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카인 본가에서는 생존자들이 13대 히데모토를 신기한 눈동자로 쳐다보았다.
"정말로 13대인가?"
"유라가 불렀다니…."
"유라는 정말 재능이 있었네."
"대, 대단한 건가, 역시?"
"전설의 음양사라고."
"400년 전 하고로모기츠네를 봉인한 본인이야. 틀림없이 무슨 책략이…!"
"아, 먼저 최초로 말해두자면 최후의 봉인 니조성은 함락됩니다."
"!!"
13대의 말에 모두의 사기가 떨어졌다.
"그 암여우는 정말 강해. 그 야망으로 모인 부하도 엄청 주역급뿐이야."
"그럴 수가…."
"애초에 천 년을 사는 대요괴들에게 인간이 이길 도리가 있을리 없잖아, 하하."
"으읏…."
"그 성은 줘버리면 돼. 하지만―"
13대가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놈들은 거기서 수세를 바꾼다. 400년 전에도 그랬지. 하고로모기츠네는 니조성에서 출산을 하려고 하지!"
"추, 출산!?"
"뭘 낳는다는 거지?"
"확실하지 않지만 대체로 예상은 돼. 인간에게도 요괴에게도 최악의 존재지."
"최악의?"
"하고로모기츠네에게서 태어나는 것. 그게 놈들의 숙원이야. 즉 입성하고 몇 주간 하고로모기츠네가 그것을 낳을 때가지 동안, 만에 하나 이긴다고 한다면 거기야. 숙원에 의해 쿄요괴는 하나로 모여 숙원을 이루기 전에 하고로모기츠네를 쓰러트리면 놈들은 목적을 잃고 흩어져. 말하자면 하고로모기츠네는 최대의 적이지만 놈들에게는 최대의 약점이기도 하지."
"그래서 거기서 공세로 나간다!"
"그, 그런가. 거길 잘 찌르면 어쩌면…!"
"쓰러트리는 데 필요한 것은 둘. 하나는 파군. 즉 유라지."
13대는 유라 등을 밀어 그녀를 모두 앞에 서게 햇다.
"모두 걔를 소중히 해야 해."
"유라가… 우리의 희망?"
"돌아와서 날달걀 덮밥만 먹는 얘가?"
"내가 뭘 먹든 뭔 상관이고!"
"내일부터 오골계를 먹는 게 어떻겠냐?"
"오골계, 그런 걸…!"
"인기 있네, 유라~!"
요우타는 유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요괴를 베는 요도. 그 이름은…."
"네네키리마루."
류지가 말했다.
"뭐야. 제대로 조사한 녀석도 있잖아."
"지금 그 칼은 누라리횬의 손자가 가지고 있어."
"그의 손자라고?"
"누라구미에는 내가 가지."
"그럴 필요 없어요!"
문이 드르륵 밀려지고 츠라라가 서 있었다.
"리쿠오님께서는 반드시 오세요!"
"뭐야?"
"누구야, 쟤?"
"이, 이건 아이다! 아이다, 류지 오빠!"
유라가 츠라라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쓰러트린다.
"뭐하는 거야."
"하하하, 글쎄요."
요우타가 얼버무리자 츠키는 의심스러운 눈동자를 했다.
"유라, 그 애는?"
"아, 아무것도 아이다!"
유라는 13대를 데리고 그 소녀와 방을 나간다. 츠키는 눈동자를 가늘게 떠서 조용히 뒤쫓았다.
'유라가 간 곳이야 뻔하지.'
유라가 두 사람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는 예상은 맞았는지 내부에서 도란도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아까 얘기 말입니다. 리쿠오님께서 오시면 되는 거죠? 괜찮아요. 틀림없이 수업이 끝나면 리쿠오님은 달려오세요."
"아니, 필요한 것은 칼이고…."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네네키리마루는 물론 필요하고, 400년 전 하고로모기츠네를 실제로 쓰러트린 것은 누라리횬이니까. 너 세츠라의 딸? 손녀?"
"에? 저는 츠라라인데요. 어째서 그 이름을?"
"그런데 츠라라. 너희 대장은 수업 중이라고 했는데… 강해? 하고로모기츠네는 전생할 때마다 강해져. 그래도 넌 그가 올 거라고 믿을 수 있어?"
"리쿠오님께서 전에 말씀하셨어요. '사람에게 해끼치는 녀석은 내가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리쿠오님께서는 좀 특이한 경우이시니까 적도 많지만 신념을 굽히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힘으로 헤쳐왔어요. 그래서 전 언제나 믿어요."
"과연…. 그런 녀석이라면 왔을 때 전해야겠네, 봉인에 대해."
안에 들려온 대화 소리에 츠키는 눈을 한번 감았다가 떴다.
"인간을 지키는 요괴라니…. 그 녀석도 별종이군."
호시처럼 말이야….
"츠키!!"
메이가 츠키를 발견하고 복도를 달려왔다.
"왜 그래?"
"카모가와에 커다란 배요괴가 있대!"
"무슨 소리야, 그게…. 설마!"
츠키는 유라의 방문을 노크했다.
"와 그러노?"
츠키는 유라에게 메이가 가져온 소식을 젼했다.
"거대한 배요괴가 카모가와에?"
"응. 거리에서 소문이 돌고 있나봐. 그리고 후시메이나리에서 도망쳐온 사람을 구한 것이 아무래도 백귀야행 같아."
"리, 리쿠오님이야! 봐! 내가 말한대로! 역시 오셨어!"
츠키는 복도를 달렸다.
"사형, 어디 가십니까?"
"후시메이나리신사! 호시가 왔어!"
"저도 가겠습니다! 호시씨에게 물을 것이 있습니다!"
"두 사람 어디 가는 거야!"
"메이! 본가를 부탁해!"
츠키는 메이에게 외치고, 요우타와 함께 본가를 달려갔다.
**
후시메이나리 신사에 둥지를 튼 요괴-나주나나멘 센쥬무카데-를 아와시마가 처리했다.
"외곽 지맥의 빗장이 된 요괴보다는 강한가보네. 좋은 부하를 두었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자 류지와 마미루 그리고 한 남자가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와있었다.
"하지만 들뜨는 건 아직 일러. 자네가 누라리횬의 손자지?"
"야, 리쿠오, 저거 누구야?"
"음양사다."
"뭐라구!? 음양사!?"
"오랜만이네, 요괴 애송이."
"보면 볼수록 쏙 닮았네. 할아버지는 아직도 건강하신가?"
"무슨 볼일이냐."
마미루가 수리검을 던졌다. 지맥 요괴가 수리검에 맞고 쓰러진다.
"외곽 지맥에 둥지를 튼 요괴여, 다시 교토에서 요괴를 배제하는 봉인의 초식이 되어라! 멸!"
류지가 케이초 봉인을 다시 하자 원념의 기둥 하나가 사라져갔다.
어두운 구름낀 하늘에서 햇빛이 들어온다.
"하늘이 밝아져가는군."
"이게 봉인이라는 건가."
"그래. 여덟 전부를 봉인할 때까지는 교토는 평화로워지지 않아. 만나서 반가워, 누라리횬의 손자."
남자는 리쿠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아시야 가문 직계 교토 수호 음양사, 케이카인 13대 당주 히데모토야. 잘 부탁해."
"히데모토?"
그때 하늘에서 "히데모토!!"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늘에 떠있는 우차식신 창문으로 몸을 내민 유라가 보였다.
"뭐야, 갑자기 뛰어내리고! 이 우차 식신 우쩌라고!"
"유라도 내려오면 되잖아. 사라지라고 말하고."
"너 있지, 식신 주제에 너무 자유로운 것이 아니냐!"
"유라?"
"윽, 누라군!"
유라의 말에 옆에 있던 츠라라가 반응해,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리쿠오님! 오랜만이옵니다!"
"츠라라!"
"니 성가시다!"
유라는 츠라라의 얼굴에 부적을 붙였다.
"너무해! 무슨 짓을! 모처럼의 재회인데! 사람도 아냐! 사람도 아냐!"
"요괴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 사라져라! 멸한다!"
츠라라와 말다툼을 하던 유라는 '사라져라!'라고 말해버린다. 우차 식신이 사라지게 되고 하늘에서 두 사람은 낙하한다.
류지와 리쿠오가 놀라 움직였다.
"리쿠오님!"
"괜찮아?"
"예. 토노를 나오셨네요."
"응."
"몸 걱정해어요. 틀림없이 믿고 있었어요."
쿠비나시가 헛기침을 했다.
"아! 키요쥬지단은 괜찮아요. 쭉 아오타보와 리오 도려님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여기 서신이요."
"편지?"
"쭉 써놓고 있었어요. 도착했을 때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츠라라는 리쿠오에게 많은 양의 편지를 넘겨주었다.
"저기저기, 어이, 리쿠오. 혹시 그게 구하고 싶어한,"
"초절세미인인 친구란 거야?"
"소개해줘."
"아니, 저쪽이다."
토노 요괴는 리쿠오가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 류지에게 안겨져 있는 유라를 본다.
"정말로 왔네, 누라군."
류지가 유라를 내던졌다.
"무거워!"
"던질 것까지 없은 거 아이가! 망할 바보 오빠야!"
"너 요즘 말투가 더러워."
"재미있는 애들이야, 하하."
리쿠오가 히데모토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 히데모토라고 했지. 영감하고 아는 사이지? 우리의 악연에 대해서 알면 알려줘. 나는 그 악연을 끊으러 왔다."
"악연을 끊는다고 했지. 자네가 누라짱의 의지를 잇는다면 부디 부탁을 하고 싶어. 케이카인 음양사와 함께 다시 봉인을 하나하나 펼쳐줬으면 해. 원래 내가 해야하지만 공교롭게 난 죽은 존재라서. 오늘이라도 하고로모기츠네는 지맥의 종말점인 니조성에 들어가―"
"출산을 하는 거지?"
"그걸 누라군이 우째 알았노?"
"호시가 가르쳐줬다."
"호시…."
그 이름에 히데모토가 미약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 수백년이나 전생을 거듭한 하고로모기츠네의 진정한 목적은 그거야. 어둠의 상징인 자신의 아이를 낳는 것. 그전까지 열린 빗장을 다시 닫아 요기의 흐름을 막는 거야. 그 다음 파군과 네네키리마루로 하고로모기츠네를 친다. 부탁해."
"부탁하지 않아도 그 때문에 나는 왔다."
"호시, 너 완전 약골이 된 거 아냐?!"
"실례적인 말은 그만해둬, 츠키."
츠키와 요우타와 함께 호시가 도착했다.
"늦었네, 호시!"
키요가 이쪽으로 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체력부족이야, 너?"
"키요!"
호시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거 아니야."
"사노메?"
호시의 눈동자가 13대 히데모토를 발견했다.
"13대 히데모토예요."
요우타가 옆에서 말해줬다.
"너는 호즈미의……."
"조카 손녀, 사노메 호시라고 합니다."
"호오즈키의 손녀라는 것이구나."
호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시~ 13대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 있다고 했잖아."
츠키가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물어봐도 되려나…?"
"물어봐. 이런 기회는 또 안 온다구?"
"하긴 그것도 그런가."
지금이 아니면 물어볼 기회는 없겠지.
"나에게 궁금한 것이라도 있니?"
"지극히 개인적인 일인데…."
"?"
"13대 히데모토님께서는 저희 고모 할머님과 친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분은 어떤 분이였습니까?"
"호즈미, 말인가."
-아가씨는 호즈미님을 닮은 것 같아요.
-? 하쿠는 호나미님을 더 닮았다고 하던걸. 고모할머니를 닮았다고 한 것은 나기가 처음이야. 고모할머니는 어떤 분이야?
-글세요. 저보다는 케이카인 13대 히데모토가 더 가까운 사이였으니까요.
-그 사람, 이미 죽었잖아. 고모 할머니를 닮았다는 것 거짓말이지?
-아뇨. 진짜 닮으셨어요.
나기는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난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 13대 히데모토가 알고 있는 호즈미란 여성은 어떤 분일까? 나기는 어떤 면에서 그녀와 내가 닮았다고 한 걸까?
"호즈미는… 왈가닥이였지."
13대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을 깨는 말이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성격은 불 같고 호전적이였지. 언제나 곰방대와 술병을 가지고 다니는 애연가이자 애주가였고. 호시짱과 닮은 것 같아."
"어디가!?"
츠키가 전혀 매치가 안 된다듯 말했다.
"눈동자가…. 호즈미도 그런 눈동자를 언제나 하고 있었단다. 내가 보기엔 자신의 죽음을 하나의 유희거리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만."
"전혀 아닌 거 같은데."
츠키는 단번에 부정했다.
"호시는 호전적이지 않으며―!!"
츠키가 부적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호시 쪽으로 날아온 불덩어리을 막았다.
"호시(아가씨)!!"
"요우타!!"
그들이 있는 자리에 매캐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아, 실수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인 소년이 여우를 옆에 데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걸어나왔다.
"쿄요괴!!"
"잠깐! 난 싸우러 온 게 아니라구!"
전투 태세를 갖춘 모습에 소년이 재빨리 말했다.
"갑자기 공격한 주제에 싸우러 온 게 아니라구!?"
연기가 걷히자 부적으로 막았는지 다친 곳이 없어보이는 츠키, 요우타, 호시가 보였다.
"슈조."
호시는 그 소년를 알았는지 불렀다.
"안녕하세요, 사노메 아가씨. 마중 나왔습니다."
"마중?"
그런 것은 없었잖아.
"이쪽으로 츠지구모가 오고 있거든요."
"!!"
"아가씨가 다치면 곤란하거든요. 아가씨는 소중한―"
쿵 하고 지면이 흔들렸다.
"왔다!"
츠치구모는 오자마자 요괴들을 공격했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 요괴들.
"뭐야, 이놈!"
"위험해! 다가온다!"
"너무 갑작스럽잖아!"
"쿄요괴다! 실력에 자신이 없는 녀석은 물러나!"
"내 이름은 츠치구모. 강한 녀석과 싸우러 왔다. 이 정도 있으면 누구 근성 있는 녀석 있지 않을까? 너냐? 너냐? 아니면 네놈인가? 여자도 괜찮아. 싸울 수 있는 녀석은 전원 내 적이다."
"이 자식!"
"얕보지 마!"
"바보! 네놈들은 찌그러있어. 내가 한다!"
리쿠오가 츠치구모에게 덤볐다.
"네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리쿠오!!"
얼굴은 도개비, 몸은 호랑이, 팔과 다리는 거미로 된 요괴-츠치구모는 조우해서 안 되는 요괴다. 츠치구모는 예로부터 천재지변에 비유되었다. 놈이 공복이면 신도 부처도 요괴도 모두 잡아먹힐테니 그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지금 츠치구모는 400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츠치구모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백귀야행도, 토리이 숲 같은 토리이도….
"400년 동안 백귀야행 파괴. 강자는 찾지 못했지만 재미있었다."
눈동자를 굴러 주위를 살폈다. 츠키와 요우타는 어디 있지?
서 있는 존재는 호시와 슈조 그리고 13대 히데모토 뿐이었다.
"네놈은…. 400년 전에 날 봉인한 비겁한 놈이 아니냐."
츠치구모가 13대 히데모토를 보며 낮게 말했다.
"네놈, 또 날 봉인하러 온 거냐."
그때 리쿠오들이 일어섰다.
"…안 돼."
"다시 일어서다니 배짱 한 번 좋다! 더욱 더 즐겁게 해줘!"
백귀야행 요괴는 츠치구모랑 싸울 의지가 가득했다. 츠치구모가 리쿠오를 공격한다.
"리쿠오님!?"
"걱정하지 마, 유키온나. 저거야말로 리쿠오님께서 토노 땅에서 익히신 누라리횬의 오의, 인식을 어긋나게 하는 경화수월."
"가소로워."
"!!"
"먼저 네놈이다."
츠치구모에게 리쿠오의 빙은 통하지 않는다.
"위험해."
호시가 앞으로 나서자 슈조가 그녀의 손목을 턱 잡았다.
"도와주시게요?"
"구해줘야 해……."
"소멸되고 싶으세요? 호중천까지 사용했으면서."
"저건 희망이니까."
"희망?"
"리쿠오는 아직 이길 수 없어. 그의 빙은 미완성이니까. 그러니까 시간을 벌어줘야 해."
호시가 자신의 경외를 발동하자 화혼접이 나타났다. 화혼접의 날개 빛에 식물덩쿨이 그 일대를 울창한 풀숲으로 만들 기세로 빠르게 성장한다.
"당신 그러다가 진짜 죽는다구!"
"도망쳐!!"
호시가 외치고 모두의 시야를 빼앗는 환한 빛이 번쩍였다.
츠치구모가 시야를 되찾을 때에는 자신의 앞에 있던 요괴들이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