드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짙은 회색과 청동빛과 연분홍빛과 회색과 밤색과 새까만 색이 깃털에서 머리털까지 매끄럽게 변하는, 각각이 다 다른 히포그리프의 멋진 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


해그리드가 양손을 비비면서 환히 웃으며 말했다.


"조금 더 가까이 와도 돼."


아무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조심스럽게 울타리로 다가갔다.


"자, 히포그리프에 대해 알아야 할 첫번째 사실은, 이것들이 도도하다는 거야. 그래서 히포그리프는 쉽게 화를 내지. 그러니까 무례한 짓은 절대로 하지 마. 그렇게 하면 절대 안 돼."


해그리드가 말했다. 말포이 패거리들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대고 있었는데, 그들이 어떻게 하면 그 수업을 엉망으로 만들까 궁리하고 있을 것 같다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히포그리프가 먼저 행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해그리드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게 공손한 거야, 알았지? 히포그리프 쪽으로 걸어가서 인사를 하고 기다려. 만일 히포그리프 인사를 하면, 만져도 된다는 뜻이야. 하지만 인사를 하지 않으면 빨리 달아나야 해. 왜냐하면 갈고리 발봍에 다칠 위험이 있거든. 좋아... 그럼 해보고 싶은 사람?"


그러나 학급 아이들 대부분은 저만치 달아나 있었다. 히포그리프들은 흉포한 머리를 쳐들고 날개를 세게 퍼덕거리고 있었다. 


"한 명도 없니?"


해그리드가 서운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할게요."


해리가 말했다. 그의 뒤에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나더니 라벤더와 패르바티가 "안 돼, 해리. 너의 찻잎을 기억해!"라고 속삭였다. 그러나 해리는 그들을 무시하고 목장 울타리 쪽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좋았어, 해리!"


해그리드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자, 그러면... 네가 벅빅과 얼마나 잘 지내는지 보자."


그가 쇠사슬 중 하나를 풀어 회색빛 히포그리프를 끌어당기고는 가죽 목걸이를 벗겨주었다. 목장 맞은편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자, 해리. 눈을 맞추고 눈을 깜박이지 않도록 해봐... 눈을 너무 많이 깜박이면 히포그리프들은 널 신뢰하지 않아..."


벅빅이 커다란 뾰족한 고개를 돌려 성난 오렌지빛 눈으로 해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바로 그거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바로 그거야, 해리... 자, 인사해..."


해리가 해그리드가 시키는대로 짧게 인사한 뒤 고개를 들었다. 히포그리프는 여전히 거만하게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


해그리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좋아. 물러서. 자, 해리, 부드럽게..."


그러나 바로 그때 너무나 놀랍게도, 히포그리프가 갑자기 미늘이 있는 앞 무릎을 구부리고 몸을 낮추었다. 그건 틀림없이 인사였다.


"잘했어, 해리!"


해그리드가 기뻐서 어쩔 줄은 몰라했다.


"좋아, 이제 만져도 돼! 부리를 매만지고, 계속해!"


해리는 천천히 히포그리프 쪽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가 부리를 몇 번 매만지자 히포그리프가 마치 그걸 즐기가라도 하는 것처럼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학급 아이들이 갑자기 박수 갈채를 보냈고 말포이와 고일와 크레이브만은 아주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있었다.


"그러면, 해리."


해그리드가 말했다.


"내가 볼 땐 올라타도 될 것 같아! 그 위로 올라가. 날개 관절 바로 뒤로."


해그리드가 찬찬히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깃털을 뽑지 않도록 조심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


해리는 벅빅의 날개 위에 발을 놓고 몸을 히포그리프의 등 위로 끌어올렸다. 벅빅이 일어섰다.


"계속해, 그럼!"


해그리드가 히포그리프의 뒷다리와 궁둥이를 찰싹 때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4미터나 되는 커다란 날개가 양쪽으로 쫙 펼쳐졌다. 그리고 히포그리프는 위로 날아올랐다.

벅빅은 목장 주위를 한 번 난 뒤 다시 지상으로 향했다.


"잘했다, 해리!"


해그리드가 큰소리로 말했다.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을 제외한 모두가 환호했다.


"좋아, 또 하고 싶은 사람?"


해리의 성공에 용기를 얻었는지, 다른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목장으로 올라갔다. 해그리드가 히포그리프를 하나씩 풀어쏙, 곧 아이들이 목장 여기저기에서 초조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빌의 히포그리프는 무릎을 굽히고 싶어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여러 차례 달아나야 했다. 헤르미온느와 밤색 히포그리프로 연습을 하고 있는 동안 청동빛 털을 가진 히포그리프의 부리르 매만지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고 있는 그 히포그리프.

벅빅을 인계받은 사람은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었다. 히포그리프가 인사를 하자, 말포이가 거드름을 피우며 벅빅의 부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이거 누워서 떡 먹기군."


말포이가 모두가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점잔 빼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포터가 할 수 있다면... 넌 절대로 위험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그가 히포그리프에게 말했다.


"그렇지, 이 못생긴 짐승아?"

"말포이!"


말포이의 말에 그에게 달려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철 빛의 갈고리 발톱이 번적 하더니 말포이가 비명을 질렀다. 말포이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몸을 밀쳤다. 우리는 잔디밭 위로 나가떨어졌고 말포이의 오른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지 망토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덤벼들려고 하는 벅빅의 몸에 다시 목죽을 끼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죽을 거 같아!"


말포이가 끙끙대며 소리치자 학급 아이들이 잔뜩 겁을 먹었다.


"난 죽을 거야, 날 봐! 이 놈이 날 죽였어!"

"아직 안 죽었거든!!"


말포이의 말에 내가 외쳤다. 말포이때문에 해그리드의 첫 수업이...


"해그리드! 말포이를 병동으로 데려가야 해요!"


내가 외쳤다.


"누구 나 좀 도와줘!"


해그리드가 새하얗게 질려서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달려가 문을 연 채로 잡고 있자 해그리드가 말포이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들이 지나갈 때, 말포이의 팔에 기다랗게 깊은 상처가 나 있는 걸 보았다. 피가 잔디밭으로 뚝뚝 떨어졌다. 해그리드는 말포이를 안고 비탈길을 올라가 성으로 달려갔다.


"뭐 하는 거야! 로라!"

"응?"

"너도 다쳤잖아! 어서 가자!"


로우가 왼쪽 팔에서 흐르는 피를 보더니 기겁하면서 나를 끌고는 비탈길로 향했다. 나는 로우의 손에 이끌려서는 병동으로 향했다. 병동의 간호사, 폼프리 부인께서는 내 상처와 말포이의 상처를 보자 엄청나게 놀라서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주었다. 피가 자꾸만 나오길래 붕대로 상처를 감아주었다. 해그리드가 초조하듯이 우리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괜찮을 거예요, 해그리드."

"하루도 못간 교수는 나밖에 없을 거야."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아저씨를 파면시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해그리드는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병동을 나갔다. 나랑 말포이는 하루동안은 병동에서 지내야했었다. 말포는 병동 침대에 누워서 여전히 아프다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디키, 한심하네."

"디키라고 하지마, 로우."

"로라도 너랑 똑같은 상처를 입었어. 꾀병은 그만 부려."

"넌 대체 누구의 편이야!"

"누구 편일 것 같냐? 응? 적어도 니 편은 아닐껄."

"로우!"

"히포그리프가 엄청나게 도도하다가 해그리드가 말했잖아. 그러면서 어떻게 그 말을 듣을 척도 하지 않다가 '못생긴 괴물'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 거야? 정말이지, 한심하다."

"아버지에게 이르겠어. 그래서 저 멍청이를 반드시..."


말포이를 병문안 온 로우는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곧 문이 열리면서 팬시 파키슨이 말포이의 상처를 보기 위해서 왔었다. 그 모습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보고는 이내 폼프리 부인이 새 살을 돋게할 약을 가지고 오셨다.


"꼭 마셔야하나요?"

"물론이지."

".... 윽."


그녀가 내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약을 보면서 눈을 찔끈 감고는 입을 대고는 전부 마셨다.


"... 맛없어."

"원래 쓴 약이 몸에 더 잘 드는 법이란다."


헛구역질이 나오는 입을 손으로 막고는 상체를 일으키고 있는 몸을 누워서는 베개에 머리를 가져다 되었다. 피곤하니까 어서 잠이나 자야지. 말포이랑 함께 있는 것도 싫고 말이지.


자고있을 때, 따뜻한 손길이 내 머리를 쓰담고 있었다. 누구지? 대부인가? 천천히 눈을 뜨자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붉은 머리칼...


"... 아빠."


아아, 아빠였구나... 응, 엄마가 언제나 말한 것처럼 아빠는 다정한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이런 다정한 손길을 가지고 있는 것이구나. 다시 눈을 감고 자려고 할 때, 아빠에게 사랑받은 내가, 그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내가 아빠의 손길을 기억할리가 없잖아!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하하하, 잘 잤어?"

"... 프레드. 왜 너가 여기에 있어?"

"로라가 다쳤다는 소리를 듣고 말이지."

"혹시 아까 전의 내 머리를 쓰담는 사람, 너였어?"

"응, 기분 나빴니?"

"아니..."


프레드의 말에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버지의 사랑은 어떤지 궁금했다. 하지만 난 평생 알 수 없는 것이겠지.


"로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왜 그렇게 기운이 빠져있는 거야?"

"그냥... 그냥 그런 기운이 드네."


프레드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았다. 어디에도 아빠랑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 그런데 어째서 그런 기분이 들은 것일까나?


"그럼 편히 쉬도록 해."


프레드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휘적거렸다. 따뜻한 온기...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안심이 되어버린 큰 손. 프레드가 나가려고 하자 나는 그 손을 잡았다.


"로, 로라?"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엄청나게 놀라면서 내 이름을 프레드. 그의 얼굴음 엄청나게 붉어져있었다.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는 나는 계속해서 프레드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로라!"

"왜?"

"이제 그만 놓아주면 좋겠는데..."

"미안해."


프레드의 말에 아쉽다는 얼굴로 그 손을 놓았다. 그의 손을 따뜻해서 정말로 좋았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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