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졸업시험, 이타쿠는 합격했다. 그는 서클렛을 이마에 착용하고 아카데미 건물을 뜀박질하며 벗어났다.
"타마즈사!"
"이타쿠군."
"너도 합격했구나."
그의 이마에 있는 닌자 서클렛을 보자 이타쿠는 웃었다.
"네."
"닌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닌자가 되면 저를 지키다 죽은 부모님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좋은 마음가짐이야!"
"냥냥~!"
타마즈사의 품 안에 있는 닌묘-쿠로오가 이타쿠를 보자 발길질을 하며 자신을 봐달라듯이 울었다.
"쿠로오! 넌 사다하루랑 달리 애교가 많구나! 좋아, 좋아!"
이타쿠가 검은 털을 쓰다듬자 쿠로오는 언제 울었냐듯이 고롱고롱 그의 손에 자신의 얼굴을 부볐다.
"참 이상한 일이에요."
"뭐가?"
"원래 쿠로오는 경계심이 많거든요. 근데 이타쿠군에게 그 경계를 풀잖아요."
"경계심이 짙다는 건 좋은 거야. 이 녀석은 좋은 닌묘가 될 거야. 그리고 너도 강한 닌묘를 부리는 닌자가 될 거고."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의지가 강하면 어떤 것도 이를 수 있다고 하잖아. 강해져, 타마즈사."
타마즈사가 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왜 웃는 거야?"
"아니, 이타쿠군의 말은 왠지 모르게 부모님 같네요."
"연하에게 그런 말 하고 싶어?"
"연하요?"
왜 놀라는 건데.
"타마즈사 12살이지? 나 10살이야."
"!!"
휘둥그레진 눈동자를 한 타마즈사. 정말로 몰랐던 거냐? 비슷한 또래라고 해서 동갑인 줄 알았던 것인가.
"2살이나 어리잖아!"
"나이를 알자마자 바로 말 놓는 거야? 어이없네."
"어이없는 쪽은 이쪽이야!"
"비슷한 또래라고 했지, 동갑이라고 한 적 없는데."
"그, 그랬지…요."
"왜 원래대로 돌아와? 반말해도 돼. 그 편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거든!"
"이타쿠!!"
나뭇잎 마을 서클렛을 착용한 카린이 이타쿠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가볼게."
"네."
"씁! 말 놓으라니까."
"으응. 잘 가."
"또 보자! 다음에는 시에미를 소개시켜줄게!"
타마즈사와 인사하고 이타쿠는 카린쪽으로 걸어갔다.
"축하해, 카린!"
하지메가 카린의 머리를 쓰담듬었다. 손길이 좀 강해서 카린의 붉은 머리칼이 엉망으로 변해졌다.
"그만!"
"카린이 하닌이라니! 저녁상은 잔치상이겠구나! 진짜 자랑스러워!"
하지메가 카린을 안아들어올렸다.
"…팔불출 파파의 모습이다."
딸아이를 안아들어 높이높이 하는 그거였다.
"그만하라고!! 쨔샤!"
이타쿠가 구해주지 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자 수치심에 휩싸여 있던 카린이 폭발했다. 그녀의 발차기에 턱을 과격당한 하지메는 카린을 내려줘야만 했다.
"아야야…. 시에미 아가씨는 카린에게 뭘 가르치고 있는 거지…."
시에미랑 카린은 감지타입이란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에, 시에미가 카린에게 수행을 가끔 봐줬다.
"하지메."
"도련님?"
"그 놈의 도련님 소리 좀 그만하라니까."
"하하."
"능청스럽게 넘어가는 것 좀 봐…. 뭐 됐어. 그것보다 결계부 부장란 놈이 여기 있어도 돼?"
이타쿠의 질문에 하지메의 눈동자가 옆으로 움직였다. 찔린 것이 있어 시선을 회피한 거다.
"카린의 졸업인걸요! 그리고 히로시와 히구시도 있어요. 그 남매들은 아주 유능하거든요."
"지금쯤 네 욕을 하고 있을 거야, 분명."
"아가씨는?"
"안 왔어."
"어째서요?"
이타쿠는 씨익 웃었다.
"츠쿠요 마을로 갔어."
"츠쿠하네 상단에 가신 건가요? 왜요?"
"졸업 선물로 옷을 선물해주겠다고 했어!!"
렌카를 만나러 고아원에 가는 길에 츠쿠요 마을이 있으니, 겸사겸사 졸업 선물을 준비하러 가는 것이지만. 어쨌든 그녀가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는 사실만으로 헤실헤실 웃음이 나왔다.
"입가 풀어졌어요, 도련님."
"아아, 어쩜 사랑스러울까~!"
"네네. 자랑은 거기까지만 해주세요."
시에미에 대한 이타쿠의 자랑은 정말 끝이 없다.
"대체 누가 누굴 보고 팔불출이라고 하는지."
하지메는 한숨을 내쉬었다. 곧 나루토가 나올 때가 되었다. 사스케들보다 아카데미에 일찍 들어간 나루토는 졸업 시험을 볼 수는 있었다. 문제는 합격할 정도로 나루토가 실력이 있다는 건 아니란 거다.
"진짜 나루토군은 차크라 컨트롤이 안 되었어요. 합격할 수 있을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방대한 미수 차크라를 컨트롤하는 건 아직 어린아이에게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나루토는 머리보다 몸을 쓰는 스타일이라서 더욱더 컨트롤을 어려워하고 있었다.
"아, 나왔다."
"나루토(군)!"
이타쿠가 아카데미를 나오는 나루토를 발견하자 카린과 하지메가 크게 외쳤다.
"헤헤- 떨어져버렸다니깐."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웃는 나루토에 하지메가 그를 안아올렸다.
"우왓! 하지메 삼촌?!"
"괜찮습니다. 다음에 기회는 있으니까요."
"괜찮, 은 거야?"
"한두 번 떨어질 수 있는 거야. 고작 그걸로 좌절하는 건 아니지? 넌 호카게가 될 거잖아."
카린의 새침한 위로에 나루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갈까요? 바바가 맛있는 밥을 만들어 놨을 테니, 먹고 전부 털어버리세요, 나루토군. 그리고 카린에게는 축하하는 말 잊지 마시고요."
"아! 카린 누나, 축하하다니깐."
"늦어, 바보 나루토."
그제서야 카린도 안심하고 웃었다.
"얌마!"
훈훈하게 맺어질 분위기를 방해하는 커다란 고함 소리.
"벌써 온 건가…."
"히로시 삼촌?"
히로시는 분노 찬 새빨간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를 발견하자 하지메는 안아든 나루토를 바닥에 내려놨다.
"두 사람 다 저녁에 집에서 봐요."
"삼촌?"
"아!!!"
하지메는 재빨리 히로시가 있는 방향과 정반대로 달렸다.
"거기 서, 당주 자식아!!!!"
그걸 본 히로시가 크게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며 뒤쫓았다.
"또 시작했다니깐. 저 추격전…."
"하지메씨는 왜 저렇게 일하기 싫어하는 것인지."
"조카 바보라서 그래."
"히로시씨, 추격스킬이 오르셨어."
"반면 하지메가 도망치는 스킬이 늘었어. 잘 됐구나."
"잘 된 건가?"
"돌아가자. 귀찮아."
이타쿠가 말하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은 일은 사양이라는 이타쿠의 생각에 동의한 거다. 셋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사람들의 시선에 민간한 세 사람은 골목을 통해 우즈마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떤 패거리들이 나타나 길을 막았다.
"야! 괴물 녀석, 너 떨어진 거냐?!"
"덜 떨어진 놈이네."
"맞아맞아."
"너가 합격하다니…. 그러니까……."
분명 전에 입 잘못 놀렸다가 자신에게 맞은 녀석 패거리인데. 이타쿠는 리더격 녀석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다.
"히바치다! 히바치!!"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타쿠에 그가 버럭 외쳤다.
"우수한 내가 합격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정말이지, 나뭇잎 마을은 닌자를 뽑을거면 인성도 함께 봐주면 좋을 텐데."
"그러는 너야말로 정신병이 있으면서 닌자가 되어서 되는 거냐?! 하긴 괴물 가족인 그 창녀가…!"
"입 닥쳐."
시에미의 험담을 들은 이타쿠가 히바치 패거리를 노려보며 살기를 풀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그 주둥아리를 나불거린다는 거지?"
"으, 아…."
"계속 지껄여봐. 입을 찢어버리게 어디 더 말해봐."
이타쿠는 그 패거리 쪽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느긋한 걸음거리로 움직였다.
"계속 지껄여보라고!!!!"
"이타쿠!!!"
히바치의 목으로 다가가는 이타쿠의 손을 턱 잡아챈 레이.
"레이…."
"살기 집어넣어."
"……."
"어서!!"
레이의 호통에 이타쿠는 살기를 없앴다.
"너희들, 어서 꺼져!"
레이가 히바치 패거리들에게 외쳤다.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에 레이가 "쯧" 혀를 차고, 이타쿠을 데리고 그 자리를 떴다. 한적한 곳으로 오자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
"대체 마을 내에서 살기를 뿌리다니! 무슨 생각이야?!"
"소중한 사람의 험담을 그대로 넘길 성격이 아니라서."
"아무리 그래도!"
"진정해, 레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츠라라가 흥분한 레이를 진정시켰다.
"화를 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할 뿐이야. 진정한 다음 천천히 대화를 해야지. 그리고 이타쿠, 너도 닌자가 되었으면 인내하는 법을 알아야지. 멋대로 행동해서 안 돼."
츠라라가 말하자 이타쿠가 "하-" 어이없다는 실소를 터트렸다.
"언제까지."
"?"
"언제까지 참아야하는 건데? 참으면 시에미에 대한 소문이 사라져? 잦아드는 거야? 그녀에게 향해지는 악의가 멈추는 거야?"
"그건…."
"다 알면서 어떻게 그딴 식으로 말해? 참으라고?! 참아왔어!! 태어나는 순간부터 쭉 참아왔다고!! 그런데 여기서 더 참으라는 거야?!!! 참으면 참을수록 시에미는 속으로 썩어가고 있어! 아파하고 있어!! 아프다는 말 조차 할 수 없는 그녀! 나에게 정말 소중한 그녀가! 무너져가는 걸 지켜보라는 거야?! 소중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받는 걸 보고도 참으라고 말하는 거냐고!"
소중한 그녀, 내 모든 것을 다 바쳐서라도 지켜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사람…. 울지 마, 네가 아파하면 내 마음 역시 찢어질 것처럼 아프니까. 상처입는 걸 보면 내가 더 괴로웠다. 아무렇지 않는 척을 하면 너를 그렇게 만든 이들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그래서 안 된다며 상냥하게 말리는 너의 뜻을 이해하면서도 반항하고 싶었다.
"-고마워."
이타쿠는 자신의 등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그 온기의 주인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뭐가, 고마운데…."
"날 위해서 화내주고 있는 거잖아. 상냥한 너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서."
"그, 렇지, 그렇지 않아."
내가 상냥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너가 상냥하기 때문이야. 난 너의 애정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미안해."
"왜 사과해?"
울컥울컥 울음이 올라왔다.
"널 상처입혀서 미안해. 널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래도 몇 번이나 너에게 말해야 한 이기적인 날 용서해줘."
"…넌 잘못한 것이 없어. 전부 내가 화를 못 참고, 저지른 일인걸."
"아무리 화가 나도, 미워해도, 그들을 너무 미워하지마."
"!!"
"그들을 미워함으로써 너 자신을 힘들고 아픈 쪽으로 몰아붙일 필요는 없어."
눈물이 울컥 터져 나왔다. 시에미는 주저앉은 이타쿠를 따라 앉았다. 그리고 그의 등짝에 자신의 얼굴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의 엉킨 속이 어느정도 풀릴 때까지,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시에미는 그의 등을 한 손으로 약하게 토닥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괴물로 만들어버린 죄인인 내가, 너를 계속 사랑해도 되는 걸까?'
'메이코! 넌 박애주의라도 해도 성녀(聖女)가 아니야!!'
'이기적이어도 될까?'
'내가 원해!'
'…료, 나에겐 너는 1순위지만 언제나 우선순위는 아니야. 그래도 너가 날 포기하지 말아주면 좋겠어. 나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기적인 날 계속 사랑해줄 거야?'
'당연한 걸 말하지 마. 계속계속 사랑할 거야. 그러기 위해 전생을 기억하는 괴물이 되었으니까.'
'너가 괴물이라면 나도 괴물일 거야.'
'하하, 우린 같구나.'
앞으로도 널 사랑할 거야.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