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객실로 돌아왔다.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고 있어서 창 밖을 내다보기가 힘들었다. 론은 트렁크를 열어서 레이스가 달린 갈색 예복을 꺼내더니 그것으로 피그위존의 새장을 덮어버렸다. 시끄럽게 울어대던 부엉이는 곧 잠잠해졌다.


"베그만씨는 우리에게 호그와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건지 말을 해주려고 했었어."


잔뜩 심술이 난 프레드가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퀴디치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말이야. 기억나? 그런데 우리 엄마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대관절 그게 뭘까?"

"쉿!"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조용히 하라고 하더니, 손가락으로 옆 객실을 가리켰다. 열린 문을 통해서 느릿느릿 점잔 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낯익었다.


"사실 우리 아빠는 나를 호그와트가 아니라 덤스트랭으로 보내려고 하셨어. 덤스트랭의 교장 선생님과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지. 우리 아빠가 덤블도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너희들도 잘 알고 있지? 덤블도어는 정말 잡종 애호가라고 할 수밖에 없어. 덤스트랭은 절대로 잡종 같은 쓰레기들을 받지 않아. 하지만 엄마는 날 그렇게 머릴 떨어진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으셨어. 아빠 말씀을 들어보면, 덤스트랭은 호그와트와는 달리 어둠의 마법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선까지는 용납하고 있다는 거야. 덤스트랭 학생들은 실제로 어둠의 마법들을 배우기도 한대. 우리가 배우는 그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방어술따위가 아니라..."


헤르미온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객실 문을 향해 살금살금 걸어갔다. 객실 문을 닫자, 말포이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포이 아빠는 덤스트랭이 그 녀석에게 어울렸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그때 차라리 가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저 밥맛 떨어지는 녀석을 더 이상 볼 필요도 없었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런데 덤스트랭이 뭐야? 또 다른 마법학교야?"


해리가 물었다.


"응. 아주 악명 높은 곳이야. 《유렵의 마법 교육 평가서》에 따르면, 덤스트랭은 어둠의 마법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어."


헤르미온느가 픽 콧방퀴를 뀌면서 말했다.


"나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론이 막연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게 어디에 있지? 어느 나라에 있는 거야?"

"그건 아무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눈썹을 치켜떴다.


"왜?"


해리가 물었다.


"전통적으로 모든 마법학교 사이에는 서로 치열한 경쟁이 있어, 덤스트랭과 보바통은 학교가 있는 곳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어. 아무도 자기네 비밀을 훔쳐 가지 못하도록 말이야."


헤르미온느는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설명조로 말했다.


"거짓말 하지 마. 덤스트랭도 호그와트만큼이나 규모가 엄청날 텐데, 그렇게 거대한 성을 어떻게 숨긴다는 거니?"


론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호그와트도 은밀하게 숨겨져 있잖아.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야.... 그러니까 《호그와트의 역사》라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중에는 너밖에 없네. 어서 말해 봐. 호그와트처럼 거대한 성을 어떻게 숨길 수 있다는 거야?"

"마법을 거는 거야. 머글들의 눈에는 입구마다 '위험!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을 붙은 다 쓰러져가는 폐허처럼 보이도록 말이야."

"그러니까 덤스트랭도 외부인의 눈에는 꼭 폐허처럼 보일 거란 말이지?"

"그럴 수도 있지. 그렇지 않으면 퀴디치 월드컵 경기장처럼 머글 퇴치 마법을 걸어 두었을지도 몰라. 아니면 다른 나ㅏㄹ의 마법사들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좌표 측정 불가능 마법을 걸어두었을지도 있지."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라구?"


이번에는 해리가 물었다.


"그러니까 어떤 건물의 위치를 지도에서 찾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마법을 걸어 놓을 수도 있잖아? 안 그래?"

"글쎄... 뭐 그럴 수도 있겠다."


해리가 끄덕였다.


"덤스트랭은 분명히 저 북쪽 어딘가에 있을 거야. 어딘지 모르지만 아주 추운 지방에... 왜냐하면 걔네들의 교복에는 모피로 된 망토가 달려 있거든."


헤르미온느가 생각에 잠겨서 말했다. 


"아, 한번 생각해 봐."


론은 꿈을 꾸듯이 황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아주 간단하게 말포이 자식을 해치울 수 있을 거야. 빙하에서 밀어 떨어뜨린 후에 사고처럼 가장하면 그걸로 끝나는 거야... 걔네 엄마한테는 몹시 미안한 일이지만..."


기차는 계속 북쪽으로 이동했다. 빗줄기가 더욱더 굵어지고 있었다. 하늘이 캄캄하고 창문에는 온통 김이 서려 있었기 때문에 한낮인데도 등불을 켜야만 했다. 도시락을 파는 수레가 달가닥거리면서 복도를 지나가자 나도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로라, 그 눈동자는 왜 그래?"


마침 나온 로우는 내가 안대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는 개구리 초콜릿을 바닥에 툭 떨어뜨려서 질문했다.


"좀 다쳤어."

"좀-이 아닌 것 같은데."


로우는 떨어진 개구리 초콜릿에는 신경쓰지 않고는 내 얼굴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는 안대를 안타까운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많이 아파겠다...."

"아니, 별로... 괜찮아... 뛰어난 치료사에게 치료받았어."


마리안느는 믿을만한 하니까. 그녀는 과거에도 내가 많이 다쳤을 때 잘 치료해주었으니까. 


"진짜로 괜찮은 거야? 난 네 친구니까 나에게는 어떤 어려움도 말해도 돼. 해리 포터에게는 말하지 못하잖아."

"응, 그렇게 할게, 로우."


로우는 한발자국 내 앞에 오더니 안대 위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로, 우?"


내가 놀라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로우는 후다닥 자신의 객실로 돌아가버렸다. 나는 통로에 얌전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수레를 끄는 마녀가 툭툭 건들어서 정신을 차렸다. 

도시락을 사가지고 객실로 들어오자 프레드가 뾰료퉁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너무 레스트랭 자식과 친하게 지내는 것 아냐?"

"뭐야, 슬리데린 친구를 사귀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게다라 로우는 맘이 통하니까 괜찮아. 말포이 녀석처럼 그렇게 유치하지 않고 말이야."


내가 로우를 칭찬하자 프레드의 안색이 더욱더 나빠졌다.


"프레드?"

"체엣-."

"삐진 거야?"

"아니거든."

"왜 삐진 건데."

"아니라고 했잖아."


질투해준 건가? 그의 모습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내가 웃자 프레드가 볼멘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젓었다. 식사를 한 후에 마법의 안약을 꺼내고는 왼쪽 눈동자에 몇 방울 떨어뜨렸다(퀴디치 월드컵이 지나고 일주일 후에 마리안는는 물약으로 된 안약을 나에게 부엉이 편으로 배달해주었다).

오후가 되자, 시무스와 딘과 네빌을 포함한 몇 명의 친구들이 객실로 왔다. 시무스는 여전히 가슴에 아일랜드의 초록색의 장미를 달고 있었다. 장미는 여전히 '트로이! 멀릿! 모런!'을 외치고 있었지만 마법의 기운이 좀 떨어지자, 맥이 빠지고 지친 목소리였다. 30분 정도 지나자, 끝날 줄 모르는 이어지는 퀴디치 월드컵 이야기에 그만 진절머리가 난 헤르미온느가 다시 《표준 마법서, 4학년》 책을 펼쳐 들고 소환 마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이 신나게 퀴디치 월드컵 경기 이야기를 떠들어 대자, 네빌은 몹시 부드러운 얼굴로 귀를 기울었다.


"할머니는 가고 싶어하지 않았어. 티켓을 구입할 생각조차 없으셨지. 하지만 너희들 말을 들으니까 정말 굉장했을 것 같구나."


네빌이 잔뜩 풀이 죽여서 말했다.


"정말로 그랬어. 이것 봐, 네빌..."


론은 선반에 놓여 있던 트렁크를 뒤적거리더니 빅터 크룸 인형을 꺼냈다.


"와!"


론이 빅터 크룸 인형을 포동포동한 네빌의 손 위에 올려놓자 네빌은 탄성을 질렀다.


"우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빅터 크룸을 봤어. 일등석에서 관람했거든."


론은 자랑스러운 듯이 어깨를 쭉 펴면서 말했다.


"네가 퀴디치 월드컵을 보는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야! 위즐리."


어느 사이에 말포이가 객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말포이의 등 뒤에는 여름 방학 동안 적어도 30센티미터는 더 자란 것처럼 보이는 크레이브와 고일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그들은 딘과 시무스가 들어오면서 조금 열어 놓은 객실 문으로 대화를 전부 엿듣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말포이, 너희들에게 들어오라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위즐리... 그런데 저게 뭐냐?”

 

말포이가 피그위존의 새장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새장 밑으로 축 늘어진 론의 예복 소맷자락이 기차가 움직일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치렁치렁한 레이스가 달린 구식 소맷단이 너풀거렸다. 론은 황급히 그 예복을 감추려고 했지만, 말포이의 동작이 더 빨랐다. 말포이는 예복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것 봐! 위즐리, 너 설마 이걸 입을 생각은 아니겠지? 1890년대에나 유행했을 것 같은 이런 옷을....”

 

말포이는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론의 예복을 보여주면서 신나게 떠들었다.

 

저걸 그냥!”

 

론은 말포이의 손에서 옷을 빼앗았다. 말포이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그 옆에서 크레이브와 고일은 바보처럼 실실거렸다.

 

그런데... 너도 참가할 생각이냐, 위즐리? 가문에 영광을 위해서? 게다가 돈도 걸려 있으니까... 만약 네가 이긴다면 근사한 예복도 살 수 있겠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론이 소리쳤다.

 

너도 참가할 생각이니? 그래, 너는 분명히 참가할 거야. 그렇지, 포터? 너는 잘난 척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잖아. 안 그래?”

 

말포이가 정면으로 해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하든지 아니면 당장 나가! 말포이...”

 

표준 마법서, 4학년을 읽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말포이의 창백한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너 정말 모르고 있는 거야?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니?”

 

말포이는 신이 나서 말했다.

 

마법부에 다니는 아빠와 형이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단 말이야? 저런! 우리 아빠는 벌서 오래 전에 내게 말해 주셨는데...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에게 직접 들으셨대. 우리 아빠는 항상 마법부의 고위 간부들을 잘 알고 계시니까 말이야... 하지만 네 아빠는 너무 하위직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위즐리. 맞다, 네 아바 앞에서는 중요한 일은 말하지 않는 모양이야.”

 

말포이는 또다시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더니,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나가자고 손짓했다. 세 사람은 금방 객실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떠나자마자, 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객실 문을 쾅 닫아버렸다. 어찌나 세게 닫았던지 그만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았다.

 

!”

 

헤르미온느가 론을 나무라듯이 바라보면서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레파로.”

 

그러자 유리 파편들이 객실 문으로 날아가더니 다시 유리창이 되었다.

 

그런데 꼴을 보아하니 녀석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아직까지 우리만 모르고 있어... 우리 아빠도 마법부의 고위직 간부들을 잘 알고 있어.... ! 우리 아빠는 언제라도 승징을 할 수 있어... 다만 지금 계시는 부서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몸 담고 계시는 것뿐이야...”

물론이지. 말포이 같은 녀석의 말은 귀닫아들을 필요도 없어. 공연히 말포이의 수작에 넘어가지 마, !”

 

헤르미온느가 침착하게 타일렀다.

 

그 따위 녀석이 감히 나에게 수작을 건단 말이야? 어디 그렇기만 해봐!”

 

론은 냄비 모양의 케이크를 짓뭉개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여행이 끝날 때까지 론의 기분은 내내 풀리지 않았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속도를 늦추고 칠흑같이 어두운 호그스미드 역에 멈추었을 때에도 론은 여전히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기차 문이 열리는 순간, 머리 위에서 우르를 천둥이 쳤다. 헤르미온느는 망토로 크룩생크를 둘둘 감싼 후에 꼭 끌어안았다. 론은 예복으로 피그위존의 새장을 덮은 채, 기차에서 내렸다. 머리를 잔뜩 숙이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쏟아지는 폭우 속을 걸어갔다. 비가 어찌나 억수같이 쏟아지는지 마치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머링 위로 계속 퍼붓고 있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해그리드!”

 

해리가 승강장 끝에 서 있는 거대한 형체를 향해 소리쳤다.

 

잘 지냈니, 해리? 나중에 연회장에서 보자! 이 비를 맞고 익사하고 싶지 않는다면 말이야!”

 

해그리드가 손을 흔들면서 크게 외쳤다. 전통적으로 1학년생들은 해그리드와 함께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에 있는 호그와트 성으로 건너가기도록 되어 있다.

 

우와! 나라면 이런 날씨에 호수를 건너는 건 상상도 못할 거야.”

 

헤르미온느가 후들후들 떨면서 말했다. 다른 학생들과 함께 어두운 승강장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역 밖에는 세스트랄-죽음을 목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투명한 말-이 이끄는 100대의 마차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얼른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의 무닝 쾅 닫히더니 순간 뒤로 한 번 기우뚱했다. 그리고 기다란 마차들의 행렬이 호그와트 성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덜커덩거리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호그와트 교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개 달린 멧돼지 상이 교문 양쪽에 턱 버티고 있었다. 교문을 통과한 마차들은 넒은 도로를 따라 굴러가고 있었다. 돌풍처럼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불어 닥칠 때마다 마차는 위태롭게 흔들렸다. 마차가 커다란 오크 문 앞 돌계단 아래 우둑 멈춰 섰다. 그 순간 어두운 하늘에 번개가 번쩍거렸다. 우리들보다 앞서 도착한 마차에 탄 사람들은 벌써 황급히 돌계단을 지나 성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차에서 펄쩍 뛰어내린 우리는 계단 위로 쏜살같이 달려가, 동굴 같은 현관 복도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횃불이 타오르고 있는 복도에는 대리석 계단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제기랄!”

 

론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면서 물을 털어냈다.

 

저렇게 계속 비가 내리면 호수가 넘치고 말겠어.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됐군. 아야!”

 

론이 비명을 지르면서 비틀거렸다. 물이 잔뜩 들어 있는 커다란 빨간 풍선이 천장에서 곧장 론의 머리에 정통으로 떨어진 것이다. 물풍선이 터지자 물을 흠뿍 뒤집어 쓴 론은 해리 쪽으로 비켜섰다. 바로 그 순간 두 번째 물풍선이 떨어졌다. 그것은 아슬아슬하게 헤르미온느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해리의 발치에서 물풍선이 터지는 바람에 신발과 양말이 온통 물에 젖고 말았다.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물풍선을 피하기 위해 서로 밀치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요정 피브스가 6미터 높이의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작은 종이 잔뜩 매달린 모자에 오렌지 색깔의 나비 넥타이를 매고 있는 소리의 요정 피브스는 심술궂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면서 또다시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었다.

 

피브스!”

 

성난 목소리가 쩌렁쩌렁 복도에 울려 퍼졌다.

 

피브스, 당장 이리로 내려오지 못해!”

 

교감 선생님이자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사감인 맥고나걸 교수가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갑자기 젖은 마룻바닥을 달려오던 맥고나걸 교수가 중심을 잃고 쭉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다행이도 헤르미온느의 목을 붙잡아서, 벌렁 나자빠지는 사태는 겨우 모면할 수 있었다.

 

이런! 미안해요, 그레인저 양.”

괜찮아요,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얼얼한 목을 문지르면서 말했다.

 

피브스, 당장 이리로 내려와!”

 

맥고나걸 교수가 뾰족한 모자를 똑바로 고쳐 쓰면서 호통을 쳤다. 그리고 네모난 안경 너머로 피브스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냥 장난이에요.”

 

피브스가 비명을 지르면서 연회장 안으로 도망치는 5학년 여학생들을 향해 물풍선을 던지면서 깔깔거렸다.

 

이미 다 젖었잖아요. 안 그래요? 조금 더 적시는 것뿐이에요! 휘이이이익!”

 

피브스는 방금 도착한 2학년생들에게 또다시 물풍선을 던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교장 선생님을 불러야겠군!”

 

맥고나걸 교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

 

경고하는데, 피브스!”

 

그러자 피브스가 혓바닥을 쑥 내밀더니 마지막 물풍선을 공중으로 휙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깔깔거리면서 붕하고 대리석 게단 위로 날아갔다.

 

어서 들어가거라!”

 

맥고나걸 교수가 흠뻑 젖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날카롭게 외쳤다.

 

연회장으로, 어서!”

 

미끄러운 복도를 조심스럽게 걸어서 오른쪽에 있는 이중문으로 들어갔다. 론은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젖은 머리칼을 연신 뒤로 넘기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연회장은 언제나처럼 멋지고 훌륭했다. 지금은 개학식 연회를 위해서 특별히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황금빛 접시와 잔들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수백 개의 촛불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네 개의 기다란 기숙사 테이블은 재잘거리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연회장 제일 위쪽에 마련된 상석에는 호그와트의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마주보면서 일렬로 앉아있었다. 연회장 내부는 무척 따뜻했다. 슬리데린과 래번클르와 후풀푸프를 지나서 연회장의 제일 가장 자리에 있는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핀도르의 유령인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약간 반투명한 진줏빛이 감도는 닉은 오늘 밤에도 평상시처럼,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받쳐 주는 높은 주름 깃에다가 허리가 잘록한 옷을 입고 있었다.

 

잘 있었니, 애들아?”

 

닉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전 별로 그렇지가 못해요.”

 

해리는 신발을 벗어 들고 물을 털어냈다.

 

기숙사 배정이나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배가 고파 죽겠어요.”

 

신입생의 기숙사 배정식은 매년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열렸다. 바로 그때 굉장히 들뜬 목소리가 해리를 불렀다.

 

안녕, 해리.”

 

그는 바로 해리를 영웅처럼 숭배하는 3학년생 콜린 클러비였다.

 

안녕, 콜린.”

 

해리가 약간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해리,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 한 번 알아맞춰 봐, 해리! 내 동생이 호그와트에 입학했어! 내 동생 테니스가 말이야!”

 

콜린은 몹시 흥분한 것 같았다.

 

... 그것 참 좋은 일이네.”

 

해리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내 동생은 잔뜩 흥분했어! 그 녀석이 제발 그리핀도르에 들어오기만을 바랄 뿐이야! 행운을 빌어 줘! 알았지, 해리?”

 

콜린은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 알았어.”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해리는 다시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같은 형제는 대부분 같은 기숙사에 들어가지? 그렇지?”

 

해리가 물었다. 위즐리 형제는 모두 일곱 명 모두 그리핀도르 기숙사 소속이었던 것이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아. 패르바티 패틸의 쌍둥이 동생은 래번클로에 있어. 더구나 걔네들은 일란성 쌍둥이야. 네 생각대로라면 그 애들은 한 기숙사에 있어야 하잖아? 안 그래?”

 

내가 말했다.

 

새로 부임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은 어디 있지?”

 

교직원 테이블을 올려다보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와 해그리드가 없으니까... 한 자리가 남구나.

 

어쩌면 새 교수를 구하지 못한 게 아닐까?”

 

헤르미온느가 걱정하며 말했다. 교직원 테이블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마법을 가르치는 자그마한 플리트윅 교수는 높이 쌓인 방석 더미 위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약초학 담당 스프라우트 교수가 옆으로 뻗친 머리 위에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앉아 있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천문학을 담당하고 있는 시니스트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니스트라 교수의 반대편에는 머리에 기름을 잔득 바른 마법의 약 담당 교수, 누르슴한 얼굴에 매부리코의 스네이프 교수가 앉아있었다. 스네이프 교수의 옆에 빈 자리가 하나 있었다. 아마도 맥고나걸 교수일 거라고 생각했다. 교직원 테이블의 중앙에는 호그와트의 교장 덤블도어 교수가 앉아있었다. 덤블도어 교수의 기다란 은빛 머리카락과 수염이 촛불에 비쳐 반짝거렸다. 짙은 초록색의 기다란 망토에는 수많은 별과 달이 수놓여 있었다.덤블도어 교수는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마주 잡고 그 위에 턱을 올려놓은 채, 만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찬장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마법이 걸려 있는 연회장의 천장에는 바깥 하늘과 똑같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천장에는 먹구름들이 마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바깥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들리자, 천장에도 번개가 번쩍 빛났다.

 

어서 빨리 끝났으며... 난 히포그리프라도 먹을 수 있겠어.”

 

론이 신음 소리를 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연회장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맥고나걸 교수가 길게 늘어선 1학년 학생들을 연회장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갑자기 온 사방이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1학년 학생들은 배를 타고 온 것이 아니라 꼭 호수를 헤엄쳐서 온 것처럼 보였다. 신입생들은 모두들 하나같이 추위와 긴장으로 덜덜 떨면서 교직원 테이블을 따라 일렬로 걸어갔다. 그리고 전교 학생들을 마주 바라보고 똑바로 섰다. 신입생 가운데 가장 키가 작고 머리가 회색인 그 아이는 해그리드의 것이 분명한 검은색 두더지 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 코트가 어찌나 헐렁하던지 꼭 커다란 모피 천막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더지 코트 위로 툭 튀어나와 있는 그 아이의 작은 얼굴은 긴장은커녕 너무나 신나서 잔뜩 흥분해 있는 것 같았다.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한 줄로 늘어선 그 아이는 콜린 클러비와 눈이 마주치자,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면서 소리없이 입만 벙긋거렸다.

 

나 호수에 빠졌어!”

 

작은 아이는 그 사실을 무척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잠시 후에 맥고나걸 교수가 1학년생들 앞에 세 발 의자를 갖다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굉장히 낡고 더러운 누덕누덕 기운 자국이 있는 마법사 모자를 올려놓았다. 1학년생들은 그 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연회장에 있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도 일제히 마법사 모자로 향했다. 얼마 동안 정적이 흘렀다. 마법사 모자 테두리 부근의 해어진 부분이 마치 입처럼 넓게 벌어지더니 갑자기 그 모자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천 년도 전에 내가 새로 만들어졌을 때 유명한 마법사 네 명이 살았어요. 그들의 이름은 아직까지도 잘 알려져 있어요. 황야에서 온 용감한 그리핀도르, 골짜기에서 온 공정한 래번클로, 넓은 계곡에서 온 상냥한 후플푸프, 늪에서 온 심술궂은 슬리데린. 그들의 소망과 희망과 꿈을 다 함께 공유했어요. 그들은 대담한 계획을 세웠어요. 젊은 마법사들을 교육시키자는 것이었죠. 그래서 호그와트 학교가 세워진 거예요. 네 명의 창립자들은 제각기 나름대로 기숙사를 만들었어요. 서로 다른 덕목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가르치는 것도 달랐어요. 그리핀도르는 가장 용감한 사람을 추천했고, 래번클로는 가장 영리한 사람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후플푸프는 근면한 사람이 들어가기에 가장 알맞았고, 권력에 굶주린 슬리데린은 원대한 야망을 가진 사람들을 사랑했어요. 네 명의 마법사가 살아 있을 때에는 그들이 직접 학생들을 분류했어요.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학생들을 선발했던 거예요. 그러나 그들이 죽은 후에는 무슨 수로 학생들을 뽑을까요? 그 방법을 고안한 사람이 바로 그리핀도르였어요. 그리핀도르는 자신의 머리에 쓰고 있던 나를 벗었어요. 네 명의 창립자들은 내 안에 두뇌를 조금씩 넣었어요. 그리하여 내가 그들을 대신해서 선택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이제 나를 들어서 당신의 귀를 가릴 정도로 편안히 쓰세요. 나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요. 나는 당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어디에 속할지 말해 줄 거예요!”

 

마법의 모자가 노래를 다 마치자 연회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가 터졌다.

 

저건 우리 기숙사 배정식 때 불렀던 노래와 다르네.”

 

해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모자는 해마다 다른 노래를 불러.”

 

론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재미없는 삶일 거야. 안 그러니? 마법의 모자가 되는 것 말이야. 아마도 저 모자는 일년 내내 다음 노래만 만들면서 보낼 거야.”

 

맥고나걸 교수는 커다란 양피지 두루마리를 풀고 있었다.

 

내가 큰 소리로 여러분의 이름을 호명하면, 이 모자가 쓰고 의자에 앉으세요. 모자가 여러분의 기숙사를 알려줄 거예요. 그러면 그 기숙사의 테이블로 가서 앉으면 되는 거예요.”

 

맥고나걸 교수가 1학년생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가 1학년생의 이름을 호명하자 마법모자가 기숙사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신입생들은 기숙사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상급생들은 그 신입생들을 박수를 치면서 환호해주었다.


크리비, 데니스!”

 

땅딸막한 데니스 크리비는 마법의 모자를 향해 걸어가다가 해그리드이 두더지 가죽 코트 자락에 걸려 잠시 비틀거렸다. 바로 그 순간 해그리드가 교직원 테이블 뒤에 있는 작은 문으로 연회장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해그리드는 교직원 테이블의 제일 끝자락에 앉으면서 우리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그리고 데니스 크리비가 마법의 모자를 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모자 테두리의 뜯어진 부분이 넓게 벌어졌다.

 

그리핀도르!”

 

마법의 모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해그리드는 그리핀도르의 학생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데니스 크리비는 활짝 웃으면서 모자를 벗더니 다시 의자 위에 올려놓고 재빨리 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콜린 형, 아까 호수를 건너오다가 그만 물에 빠졌어! 정말 기가 막히지! 그런데 물 속에 있는 뭔가가 나를 잡더니 다시 배 위로 밀어올려 주었어!”

 

데니스는 빈 자리에 앉으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멋지구나! 그건 아마도 대왕 오징어였을 거야, 데니스!”

 

콜린도 잔뜩 흥분한 것 같았다.

 

!”

 

데니스가 탄성을 질렀다. 마치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폭풍이 몰아치는 깊은 호수에 빠졌다가 거대한 바다 괴물에 의해 구출되는 것보다 멋진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라는 듯한 태도였다.

 

데니스! 데니스! 저 쪽에 있는 저 형 좀 봐! 까만 머리 안경을 낀 형 말이야. 보이니? 저 사람이 누군지 아니, 데니스?”

 

해리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신입생을 배정하고 있는 마법의 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기숙사 배정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남녀 학생들이 저마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차례차례 세 발 의자에 가서 앉았다. 마침내 맥고나걸 교수가 ‘L’자로 시작되는 이름을 부를 순서가 되자, 줄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제발, 어서 끝내요!”

 

론이 배를 문지르면서 투덜거렸다.

 

, 기숙사 배정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물론 그렇겠죠. 당신처럼 죽었다면...”

 

론이 딱 잘라 말했다.

 

난 올해 입학한 그리핀도르 신입생들도 잘 하길 바랄 뿐이야.”

 

신입생이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합류하자,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박수 갈채를 보내면서 말했다.

 

우리의 연승 기록을 깨뜨리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렇지?”

 

그리핀도르는 지난 3년 동안 연달아 교내 기숙사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마침내, 기숙사 배정식은 모두 끝나자, 맥고나걸 교수는 마법의 모자와 의자를 치웠다.

 

드디어 때가 됐군.”

 

론이 재빨리 나이프와 포크를 움켜쥐고 기대에 찬 얼굴로 황금빛 접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덤블도어 교수는 환영의 표시로 두 팔을 넓게 벌리더니 학생들을 향해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에게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덤블도어 교수의 굵고 낮은 목소리가 연회장에 울려퍼졌다.

 

마음껏 먹도록 해요.”

찬성! 찬성!”

 

해리와 론은 신이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테이블 위로 놓인 빈 접시들이 순식간에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채워졌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제각기 개인 접시에 음식을 옮겨 담고 있는 우리를 애처로운 눈길로 지켜보았다.

 

아아, 이제 좀 살 것 같은데...”

 

론이 입 안 가득히 으깬 감자를 쑤셔 넣으면서 말했다.

 

오늘 밤에 연회가 무사히 열린 건 정말 다행인 줄 알아. 아까 주방에서 말썽이 있었거든.”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말했다.

 

“왜? 무슨 일인데요?”

 

해리가 커다란 스테이크 덩어리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물었다.

 

물론 피브스 때문이지.”

 

닉이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자, 달랑달랑한 목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닉이 달랑거리는 목을 감추기 위해 높은 주름 깃을 약간 더 끌어올렸다.

 

늘 하는 말씨름이야. 피비스는 피비스는 연회에 참석하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그건 고려할 만한 가치조차 없는 요구였지. 피브스가 어떤 녀석인지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문명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지. 음식 그릇을 보기만 하면 그냥 집어 던지고 싶어서 안달이니까... 우리는 유령 회의를 열었어. 뚱보 프라이어는 피브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피투성이 바론이 반대했어. 그건 아주 현명한 처사였지.”

 

피투성이 바론은 온통 은빛 핏자국으로 뒤덮여 있는 슬리데린의 유령으로, 빼빼 말랐으며 별로 말도 없었다. 호그와트에서 피브스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유령뿐이었다.

 

그래요. 우리도 피비스가 무슨 장난을 쳤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피브스가 주방에서 무슨 짓을 했어요?”

 

론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면서 물었다.

 

, 맨날 하는 짓이지.”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화풀이를 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마구 때려부수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집어 던지고 수프 속에 풍덩 빠지고... 꼬마 집요정들은 겁에 질려서 제정신이 아니었단다.”

 

쨍그랑! 그 순간 헤르미온느가 황금빛 술잔을 떨어뜨렸다. 호박 주스가 하얀 식탁보 위로 번지면서 노란 얼룩이 생겼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여기에도 꼬마 집요정들이 있단 말이에요? 여긴 호그와트에도?”

 

헤르미온느가 몹시 놀라면서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빤히 바라보았다.

 

영국에서 꼬마 집요정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이 바로 호그와트일 거야. 무려 백 명도 넘으니까...”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헤르미온느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깜짝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전 한 번도 보지 못햇어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꼬마 집요정들은 낮에는 주방을 거의 떠나지 않으니까 그렇지.”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들은 밤에 나와서 청소도 하고... 벽난로의 불꽃도 살피고... 그런 일들을 하지. 내 말은 너희들이 꼬마 집요정을 보지 못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거야. 꼬마 집요정이 여기 있는 줄도 모른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들이 좋은 꼬마 집요정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니?”

 

헤르미온느는 닉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봉급은 받겠죠? 휴가는 있겠죠? 그러고 병가나 연금 같은 것도 있겠죠?”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깔깔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주름 깃이 벌어지면서 머리가 옆으로 툭 떨어지더니, 겨우 몇 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근육과 살갗이 간신히 목에 붙은 채 달랑거렸다.

 

병가나 연금이라구?”

 

닉은 머리를 어깨 위로 밀어 올리고 주름 깃을 세워 다시 목을 고정시켰다.

 

꼬마 집요정은 병가나 연금을 바라지 않아!”

 

헤르미온느는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음식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갑자기 포크와 나이프를 탁 내려놓고 접시를 옆으로 밀어버렸다.

 

왜 그래, 헤르미온느?”

 

론이 약간 당황해서 말했다. 그 순간 론의 입 안 가득히 들어 있던 요크셔 푸딩이 해리에게 조금 튀었다.

 

... 미안, 해리.”

 

론은 얼른 푸딩을 꿀꺽 삼켰다.

 

네가 굶는다고 해서 꼬마 집요정들이 병가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야.”

노예 노동이야.”

 

헤르미온느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면서 말했다.

 

그게 바로 이 만찬을 만들었어. 노예 노동!”

 

헤르미온느는 끝까지 한 입도 먹지 않았다.

 

하지만 헤르미온느, 꼬마 집요정들은 병가나 연금, 급료를 바라지 않아. 도비가 좀 특이할 뿐. 꼬마 집요정이 급료를 원하면 누구도 그를 고용해주지 않을 거야. 그러면 꼬마 집요정은 더 이상 집에 있을 수가 없는 거지. 네가 하는 행동은 꼬마 집요정에게 일자리를 버리라고 요구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로라!”

과거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관습이야.”

이런 관습이라면 진작 바꿔야 하잖아. 더 좋게 개선해야 하는 것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하지만 난 잘 모르겠어. 필은 급료나 연금 같은 것 바라지 않아도 행복하다고 말해서 말이지.”

?”

내 집요정인데. 물론 피그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지만 말이야. 꼬마 집요정에게 그런 것을 요구해야한다고 말해봤자 그들이 과연 들을지가 의문이네.”

 

내 말에 헤르미온느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 시선을 무시하고는 그대로 음식을 먹었다. 안 먹으면 자기 손해지. 내 손해인가?!

비는 여전히 어두운 창문을 세게 때리고 있었다. 또다시 천둥이 치면서 창문이 흔들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천장에도는 번개가 번쩍 치더니 황금 접시들이 호나하게 빛났다. 그 순간 접시에 남아 있던 음식들이 싹 사라지고 후식이 나타났다.

 

당밀 타트야, 헤르미온느!”

 

론은 일부로 헤르미온느의 코앞에 음식을 들이댔다.

 

! 이것 좀 봐! 초콜릿 케이크야!”

 

하지만 꼭 맥고나걸 교수를 연상시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헤르미온느를 보자 론은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깨끗하게 후식을 먹어 치웠다. 잠시 후에 마지막 남은 음식 부스러기들이 싹 사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덤블도어가 다시 자리에 일어났다. 순식간에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와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만이 정적을 뚫고 들리고 있었다.

 

, 여러분!”

 

덤블도어 교수가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제 배불리 먹고 마셨으니까(‘!’그 순간 헤르미온느가 콧방귀를 뀌었다.) 여러분에게 몇 가지 사실을 알려 줘야겠군요. 학교 관리인인 필치씨가 교내 사용금지 목록 중에 올해 새로 추가된 품목이 있다는 것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비명을 지르는 요요송곳니가 돋는 원반그리고 공격하는 부메랑이 그것입니다. 이제 교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품목은 모두 437개에 달합니다. 혹시 이 내용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은 학생은 필치씨의 사무실에 가면 목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순간 덤블도어 교수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덤블도어는 계속 말을 이었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운동장에 있는 숲은 학생들의 출입 금지 지역이라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알려 드리겠습니다. 호그스미드 마을 역시 1. 2학년 학생들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덤블도어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가슴 아픈 사실을 한 가지 알려야겠군요. 올해에는 기숙사 간의 퀴디치 시힙이 열리지 않을 겁니다.”

뭐라구?”

 

해리는 숨이 탁 막혀서 질문했다. 프레드와 조지 또한 입만 딱 벌린 채 덤블도어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는 잠시도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것은 교수님들의 많은 노고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어떤 행사가 10월에 시작돼서 1년 내내 계속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분명히 그 행사를 무척 즐기게 될 것입니다. 그건 너무나 기쁜 일입니다. 금년에 호그와트에서는....”

 

바로 그 순간 우르릉 쾅쾅하면서 고막을 찢는 듯한 요란한 천둥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연회장의 문이 탕탕 소리를 내며서 열렸다. 연회장 문 앞에는 검은색 여행용 망토로 몸을 감싼 남자가 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 낯선 사람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천장을 가로질러서 번개가 번쩍 치더니 낯선 사람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 사람은 두건을 벗고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흔들더니 교직원 테이블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연회장에는 둔탁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테이블 끝에 도착한 낯선 남자는 오른쪽으로 돌더니 심하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덤블도어 교수를 향해 걸어갔다. 천장에서 또다시 번개가 번쩍거렷다. 헤르미온느는 헉 하고 입을 딱 벌렸다. 번개가 번쩍 치자, 그 남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오랫동안 풍파에 시달린 나무토막을, 사람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조각칼을 다루는 솜씨도 전혀 없는 어던 사람이 대충 깎아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었다. 피부는 온통 흉터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고 입은 꼭 비스듬하게 갈라진 깊은 틈새처럼 보였으며 코는 완전히 뭉개져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바로 그 사람의 눈이었다. 그 사람의 한쪽 눈은 작고 까맣고 말똥말똥 빛났다. 하지만 다른 쪽 눈은 동전처럼 크고 둥글었으며 밝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청색이었다. 그 푸른 눈동자는 깜박거리지도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으며, 보통 눈과는 전혀 다르게 상하좌우로 마구 돌아가고 있었다. 푸른 눈동자가 그 남자의 뒤통수 쪽으로 완전히 돌아가자, 오직 섬뜩한 흰자위만 보였다. 낯선 사람은 덤블도어 교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얼굴 못지 않게 심한 흉터가 나 있는 한쪽 손을 내밀자, 덤블도어 교수가 반가운 듯이 무슨 말을 하면서 악수를 나누었다. 낯선 사람이 미소조차 짓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저으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뭐라고 말하니까, 덤블도어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남자에게 자기 오른쪽에 있는 빈 자리로 가서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낯선 사람은 그 자리에 떨썩 앉더니, 얼굴 위로 흘러내린 회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리고 소시지가 담긴 접시를 앞으로 끌어당겨, 거의 다 뭉개지고 없는 코로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나이프를 꺼내더니 소시지를 쓱쓱 잘라 먹기 시작했다. 그 남자의 정상적인 눈은 소시지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푸른색 눈동자는 여전히 안구 속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연회장과 학생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오신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무거운 침묵을 깨면서 말했다.

 

무디 교수입니다.”

 

새로 부임한 교직원은 박수로 환영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덤블도어 교수와 해그리드를 제외하고는 박수를 치는 사라미 아무도 없었다. 다른 교직원과 학생들은 그저 두려운 눈길로 무디 교수를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 무디 교수의 기이한 모습에 넉이 나가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덤블도어 교수와 해그리드도 박수 소리가 무거운 침묵 속으로 공허하게 울려 퍼지자, 곧 손을 내려놓았다.

 

무디? 매드아이 무디? 오늘 아침에 위즐리 아저씨가 도와주러 갔던 그 사람이야?”

 

해리가 론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럴 거야.”

 

론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저 사람의 얼굴은 왜 저렇게 된 거야?”

 

헤르미온느가 작게 속삭였다.

 

몰라.”

 

론의 시선은 마치 못이라도 박힌 것처럼 무디 교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무디 교수는 그러나 별로 따뜻하지 않은 환영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호박 주스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여행용 망토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휴대용 물병을 꺼내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는 물을 마시느라고 팔을 들어올리는 바람에, 기다란 망토가 땅에서 조금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테이블 밑으로 나무로 깎아서 만든 의족과 갈고리 발톱이 달린 발이 보였다.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이미 말했던 것처럼...”

 

덤블도어 교수는 여전히 놀란 얼굴로 매드아이 무디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우리 학교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대단히 흥미로운 행사를 주관하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지난 1세기 동안 열린 적이 없었던 아주 뜻깊은 행사입니다. 여러분에게 금년에 호그와트에서 트리위저드 시합이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게 되어서 대단히 기쁩니다.”

농담이시죠!”

 

프레드가 큰 소리로 외쳤다. 무디 교수가 도착한 이후로 연회장에 팽팽하게 감돌았던 긴장감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거의 모든 사람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덤블도어 교수도 분위기를 바뀌어서 다행이라는 듯이 껄껄 웃었다.

 

농담하는 게 아니라네, 위즐리군. 자네가 농담이란 말을 하니까 말인데, 나는 이번 여름에 아주 재미있는 농담을 한 가지 들었다네. 트롤과 늙은 마녀와 레프러칸 요정이 다 함께 술집으로 들어갔는데...”

 

맥고나걸 교수가 듣기 거북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닌 것 같군.... 아니야...그런데 어디까지 말했더라? , 그래. 트리위저드 시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지... 여러분 중에는 이 시합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 먼저 잠깐 설명을 하겠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잠시 양해를 바라며, 딴짓을 해도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잠시 학생들을 둘러본 후에 천천히 말을 이었다.

 

트리위저드 시합이란 유렵 최대의 마법학교인 호그와트와 보바통, 덤스트랭 사이의 친선 경기로 700년 전에 처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각 학교를 대표하는 챔피언을 선정하고, 이 세 명의 챔피언이 세 가지 마법 시험을 치르면서 대결을 벌이게 되는 것입니다. 각 학교는 5년마다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시합을 주관하는데, 그것은 일반적으로 국적이 서로 다른 젊은 마법사들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망자의 숫자가 너무 늘어서 트리위저드 시합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망자라니?”

 

헤르미온느가 불안한 얼굴로 속삭였다. 하지만 연회장에 있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헤르미온느처럼 불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잔뜩 흥분하면서 서로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지난 몇 세기에 걸쳐서 트리위저드 시합을 다시 복원시키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설명을 계속했다.

 

그러나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국제 마법 협력부와 마법의 게임 및 스포츠부는 다시 한 번 시도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어떤 챔피언도 죽음의 위험에 처하지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여름 내내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10월이 되면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교장이 각 학교의 후보 선수와 함께 이곳에 도착할 것이며, 할로윈 데이에 각 학교를 대표하는 세 명의 챔피언을 선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학생이 트리위저드 우승컵과 소속 학교의 명예와 1000갈레온의 상금을 걸고 시합을 벌이기에 가장 적당한지는 공평한 심판관이 결정할 것입니다.”

내가 차지할 거야!”

 

프레드가 당당하게 외쳤다. 명예와 부와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오른 프레드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하지만 호그와트의 챔피언이 되는 것은 상상하고 있는 사람은 비단 프레드만이 아닌 것 같았다. 모든 기숙사 테이블에서 넋이 나간 얼굴로 덤블도어 교수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옆에 앉아 있는 아이들과 열심히 속삭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 교수가 입을 열자, 연회장은 다시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여러분 모두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호그와트로 가져오고 싶어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학교 교장과 마법부 장관이 한 자리에 모여서, 금년에는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연령을 제한하기로 미리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므로 열일곱 살 이상이 된 학생들만 이름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몇 명의 학생이 몹시 격분한 듯이 소란을 피웠다. 위즐리 쌍둥이 형제도 발끈 성이 났다. 그래서 덤블도어 교수는 목소리를 약간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트리위저드 시합의 과제는 여전히 어렵고 몹시 위험합니다. 6, 7학년이 안 된 학생들은 그 시험 과제들을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 열입곱 살이 되지 않은 학생이 공정한 심판관을 속여서 호그와트 챔피언으로 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잔뜩 찌푸린 프레드와 조지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는 덤블도어 교수의 파란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반짝거렸다.

 

그러므로 만약 열입곱 살 미만의 학생이라면 본인의 이름을 제출해서 공연히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대표단은 10월에 도착해서 수개월 동안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될 겁니다. 나는 그 동안 여러분이 우리의 외국인 손님들에게 모든 친절을 베풀 것이며, 누가 선발되든 간에 호그와트의 챔피언에게 전심전력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시간이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 수업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군요. 취침 시간! 해산, 해산!”

 

덤블도어 교수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매드아이 무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당탕탕 요란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학생들은 벌떼같이 문으로 몰려나갔다.

 

그럴 수는 없어! 내년 4월이면 우리도 열입곱 살이 된단 말야. 그런데 우리는 왜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거야?”

 

조지 위즐리는 문으로 나가지 않고 제자리에 버티고 서서 덤블도어 교수를 노려보았다.

 

어느 누구도 날 막을 수가 없어. 챔피언이 되면 평소에는 철저히 금지되어 있는 온갖 일들을 죄다 할 수 있을 텐데... 게다가 상금이 1000갈레온이나 된다니!”

 

프레드도 험상궂은 얼굴로 교직원 테이블을 노려보면서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래... 1000갈레온....”

 

론이 꿈에 부푼 얼굴로 말했다.

 

어서 나가자. 빨리 나가지 않으면 우리만 남게 될 거야.”

 

헤르미온느의 독촉에 못 이겨 해리와 론, 프레드와 조지는 천천히 현관 복도로 나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프레드와 조지는 줄곧 덤블도어 교수가 과연 열입곱 살이 안 된 학생들이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 그 방법에 대해 열심히 떠들었다.

 

챔피언을 뽑는 공정한 심판관이란 도대체 누구지?”

 

해리가 물었다.


몰라. 하지만 우리가 바로 그 심판관을 속여야만 해. 아마 노화 마법의 약을 몇 방울 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조지...”

 

프레드가 말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는 형이 아직 나이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

 

론이 비이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그래, 하지만 누가 챔피언이 될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은 덤블도어 교수가 아니잖아? 내가 듣기로는 일단 트리위저드 시합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명단이 확보되면, 그 심판관이 직접 각 학교에서 최고의 학생을 뽑는 것 같아. 나이가 몇 살인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말이야. 덤블도어 교수는 우리가 이름을 제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뿐이야.”

 

프레드가 쉬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었다잖아!”

 

내가 걱정이 돼서 말했다. 벽걸이 양탄자 뒤에 감춰진 비밀 문을 통해서 또 다른 좁은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래. 하지만 그건 벌써 오래 전의 일이야. 안 그래? 게다가 아무리 위험도 없다면 뭐가 재미있겠니? ! , 우리가 덤블도어 교수의 눈을 속이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어떻게 할래? 너도 물론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고 싶지?”

 

프레드가 신이 나서 말했다. 나는 그런 프레드의 망토 자락을 잡았다. 그러자 우리 둘은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래, 로라?”

나는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프레드를 쳐다보면서 내가 말했다. 그는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눈을 꿈벅거리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나가는 상관하지 않는데 다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구.”

로라, 그거 무슨 뜻이야?”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내가 왜 이러는지 직접 생각해봐. 나는 그 이상은 말하지 않을 거야.”

 

나는 프레드의 망토자락을 놓고는 앞장 서서 걸어가는 론과 해리의 뒤를 쫓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트리위저드 시합에 나간다면 정말로 멋질 거야. 하지만 우리는 아직 나이가 되지 않았어... 우리가 그 시합에 나갈 만큼 충분히 마법을 배웠는지도 잘 모르겠고...”

 

론이 해리에게 말했다.

 

난 정말 아주 배울 게 많아.”

 

네빌의 침울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는 아마도 내가 지원하기를 바랄 거야. 할머니는 항상 내가 가문의 명예를 드높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니까... 나는 당연히 해야할 거야... 아이쿠!”

 

계단을 중간 정도 올라갔을 때, 네빌의 발이 계단 밑으로 푹 빠졌다. 호그와트에는 이런 함정 계단들이 아주 많았다. 대부분의 고학년 학생들은 이제 이런 함정 계단쯤이야 자연스럽게 펄쩍 뛰어넘곤 했지만, 기억력이 나쁘기로 유명한 네빌만은 예외였다. 해리와 론이 네빌의 겨드랑이를 잡고 끌어내는 동안 계단 꼭대기에 세워져 있는 갑옷이 절거덕절거덕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시끄러워!”

 

론이 갑옷의 얼굴 가리개를 쾅 닫아 버리면서 소리쳤다. 그리핀도르 탑 입구까지 곧장 올라갔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들어가는 문은 분홍색 실크 드레스를 입은 뚱보 여인의 커다란 초상화 뒤에 감추어져 있었다.

 

암호는?”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뚱보 여인이 물었다.

 

허튼 소리.”

 

조지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래층에서 반장이 말해 줬지.”

 

그러자 초상화가 앞으로 확 열리더니 입구가 나타났다. 서둘러 구멍으로 들어갔다. 탁탁 소리를 내면서 타오르는 벽난로 덕택에, 찌부러진 안락의자와 탁자로 가득 찬 원형의 학생 휴게실은 따뜻했다. 헤르미온느는 우울한 표정으로 즐겁게 춤추고 있는 불꽃들을 바라보았다. 나와 헤르미온느는 해리들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고는 여자 기숙사로 향했다.

 

노예 노동...”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니?”

 

헤르미온느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독방으로, 내 침실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이 밝아 오면서 비바람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호장의 천장은 여전히 어두컴컴했다.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우리는 한 자리에 모여서 새로운 시간표를 확인했다. 음산한 잿빛 구름이 연회장의 천장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약간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있는 프레드와 조지와 리는 빨리 나이를 먹을 수 있는 마법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그들은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별로 나쁘지 않아... 오전 내내 야외 수업이야. 약초학 수업은 후플푸프와 함께 듣고... 신비한 동물 돌보기는... 제기랄! 여전히 슬리데린과 함께 들어....”

 

론은 손가락으로 월요일 수업 시간표를 하나씩 짚으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오늘 오후에는 점술 수업이 있어.”

 

해리가 희미한 신음 소리를 냈다. 나도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너도 나처럼 그 과목을 포기해야 했어. 안 그래?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산술점같이 이치에 맞는 과목을 들을 수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토스트에 버터를 잔뜩 바르면서 말했다.

 

,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구나!”

 

론이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버터를 바른 빵에 잼을 듬뿍 발랐다.

 

꼬마 집요정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헤르미온느가 빵을 덥썩 베어 물면서 대답했다.

 

그래... 그리고 배도 고파겠지.”

 

론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갑자기 날개가 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백 마리의 부엉이가 창문으로 날아 들어왔다. 그 부엉이들은 제각기 우편물을 들고 있었다. 부엉이들은 편지나 소포의 주인을 찾기 위해 연회장을 빙빙 돌았다. 커다란 황갈색 부엉이는 네빌의 무릎 위에 소포 꾸러미를 털썩 내려놓았다. 말포이의 수리 부엉이도 사탕과 케이크가 들어 있는 꾸러미를 갖고 온 것 같았다. 수리 부엉이는 말포이의 어깨 위에 내려앉아서 깃털을 다듬고 있었다. 브라이언이 내 앞에 내려와서는 나에게 소포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마리안느가 약을 더 보냈네. 고마워, 브라이언.”

 

나는 소포를 보고는 브라이언을 쓰담았다. 그러자 브라이언은 내 손길이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았다.

흠뻑 젖은 길을 걸어가고 제 3온실에 도착했다. 스프라우트 교수가 학생들에게 괴상한 식물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식물이 아니라 굵고 거무죽죽한 민달팽이처럼 보였다. 그 식물은 잠시도 쉬지 않고 마치 벌레처럼 꿈틀거렸으며, 줄기에는 온통 액체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종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부보투버란다. 가끔씩 저 종기를 짜서 고름을 빼 주어야만 한단다. 너희들은 그 고름을 모아서...”

 

스프라우트 교수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뭐라구요?”

 

시무스 피니간이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름 말이다, 피니간.... 고름!”

 

스프라우트 교수가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건 아주 귀중한 거니까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용가죽으로 만든 장갑을 끼고 병에 고름을 담도록 해라. 희석시키지 않은 부보투버 고름이 몸에 닿으면 살갗이 부풀어오를 수도 잇으니까...”

 

부보투버의 종기를 짜는 것은 비록 구역질이 나긴 했지만 아주 재미있었다. ! 부보투버의 종기를 터뜨릴 때마다 휘발유 냄새가 나는 많은 양의 걸쭉하고 연한 초록색 액체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스프라우트 교수의 지시에 따라 초록색 고름을 병에 담았다. 수업이 끝날 무렵이 되자 몇 리터의 고름이 모아졌다.

 

폼프리 부인이 무척 좋아하겠구나. 부보투버의 고름은 여드름 같은 고질적인 피부병을 치료하는 특효약이란다. 이 액체만 있으면 학생들이 더 이상 여드름을 없애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쓸 필요가 없지.”

 

스프라우트 교수는 코르크 마개로 병 입구를 막았다.

 

가엾은 엘로이즈 미전처럼 말이죠! 걔는 마법을 써서 여드름을 없애려고 했어요.”

 

후플푸프 기숙사의 한나 아보트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면서 말했다.

 

그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지. 하지만 폼프리 부인이 결국 그 아이의 코를 원래대로 고쳐 놓았단다.”

 

스프라우트 교수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뿔뿔이 흩어졌다. 운동장은 여전히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후플푸프 아이들은 변신술 수업을 받기 위해 돌계단을 올라갔고,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받기 위해 해그리드의 작은 통나무 오두막으로 걸어갔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은 금지된 숲 언저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한 손으로 멧돼지 사냥개 팽의 목줄을 잡고 서 있었다. 해그리드의 발치에는 나무 상자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팽은 자꾸만 그 상자 쪽으로 가려고 목줄을 잡아당기면서 낑낑거렸다. 팽도 나무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 같았다. 해그리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갑자기 나무 상자가 덜거덕거리더니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

 

해그리드가 우리를 쳐다보면서 씩 웃었다.

 

슬리데린 학생들이 도착할 때까지 가디리는 게 좋겠구나. 그 애들도 이걸 놓치고 싶진 않을 테니까... 폭탄 꼬리 스크루트!”

뭐라구요? 다시 한 번만요.”

 

론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해그리드가 나무 상자를 가리켰다.

 

이크!”

 

라벤더는 질겁을 하면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는 꼭 껍데기 없이 형체가 일그러진 가재처럼 보였다. 다리는 아주 이상한 곳에 삐죽삐죽 나와 있으며 머리는 어디에 붙었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창백하고 끈적끈쩍한 살갗을 쳐다보기만 해도 오싹 소름끼칠 정도였다. 나무 상자 속에는 길이가 20센티미터 가량 되는 수백 마리의 스크루트들이 마구 날뛰고 있었다. 스크루트들은 썩은 생선처럼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 가끔씩 스크루트의 꼬리에서 불통이 튀어나오더니 몇 센티미터 앞으로 날아갔다.

 

이제 막 부화했단다. 너희들이 직접 키울 수 있을 거야! 이번 학기의 연구 과제로 쓰면 아주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

 

해그리드는 폭탄 꼬리 스크루트를 쳐다보면서 흡족해했다.

 

왜 우리가 저런 이상한 동물을 키워야 하죠?”

 

말포이가 불만에 가득 찬 소리로 물었다. 슬리데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낄낄대면서 노골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말문이 막힌 해그리드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저것들로 뭘 하느냐고요. 저 동물의 특징은 뭔가요?”

 

말포이가 비꼬는 투로 물었다. 해그리드는 입을 약간 벌린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건 다음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말포이. 오늘은 그저 먹이만 주면 돼.”

 

해그리드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 지금부터 스크루트에게 몇 가지 먹이를 주도록 해라. 나도 스크루트르 길러 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고 있단다. 우선 개미 알과 개구리 간과 독 없는 뱀을 좀 먹이도록 해라. 어던 것을 잘 먹는지...”

조금 전에 고름을 만지게 하더니 이제는...”

 

시무스는 투덜거리면서 잔뜩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야! 저게 날 공격했어요!”

 

10 가량 흐른 후에 갑자기 딘이 소리를 질렀다. 해그리드는 불안한 얼굴로 허둥지둥 딘에게 다가갔다.

 

저 동물의 꼬리가 폭발했어요!”

 

딘이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딘의 손에는 불에 데인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

 

, 그래! 스크루트의 꼬리가 폭발하면 그럴 수도 있어!”

 

해그리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이크!”

 

라벤더가 깜짝 놀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크! 해그리드, 저 동물의 몸에 나 있는 뾰족한 게 뭐죠?”

어떤 것들은 침을 가지고 있단다.”

 

해그리드는 열심히 설명했다. 라벤더는 얼른 상자에서 손을 떼었다.

 

아마도 그건 수컷인 것 같구나... 암컷은 배에 빨판 같은 게 달려 잇단다. 스크루트들은 그 빨판으로 피를 빨아먹는 것 같아.”

어째서 우리가 저런 동물을 키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제 분명히 알겟군요. 태우고 찌르고 물어뜯는 걸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애완동물을 누가 갖고 싶어하지 않겠어요?”

 

말포이가 역설적으로 비꼬면서 말했다.

 

귀엽게 생기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건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용의 피는 놀랄 만큼이나 신비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용을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텁수룩한 수염 뒤로 슬쩍 미소 짓는 해그리드에게 우리는 씩 웃어 보였다. 해그리드라면 애완용 용을 굉장히 좋아했을 거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야. 그래도 스크루트는 작잖아.”

 

한 시간 후에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성으로 올가가면서 론이 말했다.

 

물론 지금이야 그렇지. 하지만 그건 시간 문제야. 일단 어떤 걸 먹는지 해그리드가 알아내기만 하면, 스크루트는 아마도 2미터까지 자랄 거야.”

 

헤르미온느가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말했다.

 

스크루트도 분명히 유용한 점이 있을 거야. 만약 스크루트가 배멀미나 뭐 그런 걸 고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더 이상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거야. 안 그래?”

 

론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저 말포이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나는 그 애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들이 우리 모두를 공격하기 전에 당장 짓밟아 버리는 거야.”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서 양고기와 감자를 먹었다. 헤르미온느는 닥치는 대로 음식을 입 속에 쑤셔 넣었다. 어안이 벙벙해서 헤르미온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그런데 이게 꼬마 집요정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더욱 좋은 방법이니? 실컷 먹고 토하는 게?”

 

론이 물었다.

 

아니야. 나는 그저 빨리 도서관으로 가고 싶을 뿐이야.”

 

양배추를 잔뜩 물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입을 불룩하게 내밀면서 말했다.

 

뭐라구? 헤르미온느... 오늘이 바로 개학이야! 아직까지 숙제도 없잖아!”

 

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헤르미온느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마치 오랫동안 굶주린 사람처럼 음식을 마구 집어먹었다. 그리고는 저녁 식사 때 보자!”하며 자리에 벌떡 일어나더니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다시 종소리가 울려서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우리는 서둘러 북쪽 탑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계단을 밟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자, 은빛 사다리가 나타났다. 은빛 사다리는 천장에 있는 뚜겅문과 연결되어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트릴로니 교수의 방으로 들어갔다. 벽난로에서 흘러나오는 친근한 향기가 콧구멍을 간질이고 있었다. 창문에는 여전히 커튼이 쳐져 있었으며, 짙은 붉은색 덮개가 덮인 등불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불그스름한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공기는 숨막힐 듯이 후텁지근했다. 트릴로니 교수의 방에는 스무 개 정도의 작은 원형 탁자들이 있었으며, 주위에는 무명천을 씌운 의자와 두터운 쿠션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안녕.”

 

해리의 등 뒤에서 트릴로니 교수의 몽롱한 목소리가 들렸다. 얼굴에 비해서 너무 큰 안경을 걸친 비쩍 마른 트릴로니 교수는 해리를 만날 때마다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목걸이와 귀고리와 팔찌가 벽난로의 불빛에 받아 반짝거렸다.

 

네 마음 속에는 커다란 걱정이 있구나, 얘야.”

 

트릴로니 교수는 음울한 눈빛으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내 영적인 눈을 모든 걸 볼 수 있단다. 너의 용감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괴로운 영혼까지도... 그런데 유감스러운 일이로구나. 수많은 시련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니... 아아, 가엾어라... 가장 힘든 고난이... 네가 걱정하는 일이 정말로 일어날까 두렵구나... 어쩌면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빨리...”

 

트릴로니 교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거의 속삭이듯이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는 벽난로로 걸어가더니 안락의자에 앉아서 학생들을 마주보았다. 트릴로니 교수를 열렬히 숭배하고 있는 라벤더 브라운과 패르바티 패틸은 가장 앞자리에 있는 쿠션에 앉아 있었다.

 

여러분, 이제부터 별들의 운행을 연구하도록 하겠어요.”

 

트릴로니 교수가 말했다.

 

점성술은 행성의 운행을 보면서 신비한 전조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행성의 운행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미리 판독할 수 있습니다. 하늘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만 점성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해리의 머리 속은 다른 것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진정한 예언자는 자신이 모르는 말을 내뱉는 것이 진짜 예언이야.”

?”

그러니까 트릴로니 교수가 몽환 상태로 그 예언을 했다면 그건 진짜 예언이라고. 다른 것은 전혀 믿지 않아도 돼.”

 

해리는 내가 중얼거리는 말에 귀담아들었다.

 

해리, 로라!”

 

론이 작게 우리를 불렀다.

 

?”

 

주위를 둘러보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을 향해 있었다.

 

얘야., 난 네가 토성의 불길한 영향을 받고 태어났다는 말을 하고 있었단다.”

 

트릴로니 교수는 해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해리가 딴전을 피운 것에 몹시 화가 난 것 같았다.

 

조금 전에 무슨 말씀을 하셨죠? 어떻게 태어났다구요?”

 

해리는 멀뚱멀뚱 트릴로니 교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토성 말이다, 해리! 토성!”

 

트릴로니 교수는 해리가 자신의 말을 듣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자, 몹시 약이 오른 것이 분명했다.

 

네가 태어나던 순간에 하늘에서는 토성이 확실히 그 힘이 강해지는 위치에 있었단 말이다... 너의 까만 머리카락과 빈약한 몸과... 어린 시절에 겪었던 비극적인 사건들을 보면... 내가 장담하건대, 너는 분명히 한 겨울에 태어났을 거야. 그렇지?”

아니에요. 저는 7월에 태어났어요.”

 

해리가 말하자, 론은 푸 하고 웃음을 터뜨리다가 황급히 헛기침을 했다.

30분 후에 복잡한 원형 차트를 보면서 자신들이 막 태어나던 순간에 행성들이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그려 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수많은 많은 시간표를 참조하고 각도 계산을 해야 하는 아주 지루한 작업이었다.

 

난 여기에 해왕성이 두 개 있어. 하지만 이럴 수는 없잖아. 안 그래?”

 

한참 후에 해리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자신의 양피지 조각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아아아.”

 

론이 영감에 잔뜩 도취된 트릴로니 교수의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대답했다.

 

하늘에 두 개의 해왕성이 나타났다면, 그건 안경을 낀 꼬마가 태어날 거라는 확실한 징조란다, 해리...”

 

근처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시무스와 딘이 큰 소리로 낄낄거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흥분에 가득 찬 라벤더의 외침 소리 때문에 트릴로니 교수는 론의 말을 듣지 못했다.

 

, 교수님! 이걸 보세요! 제 성도에 이상한 행성이 하나 있어요! 어머나! 이게 뭐죠, 교수님?”

그건 천왕성이란다, 얘야.”

 

트릴로니 교수가 차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나도 천왕성을 한 번 볼 수 있을까, 라벤더?”

 

론이 또다시 트릴로니 교수를 흉내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릴로니 교수가 론의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수업이 끝났을 때, 트릴로니 교수가 학생들에게 숙제를 왕창내준 건 바로 그 때문인 것 같았다.

 

다음 달의 행성 움직임이 여러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세히 분석해서 제출하도록 하세요. 오늘 여러분이 그린 차트를 참고로 해서 말이죠.”

 

트릴로니 교수는 평소처럼 점잔을 빼는 우아한 모습이 아니라, 맥고나걸 교수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월요일까지 반드시 제출하도록. 변명은 사양하겠어요!”

늙은 박쥐 같으니라구!”

 

계단을 내려가는 학생들 틈에 끼어 저녁 식사를 하러 연회장으로 가면서 론이 신랄하게 말했다.

 

그 숙제를 하려면 일주일 내내 걸릴 거야. 그건...”

숙제가 많니? 벡터 교수님은 숙제를 하나도 안 내 줬어!”

 

어느 틈에 우리 곁으로 다가온 헤르미온느가 명량하게 말했다.

 

그래, 벡터 교수는 정말 멋지다.”

 

론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현관 복도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잇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줄의 제일 끝으로 가서 섰을 때 갑자기 커다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위즐리! , 위즐리!”

 

우리는 한꺼번에 고개를 돌렸다.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뭔가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듯한 얼굴로 서 있었다.

 

?”

 

론이 쌀쌀하게 말했다.

 

네 아버지가 신문에 났어, 위즐리!”

 

말포이가 <예언자 일보>를 흔들며 주위 사람들에게 모두 들릴 정도로 커다랗게 외쳤다.

 

이 기사 좀 봐!”

 

실수 연발의 마법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마법부의 재난

-리타 스키터 특파원최근에 퀴디치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서투른 군중 관리로 비난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마녀의 실종에 대해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마법부가, 이번엔 머글 문화 유물 오용 관리과의 아놀드 위즐리씨의 괴상망측한 행동 때문에 어제 또다시 새로운 곤경에 처했다.

 

말포이가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네 아빠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하고 있어, 위즐리. 네 아빠가 얼마나 변변찮은 사람이면 이름조차 엉뚱하게 알고 있는 거야, 안 그래?”

리타 스키터는 원래 그래, 드레이코. 그 여자는 사람의 이름을 틀리게 적더라고. 멍청해서 말이지.”

 

말포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자 뒤에서 걸어온 로우가 태평스럽게 말했다. 이제 복도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말포이의 말을 듣고 잇었다. 말포이는 과장된 몸짓으로 신문을 똑바로 들어 올리더니 계속 읽어나갔다.

 

2년 전에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소유한 사건으로 고발을 당했던 아놀드 위즐리씨가 어제는 대단히 공격적인 쓰레기통 문제 때문에 머글들의 법률 파수꾼(경찰관) 몇 명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위즐리씨는 마법부에서 은퇴한 오러 매드아이무디씨를 도와주기 위해 급히 달려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무디는 악수와 살인 미수 사이의 차이도 더 이상 분명하지 못하는 노인이다. 당연히 위즐리씨는 경계가 삼엄한 무디씨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무디씨가 또다시 착각을 해서 공연히 소동을 피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즐리시는 머글 경찰관의 기억을 수정한 후에야 비로소 그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왜 그렇게 품위 없고 어쩌면 창피스럽기까지 한 일에 마법부가 휘말리도록 만들었느냐는 <예언자 일보>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사진도 있어, 위즐리!”

 

말포이가 신문을 위로 들어올리면서 소리쳤다.

 

집 앞에서 찍은 네 부모 사진이야. 이걸 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야! 네 엄마는 살을 좀 빼야 하겠다, 그렇제?”

 

론은 분을 참지 못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드레이코, 그만...”

입 닥쳐, 말포이! 진정해, .”

 

로우가 자신의 사촌의 입을 다물게 하기도 전에 해리가 재빨리 론을 말렸다.

 

맞아! 이번 여름 방학에 너는 그 집 식구들과 함께 지냈지? 안 그래, 포터? 어서 말을 해 봐. 쟤 엄마가 정말로 이렇게 뚱뚱하니? 아니면 사진만 이런 거니?”

 

말포이는 계속 빈정거리면서 론을 자극했다. 우리는 씩씩거리면서 말포이에게 당장이라도 대들 듯이 버둥거리는 론의 망토를 꼭 붙잡고 있었다.

 

그런 네 엄마는 어때서, 말포이? 그 인상 좀 보라지! 네 엄마는 꼭 코밑에 똥을 달고 다니는 것 같더라? 언제나 그런 거니? 아니면 너와 같이 있을 때만 그런 거니?”

 

해리가 통쾌하게 복수했다. 로우와 내 표정은 한심스럽게 해리와 말포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론은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우리 엄마를 모욕하지 마, 포터!”

 

말포이의 창백한 얼굴이 약간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렇다면 그 돼지 같은 주둥이나 좀 닥쳐!”

 

해리는 잠시 말포이를 노려보다가 뒤로 돌아섰다. ! 몇 사람이 비명을 질렀다. 해리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하얀 섬광.

 

드레이코!!”

 

말포이가 해리를 향해서 마법을 쓰자 로우가 외쳤다. 다시 한 번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우렁찬 고함 소리와 현관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만두지 못해! 이 녀석아!”

 

무디 교수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무디의 지팡이는 정확히 말포이가 서 있던 자리에서 벌벌 떨고 있는 흰 족제비를 겨냥하고 있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무디 교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교수님!!”

 

로우는 놀라서 무디 교수를 불렀다.

 

학생을 흰 족제비로 만들다뇨!! 물론 드레이코가 잘못했지만.... 교수님!!”

저 녀석이 너를 공격했니?”

 

로우의 외침에도 신경 쓰지 않고 무디 교수는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그의 정상적인 눈은 해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 눈은 뒤통수 쪽으로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 하지만 빗나갔어요.”

 

해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만 내버려두지 못해!”

 

무디 교수가 버럭 호통을 쳤다.

 

? 뭘요?”

 

해리가 영문을 몰라 물었다.

 

너 말고... 저 녀석 말이다!”

 

무디 교수가 느릿느릿 뒤로 돌아서더니 흰 족제비를 잡으려고 하다가 그만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크레이브를 가리켰다. 무디 교수의 굴러다니는 눈은 등 뒤에서 벌어지는 일까지도 낱낱이 파악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무디 교수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로우를 옆으로 밀치고는 크레이브와 고일과 흰 족제비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흰 족제비가 끽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지하 교실 쪽으로 달아났다.

 

그럴 순 없지!”

 

무디 교수는 다시 지팡이를 들어올리더니 흰 족제비를 겨냥했다. 그러자 흰 족제비가 허공으로 3미터 정도 날아올랐다가 찰싹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다시 한 번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난 상대방의 등 뒤에서 공격하는 녀석들을 좋아하지 않아.”

 

무디 교수가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흰 족제비는 고통스럽게 끽끽대면서 점점 더 높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런 행동은 아주 비열하고 비겁하고 더러운 놈들이나 하는 짓이야...”

 

흰 족제비는 다리와 꼬리를 무기력하게 흔들면서 다시 허공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앞으로- 그런 짓을- 절대로- 하지- -.”

 

흰 족제비가 돌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허공으로 튀어오를 때마다 무디 교수는 한 마디씩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무디 교수님!”

 

갑자기 충격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렸다. 맥고나걸 교수가 두 팔에 책들을 한아름 들고 대리석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안녕하시오, 맥고나걸 교수.”

 

무디 교수는 흰 족제비를 더욱 높이 튀어 오르게 하면서 태연히 말했다.

 

... 지금, ... 뭘 하고 계시는 거예요?”

 

맥고나걸 교수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잠시 도 쉬지 않고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흰 족제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가르치고 있소

 

무디 교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가르치다뇨? 무디 교수님, 저게... 학생인가요?”

 

맥고나걸 교수는 거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팔에 들고 있던 책들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소.”

안 돼요!”

 

맥고나걸 교수는 허둥지둥 계단을 내려오더니 자신의 지팡이를 빼 들었다. 잠시 후에 딱 소리와 함께 복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말포이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매끄러운 금발이 빨갛게 달아오른 말포이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무디 교수님, 우리는 절대로 학생들에게 벌을 주는 데 변신술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맥고나걸 교수가 기운이 쭉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소. 아마도 말했을 거요. 하지만 이 녀석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치려면 약간의 충껴이 필요할 것 같아서...”

 

무디 교수는 태연한 표정으로 턱을 긁적거렸다.

 

무디 교수님! 우리는 방과 후에 혼자 남겨두는 벌을 줍니다. 아니면 잘못을 저지른 학생의 기숙사 담당 교수에게 말을 하거나요!”

알았소. 이제부터 나도 그렇게 하리다.”

 

무디 교수가 아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말포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고통과 굴욕감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말포이는 증오스러운 눈으로 무디 교수를 노려보면서 우리 아버지어쩌구저쩌구 하는 말을 중얼거렸다.

, 그래?”

 

무디 교수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말포이를 향해 걸어갔다. 목발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나는 옛날부터 네 아버지를 잘 알고 있단다, 얘야... 네 아버지에게 무디 교수가 아들을 열심히 감시하고 있다고 하거라... 지금 내가 한 말을 네 아버지에게 똑똑히 전해야 한단.... , 너의 기숙사 담당 교수는 스네이프 교수겠지? 그렇지?”

.”

 

말포이가 잔뜩 심통이 나서 대답했다.

 

역시 내 오랜 친구지.”

 

무디 교수가 거칠게 말했다.

 

나도 스네이프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지... , 어서 가자...”

 

무디 교수가 말포이의 팔을 잡더니 지하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맥고나걸 교수는 잠시 동안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팡이를 휘둘러서 바닥에 떨어진 책들을 다시 팔 안으로 불러들였다.

 

내게 말시키지 마.”

 

얼마 후에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았을 때, 론이 우리에게 조용히 말했다. 방금 일어났던 일로 모두들 수군거리느라 연회장은 온통 시끌벅적했다.

 

왜 그러니?”

 

헤르미온느가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장면을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새겨 두고 싶단 말이야.”

 

론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론의 얼굴에는 기세 둥등한 표정이 가득했다.

 

드레이코 말포이, 정신없이 튀어 오르는 흰 족제비...”

 

우리는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헤르미온느는 커다란 그릇에 잔뜩 담긴 쇠고기 캐서롤을 개인 접시에 조금씩 덜어서 우리에게 나누어 주며 말했다.

 

하지만 정말로 말포이가 다칠 수도 있었어. 맥고나걸 교수가 막은 게 천만다행이었지...”

헤르미온느1 너는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망치고 있어!”

 

론이 다시 눈을 번쩍 뜨면서 소리쳤다. 헤르미온느는 약간 짜증스러운 소리를 내더니 전속력으로 음식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설마 오늘 저녁에도 도서고나에 가려는 건 아니겠지?”

 

해리가 물었다.

 

가야 해. 할 일이 많아.”

 

헤르미온느가 입 안에 음식을 잔뜩 쑤셔 넣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벡터 교수는 숙제를 내지...”

학교 공부를 하려는 게 아니야.”

 

5분도 되지 않아서 접시를 다 비운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연회장을 떠났다. 헤르미온느가 자리를 뜨자마자, 프레드가 다가오더니 빈 자리에 앉았다.

 

무디 교수 말이야! 굉장히 멋진 분이지?”

 

프레드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 이상이야.”

 

조지가 프레드의 맞은 편에 앉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최고야.”

 

쌍둥이 형제의 단짝 친구인 리 조던이 조지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한 마디 거들었다.

 

우리는 오늘 오후에 무디 교수의 수업을 들었어.”

 

리가 우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어땠어?”

 

해리가 호기심이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프레드와 조지와 리는 서로 의미심장한 눈길로 주고받았다.

 

그런 수업은 난생 처음이었어.”

 

프레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사람은 알고 있었어.”

 

리는 약간 흥분한 것 같았다.

 

?”

 

론이 앞으로 몸을 잔뜩 숙이면서 물었다.

 

저 밖에서 그걸 하는 게 어떤 건지 안단 말이야.”

 

조지가 감명을 받은 듯이 말했다.

 

뭘 하는데?”

 

해리가 재빨리 반문했다.

 

어둠의 마법과 사우는 거 말이야.”

그는 모든 걸 다 봤어.”

 

프레드와 조지는 한 마디씩 했다.

 

굉장해.”

 

리는 맞장구를 쳤다. 론은 재빨리 가방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시간표를 꺼내들었다.

 

우리는 목요일이 되어야 그 수업이 있어.”

 

론이 몹시 실망한 것 같았다.

그 다음 이틀 동안은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네빌이 마법의 약 수업 시간에 냄비를 녹여 버린 일 같은 사소한 사건을 따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냄비까지 합치면, 벌써 네빌은 여섯 개나 되는 냄비를 망가뜨린 셈이었다. 여름 내낸 새로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던 것처럼, 세베루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네빌을 방과 후에 남겨 놓고 벌을 주었다. 결국 네빌은 한 통 가득 담긴 뿔 달린 두꺼비들의 내장을 모조리 꺼낸 후에야, 거의 신경 쇠약이 되어서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돌아왔다.

 

스네이프의 기분이 왜 저렇게 더러운지 알지?”

 

론이 시큰둥하게 해리에게 물었다. 헤르미온느와 네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는 네빌에게 손톱 밑에 박혀 있는 두꺼비의 내장 찌꺼기를 없앨 수 있는 세척 마법을 열심히 가르쳐 주고 있었다.

 

무디 교수 때문이지, !”

 

해리가 대답했다. 세베루스는 매드아이 무디 앞에서는 증오심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이상할 정도로 삼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세베루스는 무디 교수의 눈길(마법의 눈과 정상적인 눈, 둘 다) 애써 피하는 것 같은 강한 인상을 받았다.

 

스네이프 교수는 무디 교수를 약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아.”

 

해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디가 스네이프에게 마법을 걸어서 뿔이 달린 두꺼비로 변신시키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 봐. 그리고 두꺼비가 지하 교실 안에서 이리저리 튀어 오르는 광경을...”

 

론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무디 교수가 오러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짓은 죄가 있으니까... 비록 지금은 덤블도어 교수의 편이라고 해도 세베루스는 과거에는.... 그 생각이 들자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침내 목요일이 되자, 점심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 앞에 길게 줄 서 있었다. 아직 수업 시작종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리핀도르 4학년생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교실 앞에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빠진 사람은 헤르미온느뿐이었지만, 종이 울리고 수업이 시작되자, 헤르미온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

 

헤르미온느가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물론 도서관에 처박혀 있었겠지. , 어서 서둘러! 그렇지 않으면 앞자리에 앉지 못할 거야.”

 

해리는 재빨리 헤르미온느의 말을 받아넘겼다. 교탁 바로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어둠의 힘: 자기 방어를 위한 지침서라는 책을 꺼내 놓고 평소와는 다릴 조용하게 기다렸다. 곧이어 복도를 걸어오는 무디 교수의 둔탁한 발소리가 들렸다. 무디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이하고 무서운 표정이었다. 학생들은 쇠갈고랑이 달린 무디 교수이 목발을 기다란 옷자락 불쑥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그건 모두 치우도록 해라.”

 

무디 교수는 교탁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책들 말이다. 그런 것들은 하나도 필요없어.”

 

무디 교수가 의자를 앉으면서 무뚝뚝하게 말했다. 학생들은 재빨리 책을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론은 굉장히 흥분한 것 같았다. 무디 교수는 출석부를 꺼낸 후에 머리를 약간 흔들어서 일그러진 흉터 투성이의 얼굴 위로 흘러내린 잿빛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리고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무디 교수의 정상적인 눈은 출석부의 이름을 차례차례 바라보고 있었지만, 마법의 눈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대답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한 명씩 확인했다.

 

좋다.”

 

마지막 학생의 출석까지 확인하고 나자 무디 교수가 말했다.

 

나는 루핀 교수에게서 이 학급에 대한 편지를 받았다. 너희들은 어둠의 생물과 어떻게 맞싸워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아주 철저한 기초 지식을 갖게 된 것 같더구나. 보가트와 레드 캡과 힝키펑크와 그라인딜로우와 카파와 늑대인간을 다루었지? 내 말이 맞나?”

 

교실 여기저기에서 그렇다는 뜻으로 낮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저주에 관해서는 진도가 많이 뒤쳐진 것 같구나.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마법사들이 서로에게 어떤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지 간략하게나마 알려주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나는 딱 1년 동안만 너희들에게 어둠의 마법을 다루는....”

 

무디 교수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계속 계시지 않을 거라는 말씀인가요?”

 

론이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불숙 물었다. 무디 교수의 마법의 눈이 빙그르르 돌아가더니 론이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론은 잔득 겁에 질려 어깨를 움츠렸다. 잠시 후에 무디 교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온통 흉터 투성이인 무디 교수의 얼굴이 더 흉측하게 뒤틀리면서 일그러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미소를 짓는 우호적니 행동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커다란 안도감을 주었다. 론도 마음을 놓는 기색이었다.

 

네가 아서 위즐리의 아들이구나, ?”

 

무디 교수가 말했다.

 

네 아버지는 며칠 전에 궁지에 몰린 나를 구해 주었지... 그래, 나는 딱 1년 동안만 여기 있을 거란다. 덤블도어 교수의 특별 부탁으로... 1년 동안만.... 그런 다음에 다시 조용한 은퇴 생활로 돌아갈 거란다.”

 

무디가 시끄럽게 껄걸 웃더니 울퉁불퉁한 손으로 탁 박수를 쳤다.

 

좋다. 이제부터 수업을 시작하겠다. 저주, 그것은 강도와 형태에 있어서 아주 다양하다. 현재 마법부 규칙에 따르면, 나는 너희들에게 저주를 막는 방법에 대해서만 가르치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너희들이 6학년이 될 때까지는 금지된 어둠의 저주가 어떤 건지 가르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 나이가 되어야만 비로소 그런 저주들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는 너희들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셨다. 그리고 너희들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어차피 맞서야 할 거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알수록 좋다고 판단하셨다. 사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겠느냐? 어둠의 마법사가 너희들에게 먼저 어떤 저주를 사용할 건지 알려줄 것 같으냐? 너희들의 면전에서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저주를 내릴 거라고 생각하느냐? 너희들은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항상 경계하면서 조금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 좀 치워라, 브라운 양. 내가 말할 대에는...”

 

라벤더는 깜짝 놀라서 얼굴을 붉혔다. 라벤더는 책상 밑으로 몰래 완성된 별점 지도를 패르바티 패틸에게 살며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무디 교수이 마법의 눈은 등 뒤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단단한 나무도 꿰뚫어 볼 수 있는 게 분명했다.

 

좋다.... 어둠의 저주를 사용한 마법사는 마땅히 마법사 법에 의해 벌을 받게 된다. 그중 가장 심한 중벌을 다게 되는 저주는 어던 것일까? 혹시 알고 있는 사람?”

 

론과 헤르미온느와 나를 포함한 몇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어올렸다. 무디 교수가 론을 지적했다. 하지만 무디 교수의 마법의 눈은 여전히 라벤더를 주목하고 있었다.

 

.... 우리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임페리우스 저주나 뭐 그런 게 아닐가요?”

 

론이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 그래.”

 

무디 교수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도 그 저주를 알고 계실 거야. 오래 전에 마법부가 그 임페리우스 저주 때문에 엄청난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으니까.”

 

무디 교수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힘겹게 느릿느릿 일어났다. 그리고 교탁 서랍을 열더니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속에는 커다란 거미 세 마리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거미를 굉장히 무서워하는 론이 몸을 움찔했다. 무디 교수는 유리병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검은색 거미 한 마리를 꺼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그 거미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거미에게 지팡이를 살짝 갖다대면서 중얼거렸다.

 

임페리오!”

 

갑자기 거미가 무디 교수의 손에서 펄쩍 뛰었다. 거미는 가느다란 거미줄을 타고 마치 그네를 타는 것처럼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리를 쭉 뻗어 빙 돌아 넘더니 줄을 끊고 다시 교탁 위에 내렸다. 그 다음에는 옆으로 재주넘기를 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무디 교수가 지팡이로 툭 치자, 이번에는 그 거미가 뒷다리로 서서 탭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교실은 온통 웃음 바다가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단 두 사람, 나와 무디 교수는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재미있는가?”

 

무디 교수가 버럭 호통을 쳤다.

 

만약 내가 너희들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건다면, 그래도 좋겠느냐?”

 

갑자기 웃음 소리가 뚝 그쳤다.

 

완전한 지배! 완전한 조종!”

 

무디 교수가 학생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거미는 이제 공처럼 몸을 둥글게 말더니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책상 아래에 있는 두 손을 모아서 강하게 잡았다.

 

나는 이 거미가 창문에서 뛰어내리게 할 수도 있고 물에 빠져서 죽게 할 수도 있고 너희들의 목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가도록 할 수도 있다... 여러 해 전에 임페리우스 저주로 조종되는 마녀와 마법사들이 많이 있었다.”

 

무디 교수가 느릿느릿 설명했다. 지금 무디 교수는 볼드모트가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던 때를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누가 조종받고 있으며, 누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마법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임페리우스 저주는 저항할 수 있다. 나는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 줄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다 손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임페리우스 저주를 받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항상 주위를 경계할 것!”

 

무디 교수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학생들은 모두 깜짝 놀라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무디 교수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재주넘기를 하는 거미를 집어 다시 유리병 속에 넣었다.

 

또 아는 사람? 또 다른 금지된 저주는 어떤 게 있나?”

 

나와 헤르미온느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네빌도 손을 들었다. 그건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네빌이 자발적으로 발표하는 과목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약초학 시간뿐이었던 것이다. 네빌도 자신의 대담한 행동에 약간 놀란 것 같앗다.

 

그래?”

 

마법의 눈이 빙글 돌더니 네빌의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나 있어요. ‘크루시아투스 저주.”

 

네빌은 작지만 분명하게 대답했다. 무디 교수의 정상적인 눈도 네빌을 향해 있었다. 무디 교수의 두 눈이 모두 뚫어질 정도로 네빌을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이름이 롱버텀이냐?”

 

무디 교수가 마법의 눈으로 출석부를 확인하면서 물었다. 네빌은 불안해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디 교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무디 교수는 다시 전체 학급 학생들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유리병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무디 교수는 재빨리 다른 거미를 잡아서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 거미는 잔뜩 겁에 질렸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크루시아투스 저주는....”

 

무디 교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잘 이해할 수 있으려면, 아무래도 이 거미가 좀 더 커야겠군.”

 

무디 교수는 지팡이를 거미에게 살짝 갖다댔다.

 

잉고르지오!”

 

무디 교수가 주문을 외우자 거미가 마구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그 거미는 타란툴라 거미보다도 더욱 커졌다. 론은 체면 따위는 모두 잊어버린 채, 허둥지둥 의자를 뒤로 빼더니 무디 교수의 탁자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았다. 무디 교수는 지팡이를 다시 들어 올리더니 거미를 겨냥했다.

 

크루시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거미의 다리들이 이상한 각도로 구부러졌다. 거미는 몹시 고통스러운 듯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무섭게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무디 교수는 계속 거미에게 지팡이를 갖다 대고 있었다. 그 거미는 한층 더 격렬하게 몸을 떨면 경련을 일으켰다.

 

그만하세요!!!”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내가 외쳤다. 헤르미온느가 네빌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이자 나는 네빌을 쳐다보았다. 네빌은 공포에 질린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손마디가 하얗게 되도록 책상을 꽉 움켜잡고 있었다. 네빌의 부모님은 저 저주 때문에 미쳐버렸다고 했었지.

 

이름이 뭐지?”

 

무디 교수가 마법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로라... 에반스입니다.”

 

교수의 말에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후에 무디 교수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비록 거미의 구부러진 다리가 풀리긴 했지만, 경련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리듀시오!”

 

무디 교수가 중얼거리자 거미는 다시 원래의 크기대로 오그라들었다. 무디 교수는 그 거미를 다시 유리병 속에 집어넣었다.

 

아주 고통스럽단다.”

 

무디 교수가 건조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할 수 있으면, 굳이 손가락을 조이는 틀이나 칼 따위를 써서 고문할 필요가 없단다. 물론 한때는 이 저주도 아주 흔하게 사용되었지. 좋아... 또 다른 거 아는 사람? 에반스, 네가 대답해봐라.”

 

무디 교수는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나는 교수님이 정상적인 눈과 마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 말할 수 없습니다.”

왜지?”

 

무디 교수의 질문에 내가 입술을 깨물었다. 주먹을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나를 뚫어지고 쳐다보고 있는 교수의 시선에 내가 먼저 피하면서 시선을 내려 깔았다.

 

“... 아바다..... 케다브라... 저주...입니다.”

...”

 

눈물을 참으면서 내가 질끈 눈을 감고는 천천히 느릿느릿 말했다. 다 말하고 나자 다시 눈을 떴다. 무디 교수가 축 처진 입술을 비틀면서 또다시 웃었다.

 

그래! 최후의 저주이자, 최악의 저주이기도 하지. 아바다 케다브라... 살인 저주!”

 

무디 교수가 손을 유리병 속으로 집어넣자 세 번째 거미는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기라도 하듯 그의 손가락을 피해 미친 듯이 달아났다. 무디 교수는 단번에 그 거미를 잡아서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무디 교수가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아바다 케다브라!”

 

무디 교수가 주문을 외웠다. 초록빛 섬광이 보이자 나는 바로 얼굴을 손으로 가려버렸다.

거미가 죽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잔뜩 겁에 질린 여학생 몇 명이 울음을 터뜨렸다. 천천히 손을 내리자 벌러덩 나자빠진 거미가 아무런 상처 없이 죽어있는 것이 보였다. 무디 교수는 교탁 위에 놓여 있는 죽은 거미를 손으로 휙 쓸어서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좋지 않아.”

 

무디 교수가 냉정하게 말했다.

 

전혀 유쾌하지 않지. 이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주문은 없다. 이 주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이미 알려진 딱 한 사람만이 그 저주를 당하고도 살아남았고. 그 사람은 내 앞에 앉아있다.”

 

무디 교수의 두 눈 모두 해리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아바다 케다브라는 아주 강력한 마법의 주문의 힘을 필요로 하는 저주다. 너희들 모두 지금 당장 지팡이를 꺼내서 나를 향해 그 저주의 주문을 외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내가 코피나 흘릴지 모르겠다.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너희들에게 그 저주를 행하는 마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내가 여기에 서 있는 건 아니니까... , 만약 대응할 마법이 없다면, 내가 왜 너희들에게 그런 사실을 알려 주는지 궁금하겠지? 왜냐하면 너희들이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너희들도 그런 저주를 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주위를 경계할 것!”

 

무디가 벼락같이 고함을 지르자, 학생들은 또다시 소스라치게 놀랐다.

 

.... 세 가지 저주들- 아바다 케다브라, 임페리우스 그리고 크라시아투스는 용서받지 못할 저주로 알려져 있다. 이 저주들 가운데 하나라도 인간에게 사용했다간 아즈카반에서 종신형을 보내기에 딱 알맞지. 이게 바로 너희들이 맞서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바로 너희들에게 싸우도록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지. 너희들은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너희들은 끊임없이... 절대로 멈추지 말고 철저히 경계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깃펜을 꺼내서... 받아 적도록 해라...”

 

학생들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용서받지 못할 저주들에 대한 설명을 하나하나 받아 적었다. 종이 울릴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무디 교수가 학생들을 내보내자, 교실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봇물이라도 터진 것처럼 저마다 왁자지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 저주에 대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너 그게 경련 일으키는 거 봤니?”

무디가 그걸 죽였을 때 말이야, 어떻게 그렇게 간단히 죽일 수 있지?”

 

아이들은 그 수업이 마치 굉장한 쇼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 대고 있었다.

복도 중간에 혼자 가만히 서 있는 네빌은 무디 교수가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보여주었을 때처럼 공포에 질린 눈을 부릅뜨고 맞은편 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로라가 몸을 웅크리고는 고개를 무릎 사이에 숙이고 있었다.

 

네빌? 로라?”

 

헤르미온느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고개를 들어올리고 싶지 않았다.

 

, 안녕. 참 재미있는 수업이었지, 그렇지? 저녁 식사가 뭘까 궁금해. ... 난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야. 넌 안 그러니?”

 

네빌은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빌, 너 괜찮니?”

 

헤르미온느가 걱정이 돼서 물었다.

 

, 물론이지. 난 괜찮아.”

 

네빌은 여전히 부자연스럽게 들뜬 목소리로 지껄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 고개를 들고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네빌의 쳐다보았다.

 

아주 재미있는 저녁.... 아니, 그러니까... 수업이었어. 저녁 식사에는 뭐가 나올까?”

네빌. 전혀 안 괜찮아 보여, .”

 

내가 그를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등 뒤에서 쿵쿵 울리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무디 교수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괜찮다, 얘야.”

 

무디 교수가 네빌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무디 교수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낮고 부드러웠다.

 

내 사무실로 올라갈래? ... 차나 한 잔 하자꾸나.”

 

네빌은 아까보다 훨씬 더 겁에 질린 것 같았다. 무디 교수와 단 둘이서 차를 마시다니... 네빌은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넌 괜찮니, 포터?”

 

무디 교수의 마법의 눈이 해리에게 향했다.

 

.”

 

해리가 공포를 이기려는 듯 거의 도전적으로 말했다. 무디 교수의 파란 눈동자가 마치 해리를 이리저리 뜯어보는 것처럼 약간 흔들렸다.

 

너도 알아야만 했다. 어쩌면 가혹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알아야만 해. 모르는 척해 봐야 아무 소용 없어.”

 

무디 교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 어서... 롱바텀. 네가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 내게 몇 권 있단다.”

 

무디 교수는 네빌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네빌은 마치 애원하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네빌은 무디 교수에게 끌려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로라, 일어날 수 있어?”

 

해리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말했다. 나는 해리를 보자 벽을 잡고는 일어났다.

 

무리 하지 않는 편이...”

밥은 너희들끼리 먹어. 난 가서 잘래.”

 

셋에게 말하고는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향했다. 휴게실에서 프레드와 조지가 둘이서 속닥거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프레드와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로라, 왜 울고 있는 거야?”

“.... 아무것도 아니야.”

무디 교수님의 수업을 받고 돌아오는 길 아니야?”

 

조지가 옆으로 와서는 물었다.

 

그 수업에 너무 감동받아서 우는 구나!”

누가!!!”

 

조지의 말에 내가 발끈해서 외쳤다.

 

끔찍한 수업이었어.....”

 

나는 작게 중얼거리고는 어리둥절하고 있는 그들을 지나쳐서는 여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그 날, 밤에 북쪽으로 날아오고 있다는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왔다.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S.P.E.W(꼬마 집요정의 복지 향상을 위한 모임)'을 만들었지만 나는 가입하지 않았다. 친구가 하는 짓에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는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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