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하던 소리가 들려오고 문이 열렸다.
"8대째, 연회 준비가 끝났습니다만……."
"오, 그래. 호시, 가자."
"…난 됐어."
"왜 그래?"
"안 갈래."
"어서 같이 가자. 빨리! 응?"
호시히코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내가 끼어들면 분위기가 어색해질 거야."
"괜찮아. 네 귀환 파티인데 주인공이 없으면 안 되잖아."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전부 오빠 탓이야."
"그래, 그래."
호시히코는 호시를 데리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즐거운 연회의 분윈기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뭐, 예상은 했지만.'
작은 소리조차 사라진 그곳에 발을 들인 호시는 씁쓸히 웃었다.
"자, 여기 앉아."
호시히코가 자신의 근처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호시가 자리에 앉자 조용한 연회가 시작되었다.
"조용하군."
술을 한 모금 마시고 호시히코가 말했다. 그러자 비파나 거문고가 요괴로 변한 츠쿠모가미가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역시 연회에 음악이 빠질 수 없지."
흥겨운 음악이 들리자 서서히 요괴들을 각자 자신들의 앞에 놓인 음식과 술을 가져다댔다.
"이쪽이 그 여동생인가요, 호시히코님?"
매력적인 흑발을 길게 늘어뜨린 미인이 호시히코 옆에서 앉아, 그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었다.
"그래. 내 소중한 여동생이지. 인사해, 아이."
"아이?"
"이름을 부르지 말아주세요. 엔마아이라고 합니다, 아가씨."
그 여성은 경계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보았다.
"난 여동생이지, 네 연적이 아니야. 히노엔마."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해서 남자의 정기와 피를 빨아먹는 요괴, 히노엔마-엔마아이에게 말했다.
엔마아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성질머리는 여전하네."
비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근처에 금발의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이자키. 하고로모. 히나타. 히로미."
사노메 분가의 살아남은 4명의 아이들은 날 안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인사를 건네자 바로 아이들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그 반응에 안 좋은 쪽으로 자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몇 살이지?"
"10살."
호시히코가 대답했다.
"벌써……! 10살이구나."
감개무량해진다. 그 작은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나 자랐구나. 사촌동생들이 태어나던 날을 기억하고 있다. 너무나도 작은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지켜줘야겠다고 다짐했기에 토노 일가로 가서 경외(빙)을 배운 거다.
호시는 사촌동생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새로운 얼굴들도 보이네."
그녀는 모여 있는 요괴들을 흥미롭게 살폈다.
"소개시켜줄까?"
"저 애들은 누구야?"
갈색 머리칼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봉황."
"봉황(鳳凰)?"
"남자애가 '호죠'고 여자애가 '오오토리'야."
호시히코는 이름을 말해주었다.
"비슷한 연배가 있으니까 잘 지내더라구. 6명이서."
호시히코는 자러가는 하이자키들을 보았다.
"비슷한 연배가 있다는 것은 좋은 거지."
나 때에는 그런 연배가 전혀 없었다. 애초에 후계자란 이유로 노는 것을 억제당하고 학문에만 힘을 쓰게 했으니……. 자유롭지 못한 어린시절을 보낸 것은 당연했지만. 호시는 술이 담긴 술잔을 입에 가져다댔다.
연회의 밤은 깊어져갔지만 취하지가 않았다. 집에 돌아왔지만, 이곳은 자신의 집이 아니었다.
'왜 누라구미가 떠올라지는 걸까?'
호시는 쓴 웃음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시, 벌써 가게?"
"내가 없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이 정도 자리를 지켰으면 됐잖아."
"나는―"
"취한 거 같기도 해서 그만 일어날게."
"…방을 안내해줘, 아이."
"제가요?"
엔마아이는 깜짝 놀랐다.
"저택을 그대로 복원했다면 집구조는 나도 알아. 그냥 말만 해."
엔마아이는 싫은 눈동자였다. 그래서 말로 알려달라고 했다.
사노메 저택의 구조라면 그녀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증축하면서 집을 넓게 지으려고 해서 과거의 사노메 저택과는 구조가 좀 틀려."
"그랬어? 몰랐네."
"그럼 제가 안내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온나."
얼굴이 없는 요괴 무온나가 다가와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살아, 있었네."
"몸은 이제 괜찮아, 무온나? 쉬고 있으라니까."
호시히코가 그녀를 걱정했다.
"많이 쉬었습니다."
"그럼, 부탁해."
호시는 무온나의 등을 보다가 어깨를 살짝 늘어뜨리고 따라갔다.
"어머나!"
엔마아이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아가씨, 무온나 앞에서 기를 못 피시네요. 한 성깔 하시는데요."
"그야 어머니 같은 존재니까, 무온나는."
"분명 산파였죠? 유모 같은 존재죠?"
"응.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서 무온나가 우리를 키웠지. 그래서 무온나는 수양모 같은 존재야."
엔마아이는 호시히코의 술잔이 빈 것을 보자 술을 따라주며 그의 말에 경청했다.
"일가가 붕괴했을 때, 무온나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어. 그래서 아팠지. 근데 호시가 돌아왔다는 소리에 방 밖으로 나온 것을 봐."
"무온나는 호시히코님보다 아가씨 쪽을 더 아낀다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저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무온나는 엄마를 대신해서 호시를 거의 업다시피 키웠다. 어렸을 때부터,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후계자로서 선택된 호시는 부자유스러운 생활을 해야 했다. 정식 후계자로 선정될 때까지 엄마와 만나지 못하지 못하고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 못햇으니까.
'그래서 무온나는 그녀에게 또 다른 엄마일지도…….'
무온나와 호시는 함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어디 아팠던 거야, 무온나?"
침묵이 싫다는 듯 호시가 입을 열었다.
"몸살 기운이 있었습니다."
"아직 덜 낫았으면 들어가야 하지 않아?"
"아뇨. 그러고는 싶지 않습니다. 조금 더 아가씨랑 함께 있고 싶으니까요.'
"난 쉬고 싶은데."
무온나가 한 방문 앞에서 멈췄다.
"이 방을 쓰시면 됩니다."
"고마워."
"내일…, 만나러 와도 되겠습니까?"
"……응. 와도 될 거야."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눈,코,입이 없어서 표정이 없는데도 무온나가 지금 기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한편, 교토에 도착한 츠키들.
"류지 오빠, 어딨노?! 멍청한 오빠 땜시 오다가 험한 꼴을 봤다!"
"아, 이래서 유라랑 여행하기 싫었는데. 아직도 몸에서 탄산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안 나요."
잔뜩 뿔이 나 있는 유라의 뒤로 츠키와 요우타가 따라가고 있었다.
"유라, 일단 히데모토님에게 인사를 하러 가야지."
요우타가 유라에게 말했다.
유라는 당주의 방 앞에 섰고, "들어가겠습니다. 유라, 지금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류지와 유라의 할아버지 27대 히데모토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즉 유라의 의붓오빠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이, 이건……. 오빠들, 다들 모이셨군요."
"유라."
문 가까이 서 있던 류지가 유라에게 말했다.
"잘 들어라. 넌 지금부터 이 케이초의 봉인의 대리로 입각한다. 부활한 하고로모기츠네의 전생을 찾아내고, 케이카인 가문의 총력을 기울여 한시라도 빨리 놈을 섬멸해라!"
복도에 서 있는 요우타는 방 밖으로 흘러나온 류지의 말에 깜짝 놀랐다.
"유라가… 결계를 맡는 건가요?"
"당연하지. 유라는 당주후보인 재능있는 자잖아."
물론 미숙하긴 하지만.
츠키는 씻기 위해-유라가 류지의 장난에 속아넘어가, 열차 내에서 콜라를 뒤집어 써야 했다.- 방으로 향하려고 했다.
"아차, 요우타."
방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춘 츠키가 요우타를 불렀다.
"네, 사형."
"오늘은 푹 쉬도록 해. 내일부터 힘들어 질 거니까."
"…네."
츠키는 침울해진 요우타에게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다.
'네가 하기로 한 이상 어리광은 피울 수 없어, 요우타.'
호시의 계획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
-알겟어? 요괴는 원래 인간을 놀라게 하기 위해 존재하기 시작했잖아. 두렵게 하고, 위압하고, 존경하게 하는 것. 그것들을 총치앟여 요괴의 힘을 '경외'라고 해. 경외의 발동이란 쉽게 말해 겁먹게 하거나 기죽게 하는 요괴로서의 존재감을 한층 높이는 일이지. 대기의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일까나.
-괴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변 공기가 서늘해진다…는 것처럼?
-역시 사노메 후계자! 이해력이 빨라! 대기의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나서야 요괴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인간용. 세월이 흘러 요괴은 늘고 어느새 영역 다툼을 하게 됐지. 그래서 필요한 것이 요괴용 전투법. 우리 토노에선 그 2단계를 '빙'이라고 불러. 경외를 잘라버린다 혹은 경외를 깬다고 할 수 있지. 경외를 깨려면 기합이나 기백으로만 존재하는 자신의 경외를 구현화하여 기술로 승화시켜야 해.
-승화…. 한 단계 위의…… 빙!
-뭐 말로만 떠들면 입이 아플 뿐이지. 여기선 실전만 있을 뿐이야!
물색 눈동자와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귀가 있는 자리에는 잉어 지느러미가 있는 미즈치1는 씨익 웃었다.
-역시 키요도 토노 일가의 요괴구나….
-토노요괴 닌자들에게는 전투를 좋아하는 피가 흐르고 있어. 나도 마찬가지야.
"호시……."
포니테일의 여자애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기모노를 입고 허리 오비 대신 두 마리의 뱀이 그녀의 몸을 타고 올라가 허리를 감싸더니오비 역활을 했다.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의 실전장(단면이 씨름장 몇 배의 넓이이다.) 위에서 젊은 요괴들이 모여 있었다.
"늦어, 키요."
실전장으로 착지한 키요를 발견한 카마이타치2 이타쿠가 핀잔을 주었다.
"못 보던 얼굴이 있네. 누구야?"
키요는 이타쿠 옆에 있는 남자애를 발견하고 물었다.
"이타쿠가 지도하기로 한 그 아이야."
"아!"
키요는 리쿠오를 위아래로 흝어보았다.
"마침 자기소개 하던 중이었어."
유키온나 레이라가 말했다.
"난 키요."
"난 누마갓파3인 아메조. 나 대신 목욕탕 청소해준다며? 키히히."
"장작 패기, 그게 제일 일이지. 나는 아미노자쿠4 아와시마라고 해. 이 녀석은 아미노자쿠 무게츠."
검객 차림새를 하고 있는 아와시마가 옆에 단아하게 서 있는 무게츠를 대신 소개시켜 주었다.
"목욕탕 끓이는 게 더 힘들어. 나는 유키온나 레이라. 이쪽은 자시키와라시 유카리. 당신, 누라구미지?"
"청소랑 빨래가 기본이야. 심지어 누라리횬의 손자라며?! 난 훗타치5 원숭이 도히코."
그걸로 자기소개는 끝났다.
"이 자식, 경외의 개념도 모르고 있어."
"진짜?!"
"누라구미 차기 두목이?"
"요괴가 어쩜 그럴 수 있지?!"
이타쿠가 말하자 다들 놀라워한다.
"도련님이시잖아."
"경외 발동 정도는 해."
토노 요괴의 말에 울컥한 리쿠오가 말했다.
"그래? 네가? 어디 해봐."
누라 리쿠오의 경외를 보기로 한 이타쿠들.
그가 경외를 발동하자 모두 눈앞에서 사라졌다.
"뭐야, 사라졌다?"
"이게 누라리횬의 경외?!"
"말도 안 돼! 여기 있는 모두한테 경외를 발동시킨 건가?!"
방심했다고 하나 모두에게 경외를 발동한 그의 능력에 싸우고 싶어 저도 모르게 전투 태세를 갖춘 키요들에게 이타쿠가 외쳤다.
"안 돼! 지금 싸우는 사람은 나, 이타쿠. 놈의 경외를 잘라버리는 것은 나다!"
이타쿠는 등에 있는 통에서 낫 2개를 꺼내서 양손에 쥐었다. 그의 경외가 낫에 집중되었고, 이타쿠는 낫을 던져 참풍을 만들었다.
"요괴인법, 네라 마키리. 내 비기다."
참풍은 실전장 주위의 나무(고목)을 베었다.
"히힛, 너무했어. 이타쿠."
"또 실전장을 부술 생각이냐."
"정말! 머리에 피가 올라가면 주변을 못 보게 된다니까."
"콜록, 콜록, 보였다!"
유카리가 외쳤다.
경외를 잘라버렸기에 그의 모습이 보인 거다. 이타쿠의 네라 마키리의 참풍에 베인 리쿠오는 주저 앉았다.
"경외로 경외를 부순다. 이것이 요괴 역사의 필연이 낳은 대요괴용전투술. 이것을 이 마을에서 빙이라 부른다."
"영감탱이가, 한 게, 그거였나……. 요괴의, 다음 단계……. 부탁해. 그걸 내게 가르쳐줘!"
"죽어도 좋다는 각오도 없이 심심풀이로 익힐 수 있는 게 아니야."
"약해 빠진 채로 살아있는 게 죽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죽을 각오로 익힌 다음 교토로 간다."
"교토……."
"훗."
이타쿠가 작게 웃었다.
"여긴 싸움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모인 곳. 실전만 있을 뿐이지."
"좋아! 다음은 이 아와시마의 경외를 보여주지. 네 마음가짐에 반했어. 자, 시작하자."
"다음은 나야!"
"연속이냐?!"
"자, 간다!"
"아니 아직 마음이 준비가… 아아악!"
"바보들…."
키요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훗."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자 키요는 근처의 고목의 나뭇가지로 뛰어 올랐다.
남빛이 감도는 흑색 단발머리의 소녀와 녹음을 품은 고동색 머리의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그곳에 있었다.
"아오이! 한조!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야오비구니 카와스미 아오이는 키요의 질문에 깜짝 놀랐다.
"숨어 있었는데 어떻게 찾으신 거에요?"
"미약한 소리도 나는 법이지."
"저 형, 재미있네."
가부키레와라시6는 킬킬 웃으며 말했다.
"누라 리쿠오가 재미있어?"
"응! 재미있어!"
"네가 초반부터 재미있어 하는 것(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처음이네, 한조."
키요는 아와시마와 아메조의 경외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누라 리쿠오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너무 좋아하지 마. 저건 손님이니까."
키요가 한조의 머리에 툭 손을 얹으며 말했다.
"손님…. 그럼 저 형도 언젠가 여길 떠날 거라는 거네. 호시 누나처럼."
"호시 아가씨는―"
"그 녀석 얘기가 왜 여기서 나와. 기분 나빠진다구."
키요가 사납게 말하자 한조는 딸꾹질 한 번 하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키요씨는 호시 아가씨의 얘기만 나오면 심기가 불편해진다….'
아오이의 시선을 모른 척 하며 키요는 실전장을 뒤로 하고 떠났다.
훈련이 끝나고 리쿠오는 모두와 함께 노천탕으로 들어갔다.
"막 생긴 상처가 쓰린 거 아냐? 히히!"
"리쿠오, 하루 걸려도 못 했네."
"소질이 없는 것이겠지."
무게츠가 말했다.
"그렇게 간단히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시끄러워."
"그래? 난 다섯 살부터 했으니까~. 모두 요괴니까 하는 게 당연하지?"
"그래."
"야, 리쿠오."
아메조가 리쿠오를 불렀다.
"왜 그렇게 교토에 집착하는 거야? 교토라면 요즘 묘한 소문이 이 토노까지 돌고 있어. 뭔가 성가신 녀석이 부활했다나? 위험한 거 아냐?"
"응. 위험하겠지, 유라한테는."
"유~라?"
리쿠오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도히코와 아메조가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거 여자냐!"
"그 녀석을 구하러 가는 거지! 미인이지?"
"아니. 그럭저럭인가."
"헤, 그럭저럭인가."
"아니. 초미인이야, 이 느낌은."
"…녀석은 이대로 내버리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이유는 말고도 더 있지만. 뭐 요괴의 인의라는 거야."
"오! 요괴 야쿠자 같네."
"그렇다는 건 교토는 네 적이란 거네."
이타쿠가 말했다.
"나도 놈들을 좋아하지 않아. 우리 땅은 극한이고 결코 부유하지 않아. 그래서 이 땅의 요괴들은 강해져야 했어. 자신들의 힘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토노 일가는 동북 무투파의 총본산으로 인재를 전국으로 보내왔어. 하지만 누구와도 술잔은 교환하지 않아. 그것이 우리 요괴 닌자라고 불리는 토노요괴의 긍지지. 그런데 놈들은 우리를 깔보고 이용하려고 해."
"그래, 놈들은 교활해."
"그래, 그래. 거만한 눈으로 당연한 듯이 부대를 요구해."
"놈들을 위해서 일할까보냐!"
"그래그래."
"다음에 오면 날려버리자구!"
"노인들이 뭐라고 하든 관계엾어!"
노천탕에 있는 요괴들이 한 마음이 되어 쿄요괴가 싫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나도 놈들이 싫어. 나를 그냥 여자로 생각하거든!"
"아와시마!"
무게츠가 나타난 아와시마(여성의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에? 아미노자쿠 아와시마? 그 녀석은 남자…!"
"아미노자쿠 아와시마는 낮에는 남자, 밤에는 여자가 되는 요괴야! 무게츠는 그 반대구!"
"에에?!"
리쿠오는 성별전환 요괴에 깜짝 놀랐다.
그 시각, 교토 제6봉인 류엔지를 지키는 케이카인 음양사를 살해하고 봉인을 푼 하고로모기츠네와 쿄요괴.
"마루타케 에비스 니 오시 오마케♪ 아네 산 롯카쿠 타코 니시키♪ 시아야 붓 타카 마츠 만 고죠♪ 셋타 챠라챠라 우오노타나♪"
새까만 흑색 음양사 복장을 한 흑발의 소년이 민요를 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