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전, 와타나베 후유미 vs 와나타베 후지. 무승부.
15회전, 혼쇼 모미지 vs 혼쇼 카에데. 무승부.
"시에미, 너 두 사람에 대해 뭔가 알고있지?"
중상이라며 빨리 옮기라는 의료닌자 말에 카오리가 시에미의 어깨를 움켜잡고 물었다.
"카오리…."
"그녀들이 왜 그렇게 메이코에게 맹목적인지 모르겠어! 알려줘!"
"그건 그녀들에게 직접 듣는 편이….
"그녀들을 사람 취급해준 게 메이코니까."
이타쿠가 말했다.
"일족 내부에서 두 사람, 아니 네 사람은 인간 이하 무기 취급 당했어. 동시에 두 일족은 마을에게 반감을 품고 쿠데타를 준비했지. 그 증거품이 메이코에게 들어갔고, 메이코는 두 일족을 멸족시켰어."
살기 위해서 모미지와 후유미는 자기 일족-일족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지만-을 몰살시켰다.
"메이코 품으로 들어간 그녀들은 겨우 사람취급 받게 되었어. 난생처음으로 따뜻한 온기와 애정을, 돌아갈 장소를 받은 거야. 그때 이후로 그녀들은 고독하지 않았어. 그래서 그녀들은 메이코를 은인으로 여기고 충성을 맹세했어. 그녀 4명 뿐 아니라 나도 시에미도 메이코 부하들이 전부 그래. 그녀 덕에 혼자가 아니게 되었어. 고독하지 않게 되었어. 외롭지 않게 되었어. 구원받은 거야, 우리는."
시무라 칸나만은 다르지만.
"이해했으면 잡고 있는 시에미 몸에서 손 떼. 그녀가 아파하잖아."
"어, 이해됐어. 그녀들이 한 말도…."
카오리의 손이 시에미 어깨에서 떨어지고 추욱 늘어졌다.
'메이코님이 그랬어. 죽는 건 속죄가 될 리가 없다고. 살아서, 계속 살아남아서 죗값을 치루라고.'
'메이코님은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셨어!! 그런 미래를 주셨어! 그러니까 좋아하는 메이코님이 나뭇잎을 지킨다면! 우리들도, 나도 나뭇잎을 지킬 거야! 네가 메이코님의 적이 된다면, 같은 일족에게 또 손대는 건 마음 아프지만 망설이지 않고 벤다!'
'변하지 않는 건 없어. 살아있는 존재는 변해. 그렇지 않는 건 죽은 존재일 뿐이야. 그래서 변하도록 노력해. 끊임없이 강해지기 위해서, 도움이 되기 위해서.'
'메이코님은 일족 당주였던 자와 달리 마음을 마음으로 보답하시거든.'
'태어난 것조차 불결하다는 소리를 일족에서 들었던 나인데, 메이코님은 내가 필요하다고 하셨어. 기뻤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알려하지 않으려고 한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네가 그따위로 입을 놀려!!!! 메이코님의 자비로 산 주제에!! 메이코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다니! 용서 못 해!'
무승부가 되었으니까 내기는 메이코가 이긴 거다. 그럼 후지와 카에데를 이쪽으로 끌어들여야겠다.
16회전, 휴우가 히나타 vs 휴우가 네지.
"설마, 당신이랑 싸우게 될 줄은…. 히나타님."
"네지 오빠."
두 사람을 카오리는 걱정어린 시선으로 보았다.
"오빠? 둘이 남매인가요?"
"아니란다. 카오리까지 포함해서 셋 사람은 나뭇잎 마을의 명문가 휴우가 일족이다."
"네지랑 카오리는 남매지만 히나타는 사촌이야. 멀게 설명하면 종가와 분가고."
"종가와 분가……?"
"네! 휴우가 히나타씨는 휴우가 종가(본가) 사람이고, 네지와 카오리 남매는 분가 사람입니다."
마사키에 이어서 리가 설명했다.
"즉 친척간의 대결이란거네. 싸우기 힘들겠네, 저 둘."
"히나타님은 몰라도 네지 오빠라면 망설이지 않을걸. 친척간의 대결이 아니라 숙명의 대결이지."
카오리가 사쿠라 말을 비웃었다.
"개시."
"시합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히나타님에게 충고해두겠다."
네지가 차가운 목소리로 히나타에게 말했다.
"기권해라. 당신에게 닌자는 맞지 않아."
"!!"
"당신은 너무 다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조화를 원하고 갈등을 피하려 하지. 남에게 자신을 맞추는 것에 아무런 저항심이 없지.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항상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어. 그래서 계속 하닌으로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중닌 시험은 3인 1조가 원칙. 같은 팀의 키바 등의 권유를 못 뿌리치고 이 시합을 억지로 치루고 있는 게 사실. 내 말이 틀린가?"
"그, 그렇지 않아. 나는…, 나는 그저…. 그런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그래서 스스로……."
"히나타님. 당신은 역시 종가의 철부지로군. 사람은 절대 근본을 바꾸지 못해. 낙오자는 낙오자다. 그 성격이고 능력이고 뒤바뀌지 않아! 사람이 근본을 바꿀 수 없기에 그렇게 태어나서 엘리트 또는 낙오자 그런 말이 생겨나는 거다. 누구나 얼굴, 지능, 능력, 체형, 성격의 좋고 나쁨으로 가치를 판단하고 또 판단되지. 바꿀 수 없는 요소들 사람은 그 안에서 자기 분수를 고뇌하고 그러면서 살아가지. 내가 분가고 당신이 종가인 것이 뒤바꿀 수 없듯이 말야. 지금까지 이 백안으로 여러가지 꿰뚫어 봐왔어. 그러니 알 수 있어. 당신은 강한 척하고 있을 뿐이다. 본심은 이 장소에서 당장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
시에미는 입 속으로 들어오는 알사탕에 의아해서 이타쿠를 보았다.
"표정 험악해졌어."
"아, 고마워."
레몬맛. 시에미가 입안에 있는 알사탕을 굴렀다.
"백안?"
"우치하 일족도 그 혈통을 되짚어나가면 휴우가 일족이 그 원류란 얘기가 있지. 백안은 휴우가 일족의 혈계한계로, 사륜안과 비슷한 동술이야. 하지만 통찰안 능력만은 사륜안을 훨씬 뛰어넘는단다."
마사카가 백안에 대해 모르는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아니야! 난 진심으로……!!"
네지가 백안을 발동하자 히나타는 잔뜩 겁을 질려서, 그의 시선을 피했다.
"내 눈은 속일 수 없어. 당신은 지금 나의 압박에 대응해 시선을 좌측 위로 향했다. 이 징표는 과거 경험을 생각해내고 있다는 것. 당신의 아픈 과거를. 그리고 그 후 바로 시선을 우측 아래로 향했군 이 징표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상징하지. 즉 과거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 경험으로부터 이 시합의 결과를 상상했다. 질 거라는 상상을! 몸 앞에 팔을 모우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나와의 사이에 벽을 만들어 거리를 두려는 속내 표현이다. 더 이상 자기 본심을 들키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는 몸짓. 내가 한 말이 전부 적절했기 때문이지. 게다가 입술에 손을 댄 것도 마음의 동요를 나타내는 자기 친밀적 행동의 하나다. 그건 긴장감이나 불안을 덜려는 방위적 본능을 나타내지. 즉 당신은 실은 스스로 깨닫고 있는 거지. 자신을 바꾸는 건 절대 불가능……."
"가능해!!"
네지 말에 발끈한 나루토가 버럭 외쳤다.
"멋대로 남의 인생을 결정짓지 마! 바보! 저딴 녀석 해치워버려, 히나타!!"
히나타가 나루토를 올려다봤다.
"히나타!! 너도 조금은 되받아치라구! 보고 있는 이쪽이 열받아 못 참겠다니깐!!"
히나타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오고 눈빛이 달라졌다.
"기권, 하지 않는 거냐."
"난, 도망치고 싶지 않아!"
히나타가 인을 맺어서 백안을 발동했다. 그리고 자세를 취했다.
"승부해요, 네지 오빠."
"좋다."
같은 자세를 취한 네지와 히나타.
"역시 같은 휴우가류. 자세도 네지랑 똑같아."
"휴우가류?"
"나뭇잎 마을에서 가장 강한 체술 유파. 전에 말했죠? 아마도 나뭇잎 마을 하닌 중에서 제일 강한 남자는 제 팀 내에 있다고. 그게 저 휴우가 네지입니다."
네지와 히나타가 격돌한다.
"들어갔어?!"
"아니, 얕았어!"
"아뇨. 스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게 휴우가 일족이 명문가로 불리는 이유죠."
"유권을 말하는거로군."
"유권?"
"휴우가에는 대대로 전해지는 체술이다. 나와 리가 하는 체술, 골절이나 외상 즉 외면적 손상을 입히는 공격 주체 싸움방식을 강권이라고 불리는 비해 휴우가는 적 체내 차크라가 흐르는 경락계에 데미지를 주어 내장 즉 내면을 부수는 유권을 지닌 일족이다. 얕은 공격이라도 큰 효과를 발휘하여 처음엔 가벼운 통증이 별로 안 느껴져도 점점 괴로워진단다."
"내장만큼은 단련시킬 방법이 없으니까 아무리 완강한 녀석이라도 한방 먹으면 치명상이지."
"경락계를 공격하다니. 대체 뭐지, 저 사람들?"
"저기말야, 저기말야, 경락계가 뭐야?"
나루토가 물었다. 사쿠라는 "또 나왔군, 바보같은 질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경락계란 건 혈액이 흐르는 혈관처럼 전신에 퍼져 있는 차크라를 온몸 구석구석까지 보내주는 관 같은 겁니다."
"차크라가 지나가는 길이라는 건가?"
"네. 경락계는 체내 차크라를 끌어내는 내장과 밀접하게 얽혀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경락계를 공격받으면 내장에도 데미지를 입게 되는 겁니다."
"아하! 너 똑똑하네."
"너! 적어도 선배한테!!"
나루토의 머리를 통하고 때리는 사쿠라. 이제 더 이상 내숭을 떨지 않는 건가?
"선생님, 하지만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는 거죠? 경락계는 눈에 보이지 않고 몸속에 있는데, 어떻게 공격하는 거에요?"
"저 두 사람의 눈동자, 백안에는 그게 보이는 거다. 그리고 유권 공격은 보통 공격이랑 조금 틀리지. 자신의 차크라를 손의 차크라 발산지로부터 방출해 상대의 체내에 밀어넣어 적의 경락계에 직접 데미지를 준다."
네지와 히나타가 동시에 공격하고 둘 다 공격을 멈췄다.
"해낸 건가…?"
히나타가 피를 토했다.
"역시 네지 오빠. 휴우가 시초 아래 최고의 천재라고 불릴 정도네. 설마 점혈을 찌를 줄이야. 히나타님의 공격은 처음부터 소용 없었던 건가…."
카오리가 중얼거렸다.
"역시 이 정도인가, 종가 힘은."
네지가 히나타의 소매를 걷어서 팔에 나타난 붉은 반점들을 보여준다.
"서, 설마…! 그럼 처음부터?"
"그래. 내 눈은 이미 점혈을 간파하고 있다."
점혈. 경락계 상에 있는 차크라 구멍으로 361개의 바늘구멍처럼 작은 혈이다. 이 혈을 찌르면 이론상 상대의 차크라 흐름을 막거나 증폭시키거나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한다.
"설명한 김에 말해주지. 점혈은 확실히 말해 사륜안으로도 볼 수 없다. 아무리 통찰안이 뛰어난다고 해도 전투중에 저렇게까지 정확하게…."
카카시가 아이들에게 점혈에 대해 설명했다. 네지에게 밀쳐진 히나타는 날아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히나타님. 이게 변하지 않는 힘의 차이다. 엘리트와 낙제생을 구분하는 차이지. 이게 변하지 않는 현실. 도망치고 싶지 않다고 한 시점에서 당신은 후회하게 되어 있었던 거다. 지금 당신은 절망하고 있을 터다. 이게 마지막 충고다. 기권해라."
"나, 나는… 조금도…, 자신이 내뱉은 말은…… 굽히지 않아! 나도, 그게 내 닌도니까."
히나타가 일어섰다. 일어난 건 좋은데 어떻게 할 생각이지? 네지에게 당한 점혈 공격으로 차크라를 낼 수 없을 텐데.
"어, 엄청난 눈이야. 히나타 살해당하지 않겠지…?"
"왠지 말야, 저 사람 강함은 반칙이란 느낌이야. 너무 강해."
"히나타, 힘내!!"
나루토 응원에 히나타가 유권을 할 수 없음에도 네지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네지의 심장을 직격한 공격. 승부는 났다.
"당신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군. 처음부터 당신 공격따윈 먹히지 않았어. 끝이다."
"이 이상은 시합 불가능으로 간주-."
"중지하지 마!"
나루토가 외쳤다.
"잠깐, 나루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미 한계라고! 기절했…을 거라…… 에?"
히나타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보였다. 비틀비틀, 그럼에도 히나타는 섰다.
"왜 일어나는 거지? 무리하면 정말 죽는다. 어째서!"
"아직……, 멀었어."
"허세 부려봤자 소용없다. 서 있는 게 고작이잖아. 이 눈으로 알 수 있다. 당신은 태어나면서부터 휴우가 종가라는 숙명을 짊어졌다. 힘없는 자신을 저주하며 계속 책망했다. 하지만 사람은 결코 변할 수 없다. 이게 운명이다. 더 이상 괴로워할 필요없다. 편해져라."
"그건, 아니에요…. 네지 오빠. 저한테는 보이는 걸요…, 저보다 훨씬 당신이 괴로워하고 있어요. 종가와 분가라는 운명 속에……. 정말로 괴로워하는 건, 당신이에요…."
히나타 말에 울컥했는지 그대로 돌진하는 네지 모습에 겐마가 급히 시합 종료를 알리려고 했다. 유권은 위험해서 약간 차크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네지 오빠!!! 그만!!"
그때 좌중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히나타 숨통을 끊으려던 네지도, 말리려던 시합관인 겐마를 비롯한 다른 담당 상닌들도. 범접할 수 없는, 마치 거대한 적을 앞에 둔 것 같은 짙은 위압감과 살기. 그 근원지로 고개를 돌린 이들은 타오르고 있는 청녹색 불꽃을 볼 수 있었다.
"적당히 해, 네지."
차갑고 단단한 무표정인 그녀는 보는 이가 섬뜩할 정도로 고요히 타오르고 있었다.
"내가 말이지, 왠만하면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모순적인 너의 행동은 더이상 봐줄 수가 없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네가 히나타에게 뭐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네지는 자신에게 덮쳐드는 살기에 막기도 버거워 반박하지 못했다.
"…시에미!"
카오리가 공포를 억눌러서 겨우 시에미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살기가 사라졌다.
"컥…! 콜록콜록!"
집중적으로 살기를 받았던 네지가 숨을 몰아쉬며 콜록거리자 거기 있던 인원 전부 숨을 몰아쉬었다.
"겐마."
"으으응?"
"심판, 해야지?"
"그, 그래. 휴~, 승자! 휴우가 네지!"
히나타가 피를 토하며 주저앉자 쿠레나이가 빠르게 부하를 챙겼다. 그리고 나루토, 리, 사쿠라가 바닥에 누운 히나타에게 달려갔다.
"어이, 거기 낙제생."
네지가 시에미를 힐끗 본 후, 나루토를 불렀다.
"너한테 두 가지 정도 충고해두마. 닌자라면 보기 추한 타인 응원 따윈 그만둬라. 그리고 한 가지 더 어차피 낙제생은 낙제생이다. 결코 변하지 않아."
"시험해 볼래?"
"훗."
나루토의 앞을 리가 막았다.
"나루토군의 마음은 사무칠 정도로 잘 압니다. 하지만 승부는 제대로 된 시합에서 내야만 합니다. 낙제생이 천재를 노력의 힘으로 격파한다. 본선이 기대되지 않습니까? 다만 네지의 상대가 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만약 나루토군이라해도 서로 원망하기 없습니다."
"쳇! 알았다구!"
리와 가이가 서로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뜨거운 청춘 메세지를 나눴다. 안색이 창백한 히나타가 피를 토하자 쿠레나이는 그녀가 심장쇼크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네지를 노려봤다.
"절 노려볼 여유가 있다면 그 아이를 보는 편이 좋을 겁니다."
"의료반! 뭐하고 있는 거야! 어서!!"
"죄, 죄송합니다!"
의료반은 들것에 히나타를 실고 나갔다. 나루토가 히나타 피를 묻힌 주먹을 네지를 향해 내보였다.
"반드시 이긴다니까!"
코웃음을 친 네지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너가 그녀를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는 줄 몰랐군."
"소중해. 너도 말이야."
시에미는 네지를 자애롭게 보았다.
"네지."
"뭐지?"
"똑똑한 새는 갇힌 새장을 그저 바라보며 한탄하지 않아. 그곳이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스스로 부리를 열고 나가는 법이야."
"너에게 은혜가 있지만 더 이상 참견은 필요 없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할게."
"?"
"네 눈앞에 보이는 것이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은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아는 척 지껄이지 마라."
네지의 사나운 말에 이타쿠가 혀를 쯧 찼다. 누가 누구보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걸까? 우물 안 개구리 녀석이!
"서툰 녀석이네."
네지의 으르렁(?)에도 시에미는 태평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어이, 쵸지. 너 위험하다고. 이제 센 놈밖에 안 남았다고."
"벼, 별로 상관없다…. 그때는 바로 기권해야지."
"그렇다는 건 불고기 파티는 없었던 일이 되는 구나."
"에엑―!! 그런!!"
"괜찮아. 위험할 때면 내가 막아줄게. 어때? 특상 소혀든 뼈 있는 갈비든 뭐든지 괜찮으니까."
"오! 불―고―기―!! 불고기여, 내가 간다!!"
10반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시에미는 풋 웃으며 비틀렸던 심기를 풀었다. 이타쿠는 전광판에 떠오른 이름에 눈을 깜박였다.
"드디어 눈이 고장난 걸까?"
"멀쩡한 내 눈으로도 우즈마키 시에미로 보여."
17회전 나데시코 vs 우즈마키 시에미. 겐마는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호카게를 올려다봤다. 생각 정리가 끝났는지 시에미가 아래로 내려왔다.
"아마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저는 상관없어요."
"그럼 이대로 진행하지."
호카게도 딱히 말리지 않는 것을 본 겐마가 "17회전, 개시!"라고 외쳤다.
"내 경고 무시할 배짱이 있을 줄 몰랐네, 너희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고통과 상실감 그리고 분노는 천애고아인 네가 이해 못 해!"
나데시코는 까득 이를 갈며 시에미를 노려봤다.
"이해 못하다인가……"
시에미는 한숨을 내쉰 후 도발적인 미소를 띄었다.
"그럼 어디 보여줘봐, 그 분노."
나데시코가 공격을 펼치기 전에 시에미의 발밑에서 생겨난 얼음이 빠르게 지면을 얼리며 달려갔다. 단 몇십 초만에 시합장의 지면과 벽면은 얼음으로 뒤덮였다.
"!!!"
"안 돼지, 한 순간에 적에게 눈을 떼어서는. 죽는다고?"
나데시코가 주위 광경에 시선이 빼앗기자 등뒤에서 나타난 시에미는 주먹을 휘둘렀다.
"꺄아악!"
그 한 방에 바닥을 뒹근 나데시코를 보고 시에미는 더 이상 볼 일 없다듯이 몸을 돌렸다.
"시에미?/누나?"
"끝났어."
"아직…! 아직 아니야!"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기는 주제에 어떻게 싸우려고?"
시에미가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꿈틀거리기만 하는 나데시코를 내려다보았다.
"왜! 안 움직이는 거야!!"
"자각 못 한 것 같으니 알려주는데, 목에 꽂힌 주사기."
시에미가 말하자 좌중들은 나데시코의 목에 박힌 주사기를 알아차렸다.
"그거 근육마비제야. 그것도 꽤 독한 녀석이지."
"!!"
"…승자, 우즈마키 시에미."
그녀가 얼음정원술을 해제했다. 시합장은 언제 얼음이 생겨냤냐듯이 얼음 덩어리는 물론 작은 조각도 보이지 않았다. 위층으로 올라간 시에미는 나루토 옆에 칸쿠로가 있는 걸 알았다. 왜 여기 있는 거지? 반대쪽에 있던 것 아니었나.
"누나! 방금 전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나도 알려달라니깐!"
"그거?"
"얼음말이야!!"
"수둔과 풍둔을 동시에 사용하면 돼."
"동시에?"
"응. 동시에."
엄청 간단하게 말하지만 전혀 간단한 내용이 아니라는 걸 아는 다른 닌자들은 살짝 경외감과 경계심이 담긴 눈동자로 시에미를 보았다.
"-욱. 오랜만에 차크라를 많이 썼더니 속이 안 좋아졌어."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에미는 토할 것 같이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사실은 봉인 때문이 아니라 인술을 쓰면 속이 좋지 않으니 잘 안 쓰는 것 아니야?!"
타에가 그런 시에미의 뒷모습을 황당한 얼굴로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