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날이 밝았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지나다녔고, 대로변은 마차 행렬로 줄을 이었다. 


"드디어 본선이네요."

"응."

"왜 너희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거야?"


후지는 어이없다듯이 시에미 시중을 들고 있는 모미지와 후유미를 보았다.


"하고 싶다고 해서."


시에미가 말했다.


"넌 좀 거절해라."

"후지! 시에미씨야! 경칭 붙여!"

"시끄러워! 난 절대로 그녀를 인정 안 할 거야!"


언령술이 걸려있어서 시에미가 메이코라는 것을 꺼낼 수 없는 후지였기에 '그녀'라고 지칭했다.


"근데 놀랐어. 설마 그녀가 이런 꼬맹이일줄은."

"누가 누굴보고 꼬맹이 취급하는 것인지."


카에데의 얕잡는 말에 후부키가 중얼거리고, 도키하가 그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았다.


"멍청아! 얕잡아 볼 상대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라!"


시에미는 시계를 보고 트윈테일의 금발을 빗고있는 모미지와 후유미 손을 멈추게 했다.


"슬슬 나갈려고하니까 이제 됐어."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요?"

"오랜만에 힘을 드러낼 생각이니까 조금 두근거려서, 연습장에서 마음 좀 진정시키고 가려고."

"보고 싶었는데!"


도키하와 후부키는 외곽 순찰을 돌아야해서 실력을 온전히 드러내는 그녀의 시합을 보지 못했다. 


"마을이 더 중요하잖아."

"그치만 시에미씨가 진짜 실력을 보이는 건 엄청 드물잖아요."

"그래그래. 갔다와서 투정을 들어줄게. 지금은 순찰 가라."

"냉정해!"


그녀들을 무시하고 시에미는 등허리쪽에 홀스터와 와키자시를 착용했다. 


"쌍둥이들 깨워서 아카데미로 보내."

"네~!"


평소와 다른 복장-등어깨가 드러난 검은색 탱크탑과 검은 반바지-인 시에미는 위령비랑 제일 가까운 제3연습장으로 향했다. 통나무 세 개가 있는 연습장에는 이미 손님이 있었다.


"히나타?"

"시에미!"


눈을 깜빡이며 보고 있으니 부끄러운지 홍조를 띄운 히나타가 안절부절 못했다.


"여, 여긴 왜…?"

"준비운동을 하고 가려고 했는데. 예선전 때 다친 몸은 괜찮아?"

"응."


시에미는 히나타 옆을 가리켰다.


"옆으로 가도 돼?"

"으, 응."


얼굴을 바늘로 찌르면 톡 하고 터질 것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어 희게 웃고 시에미는 기둥을 등받이 삼아 기대며 섰다. 놀란 토끼마냥 몸을 움찔움찔하는 히나타를 시에미는 보았다. 저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마른 목에 꿀꺽 침을 삼키는 히나타였다.


"내가 무서워?"

"아, 아니야!"


히나타가 고개를 도리조리 젓었다.


"나, 난…."


손을 꼼지락거리는 히나타는 입을 벙긋벙긋 말하려는 듯 말려는 듯해 눈길을 주며 말을 기다렸다. 하얀 눈동자는 이리저리 눈치를 보려고 데구루루 굴러가고 있어 눈썹을 휘어 그 작은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온 몸을 바싹 세워 놀란 히나타에 시에미는 상냥한 미소를 비추었다.


"천천히 이야기해도 돼. 나 도망가지 않아. 기다려줄 수 있으니까, 안절부절하지 말고 차분히 정리해서 이야기 해주면 돼."


부드러운 색감의 눈동자가 그러한 의지를 비추니 양손을 가슴께에 가져간 히나타는 짧게 심호흡했다. 


"시에미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이번에는 떨지 않고 말하는 목소리 내용에 시에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그 시에미를 오랫동안 봐 왔으니까…. 강해지고 싶어…, 나도…. 시에미처럼…. 주눅들지 않고…."


코토네 밑에서 약학을 배울 때부터 히나타를 봐왔다. 본가 후계자라는 중압감 아래서 자랐기에 그녀는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용기가 없었다. 무슨 행동을 해도 넌 분가보다 못하다며 힐난 받고 재능이 없다며 하찮게 여겨졌다.


"히나타."

"으, 응."

"히나타에게는 히나타의 매력이 있어. 그건 누군가를 따라할 수 없는 장점이고, 그건 네 용기의 원천이 될 거야."


히나타가 고개를 도리 저었다.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해서 옷자락을 꽉 잡았다.


"나도 히나타를 오랫동안 봐왔어. 히나타는 언제나 노력하고 있었잖아.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건 정말 하기 쉬운 일은 아니야."

"그, 그건… 나, 나루토군을, 따라 했는걸…."


푹 숙인 고개에는 귀 끝까지 붉어져서 한없이 작아지기에 시에미는 작은 머리에 손을 뻗어서 조심조심 쓰다듬었다.


"그럴까나. 하지만 말이야 히나타. 나는 그렇게 생각해. 노력은 따라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건 자신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노력이라고 생각해."


히나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더 빨리, 더 훌륭하게 위로 자라난다고 해도, 노력이라는 대지가 없으면 하고자하는 의지가 없으면 결국엔 무너져."

"하고자 하는… 의지…?"

"응. 내 마음속에, 비가 와도 벼락이 쳐도 지진이 와도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의지."

"의지…."

"네지랑 싸운 넌 정말로 아름다웠어. 도망치고 싶지 않다고 했지? 그 말대로 넌 도망치지 않았어. 의지를 관철한 멋진 시합이었어."


시에미의 칭찬에 히나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툭 떨어져 방울방울 대지를 적셨다.


"잘… 한 거야, 나…?"

"그게 네 의지라면."


양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히나타에게 양 손을 펼친 시에미가 자애롭게 웃었다. 그대로 그 품에 안긴 히나타는 어깨가 크게 들썩거릴 정도로 울음을 쏟았다. 시에미는 히나타 어깨에 제 고개를 기대고 작은 등을 쓰다듬었다.


"그걸 상대에게 관철했다면 넌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인 거야."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 최고의 칭찬이었다. 엉엉 우는 히나타는 그동안 쌓여있던 울분을 터트리듯 목을 놓아 울었고 시에미는 아무 말도 없이 그런 히나타를 안아주었다.

긴 시간 훌쩍거리는 소리는 들렸지만 울음이 가신 것 같아 천천히 얼굴을 바라보니 양손으로 눈가를 마구 비비기에 손가락으로 그 눈가를 아프지 않게 꾹꾹 눌러 눈물을 닦아냈다.


"같이 경기장 갈까?"

"아, 나 키바군을 기다려야 해서…."

"그래? 어쩔 수 없네. 그럼 경기장에서 또 보자."


히나타 이마에 시에미가 쪽 입맞춤했다.


"시, 시에미?!"

"히나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강인함, 너에게 그게 있어."


홍조에 홍조가 더해져서 잘 익은 사과처럼 변한 히나타가 귀여워 시에미는 하하 웃음을 터트리고 본선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 뒤로 히나타는 나루토와 만나게 된다.

3차 시험. 나뭇잎 닌자들은 바싹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하나둘 자리에 앉아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그러나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타마을 닌자들이 하나둘 들어오자 다들 아무렇지 않게 말을 돌리며 이번 시험에서 누가 강하다느니 누가 대단하다느니 얘기를 꺼냈다. 레이는 혼자 앉아있었다. 경기장에도 우치하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서 휴가를 냈던 레이가 선택되었다.


"경기장에 혼자 온 건가, 레이."

"시카쿠씨!"


레이가 빠릿빠릿 일어서서 싹싹하게 인사하자 시카쿠가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농담 따윈 안 통할 것 같은 우치하에서도 제법 사교성 있는 것이 레이와 시스이 남매였다. 


"그런데 이런데서 저와 얘기하기엔…."

"생각보다 걱정이 많아. 옆자리에 누가 앉아도 그건 그들이 뭐라 할 게 아니지."


사람 좋게 웃은 시카쿠가 레이 옆자리에 앉자 이쪽으로 시선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라 가의 당주와 우치하라니. 심지어 친근해보이기까지 했다. 


"레이는 여기 계속 있을 건가?"

"휴가 냈는데 어떻게 안 와요? 걱정도 되고…. 올 만하니까 왔죠."


주된 내용은 피하고 있었지만 시카쿠는 경무부대 일을 돕지 않아도 되냐고 물었고 레이는 그에 괜찮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두 사람을 보며 앞으로 우치하에 대한 파장이 커지겠다며 수근거리는 닌자들이 있었다. 

시에미가 원형 격투장인 본선 시합장으로 들어섰다.


"시에미?!"

"뭐야, 그 시선은."

"살을 너무 드러낸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카오리와 시카마루를 대신해 시노가 한 마디 했다.


"말했잖아. 진심으로 하겠다고. 그 옷은 움직이기에 불편하잖아. 치마보다 바지가 움직이기 편안하니까. 근데 이타쿠는?"

"아직 안 왔어."


타에가 말했다. 시에미는 목에 감겨져 있는 느슨한 서클렛 끈을 세차게 묶었다.


"얼레? 사스케는?"


나루토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나랑 싸우는 도스라는 녀석도 없고…."

"어이, 거기 너희들. 허둥거리지 마라."


시카마루도 주위를 살펴보자 겐마가 말했다.


"제대로 가슴 펴고 관중석에 얼굴을 비추라고."


떠들썩한 관중석을 올려다봤다. 이곳 어딘가에 자부자와 하쿠가 있는 걸까? 우즈마키 붉은 머리칼을 지닌 닌자가 북쪽, 서쪽, 동쪽, 남서쪽, 남동쪽에 각각 한 명씩 앉아있었다. 


"이 본선 너희들이 주역이다."


카제카게가 도착하자 호카게가 자리에 일어섰다.


"여러분―――!! 이번 나뭇잎 마을 중닌 선발 시험에 모여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부터 예선을 통과한 14명 본선 시합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마지막까지 지켜봐주십시오!"


호카게 목소리가 거대한 시험장 내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14명?"


호카게 말에 한 명 줄어든 것에 의문을 표하자 겐마가 대전표를 꺼냈다.


"시합 전에 잠깐 말해둘 게 있다. 이걸 봐라. 약간 토너먼트에 변경이 있다. 자신이 누구랑 싸우는지 한 번 더 확인해둬라."


1회전 : 우즈마키 나루토 vs 휴우가 네지

2회전 : 가아라 vs 우치하 사스케

3회전 : 아부라메 시노 vs 칸쿠로

4회전 : 시무라 타에 vs 레오

5회전 : 휴우가 카오리 vs 사와코

6회전 : 테마리 vs 나라 시카마루

7회전 : 이타쿠 vs 우즈마키 시에미


"저기 말야!"

"뭐냐."

"그, 이타쿠랑 사스케가 아직 안 왔는데 어떻게 되는 거냐니깐?"

"자신의 시합 개시 시간까지 도착하지 않는 경우 부전패로 처리한다. 지형은 틀리지만 예선과 마찬가지로 룰을 일체 없다. 승부는 어느 한 쪽이 죽든지 졌다고 인정할 때까지다. 단 내가 결판이 났다고 판단하면 거기서 시합은 중지시킨다. 반론은 용납하지 않는다. 알겠냐? 그럼 1회전 대전자 둘을 남기고 다른 녀석들은 대기실로 물러가라."


대기실로 올라가자 나루토, 네지, 겐마가 한눈에 들어왔다. 경기장 안에서 말하는 내용도 제법 똑똑하게 들려오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특등석 자리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하군."

"전에도 말했지. 반드시 이기고 말 거라니깐."

"하, 뭐 그 편이 싸울 보람이 있지. 진짜 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때 낙담한 얼굴이 기대되는군."

"쫑알쫑알거리지 말고 어서 시작하자고!"


여전히 파이팅 넘치는 나루토와 네지의 싸늘한 반응이 극명했다.


"그럼 제1회전, 시작!"

"와아아아!"


온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너도 네지의 낙승일 거라고 생각하냐?"

"그런 건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그것은 현명한 대답이다. 왜냐면 낙승이라고 방심하는 순간 빈틈을 주기 때문이다."

"오 시노, 꽤나 멋진 말이야."


시카마루, 타에, 시노, 시에미가 차례대로 말하고 별 대화없이 시합을 관전했다.

겐마의 시작 신호에 나루토가 그림자분신술을 사용했다. 저건 차크라양이 많은 나루토에게 좋은 기술이지. 인도 하나 뿐이고.


"어차피 본체는 하나."

"허세부리지 말라구!"

"올 테면 와봐라."

"날, 우습게, 보지, 말라고!"


네지는 나루토 분신 공격을 피하면서 공격해 분신들을 전부 사라지게 만들었다.


"호카게가 되겠다라…. 이래선 무리겠군. 대게 다 간파해버린다고, 이 눈으로. 타고난 재능은 정해져있다. 바꿔 말하자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게 정해져 있는 거라고."

"어째서…, 어째서 언제나 그렇게 단정짓는 거냐고, 넌!"

"그럼 누구든 노력만 하면 호카게가 될 수 있다는 거냐? 호카게를 선택되는 건 정말 극소수 닌자뿐이다. 좀 더 현실을 응시해라. 호카게가 되는 자는 그런 운명을 태어난다. 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운명으로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다. 사람이란 제각가 다른 법이다. 거역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사는 수밖에 없지. 단 하나. 누구나 동일하게 지니고 있는 운명이란 죽음뿐이다."

"그래서,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난 쉽게 포기 못하는 성격이라고!"


아까보다 많은 숫자의 그림자 분신을 불러낸 나루토. 네지는 그런 그의 공격을 피했다.


"나도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고. 점혈을 질리는 걸 두려워해 공격 횟수가 가장 적은 1체. 네가 공격하면 할수록 그 1체가 명확해진다. 본체는 너다."


네지가 나루토 한 체를 공격했다.


"그러니까, 멋대로 단정 짓지 말라고 했잖냐."


찔러진 본체인 척 하는 분신이 사라졌다. 그리고 네지 뒤에서 달려드는 2명의 나루토.


"애당초 이쪽은 죽을 각오로 돌격하고 있는 거라구!"


팽이처럼 회전한 네지 공격으로 나루토가 날아가고 분신은 사라졌다. 네지가 사용한 저 기술은!!


"말도, 안 돼. 저건 분가 사람이 가질 기술이 아니잖아."

"회천에 대해 아는 거야?"

"어."


카오리가 묻자 시에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천은 휴우가 일족 종가, 그 후계자에게만 전해지는 비전이잖아."


백안 시계는 거의 360도. 적 공격을 받는 순간 온몸 차크라혈에서 차크라를 대량 방출. 그 차크라로 공격을 막아내고 자신 몸을 팽이처럼 원 운동시켜 상대를 튕겨나게 하는 기술. 그게 회천이다.


"이걸로 끝이다. 넌 내 팔괘 영역 내에 있다."


팔괘?! 유권법 팔괘 64장을 하는 네지에 시에미는 감탄했다.


"전신 64개 점혈을 찔렀다. 넌 이제 설 수도 없다. 분하냐? 변화시킬 수 없는 힘 앞에 무릎 꿇고 네 무력함을 깨달아라. 노력하면 반드시 꿈을 이뤄진다는 건 그저 환상이다."

"말했잖아…. 난 쉽게, 포기 못하는, 성격이라고…."

"그만둬라. 이 이상 해봤자 마찬가지다. 너한테 별로 원한은 없다."

"시끄러! 나한테는 확실하게 있다고!"

"무슨 소리지?"

"어째서, 어째서 넌 그렇게 강하면서…. 어째서 전부 간파한듯한 눈을 하고 그렇게 노력하는 히나타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이는 짓을 한 거냐!"

"너와는 관계없는 얘기다."

"히나타를 바보 취급하고 낙제생이라고 멋대로 단정짓고 종가가 뭐고 분가가 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말야. 남을 낙제생 취급하는 빌어먹을 녀석은 내가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좋겠지. 그렇게 말한다면 알렬주지. 휴우가 증오스러운 운명을!"

"네지 오빠!"


카오리가 안타까운 얼굴로 네지를 보았다. 네지는 서클렛을 풀어 휴우가 주인술이 찍힌 이마를 보여주며 과거를 얘기했다. 히나타, 하나비 자매의 아버지이자 현당주 히아시를 대신해 네지, 카오리 남매 아버지 히자시가 죽은 사건….


"저 삐딱한 성격은 진짜…."


카오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와 다르네."


타에가 카오리를 보며 말했다.


"난 누구 덕분에 변했거든."

"누구 덕분에?"


카오리는 시에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과거 얘기가 끝나자 네지가 서클렛을 다시 착용해 새장 속 새를 가려버렸다.


"넌 나에게 질 운명이다. 반드시 말이지."

"그런 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 네가 얼마나 괴로운 경험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말야. 그걸로 운명이 전부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는 건 엄청난 착각이라고!"

"구제불능인 녀석이군."


네지가 간신히 서 있는 나루토를 공격했다.


"시험관, 끝났다. 낙제생 녀석."

"도망가지, 가지 말라니깐…. 난, 도망치지 않아…. 자신이 내뱉은 말은 굽히지 않아. 그게 내 닌도다!"


나루토가 일어섰다.


"들어본 듯한 대사로군."

"너같이 운명이니 뭐니 그런 도망만 치는 녀석한테는 절대로 지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잘난듯이 설교 하는 건 그만둬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나는 거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인을 짊어진 운명이 어떤건지 네 녀석 따위가 알 것 같냐!"

"그래…. 알고 있다고. 그래서 그게 어쨌다구? 품 잡지 말라고. 별로 네 녀석만이 특별한 게 아니라고. 히나타도 말야, 너와 마찬가지로 괴로워했다고. 종가인데,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을 필사적으로 변화시키려고 그렇게 생각해서 피를 토하면서 너랑 싸운 거야. 너도 그래! 종가를 지키는 분가가 시험이라고 해서 히나타를 그렇게 만들고! 사실은 너도 운명에 거역하려고 필사적이었던 거잖아!"


나루토는 둔한 것 같으면서 촉이 날카로웠다. 그래서 그런지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것을 찍어준다. 좀 불쾌한 감각은 들겠지만.


"네 64개 점혈은 이미 막혀있다. 당분간 차크라를 쓰지 못하는 네가 어떻게 싸울 생각이지? 결국엔 너도 히나타님과 같은 운명이다."

"시끄러! 백안으로 뭐든지 남에 대해서 다 안다듯이 지껄이지 마!"

"그렇다면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옳은지 어떤지 어디 보여주실까?"

"그래. 반드시 널 쓰러트려서 그걸 증명해주마."


나루토가 인을 맺어 차크라를 끌어올렸다. 


"하아아아압!!"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 무리라니까. 점혈을 찔렸다고. 어째서 그렇게까지 자신의 운명에 거역하려고 하지?"

"…낙제생이란 소릴 들어서다!"


구미 차크라가 나루토 몸에서 흘러나왔다. 폭주하지 않고 끌어낸 건 칭찬 할만 하지만, 한 번 그 차크라를 빌려쓰기 시작하면 봉인은 점점 약해져갈 텐데.


"저게 구미 인주력…."


사와코는 중얼거렸다. 구미 차크라로 대폭 스피드가 올라간 나루토가 네지에게 달려들었다.


"휴우가의 증오스런 운명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말야! 네가 무리라고 생각하면 더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 내가 호카게가 되어서 휴우가를 바꿔주겠어!"


두 사람이 격돌하자 폭발했다. 모래 먼지가 시야를 가린다. 무사한 사람은 누구지?

모래 먼지가 걷히고 땅속에서 나오는 네지가 쓰러진 나루토에게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차크라를 거의 대부분 소비한 것 같군.


"낙제생군.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걸로 정말로 끝…!!"


땅 속에서 나온 나루토가 네지 턱을 주먹으로 가격했고, 네지는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져 있는 분신이 사라지자 구멍이 났다. 그렇군. 저 구멍을 숨기기 위해서…. 네지는 이제 일어날 힘도 없는 건가.


"그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그림자분신을…. 네 특기 인술인가 보군. 방심했군."

"…난 아카데미 졸업시험에서 3번이나 떨어졌어. 운도 없이 졸업시헙에는 나오는 테스트가 항상, 항상 꼭 내가 못하는 인술이었기 때문이지."

"?!"

"분신술은 내가 제일 못하는 인술이었다고. 운명이 어떻다느니 바꿀 수 없다느니 그런 시시한 소릴 칭얼거리지 말라고. 넌 나랑 다르게 낙제생이 아니니까."

"승자, 우즈마키 나루토!"


모두 예상을 깨고 나루토가 네지를 이겼다. 멋진 시합이었기 때문에 관중석에서 박수갈채 소리가 들렸다.


"이겨버렸잖아, 저 녀석! 저 녀석만큼은 나랑 마찬가지로 못 나가는 파라고 생각했는데!"

"못 나가는 파?"

"환호성을 받는 게 이미 잘 나가는 파 같잖아. 그보다 나 저 녀석한테 못 이길 거야. 정말 위험해. 왠지 기운 빠지네."

"풋."

"왜 웃는 거야, 시에미?"

"아니. 귀찮다고 하면서 그런 사고 방식하는 게 귀여워서."

"귀엽-!!"

"난 시카마루도 잘 나간다고 생각해."

"어물쩍 넘어가긴…."


네지가 들것에 실려나가자 카오리가 대기실을 나갔다. 스태미너 괴물인 나루토가 방방 뛰어다니는 걸 보았다. 자신을 믿는 힘, 그것이 바로 운명이 바꾸는 힘이라는 걸 나루토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다. 네지는 앞으로 달라질 거다. 나루토에겐 사람을 바뀌는 매력이 있으니까.

병동으로 들어간 카오리는 네지가 누운 침대로 다가갔다.


"몸은 어때, 네지 오빠?"

"왜 온 거야. 어서 돌아가."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차갑게 대하지 마. 내 차례는 아직 멀었고-."

"휴우가님."


안으로 들어온 존재에 카오리는 말을 멈칫했다. 


"미안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켜주게."

"하, 하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걸세."

"네."


히아시 말에 의료 닌자들이 밖으로 나갔다. 히아시 등장에 네지가 몸을 일으켰고, 카오리가 그가 앉을 수 있게 부축했다.


"무슨 볼일이십니까?"

"너희들에게…, 그 날의 진실을 전해주러 왔다."

"그날의?"

"진실?"

"그때… 내가 죽을 생각이었다."

"무슨?!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가! 그때 제 아버지는 당신 대리로서 살해당한 겁니다!"


히아시 말에 네지가 발끈해서 외쳤다. 히아시는 품 안에 있는 두루마리를 꺼내서 네지 옆 침대 위에 올려놨다.


"여기에, 그날의 진실이 있다."

"어차피 종가가 형편좋게 만들어낸 변명이 쓰여 있을 뿐이겠죠."

"지금의 너희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아버님의 필체야."

"!!"


카오리 말에 네지는 빠르게 두루마리를 펼쳐들었다. 익숙한 필체는 히자시가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네지 옆에서 카오리는 편지를 읽었다.

편지를 다 읽자 카오리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렀다.


"난 종가로서가 아니라 히자시 형으로서 너희에게 동생 마지막 말을 전하고 싶구나. 믿어다오."


엎드려서 남매에게 사과하는 히아시 모습에 네지가 놀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개를…, 드세요."


휴우가 분가 남매는 눈물을 흘렸다. 무언가를 홀가분히 털어낸 표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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