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학생들은 모두 노리스 부인의 습격받은 얘기만 했다. 필치는 그 습격자가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지, 고양이를 습격받은 장소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을 계속 긴장시켰다. 필치가 신비한 다목적 오물 제거제로 벽에 쓰여진 글씨를 박박 문질러 닦는 걸 몇 번 보았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 글씨는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밝게 번득일 뿐이었다. 필치는 그 범죄 현장을 지키고 있지 않을 때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복도를 살금살금 걸어다니면서, 아무 학생이나 발로 툭툭 건드리며 시끄럽게 숨쉬었다거나 행복해보인다 같은 말도 되지 않는 죄목을 붙여 벌을 주려고 했다.

지니는 노리스 부인이 그렇게 된 걸 보고 매우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론은 동생이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넌 노리스 부인을 잘 알지도 못하잖아."


론이 동생의 기운을 돋우어 주려고 말했다.


"솔직히, 그 고양이가 없으니까 정말 살 것 같아."


지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호그와트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냐."


론이 동생을 안심시켰다.


"그런 짓을 한 미치광이는 곧 잡혀서 쫒겨날 거야. 하지만 난 그 미치광이가 필치를 돌로 만들어 버린 다음에야 쫒겨났으면 좋겠어."

"론!"


지니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내가 론을 작게 불렀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을 본 론이 부랴부랴 덧붙였다.


"아냐, 아냐, 그저 농담한 거야..."


**

그 사건은 헤르미온느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헤르미온느가 많은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내는 건 아주 예사로운 일이긴 했지만, 그녀는 이제 줄곧 책하고만 씨름했다.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고 물어도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다음 주 수요일이 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마법의 약 수업이 끝난 뒤 해리는 세베루스에게 붙잡혀 책상을 닦아야 했다. 기다리고 있다가 해리와 함께 점심을 먹고나서 도서관에 있는 론을 만나기 위해 이층으로 가는데, 저스틴 핀치 플레츨리가 약초학 수업을 마치고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는 해리와 눈이 마주치자 무뚝뚝하게 돌아서더니 반대 방향으로 급히 달아났다.

론은 도서관 안쪽에서 마법의 역사 숙제의 길이를 재고 있는 걸 발견했다. 빈스 교수의 중세 유렵 마법사들이라는 주제로 1미터짜리 긴 작문을 숙제로 내주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아직도 20센티미터밖에 안 돼."


론이 화가 나서 내팽개치자 양피치 두루마리가 다시 또르르 밀렸다.


"헤르미온느는 깨알 같은 글씨인데도 1미터 40센티미터나 했는데 말야."

"헤르미온느는 어디에 있니?"

"저기 어딘가에 있을 거야."


론이 서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또 다른 책을 찾고 있어. 그 앤 크리스마스 전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몽땅 읽을 작정인가 봐."


해리는 줄자를 잡고 자신의 숙제를 펼쳤고 곧 론에게 저스틴 핀치 플레츨리에 대해 말했다. 


"그런 걸 뭐하러 신경쓰니. 그 앤 원래 좀 멍청하잖아."


론이 될 수 있는대로 큰 글씨로 마구 갈겨쓰며 말했다. 곧 헤르미온느가 책꽂이 사이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이 꽤 상기되어 있는 것을 보아 마침내 무언가 말하려는 것 같았다.


"《호그와트의 역사》를 사람들이 모두 빌려가 버렸어."


헤르미온느가 우리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2주나 더 기다려야 해. 그 책을 집에다 두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 말야. 하지만 록허트의 책들을 다 넣고 나니까 다른 책을 넣을 공간이 있었어야지."

"그 책을 왜 찾는데?"

"다른 애들이 그 책을 찾는 것과 똑같은 이유지, 뭐. 비밀의 방의 전설을 읽어 보려고."

"그게 뭔데?"


해리가 얼른 물었다.


"바로 그 점이야. 나도 바로 그게 기억이 나지 않거든. 그리고 아무리 뒤져 봐도 다른 책에서는 그 전설을 찾을 수가 없어..."


헤르미온느가 입수을 깨물며 말했다.


"헤르미온느, 네 작문 좀 읽어 보자."


론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절망적으로 말했다.


"안 돼, 그럴 수 없어."


그녀는 매정하게 말했다.


"숙제할 시간이 열흘이나 있었는데 여태 뭐하다 이제 와서 보여달라는 거니?"

"이제 5센티미터 정도만 더 쓰면 돼. 어서..."


종이 울렸다.


"그래, 곧 있으면 마법의 역사 수업이잖아. 빈스 교수에게 물어보자."


내가 말하자 헤르미온느는 좋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의 역사는 가장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그 과목은 유일하게 유령 교수인 빈스가 가르쳤는데, 그가 칠판을 통해 교실로 들어온다는 사실이 그나마 가장 흥미로운 일이었다. 나이가 많아 얼굴이 쭈글쭈글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가 죽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어느 날 교무실 난로 아에서 안락의자에 앉은 채로 죽음을 맞았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시신이 그대로 남겨둔 채 수업하러 올라갔었다고 했다. 그리고 빈스 교수의 일과는 그 이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늘의 수업은 한층 더 지루했다. 빈스 교수가 노트를 펼치고 낡은 청소기가 웅웅거리는 것 같은 낮고 단조로운 목소리로 읽기 시작해쓰 때 교시렝 있는 아이들은 거의 모두 깊은 혼수 상태에 빠져 버렸고, 가끔 이름이나 날짜를 받아 적어야 할 때만 잠깐잠깐 깨어났다가 다시 잠들어 버리곤 했다 그런데 수업한지 30분쯤 지나갔을 때 전에 없는 일이 일어났다. 헤르미온느가 질문한 것이였다. 1289년의 국제 와록 협정에 대해 말하던 빈스 교수는 놀란 표정으로 흘끗 쳐다보았다.


"어... 그래..."

"그레인저입니다, 교수님. 혹시 비밀의 방에 대해 뭐든 말슴해주실 수 있는지 궁금한데요."


헤르미온느가 똑 부러지는 소리로 말했다. 딘은 입을 헤벌리고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갑자기 혼수 상태에서 깨어났고, 거의 엎드려있다시피 하던 라벤더는 고개를 번쩍 들었으며, 한쪽 팔로 턱을 괴고 있던 네빌은 놀라서 바람에 책상에 코를 박고 말았다. 빈스 교수가 눈을 깜박거렸다.


"내가 가르치는 건 마법의 역사입니다."


그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신화나 전설이 아니라 사실을 다룹니다, 그레인저양."


분필을 똑 부러뜨리는 것 같은 작은 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목이 가다듬고 말을 계속했다.


"그 해 9월에, 사르디아의 마법사 분과 위원회는...."


그가 말을 더듬거리며 멈췄다. 헤르미온느의 손이 다시 높이 올려져있었다.


"교수님, 전설이란 항상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빈스 교수는 살아생전에든 죽은 후에든 이제껏 강의 도중에 질문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던지, 그녀를 아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글세요."


빈스 교수가 천천히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학생이 말하는 전설은 대단히 물의를 일으킨, 심지어 어이없기까지 한 이야기여서..."


그러나 학급 전체는 이제 빈스 교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빈스 교수는 하나같이 자기 얼굴을 들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을 흐릿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보기 드물게 자신을 향해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 몹시 어리둥절해진 것 같았다. 


"아, 좋아요. 가만있자.... 비밀의 방은.... 물론 여러분 모두 알고있겠지만, 호그와트는 1000년 전에-그 정확한 날짜는 확실히 모르지만- 당대의 위대한 마법사 네 명에 의해 창립되었어요. 학교 기숙사 네 곳의 이름은 고드릭 그리핀도르, 헬가 후풀푸프, 로웨나 래번클로 그리고 살라자르 슬리데린이라는 그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입니다. 그들은 머글의 눈을 피해 함께 이 성을 지었어요. 그 시대에는 일반 사람들이 마법을 두려워해서, 마법사들이 많은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흐릿한 눈으로 교실을 응시한 뒤, 계속했다.


"몇 년 동안, 창립자들은 함께 조화를 이루어 일하며, 마법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 젊은이들을 성으로 데리와 교육시켰죠. 하지만 그 뒤 그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겼어요. 슬리데린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죠. 슬리데린은 호그와트로 데려올 학생들을 더 엄격히 가려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대대로 마법사 가문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만 마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었던 거죠. 그는 머글 부모를 가진 학생들을 믿지 못하겠다며 받아들이길 꺼렸어요. 한참 뒤, 그 문제를 놓고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 사이에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슬리데린이 학교를 떠났어요. 믿을 만한 역사적 문헌에는 다 이렇게 쓰여있어요. 그러나 전혀 거짓이 없는 이들 사실은 비밀의 방이라는 기상천외한 전설 때문에 모호해졌어요. 그 전설에 따르면 슬리데린이 성 안에 숨겨진 방을 하나 만들었는데, 다른 창립자들은 그것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겁니다. 그리고 슬리데린이 자신의 후계자가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아무도 열지 못하도록 그 비밀의 방을 봉쇄해 두었다는 겁니다. 그 후계자만이 비밀의 방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끔직한 것을 풀어, 마법의 공부할 가치가 없는 모든 학생들을 제거하도록 말이죠."


그가 이야기를 마치자 기나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건 빈스 교수의 수업 시간에 늘 있는 활기 없는 침묵이 아니었다. 모두다 더 듣고 싶은 듯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므로 분위기가 좀 거북했다. 빈스 교수는 약간 화난 것처럼 보였다.


"그 모든 이야기는 물론 터무니없는 엉터리입니다. 학교 당국은 물론 가장 학식이 높은 마법사들이 그런 방을 찾기 위해 수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존재 하지 않았어요. 그건 그저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 꾸며진 이야기에 불과하니다."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다시 들었다.


"교수님, 그 안에 있는 끔직한 것이라는 건 정확히 무얼 말하는 건가요?"

"그건 슬리데린의 후계자만이 통제할 수 있는 어떤 괴물이라고 생각되고 있어요."


학급 학생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잘 들어요, 그런 괴물은 존재하지 않아요."


빈스 교수가 노트를 이리저리 넘기며 말했다.


"그런 방도 없고, 그런 괴물도 없어요."

"하지만 교수님."


시무스가 말했다.


"만일 그 방이 오직 슬리데린의 진정한 후계자에 의해서만 열린다면, 그 사람을 제외한 다른 어느 누구도 그 방을 찾아낼 수 없다는 말이 아닐까요?"

"그건 말도 안 돼요. 그 오랜 세월 동안 호그와트의 역대 교장 선생님들이 전혀 찾아내지 못했는데...."

"하지만, 교수님."


패르바티가 입을 열었다.


"그 방을 열기 위해서는 어둠의 마법을 사용해야만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덤블도어 교수님도 못하는 게 아닌..."

"이제 그만합시다!"


빈스 교수는 날카롭게 말했다.


"그건 전설이에요!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슬리데린이 비밀 빗자루 벽장 같은 걸 지었다는 아무 증거가 없어요! 여러분에게 이렇게 하찮은 이야기를 들려준 게 후회스럽군요! 이제 역사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근거 있고 믿을 만한 입증할 수 있는 사실 이야기로 말입니다!"


그리고 5분도 되지 않아, 교실은 다시 깊은 휴면 상태로 빠져들었다.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괴팍한 늙은이라는 건 전부터 알고있었어."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이 우굴우굴한 복도를 지나, 저녁식사 전에 가방을 기숙사 방에 갖다 두러 올라가며 론이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순수혈통 운운하는 짓거리가 슬리데린에게서 시작됐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난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그 기숙사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을 거야. 솔직히, 만약 그 마법의 모자가 날 슬리데린에 넣으려고 했다면, 난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탔을 거야."


헤르미온느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마법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나쁘게도 좋게 사용할 수 있어. 슬레데린 소속의 학생이라고 해도 전부 나쁜 것은 아니야."


론에게 말을 했다. 나는 슬리데린이지만 좋은 마법사를 알고있다. 아빌은 상냥했으니까. 그녀는 전혀 나쁘지 않았다. 순수혈통이지만 그것을 고집하지도 않았고... 


"해리, 해리!"

"안녕, 콜린."


떼지어 이동하는 사람들을 피해 한쪽 옆으로 비켜섰을 때, 콜린 크러비가 지나갔다. 해리가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인사했다.


"해리, 해리, 우리 반에 있는 어떤 아이가 그러는데 형이...."


하지만 몸집이 작았던 콜린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속에 파붇혀 연회장 쪽으로 밀려갔다. 그는 밀려가면서 간신히 "나중에 봐, 해리!"라고 외쳤다.


"콜린네 반에 있는 아이가 너에 대해 무슨 말을 했다는 거니?"


헤르미온느가 이상하게 여겼다.


"내가 슬리데린의 후계자라는 말이겠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말이라도 믿을 거야."


론이 넌더리가 난다는 듯 말했다.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자 어려움없이 다음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비밀의 방이 정말로 있을까?"

"몰라. 덤블도어 교수는 노리스 부인을 고치지 못했잖아. 그걸 보면 그 고양이를 습격한 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쩌면... 뭐랄까... 인간은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들어."

"마법이라도 그렇게까지 뻣뻣하게 하지는 못할 거야."


모퉁이를 돌자, 바로 습격 사건이 일어났던 복도 끝이 보였다. 그 현장은 횃불 선반에 매달린 뻣뻣한 고양이가 없다는 것과, "비밀의 방이 열렸다"라는 글씨가 적힌 벽에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날 밤과 똑같았다. 


"필치가 망보고 있는 곳이 바로 저긴가 봐."


론이 중얼거렸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좀 살펴본다고 큰일 나지는 않겠지."


해리가 가방을 내려놓더니 뭔가 단서라도 찾으려는 듯 손과 무릎을 대고 바닥에 엎드렸다.


"그을림 자국이야! 여기... 그리고 여기도..."


그가 말했다.


"와서 이것 좀 봐! 이상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벽에 쓰여진 글귀 옆에 있는 창문 쪽으로 가자 헤르미온느는 가장 높은 창유리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 주위에서 20여 마리의 거미가 갈라진 작은 틈새로 앞다투어 달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거미들이 올라가는 데 사용한 것 같은, 은빛 거미줄 하나가 밧줄처럼 매달려있었다. 호그와트에서 도망치려고 하고 있는 건가?


"거미들이 저렇게 행동하는 걸 본 적 있니?"

"아니. 넌, 론? 론?"


론을 보자 그는 꼭 달아나고 싶은 걸 억지로 참고 있기라도 한 듯 저만치 물러서 있었다.


"왜 그래?"

"난... 거미를.... 좋아하지... 않아."


론이 긴장해서 말햇다.


"그건 전혀 몰랐네."


헤르미온느가 놀란 눈으로 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법의 약 시간에는 거미를 아무렇지 않게 만졌잖아."

"죽은 건 괜찮아."


론이 창문만 빼고 다른 곳을 주의 깊게 살피며 말했다.


"난 그저 거미가 움직이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뿐이야..."


헤르미온느가 낄낄 거렸다.


"웃을 일이 아냐."


론이 화가 나서 말했다.


"세 살이었을 때, 프레드 형은 내가 자기 장난감 빗자루를 부러뜨렸다고 내.... 내 곰 인형을 엄청나게 큰 거미로 변신시켜버렸어.... 곰 인형을 들고 있는데 그게 갑자기 다리가 많은 거미로 변했다고 생각해 봐... 너희들도 아마 기겁을 했을 거야..."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진저리를 쳤다. 헤르미온느는 그런데도 여전히 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너희들 마룻바닥에 물이 고여있었던 거 기억하니? 그 물은 어디서 나온 걸까? 누군가가 닦아냈어."

"여기즘이었어."


해리가 화제를 돌리자 론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필치의 의자의 지나 몇 발짝 걸어가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로 이 문이 있는 곳이었어."


그가 문 손잡이로 손을 뻗다가 마치 데기라도 한 듯 화들짝 놀라며 얼른 손을 떼었다.


"왜 그래?"

"들어갈 수 없어."


론이 투명스럽게 말했다.


"여자 화장실이야."

"하지만, 론, 저 안엔 아무도 없을 거야. 여기가 모우닝 머틀이 사는 곳이야. 자, 한번 들어가 보자."


헤르미온느는 커다란 고장 표지판을 무시한 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침침하고, 침울한 화장실 내부가 보였다. 금이 가고 얼룩진 커다란 거울 밑에, 깨진 세면대들이 죽 한줄로 늘어서 있었다. 물이 흥건한 바닥에 받침까지 타들어 간 몇 개의 동강난 초들이 희미한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화장실의 나무문들은 칠이 다 벗겨지고 무언가로 북북 긁혀져 있으며, 그 중 하나는 경첩이 떨어져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손을 입술에 대고 맨 끝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안녕, 머틀, 잘 있었니?"


헤르미온느를 따라가자 모우닝 머틀이 변기 물통 위에 둥둥 떠서 턱끝에 있는 여드름을 짜고 있었다.


"여긴 여자 화장실이야."


그녀가 론과 해리를 수상쩍은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애들은 여자가 아니잖아."

"그래,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동의했다.


"난 그저 저 애들에게.... 어... 이곳이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야."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더러운 거울과 축축한 바닥 아무데나 가리키며 말했다.


"머틀에게 혹시 뭐라도 보았는지 물어봐."


해리가 소리내지 않고 헤르미온느에게 속삭였다.


"너 뭐라고 속닥거리는 거니?"


머틀이 해리를 빤히 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냐."


해리가 얼른 말했다.


"우린 그저 물어보고 싶은 게...."

"난 사람들이 내 등 뒤에서 말하는 건 질색이야!'


머틀이 울음이 북받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게도 감정이 있어, 죽었다고 해도 말야.."

"머틀, 네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그런 게 아냐. 해리는 그저..."

"내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그런게 아니라구! 말은 그럴듯하지!"


머틀이 악을 쓰며 말했다.


"호그와트에서의 내 인생은 고통뿐이었어. 그런데 죽어서까지도 사람들은 날 가만 내버려두지 않아!"

"우린 네가 혹시 최근에 뭐 이상한 것을 보지 못했는가 해서 온 것뿐이야. 왜냐하면 할로윈 때 고양이 한 마리가 네 화장실 바로 밖에서 습격을 받았거든."


내가 말했다.


"그날 밤에 이 근처에서 누구 못 봤니?"


해리가 물었다.


"별로 신경쓰지 않아서 잘 몰라."


머틀이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말했다.


"피브스가 날 어찌나 화나게 했던지 난 이 안에 들어와서 죽으려고 했었어. 그리고 물론, 난 기억했지, 내가... 내가..."

"이미 죽었다는 걸 말이지."


론이 머틀의 말을 대신 해주었다. 머틀이 애처롭게 흐느끼더니, 공중으로 올라가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변기 속으로 풍덩 들어가며 물을 온통 튀기고는 사라졌다. 하지만 흐느낌 소리의 방향으로 보아, 그녀는 변기 밑의 수도관 어딘가에 있는 게 분명했다.


"론, 너는 배려심을 좀 키워야겠다. 눈치도 덤으로 말이지. 어쨌든 나가자."

"이 정도는 약과야... 자, 가자."


헤르미온느는 그런 일을 많이 당해보았는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기가 막혀서 입을 헤벌린 채 서있는 해리와 론에게 말했다. 

머틀의 흐느낌 소리를 들으며 문을 닫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론!"


퍼시가 반장 배지를 반짝거리며, 굉장히 충격받은 표정으로 계단참에 서 있었다.


"거긴 여자 화장실이야!"


그는 헐떡거리며 말했다.


"너희들 뭐하고..."

"그저 좀 살펴보고 있었던 것뿐이야."


론이 어깨를 으쓱했다.


"단서, 뭐 그런 거 있잖아...."


퍼시가 위즐리 부인을 생각나게 하는 표정으로 소리를 높였다.


"거기서.... 당장.... 나와..."


퍼시가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재촉하며 손바닥으로 론의 팔을 찰싹 때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다들 저녁 먹고 있는데 여기 다시 오다니..."

"우리가 여기에 오면 왜 안 돼?"


론이 꼼짝 않고 퍼시를 노려보며 흥분해서 말했다.


"잘 들어, 형. 우린 그 고양이에게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았어!"

"나도 지니에게 바로 그렇게 말했어."


퍼시가 사납게 말했다.


"하지만 지니는 여전히 네가 쫒겨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난 지니가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그렇게 불안해하는 건 처음 봤어. 지니의 입장도 생각해야지, 모든 1학년들이 이 일로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단 말야...."

"괜히 지니 핑계대지마."


론의 귀가 새빨개져서 말했다.


"형은 그저 나때문에 학생회장 자리를 놓칠까 봐 안달하고 있는 것뿐이야."

"그리핀도르에게 5점 감점할 줄 알아!"


퍼시가 자신의 반장 배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짧고 힘차게 말했다.


"그만하면 말귀를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어! 더 이상 탐정 짓은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당장 엄마에게 편지를 쓸 테니까!"


그리고 그는 목덜미가 론의 귀만큼이나 새빨개진 채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권력욕이라는 것은 대단히 무섭구나...."


퍼시의 뒷모습을 중얼거리면서 기숙사로 올라가자면서 아이들을 챙겼다.

그날 밤 될수 있는대로 퍼시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론은 하기 싫은 숙제를 끄적거리고 있었는데, 무심코 지팡이를 집어 들다가 그만 노트에 불을 붙고 말았다. 그 바람에 더욱더 화가 난 론은 보고 있던 책을 탁 덮어 버렸다. 그러자 헤르미온느역시 보고 있던 책을 덮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 짓일까?"


마치 막 나누고 있었던 어떤 대화를 계속하기라도 하는 듯이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큅과 머글 태생을 모두 위협해서 호그와트에서 쫒아내고 싶어하는 게 누굴까?"

"생각해 봐.'


론이 어려운 수수께끼라도 푸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 머글 태생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게 누구지?"


그가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자, 헤르미온느는 잘 납득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녀석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혹시 말포이가..."

"물론이야."

"너무 오바같은 생각인데, 론?"

"로라! 너도 그 애가 하는 말 들었지? "흥, 다음은 어떤 잡종이 당할 차례일까?"라고 하던 말 말야. 그 쥐새끼 같은 녀석의 불쾌한 얼굴을 생각해 봐. 그 녀석 짓이 분명해."

"말포이, 슬리데린의 후계자?"


헤르미온느가 약간 의심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녀석의 가족을 봐."


해리도 역시 책을 덮으며 말했다.


"그들은 모두 슬리데린 기숙사 출신이야. 그 녀석은 항상 그것을 자랑하고 다녔잖아. 그들은 슬리데린의 후손일 가능성이 많아. 그 녀석의 아버지도 아주 못됐잖아."

"그들은 수세기 동안 비밀의 방 열쇠를 갖고 있었을 거야!"

"글쎄.... 가족 모두가 슬리데린 출신이라고 해서 그렇게 몰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우리 대모 가족은 전부 슬리데린 기숙사 출신이니까 나쁜 마법사 가족인 거야, 해리, 론?"


내가 그들에게 질문하자 그들은 말문이 막힌듯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입증하면 되잖아."


헤르미온느가 방 저쪽에 있는 퍼시를 흘끗 쳐다보며 훨씬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어려울 거야. 그리고 대단히 위험하기도 하고 말야. 우린 아마 학교의 규칙을 50개쯤 어겨야 할 거야..."

"만약 한 달쯤 뒤에라도 확실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을래?


론이 안달이 나서 말했다. 


"좋아."


헤르미온느가 차갑게 말했다. 진짜로 실행할 생각인거냐! 


"우린 그저 정체를 숨기고 슬리데린의 학생 휴게실로 들어가 말포이에게 몇 가지 물어보기만 하면 돼."

"설마... 헤르미온느, 폴리 주스를 만들 생각이야?"

"맞아, 로라. 역시 마법의 약은 너가 더 잘 아는 구나."

"폴리 주스라니? 그게 뭔데?"


해리와 론이 동시에 물었다. 그런 그들을 한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몇 주일 전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잖아."

"넌 우리가 수업시간에 스네이프 교수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줄 아니?"


론이 투덜거렸다.


"그걸 먹으면 다른 사람으로 변해. 한번 생각해 봐! 우린 네 명의 슬리데린의 학생으로 변신할 수 있는 거야. 아무도 그게 우리라는 걸 알지 못해. 말포이는 아마 우리에게 무슨 말이든 할거야. 그 앤 지금, 우리가 듣지 못해서 그렇지, 어쩌면 슬리데린의 휴게실에서 자기가 슬리데린의 후계자라는 걸 마구 자랑하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볼 때 폴리주슨지 뭔지 하는 건 좀 위험하게 들려."


론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랬다가 만약 영원히 슬리데린의 모습으로 남아 있게 되면 어떡하니?"

"시간이 얼마간 지나면 약 기운이 없어져."


헤르미온느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어떻게 얻을 생각인데? 그 약의 조제법은 《모스테 포텐트 마법의 약》이라는 책에 있어. 그 책은 제한 금지에 있고."

"그렇게... 뭐라고 핑계를 대지? 우리가 그 마법의 약을 만들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 생각엔, 그냥 그 이론에 관심이 있는 척만 해도 충분히 가능할지 몰라..."

"야, 어떤 교수님이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겠니? 아주 바보 멍청이가 아닌 다음에야..."

"록허트라면 가능할지 몰라. 그는 자기 책을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면 쉽게 동의서에 사인해줄 거야. 그리고 그는 사인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말이지."


내가 말하자 론의 표정이 밝아졌다. 근데 진짜로 만들 거냐? 그 약의 재료는 대부의 사무실 밖에 없는데... 훔쳐오는 수밖에 없잖아. 점점 더 골치거리가 늘어가는 생각이 드네. 요즘은 더욱 더 머리 속을 단단히 무장하고 있어야겠다. 대부가 나중에 레질러먼시를 하면 나를 크게 혼낼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피해가 막심했던 작은 요정 사건 이후, 록허트는 수업시간에 다시는 살아있는 생물을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책에 나온 구절들을 읽어 주거나, 대로 더 극적인 사건들을 재현해 보이도록 했는데, 곡 해리를 지목해 록허트 자신이 무찌르는 마법 생물체의 역 재현을 돕도록 했다. 

다음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시간에도 어김없이 교단 앞으로 끌려나갔고, 이번에는 늑대인간 역을 해야했다. 지금은 록허트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큰 소리로 멋지게 늑대 울음 소리를 내는 거야. 그래, 해리, 바로 그거야..... 바로 그때, 내가 와락 덤벼들어서.... 이렇게... 그를 한 손으로는, 그를 계속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그의 목에 대고... 혼신의 힘을 다해 굉장히 복잡한 호모포스 주문을 외웠죠... 그러자 그가 애처로운 신음을 내뱉으면서... 계속해, 해리... 더 높은 소리로... 좋았어... 털이 싹 없어지고... 송곳니가 작아지더니... 그가 다시 사람으로 변했어요. 간단하지만, 효과적이었죠... 그렇게 해서 날 영웅으로 추앙하는 또 하나의 마을이 생긴 겁니다. 매달 늑대인간의 습격에 시달려야 했던 마을을 구해 준 수호자로서 말이죠."


종이 울리자 록허트가 일어섰다.


"숙제. 내가 와가와가의 늑대인간을 쳐부순 것을 주제로 시를 한 편씩 써 올 것! 가장 잘 쓴 사람에게는 상품으로 내 자서전 《신비한 나》에 사인을 해서 주겠어요!"


학생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해리는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교실 뒷자리로 돌아왔다.


"준비됐니?"


해리가 비밀스레 말했다.


"모두들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려."


헤르미온느가 초조하게 말했다.


"좋아..."


그녀가 손에 종이 쪽지를 꽉 움켜쥐고 록허트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해리와 론은 그녀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나는 느리게 가방을 정리하는 척을 했다. 


"저... 록허트 교수님? 저기... 이 책을 도서관에서 갖고 나오고 싶은데요. 그저 참고로 좀 읽으려구요."


헤르미온느가 더듬거리며 약간 떨리는 손으로 종이 쪽지를 내밀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도서관 제한 구역에 있어서, 교수님의 사인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걸 읽으면 확실히 교수님이 《굴 귀신과 돌아다니기》 책에서 말씀하셨던,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아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지."


록허트가 쪽지를 받아들면서 헤르미온느에게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 책 재밌었니?"

"그럼요."


헤르미온느가 정말 그렇다는 듯 말했다.


"정말로 기막힌 아이디어였어요. 교수님이 그 마지막 녀석을 차 거르는 조리로 잡으신 것 말예요..."

"글쎄, 내가 학년 최고의 학생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겠지."


록허트가 흥분해서 커다란 공작 깃펜을 꺼냈다.


"그렇지, 멋지지 않니?"


그가 비위가 상한듯한 론의 표정을 잘못 이해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난 책에 사인할 때는 보통 이걸 쓰지."


그가 쪽지에 사인을 휘갈려 쓰고는 헤르미온느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그 모습에 책을 가방 속에 집어넣고는 교실을 나섰다. 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론과 헤르미온느와 해리가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록허트는 우리가 어떤 책을 보고 싶어하는지도 들여다보지 않았어."

"그게 바로 그가 머리가 굉장히 나쁜 멍텅구리라는 증거야."

"하지만 그가 그런 성격이라서 더욱 더 얻기 쉬었잖아, 사인. 만약 깐깐한 교수였지만 얻는 것은 더욱 더 힘들었을 거야. 처음으로 고마워야겠는걸, 멍텅구리한테 말이지."

"그는 멍텅구리가 아냐."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너더러 학년 최그이 학생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쉿!"


도서관으로 들어오자 목소리를 낮췄다. 사서인 피스 부인은 영양실조에 걸린 대머리수리처럼 비쩍 마르고 화를 잘 내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지만 책을 다루는 것을 보고 있으면 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그렇게 싫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핀스 부인."

"어서 오라, 에반스양."


내가 인사를 건내자 책을 살펴보고 있는 부인이 입꼬리를 비틀리면서 인사를 해주었다. 곧 헤르미온느가 그녀에게 쪽지를 내밀었다.


"《모스테 포텐트 마법의 약》이라고?'


그녀가 수상쩍다는 듯 되풀이해 말하며 그 쪽지를 가져가려고 했지만 헤르미온느는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건 제가 그냥 갖고 있으면 안 될까요?"


헤르미온느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 왜 그래."


론이 그것을 헤르미온느의 손아귀에서 잡아빼서 핀스 부인에게 내밀었다.


"사인은 또 받게 해줄게. 록허트는 사인하기 좋아하잖아."


핀스 부인은 혹시 위조된 사인인지 알아보려고 쪽지를 불빛쪽으로 갖다댔지만, 그 테스트는 무사히 통과되었다. 그녀는 높다란 책꽂이 사이로 으스대며 걸어갔다가, 몇 분뒤 케케묵은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책 한 권을 들고 돌아왔다. 헤르미온느가 그것을 가방을 넣자, 너무 서두르거나 죄진 듯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애쓰며 걸어나왔다.

5분 뒤, 모우닝 머틀의 고장난 화장실에 또다시 갔다. 론은 그곳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헤르미온느는 제정신으로 거길 갈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거기서는 어느 정도 마음놓고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론의 고집을 꺾었다. 모우닝 머틀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끄럽게 울부짖었고, 우리도 머틀을 본체만체했다. 헤르미온는 책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그 책은 페이지마다 축축한 얼룩이 배어 있었고, 불쾌한 삽화가 그려져있었다. 


"여기 있다."


헤르미온느가 '폴리주스의 마법의 약'이라는 제목이 붙은 페이즈를 찾자 흥분해서 말했다.


"정말 굉장히 복잡하군."


조제법을 훑어보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풀잠자리, 거머리, 보름초, 마디풀..."


그녀가 재료 목록을 손가락으로 대충 집어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것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야. 학생 비품  벽장 속에 있거든. 우리 마음대로 가져올 수 있을 거야... 어, 봐, 바이콘의 뿔 가루야... 이건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잘게 썬 오소리 가죽... 이것도 역시 까다롭고... 그리고 물론, 무엇이든 우리가 변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몸의 일부가 조금 필요해."

"뭐라구?"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니, 우리가 변하고 싶은 사람의 몸의 일부라니? 난 크레이브의 발톱이 들어간 건 절대로 먹지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하지만 아직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맨 마지막에 넣을..."

"우리가 얼만큼 훔쳐야 하는지는 아니, 헤르미온느? 잘게 썬 오소리 가죽, 그건 분명히 학생 벽장엔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스네이프 교수의 개인 창고에 몰래 들어가? 이건 그다지 좋은 방법 같지가 않아..."


헤르미온느가 책을 탁 덮었다.


"그래, 만약 너희 둘이 손을 떼겠다면, 좋아."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뭔가 착각한 것 같은데, 규칙을 어기고 싶지 않은 건 바로 나야. 난 그저 머글 태생들을 위협하는 게 어려운 마법의 약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하지만 너희들이 만약 말포이가 정말로 그런 짓을 했는지 어쨌는지 굳이 알아내고 싶지 않다면, 난 당장이라도 가서 이 책을 핀스 부인에게 반납하겠어."

"난 네가 규칙을 어기자고 할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론이 말했다.


"좋아, 하는 거야. 하지만 발톱은 안 돼, 알았지?"

"머리카락이면 충분할 거야. 뭐, 기본적인 인체의 부분으로 다들 머리카락 몇 가닥 정도로 사용하니까."

"그런데 약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


헤르미온느가 한층 흡족한 표정으로 책을 다시 펼치는 걸 보며 해리가 물었다.


"글쎄, 보름초는 보름달이 떴을 때만 따야 하고 풀잠자리는 21일 동안 약한 불에서 끓여야 하니까... 한 달쯤이면 충분할 거야. 재료만 다 구할  있다면 말야."

"한 달?"


론이 말했다.


"그 때쯤이면 말포이가 학교에 있는 머글 태생을 반쯤은 습격했을 거야!"

"하지만 그 방법밖에 없어, 론."

"누가 뭐래? 그냥 최선을 다하자는 말이야."


론이 헤르미온느가 다시 눈을 치켜뜨자 부리나케 덧붙였다. 

내일, 토요일 퀴디치가 시작된다.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의 시합이... 11시가 다가오자 전교 학생들이 퀴디치 경기장으로 향했다. 천둥이 가끔씩 치는 후텁지근한 날씨. 우리는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해리에게 행운을 빌어주었다.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걸어나가자,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터져나왔다. 래번클로와 후플푸프까지도 합세해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지만, 슬리데린들이 우우거리는 아유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후치 부인의 호루라기 소리에 열네 명의 선수들이 어둡게 내려앉은 하늘로 쏜살같이 올라갔다. 


"이상한데..."


왜 블러저가 해리만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슬리데린이 60대 0으로 리드하고 있습니다."


해리의 근처에는 몰이꾼인 위즐리 형제들이 있었다. 블러저는 여전히 해리를 공격하자 결국 조지가 우드에게 신호를 보내자 우드는 타임아웃을 신청했는지 후치부인의 호루라기가 울렀다. 그리핀도르 선수들이 지상으로 급하강하자 군중 속에서 슬리데린이 야유하는 소리가 들렸다. 

빗줄기는 이제 더 굵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후치 부인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해리는 공중으로 세게 박차고 날아갔다. 어째서 너가 혼자서?! 위험하잖아. 해리는 블러저때문에 공중제비를 하다가 급속히 내려오기도 하고, 나선형을 그리며 돌기도 하고 지그재그 모양으로 날기도 하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또 한 번은 맹렬히 질주해 오는 블러저를 피해 거꾸로 매달렸다. 그는 스타디움 언저리에서 곡예를 부리고 있었다. 어서, 해리가 스니치를 잡아야했다. 


"해리!!"


해리가 말포이의 곁에 맴돌고 있는 황금 스니치를 발견하자 가만히 멈춰 있는지 1초도 되지 않았을 때 블러저가 마침내 그의 팔꿈치를 세게 치고 지나갔다. 해리의 오른팔은 옆으로 축 늘어져있었다. 그리고 그는 말포이에게 돌진했다. 그리고 다치지 않은 한 손으로 빗자루에서 떼고 스니치 쪽으로 쭉 뻗었다. 스니치를 잡는 순간, 해리가 미끄러졌다.

해리는 철벅 하며 흙탕물을 치고 빗자루에서 굴러떨어졌다. 팔이 매우 이상한 각도로 매달려 있었다. 그가 스니치를 잡았다는 리 조던의 해설에 휘파람 소리와 우레같은 환호 소리가 들렸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경기장 바닥에 쓰러진 해리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록허트가 그에게 먼저 다가갔다. 콜린은 그런 해리를 찍고 있었다. 록허트의 지팡이가 빙빙 돌리다가 해리의 팔에다 갖다대자 해리의 뼈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미친!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아. 그래. 뭐랄까, 때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하지만 요점은 더 이상 뼈가 부러지는 일이 없을 거라는 거야. 바로 그걸 명심해야 해. 자, 해리, 일어서서 병동으로 가거라. 위즐리군, 그레인저양, 에반스양, 해리와 동행해 주겠니? 폼프리 부인이.... 어... 약간... 어... 치료를 마무리해 주실 거야."

"... 하지 못하면 나서지를 마시죠."


내가 록허트에게 살기를 감돌면서 중얼거리고는 론과 함께 해리를 부축하고는 병동으로 향했다.

폼프리 부인은 그 상황을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


"나한테 바로 왔었어야지! 부러진 뼈를 고치는 거라면 순식간에 해결되지만... 뼈를 다시 자라게 하는 건..."

"할 수 있으시겠죠, 그렇죠?"

"할 수는 있지. 하지만 좀 아플 게다."


폼프리 부인이 해리에게 잠옷을 던지며 으스스하게 말했다.


"오늘 밤에는 병동에 있어야겠구나."


론이 해리를 도와 잠옷을 입히는 동안, 침대에 드리워진 커튼 밖에서 헤르미온느와 내가 기다렸다. 


"그 남자는 언젠가 그 성격때문에 고립될 거야."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야."

"넌 어떻게 된 애가 이런 상황에서도 록허트를 두든할 수 있니, 헤르미온느, 어? 그는 적어도 해리가 뼈를 붙이고 싶어하는지 뼈를 발라내고 싶어하는지 정도는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니니?"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리고 이제는 아프지도 않잖아, 그렇지, 해리?"

"응. 하지만 아프지만 않는 게 아니라 아무 느낌이 없어."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커튼 속으로 폼프리 부인이 들어가자 나역시 그녀를 따라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폼프리 부인은 스켈레그로라는 꼬리표가 붙은 커다란 병을 들고 있었다.


"오늘 밤에 병동에 있어야 하는 건 혹시 밤 사이 통증이 심해질까 봐 그런 거란다. 뼈가 다시 자라나게 하는 건 굉장히 아프거든."


폼프리 부인이 말하고는 그에게 약을 내밀었다. 해리는 그 약을 마신 후 기침을 하며 푸푸거렸다. 폼프리 부인이 위험한 스포츠와 교수의 터무니없는 행동에 대해 불평 불만을 늘어놓으면서 나가자, 론과 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 마실 물을 조금 주었다. 해리의 팔이 침대에서 제멋대로 흐느적거리는 것이 보이자 속에서 울컥하면서 무언가 느껴졌다.


"먼저 갈께."


나즈막히 말하고는 더 이상 해리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병동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는 손으로 눈가를 가리고는 그리핀도르 탑으로 걸어갔다. 지금 내 얼굴은 굉장히 흉할 것이다.

그날 밤, 해리를 찾아 병동으로 숨어들려고 한 콜린 크러비가 습격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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