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흑발, 금색 눈동자를 가진 어린 남자아이는 등에 난 까마귀 날개를 퍼덕이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료도 메이코를 닮아 잔걱정이 많다니까."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 것 같지만. 사과를 먹으며 남자아이는 중얼거렸다. 남자아이는 사쿠라가 소리마을 닌자들에게 엉망진창 당하는 것도, 10반이 그녀를 구하러 와줬다가 깨지는 모습을 보고도 건조한 시선으로 보았다. 자신의 파트너가 지시한 것은 '우치하 사스케가 폭주하거든 자신들을 불러.'라는 말뿐이었기 때문에 굳이 끼어들 이유도 없었다.
중간에 분홍머리 쿠노이치가 적에게 잡힌 머리칼을 싹뚝 자르고 탈출할 때는 조금 이채를 띄었지만 곧 그것조차도 별 도움은 안 되기에 금방 시큰둥해져버렸다.
"인간은 정말 약하다니까."
저것들을 사랑하는 츠키카게는 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애당초 인간도 인간끼리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인간이 아닌 자신이 인간을 이해할 리 없었다.
길게 하품을 한 그가 곧 눈을 가늘게 떴다. 우치하 꼬맹이에게서 이상한 차크라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었다. 비록 자신의 차크라만은 못하지만, 충분히 불길하고 음험한 차크라.
"이제야 이 지루한 것이 끝나겠군."
서서히 일어나는 사스케의 반신을 뒤덮은 기묘한 반점에 남자아이는 다먹은 사과를 휙 던지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물론 자신의 눈동자로 파트너가 보고 있을터니 까마귀를 전선구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스케가 서서히 일어났다. 그의 반신을 뒤덮고 있는 기묘한 반점들. 그리고 처음 보는 불길하기 짝이 없는 차크라.
"사, 사스케……?"
"사쿠라. 널 그렇게 만든 녀석은 누구냐."
"사스케군, 그 몸은…."
"걱정마라. 힘이 계속 솟고 있어. 지금은 기분이 좋아. 그 녀석이 준 거다. 난 겨우 이해했다. 난 복수귀. 설령 악마에게 몸을 맡긴다해도 어떻게든 힘을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될 위치에 있지."
저 중2병스러운 병신 같은 말은 뭐지? 꼴값을 떤다고 말해줘야 할까? 지켜보던 카이도는 생각했다.
"사쿠라, 말해. 널 다치게 한 녀석은 어느 녀석이냐?"
"나다."
힘의 차이도 알아보지 못한 애송이가 사스케에게 자신만만하게 자신이 그녀를 엉망진창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노! 그 모습이면 말려든다! 이쪽 몸으로 돌아와! 쵸지도 이리와! 숨자!"
사태파악이 끝난 시카마루는 팀원인 쵸지를 데리고 숨었다. 그의 외침에 이노는 심전신술을 해제해서 원래 몸으로 돌아갔고 소리마을 쿠노이치는 풀썩 쓰러졌다.
"도스! 이런 죽다 살아난 녀석에게 쫄 것 없어!"
"그만둬! 자쿠! 모르겠느냐!"
"이 녀석들 전부 한주먹거리도 안 된다고! 단숨에 정리해주겠어!"
참공극파! 자쿠가 손바닥에 뚫린 바람구멍을 7반을 향해 보여서 커다란 참공파를 쏘았다. 그 일대에 강한 돌풍이 풀고, 먼지바람이 가라앉았을 때는 7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흥. 산산조각나서 날아가버린건가."
"누가말이냐."
팀원 둘을 챙겨서 자쿠 옆으로 이동한 사스케가 그를 날려버렸다. 사스케는 날아간 자쿠의 양팔을 잡고 등을 한 발로 짓밟았다.
"양팔이 자랑인가보군."
"그만둬…!!"
끄아아아아악!!! 강제로 팔이 뽑힌 자쿠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가 기절하자 사스케는 소리마을 닌자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도스에게 눈을 돌렸다.
"남은 건 너뿐이군. 넌 좀더 날 즐겁게 해줘라."
"그만둬!!"
도스를 향해 걸어가는 사스케를 사쿠라가 달려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부탁이야…. 그만둬……."
주인이 물러가자 사스케가 주저앉았다. 사쿠라가 그를 따라 앉았다.
"넌 강하다. 사스케군. 지금 넌 우리들로썬 도저히 쓰러트릴 수 없다."
"알았으면 꺼져."
사스케와 사쿠라 앞에 내려와 착지한 시에미가 도스를 향해 말했다.
"우즈마키, 시에미…."
"기회를 줄 테니까 꺼져."
"그러지. 뻔뻔스러운 얘기지만 우리들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생겼거든. 그 대신 약속하지. 이번 시험에서 다시 사스케군, 너랑 싸울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들은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을 거다."
도스가 기절한 두 팀원을 챙겨들었다.
"기다려! 오로치마루는 대체 어떤 녀석이지? 사스케군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어째서 사스케군에게!!"
"모른다. 우린 사스케군을 해치우란 명령 받았을 뿐이다."
시에미는 사스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로치마루가 누구냐고? 3대 호카게의 제자인 전설의 삼닌자 중 한 명으로 지금은 탈주닌자다. 지금 그 녀석이 마을로 들어서 마을에 계엄령이 내려졌어."
"!!!"
"하닌인 우리가 이길 수 없던 상대겠네. 근데 왜 사스케군에게…."
"뻔하지. 우치하 직계의 육신을 노린 거지. 그 녀석은 자신의 먹이감에 주인을 박아넣거든."
"주인?"
"반점."
"!!"
시에미가 자신의 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사쿠라는 사스케 목에 생긴 반점을 보았다.
"넌 어떻게 잘 아는데?"
"그야 어릴 때 옆에 있었으니까, 그 남자 옆에…."
"!!"
시카마루들이 경악한 얼굴에 시에미는 피식 웃었다.
"7반을 도와주다니 기특하네, 10반은."
"수확은 없었지만."
"수확이라면 내가 줄게. 상이야."
시에미는 시카마루에게 땅의 두루마리를 휙 던졌다.
"고맙다."
"사쿠라도 수고했어."
엉망진창인 사쿠라에 시에미는 그녀 손에 땅의 두루마리를 올려주고 의료술로 상처를 치료했다.
"의료술이라…."
"사쿠라. 이쪽으로 와. 머리 다듬어줄테니까!"
치료가 끝나자 이노는 사쿠라를 불렀다.
"부탁할게."
사쿠라는 가도 좋다는 시에미의 눈짓에 이노 쪽으로 걸어갔다.
"너흰 나루토 좀 깨워줄래?"
시에미가 말하자 시카마루는 귀찮아하면서도 쵸지를 데리고 자고 있는 나루토 쪽으로 걸어갔다.
"그거 없애야 하니까 윗통 벗어."
"제거한다고?"
"침습당한 건 잘라내야지."
"부탁해. 이거 그냥 봉인만 해줄 수 있나?"
"몸 안에 독을 그냥 둔다고?"
"…힘을 주니까. 이것이 발현할 때의 차오르던 힘을 똑똑히 기억해. 난 힘이 필요해!"
그 씹어뱉는 말에 가만히 팔짱을 꼈다.
"외도라는 건 알지? 아니 이 경우는 마도인가?"
"정도가 아니란 것쯤은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정도로는 도저히 우치하 미쿠오를 이길 수 없단 말이야!"
씩씩거리는 녀석을 한 번 응시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네 의지라면 어쩔 수 없나. 봉인할테니까 윗통 벗어."
사스케가 윗옷을 벗자, 시에미가 진법을 만들고 피를 내서 봉인술식을 적어내려갔다.
"좀 고통스럽겠지만 참아. 봉사법인."
인을 맺고 봉인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사스케의 목덜미에 있는 반점으로 피로 된 술식이 꿈틀꿈틀 움직여서, 울타리를 만들었다. 사스케는 목덜미에 손을 올리며 바닥을 짚고 있는 다른 한 손은 땅바닥을 긁었다.
"넌 강해, 사스케."
시에미는 그의 볼에 손을 올려 말했다.
"봉사법인은 네 의지를 주춧돌 삼은 봉인.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어."
시에미는 깨어난 나루토 쪽을 한 번 보고, 어깨에 내려앉은 카이도에게 속삭였다.
"우치하 당주에게 사스케가 오로치마루 주인술을 받았고, 봉인을 내가 했다고 전해줘."
"경무부대 경계를 강화하라?"
"응."
카이도가 날아가자 시에미는 7반과 10반 앞에서 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탑에 도착한 9반을 맞이한 건 벽에 걸려져 있는 단 한 개의 액자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 액자 안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하늘이 없으면 지식을 더 쌓고 땅이 없으면 체력을 길러 재빠름을 구하라. 천지(天地) 두 개의 서를 열면 위험한 길은 바른 길이 되리라. 이건 ""의 참뜻. 나아가 길을 인도하리라. 3대 호카게."
"동시에 열어보라는 소리 같은데."
타에가 두루마리를 꺼내들자 이타쿠는 하늘의 서를 가져갔다. 그리고 타에와 이타쿠가 동시에 두루마리를 펼쳤다.
"사람 인(人)?"
"소환 술식! 그 두루마리를 버려!"
이타쿠가 외쳤다. 두 개의 두루마리가 액자가 걸린 벽 쪽으로 날아가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카네, 선생님…? 왜, 선생님이?"
"제2차 시험의 마지막에는 우리 중닌들이 수험생들을 마중 나오게 되어서 말야. 우연히 내가 너희들의 중요한 전령 역할을 맡게 되다니까 그러네!"
"우연히? 전령? 진짜?"
이타쿠는 의심스럽게 아카네를 보았다. 그러자 아카네는 "아하하하;;"라며 웃음을 터트리고 시계를 꺼내 확인했다.
"음. 돌파 축하한다니까!"
"말투."
"흠흠. 제2의 시험 돌파를 축하해."
"아카네, 우리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 있지 않아?"
"맞아."
아카네가 헛기침했다.
"이 시험의 룰은 너희들의 확실한 임무 수행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것. 즉 혹시나 시험 중 룰에 어긋나는 조건에서 두루마리가 펼쳐질 경우 그 앞에 있었던 수험생들을 제2차시험 종료시간까지 기절해 있게 한다."
"그럼 저 벽보의 글은 뭔가요? 전혀 의미를 모르겠어요."
"그거 역시 내가 맡은 임무이기도 하니까 설명해줄게. 이것은 호카게님이 적으신 중닌 마음가짐이다. 하늘을 바꿔 말하자면 인간의 머리를 가리키고 땅은 인간의 몸을 뜻하지. 여러가지 이치를 공부해 임무에 대비하라. 체력 단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지. 하늘과 땅, 머리와 몸. 그 양쪽을 다 갖춘다면 어떤 위험한 임무도 정도, 즉 올바른 길인 안전한 임무가 될 거다."
"저기 빠져 있는 부분은요?"
"그러니까 중닌을 의미하는 글자. 아까 두루마리에 있었던 사람을 뜻하는 '人'이 들어가게 되는 거지. 이번 5일간 서바이벌은 수험생들의 중닌으로서의 기본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것. 그리고 너희들은 그것을 훌륭하게 클리어했다. 중닌은 부대장 클래스. 팀을 이끌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임무에 있어서 지식의 중요성, 체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되새기거라. 이 중닌 마음가짐을 결코 잊지 말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으면 한다. 이상이 내가 맡은 전령 모든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카네는 시에미를 아련한 눈동자로 보았다.
"아카네?"
"아!!"
"표정이 이상해졌어. 괜찮은 거야?"
"아하하하, 시에미가 머리 내리는 것을 보니까 누군가가 생각나서…."
"살아있는 사람 위에 죽은 사람을 투영해서 보는 건 산 사람에게도 죽은 사람에게도 실례되는 행동이야."
"…미안."
아카네가 정말로 미안하다는 얼굴로 사과했다. 너무 심했나? 시에미는 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아직 5일 안 지났잖아. 우리는 어떻게 해?"
이타쿠가 물었다.
"아! 너흰 탑 안에 있는 방에서 함께 지내줘야 할 것 같아."
"같은 방에서?"
"어쩔 수 없나. 뭐 작년 중닌 시험 때도 같은 방이었으니까 상관없지만."
"엑?! 남녀가 같은 방인데 괜찮은 거냐 그러네?!"
"저 녀석은 날 여자로 안 보니까 괜찮아."
타에가 이타쿠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에게 여자는 시에미뿐이야!"
"여전하구만."
시에미는 피식 웃고 약을 입 속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