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갑자기 깨지는 거라고 누군가 말했다. 짧았던 단발머리가 허리까지 오는 장발로 변할 수 있는 시간-3년, 꽤나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 깨져버렸다.


"이게, 대체…."


뿌리 본부가 정체모를 존재에게 습격당했다. 


"사상자가 나오다니…."


믿을 수 없다. 암부는 호카게 및 나뭇잎 마을을 뒤에서 수호하는 정예부대. 기밀 사항을 많이 다루고 암살, 감시, 첩보 등 가혹한 임무를 받아서 실력을 보장된 이들만이 될 수 있는 직급이다. 강한 실력자를 한 순간에 죽인 사람은 대체 누구야?


"메이코님!"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암부 부상자들은 메이코가 무사한 것에 안도했다. 하지만 메이코는 그들을 보지 않고 시체가 되어버린 주검에 시선을 주었다. 


"메이코님이 무사하시면 됐습니다."

"…내가 살아있으면 되는 거니?"

"물론이죠. 당신은 살아남아줘야 합니다. 우리들이 전멸한다고 해도. 당신은 우리들의 희망이니까요."


한 암부의 말에 다른 암부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본 메이코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료, 부탁해."


메이코가 10구의 시신 쪽으로 걸어가면서 중얼거리자, 그의 그림자에서 료가 나왔다. 


"사사히메."


자리에 선 료가 소환수 이름을 부르자 그의 그림자에서 황금색 연어가 튀어나왔다. 그 연어-사사히메는 부상자의 상처를 흡수했다. 


"메이코님! 안 돼요!! 메이코님이 보기엔 역겨운 모습이라서!"


한 암부가 나서서 메이코가 시신을 덮어놓은 천을 들어올리고 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


말리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 메이코는 천을 들어올렸다. 목 위가 없다. 너무나도 깨끗히 단절되어서 목근육이, 목뼈가 선명히 보였다. 두상만 있으면 야마나카 일족의 심전신술로 기억을 읽을 수 있었는데, 꼭 그걸 방지하듯이 머리가 없다.


"전원 목이 잘린 건가."


누군가 말하자 부하들이 아닌 인기척이 느껴졌다.


"들어오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요."


감지로 누가 들어왔는지 알아차리고 그쪽을 보지 않는 채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꼴사나운 모습이구나."


탕탕 지팡이를 땅에 짚으며 걸어오는 발소리가 가까이 오고 있었다. 시에미는 부하들의 시신에서 눈을 떼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돌려 걸어오는 단조를 보았다.


"고작 이런 일로 차크라가 흩어지다니."

"여기가 어디라고 너가 들어와?!"


료가 버럭 외치자 메이코의 부하들이 그 남자를 단번에 경계했다. 


"못 들어올 곳은 아닌 것 같구만."

"당신이 뿌리 수장 자리에서 넘긴 순간부터 넌 여기 출입금지야!"

"진정하세요, 료님."


성난 목소리를 내는 료의 옆에 있는 남성 암부가 그의 팔을 잡았다. 


"무슨 일이시죠? 뿌리 쪽에 일어난 일들은 전부 제 권한입니다, 단조. 이곳 권한이 빼앗긴 당신이 여기에 발을 들일 이유는 없을 텐데."

"상사의 잘못된 사상으로 아까운 인재들을 잃었군."

"!! 헛소리 지껄이지 마!! 메이코님의 사상은 잘못되지 않았어!"

"감정이 없어야 하는 암부가 저렇게 감정이 나타나니."


단조가 혀를 끌끌 찼다.


"그야 당신과 전 가치관이 다르니까요. 사람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강해지는 겁니다. 물리적인 강함 뿐 아니라 정신적 강함도 말이죠. 저에겐 감정이 없는 사람 같지도 않는 당신의 인형 따위 필요없거든요."


단조와 메이코는 서로를 노려봤다. 서로의 살기 한 치의 물러나지도 않고 부딪쳐 주위 사람들에게 찌릿찌릿한 감각을 느끼게 했다. 두 사람의 차크라로 바닥이 쩌적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만들 못하겠느냐!!"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는 두 사람의 대치를 멈추게 한 노성이 지하에 울려퍼졌다. 호카게?! 호카게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단조 역시 그의 등장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동자가 가늘게 떠졌다. 


"히루젠…."

"이곳에 무슨 볼일이십니까, 3대."


차크라와 살기를 갈무리한 메이코가 물었다. 


"뿌리 본부에 침입자가 있다고 결계부가 알리더구나."

"…누굽니까."

"메이코여, 이 사건 내가 맡아도 되겠느냐."

"침입자가 누군지부터 말해."


3대가 쓰고 있는 삿갓을 눌렀다. 


"…오로치마루다."

"오로치, 마루."


단조의 짓인가?! 오로치마루와 단조가 긴밀한 협력 관계였다. 그가 부하들을 죽인 건가? 그리고 야마나카 심란신술을 쓸 수 없게 머리를 가져가버린 건가. 아니, 의심은 하되 확정을 짓어서 안 된다. 확정을 해서는…!! 미약한 혈향이 메이코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의 주먹 쥔 손에서 작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좋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우치하 이타치와 우치하 시스이를 저에게 빌려주시죠."

"어째서냐."

"개인적인 용무에 그 둘이 필요합니다."

"…알았다."

"그럼 오로치마루는 호카게님께 맡기겠습니다."


메이코가 부하들에게 본부의 결계를 강화하라는 명을 내리자 단조는 왔던 것처럼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메이코가 푸른 불덩어리를 손바닥 위에 피워냈다.


"여우불."


푸른 여우불은 10구의 시신에 불을 붙여 태웠다.


"칸나. 보관소에 침입해서 훔쳐간 금술 두루마리가 있는지 살펴보고 와."


명받은 너구리 가면을 쓴 칸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안쪽으로 달려갔다.


"저희도 도우겠습니다."

"고마워."


칸나의 뒤를 따라 몇 명의 암부가 더 움직였다. 


"그리고 너희는 죽은 이들 좀 확인해."

"시신도 없는데요."

"그런 방법은 죽은 자를 모독하는 거니까, 다른 방법으로 해."

"알겠습니다."

"렌카 쪽에 토비오를 보내서 아이들을 보호하도록 하라고 해. 오로치마루가 실험을 목적으로 어린애들을 데려갈까 걱정이네."

"네."


료에게만은 메이코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하실 말이 더 남으셨나요?"


주위에 부하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메이코는 가지 않는 호카게를 보았다. 


"너랑 얘기하고 싶구나."

"무슨 할 이야기가 있다고…."

"또 마을 밖으로 나설 셈이냐."

"뿌리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수뇌부의 권력이 필요했을 뿐, 이 마을에 제가 없어도 된다고 판단합니다만."

"너가 마을 밖에서 떠도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멋대로 뿌리 본부로 불법침입까지 했으면서 남의 사생활 침해도 하십니까, 지금."


시신을 빠른 속도로 태운 커다란 여우불이 그녀의 몸 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태운 시신은 재조차 남지 않았다. 


"우즈마키 시에미의 일이다."

"……암부를 물리세요. 2명 정도 빼고."


메이코의 말에 호카게가 손짓을 하자 수많은 암부들이 사라졌다. 은발의 암부와 갈색머리 암부를 제외하고.


"시에미가 목둔술사라고 하더군."

"들켰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시에미를 나에게 맡겨볼 생각이 없느냐."

"내 대답은 3년 전과 똑같아. 싫-어."

"목둔술사인 그녀를 같은 목둔술사가 키우는 편이 낫지 않는가."

"나 역시 목둔술사기 때문에 그녀는 충분히 내가 커버할 수 있어."

"너가 목둔술사라고?"

"인체실험으로 그 혈계한계를 얻은 시에미랑 그 녀석이랑 달리 난 갖고 태어났어. 게다가 시에미는 나랑 같은 차크라 속성을 지녔지. 그러니까 그 애가 당신 밑으로 갈 일은 절대 없어."

"설마, 너 아오이씨의 손녀인가."


어째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거지? 


"누구야, 아오이는."

"센쥬 아오이다. 아오이씨는 초대 호카게의 조카이자 2대님의 맏딸로, 유일하게 갖고 태어난 목둔술사였지."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되었는데."

"아오이씨는 마을에서 모습을 감췄다."

"센쥬 일족에서 탈주닌자가 나온 거야?"

"아오이씨는 닌자가 아니다. 그녀에게 아이가 생겼고 그래서 마을 밖으로 나간 거면, 그래서 우즈마키 일족과 결혼해서 너를 낳게 한 거라면…!"

"꽤 멋진 추측이지만 틀렸어. 난 고아니까 혈통도, 부모도 없어."


역시 아오이의 죽음은 마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구나. 하긴 반요는 죽을 때 시신조차 남지 않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하지만 혹시나!"

"관심없어. 난 누구의 손녀, 누군가의 딸보다 뿌리의 2대 수장인 츠쿠하네 메이코, 혹은 가희 이미츠키 그 명함이면 족해. 돌아가!"


메이코는 뿌리 안쪽으로 걸어갔고, 료가 카카시에게 두루마리를 던졌다.


"뭐지?"

"우치하 시스이랑 우치하 이타치에게 전해줘. 메이코의 의뢰다."


아까 전에 두 닌자를 빌리겠다고 했잖아. 


"메이코는 뭘 하려는 거지?"

"물건 찾기다."

"물건?"

"그래. 토츠카 검과 야타의 거울을 찾아오는 거다."

"토츠카의 검? 야타의 거울? 그게 뭐지?"

"야타의 거울은 영기(靈氣) 중 하나로 모든 공격을 받아치는 방패다. 그리고 토츠카의 검, 또는 사케가리의 검이라 불리는 봉인의 검. 찌른 대상을 취몽(醉夢)의 환술계로 날려보내 영원히 봉인하다고 하지. 검 그 자체가 봉인술을 지닌 쿠사나기의 검 중 한 자루야."

"그걸 왜?"

"오로치마루가 원하니까 이쪽이 먼저 찾아야해. 메이코는 쭉 그걸 찾고 다녔거든. 있는 장소는 찾았지만 결계가 성가시거든. 해체해서 가지고 와."


장소는 두루마리에 적혀져 있으니까 말이야. 자신의 할말을 끝낸 료역시 뿌리 내부 안쪽으로 들어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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