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를 재빨리 빠져나가던 타마즈사는 운동장에 있는 두 사람을 보자 발을 멈췄다. 이타쿠가 유키무라의 발차기 공격을 손에 쥔 목검으로 막아냈다.
"공격이 얕아! 묵직하게!"
"네!"
이타쿠가 유키무라의 체술을 봐주고 있었다.
"체력 단련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지?"
"네."
"그래. 너희 두 사람도 금년엔 졸업해야 하니까."
"기대돼요. 메이코님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단 중닌부터 되고 말해라."
중닌이 되어야지 정식으로 메이코 부하가 되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은 메이코가 단조처럼 금언 주인술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자신 부하들에게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술을 몸에 새겨놨다. 물론 부하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중닌이 되면 암부가 될 수 있는 거죠?"
"그렇지."
"그럼 이타쿠씨처럼 메이코님의 도움이 되는 거죠?"
"정확히는 나뭇잎 마을을 위해서 일하는 거지. 그게 메이코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근데 괜찮아?"
"뭐가요?"
"넌 원래 밭의 나라 닌자 일족 후마 일족 사람이잖아. 그런 너가 나뭇잎 마을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괜찮냐고 묻는 거야."
"후마 일족은 더 이상 밭의 나라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요. 오히려 메이코님에게 기대를 하면 모를까. 그리고 저희 일족은 더 이상 닌자 일족이 아니라 농업인들이에요."
"아, 그랬지. 생계를 위해 비전 인술을 포기했지. 미안."
"이타쿠씨에게 사과의 말을 듣다니 진귀하네요."
유키무라가 웃어서 음울해진 분위기를 흐렸다.
"나도 사과할 줄 알아."
"네네."
"너 말이야…."
"네?"
"아니, 됐어. 대련 아직 안 끝났어."
덤벼- 이타쿠는 목도를 들어올리자 유키무라가 다시 그에게 덤벼들었다. 타마즈사는 열정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계속 응시했다.
하루, 이틀, 5일째. 타마즈사는 이른 하교를 미르고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봤다.
"여기서 뭐해?"
"!!"
타마즈사는 자신의 어깨에 툭 얹혀진 손에 흠칫 떨었다.
"하고모로 타마즈사… 맞지?"
"에… 응, 넌?"
"난 카미즈루 츠카사. 같은 반인데 모르려나."
"…놔주세요."
"5일 동안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을 붙잡으라고 이타쿠씨가 부탁하셨거든. 미안하지만 계속 잡고 있도록 할게."
츠카사는 타마즈사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갈 겁니다!"
"그건 안 돼. 이타쿠씨를 만나고 가."
"하아?! 웃기지마세요!"
"별로 웃긴 짓은 하지 않았는데. 5일동안 계속 보고 있으면 적어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 아니야? 근데 왜 도망치려고 해?"
"아니, 난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습니다."
"그래? 그치만 이타쿠씨가 잡고 있어달라고 했어. 그 명령에 불복종은 하지 않아."
츠카사는 잡고 있는 손을 풀지 않았다. 잠깐을 버둥거리던 타마즈사는 금방 포기했다.
"닌자가 될 후보생이 그렇게 쉽게 포기해도 돼?"
"난, 닌자 따위 되고 싶지 않는걸…."
"닌자 따위라……."
"우왓! 이타쿠씨!"
이타쿠가 옆에 서 있는 것을 알아차린 두 사람은 놀라서 작게 비명을 질렀다.
"여. 카린인 줄 알았는데 타마즈사였구나."
아카데미 끝나고 수행하던 자신을 지켜보던 카린의 행동을 떠올리며 이타쿠가 말했다. 그 애 가끔 사생팬 같다니까….
"아는 사람입니까?"
땀을 뻘뻘 흘리며 가까이 다가온 유키무라가 물었다.
"우치하 일족이 애용하는 무기점에 얹혀사는 소년 A."
"누가 얹혀사는 존재입니까!!"
"그럼 아니야?"
"…아니, 그건 맞지만요."
"오늘 대련은 이쯤 하자, 유키무라."
유키무라와 츠카사는 함께 늦은 하교했다. 이타쿠는 타마즈사의 목덜미를 잡고 두 사람과 정반대 방향으로, 중심가 쪽으로 걸었다.
"놔, 놔주세요!"
"누가 보면 내가 널 납치하는 줄 알겠다."
"맞잖아요!"
"그런가."
이타쿠는 잡고 있던 목덜미를 놓았다. 그가 손을 놓자 타마즈사는 균형을 잃고 길바닥에 대(大)자로 누워졌다.
"둔하네. 응? 왜 그래?"
타마즈사가 이타쿠를 노려보다가 그의 물음에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려깔았다.
"가자. 듣고 싶은 말은 먹으면서 들어줄테니까."
"하고 싶은 말 없습니다."
"그래? 그래도 따라와. 비실거린 하고로모 일족의 생존자에게 뭐 좀 먹여야 할 것 같으니까."
이타쿠는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뒤에 타마즈사가 올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건지 아니면 도망쳐도 상관없는 것인지 이타쿠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일어선 타마즈사는 그의 뒷모습을 잠깐 응시한 후 뒤쫓아 걸었다.
"이타쿠군, 어서 와!"
"항상 먹던 것으로 포장?"
천 남매는 익숙하게 이타쿠를 반겼다.
"음~ 아니. 오늘은 여기서 먹고 갈래. 시에미가 집에 없으니까."
"알았어."
주문을 마친 이타쿠가 베이커리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치히로와 치구사가 카운터 안쪽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앞에 앉는 이에게 눈을 돌렸다.
"자주 오시나보죠?"
"일주일에 4번은 꼭 들리지."
"많아!"
"그런가? 단 것을 좋아하거든."
"이타쿠!!"
난관에 뛰어넘은 긴 흑발을 지닌 소녀가 이타쿠의 멱살을 잡았다.
"아야~! 귀청 떨어지겠다, 카오리! 떨어져."
"으르르릉."
"진정해. 사다하루."
이타쿠가 카오리를 밀치자 길바닥에 있던 어린 개가 이빨을 드러냈다. 하나가 그 개의 털을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사다하루는 어째 점점 더 날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카오리가 구해준 그 암컷 강아지는 사다하루라는 이름을 받고, 이누즈카 일족에서 정식으로 닌견으로 키워지게 되었다.
"너가 나빠서 그래."
"아니 저 개는 나만 싫어하는 것 같은데."
"주문하신 케이크 나왔습… 안녕, 하나."
치구사는 트레이를 내려놓다가 하나를 발견하고 싱긋 웃었다.
"아, 안녕."
하나는 치구사에게 인사를 하고 사다하루를 안아든 채 재빨리 인파 속으로 걸어갔다.
"하나?!"
"하나 언니!!"
카오리가 난관을 뛰어넘어서 하나를 잡으려고 했지만, 하나의 발걸음이 어찌나 빨리 사라졌는지 잡으려던 손이 헛스윙했다. 멍하니 서 있던 치구사는 치히로의 헬프에 카운터로 돌아갔다.
"안 어울리게 부끄러움이 많네, 저 남매는."
"뭐가?"
"사랑은 쟁취하는 거라고 했어."
실제로 키바 녀석, 카오리에게 말을 하려다가 멈춘 모습을 몇 번이나 아카데미 건물 내부에서 본 적이 있었다.
"뭐라는 것인지 모르겠네. 것보다 시에미 어디 있는지 몰라? 모미지들도 모른다고 해서 말이지."
"글쎄."
"글쎄-가 아니잖아! 넌 시에미의 약혼자잖아?!!"
"시에미는 하닌이야. 스스로의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강해."
이타쿠는 포크를 들어서 치즈 케이크를 조각냈다.
"먹어도 돼, 타마즈사."
이타쿠가 조각 케이크를 그의 앞에 밀어내며 말했다.
"그리고 보니 누구야?"
"상급반의 하고로모 타마즈사야."
"상급반? 선배?!"
"선배라고 부르지 않아도 됩니다."
타마즈사는 선배라는 칭호가 껄그러운지 재빨리 카오리에게 말했다.
"진짜 이타쿠는 상급생들 많이 아네. 특히 카린씨! 나루토의 누나라고 했던가?"
"같은 일족일 뿐이야. 누나는 무슨."
"금년에 졸업한다고 카린씨가 그러던데."
"응, 할 거야."
"이타쿠라면 합격하겠지."
"맞아. 합격해서 닌자가 어서 되어야지."
이타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렇게나 좋아요? 닌자가 되는 것이…."
타마즈사가 질문을 던졌다.
"닌자가 되지 않으려면 아카데미는 왜 다니는 건데.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다는 자체가 닌자가 되겠다는 것 아니야?"
"그건…."
"어이, 카오리!! 누나의 행방에 대해 알았냐니깐?"
나루토가 부르는 소리에, 카오리는 나루토들이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아니. 이타쿠도 모른대!"
자신들쪽으로 걸어오는 카오리를 보자 키바가 쓰고 있던 후드 털을 만지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저런 꼴은 나루토 앞에 둔 히나타 같네.
"이타쿠는, 닌자가 왜 되려는 거에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타마즈사의 말에 이타쿠는 그쪽으로 주는 시선을 돌렸다.
"왜? 그러네. 아마 닌자가 될 이유는 다들 제각각이겟지만 난 역시 그거네. 그녀를 지키고 싶어서."
"지키다…?"
"나 약혼녀가 있어."
타마즈사는 '그래서?'란 시선으로 이타쿠를 보았다.
"놀라지 않네? 다들 그렇게 말하면 엄청 기겁해서 놀라던데."
"아까 충분히 놀라서요…."
아, 카오리가 말한 그때인가.
"계급은 하닌이지만 그녀는 엄청 강해. 나에게 보호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럼 지켜줄 필요 없지 않나요?"
"그건 힘의 강약이 아니야. 사랑하기 때문에 지켜주고 싶고, 보호받는 거야."
"사랑하기 때문에……."
이타쿠는 고개를 숙인 타마즈사를 보면서 식어버린 핫초코를 마셨다.
"너도 어서 자신만의 닌도를 찾으면 좋겠다."
이타쿠의 말에 타마즈사는 침묵했다. 아니,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어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