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쿠가 사륜안을 개안했다는 소식을 들은 일족 장로들이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이타쿠는 자신은 일족에서 퇴출당했으니까 더 이상 자신 일에 신경 끄라고 당당히 선언하면서 그들을 내쫓았다. 하지만 그들은 끈질겼다.

우치하 일족 장로들의 방문은 세 달이 지나서야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았다. 


"이타쿠군."

"응?"

"일족 문제는 잘 해결되었나요?"

"후가쿠씨가 나서줘서 간신히 해결되었어. 뒤늦게 눈동자를 뽑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서 무서웠다니까."

"호카게님에게 올린 보고가 흘러 들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하야테가 의도해서 한 일이 아니잖아. 괜찮아. 대충 누가 우치하 일족에 그 소문을 흘렀는지 알고 있으니까."

"에?"

"나한테는 무가치한 얘기지만."


임무가 끝나고 하야테는 세 제자들을 봐주고 있었다. 셋 다 가르치는대로 따라오고 있어서 하야테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사실 바로 속성인술을 가르쳐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은 빠를 것 같아 무속성 인술을 비롯해서 서로 팀워크를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셋 다 적극적으로 팀워크를 고려하고 맞추려고 하는 것이 보여 고작 3달인데 어지간한 하닌들보다 성장이 빨랐다.


"이렇게나 좋은 팀인데요…."


마을에서 떠돌고 있는 소문에 하야테는 인상을 찌푸렸다. 깍아내리는 것이 익숙해진 이들은 단조를 닮아 자기주장 강해 성격이 안 좋을 거라는 타에, 괴물 가족이라서 괴물이라며 수근대는 시에미, 정신병이 있어서 언제 난동을 부릴지 모를 거라며 정신병자 취급하는 이타쿠. 이렇게 하야테 9반이 최악의 하닌 팀이라며 자기들끼리 비웃었다. 자신들의 부하는 그런 티를 낸 적도 없었고 성실하게 임무에 임했는데 대체 왜 그런 소문이 마을 전체로 퍼진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이, 하야테. 너희 반 괜챦냐? 너희 반 제대로 중닌 시험 볼 수 있겠어? 그 성격이면 너도 참 힘들겠다.'

'그러게. 아직 나이도 어린데 그 녀석들을 감당이나 할 수 있겠어?'

'하야테도 강한 녀석이니 알아서 잘 하겠지만 혹시 무시당하는건 아니지? 이타쿠와 타에라는 녀석이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며?'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자 걱정하는 척 비웃는 선임 상닌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하야테의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하야테 선생님? 얼굴 무서워요."

"괜찮으세요?"


걱정어린 셋 쌍의 눈동자에 하야테는 기침을 했다. 소문과 다르게 상냥하고 다정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가끔 이타쿠군은 장난이 심하긴 하지만).


"콜록, 모두들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퀭한 그의 인상에서 왠지 비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선생님의 보기 드문 모습에 타에는 바짝 긴장했다.


"사실 이번에 콜록 중닌 선발 시험이 있습니다. 콜록콜록."

"벌써 그런 시기인가?"

"한 번 보시겠습니까?"

"에?!"

"제가 보기엔 여러분은 하닌 치곤 충분히 강합니다. 그전에도 루키들 중에선 우리 팀이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이기도 했고, 중닌으로 승격될 수 있다고 콜록콜록 판단됩니다."

"그러니까 실력 테스트를 하라는 거네? 나쁘지 않는데."

"타에, 네 생각은 어때?"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추천을 했지만 본인이 나가고 싶지 않으면 거부해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셋 사람은 하야테가 내미는 종이, 신청서를 받아들었다.


"근데 왜 주는 거야? 원래 금년도 하닌은 금년 중닌 선발 시험에 잘 참가하지 않잖아."

"다른 닌자들에게 퍼진 콜록 여러분에 대한 소문을 아십니까?"


셋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었다.


"콜록콜록 혹여 모른다면 알아서 좋은 소문은 아니니 알아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도가 점점 넘는 것 같아서요 콜록콜록."


불이 활활 타오르는 하야테에 이타쿠는 피식 웃었다.


"좋았어! 참가해줘서 그 콧대를 눌러주지!"


물론 눈에 띄지 않아야 하니까 합격할 생각은 없지만. 콧대 정도는 눌러줄 수 있지. 그 소문에 하야테가 얼마나 시달렸는지 빤히 보였기 때문에 이타쿠는 참가할 의지를 보였다.


"저, 하야테 선생님? 이번 중닌 시험은 나뭇잎 마을에서 열리는 거에요?"

"아뇨. 구름 마을입니다."

"구름!!"


시에미의 손에 쥐고 있는 종이가 꾸깃 소리를 냈다. 


"별일이네. 구름마을에서 중닌 시험이 열리다니. 아니 애초에 구름마을이 나뭇잎 마을을 초대했다는 사실이 더 믿기지 않네. 그 고집불통이…."

"이타쿠, 상대는 라이카게야."

"콜록콜록."

"무슨 소리야?"

"유명한 얘기거든. 츠치카게는 완고하고, 라이카게는 독불장군 고집불통에 성질 급하다고. 내가 보기엔 둘 다 사람 말 안 듣는 독불장군 고집불통같지만."

"다른 카게는?"

"몰라. 미즈카게와 카제카게는 츠치카게와 라이카게보다 재위 기간이 짧으니까. 그런데 이번 미즈카게는 여성이라고 하던데. 5카게 중 처음 있는 일 아니야? 여성이 카게가 되는 일은."

"뭐 그렇지. 이름을 날린 쿠노이치는 별로 없으니까. 나뭇잎 마을에도 타마을까지 명성을 알린 쿠노이치는 단 4명. 전설의 3닌이자 민달팽이 공주라는 별칭이 있는 의료닌자인 초대 호카게의 손녀딸 겸 3대 호카게의 제자 센쥬 츠나데, 4대 호카게의 의붓동생 백화요란 나미카제 마사키, 하얀 이빨 하타케 사쿠모의 딸인 백귀(白鬼) 하타케 히카리, 2대 호카게의 손녀이자 시무라 단조의 딸 칼바람 시무라 칸나. 악신 우치하 레이와 미친의사 우미노 나나도 이름을 날렸지만 음…, 타국까지는 아니니까."

"잠깐! 칸나 고모가 2대 호카게의 손녀야?!"


타에는 엄청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놀라는 거냐!


"그리고 보니 타에는 역사 시간만 되면 잤지."


한때 그녀와 같은 반이었던 이타쿠가 말했다. 타에는 찔렸는지 움찔 몸을 떨었다.


"센쥬 토비라마의 딸, 센쥬 와카나가 너의 할머님이잖아. 너의 그 목걸이는 센쥬 와카나, 아니 센쥬 토비라마의 것이고."


타에는 검은 줄에 푸른 보석이 달린 목걸이를 내려다봤다.


"참고로 그 유산 목걸이 똑같은 형태로 하나 더 있어."

"하나 더 있다고?"

"그야 초대 호카게와 2대 호카게는 형제였잖아. 그러니까 초대 목걸이랑 2대 목걸이가 있지. 초대는 녹색 보석, 2대는 청색 보석이지."


초대 유산 목걸이는 현재 츠나데가 가지고 있다.


"근데 유산이라고 해봤자, 저주의 목걸이잖아."

"저주라니…."

"저주야. 초대 호카게의 유산은 센쥬 츠나데 외에 그 목걸이를 목에 건 인물은 전부 죽음을 당했어. 그리고 너의 목걸이 역시 칸나와 너를 제외하고 죽음을 당했지. 센쥬 나와키, 카토 단, 시무라 켄토, 타케토리 후카 아니 시무라 후카."

"!!"


아직 아이였던 타에는 부모님의 죽음 진상에 대해 알지 못했는지 고개를 숙였다.


"켄토와 후카……. 그게 부모님의 이름이구나. 철이 들 무렵에는 할아버지랑 고모만 있었으니까."

"울지 마, 타에."


시에미가 손을 뻗어서 타에의 눈물을 닦았다.


"울려버렸네…."


이타쿠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콜록콜록.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이타쿠군과 시에미양은."

"메이코가 알려줬어. 그녀는 정보수집 능력이 엄청 뛰어나거든."


타에를 달래주는 시에미를 힐끗 본 이타쿠가 말했다. 


"덤으로 역사를 좋아해서 자세히 알아."


타에의 눈물이 멈출 때까지 하야테는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콜록콜록. 일주일 정도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스스로의 결정에 맞겨 판단해주세요 콜록콜록."


하야테가 해산 명을 내렸다.


"시에미, 볼 거야?"

"볼 거야."


라이카케를 만날 수만 있다면, 그에게 잘만 말해서 휴우가 히자시의 유골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의 기일 때 시신도 없는 무덤 앞에서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 카오리의 일그러진 얼굴이 떠올랐다.


"내 이기심이라고 해도 좋아. 난 하고 싶어."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해. 그리고 어떤 행위를 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역시 스스로 지면 되니까. 그게 원망이든 비난이든 욕이든 칭찬이든 전부 스스로 책임을 져야해."

"응."

"난 어떻게 할까…?"

"스스로 생각해 보고, 하면 되는 거잖아."


울어서 붓은 눈으로 타에는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계속된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다…."

"대체 뭐가 문제인데?"

"너무 약하니까 중닌 선발 시험을 봐도 될까?"

"그래야지 더욱더 시험을 봐야하지 않아? 객관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할 수 있잖아."

"자신없어…."

"겸손한 것은 좋아, 타에. 그치만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어. 그랬다간 가능한 일도 할 수 없는 겁쟁이가 되어버리거든. 난 네가 겁쟁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잘못 알았던 걸까?"

"……."

"약하면 수행을 해서 강해지면 되고. 첫 중닌 시험에서 바로 합격하는 일 거의 없는 일인까."


이타쿠와 시에미는 타에에게 말하고, 헤어졌다.

하늘에 날고 있던 작은 푸른새 한 마리가 이타쿠와 시에미가 있는 쪽으로 내려왔다. 


"전령새?"

"반요 전령새 식신이야."

"왜 하필 푸른새?"

"다른 마을의 전령새와 구분하기 위해서지."


이타쿠의 말에 정정해주면서 시에미가 자신 쪽으로 내려온 파란 새를 향해 손을 펼쳤다. 파란 새식신은 시에미의 손에서 편지로 변했다.


"누구에게 온 거야?"

"2번째와 8번째에게 왔어."

"구름 마을에서 열리는 중닌 시험, 그리고 구름 마을 수호신 반요들에게서 편지라니…. 기묘한데. 꼭 두 사람이 열리도록 만든 것 같단 말이야."


시에미는 편지를 펼치고 재빨리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누가 보기도 전에 그 편지를 불태워서 인멸했다. 


"무슨 내용이야?"

"꼭 구름 마을로 와달라는 편지인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그건 구름 마을 일은 구름 마을 반요에게 맡기면 되는 거잖아."

"그래도 가족이 도움을 청한 건데…."


또 하나의 푸른 전령새 식신이 도착했다.


"누구야?"

"1번째와 7번째."

"모래마을 반요? 그 녀석들은 또 왜?"

"글쎄."


새로운 편지를 펼쳤다.


"모래 마을 반요들은 이번에 카제카게가 금지해서 중닌 시험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해. 대신 9번째는 꼭 참가하라면서."

"5대국 전부에게 보낸 거냐? 아니 왜 너만 꼭 참가해야 하는 건데?!"

"5대국 전부가 아니라 나랑 7번째에만 보낸 거야."

"치료 때문일까?"

"아마도."


반요들 중 의료술을 지니고 있는 건 9번째와 7번째. 9번째는 무녀의 힘이 조금 더 강해서 의료술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일단 가보면 알겠지."

"타에를 설득해야 하는 건가?"

"아니. 설사 못 가면 몰래 입국하지."

"또 무시무시한 계획이네."

"후후, 오래만에 2번째와 8번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6년 전 새의 나라에서 전원이 모인 후로 전혀 못 봤으니까."


만났을 때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으니까, 어떻게 성장했을지 기대되었다.


"갈 생각만만이네."


편지를 불태우면서도 들떠 있는 시에미에 이타쿠는 흐뭇하게 웃었다.

다음날 하야테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신청서 셋 장을 보았다.


"콜록 일주일 시간을 줄 필요도 없었군요."

"타에, 생각이 바뀌었어?"

"그래. 나도 응시할 거야. 약하면 어때? 불합격이 된다고 해도 시도는 할 거야. 그건 내가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

"어머, 멋진 말!"

"겁쟁이가 아니니까."


어제 그 말 마음 속에 담아뒀던 거야?

중닌선발시험에 신입 하닌 팀이 나온 건 4년만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팀이 최악의 하닌 팀이라고 불리는 팀이라는 소리에 다들 입방아를 찧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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