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루는 쿄코의 폰번호가 적힌 쪽지를 보며 고민했다. 그 고민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길을 걷는 도중에도 계속되었다. 카오루는 발을 멈추고 쪽지를 내려다봤다.


"그렇게 서 있으면 부딪칠 거야."

"!!"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카오루는 그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놀이터가 있는 공원의 벤치에 쿄코가 앉아있었다.


"우왓?! 왜 여기에?"

"보러왔어."

"누굴?"

"쿄스케(恭介)를."

"!"

"그런 표정 짓지 마."


카오루의 굳어진 얼굴에 쿄코가 재빠르게 말했다.


"단지 멀리서 보러 왔을 뿐이야."


그렇게 차갑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표정을 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쿄코는 쓴웃음을 짓었다.


"아. 왔다."


때맞침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놀이터로 들어왔다. 그 안에서 밝은 갈색 머리색과 개나리색 눈색 그리고 준수한 외모를 지닌 남자아이가 입구에 나타난 것을 보자마자 쿄코는 벤치에서 일어나 다른 입구쪽으로 몸을 돌렸다.


"가자."

"더 안 볼 거냐?"

"충분히 봤어. 오래 머물면 관여하게 될지 모르니까."


충분히 봤다면서 놀이터를 등돌리고 걸어가는 쿄코의 등은 굉장히 외로워보였다. 카오루는 그런 쿄코를 뒤쫓았다. 자신과 함께 걷는 그에 쿄코가 물었다.


"일찍 끝났나보네."

"부활을 안 하거든."

"하면 좋을 텐데."

"귀가부가 더 좋아."


교복을 입고 있지 않는 16살 쿄코를 의아하게 생각한 카오루가 질문을 던졌다.


"넌? 부활 해? 아니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거야? 16살이면 고등학교 2학년이잖아."

"쌍둥이 동생들은 다니지만 난 안 다녀."

"왜?"

"유카리코가 13살 때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해서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사업 시작해서."

"잠깐!! 유카리코가?! 쓰러져? 왜?!"

"자세한 얘기는 내 협력자가 되면 해.줄.게~ 슬슬 내 협력자가 될 결정은 내~렸~어~?"


그 이상은 비밀이라면서 쿄코는 야하게 웃었다. 


"아, 아, 아직, 고민 중이거든!"

"아직도~? 꽤 시간을 길게 주었는데?"

"시끄러!!"


얼굴이 새빨개진 카오루 말을 더듬거리더니 빼액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추파 던지지 마! 이 음란 무녀!"

"하-아?! 누가 음란이야! 쨔샤!!"


쿄코는 카오루의 말에 발끈해서 그에게 덤벼들었다. 갑자기 덤벼드는 쿄코에 카오루는 놀라 뒤로 물러나가다 휘청 발목이 꺾여 몸이 크게 흔들렸다.

 

"우왓!" 


그리고 비명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아픔이 가시자 밑에 깔린 카오루가 눈에 들어왔다. 카오루도 놀랐는지 눈동자가 크게 떠져서 꼼짝하지 않았다. 서로 비키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서로를 눈에 담은 채 시간이 흘러갔다.


"까아아악!! 뭐냐―――! 뭐냐고오오오오오!!"


두 사람의 멈춘 시간을 움직이게 한, 사람 신경을 긁는 더러운(?) 고음이 길가에 울러펴졌다.


"길가에서 러브러브라니! 나도 네즈코짱이랑 그러고 싶어―――!!"


여전히 호들갑이네, 젠이츠. 그 하이톤 목소리에 쿄코는 카오루의 위에서 비켜났다. 소란스러운 옆을 보자 젠이츠와 그의 동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 냄새는…, 라고 중얼거리며 이마 왼쪽에 반점이 그러져 있고 붉은빛 도는 흑발과 눈동자를 지니고 귀에 화투패 모양 귀걸이를 찬 남학생이 코를 킁킁거렸다. 


"쿄코 씨! 쿄코 씨, 맞죠?"


탄지로는 여전히 후각이 좋은가 보네. 


"쿄코!! 승부다!!"


상의 단추를 전부 풀어헤친 예쁘장한 외모의 남학생, 이노스케가 멧돼지처럼 돌진하자 쿄코는 피하며 이노스케에게 발을 걸고 난 후에 바닥에 앉아 어리둥절한 카오루를 일으켜 세웠다. 


"이노스케!!!"


균형을 잃어 아스팔트 도로를 슬라이딩한 이노스케에 젠이츠는 친우를 걱정하며 또다시 하이톤 고음을 내질렀다.


"가자, 카오루."

"아? 어, 어?"


어리둥절한 카오루를 끌고 쿄코는 걸어갔다.


"쿄코 씨!! 쿄카를 만나주지않는 겁니까! 쿄카가 당신을 많이 그리워해요! 쿄코 씨!!"


뒤에서 탄지로가 외쳤다. 하지만 쿄코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인지 쿄코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뒤에 남겨진 세 남학생들은 수십미터 정도 멀어졌다.


"축지법이냐."

"술법을 썼을 뿐이야."


카오루의 중얼거림을 듣고 꽤 멀어졌다는 걸 확인한 쿄코가 발을 멈췄다.


"쿄카….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 그쪽에서 널 애타게 찾는 모양인데 만나주지 않을 거야?"

"…."

"만나기 무서워?"

"응."

"걸려져 있는 저주 때문이야?"


힘은 약해도 카오루 역시 술사였기 때문에 쿄코의 몸에 걸린 저주를 금방 알아보았다. 


"누가 걸어놓은 거냐. 영혼에 새겨놓은 저주라니…. 엄청 미움을 받았나보네."

"…."

"전생에서, 아니 일족이 몰락시키고 뭘 하고 다녔던 거야?"

"…."

"그것도 협력자가 되면 말해줄 거냐."

"당연하잖아. 협력자가 아닌 지금의 넌 나에게 필요없는 존재니까."


협력자가 되어줄까 말까하는 상황에서는 관련되는 것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말 좀 예쁘게 해라. 상처받아~!"


상처받았다는 카오루의 어투에 신경쓰지 않는 쿄코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본전 개축식 일로 호즈미 신사로 갔던 쿄야가 슬슬 귀가할 시간이었다. 


"나도 집으로 가야겠다."

"벌써?"

"쿄야가 기다려."

"그 녀석은 전부 알고 있는 거야?"

"어. 아무것도 몰랐다면 당장 기억을 지워버리고 떼어놓았을 텐데."


쿄코는 안타깝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 꼬마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얼굴을 하고 있더라고."


카오루가 쿄야의 관상에서 읽은 것을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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