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음날 정오에 병동에서 나왔다(나는 여전히 안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성은 거의 비워있었다. 날씨가 찌는 듯이 더운 데다 시험까지 끝났으므로 학생들은 모두 또 한 번 호그스미드로 갔다. 그러나 론과 헤르미온느와 나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으므로, 해리와 함께 그냥 성에 남아있었다. 정원을 거닐며 전날 밤에 있었던 놀라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호숫가에 앉아서 대왕 오징어가 물 위로 빨판을 빈들빈들 흔드는 걸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어떤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흐리멍덩한 눈의 해그리드가 식탁보만 한 손수건으로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을 닦으면서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기뻐해서는 안 된다는 거 알아. 어젯밤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까 말야. 블랙도 다시 달아나고, 모든 게 다 말이야...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맞혀 볼래?"
"무슨 일인데요?"
시치미를 뚝 떼고 몹시 알고 싶어하는 척하며 물엇다.
"벅빅 말야! 녀석이 탈출했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구! 기분이 좋아서 밤새도록 마셨어!"
"정말 잘됐군요!"
헤르미온느가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론을 나무라듯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녀석을 제대로 매어 두지 않았었나 봐."
해그리드가 행복하게 정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오늘 아침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녀석이 정원에서 혹시 루핀 교수를 만났을까 봐 말야. 하지만 루핀 교수는 그러는데 지난밤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대..."
"뭐라구요?"
해리가 얼른 물었다.
"아차, 너희들 못 들었니?"
해그리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약간 사라졌다. 그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 스네이프 교수가 오늘 아침에 슬리데린 아이들에게 말했어. 지금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거야. 루핀 교수가 늑대인간이라는 걸 말야. 그리고 그가 어젯밤에 정원을 돌아다녔다는 것도... 그는 물론 지금 짐을 싸고 있어."
"짐을 싸신다구요? 왜요?"
해리가 놀라서 물었다.
"떠다는 거지, 뭐."
해그리드는 해리가 너무나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 사임했어. 그런 위험한 일이 또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하면서 말야."
해리가 급히 일어섰다.
"교수님을 만나야겠어."
"하지만 이미 사임하셨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상관없어. 그래도 교수님을 만나 뵙고 싶어. 여기서 다시 만나자."
해리가 우리에게 말하고는 성으로 급히 걸어갔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성으로 향했다. 내가 만나야할 사람은 해리가 아니라... 세베루스였지만.
지하감옥으로 걸어가서 세베루스의 사무실에 노크를 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교수님."
".... 무슨 일이니, 에반스? 나를 책망하러 온 거라면."
"아닙니다. 그냥 몸은 어떠세요? 그게 걱정되서 왔어요. 제가 왜 책망을 할 거라고 생각해요, 대부?"
사무실 문을 닫으면서 내가 말하자 세베루스는 놀랍듯이 나를 쳐다보앗다.
"몸은... 괜찮으세요?"
"아... 괜찮단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걱정많이 했거든요."
루핀 교수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을 믿는다고 해도 대부만큼은 아니거든. 그는 나에게 소중한 가족이니까.
"맞다, 로라. 이거..."
세베루스는 쑥쓰러운듯이 시선을 피하고는 나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나는 앞으로 걸어나와서는 그 선물상자를 받아들었다.
"뭐예요?"
"생일 선물이란다....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지."
"봐도 될까요?"
"그래."
그가 허락을 하자 나는 선물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거기에는 백합이 그려진 노란 손수건이 들어있었다.
"예쁘네요."
"그렇지?"
"네. 고마워요, 대부."
나는 선물을 한 손에 가지고는 세베루스를 끌어안았다. 정말로 고마워요.
나는 선물을 망토 속에 집어넣고는 세베루스의 사무실을 벗어났다. 그리고는 경쾌한 발소리를 내면서 지하감옥을 빠져나왔다. 마침 루핀 교수가 돌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보이자 빠르게 그쪽으로 달려갔다.
"교수님!"
내가 부르자 그는 걸음을 멈추고는 몸을 반쯤 돌려서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달려가는 것을 멈추고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서는 교수님에게 다가갔다.
"해리의 생명을 구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단다."
"아뇨. 교수님은 우리들이 만난 어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보다 뛰어난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이세요. 전 교수님에게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배운 것이 아주 자랑스러워요."
"아...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구나, 로라."
내 말에 루핀은 쑥쓰럽게 웃었다. 그를 바라보다가 눈를 크게 띄었다.
"로라?"
"아... 분명 교수님은 만나게 될 거예요. 교수님이 늑대인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그 분을 만날 거예요. 그때가 되면 자신이 늑대인간이라든가 그런 이유로 그분을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그 분은 교수님에게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 될 테니까요."
"설마..."
"뭐 믿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저흰 교수님이 늑대인간이라는 알고도 좋아하니까 조금 더 자신을 믿어도 되실 거예요."
카밀라도 자신이 흡혈귀라는 사실을 알고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으니까.
-곧 결혼할 거야.
-빠르네.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
-응. 그 사람은 내가 흡혈귀라도 좋다고 했어. 내가 피를 좋아한다니까 망설임없이 자신의 피를 주는 거 있지? 진짜 멋진 남성이야. 그래서 결혼하려고.
-.... 괜찮을까?
-난 가족이 없으니까 널 여동생처럼 여기거든. 그러니까 로라가 내 결혼식에 와주면 좋겠어. 애드밀은... 와도 되고 안 와도 되고.
-내가 가면 애드밀이 따라올 것 같은데.
-후훗.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아무튼 꼭 와야 한다~ 나 기다릴테니까.
결혼식에 가겠다고 말했지만 결국에 나는 그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카밀라와 연락이 끊어져버렸지. 분명히 지금쯤 남편과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고도 말이지.
"로라... 너는 루치아를 쏙 닮았구나. 그녀도 가끔씩 무언가 알 것 같은 말을 했지."
루핀 교수는 나를 보더니 곰곰히 무슨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네 부모님이 널 자랑스럽게 여기실 거란다."
"그런가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조와 루치아는 너를 굉장히 사랑했단다. 그것은 변하지 않아."
진짜 그러면 좋을 텐데 말이지... 나는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루핀은 정문에 선 마차에 올라타고는 가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이내 다시 성으로 올라갔다.
애드밀에게
마법의 렌즈를 잃어버렸어. 괜찮다면 하나 다시 만들어 줄래? 다시 금색으로 말이지.
로라
성으로 올라가서는 휘갈린 글씨로 쓴 편지를 부엉이장으로 가서는 브라이언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애드밀에게 보내줘."
브라이언은 부리로 편지를 받아들고는 호그와트를 벗어나서 날아가버렸다.
호그와트에서는 우리를 제외하고는, 시리우스와 벅빅과 페티그루가 사라진 날 밤에 진정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기말이 다가오면서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무성한 소문들이 나돌았지만 모두 다 진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말포이는 벅빅에 대해 몹시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해그리드가 히포그리프를 몰래 데리고 나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자신과 아버지가 사냥터지기에게 속은 것을 분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퍼시 위즐리는 시리우스의 탈출 사건에 대해 할말이 많았다.
"내가 만약 마법부에 들어간다면, 난 마법사 법률을 강화하자고 제안할 거야!"
그가 유일하게 자신을 말을 귀기울이는 여자 친구 페네로프에게 말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공기도 맑았다. 해리는 시리우스에게 자유를 찾아 주는 아주 어려운 일을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루핀 교수가 학교를 떠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은 해리 만이 아니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들은 학급 아이들 모두가 그의 사임을 슬프게 생각했다.
"내년에는 또 어떤 교수님이 오실까?"
시무스가 음산하게 물었다.
"흡혈귀쯤 되겠지."
딘이 희망을 가지고 말했다.
시험 결과는 학기 마지막 날에 나왔다. 우리는 전과목을 통과했다(해리는 자신이 마법의 약을 통과한 것을 알고 깜짝놀랐다). 퍼시는 최고 자격증 시험인 N.E.W.T.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고 프레드와 조지는 전과목에서 표준 마법사 수준인 O.W.L.을 받고 간신히 통과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는 한편 기숙사 우승컵을 3년 연속 받게되었다. 주로 퀴디치에서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덕택이었다. 학기말 연회는 온통 진홍색과 황금빛 장식이 이루어진 가운데 치러졌으며 그리핀도르 테이블이 가장 떠들썩했다.
다음날 아침에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역을 빠져나가자 헤르미온느가 우리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난 오늘 아침에 맥고나걸 교수를 만나러 갔었어. 아침식사 직전에 말야. 머글 연구 수강을 그만두기로 했어."
"하지만 넌 320퍼센트로 시험을 통과햇잖아!"
론이 말했다.
"그랬었지."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또 이런 식으로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시계 때문에 골치가 딱딱 아파서 말야. 그래서 그걸 다시 돌려드렸어. 머글 연구와 점술만 빼면 다시 정상적인 시간표를 가질 수 있을 거야."
"난 네가 그 시계에 대해 우리에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
론이 심술이 나서 말했다.
"우린 네 친구잖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렇지."
헤르미온느가 엄하게 말했다.
"기운 내, 해리."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보면서 말했다.
"난 괜찮아."
해리는 아무렇지 않는 척 얼른 말했다.
"방학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뿐이야."
"그래, 나도 생각해 봤는데. 해리,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지내는 게 어떠니? 내가 엄마와 아빠게 말씀드려 보고 '진화'할께. 이제 '진화'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니까."
"진화가 아니라 '전화'야, 론."
헤르미온느가 얼른 지적해주었다.
"솔직히 머글 연구를들어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론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번 여름엔 퀴디치 월드컵이 있어! 어때, 해리, 로라? 우리 집에 와서 머물면 함께 가서 볼 수 있을 거야! 아빠가 직장에서 표를 구할 수 있거든,"
"그래, 더즐리 가족은 내가 간다면 틀림없이 기뻐할 거야. 내가 지난번에 마지 아줌마에게 그런 일까지 저질러 놓았으니 말야..."
해리는 그 말에 기분이 한결 좋아져서 우리와 카드 게임을 몇 차례 했다. 간식파는 마녀가 수레를 끄록 우리 옆으로 다가와자 해리는 큼지막한 도시락을 샀다.
오후 늦게 창 밖을 보고 있을 때, 무언가를 발견했다.
"해리, 저게 뭐지?"
내가 해리의 어깨 너머로 바라보며 말했다. 해리는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 아주 작은 회색빛의 무언가가 잔디에서 우위아래로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일어섰다. 아주 작은 부엉이 한 마리가 자기 몸집보다도 훨씬 큰 편지를 물고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나 작았던지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의 뒷부분에 생기는 기류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쪽저쪽으로 날리고 있엇다. 해리는 얼른 창문을 내리고 팔을 뻗어 부엉이를 잡았다. 그는 부엉이를 조심스럽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부엉이는 해리의 의자 위에 편지를 떨어뜨리고는 임무를 완성한 게 기뻤는지 붕 소리를 내며 객실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헤드위그와 브라이언은 불만스러운 듯 부리로 딸깍딸깍 소리를 냈고, 크룩생크는 자리에 똑바로 앉은 채로 노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론은 이것을 알아채고 부엉이를 얼른 잡았다.
"시리우스에게 온 거야!"
편지를 집어들고 편지를 뜯은 해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뭐라구?"
"큰 소리로 읽어 봐!"
우리는 흥분해서 말했다.
해리에게.
이모와 이모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네가 이 편지를 받았으면 좋겠구나. 그들이 부엉이 집배원에게 익숙핝 어떤지 몰라서 말이다. 벅빅과 난 은신처에 잘 있단다. 어딘지는 말하지 않으마. 이 편지가 혹시 엉뚱한 사람 손에 덜어질지도 모르니가 말이다. 사실 그 부엉이를 믿어야 하는지 좀 의심스럽긴 하지만, 내가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뿐이었단다. 또 그 부엉이가 일거리를 몹시 바라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디멘터는 여전히 날 찾고 있겠지만, 이곳에 있는 한 절대 찾지는 못할 게다. 난 곧 몇몇 머글들 앞에 내 모습을 잠시 드러낼 계획이란다. 성의 경비가 풀어지도록 호그와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우리가 만난 시간이 너무 짧아서 네게 말하지 못한 게 있단다. 네게 파이어볼트를 보낸 건 바로 나란다...
"하!"
헤르미온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거 봐! 내가 그가 보낸 거라고 했지!"
"그래. 하지만 그는 그 빗자루에 나쁜 마법을 걸어 두지는 않았어, 그렇지?"
론이 즉시 맞받아쳤다.
"아야!"
이제 그의 손에서 유쾌하게 부엉거리고 있는 작은 부엉이가 애저으이 표시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듯 론의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
크룩생크가 날 위해 부엉이 우체국에 주문을 해주었단다. 네 이름을 사용하긴 했지만 금화는 그린고트에 있는 내 금고에서 꺼내 가라고 했단다. 그걸 너의 대부가 보낸 네 열세 번째 생일 선물로 생각해 주렴. 또 작년에 네 이모부의 집에 나오는 날 밤에 널 놀라게 한 것도 사과하고 싶구나. 난 그저 북쪽으로 떠나기 전에 널 잠시나마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내 모습이 널 놀라게 한 것 같더구나. 널 위해 또 한 가지 동봉하마. 그게 있으면 내년에 호그와트에서의 생활이 더 즐거워질 게다. 언제든 내가 필요하면 편지를 보내거라. 네 부엉이가 날 찾아올 테니까. 편지 다시 하마.
시리우스.
해리는 편지 봉투 안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또 하나의 양피지 조각이 들어있었다.
"해리, 그게 뭐야?"
"호그스미드 방문 허가서야. 이것만 있으면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진짜 잘 됐다!"
"잠깐만, 추신이 있어."
P.S. 네 친구 론이 혹시 이 부엉이를 갖고 싶어할지도 모르겠구나. 그 애가 쥐를 잃게 된 건 내 잘못이잖니.
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조그만 부엉이는 여전히 흥분해서 부엉대고 있었다.
"녀석을 가지라구?"
그가 확신이 없다는 듯 말했다. 그는 그 부엉이를 잠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론이 크룩생크가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부엉이를 내밀었다.
"어떻게 생각하니?"
론이 고양이에게 물었다.
"확실히 붕엉이 맞지?"
크룩생크가 그르렁거렸다.
"이 정도면 통과야."
론이 유쾌하게 말했다.
"녀석은 내 거야."
해리는 킹스 크로스 역까지 가는 동안 내내 시리우스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우리와 함게 9와 4분의 3번 승강장 개찰구를 빠져나갈 때도 그는 편지를 여전히 손에 쥐고 있었다. 더즐리 부부는 위즐리 부부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두 부부를 미심쩍은 눈으로 흘금흘금 바라보며 서 있었다. 위즐리 부인이 해리를 와락 껴안자, 버넌 더즐리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로라."
"아빌.....?"
위즐리 부부의 가까이 서 있는 검은 망토를 입은 여성을 보자마자 나는 멍하니 서서 걸음을 멈췄다. 아빌은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와서는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어떻게 오신 거예요? 일은 어떻게?"
"잠깐 휴가 냈단다. 시리우스 블랙의 일도 있어서 말이지. 네가 걱정이 되어서 말이지."
포옹을 풀자 안대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자 아빌은 호들갑을 떨면서 걱정했다.
"그런 이유로 휴가 내지 마세요."
"로라, 네 눈동자 다쳤니?"
"아뇨... 이것은... 괜찮아요, 아빌."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면서 괜찮다고 몇 번이나 확인을 해주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안심을 한 아빌.
"로라, 누구야?"
론이 궁금하듯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러자 위즐리네 가족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 아빌 S 스네이프라고 한다. 로라의 대모로, 그녀의 보호자야."
아빌은 당당하게 말했다. 놀란 그들의 모습에 나는 작게 웃어버렸다. 더즐리 부인은 '스네이프' 성이라는 소리에 미간을 찌프렸다. 그리고 나는 아빌에게 가자면서 이끌었다.
기차 출입구를 빠져나가면서 아빌을 나에게서 내 짐을 빼앗고는 내 짐수레를 밀기 시작했다.
"난 너를 너무 걱정했단다. 네가 또 다시 이상한 트러블에 휘말리지 않았는지 말이야."
"저보다는 아빌이 더 걱정이네요."
"응? 왜?"
"그냥... 이번 해는 조심하세요."
"뭐야, 또 뭘 본 거니?"
"아무것도 보지 않았습니다."
아빌에게 단호하게 말하고는 아빌은 차의 트렁크에 내 가방을 집어넣는 것을 도와주었다. 빨리 마법의 렌즈가 필요하다. 그게 없으니까 이상하게 불안한 것 같았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말이다.
"자, 그럼 갈까."
"네."
"평소에는 이 차 어디서 났는지 궁금하지 않아?"
"아빌이 알아서 잘 했겠죠. 전 아빌을 믿고 있으니까요."
"로라~"
내 말에 아빌은 감격받은 얼굴이 되었다. 사실을 묻기가 매우 귀찮았다. 뒷자석에 올라타고는 지나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빌, 아빌도 퀴디치 월드컵을 보러 갈 건가요?"
"모르겠어. 그날 비번이면 좋을 텐데. 아마 못 가지 않을까. 미안해, 로라."
"왜 미안해 합니까. 전 위즐리 가족과 함께 보러 가면 되는데요."
"하지만 난 대모인데 말이지, 너한테 해주는 것이 별로 없어서..."
"고아에게 가족의 정을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로라, 감동이야."
"운전 중에 한눈 팔면 안 됩니다."
"응!"
아빌은 너무 감성적이라니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그녀가 운전하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는 프리벳가에 도착하자 멈췄다. 그리고는 내 짐을 내려놓은 아빌.
"그럼 이번 여름 방학 즐겁게 보내렴."
"네, 그렇게 할게요."
"역시 우리 대녀는 착하다니까."
아빌은 나에게 말하고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타고는 시동을 걸어서 출발하고는 프리벳가를 나간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내 짐을 들어올려서는 피그 할머니 댁으로 들어갔다.
피그 할머니댁에서 지내고 있는 7월, 마법의 렌즈가 도착하면서 나는 안대를 겨우 벗을 수가 있었다. 다시 금안으로 돌아왔다.
**
8월이 되자 느껴지는 뜨거운 햇볕에 모자를 눌러썼다. 프리벳가 여름은 언제나 덥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놀이터 벤치에 앉아있었다.
"로라!!!"
내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오는 해리의 모습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늦어, 해리."
"미안. 미안."
해리는 내 옆에 앉아서는 자신의 애기를 해준다.
해리에게 대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더즐리 가족의 태도가 순식간에 180도로 바뀌었다. 그 대부는 수많은 사람들을 해친 위험한 살인자라는 것에 더즐리 가족은 공포를 느끼는지 이번 여름에는 해리의 학교 트렁크를 층계참 벽장 속에 쑤셔 넣고 자물쇠로 굳게 잠가 버리지 않앗다. 그리고 프리벳가로 돌아온 후에 해리는 시리우스로부터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고 했고 그 편지를 배달한 것은 화려한 빛깔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 열대 지방의 새들이었다고 한다(헤드위그는 이 화려한 불청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넌 잘 먹고 있는 거야?"
해리의 얼굴에 손을 올리면서 내가 질문했다.
학년말 통지서가 집에 도착한 다음부터 두들리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버논 더즐리씨와 페투니아 더즐리 부인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두들리의 형편없는 성적에 대한 변명거리를 찾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다. 더즐리 부인은 학교 선생님들이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매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가 바로 두들리라고 주장했으며, 더즐리씨는 '내 아들이 공부벌레처럼 기를 쓰고 공부만 하는 계집애 같은 녀석이 되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이유를 내세웠다. 그들은 또한 통지서에 적힌 두들리의 생활 기록부도 애써 외면하려고 했다. 거기에는 두들리가 약한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지적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 애가 좀 거칠기는 해요. 하지만 파리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그런 착한 아이라구요!"라고 더즐리 부인은 눈물 흘리며 변명했다. 그러나 통지서의 맨 밑에는 더즐리 부부가 아무리 해명하려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학교의 양호 교사가 조심스럽게 쓴 몇 마디 소견이 있었다. 더즐리 부인은 마구 침을 튀기면서 두들리가 비만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더욱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성장기의 소년이라고 우겼다. 두들리는 원래 뼈가 굵은 체격을 타고 났으며 사춘기의 일시적인 비만 증상으로 인해 다소 뚱뚱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즐리 부인이 아무리 울먹이면서 소리를 질러도, 그 학교의 교복 용품점에서 더 이상 두들리의 몸에 맞을 정도로 큰 니커 바지가 없다는 사실은 변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스멜팅 학교의 양호 선생님이 발송한 다이어트 식단이 냉장고에 붙여졌다. 그 식단에는 두들리가 좋아하는 탄산음료와 케이크, 초콜릿과 햄버거 같은 것들은 몽땅 빠져 있었고 그 대신에 과일과 야채를 비롯해서 '토끼밥'이라고 부르는 종류의 것들이 잔뜩 적혀있었다. 더즐리 부인은 두들리를 위로하기 위해서 다른 가족들 역시 그 식단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두들리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어도 해리보다는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다는 화긴을 갖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서 더즐리 부인은 해리에게는 두즐리보다 자몽 4분의 1를 훨씬 더 작은 것을 주었다. 그리고 해리는 이 사실을 알자마자 친구들에게 헤드위그를 보내어 간곡히 도움을 요청했다.
"나도 도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같은 프리벳가에 살고 있는 나만은 해리를 도울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났다. 헤르미온느는 달지 않는 과자들이 가득 들어 이는 커다란 상자를, 해그리드는 록케이크가 잔뜩 담긴 봉지를, 위즐리 부인은 과일 케이크와 각종 파이들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해리는 그걸 마루판자 밑에 숨겨두고 있엇다.
"그래서 나도 준비해봤어."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
해리의 얼굴에 올려놓은 손을 내려놓고 품에 안고 있는 조그만 상자를 그에게 내밀었다.
"열어봐도 될까?"
"응."
상자를 열자 해리는 탄성을 질렀다. 안에 담겨져있는 각종 쿠키들이 알록달록하게 어서 먹어달라듯이 뿜내고 있었다.
"어때? 한번 먹어봐."
"그래야겠어."
해리가 먹는 것을 보고는 두근두근하게 기다렸다.
"어때?"
"맛있어. 어디서 산 거야?"
"출처는 비밀이야. 론과 헤르미온느에게도 보냈어. 그래서 너도 주려고! 맛있지?"
"그래. 맞다, 이것 봐! 오늘 아침에 왔어!"
양피지 편지와 보라색 편지를 나에게 보여주는 해리. 나는 그게 뭐냐는 눈동자로 쳐다보았다.
"위즐리 부인이 보낸 머글식 편지와 론이 보낸 편지. 읽어 봐!"
"위즐리 부인이 머글식 편지를 보냈다고?! 대단하다! 봐봐."
위즐리 부인이 보내신 편지를 받아들고는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더즐리 부부에게
비록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해리를 통해서 우리에 대해 익히 알고 계실 줄 압니다. 저의 아들 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으셨겠지요. 해리가 이미 말씀을 드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월요일 밤에 퀴디치 월드컵 결승전이 열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저의 남편 아서가 마법 게임 및 스포츠부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분을 통해 일등석 티켓을 구했습니다. 우리가 해리를 데리고 그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은 정말로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랍니다. 영국은 지난 30년 동안이나 퀴디치 월드컵을 주최해 본 적이 없어서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답니다. 물론 우리는 나머지 여름 방학 기간 동안 해리가 우리 집에서 머물다가 기차를 타고 다시 학교로 안전하게 돌아가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해리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두 분의 답변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머글 집배원은 지금까지 우리 집으로 편지를 배달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을뿐더러, 우리 집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곧 해리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면서.
몰리 위즐리
추신: 편지에 붙인 우표가 혹시라도 부족하지 않았기를......
“이건 론이 보낸 편지야. 피그가 보냈어.”
“피그?”
“론의 부엉이의 이름이야.”
해리!
아빠가 월요일 밤에 열리는 퀴디치 월드컵의 티켓을 구하셨어. 아이랜드 대 불가리아의 경기야. 엄마는 지금 너네 머글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계셔. 네가 우리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글이야. 어쩌면 너네 이모부가 벌써 그 편지를 받았을지도 모르겠구나. 나는 머글 우편이 얼마나 빠른지 잘 몰라. 어쨌거나 나는 이 편지를 피그 편에 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우리는 반드시 네가 있는 곳으로 갈 거야. 너네 머글 가족이 좋아하든 말든 그건 아무런 상관없어. 네가 퀴디치 월드컵을 놓친다는 건 말도 안 돼. 안 그래? 엄마와 아빠는 우리 쪽에서 먼저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만약 너네 이모부가 좋다고 하면, 신속히 피그에게 답장을 보내도록 해. 우린 일요일 오후 다섯 시에 너를 데리러 갈 예정이야. 물론 로라에게도 이 사실을 전해줘. 만약 안 된다고 반대를 하더라도 피그에게 답장을 보내. 그래도 우리는 일요일 오후 다섯 시에 너와 로라를 데리러 가겠어. 헤르미온느는 오늘 오후에 도착할 거야. 퍼시 형은 국제 마법 협력부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어. 팬티에 구멍에 나고 싶지 않으면, 우리 집에 있는 동안에는 외국에 대해서 입도 뻥긋 하지 마. 나중에 보자.
론
“그래서 피그에게 답장을 쓰다가 늦은 거니?”
“그렇지. 버논 이모부가 허락하셨어!”
“다행이다! 정말 기대된다. 안 그러니, 해리? 그럼 나도 그때에 맞춰서 짐을 싸고 너희 집으로 갈게!”
“그래.”
“아, 그 쿠키들은 너만 먹어야 해! 알았지?”
어서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나와 해리는 헤어지기로 했다.
다음날, 피그 할머니와 점심을 함께 하고는 올라가서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라이언의 새장을 열었다.
“넌 먼저 버로우에 가 있어.”
내가 말하자 브라이언은 약하게 내 손가락을 물고는 창밖으로 날아 가버린다. 그리고 빈 새장을
4시 55분이 되자 짐을 끌고는 프리벳가 초인종을 누르자 해리가 문을 열었다.
“어서 와, 로라.”
조용히 말하는 해리의 말에 의아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가자 더즐리 가족이 거실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짐을 현관에 내려놓고 거실에 있는 더즐리 가족에게 말했다. 두들리는 돼지처럼 뚱뚱한 손으로 엉덩이 부분을 연신 가리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거지? 5시가 지나가자....
“심지어 늦게 오다니!”
더즐리씨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네. 어쩌면.... 어... 차가 많이 막혀서 늦는 게 아닐까요...”
해리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5시 30분이 되자 더즐리 부부가 거실에서 퉁명스럽게 불평을 늘어놓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상대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차라리 다른 약속을 할 걸 그랬어.”
“늦게 도착하면 저녁 식사라도 대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죠.”
“어림도 없는 소리.”
더즐리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거실을 왔다갔다 했다.
“저 아일 데리고 곧장 돌아가야지, 어슬렁거리긴 어딜 어슬렁거려? 그런데 정말 오긴 오는 거야? 어쩌면 날을 잘못 알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 족속은 아마도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고장이 날 것 같은 고물 자동차를 몰고 오드드드드든지!”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두들리는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현관으로 도망쳐 나갔다. 전원을 연결하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서 마치 정말로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는 것처럼 꾸며놓은 벽난로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판자로 막아 놓은 벽난로 뒤에서 쾅쾅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던 것이다. 뭔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판자를 긁어대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무슨 일이죠?”
벽에서 바짝 물러나 있던 더즐리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더즐리 부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벽난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버논?”
그러나 채 일 초도 지나지 않아서 의혹이 풀렸다. 판자로 막힌 벽난로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아야! 프레드, 안 돼! 돌아가거라. 어서 돌아가라니까... 뭔가 일이 잘못된 것 같구나. 조지에게 내려오지 말라고 하거라, 아야! 조지, 안 돼! 공간이 없다니까... 발리 돌아가서 론에게 말하거라!”
“어쩌면 해리가 우리 망르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빠. 이걸 치우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벽난로 뒤에서 누군가가 주먹으로 판자를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
“해리? 로라? 우리 말이 들리니?”
더즐리 부부가 마치 한 쌍의 성난 족제비처럼 나와 해리의 주위를 맴돌았다.
“이게 무슨 소동이냐?”
더즐리씨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으르렁거렸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위즐리 가족은.... 위즐리 가족은 플루 가루를 이용해서 이곳으로 오려고 했던 거예요.”
해리가 웃음을 나오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참으면서 말했다.
“마법사들은 벽난로를 통해서 어디든지 여행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모부가 벽난로를 막아 놓아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잠깐만요.”
해리는 벽난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서 소리를 질렀다.
“위즐리 아저씨? 제 말이 들리세요?”
갑자기 판자를 쾅쾅 두드리던 소리가 뚝 멈췄다. 벽난로 너머에서 위즐리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좀 해라!”
“위즐리 아저씨, 해리예요. 여기 벽난로는 막혀 있어요. 벽난로를 통해서 들어오실 수는 없어요.”
“제기랄! 도대체 왜 벽난로를 막아 놓은 거니?”
위즐리씨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이 벽난로에는 전기 히터가 설치되어 있거든요.”
해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래?”
위즐리씨는 약간 흥분한 듯이 반문했다.
“전기라고 했니? 플러그가 있는? 이런! 그걸 봐야 하는데... 어디 생각 좀 해보자... 아야, 론!”
“지금 여기에서 뭘 하고 계시는 거예요? 뭐가 잘못되었나요?”
“그럴 리가 잇니, 론.”
프레드가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진정시키기 위해서 가슴 위에 주먹을 쥔 두 손을 모아서 꾹 눌렀다.
“맞아. 여기가 바로 우리의 목적지란다. 우리는 제대로 도착했어.”
“그래, 우리는 지금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조지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애들아, 애들아.....”
위즐리씨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잠시 생각 좀 하게 조용히 있거라... 그래... 그 길밖에 없는 것 같구나... 해리, 뒤로 물러서거라.”
해리는 재빨리 소파가 있는 곳까지 물러섰다. 그러나 더즐리씨는 오히려 벽난로를 향해 걸어갔다.
“잠깐! 무슨 짓을 하려는...”
더즐리씨가 벽난로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쾅! 판자가 막혀있는 벽난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터졌다. 그 충격으로 인해 전기 히터가 거실을 가로질러 저 멀리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위즐리씨와 프레드와 조지와 론이 자욱한 먼지와 파편을 헤치고 나타났다. 더즐리 부인은 비명을 지르면서 커피용 작은 탁자 쪽으로 벌러덩 나자빠지고 말았다. 더즐리씨는 얼른 달려가서 더즐리 부인을 부축해 주었다. 그리고는 너무나 놀라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딱 벌린 채, 주근깨 하나까지도 똑같은 쌍둥이 형제 프레드와 조지를 비롯해서 모두들 머리카락이 빨간 위즐리 가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 좀 낫군.”
위즐리씨는 기다란 초록색 망토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아, 해리의 이모와 이모부시군요!”
위즐리씨가 안경을 똑바로 고쳐쓰면서 말했다. 더즐리씨는 느닷없이 나타난 낯선 대머리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위즐리씨는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더즐리씨는 더즐리 부인의 손을 잡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더즐리씨는 너무나 기가 막혀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입술이 달라붙기라도 한 것처럼... 더즐리씨의 머리와 콧수염은 온통 하얀 먼지투성이였으며 가장 좋은 양복도 엉망이 되고 말았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위즐리씨는 어색한 듯이 그냥 손을 내렸다.
“벽난로가 저렇게 된 건 모두 다 저의 불찰입니다. 이 집의 벽난로가 막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댁의 벽난로를 플루 네트워크에 연결해 두었는데... 그러니까... 단지 하루 저녁만 가능하도록 말입니다. 우리는 그 네트워크를 이요해서 해리와 로라를 데려가려고 했었어요. 원칙적으로 머글들의 벽난로는 플루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없도록 되어 잇지만 제가 플루 가루 단속반에게 미리 부탁해서 손을 좀 썼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건 제가 금방 원래대로 고쳐놓을 수 있으니까요. 플루 가루로 저 아이들을 먼저 돌려보낸 후에 선생님 댁 벽난로를 원래대로 고쳐 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떠나기 전에 말입니다.”
위즐리씨가 엉망이 된 벽난로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더즐리 부부는 위즐리씨의 말을 단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더즐리 부부는 여전히 입을 딱 벌린 채 위즐리씨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더즐리 부인은 허둥지둥 더즐리씨의 등 뒤로 숨었다.
“안녕, 해리, 로라! 가방은 다 챙겨 두었니?”
“이층에 있어요.”
“현관에 두었는데, 금방 가지고 올게요.”
“우리가 가지고 올게. 가면서 로라, 네 짐도 가지고 올게.”
“아, 고마워.”
프레드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프레드와 조지는 나와 해리를 향해 눈을 찡긋거리더니 재빨리 가버렸다.
“그런데... 아주... 좋은 집이군요.”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위즐리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평소라면 티 하나 없이 깨끗했을 거실이 온통 뿌연 먼지와 지저분한 벽돌 조각으로 뒤덮여 있는 상황에서 그런 말이 조금이라도 먹혀들 리가 없었다. 더즐리 부부는 치를 떨면서 위즐리씨를 노려보았다. 더즐리씨의 얼굴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더즐리 부인은 혀를 깨물기 시작했다. 하지만 잔뜩 겁에 질린 두 사람은 대꾸조차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았다. 위즐리씨는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머글과 관련이 있는 물건이라면 위즐리씨는 무엇이든지 다 좋아했던 것이다. 위즐리씨의 눈길이 거실에 놓여 있는 텔레비전과 비디오로 향했다. 위즐리씨는 지금 머글이 사용하는 물건들을 살펴보고 싶어서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전기가 흐르고 있죠?”
위즐리씨가 관심을 보이면서 말했다.
“아, 역시 그렇군요. 저기 플러그가 있군요. 저는 플러그를 수집하죠. 그리고 배터리도 모으고 있어요, 배터리는 엄청 많이 모아두었답니다. 아내는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더즐리씨는 더즐리 부인의 몸을 완전히 가리기 위해 오른쪽으로 약간 움직였다. 두들리가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 두들리의 얼굴에는 몹시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나 있었다. 조금 전에 해리의 트렁크가 계단에 부딪히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던 것이다. 그 소리에 더럭 겁이 난 두들리가 식당에서 뛰쳐나온 것이 분명했다. 두들리는 잔뜩 겁에 질린 눈초리로 위즐리씨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벽을 따라 서서히 발을 옮겼다. 자신의 부모님의 등 뒤로 몸을 숨기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더즐리씨의 체격은 깡마른 더즐리 부인의 몸 정도는 충분히 가릴 수 있었지만 두들리를 감싸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 이 아이가 네 사촌이구나, 그렇지, 해리?”
위즐리씨는 다시 한 번 용감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네. 저 애가 바로 두들리예요.”
해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들리는 여전히 두 손으로 엉덩이를 가리고 있었다.
“방학 잘 보내고 있니, 두들리?”
위즐리씨가 친절히 물었다. 하지만 그 억양으로 보면, 위즐리씨는 두들 리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두들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훌쩍훌쩍 울먹이기만 했다. 잠시 후에 프레드와 조지가 해리와 트렁크와 내 여행 가방을 들고 다시 거실로 들어오다가 두들리를 발견했다. 그들의 얼굴에 작은 악마와 같은 짓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아, 좋아.”
위즐리씨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서두르는게 좋겠구나.”
위즐리씨는 망토 자락을 들어올리더니 지팡이를 꺼냈다. 두들리 가족은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인센디오!”
위즐리씨가 지팡이를 들고 엉망이 된 벽난로 구멍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그러자 벽난로에서 금방 불길이 솟아올랐다. 마치 몇 시간 동안이나 줄곧 타오르고 있었던 것처럼, 불길은 경쾌하게 딱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위즐리씨는 주머니에서 졸라매는 끈이 달린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는 주머니를 풀고 그 안에 들어있는 가루를 조금 꺼내서 불길 속으로 던졌다. 그러자 불길이 에메랄드 빛으로 변하면서 더욱 세차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서 가거라, 프레드.”
위즐리씨가 프레드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예.”
프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잠깐만요....”
프레드의 주머니에서 과자 봉지가 떨어졌다. 여러 가지 색깔의 포장지로 싼 태피들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프레드는 바닥에 떨어진 바닥에 떨어진 태피들을 주섬주섬 주워 모은 다음, 다시 호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다. 프레드는 더즐리 가족을 향해 명량하게 손을 한 번 흔들어 보이더니 벽난로를 향해 걸어갔다.
“버로우!”
프레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불 속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란 더즐리 부인이 진저리를 치는 사이, 휙 하는 소리와 함께 프레드와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음은 네 차례다, 조지.”
위즐리씨가 조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는 트렁크를 들고 가거라.”
해리는 조지가 트렁크를 들고 불길 족으로 걸어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벽난로 앞에 도착하자, 해리는 조지가 잘 잡을 수 있도록 트렁크의 방향을 돌려주었다(내 짐은 프레드가 가져갔다).
“버로우!”
이번에도 휙 소리가 나더니 조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론, 다음은 너다.”
위즐리씨가 론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안녕히 계세요.”
론이 더즐리 가족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했다. 론은 우리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은 후에 태연하게 불길 속으로 걸어갔다.
“버로우!”
론이 주문을 외우자, 그의 모습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해리, 나랑 같이 하자.”
나는 해리의 옷자락을 잡고는 조용히 말했다. 내 어리광에 해리는 당황한 것 같았다. 차라리 차를 타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난 아직도 불이 너무나 무섭다. 그래서 플루 가루만큼은 나는 이용할 수가 없다.
“그냥 손잡아 주면 안 될까?”
“알았어.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해리가 내 손을 잡고는 더즐리 가족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더즐리 가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데 벽난로 가장자리에 도달했을 때, 위즐리씨가 손을 내밀어 가로막았다. 위즐리씨의 시선은 더즐리 가족을 향해 있었다. 더즐리 가족은 여전히 몹시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해리가 인사를 하잖습니까? 듣지 못했나요?”
뒤즐리씨는 더즈릴 가족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아무런 어때요.”
해리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 상관없어요.”
하지만 위즐리씨는 해리의 어깨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년 여름까지는 조카를 만나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까 작별 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즐리씨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변했다. 자기 집 거실 벽을 한 바에 날려 버린 사람에게 충고를 듣는다는 생각 때문에 무척 괴로운 것 같았다. 하지만 위즐리씨의 손에는 여전히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더즐리씨는 작은 눈으로 지팡이를 슬쩍 쳐다보더니 아주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가거라.”
“안녕히 계세요.”
초록빛 불길 속으로 해리와 난 한 발 내디뎠다. 초록색 불길은 따뜻한 입김처럼 우리를 감싸주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더즐리 부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두를리는 더 이상 부모의 등 뒤에 숨어 있지 않았다. 두들리는 커피용 탁자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욱욱거리고 있었다. 두들리의 입에서 보랏빛의 미끈미끈한 것이 길게 흘러나와 있었다. 그 이상한 물체의 길이는 30센티미터가 넘는 것 같았다. 그 이상한 물체가 두들리의 혀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두들리 주위에는 태피를 싸고 있던 여러 가지 색깔의 포장지들이 흩어져 있었다. 더즐리 부인은 얼른 두들리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잔뜩 부풀어 오른 혀 끝을 움켜잡더니 입 밖으로 빼내려고 애를 썼다. 더즐리 부인이 마구 혀를 비틀자, 당연히 두들리는 비명을 지르면서 아까보다 더욱 심하게 푸푸거렸다. 두들리는 엄마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더즐리씨는 어쩔 줄을 모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두들리!”
더즐리씨는 고함을 지르면서 두 손을 마구 휘저었다. 위즐리씨는 자신의 말이 들리도록 하기 위해 더욱 크게 소리를 질러야만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정상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위즐리씨는 두들리의 혓바닥을 고치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더즐리 부인이 더욱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면서 두들리를 보호하기 위해 끌어안았다. 더즐리 부인은 위즐리씨가 지팡이로 두들리를 공격하기 위해 다가오는 거라고 오해했던 것이다.
“아니에요, 정말!”
위즐리씨가 필사적으로 말했다.
“이건 아주 간단해요. 마법의 태패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제 아들 프레드가... 장난을 친 거라구요. 하지만 그건 탐식 마법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제가 고칠 수 있어요!”
하지만 더즐리 가족은 안심하기는커녕, 한층 더 겁에 질렸다. 더즐리 부인은 신경질적으로 울음을 터뜨리면서 두들리의 혀를 뽑기라도 할 것처럼 힘껏 잡아당겼다. 더즐리 부인이 혀를 잡아당기자, 두들리는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더즐리씨는 장식장 선반에 놓여 잇던 도자기 인형을 집어 들더니 위즐리씨를 향해 던졌다. 하지만 위즐리씨가 얼른 고개를 숙이면서 피하는 바람에 도자기 인형은 벽난로에 부딪히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정말입니다.”
화가 난 위즐리씨가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말했다.
“저는 그저 돕고 싶을 뿐이에요! 두들리를 해칠 생각은 전혀 없어요!”
더즐리씨는 마치 상처를 입은 하마처럼 으르렁거리면서 또 다른 장식품을 집어 들었다.
“해리, 로라, 가라1 그냥 가!”
위즐리씨가 지팡이로 더즐리씨를 겨낭하면서 소리쳤다.
“여긴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하마!”
더즐리씨가 던진 두 번째 장식품이 나와 해리의 사이를 스쳐 지나가자 위즐리씨에게 맡겨 두고 “버로우!”라고 외치고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본 거실의 풍경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위즐리씨는 지팡이로 더즐리씨가 들고 있는 세 번째 장식품을 폭파시키고 있었다. 더즐리 부인은 두들리를 감싸 안고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두들리의 혀는 마치 거대한 비단뱀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에메랄드빛 불길이 더욱 세차게 타올랐다. 더즐리 가족의 거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론의 집에 거의 도착했는지 잠시 후에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무사히 론의 집에 도착하자 벽난로를 나왔다. 프레드가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고 난 그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두들리가 그걸 먹었니?”
조지가 벽난로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해리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잔뜩 기대가 부푼 목소리로 물었다.
“응. 그게 뭐였어?”
해리가 똑바로 일어마녀서 대답했다.
“혓바닥 늘이기 태피. 그건 조지와 내가 발명한 거야. 우리는 여름 내내 그걸 시험해 볼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
프레드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삽시간에 식당은 떠들썩한 웃음 바다가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론이 나무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천천히 식탁으로 옮겼다. 그런데 처음 보는 남자 두 명이 해리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카락도 위즐리 가족처럼 빨간색이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위즐리 형제들 가운데 제일 큰형, 둘째형인 빌과 찰리였다.
“안녕, 해리, 로라?”
우리와 좀더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빨간 머리 남자가 씩 웃으면서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해리와 난 그 남자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그 남자의 손가락은 온통 물집투성이였으며, 여기저기에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루마니아에서 용을 연구하고 있는 찰 리가 분명했다. 찰리는 쌍둥이들처럼 몸이 건장했으며, 호리호리하고 키가 껑충한 퍼시나 론보다는 약간 키가 작은 편이었다. 작달막한 신체에 비해 약간 큰 듯한 인상을 주는 찰리의 얼굴은 전반적으로 선량한 느낌을 주었는데, 주근깨가 어찌나 많았던지 꼭 햇볕에 그을린 것처럼 보였다. 억센 두 팔은 완전히 근육질이었다. 그런데 한쪽 팔에는 불에 덴 화상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빌도 역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나더니 다정하게 악수를 나누었다. 빌은 멋쟁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 키가 아주 훤칠했고, 긴 머리를 가지런히 묶었으며, 귀에는 어금니처럼 생긴 귀고리를 하고 있었다. 빌의 부츠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가족이 아니라 용가죽으로 특별히 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록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에서나 어울릴 것 같은 요란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미처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허공에서 위즐리씨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다. 위즐리씨는 몹시 화가 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걸 장난이라고 치는 거냐, 프레드! 네가 저 머글 아이에게 준 게 도대체 뭐냐?”
위즐리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제가 준 게 아니에요. 전 그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죄 밖에 없어요.... 함부로 그걸 집어먹은 애의 잘못이죠. 저는 걔더러 먹으라고 한 적이 없어요.”
프레드는 또다시 작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네가 일부로 떨어뜨렸잖아! 너는 그 애가 그걸 집어먹을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어. 네 속셈은 바로 그거 아니었니? 너는 그 애가 다이어트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이다!”
위즐리씨가 프레드를 쳐다보면서 고함을 질렀다.
“그 애의 혓바닥이 얼마나 커졌어요?”
조지가 몹시도 궁금해하며 물었다.
“내가 다시 그 혓바닥을 원래대로 고쳐 놓기 전에는 1미터도 넘었다! 그 애의 부모를 설득해서 겨우 치료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기까지 내가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아니?”
해리와 위즐리 형제들은 일제히 떠들썩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을 일이 아니야!”
위즐리씨가 큰 소리로 말했다.
“바로 그런 행동이 마법사와 머글의 관계를 아주 곤란하게 만드는 거야! 여태까지 나는 마법사가 함부로 머글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애써 왔는데... 도대체 내 자식들은...”
“우리가 그 애가 머글이기 때문에 그걸 준 게 아니에요!”
프레드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맞아요. 그 애는 약자를 괴롭히는 아주 못된 녀석이기 때문에 그걸 준 거라구요. 안 그러니, 해리?”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위즐리 아저씨.”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런 걸 먹이다니! 이번 일은 엄마에게 죄다 말할 테니까 다들 각오하는 게...”
위즐리씨가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나한테 뭘 말한다는 거죠?”
등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상냥한 얼굴에 키가 자그마하고 통통한 체격의 위즐리 부인이 막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의심스러운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어머, 해리와 로라구나.”
나와 해리를 발견한 위즐리 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서?”
위즐리 부인은 다시 싸늘한 눈빛으로 남편을 노려보았다. 위즐리씨는 몹시 당황해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프레드와 조지의 행동에 몹시 화가 나긴 했지만, 위즐리씨는 정말로 그 일을 부인에게 일러바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던 것이다.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위즐리씨는 초조한 표정으로 힐끔힐끔 아내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위즐리씨의 등 뒤에서 여자 아이 두 명과 여성 한 명이 나타났다. 숱이 많은 갈색 머리카락에 앞니가 약간 큰 여자아이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였으며, 키가 좀 작달막하고 머리카락이 빨간 여자 아이는 론의 여동생 지니였다. 그리고 금발의 여성은 우리가 노버트를 배웅할 때 만났던 찰리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또 만났네, 로라!”
금발의 여성은 나를 보면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나한테 할 말이 뭐죠, 아서?”
위즐리 부인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남편을 흘겨보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삽시간에 식당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무것도 아니오, 여보. 그저 프레드와 조지가... 하지만 내가 벌서 따끔하게 야단을 쳤소.”
위즐리씨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저 애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저절렀어요? 혹시 위즐리 형제 마법사의 기발한 발명품과 무슨 관련이라도...”
위즐리 부인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론, 해리가 묵게 될 방을 보여주는 게 어때? 로라의 방을 안내해줘야지, 지니?”
헤르미온느가 불쑥 입을 열었다.
“해리는 자기가 잘 방을 이미 알고 있어. 바로 내 방이거든. 지난 번에도 내 방에서 잤단...”
“우리 모두 그 방으로 가는 게 어때?”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하는 론의 말을 중간에 잘라버린 헤르미온느.
“아하.”
비로소 론은 헤르미온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좋아.”
“그래, 우리도 거들게.‘
조지가 얼른 거들었다.
“넌 그냥 제자리에 있어!”
위즐리 부인이 으르렁거리면서 소리쳤다. 우리는 위즐리 부인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식당에서 나갔다. 거기서 꾸물대다가는 불똥이 튈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재빨리 식당을 벗어나서 좁은 복도를 걸어갔다. 그리고 지그재그 모양의 계단을 따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런데 위즐리 형제 마법사의 기발한 발명품이라는 게 도대체 뭐니?”
해리가 물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론과 지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오히려 정색을 하면서 조금도 웃지 않았다.
“엄마가 프레드와 조지 형의 방을 청소하다가 한 다발이나 되는 상품 주문 용지를 발견했어. 그건 형들이 발명한 물건을 적어 놓은 굉장한 기다란 목록이야. 형들은 그 발명품들의 정가도 매겨 놓았지. 너도 알잖아, 장난을 치는 도구 말이야. 가짜 지팡이나 가짜 사탕과 같은 잡다한 그런 것들 말이야. 정말 기막힌 것들이야. 나는 형들이 그런 걸 발명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우리는 오랫동안 오빠들 방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그런 물건을 만들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 우리는 그저 오빠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걸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지 뭐야.”
지니가 계단을 올라가면서 말했다. 그러자 론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형들이 발명한 물건 대부분은- 아니, 사실은 전부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야- 약간씩 흠이 있어. 그건.... 그 물건들이 조금 위험하다는 거야. 그런데 형들은 그걸 호그와트 학생들에게 팔아서 돈을 벌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거야. 당연히 엄마는 노발대발하셨지. 다시는 그런 물건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단단히 엄포를 놓은 후에 상품 주문 용지를 몽땅 불태우고 말았어... 그렇지 않아도 엄마는 형들에게 굉장히 화가 나 있던 참이었어. 그러던 차에 이런 일이 터지고 만 거야. 형들은 엄마가 예상했던 것보다 O.W.L.을 많이 받지 못했거든.”
“그 후에 얼마나 큰 소동이 벌어졌는지 몰라.”
지니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엄마가 내심 오빠들이 아버지처럼 마법부에 들어가서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었어. 하지만 오빠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지. 오빠들은 그저 장난감 가게나 차리고 싶을 뿐이라고 대답했어.”
바로 그때 두 번째 층계참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뿔테 안경을 낀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몹시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녕, 퍼시.”
해리가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 안녕. 해리!”
퍼시가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 일하고 있는 중이야. 서둘러 작성해야 할 보고서가 있어서... 사람들이 계속 쿵쾅거리면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니까 도무지 일에 몰두할 수가 없잖니. 나는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은 딱 질색이야.”
“우린 쿵쾅거리지 않았어. 그저 걸어갔을 뿐이란 말이야. 어쨌거나 마법부의 일급 비밀 작업에 방해가 되어서 미안해.”
론이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뭔데?”
해리가 묻자, 퍼시는 자랑스러운 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국제 마법 협력부에 제출할 보고서야. 우리는 큰 냄비의 두께를 표준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어. 외국에서 수입하는 냄비 중의 일부가 너무 얇단 말이야. 심지어 냄비가 새는 경우도 발생했어. 불량 냄비는 연간 3퍼센트 정도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가 있어.”
그러자 론이 비꼬며 말했다.
“그래, 정말 대단한 보고서네. 세상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겠는 걸? 얼마 안 있어 <예언자 일보>의 1면을 장식하겠지. ‘불량 냄비’ 뭐 이런 제목으로....”
“론, 너는 비웃을지도 모르지.”
퍼시는 얼굴을 붉히면서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국제법을 마련해서 하루 빨리 규격을 통일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바닥이 아주 얇은 불량 냄비들이 시중에 흘러 넘치게 될 거야. 만약 그렇게 되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그래, 그래, 알았어.”
론은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퍼시는 짜증을 내면서 거칠게 문을 닫았다. 우리는 론의 뒤를 따라서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갔다. 위즐리 부인이 식당에서 내지르는 성난 고함 소리가 우리가 있는 곳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위즐리씨가 태피 사건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모양이었다.
꼭대기에 있는 다락방에 도착했다. 론이 잠자는 그 다락방은 지난번에 해리가 머물렀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론이 기르던 애완용 생쥐 스캐버스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에 작은 회색 부엉이가 새장 속에 들어 있었다. 그 부엉이는 펄쩔펄쩍 뛰면서 미친 듯이 지저귀고 있었다.
“시끄러워, 피그.”
론이 비좁은 다락방에 억지로 쑤셔 넣은 듯한 네 개의 침대 사이로 지나가면서 말했다.
“프레드 형과 조지 형이 우리와 함께 이 방을 쓰게 될 거야, 해리. 빌 형과 찰리 형이 쌍둥이 형들의 방을 쓰고 있기 때문이야. 퍼시 형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독방을 쓰기로 했어.”
“어째서... 저 부엉이를 피그라고 부르는 거니?”
“저 붕어이가 너무나 멍청하기 때문이야. 원래 이름은 피그위존이지만...”
지니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대답했다.
“맞아. 하지만 피그위존이라는 이름은 전혀 멍청한 느낌이 들지 않잖아?”
론이 새장 속에 들어 있는 부엉이를 흘낏 쳐다보면서 빈정거리는 투로 설명했다.
“지니가 저 부엉이를 피그라고 불렀거든. 지니는 저 부엉이가 귀엽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부엉이의 이름을 다른 걸로 바꾸려고 했지. 하지만 이미 늦고 말았어. 저 부엉이는 다른 이름을 부르면 도통 대답을 하지 않아. 이제 어쩔 수 없이 그냥 피그라고 불러. 부엉이는 일부러 새장 속에 가둬 놓았어. 왜냐하면 저 부엉이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에롤과 헤르메스를 귀찮게 하기 때문이야. 사실은 나도 저 부엉이가 몹시 귀찮아.”
피그위존은 부엉부엉 소리를 내면서 행복한 듯이 새장 안을 빙 돌았다.
“크룩생크는 지금 어디 있어?”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아마 마당에 있을 거야. 크룩생크는 땅신령들을 쫓아다니는 게 아주 좋은 모양이야. 지금까지 그런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헤르미온느가 마당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퍼시 형은 어떻게 지내? 마법부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던데...”
해리는 물어보면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야!”
론이 투덜거리면서 대답했다.
“완전히 푹 빠졌어. 아빠가 억지로 부르지 않았으면 아직까지도 마법부에 틀어박혀 있었을 거야. 집에 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퍼시 형은 입만 벌리면 상관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고 있어. 크라우치씨에 따르면... 크라우치씨는 내 말을 듣고.... 크라우치씨의 생각은... 크라우치씨가 말하길... 크라우치씨와 퍼시 형은 너무나 사이가 좋아. 두 사람은 곧 약혼이라도 발표할 거야.”
“여름 방학은 잘 보냈니, 해리? 우리가 보낸 음식물 소포는 받았어?”
“응, 정말 고마웠어. 맛있는 케이크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
“로라도?”
“나도 잘 지냈어.”
“그런데 소식은 들었니?”
론이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다가 헤르미온느의 싸늘한 표정을 보고 깜짝 놀라서 입을 꾹 다물었다. 지니가 있는데 여기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이제 겨우 소동이 끝난 것 같은데?”
헤르미온느가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재빨리 얼버무렸다.
“몰리 아줌마는 지금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계실 거야. 우리가 좀 도와드리는 게 어떨까?”
“그래, 좋아.”
론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다락방에서 나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위즐리 부인은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마당에서 하기로 했다. 열두 명이 식사를 하기에는 이곳이 비좁지 않겠니? 접시를 좀 마당으로 날라 주겠니, 애들아? 빌과 찰리가 상을 차리고 있단다. 론과 해리는 포크와 나이프를 좀 맡아 다오.”
위즐리 부인은 싱크대에 잔뜩 쌓여 있는 감자들을 향해 거칠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위즐리 부인이 의도했던 것보다 조금 세게 마법이 걸린 것 같았다. 감자들은 정신없이 껍질이 벗겨지면서 벽과 천장으로 마구 튀어올랐다.
“오, 이럴 수가!”
위즐리 부인은 지팡이로 쓰레받기를 겨낭하면서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쓰레받기가 허공을 가로지르면서 날아가더니, 감자들을 쓸어 담아서 싱크대 속에 집어넣었다.
“저 말썽꾸러기 녀석들을 그냥!”
찬장에서 중국식 냄비와 팬을 꺼내던 위즐리 부인이 몹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위즐리 부인은 프레드와 조지의 행동에 대해서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저 녀석들은 도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는 걸까? 정말로 모르겠어. 야심도 없는 것 같고... 그냥 말썽만 피우지 않아도...”
위즐리 부인은 커다란 구리 냄비를 꺼내서 식탁 위에 털썩 내려놓고는 지팡이를 집어넣고 휘젓기 시작했다. 지팡이 끝에서 크림색의 소스가 흘러나왔다.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닌데...”
위즐리 부인이 냄비를 스토브에 가져가 지팡이로 또 한 번 꾹 찔러 불을 켜면서 계속해서 화를 냈다.
“저 녀석들은 머리를 엉뚱한 데다 쓰고 있어.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릴까? 이런 식으로 계속 말썽만 부리다가는 나중에 진짜 곤란하게 될 거야. 다른 애들은 그렇지 않은데 어째서 쟤들만 저 모양인지 모르겠어. 호그와트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저 녀석들 문제로 붕어이가 날아들고, 이러다간 마법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죄로 마법부에 불러가게 되고 말 거야.”
위즐리 부인이 지팡이로 나이프와 포크와 스푼을 비롯한 식기들이 잔뜩 들어 있는 서랍을 꾹 찌르자 서랍이 확 열렸다. 몇 자루의 칼이 허공으로 날아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뒤로 냉큼 물러났다. 칼은 싱크대 속에 내던졌던 감자들을 잘게 썰기 시작했다.
“쟤들이 왜 저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말이야.”
위즐리 부인은 지팡이를 내려놓고 다른 냄비를 꺼내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항상 저런 식이었어. 좀 잠잠하다 싶으면 또 터지고... 도대체 말을 들어먹어야지... 이런... 이번에도 또!”
위즐리 부인이 식탁 위에 있던 지팡이를 다시 집어든 순간, 지팡이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더니 어느새 거대한 고무 생쥐로 변하고 만 것이다.
“가짜 지팡이야!”
위즐리 부인은 짜증을 내며 소리질렀다.
“이런 물건을 아무 데나 굴러다니게 하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거늘!”
위즐리 부인은 진짜 지팡이를 집어 들고 빙 돌아섰다. 스토브에 올려놓은 냄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소스가 타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 와, 해리, 로라.”
론이 활짝 열린 서랍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한 줌 집어 들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빌 형과 찰리 형이나 돕자.”
슬금슬금 위즐리 부인의 눈치를 보면서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서 헤르미온느의 안짱다리 황갈색 고양이 크룩생크가 꼭 더러운 감자처럼 보이는 땅신령을 뒤쫒아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크룩생크는 쇠뜨기풀처럼 생긴 꼬리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작은 발로 종종걸음을 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작달막한 땅신령은 문가에 흩어져 있는 기다란 장화 속으로 황급히 뛰어들었다. 크룩생크는 땅신령을 잡으려고 장화 속으로 앞발을 집어넣었지만 미처 닿지 않았다. 그러자 땅신령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낄낄거리면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뒷마당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영문인지 알아보려고 서둘러 마당으로 나갔다. 빌과 찰리가 지팡이를 꺼내들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빌과 찰리가 낡아 빠진 식탁 두 개에 마법을 걸었던 것이다. 마법에 걸린 식탁들은 하늘을 높이 날아다니면서 서로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는 환호성을 질렀으며, 지니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헤르미온느도 울타리 근처에서 흥미롭게 그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얼굴에는 약간 근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만약 위즐리 부인이 이 소동을 본다면 또다시 화를 낼 것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빌의 식탁이 민첩하게 날아가더니 찰리의 식탁을 공격했다. 두 개의 식탁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찰리의 식탁이 그만 다리가 우지끈 부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누군가 창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마당에 있는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서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고 있는 퍼시의 모습이 보였다.
“좀 조용히 해줄래?”
퍼시가 큰 소리로 외쳤다.
“미안해, 퍼시. 냄비 바닥에 대한 보고서는 잘 되고 있니?”
빌이 씩 웃으면서 물었다.
“아냐. 그 일은 아주 복잡하단 말이야.”
퍼시는 기분이 언짢은 것처럼 투덜거리면서 창문을 쾅 닫았다. 빌과 찰리는 킬킬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리더니 식탁이 다시 안전하게 잔디밭으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빌은 부러진 식탁 다리를 지팡이로 살짝 건드려서 금방 원래대로 고쳐놓았다. 빌이 소호나 마법을 쓰자 식탁보들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때 부엉이들이 여려 가지 소포들을 내 앞에 떨어트려 내려놓았다.
“응?”
“이게 뭐야?”
큰 상자가 들어있는 3개의 소포에 의아하게 여기면서 제일 작은-그 3개의 소포 중에서 제일 크기가 작았지만 고작 몇 센티미터 차이였다- 소포를 먼저 열었다.
“구두?”
새하얀 구두의 모습에 소포를 닫아버렸다. 그리고 다른 두 개의 소포에는 연분홍색 도는 순백의 드레스와 주황색 허리띠의 노란색 레이스 드레스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편지....
사랑하는 로라
보는 순간 이것이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단다(구두와 몇 가지 악세사리도 함께 보내마). 이번 학기에 예복이 필요할 것 같아서 보낸다. 이 할아버지의 마음이니까 다시 돌려보내지 말고 꼭 가지고 있으렴.
언제나 너를 생각하고 있는 할아버지
사랑하는 대녀에게
이번 학기에는 호그와트에서 재미있는 것을 한다고 하네! 무엇인지 알고 싶겠지만 그건 일단 비밀~ 호그와트에 가면 알 수 있을 거야. 비밀을 미리 알면 재미없으니까 말이지. 나랑 세브가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노란색으로 샀어. 세브는 흰 색이 좋다고 했지만 순백의 흰색은 금방 더러워진다고 내가 말하니까 그만 뒀어. 내 남편이지만 정말 말을 잘 들어. 착하다니깐. 나랑 세브의 선물이니까 받아줘.
대녀를 좋아하는 대모
“굉장히 예쁘네.”
“아리애나.”
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찰리가 걱정스러운 눈동자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있지, 로라, 재미있는 거 하자.”
“아리애나.”
“괜찮잖아~ 찰리. 응? 하자, 로라.”
그 재미있는 일이 나에겐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눈동자가 미친 듯이 번득이고 있는 아리애나의 시선에 내가 속으로 생각했다.
“가자.”
내 의사는?!! 아리애나는 나를 끌고 지팡이로 소포들을 둥둥 뜨게 해서 내 뒤를 따라오게 했다.
“미안, 로라.....”
“괜찮은 거야?”
프레드는 자신의 찰리 형을 보면서 다급하게 질문했다.
“괜찮아.”
찰리는 그렇게 말했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니의 방으로 들어오자 론의 방처럼 침대가 4개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지니의 책상 의자에 나를 앉힌 아리애나.
“우리 구면이지만 아주 통성명을 안 했지?”
“그러네요.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거죠.”
“내 이름은 아리애나 그린델왈드. 찰리의 여자 친구이자 현재 찰리와 함께 루마니아에서 용을 연구하고 있지.”
“그린델왈드?”
아리애나의 성을 작게 중얼거렸다. 볼드마트 이전의 어둠의 마법사인 갤런트 그린델왈드의 성과 똑같아.
“아마 네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 거야. 난 ‘그’ 갤런트 그린델왈드의 양녀니까.”
“양녀?”
“응. 난 부모가 누군지 모르거든.”
내 머리카락을 매만지면서 말하는 아리애나. 그녀는 해리가 선물로 준 핀을 벗기고는-그 핀은 지니의 책상 위에 올려놓자 내 품으로 가져갔다- 지팡이로 내 붉은 머리카락을 약간 곱실거리게 만들었다.
“근데 뭐하는 거죠?”
“인형 놀이. 난 여자아이들을 꾸미는 것이 좋거든. 로라를 처음 본 순간, 이렇게 꾸미고 싶었어.”
“유쾌하지 않네요.”
“내 손에 맡겨보라니까. 예쁘게 만들어줄게. 뭐 로라는 본판이 예뻐서 안 꾸며도 괜찮지만 한 번 꾸며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굳이 꾸며야 하는 이유는요?”
“내가 보고 싶으니까? 자자, 인상 풀어, 로라.”
독재자! 아리애나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녀의 맑은 푸른 눈동자를 보자 욕을 퍼붓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버렸다.
오후 7시가 되자 아홉 명의 위즐리 가족과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야외에서 성대한 만찬을 즐겼다. 위즐리 부인은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놓았다.
“로라, 어서 나오라니까.”
“옷 갈아입고 온다고요!”
“그 모습 예쁘잖아! 내 실력 못 믿는 거야?!”
뒷마당으로 나오는 아리애나와 나오기 싫어하는 로라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싸우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좀!! 식사가 늦어지잖아!”
“옷만 갈아입고...”
“그냥 와!”
“아, 아리애나!”
결국 로라가 질질 끌려왔다. 그녀는 연한 분홍빛 도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있고 하얀 리본으로 살짝 곱실거리는 붉은 머리카락을 트윈 테일로 반만 묶고 있었다.
내 모습을 본 순간 식당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어때, 찰리? 내가 꾸몄어! 나중에 우리 결혼할 때 로라를 들러리로 세울 거야.”
“결혼은 좀...”
“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어, 나도!”
찰리가 말하자 아리애나는 쾌활하게 외친다. 그 문제가 아닐 텐데.... 나는 아리애나를 힐끗 노려보고는 몸을 돌렸다.
“어디 가? 그냥 앉아서 식사해.”
“옷에 먼지 묻을까봐 걱정돼서 못 먹겠습니다. 갈아입을게요.”
“내가 예쁘게 꾸며놓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아리애나, 진정해.”
울먹거리는 아리애나를 진정시키는 찰리. 그 모습에 나는 자리에 앉았다.
“식사해요, 아리애나.”
“진짜?”
“... 네.”
거짓 눈물이었던가. 금방 변해 버린 아리애나의 표정에 거의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듣기만 하면서 치킨과 햄 파이, 삶은 감자, 샐러드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식탁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퍼시가 아버지를 쳐다보면서 냄비 바닥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저는 크라우치씨에게 화요일까지 그 보고서를 모두 다 작성해 놓겠다고 약속했어요.”
퍼시가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물론 그건 크라우치씨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빠르긴 해요. 하지만 전 마법부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보고서를 완성하면 크라우치씨도 제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 말은... 요즘 우리 부서가 굉장히 바쁘다는 뜻이에요. 월드컵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는 정작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요. 마법 게임 및 스포츠부의 책임자인 루도 베그만씨가...”
“나는 루도가 마음에 든단다.”
위즐리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프레드와 잠깐 시선이 마주쳤는데, 그가 내 시선을 피해버렸다. 뭐야? 안 어울리면 직접 말하면 될 것이지. 왜 저렇게 힐끔거리면서 보기나 하는 거지?
“우리에게 월드컵 티켓을 구해준 사람이 바로 그 분 아니냐. 게다가 그 티켓은 일등석이거든. 물론 내가 그 사람을 위해 힘을 좀 써 주긴 했지. 루도의 동생 오토가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잔디 깎는 기계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인 적이 있었는데 내가 나서서 잘 처리해 주었단다.”
“맞아요. 루도 베그만씨는 호감이 가는 분이긴 하죠. 그런데 저는 루도 베그만씨가 어떻게 해서 그 부서의 책임자가 된 건지 도통 모르겠어요... 특히 크라우치씨와 비교해 봤을 때 말이에요! 얼마 전에 마법 게임 및 스포츠부에서 일하던 직원 한 명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루도 베그만씨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만약 크라우치씨라면 절대로 그런 식으로 행동하진 않을 거예요. 아버지도 버사 조킨스가 벌써 한 달째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죠? 버사 조킨스는 알바니아로 휴가를 떠났다가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위즐리씨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래, 나도 루도를 만난 자리에서 그 일에 대해 물어 봤단다. 그런데 루도의 말에 따르면, 버사는 이전에도 몇 차례 실종된 적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어디선가 불숙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더구나. 그렇지만 만약 우리 부서의 직원이 실종됐다면 나는 몹시 걱정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퍼시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그래요. 버사는 정말 구제불능이에요. 저도 버사가 이 부서 저 부서 자주 자리를 옮겼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꾸만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죠... 그래도 루도 베그만씨는 버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되지 않나요? 루도 베그만씨는 그 부서의 책임자가 아닌가요? 크라우치씨는 이 일에 대해 개인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갖고 계세요. 버사는 국제 마법 협력부에서 잠깐 일했던 적이 있었죠. 제 생각에는 크라우치씨가 버사를 꽤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루도 베그만씨는 그저 계속 웃기만 할 뿐이에요. 아마도 지도를 잘못 본 버사가 실수로 알바니아가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로 갔을 거라고 말하면서...”
퍼시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식탁 위에 놓여있는 있는 과실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하지만 우리 국제 마법 협력부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잔득 쌓여 있어요. 다른 부서의 직원을 찾는 일에 신경을 쓸 만한 겨를이 없다구요. 아버지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 부서는 월드컵 직후에 열릴 또 다른 행사를 준비하고 있잖아요.”
퍼시는 목청을 가다듬으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우리가 앉아있는 곳을 슬쩍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제가 뭘 말하고 있는지 아실 거예요.”
퍼시는 일부로 목소리를 약간 높였다.
“그건 일급 비밀 사항이죠.”
“퍼시 형은 마법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줄곧 일곱 비밀 사항이라는 그 행사를 입에 달고 다녔어. 그래도 우리가 물어보지 않으니까 안달이 난 거야. 하지만 보나마나 바닥이 두꺼운 냄비 전시회 같은 것이겠지.”
론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위즐리 부인과 빌은 항상 언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빌의 귀고리가 위즐리 부인을 자극했던 것이다.
“빌, 그런 소름끼치는 어금니를 귀에 달고 다니면, 은행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니?”
“엄마, 저는 국내로 반입되는 보물들을 아주 많이 유치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예요. 은행 사람들은 아무도 저의 차림새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아요.”
빌이 느긋하게 말했다.
“머리는 또 이게 무슨 꼴이니, 빌?”
위즐리 부인이 지팡이를 어루만지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좀 다듬어 줬으면 좋겠구나...”
그때 지니가 불쑥 끼어들엇다.
“하지만 난 마음에 드는데? 엄마는 너무 구식이야. 물론 덤블도어 교수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프레드와 조지와 찰리는 퀴디치 월드컵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또 시선이 마주쳤지만 프레드는 보지 못한 척했다.
“우승은 아일랜드가 차지할 거야.”
찰리가 입 속에 잔득 감자를 쑤셔 넣으면서 말했다(“찰리!” 그 모습을 본 아리애나가 그를 불렀다).
“아일랜드는 준결승전에서 아주 간단하게 페루를 쓰러뜨렸어.”
“하지만 불가리아에는 빅터 크룸이 버티고 있어.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이 아니야.”
“불가리아에는 훌륭한 선수가 크룸 한 명뿐이지만, 아일랜드에는 일곱 명의 선수가 모두 다 훌륭해.”
프레드의 신중한 목소리에 찰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진출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이게 무슨 창피야.”
“무슨 일이 있었는데?”
해리가 물었다.
“잉글랜드와 트란실바니아의 경기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지. 잉글랜드가 390 대 10으로 지고 말았어. 웨일스는 우간다에게 무릎을 꿇었고, 스코틀랜드도 룩셈부르크에게 완패당하고 말았어.”
집에서 만든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기 전에 위즐리씨가 마법으로 촛불을 밝혔다. 식사를 끝마칠 무렵에는 나방들이 식탁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할 줄기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땅신령 몇몇이 장미나무 사이로 뛰어다니면서 미친 듯이 웃어대고 있었다. 크룩생크는 여전히 땅신령들을 바짝 뒤쫒고 있었다.
“아리애나.”
“왜?”
“아리애나도... 호그와트 졸업생인가요?”
“맞아. 내가 누멘 가드에 있다는 사실을 안 덤블도어가 나를 찾아왔어. 그리고 나는 호그와트에 가야한다고 주장했지. 그걸 알자마자 갤런트는 길길 날뛰면서 나는 가지 않아도 된다면서 자신의 밑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지. 근데 나는 가겠다고 선택했지. 조금 많은 사람들과 만나보고 싶었거든. 찰리는 그리핀도르면서 후플푸프인 학생인 나에게 친절히 대해주었어. 나도 너희처럼 방학 때마다 버로우에서 신세를 졌지. 왜? 이제야 나에게 대해서 궁금하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즐리 부인이 손목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이제는 모두들 잠자리에 드는 게 좋겠구나.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에 가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테니까.... 해리, 로라, 학교에 가져가야 할 물건의 목록을 적어 놓도록 해라. 내가 내일 다이애건 앨리에 가서 네 물건을 사다주도록 하마. 어차피 다른 아이들의 물건도 구입해야 하니까... 월드컵 이후에는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 지난 번에 경기 무려 닷새 동안이나 열렸단 말이지.”
“이번에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해리가 열광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난 싫어. 만약 닷새 동안이나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사무실의 미결 서류함은 엉망이 될 거야.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야.”
퍼시가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맞아, 누군가가 그 안에 또다시 용의 똥을 살짝 넣어 둘지도 모르지, 안 그래, 형?”
프레드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그건 노르웨이에서 온 비료 샘플이었어!”
퍼시가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전혀 개인적인 일이 아니었다구!”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걸 보낸 사람은 바로 우리였는데.”
식탁에서 일어났을 때, 프레드가 작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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