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주지의 말에 따라서, 시나코를 혼자 두고 여자들은 다른 방에서 자기로 했다.
"있잖아. 시나코를 방에 혼자 둔다는 건 이상한 것 같아. 유라도 없는데 다 같이 있는 게……."
"카나, 다들 잠들었어."
"호시는 안 자잖아."
"시나코라면 괜찮을 거야."
카나에게 말하고 가지고 있던 향주머니를 열었다.
향주머니가 개봉되자마자 방 내부에는 좋은 꽃 향기가 퍼졌다. 그리고 인간들은 깊게 잠에 빠져들엇다.
"좋은 꿈을 꾸도록."
모두가 자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너까지 자고 있는 거야."
노조미가 태평스럽게 자고 있는 게 보이자 기가 찼다.
"일어나, 노조미."
쟈미 소동이 끝을 같이 보기로 약속한 주제에….
노조미의 몸을 흔들었다.
"일어나, 노조미!!"
다른 이들의 잠을 깨우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목소리를 내며 노조미를 깨웠다.
"노조미!!"
"-응? 아가씨?"
"네가 자면 어떡해."
"아니, 좋은 향이 나서…."
"아."
어쩌면 내 탓일지도 모르겠네.
향주머니를 다시 밀봉했다.
"그건 뭔가요?"
"향주머니."
"그게 향주머니라는 것은 압니다만."
"후각을 자극해서 환각을 보이게 하는 거지. 간단히 말하면 환술이야."
"환술이 아닌 것 같은데요."
"됐고, 어서 나가자."
시나코가 걱정되니까 말이야.
"그 부적,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발걸음을 빨리 해서 시나코의 방으로 글어갔다.
노조미는 하품을 하며 호시의 뒤를 따랐다.
"가짜 쟈미 소동을 파헤쳐줄테니 따라와."
"뭐…? 무, 무슨 소리야?"
"시나코, 가자."
"호, 호시?"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해줄게."
얼빠져 있는 시나코의 정신을 차리게 해서, 그녀를 데리고 히데시마 신사로 향했다.
'시나코의 뒤를 따라오는 게 진짜 쟈미인가.'
신사의 사당 내부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안에 여러 사람들이 있는 건가?
"크하하, 미신을 이용해 또 잘 풀렸군."
"이걸로 스가누마 가문의 땅도 우리의 것이다."
"여기 주민들은 바보들이거든! 쟈미 같은 걸 믿고 말이지!"
"어떡할까요?! 러브호텔을 왕창 짓을까요?!"
"좋다, 그거! 하하하!"
"으하하하! 웃음이 멈추지 않아!"
여러 명의 남자들이 바깥에 서 있는 우리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웃었다.
"어… 쟈미는 없는 건가요?"
"하세베~ 여전히 머리가 떨어지는 구나. 굳이 말하자면 우리가 보낸 식신이 바로 쟈미다 이거야. 안 그래요, 주지님."
주지도 한 패였군.
"크크크. 옛날 교토에서 배웠던 식신으로 이렇게 큰 돈을 벌 줄은 몰랐어. 이 건만 잘 되면…."
"압니다, 선생님. 7대 3으로 배분하지요."
"왠지 그 아이 집만 애를 먹었지만, 오늘 붙인 부적이 제 목을 조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겠지. 도움도 청하지 못하고 밤새 공포를 떨게 될 것이다, 하하하!"
"주지님이야말로 진정한 악당이십니다요."
"슈에이 건설 만큼은 아니지."
그들의 웃음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는지 시나코가 사당 문을 열었다.
어두운 내부로 달빛이 들어갔다.
"어…? 혀, 형님, 이상한데요!"
건달이 외쳤다.
"뭐야, 무슨 일이냐!"
"아!"
"넌 시나코?!"
"어, 어떻게?! 어떻게 나온 거지?!"
시나코의 등장에 그들이 놀랐다.
"주지님…. 왜 그 사람들이랑 같이 있어요…?"
"오해한 모양이구나, 시나코. 안 되지, 결계 안에 들어가 있으라니까."
"다가오지 마!"
시나코가 외쳤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당신들 한통속이잖아!"
"알아버렸나. 그렇다면 아픈 맛을 봐야겠구먼. 어이, 보여줘."
주지이 말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움직였다.
"도망쳐도 소용없어!"
"거기서!"
시나코는 도망치려고 했다.
"버러지 같은 것들. 쟈미 퇴치라니 가소롭군."
"?!"
사당 내부에서 울리는 위압감을 주는 목소리.
"누구냐!"
"말을 안 듣는 인간들에게 식신을 날려 쟈미가 붙었다고 떠들고 다닌다."
"뭐, 뭐야!"
"어디지?!"
인간들은 목소리의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리고는 쟈미의 저주를 받았다, 쟈미를 퇴치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속이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쟈미 소동은 가소로운 자작극. 그야말로 악기(惡氣)로군."
"누구냐! 어디 있는 거냐!!"
"어서 기어나오지 못해?!"
그 순간 일본도가 건달의 목에 겨눠졌다.
"히이이익!"
건달은 갑자기 자신의 목에 겨누어진 칼의 서늘한 감각에 비명을 질렀다.
"이, 이 녀석, 대체 어디서!?"
"제길! 들통났다! 죽어버려!"
남자들은 리쿠오에게 덥벼들었다.
그 한 발 앞서 리쿠오가 기둥을 베어버렸다.
"으아아악! 기, 기둥을 잘랐어!"
"허걱!"
"히이익!"
떨어지는 목자재에 깔린 악당들.
"으헉… 이, 이럴 수가…."
"너… 인간이 아니지? 정체가 뭐냐…!"
"에잇! 감히 어느 안전(顔前)이라고!"
작은 요괴들이 외쳤다.
"이분이 뉘신줄 아느냐! 요괴 조직 누라구미의 정식 후계자, 리쿠오님이시다!"
"지난 시코쿠 전에서도 대장 대리를 훌륭하게 역임하시고 현재는 요괴계의 유망주로 떠오른!"
"인간 주제에 어딜 감히!"
작은 요괴들을 리쿠오가 ("알았으니까 물러서라구.") 말렸다.
"요, 요괴?"
"히익! 진짜 인간이 아냐!"
인간이 아니라는 말에 악당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렀다.
안절부절하지 못한-도망가는- 그들을 보자 주지가 외쳤다.
"이것들이! 정신 못 차려?!"
주지는 리쿠오를 번뜩 노려보았다.
"이, 이자식…! 잘도, 요, 요괴라고 했겠다~! 그렇다면!! 나의 케이카인 음양술 식신을 받아라!"
주지의 음양술을 쟈미가 베어버렸다.
"윽! 한 마리 더 있었나~?!"
"주지 양반, 이 녀석이 진짜 쟈미다."
"헉?! 자, 잠깐!!"
리쿠오가 다가서자 주지는 슬금슬금 물러섰다.
"네 요괴 사기극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이 녀석 못이니, 받아라."
리쿠오는 주지에게 기술을 사용했고, 사당은 활활 불타 올랐다.
"불은 싫어…."
불타고 있는 사당에서 멀리 떨어지면서 중얼거렸다.
"쟈미."
시나코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우리 일족을 원망하는 게 아니었어?"
"넌 자신을 죽인 처의 후손이기도 하나 주군의 후손이기도 하지. 쟈미는 그저 주군께 충성을 다한 것 뿐이야. 줄곧 너희 일족을 지켜온 거지."
호시가 말했다.
"원망하며 죽어간 것이 아니다…. 죽어가면서도 그분을 지켜드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훌륭하신 분이셨다. 그저 그분보다 먼저 죽어 그분을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한 원통함이 나를 떠돌게 했다."
"저, 오해해서 미안해요. 덕분에 살았어요. 지켜줘서 고마워요!"
시나코가 쟈미에게 웃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훌륭한 충성심이군."
리쿠오가 입을 열었다.
"어디의 누신지는 모르나 이 은혜는…."
"나는 누라구미의 차기두목 누라 리쿠오다."
"네…?"
"나는 언젠가 이매망량의 주인이 될 몸. 그러기 위해 나의 백귀야행을 모으고 있지. 나는 너 같은 요괴가 좋다!"
"이매망량의 주인…?"
"쟈미, 나와 잔을 나누지 않겠나."
리쿠오와 쟈미는 잔을 나누었다.
"시나코, 그만 자러 가야겠다."
"넌?"
"조금만 더 있다 가야지."
밤하늘을 올려다 본 호시를 힐끗거린 노조미는 쟈미와 술잔을 나눈 리쿠오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눈길을 피했다.
"오니쿠모 노조미! 너도 내 백귀야행에 서라!"
"……."
리쿠오가 말하자 노조미는 호시의 눈치를 살폈다.
"난 상관 없어."
노조미의 마음을 알아차린 호시가 말했다.
"노조미가 원하는 대로 해."
노조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리쿠오가 내민 술잔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노조미는 리쿠오의 백귀야행이, 누라구미 소속이 되었다.
"리쿠, 아니 도련, 아니 차기 두목."
빈 술잔을 내려놓은 노조미가 입을 열었다.
"전 호시 아가씨에게 큰 빚이 있습니다. 그녀가 제 목숨을 구했습니다. 겉에서 봐왔으니까 압니다. 아가씨를 행복하게 만들 사람은 차기 두목이라는 것을. 아가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노조미는 말을 끝맺히자마자 쿵 쓰러졌다.
"노조미!!"
호시는 깜짝 놀라서 그녀에게 달려갔다.
"노조미! 노조미!"
"쿨――"
"…자는 거냐."
술에 약한 오니라니. 들어 본 적이 없어!
"술에 약한 오니라니!"
타박하면서도 노조미를 보는 호시의 시선은 부드러웠다.
"꽤나 아끼네."
"그야, 노조미는 나때문에 자신의 일가와 가족을 잃었잖아."
"기후현 몰살 사건, 정말로 네가 한 잣이야?"
"내 말보다 노조미의 말을 더 믿는 거야?"
"아니."
리쿠오는 단호히 말했다.
"내가 아는 호시는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야."
그의 확신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며, 내 마음을 뒤흔들어버린 자각 없는 그의 매력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하…! 네 앞에 있는 내가 '사노메 호시'의 모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네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 어떻게 단정하는 거지?"
"감."
"감, 인 거냐."
허탈해졌다.
"호시."
"그게 무슨 상관 있겠어. 이미 지나간 일인데."
호시는 대답을 회피했다.
"그럼 넌 아니라는 거군."
"내가 한 짓이야."
"숨긴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 아니야."
"…그런 것은 나도 알아. 근데 이미 지나간 일이야. 사노메라도 시간을 되돌려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해.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어."
"난 진실을, 아니 너에 대해 알고 싶은 거야."
리쿠오의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올리자, 진지한 눈빛이 완전히 나를 담아내고 있었다.
서로의 눈동자에 서로가 담겨져 있었다. 이 세계에 그와 나만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호시, 난 네 입으로 네에 대해 듣고 싶어."
"…어째서?"
네가 왜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건데.
"그건…."
"에취!!"
자고 있던 노조미가 큰 소리로 기침을 내뱉었다.
그 기침 소리로 세계가 깨졌다.
"그만 자리에 일어나 볼게."
노조미를 계속 여기에 둘 수 없으니까.
태평스럽게 자고 있는 노조미가 부럽다고 느껴진다. 그녀의 이불을 잘 덮어졌다.
-언젠가, 언젠가 너에게 내 과거를 말할게.
-언젠가?
-지금은 말해 줄 수가 없어. 말할 수도 없고.
-약속하는 거다.
-…그래.
그것들은 오래된 상처다. 아문 것처럼 보여도 잘못 건드리면 다시 피를 보게 되는…… 묵은 상처.
붕대가 감겨져 있는 손목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훑었다.
"부드러웠지…."
그는 굉장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비유하자면) 파리지옥이었다.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파리를 지옥으로, 죽음으로 이끄는 꽃 같았다.
다음날, 시나코는 우리를 웃는 얼굴로 배웅했다.
"결국 어젯밤에도 못 만났네."
"하지만 시나코도 웃으며 배웅해줬고."
"왠지 밝아 보였지?"
"선물로 게도 이렇게 받았고!"
"으악!"
시마가 들고 있는 상자들에서 게 다리가 나와 꿈틀거리고 있었다.
"징그러!"
"시마! 다리가! 다리가 나와 있어!"
살아 있는 거냐고!!
"뭐 우리 요괴 헌터가 떴으니 쟈미가 물러난 거겠지."
"키요츠구, 넌 결국 현관에서 잤잖아."
"그게 갑자기 졸리더라구."
"후후."
진실을 알고 있는 노조미는 웃음을 터트렸다.
"좋았어! 돌아가자마자 우리 집에서 게 전골파티다! 그리고 다음 요괴 헌터 계획에 대해 논의해보자구!"
"뭐, 벌써!"
"당연하지! 요괴 헌터는 논스톱으로 가야 제 맛이지!"
키요츠구가 외쳤다.
'제발 위험한 곳에 머리를 내밀지 않으면 좋겠네.'
**
누라 리쿠오가 총대장 대리가 되어 시코쿠 요괴 세력을 물리쳤다는 사실이 요괴 세계에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약해졌던 누라구미 위광은 회복해갔고, 일시적으로 누라구미를 떠났던 자들도 점차 돌아오기에 이르렀다.
반대로 다른 세력은 리쿠오의 기세에 위험을 느끼고 있었다.
"다녀왔어."
"드디어 내일부터 여름방학이네."
본가의 저택 문을 지나자 마당에서 하오리를 들고 시끌시끌 떠드는 요괴들의 모습이 보였다.
"좋아! 다들 받았지?"
"자, 도련님도요!"
츠라라가 요괴들이 갖고 있는 하오리를 리쿠오에게 내밀었다.
"다 같이 하나, 둘, 셋!"
카라스텐구의 호령에 하오리를 어깨를 걸친 리쿠오와 리쿠오의 백귀야행들.
"휘~♬"
리오가 단체 하오리를 보자 휘파람을 불었다.
"뭐야, 이건?! 단체 망토?"
누라구미 대문 '畏'가 새겨진 단체 하오리….
"민망해!"
리쿠오가 수치스러워하며 크게 외쳤다.
"무슨 말씀입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구요!"
"아주 그냥 끝내주는데요!"
"잘 어울리지, 아오?"
"오!"
노조미는 아오타보에게 자랑했다.
"푸허어어어억!"
"까악! 젠!!"
"으아악! 젠님이 기쁨의 토혈을!!"
망토를 보자마자 젠은 피를 뿜어냈다.
"결속력을 강화시키려는 건가."
"헤! 우리 규기파는 저런 것이 없어도…."
"규키님! 그 망토들은 뭡니까!!"
"왜 저희를 보시는 건데요!!"
규키는 수양 벚나무의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고즈마루, 메즈마루, 우메하루, 요루이치를 무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카라스텐구가 만든 망토 5장이 있었다.
"쯧쯧."
"뭐 적어도 누라구미에도 젊은 세력이 생긴 것 같군요."
"흥."
누라리횬과 다루마가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