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미온느는 병동에 몇 주일을 머물렀다.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휴일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자 그녀가 습격을 받아서 병동에 입원한 것이라는 엉뚱한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버렸다. 많은 학생들이 헤르미온느를 한 번 보려고 병동 앞을 지나다녔으므로, 폼프리 부인은 헤르미온느가 털 난 얼굴이 보여져서 창피당하는 일이 없도록 침대에 커튼을 높이 달아주었다.

우린 매일 저녁 헤르미온느를 찾아갔다. 그녀에게 그날 그날의 숙제를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만약 내 얼굴에 털이 자라났다면, 난 공부하지 않고 쉬었을 거야.'


어느 날 저녁 론이 헤르미온느의 머리맡 탁자 위에 책들을 쏟아내며 말했다.


"바보같은 소리 마, 론. 그때 그때 해놓지 않으면 나중엔 따라갈 수 없어."


헤르미온느가 활발하게 말했다. 이제 얼굴에난 털이 모두 사라지고 눈이 서서히 갈색으로 돌아오고 있엇으므로 그녀는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그런데 무슨 새로운 실마리라도 잡았니?"


그녀가 폼프리 부인이 들을 수 없도록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전혀."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분명히 말포이 짓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론이 100번도 더 했던 말을 또 했다.


"저건 뭐니?"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베개에서 쑥 비어져 나온 황금빛 나는 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저, 빨리 회복되라는 카드야."


헤르미온느가 허둥지둥 말하며 그것을 보이지 않게 쑤셔 넣으려고 했지만, 론을 당해 내지 못했다. 론은 그것을 잡아 빼서 펼치더니, 큰 소리로 읽었다.


"그레인저양에게, 쾌유를 빕니다. 멀린 3등급 훈장, 어둠의 마법 방어 연맹 명예 회원이자 <마녀 주간지>의 가장 매력적인 미소 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 당신의 교수,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로부터."


론이 메스꺼운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올려다보았다. 


"너 이걸 베개 밑에 놓고 자니?"

"론! 남의 것을 빼앗으면 안 돼! 어서 돌려줘."


때마침 폼프리 부인이 헤르미온느가 먹을 약을 들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녀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말에 론은 어쩔 수 없이 카드를 그녀에게 돌려줘야했다.

병동을 나오자 론이 질문했다.


"록허트 교수가 그렇게 멋지니?"

"풋."

"뭐야, 왜 웃는 거야?"


내가 웃음을 터트리자 론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지금 질투하는 것일까나?


"아무것도 아니야."


답이 무엇인지 알고있었지만 나는 일부로 그 답을 말하지 않았다. 론이 스스로 깨달야하지 않겠어. 그리핀도르 탑쪽으로 가는 계단에 올라섰을 때 위층에서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필치야."


급히 계단을 올라가 몸을 숨기고서 귀를 기울이며, 해리가 속삭였다.


"누가 또 당한 게 아닐까?"


론이 긴장해서 말했다. 이성을 잃을 것 같은 필치의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해 귀를 세우고 조용히 서있었다.


"... 할 일이 훨씬 더 많아졌어! 이 일 아니어도 할 일이 산더미같은데 밤새도록 걸레질이라니! 안 되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덤블도어 교수에게 가야겠어..."


그리고 그의 발소리가 점점 더 작아지더니 복도 끝에서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모퉁이 쪽으로 내밀었다. 필치는 평상시처럼 망을 보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우리가 서 잇는 곳은 노리스 부인이 습격받았던 바로 그곳이었다. 필치가 소리치고 있는 쪽을 힐끗 보았다. 복도 반까지 물이 흥건히 차있었는데,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 문틈에서 여전히 스며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필치의 고함 소리가 그치자, 화장실 벽에서 머틀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저 애가 또 왜 저러지?"


론이 말했다.


"가서 보자."


해리의 말에 망토를 발목 위로 끌어올리고 물이 흥건한 곳을 지나 고장 표지판이 붙어 있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모우닝 머틀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소리로 엉엉 울고있었다. 그녀는 늘 있던 화장실 칸 안에 숨어있는 것 같았다. 벽과 바닥이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이 넘치면서 촛불마저 다 꺼져버렸으므로 화장실 안은 아주 어두웠다.


"왜 그러니, 머틀?"


해리가 물었다.


"거기 누구니?"


머틀이 불쌍하게 훌쩍거리며 말했다.


"이번엔 또 뭘 던지러 온 거야?"


해리가 간신히 그녀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뭘 던진다고 그러니?"

"묻지 마."


머틀이 이미 축축한 젖은 바닥 위로 더 많은 물을 튀기면서 나타나 소리쳤더.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나한테 책을 던진 거야.'

"하지만 넌 책에 맞는다 해도 다치지 않잖아. 내 말은 책이 그냥 통과해 지나가니까 말야, 안 그래?"


그 말은 아웃이라고! 그 말을 했던 게 실수였는지 머틀이 몸을 부풀어 오르게 하더니 날카롭게 소리쳤다.


"우리 모두 머틀에게 책을 던지자! 그 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까! 배 쪽으로 지나가게 하면 10점이고, 머리로 지나가게 하면 50점이야! 하, 하, 하! 굉장히 재미있다구,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 말 실수했어. 사과할께. 그런데 도대체 누가 책을 네게 던졌다는 거니?"


내가 물었다.


"몰라... 난 그저 변기 파이프 속에 앉아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게 바로 내 머리 위로 떨어졌어."


머틀이 우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쪽에 있었는데, 물에 쏠려 내려갔어..."


머틀이 가리키고 있는 세면대 밑을 발바왔다. 그곳에 자그마한 얇은 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너덜너덜한 검정색 표지였는데, 화장실 안의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폭 젖어잇었다. 해리가 그것을 집으려고 한 발짝 내디뎠을 때, 론이 그의 등짝을 덥썩 잡았다.


"왜 그래?"


해리가 말했다.


"너 미쳤니?"


론이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잖아."

"위험하다구?"


해리가 웃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마. 저런 책 같은 게 어떻게 위험할 수 있니?"

"넌 몰라."


론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 책을 보며 말했다.


"아빠가 말씀해 주셨는데, 마법부가 압수한 어떤 책들은 눈을 새까맣게 태워 버리기도 했대. 그리고 《어느 마법사의 시》라는 책을 읽은 사람은 모두 죽을 때까지 리머릭하는 이상한 식구를 읊어댔었어. 또 바스에 사는 어떤 늙은 마녀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로 멈출 수 없는 책을 갖고 있었어! 그렇게 되면 책에 코를 박은 채로 모든 걸 한 손으로만 하면서 평생을 살아야 해. 그리고..."

"그래, 무슨 얘긴지 알겠어."


해리가 말했다. 정체를 알 수없는 그 작은 책은 푹 젖은 채로 바닥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한 번 살펴봐야 그런지 안 그런지 알 수 있을 것 아냐."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론을 살짝 피해, 바닥에서 그 책을 집어 들었다. 


"일기장이네. 근데 어째 익숙한 것 같네."


책을 보면서 혼잣말로 말했다. 표지에 적힌 희미한 연도는 그게 50년 된 것이라는 걸 말해 주었다. 해리는 몹시 궁금한 마음으로 일기장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 잉크로 쓰여진 'T. M. 리들'이라는 이름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잠깐."


조심스럽게 다가와 해리의 어깨 너머로 살펴보고 있던 론이 말했다.


"그 이름 알아... T. M. 리들은 50년 전에 학교에서 특별 공로상을 받았었어."

"넌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니?"


놀라서 물었다,


"필치가 내게 벌로 그 방패꼴 트로피를 50번이나 닦게 했으니까 알지."


론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민달팽이를 다 토했던 트로피가 바로 그거였거든. 그 이름에서 민달팽이의 끈적끈적한 점액을 한 시간 동안이나 닦아냈는데,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되지."


해리는 젖은 페이지들을 떼어 냈다. 일기장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어떤 페이지에도 쓴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이 일기장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아.'


해리가 실망해서 말했다.


"그런데 왜 누가 이걸 변기 속에다 넣어 쓸려 보내려 했던 걸까?"


론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일기장 뒤표지에는 런던 북스홀 가에있는 잡화점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리들은 머글 태생이 분명해."

"꼭 그런 것은 아닐지도 몰라. 혼혈일 수도 있지. 나처럼 이름은 에반스라는 머글 성을 쓰지만 모계가 순수혈통이라면 혼혈도 가능하니까. 근데 해리, 그거 너에게 필요하니?"

"머틀의 코에 맞히기 50점 내기 할래?"

"론!"

"농담이야! 농담!"

"비록 유령들이 아픔과 통증을 못 느껴도 눈은 멀지 않았단다."


내가 짐직 엄한 어조로 론에게 훈계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해리는 그걸 호주머니에 쑥 밀어넣었다.   


**

2월 초가 되자 헤르미온느는 수염도 없어지고 꼬리도 없어지고 털도 모두 없어져서 병동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온 첫날 저녁에, 해리는 그녀에게 T. M. 리들의 일기장을 보여주었다.


"흠, 이 일기장엔 신비한 힘들이 있는지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그 일기장을 가져가 자세히 살펴보며 신이 나서 말했다. 


"만일 그렇다면, 그 힘들은 꽁꽁 숨겨져 있을 거야."


론이 말했다.


"부끄럼을 타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넌 왜 이런 걸 계속 보관하고 있는 거니, 해리?"

"그저 누가 왜 이걸 내버리려고 했는지 알고 싶은 것뿐이야."


해리가 말했다.


"리들이 어떻게 해서 호그와트에서 특별 공로상을 받게 되었는지도 알고 싶고 말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잖아."


론이 말했다.


"O.W.L.을 서른 개쯤 받았을지도 모르고 대왕 오징어한테 잡혀 죽을 뻔한 어떤 교수님을 구했을지도 몰라. 어쩌면 머틀을 죽였을지도 모르지. 그건 모든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힘써 준 것일 테니까 말야."

"어쩌면 비밀의 방이 열렸을 때, 슬리데린의 후계자를 잡았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응?"

"오, 론, 정신 차려."


헤르미온느가 흥분해서 일기장을 톡톡 치며 날카롭게 말했다.


"지난번에 그 방을 연 사람은 50년 전에 쫒겨났잖아. 또 T. M. 리들은 50년 전에 학교에서 특별 공로상을 받았구 말야. 그러면 만일 리들이 슬리데린의 후계자를 잡은 공로로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그의 일기장은 어쩌면 우리에게 모든 걸 말해 줄지도 몰라. 그 방이 어디에 있으며, 그걸 여는 방법이며, 그 안에 어떤 종류의 괴물이 살고 있는지 모두 말야. 그렇다면 이번에 일어난 습격 사건들의 배후에 있는 사람은 이 일기장이 존재하는 걸 바라지 않앗을 거야, 안 그래?"

"정말 기막힌 이론이야, 헤르미온느."


론이 말했다.


"딱 하나 작은 흠이 있다는 것 말고는 말야. 그의 일기장에는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다는 것 말야."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가방에서 지팡이를 꺼내고 있었다.


"어쩌면 투명 잉크로 쓴 걸지도 몰라!"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곤 그녀가 일기장을 톡톡톡 세 번 두드리며 "아파레시움!"이라고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실망하지 않고 다시 가방 속으로 손을 넣어 지우개처럼 생긴 연한 빨간색 물건을 꺼냈다.


"이건 '비밀 폭로제'야. 다이애건 앨리에서 샀어."


그녀가 말했다. 그러더니 그녀가 1월 1일을 세게 문질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 봐, 이 노트에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


론이 말했다.


"리들은 이 일기장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가 써 보지도 못하고 죽었을지도 모르잖아.'

"확실히..."


론의 의견에는 동의는 하지만... 그래도 일기장에서 무슨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리들에 대해 더 많은 걸 알아내기로 결심한 우리. 론은 트로피 보관실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우리의 손에 이끌려 다음날 쉬는 시간에 리들의 공로상을 살펴보러 갔다.

리들의 반짝반짝 윤이 나는 황금 방패꼴 트러피는 잘 보이지 앟는 한쪽 귀통이 진열장 속에 세워져있었다. 그러나 그 트로피엔 그가 왜 그 상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적혀 있지 않았다("천만 다행이지 뭐야, 만약 그랬다면 트로피가 훨씬 더 컸을 테고, 그러면 난 여전히 그걸 닦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론이 말했다). 그러나 마법 실력이 뛰어난 학생에게 수여하는 오래된 어떤 메달과 과거에 수석했던 학생들의 목록에서도 리들의 이름을 발견했다.


"리들도 꼭 퍼시 형 같은 사람이었군."


론이 넌더리가 나서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완벽하고, 수석이고... 어쩌면 학생 회장이었을지도 모르지..."

"그게 뭐가 나쁘니?"


헤르미온느가 약간 상처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리들... 리들... 리들..."

"왜? 신경쓰이니?"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 같아서 말이지. 누구였더라? 내가 누구에게 그 말을 들은 것이였지?"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히 그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트로피실에 있는 역대 학생 회장 명단을 살펴보다가 리들이라는 성을 발견했다.


"리들은 학생회장이기도 했나봐."


남, 녀 각각 1명씩이니까... 남학생 학생 회장은 리들이면 여학생 학생 회장도 리들? 쌍둥이인가.


"테일러 M 리들...."


익숙한 이름. 톰 M 리들과 테일러 M 리들... 

이제 호그와트 성에도 다시 해가 들기 시작하면서 성 안의 분위기가 더 밝아졌다. 저스틴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당한 이후 더 이상의 습격은 없었고, 폼프리 부인은 맨드레이크가 침울해지고 뭔가 자꾸 숨기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여드름이 다 없어지면 다시 큰 화분에 옮겨 심어도 될 거예요."


어느 날 저녁 그녀가 필치에게 친절하게 말하는 걸 들었다.


"조금만 있으면 맨드레이크를 잘라 내어 약한 불에 달여서 의식 회복제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머지 않아 노리스 부인도 다시 살아날 겁니다."


맨드레이크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면 아주 좋은 소식인거지. 근데 겨울잠이라도 그 괴물은 자는 것일까나? 정말이지, 뜸하네. 그 섬뜩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말이지...

록허트는 꼭 자기가 습격을 중단시킨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변신술 수업을 받으려고 모여들고 있을 때, 해리와 난 그가 맥고나걸 교수에게 말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미네르바."


그가 아는 체하며 코를 가볍게 두드리고 윙크를 하며 말했다.


"비밀의 방이 이번엔 영원히 잠겨 잇을 것 같아요. 범인은 내게 잡히는 게 시간 문제라는 걸 알게 된 게 틀림없어요. 나한테 잡히기 전에, 일찌감히 그만두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겠죠, 뭐. 이제 학생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만 남았어요. 지난 학기의 나쁜 기억을 싹 씻어 내도록 말이오! 지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지만, 내 생각엔 그게...."


그는 코를 다시 톡톡 두드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학생들의 사기를 높이겠다는 록허트의 생각은 2월 14일 아침식사 시간에 명백해졌다. 해리가 전날 밤에 늦게까지 계속되는 퀴디치 연습때문에 잠을 많이 자지 못했으므로 그를 기다리느라, 조금 늦게 연회장으로 내려갔는데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잠시 다른 방으로 들어선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벽마다 온통 타는 듯이 붉은 커다란 꽃들로 뒤덮여 있었다. 더욱이, 하늘빛 천장에는 하트 모양의 색종이 조각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해리와 함께 걸어가자, 론은 메스꺼워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헤르미온느는 낄낄거리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니?"


해리가 묻자 론이 너무 메스꺼워서 말을 할 수 없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교수님들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장식과 어울리게 불타는 듯한 빨간색의 망토를 입은 록허트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양쪽에 있는 교수님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즐거운 발렌타인 데이죠!"


록허트가 소리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게 카드를 보내 준 마흔여섯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전 실례를 무릅쓰고 여러분 모두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에요!"


록허트가 손뼉을 치자 열두 명의 난쟁이가 들어왔다. 그러나 단순한 난쟁이가 아니었다. 난쟁이들은 하나같이 황금빛 날개를 달린 하프를 들고 있었다.


"제 친구인 사랑의 사자들입니다. 카드를 갖고 있죠!"


록허트가 밝게 미소지었다.


"이들은 오늘 학교를 돌아다니며 여러분들에게 발렌타인 선물을 전해 들 것입니다! 그것뿐이 아니에요! 전 다른 교수님들도 이 행사에 기꺼이 동참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학생 여러분, 스네이프 교수에게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사람을 황홀케 하는 마법에 관한 한 플리트윅 교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플리트윅 교수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세베루스는 누구든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독약으로 죽여 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로라, 왜 그렇게 화났어?"

"... 그냥. 그냥 위통이 찾아온 것처럼 저 남자의 면상만 보면 아프네."


내가 해리에게 말하고는 호박 주스를 원샷해버렸다. 


"말해 봐, 헤르미온느, 너도 설마 그 마흔여섯 명 가운데 하나는 아니겠지." 


1교시 수업을 받으러 연회장을 나서며 론이 말했다. 그러자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가방을 뒤적거리면서 시간표를 찾는 척하며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난쟁이들은 하루 종일 이 교실 저 교실을 찾아다니며 발렌타인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날 오후 늦게 그리핀도르 아이들이 마법 수업을 받으러 이층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한 난쟁이가 해리를 뒤쫒아왔다.


"와! 해리 포터다!"


굉장히 험상궂게 생긴 난쟁이 하나가 사람들을 밀어제치고 해리 쪽으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공교롭게도 지니까지 있는 1학년생들 앞에서 발렌타인 선물을 받게 된 해리는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라 얼른 달아나려고 햇다. 그러나 두 발짝도 도망가기 전에 난쟁이가 그에게 다가왔다.


"해리 포터에게 직접 들려줘야 할 노래 선물이 있어요."


그가 하프 줄을 위협적으로 윙 하고 튕기며 말했다.


"여기선 안 돼."


해리가 달아나려고 하며 씩씩거렸다.


"가만히 있어요!"


그 난쟁이가 해리의 가방을 끌어당기며 툴툴거렸다.


"이거 놔!"


해리가 가방을 다시 세게 잡아끌며 화를 냈다. 그 순간 그의 가방이 북하고 찢어지면서, 책과 지팡이와 양피지와 깃펜이 마룻바닥으로 쏟아져 나왔고, 잉크병이 그 위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해리는 얼른 주섬주섬 주워담았다.


"무슨 일이니?"


말포이의 차갑고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려고 흩어진 것들을 주워 찢어진 가방 속으로 미친 듯이 쑤셔 넣기 시작했다.


"왜들 이렇게 소란이니?"


귀에 익은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퍼시 위즐리였다. 해리가 당황해서 부리나케 달아나려고 햇지만, 난쟁이가 그의 무릎을 잡더니 그를 마룻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됐어요."


그가 해리의 발목 위에 앉으며 말했다.


"그럼 발렌타인 선물을 시작해 볼까요?"


난쟁이는 하프를 켜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금방 절인 두꺼비처럼 초록빛이구요, 그의 머리카락은 칠판처럼 까매요. 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정말 멋져요, 어둠의 마왕을 물리치는 영웅이죠."


해리가 일어서는 동안, 퍼시는 재미있어서 울기까지 하는 아이들을 해산시키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어서들 가, 어서들 가라구, 5분 전에 시작 종이 울렸어. 교실로 가, 어서."


그가 어린 학생들을 밀어내며 말했다.


"그리고 너, 말포이..."


말포이를 힐끗 보자, 그가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얼른 집더니 심술궂은 표정으로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그걸 보여주었다. 그건 리들의 일기장이였다.


"이리 내놔."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포터가 이 안에 뭘 썼을지 궁금한데?"


말포이가 말했다. 그는 표지에 있는 연도를 보지 못하고 그것이 해리의 일기장이라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잠잠해졌다. 지니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일기장과 해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지니의 얼굴을 보자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지니의 일기장이였어! 지니가 여름 방학 내내 쓰고 다니는 일기장!


"돌려줘, 말포이."


퍼시가 엄하게 말했다.


"한 번 본 다음에."


말포이가 비웃듯이 일기장을 해리에게 흔들어 보였다. 퍼시가 "학교 반장으로서..."라고 말하는 순간, 해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지팡이를 꺼내 "엑스펠리아르무스!"라고 외쳤다. 그러자 일기장이 말포이의 손을 떠나 공중으로 휙 날아갔다. 그러자 론이 씩 웃으며 그걸 얼른 잡았다.


"해리!"


퍼시가 큰 소리로 외쳤다.


"복도에서 마법을 부리면 안 돼. 당장 보고하겠어!"


그러나 해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로우가 그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말포이는 지니가 그의 옆을 지나 교실로 들어가자, 그녀의 뒤에다 대고 짓궂게 쏘아붙였다.


"포터가 네가 보낸 발렌타인 선물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정말 안됐구나!"


지니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교실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론이 이를 뿌드득갈며 지팡이를 꺼냈지만 해리가 그를 잡아이끌었다. 잘못했다간 론이 또 마법 수업 내내 민달팽이를 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마법 수업 교실로 들어가자 해리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해리의 다른 책들은 모두 진홍색 잉크에 흠뻑 젖어 있는데, 그 일기장만은 잉크병이 산산조각 나기 전과 똑같이 깨끗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 일기장 속에 누군가의 기억이 담겨져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기억?"

"궁금하면 한번 그 일기장에 "난 해리 포터라고 해!"라고 적혀 봐. 진짜로 기억이 적혀있다면 글씨가 적힐지도 모르지."


해리가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론의 지팡이가 또 다시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큼지막한 보랏빛 거품들이 부글부글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휴게실에 있던 해리는 프레드와 조지가 "그의 눈은 금방 절인 두꺼비처럼 초록빛이구요"하면서 노래 부르는 걸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방으로 올라가버렸다. 그리고 해리는 일기장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지니, 못 봤니?"

"글쎄."

"방에 있을까나? 먼저 올라가볼께."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네. 그럼 방으로 찾아가볼까? 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기숙사로 올라가서 지니의 방을 찾았다. 그리고는 지니의 이름이 적힌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방에 4명이 쓰고 있는 것인지 4개의 자줏색 사주식 침대가 보였다. 


"지니."

"... 로라?"

"친구들과 함께 있었구나. 근데 둘만 이야기 하고 싶은데, 잠시 자리 좀 비켜줄래? 5분 정도만."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1학년생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니를 내버려 두고는 방을 나가주었다.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없니, 지니?"

"... 없어."

"그래? 없다더니 난 나가볼께."

"저기!"

"응?"


나를 급하게 세우는 지니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니는 극도로 불안해보였다. 나는 지니에게 걸어가서는 무릎을 땅에 닿을 정도로 굽혀서 지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올려서 지니를 올려다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은 지니 답지 않아. 분명 괜찮을 거야, 지니."

"... 과연 그럴까?"

"모르지. 그럼 진실을 알고있으면 말해줘. 너가 말해줄 때까지 해리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않아줄테니까."


지니에게 말하고는 굽힌 무릎을 펴서는 몸을 돌려서 방을 나왔다. 그리고 방문 앞에 서있는 여학생들.


"들어가렴. 내가 시간이 많이 빼앗은 것은 아니지?"

"아니에요!"

"진짜로 괜찮으셨는걸요!"


천상 소녀같은 후배들의 분위기에 싱긋 웃어버리고는 그녀들을 지나쳐서 걸어갔다. 뒤에서 꺅꺅하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리들 일기장에서 보고 난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50년 전의 비밀의 방을 연 것이 해그리드였다고.... 


"거짓말."

"진짜야...."


해그리드가? 말도 안 돼... 분명히 해그리드가 괴물같은 끔찍한 동물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사람을 해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있었다. 아니 알고있다는 것이 아니다 절대로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리들은 어쩌면 엉뚱한 사람을 잡은 건지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사람들을 습격했던 게 다른 괴물일지도 모르고..."

"이곳 호그와트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괴물이 있는 거지?"


론이 느릿느릿하게 물었다.


"우린 해그리드가 쫓겨녔다는 건 알고있잖아."


해리가 비참하게 말했다.


"그리고 해그리드가 쫒겨난 뒤에 더 이상 습격이 일어나지 않는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았다면, 리들이 상을 받지 못했을 테니까 말야."


하지만 론은 다른 쪽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리들은 꼭 퍼시 형 같아.... 누가 해그리드를 밀고하라고 시키기라도 했대?"

"하지만 그 괴물이 사람을 죽였잖아, 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뭐 리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

"어째서?"

"학교가 폐쇄되면 머글 고아원으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나라면 그런 것은 못 참을 것 같아서 말이지."


내가 말했다.


"너희 녹턴 앨리에서 해그리드를 만났다고 했지, 해리, 로라?"

"그는 육식성 민달팽이를 없애는 약을 사고 있었어."


해리가 얼른 말했다.

우린 갑자기 조용해졌다. 한참 뒤, 헤르미온느가 망설이는 목소리로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해그리드에게 가서 모든 걸 직접 물어보는 게 어떨까?"

"저말로 그런 걸 물어보러 찾아가고 싶지 않아."


론이 말했다.


"안녕, 해그리드. 말해보세요, 최근에 성에다 털투성이 괴물을 풀어 놓았나요?"

"... 안 좋지, 그건."


결국 우리는 습격이 또 있을 때까지 해그리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며칠 동안 형체가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속삭임도 더 이상 들리지 않자 해그리드가 왜 쫒겨났는지 그에게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희망도 갖게 되었다. 또 저스틴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습격당한 이후, 넉 달 동안 더 이상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그 습격자가 누군지는 몰라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피브스는 마침내 "오, 포타, 이 천덕꾸러기야"라는 노래 부르기에 싫증을 냈고, 3월에는 맨드레이크 몇 개가 3번 온실에서 귀에 거슬리는 요란한 파티를 벌이기도 했는데, 이것을 보자 스프라우트 교수는 매우 기뻐했다.


"맨드레이크가 서로의 화분으로 옮겨 가려고 한다는 건 완전히 자랐다는 증거란다. 그렇게 되면 병동에 있는 저 가엾은 사람들을 되살릴 수 있을 거야."


그녀가 우리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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