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회장으로 들어가는 론과 헤르미온느, 하지만 해리는 입구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내부 기숙사 테이블들은 어디론가 사리족 연회장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생존자들이 서로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 무리 지어 서 있었다. 높은 단상 위에서는 폼프리 부인과 도우미들이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피렌체도 있었는데, 그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콸콸 쏟아져 나오고 일어설 수도 없는 듯 자리에 누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한편 사망자들은 연회장 한가운데에 일렬로 놓여 있었다. 아빌의 옆 시신에는 루핀과 통스의 시신이 있었다. 창백하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들의 얼굴은, 얼핏 보면 마치 마법에 걸린 어두운 천장 아래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폼프리 부인! 로라가!! 로라가!!"
론은 그녀를 업은 채 급하게 외쳤고, 프레드는 황급히 그쪽으로 달려갔고, 조지가 그 뒤를 따랐다.
"로라!!"
프레드가 로라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면서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로 프레드를 담아냈다.
"프레.... 드."
"죽지 마, 로라..."
"... 바보.... 사람은, 누구나 죽어.... 난 단지... 일찍 온 거고..."
말을 하면서 그녀는 피를 약하게 기침과 함께 토해냈다.
"미안... 해..."
그녀의 두 눈이 다시 감겨져 가기 시작했다.
"로라!!!"
자꾸만 부르지 마.... 그러면 내가 잠을 잘 수가 없잖아.... 정신이 점점 어두운 곳으로 떨어져 갔다. 죽는 것은 무섭지 않다. 오히려.... 오히려...
"마리안느!!!
팔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지혈하면서 애드밀은 로라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숨이 서서히 약해지는 것을 알아차리자 그는 외쳤다.
"부인, 로라는 제가 돌볼 테니까 부인은 다른 사람들을 돌봐주세요."
애드밀의 외침을 듣고 마리안느는 로라를 치료하려는 폼프리 부인에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망토 안에서 밀봉된 마법약이 담긴 병을 꺼내 들었다. 그 마법약은 펜시브처럼 은빛 소용돌이를 치면서 노랑색, 붉은색, 파랑색, 초록색으로 반짝반짝거리기도 했다.
"로라, 이걸 마셔야 해..."
이미 정신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려는 로라에게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리 내!"
프레드가 그 병을 빼앗듯이 가져가더니 자신의 입 속에 들이켰다.
"야, 미쳤어?!!"
마리안느는 기겁을 하면서 외쳤고, 프레드는 바로 로라에게 입을 맞춰서 약을 그녀의 몸 속으로 넘겨주었다.
잠깐의 키스가 끝나고 프레드가 로라를 약하게 흔들면서 그녈 깨우려고 했다.
"눈 떠, 로라! 일어나란 말이야!!!"
하지만 로라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확실한 거 아니였어?!"
프레드가 눈물이 범벅인 얼굴로 마리안느를 보면서 외쳤다.
"미안하지만 오피온은 누구도 치료한 사람이 없었어! 나는 시도를 한 거지, 그녀를 살릴 수 있다고 확정을 할 수는 없어."
"마리안느!"
"시끄러워! 나도 살리고 싶었다고!!!"
마리안느가 외쳤다.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로라의 모습을 본 해리는 연회장 입구에서부터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몸을 휙 돌려서 달려갔다.
***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은 해변가에 서 있었다. 맨발이 물 속에 담겨져 있었고, 다리에 파도가 치면서 바닷물이 왔다 갔다 했다.
".....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네."
푸른 하늘 아래, 푸른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바람이 불자 붉은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한 1년 동안 금발로 지내고 있어서 그런지 이제 붉은 머리칼이 이상하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고작 1년만에 다시 만나는 붉은 머리칼인데 말이지....
"역시 피빛 같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믿기지 않는 사람이 서 있었다.
"엄마....?"
금빛 머리카락이 바다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금안의 여성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을 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루치아 E 피브렐.
"난 언제나 로라의 머리카락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그녀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로라, 이리 오렴."
그녀는 자신의 양팔을 넓게 벌렸다. 그 모습에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바닷물을 발로 강하게 차면서 달려갔다.
"엄마!!!"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등에서 그녀의 온기가 느껴졌다.
"보고 싶었어."
"나도 그랬단다. 정말이지, 잘 자라줬구나, 로라."
"응, 응!"
그녀의 온기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난 죽을 걸까....?"
그녀의 품에서 내가 말을 걸었다.
"글쎄."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글쎄라니? 죽으면 죽은 거라고 확실히 대답해줘야지.
"자, 이것 좀 보렴."
엄마는 내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려놔서 나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냈다. 그리고는 내 몸을 돌려줘서 바다를 보라고 한다. 거기에는 텔레비전처럼 변하기 영상이 나타났다. 처음엔 지직거리며 흐리게 보였던 영상이 점점 밝아지더니 마침내 깨끗하게 보였다.
"이건...?"
과거의 세베루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릴리 에반스를 위해서 덤블도어의 첩자 짓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세베루스는 덤블도어의 사무실에 미동조차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퍽스도 조용히 앉아 있었다. 오직 덤블도어만이 그의 주위를 걸어다니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해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모르고 있어야 하네. 어쩔 수 없이 알게 될 때까지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아이가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낼 수가 있겠는가?】
【그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하는데요?】
【그건 나와 해리 그리고 로라 사이의 일이네. 이제 잘 들어 보게, 세베루스. 내 말에 반박하지도 말고, 끼어들지도 말게! 때가 올 거야, 내가 죽고 나면 말이야. 볼드모트경이 그 뱀의 목숨을 염려할 때가 올 거야.】
【내기니 말입니까?】
세베루스는 화들짝 놀란 얼굴이었다.
【그렇지. 만약에 볼드모트가 더 이상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뱀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대신 그 뱀에게 보호 마법을 걸고 자기 곁에 안전하게 두려고 하는 때가 오면, 내 생각에, 그때는 해리에게 말해도 괜찮을 걸세.】
【그에게 무슨 말을 하란 겁니까?】
덤블도어는 심호흡을 하더니 눈을 감았다.
【볼드모트경이 그를 죽이려고 했던 그날 밤에 대해 그 아이에게 얘기해 주게. 릴리가 그들 사이를 가로막으며 자신의 목숨을 방패 삼아 내던졌을 때, 살인 저주가 볼드모트경에게로 다시 튕겨 나갔다는 것을 말일세. 그리고 볼드모트의 영혼이 일부 떨어져 나갔고, 그 무너져 버린 집에 살아 있는 유일한 영혼에게 달라 붙었다는 사실을 말일세. 볼드모트경의 일부가 해리 안에 살아있다네. 그래서 해리에게 뱀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 거지. 그리고 볼드모트경과의 정신적인 연결도 가능한 것이고. 물론 해리 자신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야. 볼드모트가 알아차렸듯이, 그 영혼의 일부가 해리에게 달라붙어서 해리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한, 볼드모트는 결코 죽을 수 없다네.】
【그러면 그 녀석은, 그 녀석은 끝내 죽어야만 하나요?】
세베루스가 아주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볼드모트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여야만 하네, 세베루스. 그게 핵심이지.】
긴 정적이 감돌았다. 이윽고 세베루스가 말문을 열었다.
【저는.... 요 몇 년간 줄곧.... 그녀를 위해 그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릴리를 위해서요.】
【우리는 그 아이를 보호해 왔네. 왜냐하면 그 아이를 가르치고 성장시켜, 그 아이가 자신의 힘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었기 때문이야.】
덤블도어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그러는 사이, 그들 간의 연결은 훨씬 더 강력해졌어. 기생적인 성장 말일세. 이따금 나는 그 아이가 스스로 그런 의심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네. 어쨌든 내가 그 아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거라면, 그 아이는 자신의 죽음과 대면하기 위해 길을 떠날 때, 그것이 곧 볼드모트의 진정한 죽음이 되도록 모든 문제들을 정리해 놓을 걸세.】
덤블도어가 감았던 눈을 떴다. 세베루스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교수님은 그 아이가 적당한 순간에 죽을 수 있게 하려고 지금껏 그를 보호해 오셨다는 말씀입니까?】
【너무 놀라지 말게, 세베루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는 걸 자네가 지켜보았는데 그러는 건가?】
【하지만 근래에는 오직 제가 구해 내지 못한 사람들뿐입니다.】
세베루스는 그렇게 대답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당신은 저를 이용하셨군요.】
【그게 무슨 뜻인가?】
【저는 당신을 위해 첩자 노릇을 했고, 당신을 위해 거짓말을 했고, 당신을 위해서 제 자신을 죽을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그 모든 일들은 오직 릴리 포터의 아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제게 마치 도살용 돼지처럼 그를 키워 왔던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시는군요.】
【이거 참으로 감동적이군, 세베루스.】
덤블도어가 진지하게 말했다.
【결국, 자네는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나 보군?】
【그 녀석을요?】
세베루스가 소리쳤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의 지팡이 끝에서 은빛 암사슴이 치솟았다. 그것은 교장실 바닥에 내려앉더니 한달음에 교장실을 가로질러 창밖으로 튀어나갔다. 덤블도어는 패트로누스가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그것의 은빛 광채가 희미해지자, 덤블도어는 다시 세베루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럼 지금까지도?】
【언제까니자요.】
세베루스가 말했다.
"역시 그랬구나."
그 영상에 내가 중얼거렸다.
"눈치챘었니?"
"그냥 감만 잡았을 뿐이야."
"그래, 해리 포터는 일곱 번째 호크룩스야."
엄마는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해리 포터는 볼드모트가 의도적으로 만든 호크룩스는 결코 아니지. 다만 자신의 영혼을 너무나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행, 즉 포터 부부를 죽이고 어린아이마저 죽이려는 시도를 하는 동안, 그의 영혼이 그만 산산조각나 버렸던 거지. 결국 그 방에서 달아난 것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어. 그는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거기에 남겨 두고 떠난 거야. 그의 일부가 희새양이 될 뻔했지만 살아남은 아이에게 달라붙은 거야. 그리고 그의 지식은 끝까지 가여울 만큼 불완전했지. 볼드모트가 결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절대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 그 점에 있어서 말이야. 볼드모트는 집요정이나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에 대해서, 사랑과 신의와 순결에 대해서 전혀 알지도 이해하지 못했어. 아무것도 말이야. 그런 것들 모두 그를 능가할 힘을, 모든 마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그자가 결코 깨닫지 못한 진실이지."
"왠지 그가 가엾어...."
"너랑은 다르니까, 그는. 넌 적어도 알려고 했어, 이해하려고 했어. 하지만 볼드모트는 그러지 않았지. 그러니까 그는 평생 사랑을 이해할 수 없어. 알지도 못해. 그러니까 죄책감도 후회도 하지 않겠지."
엄마는 경멸하는 어조로 말했다.
영상은 시리우스의 옛 침실에 무릎을 꿇고 앉고 있는 세베루스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릴리로부터 온 옛날 편지를 읽는 동안, 그의 휘어진 코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겔러트 그린델왈드와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솔직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바틸다가 그만 망령이 난 것 같아!
사랑을 듬뿍 담아, 릴리.
시리우스에게 보낸 릴리의 편지, 두 번째 장에는 몇 줄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세베루스는 릴리의 서명과, 그녀의 사랑이 담겨 있는 편지를 챙겨 망토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서 역시 손에 쥐고 있던 사진을 반으로 찢더니, 릴리가 웃고 있는 부분은 간직하고 제임스와 해리가 나온 부분은 다시 바닥으로 던졌다. 사진은 서랍장 밑으로 떨어지고... 세베루스는 그곳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영상은 이번에는 해리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세베루스의 기억을 보고 호그와트의 교장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텅 비어버린 성을 걷고 있었다. 그는 곧 투명 망토를 써서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네빌이 현관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저기 말이야, 나 혼자서도 그를 들고 갈 수 있을 거 같아, 네빌.】
올리버 우드는 콜린 크러비의 시신을 어깨에 들쳐 메고 대연회장으로 향했다. 네빌은 잠시 문설주에 기대서서 손등으로 이마를 닦았다. 그의 모습이 마치 늙은이 같았다. 이윽고 네빌은 다시 계단을 내려가 또 다른 시신을 찾기 위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해리는 네빌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네빌.】
【젠장, 해리,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잖아! 너 혼자서 어딜 가고 있니?】
네빌은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이건 다 계획의 일부야.】
해리가 말했다.
【내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잘 들어, 네빌.】
【해리!】
네빌이 갑자기 겁에 질린 표정이 되었다.
【해리, 너 혹시 자진해서 투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절대로 아냐... 이건 다른 일이야. 하지만 내가 잠깐 안 보일지도 몰라. 너, 볼드모트의 뱀 알지, 네빌? 그자에게는 거대한 뱀이 있어...내기니라고 하는....】
【응, 나도 들어 봤어.... 그게 왜?】
【그걸 꼭 죽여야 해. 론과 헤르미온느도 그걸 알고 있어. 하지만 만약 그 애들이... 혹시 그 애들이... 바쁘다거나.... 네가 만약 그럴 기회가 생기면...】
【뱀을 죽여?】
【뱀을 죽여.】
【알았어, 해리. 너 괜찮지, 그치?】
【괜찮아. 고마워, 네빌】
해리가 떠나려고 하자 네빌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우리 모두 계속 싸울 거야, 해리. 너도 그거 알지?】
【그래, 나도....】
해리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네빌은 그것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저 해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그의 손을 놓고는 다른 시신을 찾기 위해 가 버렸다.
"슬프니...?"
엄마의 질문에 목이 메어와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것을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왜 우는 거야? 해리 포터는 죽지 않을 거야. 그는 부활의 돌을 가지고 있으니까."
".... 응, 알아... 그치만.... 이상하게, 눈물이 나와.... 멈출 수가 없어...."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로라, 사람 같아졌네."
"무슨 소리야...?"
엄마가 말하자 나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람 같아졌다니? 나는 원래부터 사람이었어.
"뭐라고 해야 할까? 감정 표현이 풍부해졌다고 해야 할까나?"
"엄마.... 난 어릴 때도 감정 표현이 풍부했어."
"언뜻 보면 그 감정들은 만들어졌다고 느껴졌을 때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네. 내가 알던 로라가 아닌 것 같아."
엄마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지니가 엄마를 찾는 여자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지니가 말했다.
【괜찮아. 우리가 널 안으로 데리고 가 줄게.】
【하지만 난 집에 가고 싶어.】
여자아이가 속삭였다.
【난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나도 알아. 다 잘될 거야.】
지니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계속해서 걸어간다. 그는 금지된 숲으로 향했다.
해리는 아라고그가 살았던 그 공터 안으로 들어섰다. 아라고그의 드넓은 거미줄의 잔해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자손들은 죽음을 먹는 자들의 의해 밖으로 내몰려서 그자들의 대의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공터 한복판에는 모닥불이 타고 있었고, 굳게 입을 다문 채 바싹 경계하고 있던 죽음을 먹는 자들의 무리 위로 불빛이 너울거렸다. 그들 중 몇 명은 여전히 복면과 두건을 쓰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두 명의 거인이 무리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바위처럼 울퉁불퉁하고 잔혹한 얼굴을 하고 그 자리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한편 펜리 그레이백이 농땡이를 치며 긴 손톱을 깨물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덩치 큰 금발의 라울은 피가 흐르는 입술을 가볍게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기진맥진하고 공포에 사로잡힌 루시우스 말포이와 눈이 움푹 꺼지고 수심에 잠긴 나시사 말포이 부인도 보였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볼드모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머리를 숙인 채, 딱총나무 지팡이 위로 새하얀 두 손을 포개고 서 있었다. 볼드모트의 머리 뒤로는,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는 거대한 뱀 내기니가 괴기스러운 후광처럼 반짝이는 마법의 우리 안에 둥둥 떠 있었다. 돌로호브와 악슬리가 원을 그리며 서 잇는 무리 속으로 복귀하자 볼드모트가 고개를 들었다.
【코빼기도 안 보입니다, 주인님.】
돌로호브가 말했다. 볼드모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는 천천히 딱총나무 지팡이를 긴 손가락들 사이에서 잡아 뺐다.
【주인님...】
벨라트릭스가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볼드모트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머리가 산발이 되고 얼굴에서 피가 약간 나긴 했지만, 달리 다친 곳은 없는 곳 같았다.
벨라트릭스의 입을 막은 것은 그녀의 옆에 서 있는 티파니였다. 그녀 역시 머리가 산발이 되고 입가에 피딱지가 붙었지만 멀쩡했다.
【나는 그들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볼드모트가 높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가 올 거라고 기대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아마도.... 실수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
투명 망토를 벗은 해리가 볼드모트의 앞에 나타나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일제히 일어서자 거인들이 으르렁거렸으며, 수많은 함성과 숨을 삼키는 소리, 심지어 웃음소리마저 들려왔다. 볼드모트는 서 있던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해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해리! 안 돼!】
해그리드가 포박당한 채, 근처 나무에 묶여 있었다. 몸집이 큰 해그리드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자 머리 위의 나뭇가지가 마구 흔들렸다.
【안 돼! 안 돼! 해리, 뭐 하는 거...】
【조용!】
라울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지팡이를 까닥하자 해그리드는 잠잠해졌다. 그때 벨라트릭스가 벌떡 일어서더니, 가슴을 들썩이며 열에 들뜬 눈빛으로 볼드모트와 해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해리는 지팡이를 꺼내지 않았다.
【... 에반스는?】
티파니가 조용히 질문을 했다.
【로라는....】
【죽었구나.】
해리가 뒷말을 잇지 못하자 티파니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볼드모트와 해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볼드모트는 자기 앞에 서 있는 소년을 골똘히 관찰하느라 고개를 옆으로 약간 기울이고 있었다. 입술이 없는 그의 입가에 기묘하게 음울한 미소가 떠올랐다.
【해리 포터.】
그가 조용히 말했다.
【살아남은 아이.】
죽음을 먹는 자들은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온 세상이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볼드모트가 지팡이를 들었다. 그리고 녹색 광선이 해리를 향해 나아갔고.... 그를 맞힌다.
"이제 남은 호크룩스는 뱀, 내기니뿐이군."
엄마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의식을 잃고 바다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 해리와 볼드모트를 바라보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쓰러진 볼드모트를 에워싸면서 웅성거렸다.
【주인님... 주인님...】
【그만하면 됐다.】
볼드모트는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뒤로 물러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벨라트릭스와 티파니만이 볼드모트 옆에 무릎을 꿇은 채 남아 있었다.
【주인님, 부디 제가 하도록....】
【나는 도움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볼드모트가 싸늘하게 말했다.
【저 녀석.... 저 녀석은 죽었나?】
순간 공터에 완벽한 정적이 감돌았다. 아무도 해리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고 했다.
【너.】
볼드모트가 나시사 말포이 부인을 가리켰다.
【저 녀석을 조사해 봐라. 그리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고해라.】
말포이 부인은 조심스럽게 해리에게 다가가서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몸을 숙이고 있었다. 곧 그녀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이 아이는 죽었습니다!】
나시사 말포이 부인이 지켜보고 잇던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비로소 함성이 터져 나왔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일제히 승리의 환호성을 내지르며 발을 굴렀다. 이 일을 축하하기 위해 죽음을 먹는 자들은 붉은색과 은색의 불꽃을 허공으로 쏘아 올렸다.
【알겠느냐?】
볼드모트가 엄청난 소란 속에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해리 포터는 내 손에 죽었다. 그리고 이제 살아 있는 그 어떤 자도 나를 위협할 수 없다! 보라! 크루시오!】
해리의 시신을 능욕한 볼드모트. 해리는 공중에 들어올린 채 세 번 정도 허공에 내동댕이쳐졌다. 마침내 해리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공터에는 날카로운 웃음소리와 야유가 울려 퍼졌다.
【이제!】
볼드모트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성으로 간다. 그리고 저자들에게 그들의 영웅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 줄 것이다. 누가 시체를 끌고 가겠나? 아니지, 잠깐....】
또다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놈이 그를 들고 가라.】
볼드모트는 해그리드에게 명령했다.
【네 놈 품에 안겨 있으면, 저 녀석의 꼬락서니가 더 멋지게 잘 보일 테니까. 안 그러냐? 당장 네 꼬마 친구를 들어 올려라, 해그리드.】
해그리드는 해리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해그리드는 흐느끼면서 울었다.
【이동!】
볼드모트가 호령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들 두 사람을 에워싸고 환성을 지르며 나아갔고, 아무 것도 모르는 해그리드는 계속 흐느껴 울었다. 거인 두 명은 지축을 울리며 죽음을 먹는 자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내는 엄청난 소음 때문에 새들이 날카롭게 울며 하늘로 날아올랐고, 심지어 죽음을 먹는 자들의 환호성마저 묻힐 지경이었다. 켄타우로스들이 그들의 행렬을 보고 있었다. 몇 명 죽음을 먹는 자들은 켄타우로스들을 뒤로하고 지나가면서 그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개선 행렬은 탁 트인 운동장을 향해 계속해서 돌진했다.
【정지!】
운동장에 멈춘 개선 행렬. 볼드모트가 앞으로 나왔다.
【해리 포터는 죽었다. 너희가 그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동안,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도망치다가 살해되었다. 우리는 너희의 영웅을 죽었다는 증거로, 그의 시신을 너희에게 가져다주겠다. 너희는 전투에서 패했다. 너희는 전사들의 반을 잃었다. 나의 죽음을 먹는 자들은 너희보다 훨씬 수가 많으며, '살아남은 아이'는 이제 죽었다. 더 이상 전쟁이 지속되어서 안 된다. 계속해서 저항하는 자는 남자, 여자, 어린아이 할 것 없이, 그자의 가족까지 모조리 도살될 것이다. 지금 당장 성에서 나와,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너희의 부모님과 아이들, 형제자매들은 모두 살아남을 것이고 용서받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다 함께 건설해 나갈 새로운 세계에서 나와 함께할지어다! 가자.】
운동장에도, 그리고 성에서도 정적이 감돌았다. 볼드모트는 마법의 우리에서 나온 내기니를 어개에 두른 채, 앞장서서 당당하게 걸어갔다.
【정지.】
성으로 가까이 다가간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 볼드모트의 명령에 죽음을 먹는 자들은 활짝 열린 학교의 현관을 마주 보며 일렬로 늘어섰다. 현관문을 통해서 나온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그들은 그들의 정복자를 대면하기 위해서, 해리가 죽었다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현관 층계로 나오고 있었다.
【안 돼!】
맥고나걸 교수가 외쳤다.
【안 돼!】
【그럴 리 없어! 로라에 이어서 너까지!!】
【해리! 해리!】
론과 헤르미온느, 지니가 부르짖었다. 그들의 부르짖음은 방아쇠가 되어서 살아남은 다른 사람들도 그 이유를 깨닫고 뒤를 이어 비명을 질렀고, 죽음을 먹는 자들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조용.】
볼드모트가 소리치고 침묵 마법을 사용하자 사람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이제 다 끝났다! 그를 내 발밑에 내려놓아라, 해그리드. 여기가 바로 그 녀석이 있어야 할 자리다!】
해리의 몸이 잔디밭 위에 내려졌다.
【알겠는가?】
볼드모트가 말했다. 그는 해리의 몸 바로 곁에서 왔다 갔다 했다.
【해리 포터는 죽었다! 이제 잘 알았는가, 현혹된 자들이여? 이 녀석은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타인들에게 의지했던 꼬마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널 이겼어!】
론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곧장 침묵 마법이 깨져 버렸다. 호그와트 성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 함성을 외치며 질렀다. 볼드모트가 다시 마법을 사용하자 사람들의 목소리는 다시 완전히 사라졌다.
【이 녀석은 성의 운동장을 몰래 빠져나가려고 하다가 살해되었다.】
볼드모트가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하려다 죽음을 당한...】
그때 볼드모트는 군중 속에서 뛰쳐나와 자신에게 돌격하는 네빌을 보더니 말을 멈췄다. 무장해제 마법을 당한 네빌은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볼드모트는 도전자의 지팡이를 한쪽으로 내동댕이치더니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런데 이놈은 누구냐? 누구란 말이냐? 전투에 패배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싸우려고 덤비는 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몸소 보여 주기 위해 자원한 녀석은?】
볼드모트가 뱀처럼 나지막이 쉭쉭거리는 소리를 내며 물었다.
【롱바텀!】
로우가 앞으로 나오다가 볼드모트의 붉은 눈을 보자 흠칫 몸을 떨었다.
【이 녀석은 네빌 롱바텀입니다, 주인님! 줄곧 캐로우 남매의 골치를 썩여 온 녀석이지요! 둘 다 오러였던 부부의 아들놈입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벨라트릭스가 신이 나서 웃었다.
【아아, 그래, 기억하지.】
볼드모트가 네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빌은 무기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다시 일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생존자들과 죽음을 먹는 자들 사이의 빈자리에 우뚝 일어섰다. 네빌의 몇 걸음 뒤로 로우가 서 있었다.
【그런데 넌 순수혈통이 아닌가! 안 그런가, 용감한 친구?】
빈주먹을 불끈 움켜쥔 채 그를 마주 보고 있는 네빌을 향해 볼드모트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쩔 거냐?】
네빌이 큰 소리로 받아쳤다.
【너는 용기와 기백을 보여 주었다. 게다가 고귀한 혈통을 타고 난 몸이다. 너는 매우 쓸모 있는 죽음을 먹는 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네빌 롱바텀.】
【난 절대로 네놈 편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네빌이 말했다.
【덤블도어의 군대여!】
네빌이 소리치자 군중으로부터 그에 응답하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로우는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아주 훌륭해! 네 선택이 그러하다면, 롱바텀, 우리는 원래의 계획으로 돌아가야겠다. 네 머리에.... 그것을 씌워주지.】
지팡이를 휘두르는 볼드모트. 잠시 후 성의 깨진 창문 중 하나에서 마법의 모자가 날아와 볼드모트의 손에 내려앉았다. 볼드모트는 곰팡이가 슨 모자의 뾰족한 끝을 잡고 흔들었다.
【호그와트에서 더 이상 기숙사 배정은 없을 것이다.】
볼드모트가 말했다.
【더 이상 여러 개의 기숙사들도 없을 것이다. 내 고귀한 조상인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문장과 방패, 깃발이면 모든 학생들에게 충분할 것이다. 안 그러냐, 네빌 롱바텀?】
볼드모트는 네빌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점차 뻣뻣해지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자가 네빌의 머리에 강제로 씌워지더니 그의 눈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왔다. 성 앞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술렁거렸고 로우가 그쪽으로 움직이려고 하자, 죽음을 먹는 자들이 일제히 지팡이를 치켜들어 로우가, 호그와트의 전사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
【이제 여기 있는 네빌이, 나에게 계속해서 반항할 만큼 어리석은 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 주겠다.】
볼드모트가 말했다. 곧이어 그가 지팡이를 한 번 까닥 움직이자, 마법의 모자는 불꽃을 튀기며 확 타올랐다. 비명 소리가 새벽 공기를 찢어 놓았다. 네빌은 제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불길에 휩싸였다.
【네빌!!】
로우가 외쳤다.
【자, 로우 프로시온 레스트랭. 네 녀석도 저 멍청이처럼 똑같은 짓에 당하고 싶지 않으면 무릎을 꿇어라, 나에게.】
볼드모트가 말했다.
【난.... 난, 내 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로우가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내 자리는 여기야. 난 당신들의 편이 되지 않아.】
【로우!!】
로돌푸스가 외쳤다.
【부모를 져버리는 거냐?】
볼드모트가 음산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자식을 낳는다고 해서 전부 다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애당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잖아, 나 같은 건?! 그러니까 내 갈 길은 내가 정해! 난 로라 에반스가 지키기로 결심한 것을 지키기로 결심했어!! 설사 죽는다고 해도 난 싸우겠어! 불사조 기사단과 덤블도어의 군대와 함께!!!】
【저런, 아쉽군.】
전혀 그렇지 않는 어조로 볼드모트는 말했다.
그때 저 멀리 학교의 경계 너머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함성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수백 명의 인파가 우르르 떼를 지어 시야 밖에 있는 벽을 뛰어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전투의 함성을 내지르며 성을 향해 질주해 왔다. 그와 동시에 그롭이 성의 옆쪽에서 쿵쿵거리며 나타나더니 "해거!"하고 소리쳤고, 여기에 맞서 볼드모트의 거인들도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수코끼리들처럼 그롭을 향해 지축을 울리며 돌진했다. 뒤이어 말발굽 소리와 휭 하고 활시위 당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죽음을 먹는 자들의 한복판으로 갑자기 화살이 쏟아져 내렸다. 그러자 깜짝 놀란 죽음을 먹는 자들은 비명을 질렀고, 대열은 무너져 내렸다. 해리와 로우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로우는 네빌의 동작 그만 저주를 깨뜨렸고, 해리는 투명 망토를 꺼내 쓰고 사라졌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네빌은 활활 타오르던 마법의 모자에서 떨어져 나왔고, 모자 속에서 손잡이에 루비가 박힌 반짝이는 은빛의 칼을 뽑아냈다. 은빛 칼날을 내려치는 소리는 다가오는 군중들의 함성 소리와 맞붙어 싸우는 거인들의 소리, 그리고 앞 다투어 달려오는 켄타우로스들의 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장면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네빌은 거대한 뱀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뱀의 머리통은 현관 복도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빙글빙글 돌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볼드모트는 입을 딱 벌린 채 소리 없는 분노의 비명을 내질렀다. 이윽고 뱀의 몸통이 그의 발치에 쿵 떨어졌다.
혼돈이 판을 치고 있었다. 돌진하는 켄타우로스들은 죽음을 먹는 자들을 쫓아내고 있었고, 사람들은 쿵쿵거리는 거인들의 발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세스트랄들과 히포그리프인 벅빅은 볼드모트의 편인 거인들의 눈을 할퀴었고, 그롭은 거인들을 향해 연달아 주먹을 날렸다. 이제 마법사들은 호그와트 성을 지키던 사람들이나 죽음을 먹는 자들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성안으로 밀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주방의 문이 열리면서 호그와트의 집요정들이 저마다 고기 써는 칼과 식칼을 휘두르고 함성을 지르며 현관 복도로 뛰어나왔다. 그들의 선두에는 바로 크리처가 잇었는데, 그의 가슴팍에는 레귤러스의 블랙의 로켓이 통통 튀고 있었다.
【싸워라! 싸워라! 집요정들의 수호자인 나의 주인님을 위해 싸워라! 어둠의 마왕을 무찔러라! 용맹한 레귤러스의 이름으로! 싸워라!】
집요정들은 죽음을 먹는 자들의 정강이와 발목을 마구 내리찍었다. 그들의 조그만 얼굴은 사나운 적의로 불타고 있었다. 사방 어디를 봐도 죽음을 먹는 자들이 완전한 수적 열세로 밀리고 있었다. 그들은 쏟아지는 주문에 맥을 못 추었고, 상처에서 화살을 뽑아내려고 낑낑거리다가 집요정들에게 다리를 찔렀다. 그것도 아니면 그저 달아나려고 하다가 밀어닥치는 인파에 휩쓸려 버렸다.
"엄마, 난.... 가야 해."
엄마는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어디로? 저기로 돌아갈 셈이니?"
"모두가 싸우고 있어. 그러니까 나도!!"
"....볼드모트는 자신을 강력하게 해 줄 거라고 믿고서 포터의 피와, 네 피를 빼앗아갔지."
"엄마?"
갑자기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야? 엄마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러면서 내가 널 보호하는 피의 보호와 릴리 포터의 보호막을 볼드모트는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었어. 그러므로 그의 몸은 나의 희생과 릴리 포터의 희생을 여전히 살아 있는 채로 간직하고 있지. 그리고 그 마법이 살아남은 한 포터와 너는 여전히 살아있어."
엄마는 나를 데리고 바다 깊숙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수면의 높이가 다리를 지나 허리까지 차올랐다.
"죽음을 초월한 강력한 사랑을 배우니까 우리 딸은 정말 대단해."
엄마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보더니 내 오른쪽 볼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이제 너에게 이 렌즈는 필요 없겠구나."
엄마는 자신의 손으로 내 눈동자에서 렌즈를 빼냈다. 잠깐의 아픔이 느껴졌을 때, 엄마가 나를 강하게 밀쳤다.
"엄-!!"
물 속에 풍덩거리면서 빠졌다. 이상했다. 아까 전만 해도 허리까지 오는 물이 이상하게 나를 밑바닥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안녕, 로라. 넌――."
"엄마!!!"
그녀에게 손을 뻗었지만 누군가 나를 자꾸만 밑으로 끌어당겼다.
'아직, 난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점점 더 어두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내 몸..... 물 속에서 숨이 턱하니 막혀 왔다.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산소를 내뱉으면서 바다의 심해로 가라앉았다.
**
쨍그랑-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자 대리석 바닥이 느껴졌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깨져 버린 루비 보석의 조각이 있었다(그것은 내 목걸이의 보석이었다). 누워있는 몸을 벌떡 일어켰다. 대연회장의 옆의 작은 방에서 눈을 떴다.
"살아... 살았어.."
손가락을 천천히 구부렸다가 다시 피면서 중얼거렸다. 다시 싸울 수 있다. 그것을 자각하고 나자 지팡이를 꺼내들고는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대연회장으로 향했다.
위즐리 부인의 주문이 벨라트릭스의 쭉 뻗은 팔 밑에서 붕 솟아오르더니 그녀의 가슴에, 심장 바로 위에 명중했다. 순간 의기양양한 벨라트릭스의 미소는 얼어붙었고, 두 눈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달았고, 곧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그러자 구경을 하던 군중은 우레와도 같은 함성을 내질렀고, 볼드모트와 티파니는 비명을 질렀다. 티파니는 마리안느, 애드밀, 레나와 상대하고 있었다. 티파니의 분노가 폭발했는지 마리안느, 레나가 뒤로 홱 밀려났다(밀려나면서 바닥과 충돌한 마리안느, 레나). 그리고 그녀는 위즐리 부인을 향해서 지팡이를 겨누었다.
"프로테고!!"
내가 주문을 외쳤다. 그러자 볼드모트와 티파니를 비롯해서 대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로라!!"
안도하면서 기뻐하는 프레드에게 살짝 웃어주었다.
"너, 네가 어떻게?!"
"내 예언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티파니에게 말하면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애드밀이 뒤로 물러나면서 나와 티파니가 대치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 네 예언을 잊었어."
티파니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마법, 미모, 지식,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태어날 것이다. 어둠의 마왕을 물리치는 힘을 가진 7번째 달이 기울 때 태어나는 존재 옆에 8번째 달이 뜨는 날에 태어날 것이다.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는 그 존재에게 부족한 단 하나의 것이 바로 사랑일지니. 사랑을 앓지 못하는 존재가 되면, 어둠의 마왕을 능가할 만한 마법 세계의 최악의 어둠의 존재가 될 것이다. 그 존재가 사랑을 알게 되면 죽음을 초월하는 기적의 마법을 만들어 낼 것이다. 양자일택의 운명을 타고 난 존재가 8번째 뜨는 달에 태어나리라.'"
그녀가 말하는 예언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네 모친이 예언했지. 그게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이니?"
"글쎄."
나는 애매한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티파니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우린 동시에 지팡이를 휘둘렀다. 우리 둘의 마법은 중간 지점에 서로 부딪히고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옆에 있는 사람을 맞혀도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서로만 쳐다보았다.
몇 차례의 공방(功防)을 넘기고, 내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불의 용이 티파니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티파니는 그것을 막기 위해서 여러 주문을 쏘았지만 불의 용에 흡수될 뿐 소용이 없었다.
"까아아악!!!"
티파니는 불의 용에 맞아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바닥을 뒹군 그녀는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조금은 우리 엄마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지?
-네 머리색깔은 생명을 강렬하게 태우는 태양을 닮았어. 조도 그랬어. 그래서 내가 그를 사랑했어. 붉은색은 생명의 색깔이라고 생각했거든. 조의 붉은 머리칼은 아릅다워서 내 마음에 불을 지폈지. 사랑을 꽃 피우게 한 거야.... 그 방식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난 후회는 하지 않아.
쓰러진 티파니를 보고는 지팡이를 내렸다.
"드디어...."
그녀와 내 사이의 악연이 끝났다. 의미 모를 허무함이 몸에 닥쳐오면서 더 이상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쳤기도 했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해리, 네 차례야."
볼드모트는 남은 부관의 몰락에 분노가 폭탄처럼 강렬하게 폭발하여, 상대하고 있던 맥고나걸 교수, 킹슬리 그리고 슬러그혼을 한꺼번에 뒤로 밀어버린다. 그리고... 해리가 투명 망토를 끌어내리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내 앞에서... 그가 지금 서 있었다.
"해리!"
"그가 살아 있어!"
충격에 찬 비명 소리와 함성 그리고 외침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다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볼드모트와 해리가 서로를 노려보는 동시에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이 바싹 겁에 질려서 당장 굳게 입을 다물고 말았던 것이다.
"저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바라지 않습니다."
해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완벽한 침묵 속에 그의 목소리는 트럼펫 소리처럼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드시 제가 해야만 합니다."
그러자 볼드모트가 쉭쉭거리듯이 말했다.
"포터의 말은 진심이 아니다."
새빨간 눈을 크게 뜨고 볼드모트가 말을 이었다.
"그건 그의 방식이 아니지, 안 그런가? 자, 오늘은 누구를 방패로 쓸 작정인가, 포터?"
"어느 누구도 아니다."
해리가 짤막하게 말했다.
"더 이상의 호크룩스는 없어. 이제 너와 나뿐이지. 다른 한쪽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은 어느 쪽도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어. 그러니 우리 중 한 사람은 영영 사라져야 한다."
"우리 중 하나?"
볼드모트가 비아냥거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공격을 가하려는 뱀처럼 무섭게 해리를 노려보았다.
"너는 살아남는 게 너일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안 그러냐, 요 우연히 살아남은 꼬마야? 왜지? 덤블도어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냐?"
"어머니가 나를 구하려다 돌아가셨을 때, 내가 살아남은 게 우연이란 말이야?"
해리가 물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완벽한 원을 그리며, 서로에게서 똑같은 거리를 유지한 채 옆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우연이라고? 내가 그 공동묘지에서 싸우기로 결심햇을 때도? 모두가 우연이란 말이지? 오늘 밤 내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않고도 여전히 살아남아서 다시 싸우러 돌아온 것도?"
"다 우연이고말고!"
볼드모트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하지만 여전히 공격은 하지 않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마치 돌처럼 굳어지는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고, 대연회장의 수백명 중 그들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숨조차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게 우연과 운이었다. 그리고 네 녀석이 더 큰 남자와 여자들의 치마폭 뒤에 숨어서 훌쩍거리며, 내가 너 대신 그들을 죽이도록 내버려 둔 덕분이지!"
"오늘 밤 너는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죽이지 못할 거야."
해리가 소리쳤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원을 그리며 대적했다.
"너는 다시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죽일 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모르겠나? 나는 네가 이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꺼이 죽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넌 죽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럴 작정이었고, 그렇게 했다. 나는 내 어머니가 했던 대로 한 것이다. 이제 저 사람들은 너의 공격으로부터 뵤ㅗ호받고 잇다. 네가 그들에게 건 주문들이 조금도 그들을 속박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넌 아직도 깨닫지 못한 건가? 이제 너는 그들을 괴롭힐 수 없다. 넌 그들을 건드릴 수 없단 말이다. 넌 그토록 실수를 하고도 깨닫는 바가 없구나, 리들! 안 그런가?"
"네놈이 감히 그런!"
"그래, 나는 감히 그럴 수 있다."
해리가 말을 이었다.
"나는 네가 모르는 사실들을 알고 있으니까, 톰 리들. 나는 네가 모르는 중요한 것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단 말이다. 말해 줄까?"
볼드모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다만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었다.
"또 그 사랑 타령이냐?"
이윽고 볼드모트가 입을 열었다. 뱀같이 생긴 그의 얼굴에 조소가 떠올랐다.
"덤블도어가 제일 좋아하는 해법인 사랑 말이냐? 그자는 사랑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 그런데 사랑은 그 작자가 탑에서 떨어지는 걸 막아 주지 못했고, 낡아 빠진 밀랍 인형처럼 부서져 버린느 것도 막아주지 못했다. 안 그러냐? 사랑, 그건 내가 한탄 바퀴벌레처럼 네 잡종 어미를 짓밟아 버린느 것도 막지 못했어, 포터. 게다가 이번에는 앞으로 뛰어나와 내 저주를 대신 맞아 줄 만큼 널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구나. 그렇다면 내가 널 공격하면 이번에는 네가 죽는 걸 뭐가 막아 주겠느냐?"
"딱 한 가지가 있지."
"만약 이번에 너를 구해 줄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네놈은 내가 터득하지 못한 마법을 자신이 할 줄 안다고 믿고 있는게 분명하군. 아니면 내가 가진 것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미는 것이냐?"
"나는 두 가지 다 믿는다."
해리의 대답에 볼드모트가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고, 그 웃음소리는 그의 비명보다도 더 무시무시햇다. 유머라곤 전혀 없는, 광기 어린 그 웃음소리는 적막한 연회장 안에 메아리쳤다.
"네 녀석이 나보다도 더 많은 마법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느냐?"
볼드모트가 물었다.
"나보다 더? 덤블도어 자신조차 꿈도 꿔 보지 못한 마법을 부려 온 바로 나, 볼드모트경보다 더 말이냐?"
"오오, 그분도 그걸 꿈꾸시긴 했었다. 하지만 그분은 너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셨어. 네가 한 짓을 하지 않을 만큼 많은 것을 알고 계셨지."
"네 말은 곧 그가 나약했단 뜻이지!"
볼드모트가 소리쳤다.
"너무 나약해서 감히 그럴 수 없었던 거야. 너무 나약해서 자기 것이 될 수도 있었던 그것을 차지하지 못했지. 결국은 내 것이 될 그것을 말이야!"
"아니, 그분은 너보다 똑똑하셨던 거다. 더 훌륭한 마법사였고, 더 훌륭한 사람이었어."
"알버스 덤블도어를 죽게 한 건 바로 나였어."
"물론 넌 네가 그랬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네 생각은 틀렸어."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술렁거렸다. 벽 앞에 둘러서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들이쉬었다.
"덤블도어는 죽었어!"
볼드모트가 내뱉듯 말했다.
"그자의 시체는 이 성의 운동장에 있는 대리석 무덤ㅅ 고에서 썩고 있단 말이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포터. 그는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래, 덤블도어 교수는 돌아가셨다."
해리는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분을 죽인 건 네가 아니야. 그분은 스스로 죽음의 방식을 선택하셨어.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이미 선택을 하시고, 네가 너의 부하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함께 모든 걸 준비하셨던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어린애 장난 같은 소리냐?"
볼드모트는 공격을 하지 않는 채 소리쳤다.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네 부하가 아니었다. 스네이프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람이었다. 네가 나의 어머니를 뒤쫓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람이었어. 그런데 넌 전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 왜냐하면 네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어. 너는 스네이프의 패트로누스를 불러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안 그래, 리들?"
볼드모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상대를 갈기갈기 물어뜯으려고 하는 늑대처럼 계속해서 서로를 노리며 맴돌았다.
"스네이프의 패트로누스는 암사슴이었다. 내 어머니의 것과 똑같았지. 왜냐하면 두 사람이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스네이프는 평생토록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넌 그걸 알아차렸어야만 했어. 스네이프는 너에게 그녀를 살려달라고 간청했지, 안 그런가?"
"그는 그저 그 계집을 욕망했을 뿐이야. 그게 전부였다."
볼드모트가 조소했다.
"하지만 그 계집이 죽고 나자, 세상에는 다른 여자들도 많다는 걸,자신에게 걸맞는 순수혈통의 여자들이 많이 있다는 걸 그도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블랙 가문의 피를 잇은 여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세베루스의 마음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있었어. 아빌의 마음에도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내가 말했다.
"네가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는 그 순간부터, 스네이프는 덤블도어의 첩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줄곧 너를 막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것이다!"
해리가 말했다.
"스네이프가 덤블도어 교수님을 죽였을 때, 교수님은 이미 죽어가고 계셨단 말이다!"
"그런 건 중요치 않다!"
볼드모트가 빽 소리쳤다. 그는 이제 낄낄대며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스네이프가 내 사람이었는지 덤블도어의 사람이엇는지,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 그 작자들이 내 앞길에 어떤 시시한 장애물들을 놓으려 했었는지도 말이다! 나는 스네이프의 위대한 짝사랑 상대였던 네 엄마를 박살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자들을 모두 박살내 버렷으니까! 오오, 그런데 모든 게 다 이해가 가는 구나, 포터. 물론 네 녀석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덤블도어는 딱총나무 지팡이를 내가 갖지 못하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는 스네이프가 그 지팡이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야! 하지만 나는 너보다 그 사실을 먼저 깨달았지, 이 꼬마야. 네가 그 지팡이에 손도 대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지팡이를 손에 넣었다. 네 녀석이 따라잡기 전에, 난 그 진실을 이미 깨닫고 잇었어. 그래서 나는 세베루스 스네이프를 세 시간 전에 벌써 죽였다. 딱총나무 지팡이, 죽음의 지팡이, 운명의 지팡이는 이제 진정한 내 것이 되었다! 덤블도어의 최후의 작전은 결실을 보지 못했어, 해리 포터!"
"그래, 그랬지."
해리가 수긍했다.
"네 말이 옳다. 하지만 네가 나를 죽이려 들기 전에, 너에게 충고 하나 하고 싶군. 네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생각을 해 봐. 그리고 약간의 가책이라도 느껴 봐, 리들."
"그게 무슨 소리냐?"
볼드모트의 동공이 가느다랗게 수축하는 것을, 그의 눈가가 하얗게 질렸다.
"이것이 네게 남은 마지막 기회다."
해리가 말했다.
"이것이 네게 남아 있는 전부란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어떻게 될지 난 이미 보았다. 제발 사람답게 굴어라. 노력해 보란 말이다. 조금이라도 가책을 느껴 보도록 해."
"네놈이 감히?"
"물론 나는 감히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덤블도어 교수님의 마지막 계획은 나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기 때문이지. 그것은 역으로 널 공격했다, 리들."
딱총나무 지팡이를 쥔 볼드모트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 지팡이는 여전히 너를 위해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엉뚱한 사람을 죽였으니까.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결코 딱총나무 지팡이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었다. 그는 덤블도어 교수님과 싸워 이긴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스네이프가 죽였..."
"내 말을 똑똑히 듣고 있는 건가? 스네이프는 단 한 번도 덤블도어 교수님을 이긴 적이 없단 말이다! 덤블도어 교수니믜 죽음은 그 두 사람 사이에서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 교수님은 싸워서 패배당하는 일 없이 죽을 작정이었어. 그 지팡이의 진정한 마지막 주인으로서 말이야! 만약 모든 게 계획대로만 되었다면, 그 지팡이의 힘 또한 교수님과 함께 소멸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은 결코 지팡이를 빼앗긴 적이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포터! 덤블도어는 그 지팡이를 나에게 그냥 안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볼드모트의 목소리는 사악한 희열로 떨리고 있다.
"나는 그 지팡이의 마지막 무덤에서 훔쳐 왔으니까 말이다! 난 그 지팡이의 마지막 주인의 의지에 반해서 그것을 빼앗아 왔다! 그러므로 그 지팡이의 힘은 이제 내 것이다!"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군, 리들, 안 그래? 그 지팡이를 소유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손에 쥐고 사용하는 것만으로 그 지팡이를 진짜 네 것으로 만들 수 없단 말이다. 넌 올리밴더가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군? 지팡이가 마법사를 선택한다. 딱총나무 지팡이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죽기 전에 새 주인을 알아보았어. 그 지팡이에 손 한번 대 본적이 없는 사람이었지. 그 새로운 주인은 덤블도어 교수님의 뜻을 거슬러서 그로부터 억지로 그 지팡이를 빼앗앗어. 정확히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한 채, 다시 말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팡이가 그에게 충성을 바쳤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야. 딱총나무 지팡이의 진짜 주인은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거짓말...."
해리의 말에 애드밀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게 뭐가 문제지?"
볼드모트가 조용히 물었다.
"비록 네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포터, 그건 너와 나 사시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넌 더 이상 불사조 지팡이를 갖고 있지 않지. 이제 우리는 오직 실력을 겨룰 뿐이라고. 일단 널 죽이고 난 다음, 드레이코 말포이에게 신경을 쓰면 되겠지."
"하지만 넌 이미 늦었다."
해리가 말했다.
"넌 기회를 놓쳤어. 내가 먼저 성공했거든. 난 드레이코를 몇 주 전에 이겼다. 그리고 이 지팡이를 그로부터 빼앗았다."
해리는 산사나무 지팡이를 홱 휘둘렀다.
"결국엔 이렇게 된 거지, 안 그래?"
해리가 속삭였다.
"네 손에 있는 그 지팡이는 자신의 마지막 주인이 무장해제 마법에 당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왜냐하면 만약 그렇다면... 그 딱총나무 지팡이의 진짜 주인은 바로 나니까 말이야."
불그스레한 황금색의 강렬한 빛이 마법에 걸린 천장을 가로질러 그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눈부신 태양의 가장자리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창문턱 위로 살짝 고개를 내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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