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집에서 "더 주세요!!"라는 쵸지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시락통을 든 시에미가 걸음을 멈췄다. 창문 근처에 앉은 테이블에서 쵸지가 우적거리며 갈비 10분을 더 시키고 고기를 먹고 잇었다. 그 앞에 아스마와 시카마루가 앉아있었다. 


"잘도 먹는군.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다 나빠진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왔군! 왔어!"


점원이 갈비 10분을 가지고 오자 빠르게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놓으며 구워내는 쵸지였다.


"이거 내 거니까 마음대로 먹지 말라고, 시카마루."

"안 먹는다구."


시에미가 열린 창문으로 장난스럽게 셋 사람을 불렀다.


"아스마 선생님, 시카마루, 쵸지. 대낮부터 불고기?"

"시- 시에미!"


갑자기 나타난 시에미에 시카마루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의 귓끝이 붉게 변했다.


"시에미구나."

"안녕."

"안녕."


쵸지가 인사를 하자 시에미 또한 똑같이 인사를 돌려주었다. 


"시카마루 너 본선 대비해서 특훈 같은 거 안 해도 괜찮아?"

"하고 있다고 매일, 매일."


놀고 있는 거 아니냐는 뉘앙스의 시에미 말에 시카마루가 곧바로 발끈해 반박해왔다. 


"아스마도 시끄럽고. 본선 따위에 남는 게 아니었는데."

"아하하, 그거 동감."


시에미가 간질간질한 웃음소리를 내며 시카마루 말에 동의했다.


"사치스러운 소리 하지 마렴.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인간들이 잔뜩 있단다."


아스마가 한 마디 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넌 본선 대비 안 해?"

"안 그래도 그거 대비하러 이타쿠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어."

"이타쿠를? 왜?"

"이타쿠는 지금 마사키와 함께 특훈 중이니까."

"마사키가 이타쿠를?"

"내가 부탁했어요. 카오리는 유권술사니까 마사키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으니까, 그럴 봐에는 이타쿠를 가르쳐주는 것이 어떠냐고. 이타쿠도 마사키도 거절하지 않았고요."

"9반은 쓰리맨셀 전원 본선 나가지? 하야테가 힘들텐데 잘 되었군."

"난 따로 배울 사람이 있어요."


타에는 현재 단조와 칸나 밑에서 특훈을 배우고 있다. 게다가 하야테는 지금은 내버려두는 편이 낫을 테니까.


"배울 사람?"

"내가 지니고 있는 혈계한계는 하야테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비장의 기술 아니야? 그런 것을 주절주절 말해도 돼?"

"막을 수 있으면 말야."


그러자 시카마루 표정이 찌푸러졌다.


"시카마루, 넌 상대가 여자라면 거북스러운 것 같더라? 혹시 남자가 되서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그런 사고방식은 아니겠지?"

"……."


침묵은 정답이란 소리인가. 


"상냥한 건 좋지만, 적당히 해. 여자를 깔보다간 죽을 거야."

"딱히 깔볼 생각은…. 랄까 말이 험하잖아! 죽는다니!"

"아무리 뛰어난 지력을 지녔어도 그런 마인드라면 소용 없지. 부디 나와 싸울 때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마."

"하?"

"진심을 다하라고 말하는 거야. 나도 이번엔 진심을 다할 생각이니까. 그럼."


시에미는 이노를 제외한 10반에게 인사하고 가버렸다. 

5단 찬합을 든 시에미가 향한 곳은 마을 외곽 절벽지대였다. 절벽지대? 여기서 수련하고 있는 건가? 


"좋은 곳에서 하고 있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시에미는 아무도 없는 뒤를 향해 말했다. 나오지 않을 생각인가? 뭐 뒤쫓는다고 해도 상관없지만. 절벽 위로 시에미는 펄쩍 뛰며 발바닥으로 흡착해서 정상으로 올라갔다.

이타쿠와 사스케가 대련하는 것을 카카시와 마사키가 지켜봤다. 둘은 순수한 체술과 특훈 도중에 익힌 술법으로만 써서 대련하고 있었다. 


"체술면은 이타쿠가 위인데…."

"술법면은 사스케쪽이 위로군."


백염과 맞지 않는 것인지 이타쿠는 술법 발동을 잘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안 맞네."

"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요."


일부러 다가오는 기색을 숨기지 않는 시에미에 카카시와 마사키는 놀라지 않았다.


"자요."

"도시락 배달?"

"겸사겸사요."


사스케가 거의 이기고 있는 대련을 지켜봤다.


'덤비라니깐!'

'나루토! 주로 사용하는 팔로 대련하기 전에 대립의 인을 맺어라! 그거 예의야!'

'그딴 건 됐다니까, 빨리 이 녀석을 쓰러뜨리게 해달라구!'

'이 닌자 대련법은 옛날부터 지켜온 전통적인 훈련방식이야. 중요한거라고! 반드시 한쪽 손의 인을 상대에게 향하는 행위지만 양손을 맺는 술법 발동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의미하고, 서로 대립의 인을 앞으로 내밀고 겹치고 맺는 화해의 인으로서 동료라는 의지를 보이는 거다!'

'…알았다니깐요.'

'화해의 인을 맺어라.'

'흥!'

'이 우스라톤카치가!'


사스케와 이타쿠 대련법을 보자 과거 아카데미에서 사스케와 나루토 대련이 떠올라졌다. 그때 두 녀석들은 대립 인을 맺었지만 화해 인은 맺지 않았다. 서로 멱살을 잡았기에 이루카가 서로를 떼어놓았다.


"후훗."

"왜 혼자서 웃는 거야?"

"뭐가 즐거운 것이 떠올랐니?"

"조금은요. 두 사람, 밥 먹고 해."


시에미가 부르자 이타쿠와 사스케가 대련을 멈췄다.


"아, 한 사람 더 끼어도 되죠?"


숨어있는 가아라를 데리고 온 시에미는 자연스럽게 개인 그릇과 젓가락을 그에게 내밀었다.


"언제부터…?"

"처음부터. 게다가 언듯 살기를 내비추니까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지. 혹시 싫어하는 음식이라도 있어?"

"…단 음식."

"어째서!!!"


가아라 대답에 이타쿠가 절규했다.


"단 음식은 신이 내린 최고의 산물이야!! 계란말이 안 달아!"

"안 달아서 좋기만 하던데."

"잘 되었는데?"

"다들 미각이 이상해졌어!"

"이상한 건 너겠지."


이타쿠에게 사스케는 태클을 걸었다. 가아라는 그 모습을 멍청한 얼굴로 보았다.


"어째서…."

"가아라?"


가아라의 질문에 이타쿠가 젓가락질을 멈췄다.


"19회전 때 네가 보여준 그 힘은…."

"그래. 증오와 파괴를 원천으로 삼고 있는 괴물의 힘이지."

"그런데 어째서 너는…. 나와 뭐가 다르다고!"


가아라의 분노에 모래가 스스스 움직일 때 이타쿠가 계란말이를 쿡 찔러서 가아라 입에 쑤셔 집어넣었다.


"?!?!?!?!?"


그 행동에 놀랐는지 가아라의 모래가 풀썩 가라앉았다.


"역시. 그 자동식 모래 방패 엄청 느리네."

"이번건 공격 의사가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뭐야…."

"하고 싶은 말이라면 식사 끝나고 들어주마. 밥 먹어라. 밥상 앞에서 싸우면 음식 버린다. 그 짓거리는 시에미의 정성을 짓밟는 짓. 난 시에미 노력과 정성을 짓밟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이타쿠가 말하고 조림을 입에 가져갔다. 기세가 풀린 가아라가 도시락통을 향해 젓가락을 가져가자 멈춘 식사는 재개되었다.

식사가 끝나자 이타쿠는 사탕을 입에 물었다.


"먹을래?"

"단 건 싫다."

"그러냐."

"너도 괴물이지?"

"글쎄. 괴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아까 전에 넌 자신과 내가 뭐가 다르냐고 물었지? 난 다르다고 생각해. 나에겐 시에미가 있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서 사랑과 믿음을 주고, 그걸 난 자각하고 있지."

"…시시하군. 자신만을 사랑하고 타인을 죽임으로서 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타인 따위는 내가 살아있다고 실감하게 해주는 고깃덩어리 뿐이다."


그 말 사와코가 들으면 엄청 섭섭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그래서 이타쿠는 무자각이라고 한 건가? 사랑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외톨이란 고독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과 증오는 한끗차이라고 했던가."


이타쿠가 그 말에 중얼거렸다. 그 말은 시에미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이타쿠, 나랑 이번 3차 시험 때 내기할래? 진 사람은 이긴 사람 소원 뭐든지 들어주는 것 어때?"

"헤―― 별일이네. 진심으로 할 거야?"

"어. 목둔까지 쓸 거야."

"목둔까지…. 그래. 내기승부 하자."


이타쿠는 호승심 가득한 얼굴로 시에미를 보았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자, 내기가 성립되었다. 시에미는 더 이상 머물 생각이 없는지 도시락통을 챙겼다. 


"그럼 다들 특훈 열심히 해. 가아라, 우린 내려가자."

"나도…?"

"그럼 너도 가야지. 우리 두 사람은 여기서 방해꾼이니까."


마사키에게 병량환이 담긴 주머니를 넘기고 시에미는 가아라를 데려갔다. 꼭 어린아이를 이끌듯이 손을 잡고 내려갔다.


"왜 저런 녀석을 신경쓰는 거야?"

"사스케군~ 질투하는 겁니까~?"

"!! 아니야!!"


사스케가 이타쿠의 능글거린 말에 소리를 꽥 질렀다.


"난 질투하는데, 엄청."

"…엄청 솔직하네."

"당연하지. 서로 사랑하는 시간도 부족하니까. 얘기를 원래대로 돌리면 시에미가 신경쓰는 이유는 가아라가 나루토와 같으니까."

"??"

"이유도 없이,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들에게 미움받는 건, 두려움받는 건 몸이 강제로 생으로 찢겨나가는 것만큼 아프고 괴로워."

"너 미움받은 적 없잖아."


어리둥절한 사스케 말에 이타쿠는 키득키득 웃었다.


"역시 넌 네지와 똑같이 우물 안 개구리구나."

"누구랑 비교하는 거냐."

"휴식 끝났지? 다시 할래?"

"이번에도 내가 이긴다."

"쿠쿡."


사스케가 한 손에 뇌둔을 모우자, 이타쿠는 흰 불을 손에 피워냈다. 

시에미는 마을로 올 때까지 가아라 손을 빼지 않았다.


"가아라!!!"

"사와코가 찾으러 왔나보네."

"두 사람이 왜 함께 있어?"

"마을 구경 좀 시켜주고 있었어. 나뭇잎은 모래와 다르니까."

"그랬구나. 고마워."


시에미는 사와코가 나타나자 잡고 있는 손을 놓았다. 가아라는 자기 손을 허전하듯 응시했다.


"가아라."


가려는 가아라를 시에미가 불러 세웠다.


"넌 자각 못하고 있을 뿐, 사랑받고 있어."

"?"

"사와코가 주는 애정은 동정이 아니라는 소리야. 그러니 그딴 소리 지껄이지 마. 사와코가 엄청 섭섭해할 거다."


미수도 인주력도 소중하다. 그거야 그렇지, 친구이고 동질감을 지녔으니까. 그치만 반요들은 더 소중하다. 반요들은 또다른 영혼, 가족이니까. 


"또 그런 소리를 했지, 너. 자기만을 사랑하고 자기만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

"바보야! 넌 혼자가 아니라고 했잖아. 나도 있고 코우시도 있다고."

"너흰 날 온전히 이해 못 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가아라를 보며 사와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귀를 막고 있구나."

"어쩔 수 없지."


두 사람은 쓴 웃음을 짓었다.


"그래도 계속 말할 거야. 나는 네 편이라고 계속 말하고 행동할 거야."

"사와코도 조금은 성장한 건가."

"바보! 인주력은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니까 그런 것뿐이야."


사와코는 시에미 말에 쑥쓰러워하며 가아라를 쫓아 달려나갔다.


"인주력이니까 특별하다…? 바보구나. 가아라를 가아라로 보고 있잖아."


인주력이 아니라서 가아라니까 애정을 품고 있는 거다. 처음 시작은 그가 인주력이어서 애정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시에미는 우즈마키 일족 사유지로 향했다.


"아가씨."

"이번 본선 때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소리 들었지?"

"네."

"우즈마키 일족도 움직이도록 하자."

"드디어입니까."

"그래."


한 사람이 전해주러 가자 우즈마키 일족 어른들이 모였다. 


"경기장에 우즈마키 일족 5명 정도 있도록 해."

"5명이나 필요합니까?"

"일단 나랑 이타쿠가 진심을 다해 싸울 생각이거든."

"아."


시에미 말에 우즈마키 일족 사람들은 이해가 된 표정이 되었다.


"전쟁이 시작하면 너희는 일반인들을 지켜. 그리고……."


회의실 창문을 긁는 소리가 들려오자 누군가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토비오가 안으로 들어와 횟대에 앉았다.


"아, 토비오."

"무슨 일이야?"

"미쿠모씨에게 왔습니다."

"미쿠모에게 왔어? 드문 일이네."


시에미는 받아든 편지를 펼쳐보았다.


"어디 보자…. 중닌 선발 시험 본선 보러 간다. 자부자……? 응?"


엄청 짧은 편지에 시에미는 눈동자를 꿈벅꿈벅 떴다. 자부자? 그 모모치 자부자? 아니, 왜? 하필이면 이럴 때?!! 전쟁이 터질지도 모르는 이런 시기에 나뭇잎에 오겠다고? 아니아니!! 자부자와 하쿠가 츠쿠하네 상단에서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시에미씨?"


시에미는 잔뜩 혼란스러운 얼굴로 편지를 내려다봤다.


**

우미노 나나가 담당의로 적힌 록 리의 병실로 들어가자 사치코가 있었다.


"사치코?"

"우즈마키!"


시에미라고 불러도 되는데.


"왜 그렇게 놀라? 리는 잠들어 있는 건가."

"방금 전에 진통제로 재웠어. 심한 아픔에 시달려서."

"그렇구나. 몸을 회복하는 재활에 아픔이 동반되는 건 당연하지."


방금 전에 간호사에게 리의 재활에 대해서 듣고왔다. 힘든데도 불구하고 리는 아주 열성적으로 재활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병문안 항상 오나봐?"

"시간이 남아돌아서…. 아 물 갈아야겠다."


사치코가 일어나서 꽃병을 들어올리자 시에미는 그녀를 도왔다. 


"본선에 나간다면서 축하해."


꽃병 물을 갈면서 사치코가 말했다.


"너에게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네."

"2차 시험 때 너랑 싸워봐서 알겠어. 넌 정말 강해. 그렇게 되도록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것도 알겠어. 난 너랑 승부가 안 되었다는 것을 그때야 깨달았어. 나도 너처럼 되고 싶어. 널 이기고 싶어."


사치코의 도전에 시에미는 피식 웃었다.


"할 수 있으면 말야."

"그 오만한 콧대 꺾어주지."


병실로 돌아오자 병문객 셋 명이 늘어나 있었다. 나라 일족 그림자흉내술에 구속되어있는 가아라를 시카마루와 나루토가 노려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시에미가 셋 사람에게 물었다.


"이 녀석이 송충이 눈썹에게 이상한 짓을 하려고 했다니깐!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거야!!"

"죽이려고 했다."

"뭐?!"


냉정히 말하는 가아라에 사치코들은 깜짝 놀랐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는 거지? 시합에서 네 녀석이 이겼잖아. 이 녀석한테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는 거냐?"

"그런 건 없다. 그저 내가 죽이고 싶어서 죽일 뿐이다."

"무슨 제멋대로 소리를 하는 거냐니깐!"

"너 제대로 된 가정교육 못 받았지? 완전히 자기중심적이잖아."


시카마루가 묻고 가아라가 대답하자 나루토와 사치코가 외쳤다.


"날 방해하면 너희들도 죽인다."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그만둬, 나루토."


발끈하는 나루토를 시카마루가 말렸다.


"네가 강하다는 건 그 녀석과의 시합을 봐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말이지, 나도 이 녀석도 시에미도 그 정도는 별 거 아니야. 우리는 아직 예선에서 비장의 기술을 보여주지 않았어. 게다가 4 대 1이다. 형세가 불리한 쪽은 그쪽이야. 우리 말을 듣겠다면 얌전히 돌려보내 줄 수도 있다."

"한 번 더 말하지. 방해하면 죽인다."


시카마루의 허세는 (당연하겠지만) 가아라에게 통하지 않았다.


"너 따위한테 난 당하지 않는다구!"

"그만두라고 아까부터 그랬잖아! 이 녀석은 괴물급으로 강하다고! 너도 알잖아!"

"헹!"


시카마루의 말림을 나루토는 듣지 않았다.


"난 진짜 괴물을 기르고 있다고. 이런 녀석한테 지지 않아."

"상대를 도발해서 어쩌자는 거야, 이 바보!!"


사치코가 외쳤다.


"괴물이라…. 그거라면 나도 마찬가지다. 난 너희가 말한대로 제대로 된 가정교육 같은 걸 받지 못했다. 난 엄마라고 불려야 할 여자 목숨을 빼앗고 태어났지. 최강의 닌자가 되기 위해 아버지 인술로 슈카쿠라고 불리는 단지 속에 봉인되어 있던 모래 마을 노승의 생령인 모래 화신을 몸에 빙의한 채 태어났다. 즉 난 태어나면서부터 괴물인 거다."

"태어나기 전에 잉태시키는 빙의술 일종인가. 그렇게까지 하다니 맛이 갔군. 그게 부모가 할 짓이냐? 삐뚤어진 애정이군."

"애정이라고? 너희 잣대로 날 재지마라. 가족…. 그게 나한테 있어서 어떤 관계였는지 알려주지. 그건 증오와 살의로 연결된 단순한 고깃덩어리다."

"고깃덩어리…."


슬픈 말이네.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난 어머니 목숨을 양식으로 하여 마을 최고 걸작으로 만들어졌다. 카제카게 아이로서 말이지. 아버지에게 닌자 극의를 차례차례 배우며 과보호에 응석까지 부리며 방임되어 자랐다. 그게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말이다."

"그 사건?"


가아라가 입을 다물자, 나루토가 어서 말하라고 재촉했다.


"대체 뭐냐구!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구!"

"6살 때부터 지금까지 난 친부에게 몇 번이나 암살당할뻔 했다."

"!!"

"하, 하지만 아까는 아버지에게 응석부렸다고 했잖아!"


히죽 웃는 가아라의 미소에 공포에 질린 사치코, 시카마루, 나루토.


"너무 강한 존재는 자칫하면 공포의 존재가 된다. 술법에 의해 태어난 내 정신은 불안정. 정서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마을 얼간이들은 겨우 깨달은 모양이다. 카제카게인 아버지에게 있어 난 마을 비장 카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려운 위험물이기도 했지. 아무래도 6살을 넘겼을 때 난 위험인물로 판단된 듯하다. 마을의 위험한 도구로써 조심스럽게 취급되고 있었던 것뿐인 듯하다. 녀석들에게 있어서 난 지금은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 유물이지. 그럼 난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은 그 이유가 필요한 거다. 그렇지 않으면 죽어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자식…."

"그리고 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난 나 이외의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다고. 언제 암살당할지도 모르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드디어 안도했다. 암살자를 죽여 나가는 것으로 살아있는 이유를 인식할 수 있게 된 거다. 자신을 위해서만 싸우고 자신만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타인은 모두 그걸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멋진 세계는 없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살아있는 기쁨을 실감하게 해줄 죽여야 할 대상이 계속 존재하고 있는 한 내 존재는 사라지지 않아."


부모님이 존재하고 그 밑에서 사랑받고 자란 평범한 가정인 시카마루와 사치코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루토는 이해했다. 이해했기에 나루토는 다른 의미로 가아라를 두려운 눈동자로 보았다.


"나루토?"


주춤거린 나루토를 이상하게 여긴 시카마루.


"나루토! 어이, 정신차려!"

"자, 느끼게 해다오!"

"틀렸어!"

"멈춰, 가아라!!"

"거기까지다!"


가이가 외치고, 사와코가 달려와 가아라를 끌어안았다.


"본선은 내일이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잖냐. 그런 게 아니면 오늘부터 여기 묵을 셈이냐?"


가아라는 공포에 질린 셋 사람 앞에 서서 자신을 보는 시에미를 보자 "윽!"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괴로워했다.


"가아라!"


사와코가 그를 토닥이며 진정시켰다.


"괜찮아?"

"다가오지, 마라!"


가아라는 가까이 오던 시에미를 향해 외쳤다. 시에미 발이 멈췄다.


"친근하게 굴지 마. 접근하지 마. 너는 강하고 인간이지. 그렇다면 내가 죽여야 할 존재다."

"인간? 난 사와코와 같은 존재야."

"사와코랑…."

"그래. 9번째야."


가아라 시선에 사와코가 말했다.


"9번째 반요…, 우즈마키 시에미야."

"반요?"


뒤쪽에서 의아한 소리가 나왔지만 시에미는 가아라만 응시했다.


"정식으로 소개할게. 나뭇잎 마을의 구미 반요인 우즈마키 시에미라고 해."

"구미 반요…."

"돌아가자, 가아라. 부탁이니까 제멋대로 행동하지 마."

"…."

"난 널 걱정했다는 소리야."


사와코는 가아라를 데리고 병실을 나갔다. 


"반요가 뭐야?"

"그건 극비문서. 하닌인 너희가 알아서 될 내용은 아니야." 


시에미는 리 병실을 나가고 나나 연구실로 들어갔다.


"시에미? 무슨 일이야?"

"초커목걸이, 여기 있지?"

"아. 그거 여기 있어."


나나가 내미는 초커목걸이를 받아들었다. 조금 뜯겨지긴 했지만 못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에미는 본인 목에 붉은 초커를 착용하고, 목에 서클렛을 두르는 것으로 목걸이를 가렸다. 


"뭐하고 있었어?"

"한방약을 살펴보고 있었어. 가이가 리 재활에 도움을 줄 청춘한방을 만든다고 해서."

"열심히구나."

"아니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멋대로 만들면 독을 만들 수가 있잖아. 난 의사니까."


본인이 의료닌자인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나나였다. 저럴 때가 자신에게도 있었다. 반요라는걸 긍지로 가졌던 일이 자신에게도 있었다. 지금은…, 싫은지 좋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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