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모를 도망 생활은 계속 이어졌다

야토리의 목적은 나였는지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었다.

 

끈질기네.”

집착 하나는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하쿠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끈질긴 남자는 인기가 없다고 하던데요.”

 

수많은 인파 속에 몸을 숨긴 채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남쪽으로 가볼까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관서의 산맥을 타며 점점 밑으로 향했다.

부흥은 호시히코에게 맡기고, 나와 하쿠는 전국을 떠돌아 다녔다. 큐슈의 츠쿠모 야행, 오카야마의 조로구모 일족, 오슈 토노의 일가, 야마구치의 사케노미폭력단 등 여러 요괴 일가를 떠돌아다니며(그래도 관동으로는 가지는 않았다) 여행에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벌써…… 3.”

 

사노메 일가가 몰락한지 3…….

현재 나와 하쿠는 시코쿠의 팔십팔귀야행의 본거지, 미츠야마 산에 머물고 있었다.

 

호시님!!”

 

미츠야마 산으로 들어가자 하쿠가 빠르게 나에게 달려왔다.

 

어딜 가셨던 거예요?”

잠깐 산보.”

몇 시간 동안이요?”

.”

저에게 말 정도는 하고 가세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시나요?”

과보하라니까, 그건.”

시끄럽다!”

 

또 다른 목소리에 하쿠는 버럭 외쳤다.

 

잘 잤어, 코타로?”

지금은 점심때라고요, 호시 아가씨.”

 

얼굴에 호랑이 줄무늬가 그러진 소년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코타로라는 이름을 지닌 이 요괴는 한때 사노메 일가의 백귀야행이었지만 시코쿠의 팔십팔귀야행 소속인 한 요괴를 사랑하고 결혼하면서 시코쿠 소속으로 옮겨졌다(엄마가 흔쾌히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그 인사는 맞지 않아요.”

나는 너를 지금 처음 보는 거야.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이 인사가 맞아.”

 

하쿠와 코타로와 함께 산을 올라갔다.

 

호시님, 대체 어딜 다녀오신 겁니까?”

사람을 만나고 왔어.”

사람이요? 여기서 만날 사람이 있는 건가요?”

것보다 하쿠, 오빠와 연락은 어떻게 되었어?”

 

얘기하고 싶지 않는 건지 호시는 말머리를 돌려버린다.

 

모두……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쿠는 말을 괴로운지 미간을 찌푸렸다.

 

나 때문에 일가가 무너졌으니 화가 많이 나겠네. 증오하고 있겠지.”

, 아뇨, 그렇지는…….”

 

내가 빤히 바라보자 하쿠는 부정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호시님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야토리는 내가 데리고 왔어. 그러니까 일가를 버린 배신자라고 원망하는 것도 당연해.”

아가씨가 저택으로 들인 요괴가 그 자식 하나 뿐인 줄 아세요? 다른 요괴들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세요, 아가씨.”

 

코타로가 어설프게 나를 위로했다.

 

야토리에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어. 그래서 더 안심했는지 몰라.”

할머님이신 사다 히메의 능력이라도 아가씨의 예지능력은 극히 작은 부분만 물려받았기 때문에 고갈 된 게 아닐까요?”

그런 거면 좋겠네.”

 

코타로의 말에 후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렇지 않게 웃는 그녀에 하쿠는 애간장이 탔다.

 

호시, 여기 있었구나! 너를 찾고 있었어.”

나를? ?”

 

나를 발견하자, 재빨리 내 앞으로 달려온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흑발의 소년.

시고쿠의 팔십팔귀야행의 주인이자 너구리 요괴, 이누가미교부 다누키88번째 부인의 8번째 아들이자 소꿉친구인 이누가미교부 타마즈사. 그는 일가 내부에서 서열은 최하위였지만, 신통력은 제일 진하게 물려받았다. 아이러니하게 말이지……. 신통력을 강하게 물려 받아서인지 그에겐 큰 야망이 있다. 언젠가 옥좌를 제패하려고 하는 야망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타마즈키라고 새롭게 바꿨다. 뭐 현재 그 이름은 극소수의 사람들 밖에 알지 못했지만(그 극소수의 사람들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호시, 나 너에게 궁금한 게 있는데…….”

궁금한 거? 드문 일이네. 네가 나에게 궁금한 거라니. 뭔데?”

-, 아니 형들에게 들었는데, 호시…… 약혼 했다면서?”

그래.”

? 진짜였어?!”

 

내가 쉽게 긍정하자 그는 큰 소리를 외치며 경악했다.

 

왜 네가 놀라는 거야.”

 

눈을 게슴츠레 떠서 큰 소리를 지른 그를 힐끗 흘겨보았다. 내 시선을 알아차린 그는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정리했다.

 

호시에게 약혼자가…….”

말하자면 내가 원한 것은 아니야.”

근데 몰락했으면 그쪽에 도움을 청하는 게 좋지 않았어?”

그 곳은 마지막 피난처야.”

마지막…….”

그리고 사노메 일가는 다시 부흥할 거야! 절대 이대로 물러나지 않는다고!! 반드시 호시히코 오빠가 부흥 시킬 거야!”

 

그의 말에 발끈한 내가 외치고 그를 두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사노메 일가는 다시 일어날 거다. 반드시 부흥할 거다. 이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야. 호시히코가 분명히!!

 

아가씨!!”

 

섬뜩한 기색을 나보다 먼저 눈치 챈 코타로가 나를 끌어안고 뒤에서 오는 공격을 피하게 도와주었다. 우리 둘은 서로 엉켜서 산길을 굴렀다.

 

호시님! 코타로!!”

 

하쿠가 재빨리 우리를 쫓아와서 나를 보호하며 우리를 공격한 상대를 노려보았다. 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잎사귀들을 바라보았다. 믿고 싶지 않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축축한 감각이 손에서 느껴지자 시선을 돌리자,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코타로가 있었다. 그의 피를 나도 뒤집어쓰고 있었다.

 

……?”

왜 그런 얼굴이야? 네가 되살리면 되잖아. 사노메의 종가에는 그런 힘이 있잖아.”

 

충격 받은 내 표정에 타마즈키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지금…… 그가 말한 게 맞지? 근데, 이 느낌은!!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 눈을 돌리고 싶어졌다.

타마즈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가 사람의 형체로 변해갔다.

 

결국 뒤쫓아 왔군.”

 

하쿠는 검은 연기로 구현화된 존재를 노려보았다.

 

술래잡기는 여기까지 하죠, 호시님.”

야토리!!”

슬슬 지겹잖아요? 그쳐?”

 

검은 연기가 전부 빠져나가자 타마즈키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 가씨…….”

 

죽어가는 목소리에 코타로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상처를 치료하려고 했다.

 

말하지 마. 치료하면 살 테니까.”

, ……예요……. 경외, 대부분…… 빼앗, 겼으니까…….”

, 그렇지 않아!”

 

그의 상처를 지혈했다.

 

아가씨……, 하아하아, 거짓말…… 진짜, …… 해요, 아나요……? 괜한, …… 쓰지, 마세요.”

 

코타로는 내 손을 잡으며 힘을 사용하지 않게 막아섰다.

 

도망, …… 시간, 벌어줄 게요.”

?”

 

코타로는 다친 몸을 이끌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몸을 변화시켜, 아니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는 편이 더 정확했다.

 

코하쿠, 아가씨를 데리고 도망쳐!!”

 

코타로는 백호의 모습이 되어 하쿠에게 소리치고, 야토리에게 덤벼들었다.

 

가요, 호시님!”

? 하지만…….”

 

코타로를 내버려두고 도망칠 수는……. 그를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코타로를…….”

이루고 싶은 야망을 위해서는 어떤 것을 희생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거 거짓말이었나요?”

 

하쿠가 나에게 외쳤다. 거짓말은 아니다……. 어떤 희생을 치른다고 해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야망이 있었으니까

입술을 깨물고, 야토리와 싸우는, 백호를 외면했다. 너무 세게 깨물었는지 입술에서 피가 터져, 입술에서 한 줄기의 피가 흘러내렸다.

새하얀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시야에서 사라져가자, 야토리는 혀를 찼다.

 

또 술래잡기? 귀찮은데…….”

하아…… 하아…….”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는 백호는 거친 숨을 내쉬고…… 만족스러운 결과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 쓰레기 때문에 또 놓쳐버렸잖아!!!”

 

분한 마음에 야토리는 백호를 발로 차는 것으로 분풀이를 했다. 그는 백호의 숨이 끊어진 것도, 근처에 한 소년이 기절한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누라구미만 남은 건가.”

 

마지막 피난처에 대해 알고 있으니 금방 찾을 거라고 생각한 야토리는 검은 연기가 되었다.

 

호시님.”

 

짙은 광기가 담긴 소유욕의 목소리는 누구도 듣지 못한 채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검은 연기는 시고쿠를 나서기 위해 하늘하늘 움직였다.

코타로의 죽음으로 사노메 호시에게 분노를, 증오를 품은 존재 2명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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