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부르는 신사, 아메와라시 신사의 토지신인 카오리-비를 부르는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사람들의 숭배를 받아 천수를 누려 죽은 후 토지신이 되었다.-는 누라구미 소속의 악사(樂士), 릿카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쯤하면 되겠는데.”
“감사합니다, 카오리히메.”
“아니, 적적한 틈에 릿카가 와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길게 늘어뜨린 긴 머리카락을 지닌 헤이안 시대의 귀족 복장을 입고 있는 여성, 카오리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보라색 기모노를 입은, 아무 장식 없는 비녀로 머리를 장식한 여성, 릿카(요괴)에게 음악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요즘 적적하시나요?”
“사람이 잘 찾아오지 않으니까. 기후는 더 이상 사람이 예측할 수 있으니 간절하게 되지 않는 것이겠지.”
“그럴 리가요.”
“그래도 나 같은 경우는 아직도 찾아주는 참배객이 있으니까 다행이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잊어진 토지신의 경외는……?!”
카오리가 말하는 순간, 바깥에서 폭발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카오리와 릿카는 함께 신사를 나왔다. 신사를 지키는 수호신, 코마이누 석상을 지나쳐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누가 싸우는 소리 같았는데.”
“대체 누가 싸운다는 거죠?”
릿카는 카오리에게 말을 걸면서 신사 계단을 내려왔다.
“세상에!”
“아가씨!”
신사의 아래에 있는 공터에서 싸우고 있는 존재 둘.
여성 도깨비와 싸우고 있는 누라구미 예비 안주인의 모습에 두 사람은 경악했다.
“저런 아가씨의 모습, 처음이야…….”
릿카는 작게 중얼거렸다.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사노메 가문의 아가씨. 누라구미 예비 안주인이자 3대째 후계자의 약혼녀인 호시가 저렇게 싸우는 모습은 누라구미에서 지내고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화가 나신 건가……?”
“릿카, 말려야지!”
“에? 하지만…….”
카오리가 외치는 소리에 릿카는 싸우고 있는 호시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막을 수 있을까? 저렇게 분노한 그녀를 말릴 수 있는 건가. 아니, 애초에……!
“왜 그래, 릿카?”
“저렇게 화를 내시는 아가씨는 처음이에요. 저런 모습, 처음이라서……. 진짜 말려야 할지 고민이에요.”
“확실히 사노메 아가씨는 언제나 침착하고 예의가 바랐지.”
누라구미 본가에 갔을 때마다 보였던 그녀의 참한 모습을 떠올리며 카오리는 릿카의 말에 동의했다.
“아가씨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으니까 말려서 안 될 것 같아요.”
노조미는 폭풍 같은 공격을 하는 호시의 검을 힘들게 막아섰다.
“이렇게 약하면서 잘도 싸움을 걸었구나, 너!”
호시는 차가운 눈동자으로 노조미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을 응시하고 비꼬았다.
-제가 왜 여기에 왔을 것 같아요, 아가씨?
-몰라.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데.
-재미있는 소문을 들어서 아가씨를 만나보고 싶었어요. 진범을 가르쳐주세요, 아가씨.
-진범? 기후현 오니쿠모 일족은 내가 한 짓이었어.
-제가 기억하는 진범은 어린 소녀가 아니라 여성이었어요. 아가씨처럼 금발을 지닌 여성 말이죠. 그리고 그런 사람은 제가 알기로는 단 한 사람 뿐이에요. 그 사람은―!!
-안 돼!! 그 이상은 말하지 마. 누구도 그 진실에 대해서 알아서 안 돼. 그러니까 잊어버려, 오니쿠모. 만약 계속 그 주제로 말하겠다면 나랑 싸우자는 걸로 간주할 거야.
-그거 나쁘지 않네요. 저는 말보다 싸우는 게 더 좋거든요!! 그게 더 간편하잖아요!
“당신이 강한 거야……”
노조미는 쓰러진 자신의 몸을 일으키며 읆조렸다.
“혹시 몰라서 말해주는 건데, 난 태어났을 때부터 8대째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어.”
“아, 그러세요?”
노조미는 관심 없어했다.
“그게 어쨌다는 거죠?”
“그러네. 너에게 흥미 없는 말이겠지만……, 검술은 내부에서 최강이었다는 소리지.”
“그냥 약혼녀가 아니었네.”
호시는 일어나려는 노조미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녀는 자신의 밑에 있는 노조미를 찌르기 위해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네가 없으면 그 진실에 대해 의문을 품는 자는 사라지게 되는 거야!”
“!!”
노조미를 죽이려고 하려는 호시를 막아선 존재가 있었다.
“안 됩니다, 호시님.”
하쿠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호시를 막았다.
“놔.”
호시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 진실에 대해 의문을 품는 자는 없어야 해! 그것은 영원히 어둠 속에 묻어야 해!”
“안 됩니다, 호시님! 당신의 힘은 이런 곳에 사용해서 안 돼요!”
“놔! 놓으라고!”
“안 돼요, 호시님!!”
호시와 하쿠의 힘겨루기는 계속 되었다. 서로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
“호시님, 제발!!”
하쿠의 손이 미끄러져서 그녀의 손목을 놓치자, 호시가 빠르게 움직였다. 노조미는 곧 느껴질 아픔에 눈을 질끈 감았다.
“―?!”
아픔이 느껴지지 않자 노조미는 의아해하며 실눈을 뜨고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호시의 칼날은 자신의 왼 손목을 찔러 넣어져 있었다. 그리고 칼날은 왼손을 뚫고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호시님!!”
하쿠는 빠르게 호시를 상처 입힌 검을 치웠다.
“호시님! 호시님!”
쓰러진 호시를 애타게 하쿠는 불렀다.
‘자해? 지금 자해한 거야?’
노조미는 어안벙벙한 상태로 몸을 일으켜 앉은 상태로 정신을 잃은 호시를 바라보았다.
다급하게 변한 사태에 지켜보던 카오리와 릿카가 달려왔다.
“일단 가까운 내 신사로 옮겨라! 젠을 데리고 오마!”
하쿠는 카오리의 말에 호시를 응급치료하기 위해 아메와라시 신사로 달려갔다. 그리고 카오리는 의사를 불러오기 위해 본가 쪽으로 달려갔다.
“자, 너도 일어날 수 있겠니?”
릿카는 다정하게 주저앉아 있는 노조미를 일으켜 세웠다.
“너도 치료받아야지.”
노조미는 릿카의 부축을 받으며 아메와라시 신사로 끌려들어가듯이 걸어갔다.
레이코에게 치료받고 하루가 지나자 호시는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 익숙한 방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읏!”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다친 곳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아직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고통을 느끼며 붕대로 감겨져 있는 왼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아가씨, 깨셨네요.”
문이 열리고 케조로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내 옆으로 앉았다.
“자, 붕대를 갈죠.”
“아니, 스스로 할게.”
“안 돼요. 레이코씨가 신신당부하셨단 말이에요.”
“끙…! 그럼 왼팔은 하쿠가 할 테니까…….”
“네.”
케조로는 익숙하게 새로운 붕대를 내 가슴에 감기 시작했다.
“아가씨의 왼 손목에는 언제나 붕대가 감겨져 있네요.”
“오래된 흉터가 있어서,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흉터요?”
“9년 전에 생겨난 흉터지.”
“케조로, 끝났으면 나가줘.”
하쿠가 들어오지 않고 문을 열은 채로 바깥에서 말했다.
“그럼.”
붕대를 새롭게 바꾼 케조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케조로가 나간 다음에 하쿠가 방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그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화가 나 있다고 암묵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저기, 하쿠. 화난 것은 알지만, 표정을 풀지 그래?”
“화 안 났습니다.”
말을 걸자 하쿠는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런 표정으로 말해봤자 소용없는데.”
“……어쩌자고 그런 짓을 하신 겁니까. 죽고 싶었던 겁니까?”
“아니, 죽을 생각은 없었어.”
“그럼!”
“분노로 잠시 정신이 나갔어. 이번 일은 나답지 않았어. 내가 사과할게.”
“호시님.”
“노조미를 죽이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어. 근데 그때 난 확실히 그녀를 죽이고 싶었거든. 그런 짓에 힘을 사용해서는 안 되었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고마워, 하쿠. 나를 막아줘서 고마워.”
분노로 제정신을 잃다니…… 나답지 않았다.
왼팔을 감싸고 있는 붕대를 풀자, 새하얀 피부 위로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검은색 문양, 저주가 보였다. 그것은 검은 아가리를 벌리며 나를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었다.
“더, 진행되었네.”
“……힘을 사용하셨으니까요.”
이번 사건으로 확실히 깨달았다. 분노로 정신을 잃어버린 게 엄청나게 쉽다는 것을……. 그리고 한 번 더 분노에 이성을 맡기면 내 정신은 사라질 것이다.
하쿠는 새로운 흰 천을 꺼내 내 팔을, 저주가 보이지 않도록 감았다.
“하쿠.”
“?”
“그 아이……, 오니쿠모 노조미는 어디에 있어?”
이번엔 차분히 대화로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졌다.
한편, 손님방에서 누워있는 노조미를 간호하고 있는 릿카는 그녀의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놓았다. 악몽을 꾸는 것인지 노조미는 식은땀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
“―헉!”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정신이 들어? 악몽을 꾼 것 같은데…….”
“여긴?”
“누라구미 본가야.”
“아.”
“릿카.”
방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간다.”
밖에 있는 사람은 안에 있는 사람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리오 도련님.”
“실례.”
당당히 말한 그는 털썩 앉아서 노조미를 바라보았다.
“깨어있었네. 다행이다. 묻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 더 이상 기다리기가 힘들었거든.”
“나에게?”
“응. 호시의 과거를 알고 싶어.”
“본인에게 물으면 되잖아.”
“그 녀석이 알려주면 진작 물어봤지. 방금 전에 퇴짜 맞았어. 상큼하게 웃으면서 "싫어"라고 말했다고, 그 녀석!”
리오는 방금 전의 상황이 떠올랐는지 분통을 터트렸다.
“역시 아가씨.”
괜히 8대째 후계자 소리를 태어나면서 듣고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여리여리한 외모와 다르게 박력이….
“넌 아가씨에게 꽤나 관심이 많나 봐.”
“좋아하는 상대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하잖아.”
리오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전혀 부끄럽다는 표정이 아니었기에 듣고 있는 노조미가 더 부끄러워했다.
“…나도 잘 몰라.”
“그럼 네가 아는 부분이라도 얘기해 봐. 어떻게 처음 만난 건데?”
“9년 전, 아가씨와 아가씨의 모친인 사노메 7대가 기후현으로, 오니쿠모 일가로 오셨어. 그때 처음 만났지.”
“그럼 그때부터 너희 두 사람은 안 거야?”
“얼굴만.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알았던 거지. 아가씨는 내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야. 뭐 알지 못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
“아가씨는 자신의 모친을 돌보느라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거든.”
“호타루씨, 어디 아팠던 걸까요?”
“겉은 멀쩡했어.”
노조미는 인형 같은 여성을 떠올리며 과거를 회상했다.
“삼촌은 "호타루님은 사랑하는 부군의 죽음으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라고 말씀하셨어. 그래서 요양 온 거라고 했어.”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건가요?”
“릿카, 너도 알고 있어?”
“소문이 돌았어요. 사노메 일가가 기후현까지 영역을 넓히기 위해 기후현 요괴 일가를 몰살했다고…….”
릿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일한 생존자는 눈앞에 있다는 너인가.”
“그래……. 단 한 사람의 힘에 의해 요괴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어. 끔찍했지…….”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는 가족들의 모습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죽지 않으려고, 죽고 싶지 않아서 숨을 더욱 죽인 채 웅크리고 있을 뿐…….
구해 달라고 속으로 잔뜩 외쳤을 때, 간절한 부탁을 누군가 들어준 걸까? 잔혹한 칼날의 움직임을 막으려고 한 사람이 있었다.
“남의 과거사를 줄줄 늘어놓지 말라고, 오니쿠모.”
차가울 정도로 시린 목소리에 노조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문가에는 호시가 서 있었다. 그녀는 불쾌한 감정을 있는 힘껏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싫다고 말했는데, 그 사이에 쪼르르 가서 알려 달라고 하다니. 리오,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비밀이 많은 호시보다 안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너랑은 상관없는 얘기잖아.”
“난 호시에게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 관심, 필요 없어.”
호시는 옆에 있는 문 쪽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몸은 어때, 오니쿠모…노조미?”
“다친 곳은 없어요, 아가씨.”
“같이 가고 싶은 데가 있는데. 함께 가줄래?”
“어딜?”
“따라오면 알아.”
호시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섰다.
노조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을 나가자, 방문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누라구미 요괴들을 볼 수 있었다.
"…엿듣고 있었던 건가."
"뭐해. 어서 이쪽으로 와."
앞에 서 있는 호시는 엿듣고 있는 요괴들을 보이지 않는 척하며 노조미를 불렀다.
"네네."
노조미는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그녀들이 간 곳은 우키요에 마을의 강가였다.
"여기는 대체 왜 오신 거죠?"
"작별인사, 제대로 하지 못했잖아."
"? 작별인사…? 그 시켜 주시러 오신 건가요?"
"그것도 있고….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못하게 입단속을 시킬까 해서. 기후현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필요 없지 않아?"
노조미는 호시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왜 그래야하죠?"
"내가 묻기를 바라니까."
"이기적이네요."
"알아."
호시는 자신의 힘을 사용하여 흙에서 꽃 한 송이를 피워냈다.
새하얀 국화 한 송이의 줄기를 꺾어 호시는 노조미에게 주었다.
"이걸로 뭐하라고요?"
"작별 인사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면서 꽃잎을 한 장 한 장 뜯으면 돼."
"엄청 많은데요."
이 국화 한 송이로는 되지 않을 정도로…….
"괜찮아."
노조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호시를 바라보았다.
호시는 시범을 보이듯이 국화 꽃잎 한 장을 뜯었다. 꽃을 손에 쥐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한참 후에 호시는 꽃잎을 강물 위에 올려놓았다.
"!!"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꽃잎 한 장이 꽃의 모습으로 갖추며 강으로 흘러갔다. 노조미는 깜짝 놀라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저것도 사노메의 능력인가요?"
"응."
"누구에게 보내신 거에요?"
"나기."
"나기?"
"나기하야미. 엄마의 수호용으로 하쿠의 남동생이야."
"첫 사랑 상대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감이에요."
"……멋대로 생각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니까. 동경과도 같은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저기, 아가씨……."
"왜?"
"함께 있어주시는 거에요?"
"내 힘이 있어야지 황천에 닿을 수 있을 걸, 아마."
"닿을 수 있어요, 진짜?"
"마음은 어디를 가든 통한다고 하잖아."
노조미는 국화꽃을 내려다 보았다.
호시는 그녀를 더 이상 보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만 쳐다보고 있었다.
노조미는 결심하고 꽃에서 꽃잎 한 장을 떼어내서 강물에 흘려보냈다. 흘러가는 강물에는 흰 꽃들이 있었다. 그 꽃들은 소중한 마음을 품고 흘러갔다.
"이제 어떻게 할래?"
작별 인사가 끝나고 늦은 시각이 되자 호시가 침묵을 깨고 노조미에게 물었다.
"예전처럼 살던 데로 살면 되는 거죠."
"그럼 누라구미에서 지내는 것은 어때?"
"누구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의 누라구미는 따르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고요."
"어째서?"
"저도 소문으로 들었다구요. 여긴 엉망이잖아요."
확실히 지금의 누라구미는 약하고 엉망진창이다. 초대는 늙으셨고, 리쿠오는 3대째의 자리에 안 앉으려고 하니까, 누라구미 요괴가 아닌 젊은 요괴들이 이곳에서 날뛰고 있는 거다.
"아가씨는, 누라구미를 좋아하시나요?"
"지켜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잘 모르겠네."
노조미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누라구미로 돌아오자 선율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쪽으로 걸어가자 릿카가 샤미센1을 치고 있었다.
"좋은 음색이네."
"아가씨……."
"미안, 방해했네."
내 목소리에 연주하는 손길을 멈춘 릿카에게 사과했다.
"아뇨, 방해한 적이 없습니다."
릿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의 옆에 앉았다.
"한 곡 들려줘."
내가 말하자 릿카는 멈춘 연주를 다시 시작했다.
아메와라시 신사의 카오리 히메에게 배우고 있어서 그런지 그녀의 선율 소리가 더욱 깊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소리가 더욱 깊어졌군."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올려다 보았다. 쿠로타보가 있었다.
"쿠로타보, 앉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쿠로타보가 앉자 릿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일본 전통 악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