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가는 크룩생크 뒤로 루핀 교수와 페티그루와 론이 따라갔다. 그 다음은 세베루스였다. 그는 시리우스가 걸어놓은 마법으로 들어올려져서 한 칸 한 칸 내려갈 때마다 발끝으로 계단을 맥없이 툭툭 치며 떠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나는 맨 뒤에서 따라갔다.
“로라, 이제 얘기해 봐.”
“뭘.”
“네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과, 스네이프 교수를 대부로 한 것, 그리고 오드아이까지 전부!”
“아이참, 해리. 여자는 비밀이 많이 있어야지 더 아름다운 거 몰라? 여자의 비밀을 함부로 캐는 것은 나쁜 거야.”
“그럼 나에게만 얘기해 봐, 로라. 우린 같은 여자잖아.”
해리가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러네, 헤르미온느에게만 특별히 얘기해줄게.”
“야!”
내가 짓궂게 말하자 해리가 발끈하듯이 외쳤다.
“농담이야, 농담.”
해리가 화를 내려고 하자 나는 진정하라는 듯 손짓을 하고는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시리우스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는지 작게 웃어버렸다.
“그니까... 해리. 네의 어머니, 릴리 포터에게 남동생이 있다는 거 아니?”
“아니. 난 처음 듣는데.”
“1살 때 돌아가셨으니까 나도 아버지는 본 적이 없어, 사진으로 밖에 모르지. 아버지의 이름은 조너선 에반스. 그리고 아버지를 사랑한 순수혈통 가문의 아가씨, 그게 우리 어머니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건 이후, 어머니는 스스로 마법을 버리셨어. 그리고는 에든버러 마을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수녀-전혀 시스터답지 않았지만-로 위장한 채로 살아가고 계셨지. 결국 그 분도 내가 4살 때.... 눈앞에서 살해... 아니, 화재로 돌아가셨지.....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내 대부가 된 것은 내 아버지와 세베루스가 둘이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라서 그래.”
해리는 중간에 묘한 말을 들었기에 로라를 바라보았지만 로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난 에든버리 마을에 있는 교회에서 자랐어. 이브 수녀의 밑에서 자랐지. 마리안느를 만났을 때 내가 말했지? 화재가 일어나서 눈을 다쳐서 이식했다고.”
“아, 이브 수녀님의 눈이라고 했지?”
“응. 역시 헤르미온느! 우등생이야.”
약 2년 여름 방학 때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눈 건데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니.... 솔직히 무섭네. 헤르미온느가 아직 기억하고 있는 사실에 혀를 둘렀다.
“금색 눈동자는 우리 어머니의 눈동자야.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이브’ 수녀는 우리 어머니고, 이브는 어머니의 미들 네임이지. 우리 어머니는 조금 특이한데... 우리 어머니에겐 예지 능력이 있는데 그녀의 눈동자는 더 특별해서 말이지. 애니마구스나 폴리 주스의 정체를 한눈에 꿰뚫어 보시거든. 뒤에서 진짜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거야. 스캐버스를 처음 봤을 때 그가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 챈 것도 전부 이 눈 덕분이야. 그리고 녹색 눈동자는 원래 내 눈동자. 내가 가지고 태어난 눈동자야. 일부로 컬러 렌즈를 껴서 금안으로 보이고 있는데, 하필이면 버드나무에 눈가가 치여서 렌즈가 쑥 빠지고 잃어버렸지. 자, 이제 설명 끝.”
담담하게 말하는 로라는 터널로 들어섰다. 크룩생크는 여전히 앞장서서 걸었고, 루핀 교수와 페티그루와 론은 몸을 옆으로 돌려서 어설프게 일렬 종대로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루핀 교수는 페티그루에게 지팡이를 계속 대고 있었다.
“것보다, 시리우스? 세베루스의 머리가 자꾸 부딪히거든요!”
“아, 괜찮아.”
“제가 안 괜찮아요!”
세베루스를 둥둥 떠가게 하고 있는 시리우스는 세베루스의 축 늘어진 머리가 낮은 천장에 계속해서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나는 크게 외쳤다. 제대로 들란 말이야!!! 나에게 소중한 대부거든!
“페티그루를 신고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니?”
천천히 터널을 따라 나아가고 있을 때 시리우스가 느닷없이 해리에게 물었다.
“아저씨가 자유의 몸이 된다는 거죠.”
해리가 또박또박 말했다.
“그래.... 그런데 난, 누군가가 네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대부란다.”
“그래요, 알고 있어요.”
“뭐랄까.... 네 부모가 날 너의 보호자로 정한 거였단다.”
시리우스가 어색하게 말했다.
“그들에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물론 네가 만약 네 이모와 이모부와 함께 지내고 싶다면 어쩔 수 없겠지.”
시리우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글세... 한번 생각해 보렴. 일단 내 누명이 벗겨지면.... 만약 네가 다른 가정에서... 살고 싶다면....”
“네? 아저씨랑 같이 산다구요?”
해리는 천장에서 툭 튀어나온 돌 조각에 머리를 쾅 부딪히고 말았다.
“더즐리 가족을 떠나서 말인가요?”
“물론 난 네가 원하지 않을 줄 알았단다.”
시리우스가 얼른 고쳐 말했다.
“이해한다. 난 그저 네가....”
“무슨 말씀이세요? 저야 당연히 더즐리 가족을 떠나고 싶죠! 집 있으세요? 제가 언제 들어갈 수 있죠?”
시리우스가 홱 돌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세베루스의 고개가 천장에 부딪혔지만 시리우스는 상관하지 않았다. 진짜, 저 사람이! 하지만 해리가 기쁘니까... 미안해요, 세베루스.
“나랑 살고 싶다구?”
그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정말이니?”
“그럼요, 정말이구 말구요!”
해리가 말았다. 시리우스의 야윈 얼굴에서 진정한 미소가 번지는 걸 보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시리우스는 10년은 더 젊어 보였다.
터널 끝에 도달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크룩생크가 제일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그리고 이어서 루핀 교수와 페티그루와 론이 기어 올라갔다. 하지만 난폭하게 휘둘러대는 나뭇가지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고양이가 발로 나무 몸통에 있는 옹이를 누른 게 분명했다. 시리우스는 세베루스가 구멍으로 올라가는 걸 본 뒤, 우리가 지나갈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섰다. 마침내 모두가 밖으로 나왔다.
정원은 이제 아주 어두웠다. 멀리 있는 성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전부였다. 아무 말 없이 출발했다. 페티그루는 여전히 시끈거리며 가끔씩 흐느껴 울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허튼짓 했다간 알지, 피터.”
루핀 교수가 앞에서 험악하게 말했다. 그의 지팡이는 여전히 페티그루의 옆구리로 향해있었다.
말없이 정원을 걸어가는 동안, 성의 불빛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세베루스는 여전히 목이 건들거리며 시리우스 앞에서 섬뜩하게 둥둥 떠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구름에 가려 있던 달이 쏘옥 얼굴을 내밀었다. 정원에 갑자기 희미한 그림자들이 드리워지면서 달빛이 쏟아졌다. 루핀 교수와 페티그루와 론이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둥둥 떠가던 세베루스가 그들과 부딪혔다. 시리우스는 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얼른 팔을 뻗어 우리를 멈춰 세웠다. 뻣뻣하게 굳어 있는 루핀 교수의 사지가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아...”
“오, 이런.”
나와 헤르미온느는 숨이 막혔다.
“교수님은 오늘 밤 약을 드시지 않았어! 교수님은 위험해!”
“뛰어가라. 뛰어가, 지금!”
시리우스가 속삭였다. 론이 페티그루와 루핀 교수와 함께 수갑을 차고 있어서 해리가 론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시리우스가 해리의 가슴을 움켜쥐고 끌어당겼다.
“그건 내게 맡겨두거라, 뛰엇!!”
무시무시하게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루핀 교수의 머리와 몸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어깨는 둥글게 구부러지고 있었으며 얼굴과 손에 털이 나기 시작했다. 손에서 손톱이 길게 자라났다. 크룩생크가 털을 곤두세우고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늑대인간이 긴 입을 쩍 벌리고 뒷다리로 일어섰을 때, 시리우스는 곰같이 커다란 개로 변신해서 앞으로 뛰어갔다. 늑대인간이 수갑을 벗겨 내려고 몸을 비틀자, 개가 그것의 목을 물고 론과 페티그루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게 잡아끌었다. 그들은 서로 입과 발톱으로 상대방에게 달려들며 맞붙어 있었다.
놀라서 꼼짝도 못하고 그 싸움을 지켜보고 서 있었으므로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질렀다. 페티그루가 땅바닥에 떨어진 루핀 교수의 지팡이를 잡으려고 돌진한 것이다. 붕대를 감고 있는 다리로 서 있던 론이 비틀거리다가 넘어졌다, 쾅 하더니 불빛이 번쩍 했다... 론이 땅바닥에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크룩생크가 공중으로 날아올라갔다가 다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엑스펠리아르무스!”
해리가 지팡이를 페티그루에게 갖다대며 소리치자 루핀 교수의 지팡이가 휙 날아갔다.
“꼼짝마세요!”
해리가 앞으로 달려가며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고 말았다. 페티그루가 다시 쥐로 변신해 버린 것이다. 그의 매끈한 꼬리가 쭉 뻗은 론의 팔에 채워진 수갑으로 급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잔디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소리를 길게 뽑으며 울부짖는 소리와 으러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박쥐?”
하늘을 날고 있는 여러 마리의 박쥐에 의아하게 여기면서 바라보았다. 박쥐 무리는 도망치고 있는 늑대인간의 뒤를 쫒듯이 숲속으로 날아 가버린다.
“시리우스, 그가 달아났어요. 페티그루가 변신했어요!”
해리가 소리쳤다. 시리우스는 그의 콧등과 등에 깊은 상처가 나서 피가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의 말을 듣자 시리우스는 다시 급히 일어섰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정원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얼른 론에게 달려갔다.
“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론의 눈은 반쯤 감겨져 있었고 입이 헤벌어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살아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우리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았다.
“몰라...”
해리는 절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우리와 함께 잇는 사람은 여전히 무의식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세베루스뿐이었다.
“일단 스네이프 교수와 론을 성으로 데려가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좋겠어.”
해리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했다.
“가자.”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깽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개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였다.
“시리우스...”
해리가 어둠 속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해리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출발하자 나와 헤르미온느가 그의 뒤를 바짝 붙어서 걸었다. 낑낑대는 소리는 호수 언저리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호숫가로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갑자기 낑낑대는 소리가 멈췄다. 호숫가에 도착했을 때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시리우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서,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몸을 잔득 웅크리고 엎드리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제발...”
적어도 수백 명은 될 듯한 디멘터가 호수 주위에서 우리를 향해서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친숙한 냉기가 몸 속으로 스며들면서 뿌연 안개가 시야를 흐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 여기저기서 점점 더 많은 디멘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로라, 헤르미온느,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을 생각해!”
해리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게 가능할 리가....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패트로눔!”
시리우스는 진저리를 한 번 치더니 데굴데굴 굴러가 창백한 얼굴로 땅바닥에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도와줘! 익스펙토 패트로눔!”
“익스펙토...”
헤르미온느가 작게 속삭였다. 디멘터들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우리와 거리는 3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디멘터는 우리 주위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녀! 마녀를 처형해라!
-잡아 죽여라!
-죽여!!
머리 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들에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그만둬, 우리는 아무 해도 끼치지 않았다 말이야. 단지 미래를 보고 그 미래가 좋지 않게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하는 죄 밖에 없는데. 어째서 그게 우리 탓이라는 말인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말이야.
“싫어... 싫어....”
바닥에 주저앉듯이 무릎을 꿇고 어린 아이처럼 나는 울음을 터트리면서 중얼거렸다. 나에게, 소중한 그녀를... 내 어머니를 나에게서 빼앗아 가지 말아줘.... 부탁이야... 싫단 말이야....
-마녀를 잡아라!
-마녀를!
-죽여라!
-화를 불러오는 재앙의 존재를 없애버려!
내면 속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그럴 때 내 앞에 선 디멘터가 썩어 문드러진 손으로 자신의 두건을 내렸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눈은 없고 딱지투성이의 가느다란 회색빛 살갗이 빈 안구 위로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입은 있었다. 멍하니 벌어진 채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공기를 빨아들이는 보기 흉한 구멍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숨소리만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숨이 쉬는 것이 어렵다. 물 속에 들어있는 기분이야. 폐가 공기를 원하듯이 계속해서 숨을 들이마시면서 내쉬었는데도 이상하게도 왜 이렇게나...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온몸이 추운지 아니면 무서워서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이빨이 덜덜 떨면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 싫어...”
작게 중얼거렸다. 디멘터의 입맞춤이라니! 끔찍하게 짝이 없다. 디멘터의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났다.
그때 밀려오는 안개 속에서 언뜻 은빛 불빛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는 게 보였다. 눈부신 불빛이 우리가 있는 잔디를 비추고 있었다. 냉기는 사라지고 있었다. 무언가가 디멘터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 주위를 돌고 있었다. 디멘터가 물러가면서 공기가 다시 따뜻해지고 있었다.
은빛 패트로누스 두 마리가 호수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수사슴.... 암사슴...? 제임스.. 릴리...?”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죽은 사람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근데 어째서 그런 모습으로 보인 거지? 해리의 부모님의 이름을 중얼거리고는 나는 힘이 다 빠져나가서 정신을 잃어버렸다.
**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아직 살아있는 건가. 팔다리가 납처럼 무거워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놀랍군... 놀라워... 아무도 죽지 않았다니 이건 기적이야. 이런 일은 들어본 적이 없어. 자네가 그곳에 있었다니 천만다행이었네, 스네이프.”
“고맙습니다, 장관님.”
“멀린 훈장감이네. 2급은 충분히 되지. 내가 조금 노력한다면 1급 훈장도 받을 수 있을 걸세.”
“정말 고맙습니다, 장관님.”
“자네 거기 심하게 베었군. 보나마나 블랙이 그랬겠지?”
“사실은 포터와 위즐리와 그레인저가 그랬습니다, 장관님.”
“설마, 그럴 리가!”
“블랙이 애들에게 마법을 걸었더군요. 전 금방 알아챘어요. 그들의 행동으로 보아 ‘컨푼더스 마법’에 걸린 모양입니다. 그 애들은 그에게 죄가 없다고 믿게 되었어요. 그런 마법에 걸렸으니 그 애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하지만 애들이 끼어드는 바람에 블랙을 놓칠 뻔했어요... 그 애들은 블랙을 혼자 힘으로 잡을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게 분명해요. 지금까지 벌을 받지 않고 그럭저럭 피해갈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못할 겁니다. 진작에 혼쭐을 냈어야 하는 건데, 가만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자네들이 대단한 줄로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더구나 포터는 항상 교장 선생님의 비호 속에 엄청난 자유를 누리며 멋대로 행동하고 다녔죠....”
“아 글쎄, 스네이프.... 해리 포터 말일세, 그 애는 좀 특별한 애가 아닌가.”
“하지만 그 애가 그렇게 많은 특별 대우를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전 개인적으로 그 애를 여느 학생처럼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학생이었다면 벌써 정학당했을 겁니다. 친구들을 그런 위험에 처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장관님. 학교 규칙을 모두 어겼잖습니까. 그 애를 보호하기 위해 그 모든 예방 조치들이 취해졌는데도 말입니다. 밤에 늑대인간과 살인자까지 만나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어디? 그리고 그 앤 규칙을 어기고 호그스미드에까지 간 것 같더군요. 제겐 확실한 심증이 있어요.”
“자, 자... 이제 곧 모든 게 밝혀질 게 아닌가, 스네이프. 모든 게 말이네. 그 아인 정말 어리석은 행동을 했어. 내가 가장 놀라운 건 디멘터의 행동이네. 자네 정말 디멘터를 물리친 게 뭔지 전혀 모르나, 스네이프?”
“네, 장관님. 제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그들은 이미 학교 입구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이상하군. 그럼에도 블랙과 해리와 로라와 그 소녀는...”
“제가 그들에게로 갔을 때는 모두들 기절한 상태였어요. 전 블랙의 몸을 묶고 재갈을 물렸죠. 그리고 마법으로 들것을 불러내어 그들을 모두 곧장 성으로 데려갔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천천히 눈을 뜨고는 눈동자를 굴러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폼프리 부인이 병실 끝에 있는 침대에서 누군가를 간호하고 있었다. 폼프리 부인의 팔 밑으로 론의 빨간 머리카락이 보였다.
조금 열려진 문으로 바깥 복도에서 말하고 있는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과 세베루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깨어났구나.”
폼프리 부인이 해리의 침대로 힘차게 걸어와서는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커다란 초콜릿 덩어리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곧 초콜릿을 해리의 침대 옆 탁자에 놓고 작은 망치로 쪼개기 시작했다.
“론은 어때요?”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내가 동시에 물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단다. 너희 셋은... 너희는 내가 있으라고 할 때까지 여기에... 포터, 에반스, 뭐하는 거니?”
폼프리 부인이 무서운 어조로 말했지만 나는 몸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해리도 일어서서 다시 안경을 쓰고는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교장 선생님을 뵈어야해요.”
“포터. 이제 괜찮단다. 블랙이 잡혓거든. 그는 위층에 갇혀 있단다. 디멘터들이 입맞출 준비를 하고있지.”
“뭐라구요?”
해리가 침대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헤르미온느가 똑같이 뛰어내렸다. 하지만 그가 소리 지르는 게 바깥까지 들렸던지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과 세베루스가 병실로 들어왔다. 나는 오른쪽 눈에 아직도 안대를 착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손을 올렸다. 다행이도 폼프리 부인이 벗기지 않은 것 같았다.
“해리, 해리, 왜 그러니?”
퍼지 장관이 해리를 진정시키려고하며 말했다.
“넌 누워 있어야 한단다. 이 애가 초콜릿을 먹었소?”
그가 걱정스럽게 폼프리 부인에게 물었다. 것보다 내 지팡이는? 망토를 속을 뒤적거려서 지팡이가 있는지 확인했다.
“장관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시리우스 블랙은 죄가 없어요! 피터 페티그루가 죽은 척했던 거예요! 저흰 좀전에 페티그루를 직접 봤어요! 디멘터가 시리우스에게 그 짓을 하게 내버려 두면 안 돼요. 시리우스는...”
하지만 퍼지 장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해리, 해리, 아직 제정신이 아닌가 보구나. 하긴 그렇게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자 눕거라. 모든 게 잘 되었단다.”
“아니에요! 엉뚱한 사람을 잡으신 거예요!”
“장관님, 저희들 말 좀 들어주세요, 제발.”
헤르미온느가 간절하게 말했다. 그녀는 급히 해리 쪽으로 걸아가 애원하는 듯한 얼굴로 퍼지 장관을 바라보았다.
“저와 로라도 페티그루를 봤어요. 그는 론의 쥐였어요. 동물로 변신했던 거예요. 페티그루가 말이에요.”
“보셨죠, 장관님? 제정신이 아니에요... 블랙이 이 애들에게 마법을 걸어둔 게 분명하다니까요.”
세베루스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저흰 멀쩡해요!”
해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장관님! 교수님!”
폼프리 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이제 좀 나가 주셔야하겠어요. 포터는 환자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돼요!”
“그게 아니에요. 전 그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대로 말하려는 것뿐이에요. 말을 들어주시기만 한다면...”
해리가 화를 내면서 말했다. 하지만 폼프리 부인이 갑자기 커다란 초콜릿 덩어리를 해리의 입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해리가 말을 못하게 된 사이에 억지로 다시 침대에 눕혔다.
“자 제발, 장관님. 이 아이들은 쉬어야 해요. 제발 나가 주세요.”
문이 다시 열렸다. 덤블도어 교수였다. 해리는 입에 가득 든 초콜릿을 힘겹게 꿀꺽 삼키고 다시 일어섰다.
“덤블도어 교수님, 시리우스 블랙은...”
“제발!”
폼프리 부인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여긴 병동이에요, 교장 선생님, 전....”
“미안하오, 폼프리. 하지만 이 애들과 함께 잠깐 나눌 말이 있어서 말이오.”
덤블도어 교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막 시리우스 블랙을 만나러 오는 길이오.”
“그자가 포터의 마음속에 심어놓은 것과 똑같은 거짓말을 했겠군요? 쥐가 어떻다는 둥 페티그루가 살아 있다는 둥...”
“그렇네, 블랙도 그렇게 말했네.”
덤블도어 교수가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세베루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제 증언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가요?”
세베루스가 으르렁거렸다.
“피터 페티그루는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 없었어요. 정원에서도 흔적을 찾지 못했구요.”
“그건교수님이 기절하셨기 때문이에요. 교수님은 늦게 도착하셔서 잘 못 들으...."
"그레인저, 잠자코 있어라!“
“자, 스네이프.”
퍼지 장관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 아인 제정신이 아니지 않소. 우리가 양해를 해야지...”
“난 해리와 로라와 헤르미온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덤블도어 교수가 불쑥 말했다.
“코넬리우스 장관님, 세베루스, 그리고 폼프리 부인, 좀 나가 주시오.”
“교장 선생님!”
폼프리 부인이 흥분해서 말했다.
“이 아이들은 쉬어야 해요!”
“이 말은 꼭 해야만 해요.”
덤블도어 교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반드시 말이오.”
폼프리 부인이 입술을 오므리더니 병실 끝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서는 문을 쾅 닫았다. 퍼지 장관은 양복 조끼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황금 주머니 열쇠를 들여다보았다.
“지금쯤 디멘터가 도착했을 것 같군. 난 가서 그들을 만나 봐야겠소. 덤블도어, 그럼 위층에서 봅시다.”
퍼지 장관은 먼저 문으로 나간 뒤 세베루스가 나오길 기다리며 문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세베루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블랙의 이야기를 믿은 건 아니시겠죠?‘
세베루스가 덤블도어 교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좀 나가 주게나. 해리와 로라와 헤르미온느에게만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세베루스는 덤블도어 교수 쪽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시리우스 블랙은 열여섯 살 때 벌써 살인을 하려 했던 사람이에요. 그걸 잊지는 않으셨겠죠, 교장 선생님? 그가 절 죽이려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설마 잊지는 않으셨겠죠?”
“똑똑히 기억하고 있네, 세베루스.”
세베루스의 격렬한 어조에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세베루스는 홱 돌아서서 퍼지 장관이 여전히 잡고 있는 문으로 걸어나갔다. 문이 닫히고 덤블도어 교수가 우리에게 돌아서자마자, 마치 붓물 터지듯 그들의 입에서 한꺼번에 말이 튀어나왔다.
“교수님, 블랙 말이 사실에요. 저흰 페티그루를 봤어요.”
“그는 루핀 교수가 늑대인간으로 변했을 때 달아났어요.”
“그는 쥐에요.”
“페티그루의 앞발, 그러니까, 손가락 말예요. 그가 자기 손가락을 잘랐던 거예요”
“페티그루가 론을 공격했어요. 시리우스가 그런 게 아녜요.”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가 손을 들어 올려 그들의 두서없는 설명을 저지했다.
“이번엔 너희들이 내 말을 들어줘야겠구나. 제발 부탁이니 내 말을 막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었으면 좋겠구나.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란다. 블랙의 이야기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조금도 없단다. 너희들 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리고 너희들의 말이 아무리 옳다 한들 열세 살짜리 꼬마 마법사들의 말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니.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목격자들이 시리우스가 페티그루를 살해하는 걸 봤다고 단언했잖니. 나 자신도 이미 마법부 장관에게 시리우스가 포터 부부의 비밀 파수꾼이었다고 증언했고 말이다.”
“루핀 교수님은 증언해 주실 수 있을 거예요.”
해리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루핀 교수는 현재 숲속 깊이 숨어 있어서 누구에게든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란다. 그가 다시 인간이 되었을 즈음엔 이미 때가 늦었을 테고, 시리우스는 차라리 죽느니만 못하게 되어 있을 게야. 그리고 우리 인간들 대부분은 늑대인간을 믿지 못하므로 그가 도와준다 해도 그다지 달라질 게 없단다... 더욱이 그가 시리우스와 오랜 친구 사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말이다...”
“하지만...”
“내 말을 듣거라, 해리. 너무 늦었단다. 내 말 알아듣겠니? 스네이프 교수의 사건 설명이 너희들이 말한 것보다 훨씬 더 납득할 만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한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시리우스를 싫어해요. 단지 시리우스가 장난을 좀 쳤다는 이유만으로 말예요.”
“하지만 시리우스의 행동은 결코 결백한 사람의 행동이었다고 볼 수가 없단다. 뚱보 여인을 공격하고 칼을 들고 그리핀도르 탑을 침입하고... 페티그루가 살았든 죽었든 우리 시리우스의 처형을 뒤집을 수가 없어.”
“하지만 교수님은 저희를 믿으시잖아요.”
“그야, 난 물론 그렇지. 하지만 내겐 다른 사람들에게 진실을 보게 할 힘이, 아니 마법부 장관에게 그 모든 걸 뒤집게 할 힘이 없단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란다.”
덤블도어 교수가 천천히 말하고는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시간? 설마...!!
“그렇군요!”
“하지만.... 아!”
헤르미온느도 뒤늦게 이해한 것 같았다.
“자, 잘 듣거라.”
덤블도어 교수가 소리를 낮추고 똑똑히 말했다.
“시리우스는 7층에 있는 플리트윅 교수의 사무실에 갇혀있단다. 서쪽 탑의 오른쪽에서부터 열세 번째 창문이지. 일이 잘된다면, 너희들은 오늘 밤 무고한 생명을 하나 이상 구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기억해라. 절대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레인저, 넌 방법을 알고 있지?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잘 알고 있을 게다... 절대.... 모습을 드러내선... 안 된다.”
덤블도어 교수가 문 앞으로 걸어가다가 홱 돌아보았다.
“이제 난 이 문을 잠글 게다. 지금 시각이...”
덤블도어 교수가 손목 시계를 들어다보았다.
“자정까지 5분밖에 안 남았구나. 그레인저, 세 번 돌려야 할 게다. 행운을 빈다.”
“행운을 빈다구?”
덤블도어 교수가 나가고 문이 쾅 닫히자 해리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서는 헤르미온느에게 다가갔다.
“세 번 돌리다니? 교수님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우리더러 뭘 하라는 거지?”
“해리, 이리와!! 어서!”
헤르미온느가 망토 속으로 손을 넣어 목에 걸려 있는 긴 금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해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섰다.
“자....”
헤르미온느가 그 목걸이를 우리의 목에 감았다.
“준비됐니?”
“우리 뭐하고 있는 건데?”
“헤르미온느, 돌려.”
해리가 얼떨떨해져서 말했지만 그 물음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헤르미온느가 모래 시계를 세 번 돌렸다. 어두운 병실이 점점 희미해졌다.
발밑의 땅이 딱딱해지는 게 느껴지더니 모든 게 다시 똑똑히 보였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현관 안의 커다란 홀에서 서 있었다. 한 줄기 햇빛이 열린 현관문을 통해 마룻바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헤르미온느, 도대체...?”
“이리로 와!”
헤르미온느가 우리의 팔을 잡고 빗자루를 넣어 두는 벽장으로 끌고 갔다. 그녀는 벽장문을 열고 물퉁과 걸레들 사이로 밀어 넣고는 자신도 들어간 뒤 문을 쾅 닫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헤르미온느, 무슨 일이야?”
“우린 과거로 온 거야. 세 시간 전으로...”
헤르미온느가 어둠 속에서 목걸이를 우리의 목에서 벗겨 내며 속삭였다.
“하지만...”
“쉿! 들어봐! 누군가 오고 있어! 내 생각엔.... 내 생각에 우린 같아!”
헤르미온느가 귀를 벽장문에 바짝 갖다댔다.
“누군가가 정문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래, 내 생각에 우리가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아!”
“너 지금, 우리가 이 벽장 안에도 있고 저 밖에도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니?”
“그래.”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귀를 벽장문에 바짝 갖다대고 말했다.
“저건 틀림없이 우리야. 우린 투명 망토를 쓰고 있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어....”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고 열심히 귀기울였다.
“우리가 현관 계단으로 내려갔어....”
“그 모래 시계는 어디서 났니?”
“이건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시계야. 학기 첫날 맥고나걸 교수가 주셨어. 내가 지난 일 년 간 그 많은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건 다 이것 덕분이야. 맥고나걸 교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 교수님은 내게 이걸 주려고 마법부에 온갖 편지를 쓰셔야 했지. 내가 모범생이며, 공부 이외에는 절대 이걸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납득시키느라 너무나 많이 애쓰셨어. 난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몇 시간을 되풀이할 수 있었던 거야. 바로 그렇게 해서 몇 가지 수업을 동시에 들을 수 있었던 거지, 알겠니? 하지만... 난 덤블도어 교수가 우리에게 뭘 하라고 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 교수님이 왜 우리에게 세 시간 전으로 돌아가라고 했을까? 그게 시리우스를 돕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 시간쯤 우리가 바꿔야 할 어던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어. 무슨 일이 있었지? 세 시간 전 우리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내려가고 있었어...”
“지금이 세 시간 전이야. 그리고 우린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내려가고 있어. 막 우리가 떠나는 소리를 들렸잖아.”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가 무고한 생명을 하나 이상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 해리, 헤르미온느. 우린 벅빅을 구하게 될 거야!”
“하지만 그게 시리우스를 어떻게 구한다는 거지?”
“교수님이 그 창문의 위치를 알려 주셨잖아, 플리트윅 교수의 사무실 창문! 시리우스가 갇힌 곳이야! 우린 벅빅을 그 창문으로 날아가게 해서 시리우스를 구해야 해! 시리우스는 벅빅을 타고 탈출하는 거야... 시리우스와 벅빅은 함께 탈출할 수 있어!”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보자, 그녀가 겁에 질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들키지 않고 그걸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 안 그래?”
해리가 일어서서 귀를 문에 바짝 갖다댔다.
“밖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자, 가자.”
해리는 벽장문을 열었다. 현관 안의 홀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린 될 수 있는 대로 조용히 벽장에서 빠져나와 돌계단을 내려갔다. 그림자는 이미 길어지고 있었고 금지된 숲의 나무들 위쪽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누구라도 창문에서 내다본다면...”
걱정이 되는 듯 헤르미온느가 성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얼른 도망쳐야지.”
해리가 말했다,
“숲속으로 곧장, 알았지? 그리고 나무 뒤에 숨는 거야.”
“좋아, 그럼 온실로 돌아가자. 해그리드의 오두막 현관에서 안 보이는 곳에 있어야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우릴 보게 되고 말 거야! 우린 지금쯤 해그리드이 오두막에 거의 다 왔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쏜살같이 채소밭을 지나 온실로 갔다. 그리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커다란 버드나무 언저리를 지나 오두막 쪽으로 달렸다. 나무 그림자에 숨어있었다.
“좋아.”
헤르미온느가 헐떡이며 말했다.
“우린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야 해... 보이지 않게.”
숲 가장자리로 조용히 나아갔다. 그 뒤 해그리드의 오두막 현관문을 흘끗 보았을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커다란 오크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는 양쪽에서 살짝 내다보았다. 문간에 나온 해그리드는 창백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면서 누가 노크한 건지 보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해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희들이에요. 투명 망토를 입고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야 망토를 벗을 수 있어요.”
“오지 말라니까, 참1”
해그리드가 속삭였다. 그가 뒤로 물러선 뒤 얼른 문을 닫았다.
“이런 이상한 일까지 해보다니.”
해리가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조금 더 가자.”
헤르미온느가 작게 말했다.
“벅빅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해!”
해그리드의 호박밭 울타리에 매어져 있는 히포그리프가 보일 때가지 살금살그므 걸어갔다. 벅빅이 다소 겁내는 것 같았다.
“지금 할까?”
“안 돼. 우리가 만약 녀석을 지금 훔치면 위원회 사람들은 해그리드가 녀석을 놓아 주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그들이 바깥에 매여 있는 녀석을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러면 60초 정도의 시간밖에 없어.”
해리가 초조하게 말했다. 바로 그때 해그리드의 오두막 안에서 사기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해그리드가 우유 단지를 깨트리는 소리야. 조금 있다가 내가 스캐버스를 발견하게 될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 뒤, 헤르미온느가 놀라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헤르미온느, 로라.”
해리가 불쑥 말햇다.
“우리가 만약.... 우리가 만약 저 안으로 달려들어가 페티그루를 붙잡으면 어떻게 될까?”
“안 돼!”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겠니? 우린 지금 가장 중요한 마법사 법률 가운데 하나를 어기고 있어! 아무도 시간을 바꾸지 못하게 되어 있어. 아무도! 너도 덤블도어 교수님의 말씀을 들었잖아. 들켰다간...”
“우릴 볼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과 해그리드박에 없잖아!”
“해리, 만약 네가 해그리드의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면 저 안에 있는 넌 어떻게 할 것 같니?”
내가 물었다.
“내가... 내가 미친 거라고 생각하겠지.”
해리가 말했다.
“아니면 어떤 어둠의 마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바로 그거야! 넌 이해하지 못할 거야. 넌 심지어 네 자신을 공격하러 들지도 몰라! 모르겠어? 맥고나걸 교수는 마법사가 시간을 마음대로 주무른 결과,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말씀해 주셨어... 많은 사람들이 실수로 과거나 미래의 자신을 죽였대!”
“알았어. 그저 그렇게 생각한 것뿐이야. 그저...”
그때 헤르미온느가 우리를 쿡 찌르며 성 쪽을 가리켰다. 멀리 있는 정문을 보자 덤블도어 교수와 퍼지 장관과 위원회에서 온 늙은이와 사형 집행인인 맥네어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가 막 나오려고 해!”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리고 정말로 잠시 뒤, 해그리드의 오두막 뒷문이 열렸다. 우리가 해그리드와 함께 걸어나오는 걸 보았다. 나무 뒤에 서서 자기가 호박밭으로 걸어가는 걸 지켜보는 기분은 정말로 이상했다.
“괜찮아, 벅빅. 괜찮아...”
해그리드가 벅빅에게 말했다. 그 뒤 그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와 나에게 돌아섰다.
“어서 가, 빨리.”
“해그리드, 저흰...”
“정말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저희가 말할게요...”
“벅빅을 죽이도록 내버려 둬선 안 돼요...”
“가! 너희들까지 얽히면 문제가 정말로 심각해져.”
헤르미온느가 호박밭에서 투명 망토를 우리의 머리 위에 뒤집어씌우는 걸 지켜보았다.
“얼른 가. 듣지 말구...”
해그리드의 오두막 현관에 노크 소리가 났다. 사형 집행인이 도착한 것이다. 해그리드는 홱 돌아서서 뒷문을 조금 열어 둔 채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네 명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가 버렸다.... 하지만 숲속에 숨어있는 우리는 뒷문을 통해 오두막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들을 수 있었다.
“그 짐승은 어딨소?”
맥네어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밖에... 밖에 있소.”
해그리드의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맥네어의 얼굴이 벅빅을 내려다보려고 해그리드의 오두막 창문에서 나타나자 얼른 몸을 숨겼다. 그 뒤 퍼지 장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린... 저... 자네에게 공식 사형 집행 통지서를 읽어줘야 하네, 해그리드. 내가 얼른 읽겠네. 그리고 내가 다 읽고나면 자네와 맥네어가 각각 사인을 해야 하네. 맥네어, 자네도 잘 듣게. 그것도 다 절차니까...”
창문에서 맥네어의 얼굴이 사라졌다. 이제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여기서 기다려. 내가 할게.”
해리가 우리에게 속삭였다. 해리는 나무 뒤에서 쏜살같이 달려 나와 호박밭 울타리로 달려가서 벅빅에게로 다가갔다.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유죄 선고를 받은 히포그리프 벅빅은 6월 6일 일몰 때 사형될 것이다.”
해리는 벅빅과 인사했다. 벅빅이 비늘이 있는 무릎을 꿇었다가 다시 일어섰다. 해리는 벅빅을 울타리에 붙을어 매고 있는 발줄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 사형은 위원회가 임명한 사형 집행인 월든 맥네어에 의해 집행될 것이다....”
해리가 밧줄을 잡아 당겼다. 하지만 법빅은 앞발로 버티고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아래의 사람들이 증인으로서 서명한다. 해그리드, 여기에 서명하게....”
해리.. 빨리!
“자, 이제 일을 해치웁시다.”
해그리드의 오두막 안에서 위원회에서 나온 노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해그리드, 자넨 안에 있는 게 좋을 것 같네!”
“아닙니다, 전... 전 녀석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 녀석을 혼자 있게 하고 싶지 않아요...”
오두막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벅빅, 움직여!”
해리가 조급하게 말했다. 해리는 벅빅의 목에 감겨있는 줄을 더 세게 당겼다. 그제서야 히포그리프가 몸을 움직여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둘러야 한다.
“잠깐, 맥네어. 자네도 서명해야 하네.”
덤블도어 교수가 말하자 발소리가 그쳤다. 해리는 밧줄을 계속 잡아당겼다. 벅빅이 부리로 짤깍하는 소리를 내더니 조금 더 빨리 걸었다.
“해리, 서둘러!‘
헤르미온느가 소리를 죽여 속삭였다. 결국 나무 뒤에서 나와 밧줄을 잡고 벅빅이 더 빨리 움직이도록 잡아당겼다.
“멈춰. 우리 소리가 들릴지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속삭이자 우리는 숲속에 몸을 숨겼다. 해그리드의 오두막 뒷문이 쾅하고 열렸다. 정적....
“그게 어딨나?”
위원회 노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짐승이 어디에 있나?”
“여기에 매여 있었어요!”
사형 집행인이 펄펄 뛰며 말했다.
“제가 분명히 보았어요! 바로 여기에 있었다구요!”
“굉장히 이상하군.”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재미있어하는 투가 역력했다.
“벅빅!”
해그리드가 쉰 목소리로 불렀다. 휙 하더니 쾅 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형집행인이 화가 나서 도끼로 울타리를 내려친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뒤 울부짖는 소리가 나더니 이번엔 해그리드가 훌쩍이면서 하는 말이 들렸다.
“가 버렸어요! 가 버렸어요! 어떻게 해요. 녀석이 가 버렸어요! 영리한 녀석이 직접 발줄을 풀고 달아난 거예요!”
벅빅이 해그리드에게로 돌아가려고 밧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벅빅이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단단히 잡고 있었다.
“누군가가 풀어준 게 틀림없어요”
사형 집행인이 무서운 어조로 말했다.
“정원을 수색해야 해요. 숲을....”
“맥네어, 누군가가 만약 벅빅을 정말로 훔쳐갔다면, 그 도둑이 히포그리프를 걸어가게 했겠나?”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는 여전히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하늘을 수색하지 그러냐. 해그리드, 난 차 한 잔 해야겠네. 아니면 브랜디를 좀 마시던가.”
“무.... 물론이죠, 교수님.”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희미하나마 몹시 기쁜 듯 밝게 들렸다.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발소리와 씩씩대며 욕설을 퍼붓는 사형 집행인의 목소리와 쾅 닫히는 문소리를 들었다. 그 뒤 한 번 더 정적이 흘렀다.
“이제 어떻게 하지?”
“우린 여기에 숨어 있어야 할 거야. 사람들이 성으로 돌아간 다음, 벅빅이 시리우스가 갇힌 방 창문으로 안전하게 날아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시리우스는 두 시간쯤 뒤에나 그곳에 올 거야...”
“이게 점점 더 어려워지네.”
헤르미온느는 어깨 너머로 숲속을 바라보았다. 이제 해가 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가야 할 것 같아.”
해리가 열심히 생각하며 말했다.
“커다란 버드나무가 보이는 곳으로 말야. 그렇지 않으면 일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니까.”
“좋아.”
헤르미온느가 벅빅의 밧줄을 더 단단히 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해리. 기억해...”
어둠이 내리고 있는 숲 가장자리로 걸어가 커다란 버드나무를 알아볼 수 있는 나무 덤불 뒤에 숨었다.
“저기에 론이 있어.”
어두운 형체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달려가자 어두운 공기를 뚫고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리 가지 못해... 저리 가... 스캐버스, 이리 와...”
그 뒤 난데없이 어디선가 세 형체가 더 나타났다. 우리가 론을 쫒아가는 걸 지켜보았다. 론이 돌진했다.
“잡았다! 저리 가, 이 지독한 고양이 같으니라구.”
론이 스캐버스를 잡았다.
“저기에 시리우스가 있어.”
해리가 말했다. 버드나무 뿌리에서 커다란 개의 형체가 튀어 올랐다. 그가 해리를 넘어뜨린 뒤, 론을 잡았다.
“여기서 보니까 훨씬 더 끔찍하군, 안 그러니?”
해리가 론을 끌고 나무 뿌리 속으로 들어가는 개를 지켜보며 말했다.
“아야.. 봐, 내가 막 저 나무에게 맞았어, 너희들도야. 이거 정말 기분이 묘한데...”
커다란 버드나무가 끽끽거리며 낮은 나뭇가지들을 후려치면서 덤비고 있었다. 자신들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나무 밑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뒤 나무가 얼어붙은 듯 멈춰섰다.
“크룩생크가 나무의 옹이를 누르고 있는 거야.”
“저 봐, 우리가 가고 있어.. 우리가 들어갔어.”
해리가 중얼거렸다. 우리가 사라지자 나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시 뒤, 아주 가까이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덤블도어 교수와 맥네어와 퍼지 장관과 위원회 노인이 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 통로 안으로 들어간 직후였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가 우리와 함께 있더라면...”
“맥네어와 퍼지 장관도 왔을 거야.”
“응. 퍼지 장관은 틀림없이 맥네어에게 시리우스를 당장에 죽이라고 했을 거야.”
해리와 내가 따끔하게 말했다. 네 사람이 성 계단을 올라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지켜보았다. 잠시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 뒤....
“루핀 교수가 와!”
또 다른 형체가 쏜살같이 돌계단을 내려와 버드나무 쪽으로 질주하는 게 보였다. 달은 구름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루핀 교수가 땅에서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들고 나무의 옹이를 찌르는 걸 보았다. 마구 후려치던 나뭇가지가 잠잠해지자, 루핀 교수 역시 뿌리의 틈새로 사라졌다.
“루핀 교수가 투명 망토만 집었어도.”
“그냥 저기에 놓여 있는데....”
해리가 우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만약 지금 달려나가 저걸 가져온다면, 스네이프 교수가 절대 발견하지 못할 텐데...‘
“해리, 그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구 그래!”
“너흰 어떻게 이걸 참을 수 있니?”
해리가 우리에게 사납게 물었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그저 여기에 서서 지켜보고만 있으란 말이니? 난 망토를 집으러 가야겠어!”
“해리, 안 돼!”
해리의 망토 자락을 간신히 잡았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해그리드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비틀비틀 성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술병이 들려있었다.
“알겠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겠냐구? 우린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해! 안 돼, 벅빅!”
헤르미온느가 나무라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히포그리프가 또다시 해그리드에게 가려고 미친 듯이 날뛰었다. 벅빅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우린 밧줄을 꼭 잡았다. 해그리드가 취해서 갈지(之)자로 걸으며 성으로 올라가 버리자, 벅빅이 발버둥을 치는 걸 멈추고 애처롭게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그 뒤 2분도 채 되지 않아 성문이 다시 한 번 홱 열리더니, 세베루스가 달려나와 버드나무 쪽으로 질주했다. 그는 나무 옆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투명 망토를 집어 들었다.
“더러운 손 거기서 떼지 못해.”
“쉿!”
해리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세베루스는 루핀 교수가 나무를 멈추게 하는 데 사용했던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옹이를 찌르더니 투명 망토를 입고 사라졌다.
“저게 다야. 우린 모두 저 밑에 있어... 이제 우리가 다시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돼.”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벅빅의 밧줄 끝을 가장 가까운 나무에 안전하게 잡아맨 뒤 마른 땅 위에 앉았다.
“그런데 이해되지 않은 게 있어... 디멘터들이 왜 시리우스를 잡지 않았지? 그들이 오고 있었던 건 기억나는데, 그 뒤 내가 정신ㅇ르 잃었던 것 같아... 디멘터들이 굉장히 많았어.”
우리도 앉았다. 그리고 해리는 자기가 본 것을 설명해주었다. 자장 가까운 디멘터가 입을 해리의 입으로 갖다대려고 했을 때, 은빛 나는 커다란 무언가가 호수를 가로질러 달려와 디멘터를 물리쳤다고.
해리가 말을 마쳤을 즈음, 헤르미온느의 입이 약간 벌어져있었다.
“그게 뭐였는데?”
“디멘터를 물리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 밖에 없을 거야. 진짜 패트로누스. 강력한 거 말야.”
“그런데 그걸 누가 불러냈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했니? 교수님들 중 하나였니?”
“아니. 교수님은 아니었어.”
“하지만 디멘터를 모조리 물리쳤다면 정말로 강력한 마법사임에는 틀림없을 거야... 만약 패트로누스가 그렇게 발게 빛나고 있었다면, 그 빛 때문에 그 사람 모습이 좀 보이지 않았을까? 보지 못했니?”
“아니, 봤어. 하지만... 어쩌면 그저 내가 상상한 건지도 몰라... 머리가 어지러웠어... 그 후 바로 기절해버렸으니까.”
“누구 같은데?”
“내 생각에...”
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 생각에 우리 부모님 같았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왠지 모르게 해리의 부모님 같았거든. 릴리 포터의 붉은 머리칼과 해리와 쏙 닮은 제임스 포터를 본 것 같아.”
“하지만 네 부모님은 돌아가셨잖아.”
“나도 알아.”
해리가 얼른 말했다.
“그럼 부모님의 유령을 본 거라고 생각하니?”
“몰라... 아냐... 유령처럼 보이지는 않았어...”
“하지만 그러면....”
“어쩌면 정말로 유령을 봤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본 것은... 꼭 우리 부모님처럼 생겼었어... 난 부모님 사진을 갖고 있거든.”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해리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 소리처럼 들린다는 거 알아.”
해리가 맥없이 말했다. 벅빅은 벌레를 찾고 있는 듯, 부리로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머리 위에 있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살랑거렸다. 떠다니는 구름 뒤에 달이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박쥐가 퍼덕이면서 날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버드나무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앉아 기다렸다.
마침내 한 시간쯤 뒤....
“우리가 나와!”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벅빅이 고개를 돌렸다. 루핀 교수와 론과 페티그루가 뿌리의 구멍에서 어색하게 기어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 뒤 의식이 없는 세베루스가 이상하게 둥둥떠서 나왔고... 내가 나오고 헤르미온느가 나옸다. 다음에 해리와 시리우스가 나왔다. 그들 모두가 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해리. 우린 그대로 있어야 해.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되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페티그루가 다시 한 번 달아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단 말이지.”
“어둠 속에서 쥐를 어떻게 찾겠다는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린 시리우스를 돕기 위해서 다시 온 거야! 그 밖의 일은 어떤 것도 해선 안 돼!”
“알겠어.”
“헤르미온느, 해리도 충분히 알아 들었을 거야. 달이 나왔어.”
달이 구름 속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나왔다. 성 쪽으로 걸어가던 작은 형체들이 멈춰서는 걸 보았다.
“저기 루핀 교수가, 교수님의 몸이 변하고 있어.”
“헤르미온느!”
“여기에 있으면 안 돼!”
헤르미온느가 속삭이자 우리가 말했다.
“안 돼, 몇 번이나 말했니?”
“끼어들려고 그러는 게 아냐! 루핀 교수가 바로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단 말야!”
“어서!!”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늑대인간의 시야를 방해하는 박쥐 무리. 그 모습에 나는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가 벅빅을 풀기 위해 달려가며 투덜거렸다.
“어디로 가지? 어디에 숨지? 디멘터가 금방 올 텐데...”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다시 가자! 거긴 지금 아무도 없어. 빨리!”
해리가 말했다. 있는 힘껏 달렸다. 벅빅도 뒤에서 천천히 달려오고 있었다. 뒤에서 늑대인간이 소리를 길게 뽑으며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이 보였다. 해리는 달려가 손잡이를 비틀어 돌리고 문을 열었다. 헤르미온느와 벅빅이 안으로 들어가고 내가 들어갔다. 해리가 우리를 따라 들어간 뒤 문을 잠갔다. 멧돼지 사냥용 개인 팽이 큰 소리로 짖어댔다.
“쉬, 팽. 우리야!”
개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귀를 잡으며 말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래...”
해리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벅빅은 다시 해그리드의 집에 와 있다는 걸 알고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았다. 히포그리프는 만족스러운 듯 날개를 접고 난로 앞에 누웠다. 잠 잘 채비를 하는 것 같았다.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볼 수가 없어. 언제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잖아.”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끼어들려는 게 아니야.”
해리가 얼른 말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지 못한다면, 언제 시리우스를 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알겠어?”
“글쎄.... 그러면 좋아. 그러면... 난 여기서 벅직과 기다릴게...”
“내가 해리를 따라갈게, 헤르미온느. 그가 허튼 짓을 하지 못하게.”
“조심해, 해리, 로라. 밖에는 늑대인간이 있어. 그리고 디멘터도....”
다시 밖으로 걸어나와 오두막 가장자리로 서서히 나아갔다. 멀리서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디멘터가 시리우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엇다. 조금 있으면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내가 그에게로 달려갈 것이다.
호수 쪽을 바라보았다. 해리는 잠시 우물쭈물하며 해그리드의 오두막 문 앞에 서 있었다.
“가고 싶은 거지? 가자.”
“하지만....”
“가자. 들키지만 않으면 돼.”
디멘터가 사방에서 나와 호숫가로 다가가고 있었다. 디멘터들은 우리가 있는 곳에서 멀어져 반대편 둑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와 해리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호수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맞은편 둑에서 아주 작고 희미한 은빛 불빛이 보였다. 해리가 만들어낸 패트로누스였다. 호숫가에 덤불이 있었고 그 뒤에 몸을 숨기고 이파리들 사이로 내려다 보았다. 맞은편 둑에 있던 희미한 은빛 불빛이 갑자기 꺼져버렸다.
“어서요! 어디계세요, 아빠, 어서요.”
해리가 막연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과거의 해리와 나를 향해서 디멘터가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 중 해리와 나를 향해서 두건을 내린 디멘터... 칫. 나는 덤불 속에서 나와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나와 해리가 동시에 외쳤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형체 없는 안개 구름이 아닌 아주 눈부신 은빛 동물이 튀어나왔다. 암사슴과 수사슴은 조용히 호수의 검은 표면을 가로질러 뛰어가고 있었다. 패트로누스는 디멘터들에게로 돌진했다. 디멘터들이 겁이 나서 주춤주춤하며 흩어지더니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패트로누스가 돌아섰다. 그것이 잔잔한 물 표면을 가로질러 다시 우리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해리의 패트로누스는 수사슴이었구나.”
“.... 프롱스.”
수사슴이 둑에 멈춰섰다. 그리고 부드러운 땅에 전혀 발굽 자국도 남기지 않은 채 커다란 은빛 눈으로 해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가지가 쭉 뻗은 뿔이 나 있는 고개로 천천히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해리는 깨닫고는 속삭였다.
해리가 떨리는 손을 뻗는 순간 그 동물이 사라졌다. 해리는 여전히 한 손을 뻗은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에 발굽소리가 들렸다. 헤르미온느가 벅빅을 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망보겠다고 가더니!”
그녀가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가 막 우리 모두의 생명을 구했어. 이 뒤로 와 봐, 이 덤불 뒤로. 설명해줄게.”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방금 있었던 일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누가 너흴 본 사람이 있니?”
“그래. 내 말 헛들었니? 난 나와 로라를 보고 부모님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이제 됐어.”
“믿을 수가 없어... 너희가 디멘터를 모조리 물리친 패트로누스를 불러냈다는게 말야! 그건 아주 어려운 고동 마법이야.”
“이번에는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왜냐하면 이미 그렇게 했었으니까 말야... 말이 되니?”
“모르겠어. 스네이프 교수 좀 봐!”
함께 덤불 사이로 맞은편 둑을 바라보았다. 세베루스가 의식을 회복한 것 같았다. 그는 마법으로 들것을 불러내어, 축 늘어진 우리를 그 위로 들어 올렸다. 론이 누워있는 또 하나의 들것은 이미 그의 옆으로 둥둥 떠가고 있었다. 그 뒤 그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들것이 성을 향해 떠가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됐어.”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병동 문을 잠글 때까지 45분 정도 남았어. 우리가 사라졌다는 걸 사람들이 알기 전에 시리우스를 구하고 병실로 돌아가야 해!”
우리는 기다렸다. 호수에 움직이는 구름이 어렸다. 덤불이 바람에 살랑거렸다. 벅빅은 지루했는지 다시 벌레를 찾으며 땅을 파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저 위에 와 있을까?”
해리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말했다.
“저것 봐!”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게 누구지? 또 누군가가 성에서 나오고 있어!”
어둠 속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어떤 남자가 허둥지둥 정원을 가로질러 성 입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허리띠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맥네어야!”
“사형 집행인! 디멘터를 데리러 가고 있는 거야!”
“헤르미온느, 바로 지금이야!”
헤르미온느가 벅빅의 등에 손을 얹자 우리는 그녀가 히포그리프의 등에 올라타는 걸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와 해리가 덤불의 낮은 나뭇가지를 밟고 올라갔다. 해리가 앞으로 기어 올라가서는 밧줄을 고삐처럼 잡았다.
“준비 됐니?”
“헤르미온느, 해리를 꽉 잡아. 내가 널 잡을 테니까.”
해리가 발뒤꿈치로 벅빅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벅빅이 곧장 어둠 속으로 날아올랐다.
“어머, 무서워. 아, 난 이런 건 정말 싫어...”
해리는 벅빅을 앞으로 몰았다. 조용히 성의 위층으로 날고 있었다.
“우어우어!”
해리가 있는 힘껏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 벅빅이 속도를 늦추더니 멈춰 섰다. 하지만 히포그리프가 계속 공중에 떠 있기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었으므로, 우리의 몸은 계속해서 몇 미터씩 오르내리고 있었다.
“저기야!”
창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해리가 시리우스를 발견하고는 외쳤다. 그는 손을 뻗고 있다가 벅빅의 날개가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창문을 세게 두드렸다. 시리우스가 올려다보았다.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는 의자에서 펄쩍 뛰어내리더니 허둥지둥 창가로 갔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뒤로 물러서세요!”
헤르미온느가 그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왼손으로 여전히 해리의 망토 자락을 잡은 채 지팡이를 꺼냈다.
“알로호모라!”
창문이 확 열렸다.
“어떻게... 어떻게...”
시리우스가 히포그리프를 빤히 바라보며 가냘프게 말했다.
“타세요! 시간이 얼마 없어요!”
해리가 벅빅이 움직이지 않도록 매끄러운 목을 단단히 잡으며 말했다.
“여기서 나가셔야 해요! 디멘터들이 오고 있어요. 맥네어가 그들을 데리러 갔어요!”
“내가 일어날게.”
“로라, 여긴 상공이야!”
“괜찮아.”
헤르미온느가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지만 나는 애니마구스로 변했다. 그리고는 날개짓을 하면서 그곳에 날아올랐다. 그러자 헤르미온느가 입을 벌린 채로 붉은 뱁새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창틀에 양손을 올려놓고 머리와 어깨를 밖으로 내밀었다. 몸이 마른 게 천만다행이었다. 잠시 후 그는 이럭저럭 한쪽 발을 벅빅의 등으로 뻗고 헤르미온느 뒤로 몸을 끌어당겨 올라탔다. 내가 새인게 정말 다행이네.
“됐어, 벅빅. 날아올라!”
해리가 밧줄을 흔들며 말했다.
“탑으로 어서!”
히포그르프가 날개를 한 번 세게 퍼덕이자 다시 위쪽으로 날아올랐고 나도 그 뒤를 쫒듯이 날아올랐다. 벅빅이 달가닥거리면서 탑 난간에 내려앉았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즉시 히포그리프에게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나는 해리의 머리를 둥지 삼듯이 내려앉았다.
“시리우스, 빨리 가시는 게 좋아요. 어서요. 그들이 곧 플리트윅 교수의 사무실로 들이닥칠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가 없어진 걸 알게 될 거예요.”
벅빅이 갑자기 뾰족한 머리를 쳐들며 앞발로 땅을 긁었다.
“또 다른 아이는 어떻게 되었니? 론이라고 했던가?”
시리우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앤 괜찮아질 거예요. 아직 의식이 없긴 하지만, 폼프리 부인이 그러는데 곧 나아질 거래요. 어서요, 가세요.”
하지만 시리우스는 여전히 해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가세요!”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소리쳤다. 시리우스가 밧줄을 틀어 벅빅을 돌아서게 했다.
“다시 만나게 되겠지. 넌... 확실히 네 아버지의 아들이구나, 해리...”
그가 발뒤꿈치로 벅빅의 옆구리를 눌렀다. 커다란 날개가 다시 한 번 퍼지자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뒤로 물러섰다. 히포그리프가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히포그리프와 시리우스의 모습이 점점 더 작아졌다. 구름이 달 쪽으로 둥둥 떠 왔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가버렸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며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나도 정신을 차리라듯이 부리로 해리의 머리를 약하게 쪼았다.
“정확히 10분 뒤엔 우린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병동으로 다시 내려가 있어야 해. 덤블도어 교수가 문을 잠그기 전에...”
“아퍼, 로라! 알았어. 가자....”
그들은 뒤에 있는 문간으로 살짝 빠져나가 나선형으로 돌돌 말린 돌계단으로 내려갔다. 밑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용히 해리의 머리에서 날아올라 그들의 뒤에서 변신을 풀고는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벽에 바짝 기대어 귀를 기울였다. 퍼지 장관과 세베루스인 것 같았다. 그들은 층계참에 있는 복도를 따라 급히 걷고 있었다.
“... 덤블도어 교수가 성가신 불평을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세베루스가 말하고 있었다.
“입맞춤이 즉시 실시될 건가요?”
“맥네어가 디멘터를 데려오기만 하면 바로 시작할 거라네. 이 시리우스 블랙 사건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것이었네. 우리가 마침내 그를 잡았다는 기사가 <예언자 일보>에 나는 날을 내가 얼마나 고대하고 있었는지 자넨 아마 모를 걸세... 기자들이 자네를 인터뷰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군, 스네이프. 그리고 일단 해리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자네가 그 애를 정확히 어떻게 구했는지 <예언자 일보>에 싣고 싶어할 걸세.”
해리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들이 우리가 숨어 있는 곳을 지나쳐가면서 발소리는 멀어져갔다. 그들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 계단을 내려가자 또 다른 계단이 나왔다. 그리고 새로운 복도를 따라 걸어가고 있을 때 앞에서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피브스야! 이리 들어와!”
해리가 말했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왼쪽에 있는 텅 빈 교실로 달려들어갓다. 피브스가 유쾌하게 소리내어 웃으며 복도를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으, 저놈의 요정을 그냥...”
헤르미온느가 귀를 문에 바짝 갖다대며 속삭였다.
“디멘터가 시리우스를 해치러 오는 걸 알고 저렇게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그녀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제 3분 남았어.”
피브스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뒤, 교실에서 살짝 나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로라, 헤르미온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다시 돌아가지 못하면... 덤블도어 교수가 문을 잠그기 전에 말야.”
해리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1분 남았어!”
병동 입구가 있는 복도 끝에 도달했다.
“좋았어, 덤블도어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살금살금 복도를 걸어갔다. 문이 열렸다. 덤블도어 교수의 등이 나타났다.
“이제 난 이 문을 잠글 게다. 지금 시각이.... 자정까지 5분밖에 안 남았구나. 그레인저, 세 번 돌려야 할 게다. 행운을 빈다.”
덤블도어 교수가 뒷걸음질 쳐서 방에서 나와 문을 닫더니 마법으로 문을 잠그기 위해 지팡이를 꺼냈다. 우리는 전전긍긍하며 앞으로 달렸다. 덤블도어 교수가 고개를 들었다. 긴 은빛 수염 밑으로 미소가 번졌다.
“잘 됐니?”
“저희가 해냈어요! 시리우스가 탈출했어요, 벅빅을 타고...”
“잘했다, 난 또...”
덤블도어 교수가 우리에게 환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그가 병동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난 또 너희들도 같이 가 버린 줄 알았지.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거라. 문을 잠가야겠다....”
우리는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그곳엔 론밖에 없었다. 론은 여전히 침대 끝에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문 밖에서 자물쇠가 잘깍 하는 소리가 나자 우리는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헤르미온느는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시계를 다시 망토 속으로 밀어넣었다. 잠시 뒤, 폼프리 부인이 다시 성큼성큼 걸어왔다.
“교장 선생님이 떠나시는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이제 내 환자를 돌봐도 되겠지?”
그녀는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우리는 군말 없이 초콜릿을 받았고 폼프리 부인은 우리가 먹는지 확인했다.
위쪽 어딘가에서 성이 나서 고함을 질러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저게 무슨 소리지?”
폼프리 부인이 놀려서 말했다. 이제 성난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폼프리 부인이 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사람들을 모조리 깨우겠군!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 거지?”
목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순간이동을 써서 달아난 게 틀림없네, 세베루스. 혼자 놔두는 게 아니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는 순간이동을 쓴 게 아니에요! 이 성 안에서는 순간이동을 쓸 수 없단 말입니다! 이건 포터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게 틀림ㅇ벗어요!”
“세베루스, 자넨 지금 제정신인가? 병실 문이 잠겨있었네.”
쾅! 병실 문이 느닷없이 열렸다. 퍼지 장관과 덤블도어 교수와 세베루스는 병실로 성큼 성큼 걸어 들어왔다. 차분해 보이는 사람은 덤블도어 교수뿐이었다. 사실 그는 아주 재미있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퍼지 장관은 성난 것 같고 세베루스는 몹시 흥분한 것 같았다.
“말해라, 포터!”
그가 으르렁거렸다.
“무슨 짓을 했지?”
“스네이프 교수님1”
폼프리 부인이 날카롭게 외쳤다.
“자제 좀 하세요!”
“이것 보게, 스네이프. 자네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퍼지 장관이 나무라듯 말했다.
“이 문은 잠겨 있었네. 우리가 방금 보았잖나.”
“저 애들이 그가 달아나도록 도와준 거예요. 전 알아요!”
세베루스가 우리를 가리키며 악을 썼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입에서는 침이 튀고 있었다.
“진정하게, 이 사람아.”
퍼지 장관이 크게 호통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구!”
“장관님은 포터를 모르세요! 저 애가 한 짓이에요. 전 저 애가 그랬다는 걸 알아요.”
세베루스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만하면 됐네, 세베루스.”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자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내가 10분 전 병동을 나간 이후 이 문은 쭉 잠겨 있었네. 폼프리 부인, 이 아이들이 침대에서 나왔었나요?”
“물론 아니죠!”
폼프리 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랬다면 제가 이 애들이 나가는 소리를 들었을 거예요!”
“그것 보세, 세베루스.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로라가 같은 시간에 두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이 애들을 괴롭힐 이유가 없을 것 같네.”
덤블도어의 침착한 목소리에 세베루스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자리에 선 채, 그의 터무니없는 행동에 충격 받은 것 같은 퍼지 장관과 안경 너머로 눈을 반짝이고 있는 덤블도어 교수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홱 돌아서더니 망토를 휘날리며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서가 꽤나 불안정한 것 같군.”
퍼지 장관이 그의 뒷모습을 못마땅한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저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 덤블도어.”
“아, 정서가 불안정한 게 아니야. 그저 대단히 실망한 것뿐이지.”
“실망한 게 어디 자기뿐이겠나!”
퍼지 장관이 코웃음을 쳤다.
“<예언자 일보>는 또 한바탕 크게 떠들어댈 게 분명하네! 블랙을 다 잡았다가 다시 놓쳤으니 말야. 이제 저 히포그리프의 탈출 이야기가 알려지는 일만 남았군. 그러면 난 틀림없이 웃음거리가 되겠지! 자... 난 가서 마법부에 알리는 게 좋겠네.”
“그러면 디멘터는? 그들은 이제 학교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겠지?”
“아, 그야 여부가 있겠나. 당연히 돌아가야 하겠지.”
퍼지 장관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들이 순진한 아이에게 죽음의 입맞춤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네.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아... 오늘 밤 당장 짐을 싸서 아즈카반으로 돌아가도록 조치를 취하겠네... 대신 학교 입구에 용들을 세워 두는 것이 생각해 봐야겠네...”
“해그리드가 좋아하겠군.”
덤블도어 교수가 우리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가 퍼지 장관과 함게 나가자, 폼프리 부인은 급히 걸어가 문을 다시 잠갔다. 그녀는 화가 나서 투덜거리며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병실 끝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론이 깨어난 것이었다.
“무슨... 무슨 일이 있었니?”
그가 신음하면서 말했다.
“해리,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시리우스는 어디에 있어? 루핀 교수는 어디에 있지? 무슨 일이야?”
“헤르미온느, 부탁해.”
“응. 네가 설명해.”
나와 해리가 초콜릿을 한 입 더 베어 먹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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