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휴일 동안 2학년들에겐 고민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3학년 때 수강할 과목들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헤르미온느는 그 문제들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었다.
"그건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새로운 과목 목록을 꼼꼼히 살피며 체크를 하면서 그녀가 우리에게 말했다.
"난 마법의 약은 그만두었으면 딱 좋겟어."
해리가 말했다.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잖아."
론이 우울하게 말했다.
"우리가 전 학기에 들었던 과목은 모두 들어야 해.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 난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뺐을 거야."
"하지만 그건 매우 중요해!"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록허트 교수가 가르치는 걸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
론이 말했다.
"난 작은 요정들을 풀어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말고는 그에게 배운 게 하나도 없단 말야."
"록허트가 1년 이상 여기서 버티지 못할 것 같은데?"
"응?"
"난 이 신비한 마법 돌보기 수업을 들어 볼 생각이야. 그리고 점술과, 고대 룬 문자. 이렇게 3과목을 들어볼 생각이야."
말머리를 돌리면서 난 대답했다.
네빌은 모든 마법사 친척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그들 모두 과목 선택에 대해 각기 다른 충고를 해주었다. 네빌은 혼란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해서인지 혓바닥을 내밀고 앉아서 과목 목록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산술점'과 '고대문자' 중 어느 것이 더 공부하기 어려울지 묻고 있었다. 머글 속에서 자린 딘은 눈을 감고 지팡이로 목록을 아무 데나 쿡 찌른 뒤, 그것이 가리키는 과목들을 고르기도 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어느 누구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과목을 다 적어 넣엇다.
퍼시는 해리에게 자신의 경험을 몹시 얘기해주고 싶어했다.
"그건 네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달려 있어, 해리."
그가 말했다.
"장래에 대해 생각하는 건 빠를수록 좋아. 내가 볼 때 점술가도 괜찮을 것 같아. 사람들은 머글 연구가 별 볼이 없다고 하지만, 난 마법사들이라면 비 마법 세계에 대해서도 철저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특히 그들과 아주 가까운 일을 할 생각이라면 더욱 그렇지. 우리 아버지를 봐, 아버지는 언제나 머글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시잖아. 우리 형 찰리는 늘 야외에서 일하는 걸 좋아햇으니까, 신비한 생물들을 돌보는 곳으로 갔잖아. 잘해봐, 해리."
퍼시가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는 책에 고개를 파묻고는 웃음을 참기 위해서 노력했다. 결국에는 전부 다 듣는 헤르미온느와 뭐가 다른 것일까나? 역시 퍼시는 범생이였다.
결국 해리는 론과 똑같이 점술과 신비한 동물 돌보기, 2과목을 선택했다.
그리핀도르의 다음 퀴디치 시합은 후플푸프와 하기로 되어있었다. 우드는 저녁식사 후 매일 밤 단체 훈련을 해야 한다고 고집했으므로, 해리는 퀴디치와 숙제 말고는 다른 걸 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아서, 날씨만큼은 훈련하기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토요일 시합 전날 저녁, 훈련을 마친 해리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다가 곧 론과 함께 허둥거리면서 내려왔다.
"왜 그래?"
사람들이 없는 휴게실에서 헤르미온느와 나만 있었다. 우리는 《고대 문자는 쉽게 만들어졌다》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해리는 자신의 방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말했다. 자신의 가방 속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있었고 망토는 갈기갈기 찢어지고 이불은 침대에서 끌어 내려졌으며,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 서랍이란 서랍은 죄다 열렸고, 그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은 매트리스 위에 뒤엎져있었다고? 완전 도둑이잖아.
"그래서 뭘 가져갔니?"
"리들의 일기장이 사라졌어."
"하지만... 훔칠 수 있는 사람은 그리핀도르 학생뿐이야... 다른 애들은 우리 암호를 모르잖아..."
"맞았어, 바로 그거야."
해리가 말했다. 설마 지니가 다시 그 일기장을 가지고 간 것일까나? 무언가를 숨기고 싶은 걸까나.... 하지만 지니와 한 약속이 있으니까 쉽게 말은 할 수 없는데 말이지. 헤르미온느는 도둑맞은 것을 알리라고 부추겼지만 해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음날, 눈부신 햇살과 산들산들 부는 상쾌한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다.
"퀴디치하기엔 딱 좋은 날씨로군!"
우드가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선수들 접시에 스크램블드 에그를 잔뜩 담아 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해리, 기운 내. 넌 아침 잘 먹어둬야 해."
우드의 모습을 보면서 아침 식사를 샌드위치로 간단히 먹었다.
연회장을 나와 퀴디치 물건들을 가지러 갈 때, 대리석 계단에 막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 섬뜩한 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이번엔 죽일 거야... 가죽을 벗겨서.... 갈기갈기 찢어서....】
해리가 소리를 꽥 지르자 우리 모두 소스라치게 놀라 그에게서 떨어졌다.
"저 목소리!"
해리가 어깨 너머를 훑어보며 말했다.
"방금 그 목소리가 또 들렸어! 너희들은 못 들었니? 로라, 넌?"
"나도 들었어."
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래를 저었다. 그러나 그 순간 헤르미온느가 손으로 이마를 탁 쳤다.
"해리, 막 무슨 생각이 났어! 도서실에 좀 가 봐야겠어!"
그리고 그녀는 쏜살같이 계단 위로 올라갔다.
"저 애가 또 무슨 생각이 났다는 거니?"
해리가 그 목소리롤 어디서 들렸는지 알아내려고, 넋 나간 사람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나보다야 생각이 엄청 많겠지."
론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런데 도서실엔 왜 가는 거니?"
"그어야 헤르미온느가 늘 하는 거잖아."
론이 어개를 으쓱하며 말했다.
"의심나는 게 있으면, 도서실에 가는 거."
해리는 엉거주춤 서있었다. 그 목소리를 다시 들어 보려고 했지만, 연회장에서 나온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하나 둘 퀴디치 경기장으로 가고 있어서 더 이상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가는 게 좋겠어."
론이 말했다.
"거의 11시야, 시합이...."
해리는 그리핀도르의 탑으로 달려 올라가 님부스 2000을 들고 왔다.
론과 함께 경기장 관람석에 있을 때, 경기장으로 선수들이 박수 갈채를 받으며 걸어나왔다. 우드가 연습 비행을 하려고 골대 주위로 날아오르자 후치 부인이 공들을 놓아주었다. 카나리아 빛 노란색 망토를 입은 후플푸프 선수들은 모여서 막바지 전략 논의를 하고 있었다.
막 경기가 사직될 참에 맥고나걸 교수가 커다란 보라색 메가폰을 들고 거의 뛰다시피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시합은 취소되었습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관람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학생들에게 메가폰을 통해 큰 소리로 알렸다. 우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경기장으로 내려와 빗자루를 탄 채 맥고나걸 교수에게 날아갔다.
우드의 항의를 무시한 맥고나걸 교수는 멕가폰을 통해 계속해서 큰 소리로 말했다.
"학생들은 모두 각자 기숙사 휴게실로 돌아가십시오. 상세한 이야기는 기숙사 담당 교수님께서 해주실 것입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가세요, 어서!"
그리곤 그녀는 메가폰을 내리고 해리에게 오라는 손짓했다. 론과 난 불평하는 군중들을 헤치고 해리쪽으로 갔다. 맥고나걸 교수와 해리가 성을 향해 가자 우리는 달려갔다. 그러자 맥고나걸 교수는 우리가 함께 가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래, 너희들도 가는 게 좋겠구나, 위즐리, 에반스..."
주위에 떼지어 몰려 있던 학생들은 시합이 취소된 것에 대해 투덜대고 있는가 하면,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기도 했다. 우린 맥고나걸 교수를 따라 학교로 들어가 대리석 계단 위로 올라갔다.
"약간 놀랐을 게다."
병동에 도착했을 때, 맥고나걸 교수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습격이 또 있었단다... 또 두 명이 당했어."
안으로 들어갔다. 폼프리 부인이 긴 곱슬머리의 5학년짜리 래번클로 소녀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퍼시랑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어. 분명히 이름이... 페네로프 클리어워터... 였을거야. 또 한명은...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
론이 신음 소리를 냈다. 그 옆에 있는 침대에 있는 헤르미온느의 모습에 손으로 입을 막았다. 헤르미온느는 두 눈을 흐리멍덩하게 뜨고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도서실 근처에서 발견되었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이게 저 애들 옆에 떨어져 있었는데... 혹시 본 적 없니?"
그녀가 작고 동그란 거울 하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우린 헤르미온느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그리핀도르 탑까지 바래다주마. 어쨌든 나도 가서 학생들에게 말해 줘야 할 테니 말이다."
맥고나걸 교수가 맥없이 말했다.
"모든 학생들은 매일 저녁 6시까지 기숙사 휴게실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 시간 이후에는 단 한 명도 기숙사를 떠나선 안 돼요. 여러분들은 수업을 받을 때마다 교수님들의 지시를 받게 될 것입니다. 교수님 없이는 단 한 명도 화장실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남은 퀴디치 훈련과 시합은 모두 연기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저녁 활동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은 휴게실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조용히 맥고나걸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읽고 있던 양피지를 돌돌 만 뒤 다소 목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지금 굉장히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범인이 잡히지 않는다면 학교가 폐쇄될지도 몰라요. 따라서 뭐라도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 주길 바랍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다소 어설프게 초상화 구멍으로 나가자,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리핀도릐의 유령 닉을 치지 않는다면, 그리핀도르 학생 두 명과, 래번클로 한 명, 그리고 후플푸프 한 명이 습격당했어."
위즐리 쌍둥이 형제의 친구 리 조던이 손가락을 굽히며 말했다.
"교수님들은 슬리데린 아이들은 모두 안전하다는 걸 알아챘을까? 이 모든 허튼수작이 슬리데린에서 벌린 일이라는 건 뻔한 사실 아냐? 슬리데린의 후계자, 슬리데린의 괴물.... 학교에선 왜 슬리데린들을 몽땅 쫒아내지 않는 거지?"
그가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자, 아이들이 동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발수 갈채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퍼시는 리 조던 뒤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어리벙벙해보였다.
"퍼시가 충격을 받았나 봐."
조지가 우리에게 나직이 말했다.
"저 래번클로 여자애 말야. 페네로프 클로어워터. 그 애는 반장이거든. 퍼시는 그 괴물이 감히 반장까지 습격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듣는 둥 마는 둥했다. 돌처럼 병동 침대에 누워있는 헤르미온느가 생각이 났다. 호그와트가 폐쇄되면... 안 된다.
"이제 어떻게 하지? 학교에선 해그리드를 의심하는 것 같니?"
"가서 해그리드에게 말해야겠어."
해리가 마침내 결심한 듯 말했다.
"이번엔 그가 한 짓이 아니라고 믿지만, 만약 그가 지난번에 그 괴물을 풀어 주었다면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 거고, 그러니까 또 의심받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맥고나걸 교수님은 수업 받을 때가 아니면 탑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우리에겐 비장의 수가 있잖아, 론."
"내 생각엔 우리의 아버지의 옛 망토를 다시 꺼내야 할 때인 것 같아."
응. 포터 가의 투명 망토가 우리에게는 필요해.
책을 읽는 척을 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서 해리와 론이 어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곧 투명망토를 뒤집어 쓴 론과 해리가 그것을 반쯤 벗으면서 내려왔다는 것을 알리자 난 책을 조용히 덮고는 그들이 뒤집어쓰고 있는 투명 망토 속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인적이 끊긴 성의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해가 진 뒤에 성 안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보여있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수님들과 반장들과 유령들이 짝이 지어 복도를 걸어다니며 이상한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투명 망토는 소리까지 들리지 않게 하지는 못했으므로, 세베루스가 상비 경계를 서고 있던 지점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론이 발가락을 채였을 대는 숨이 멈춘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이도, 론이 투덜거리는 바로 그 순간에 세베루스 교수가 재채기를 했으므로 들키지는 않았다. 우리는 오크문에 도달해 문을 열고 나왔을 때에야 비로소 한시름 놓았다.
그날 밤은 맑았으며, 별들이 총총 떠있었다. 우린 급히 걸어가 불이 밝혀진 해그리드의 집 밖에서 망토를 벗었다. 노크를 하자마자, 문이 홱 열리더니 해그리드가 우리 얼굴에 석궁에 겨낭했다. 멧돼지 사냥꾼인 팽이 해그리드 뒤에서 큰 소리로 짖어댔다.
"아니."
그가 석궁을 내리고 우리를 빤히 보며 말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는 거니?"
"그건 무엇 때문에 갖고 있는 거죠?'
해리가 안으로 들어서면서 석궁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해리그드리가 중얼거렸다.
"난 혹시나... 신경쓰지 말고.... 앉아.... 차 끓여 줄게..."
그러나 해그리드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내내 허둥대기만 했다. 그는 주전자 물을 엎지르는 바람에 불을 꺼뜨릴 뻔했는가 하면, 또 긴장해서 커다란 손을 덜덜 덜다가 찻주전자를 깨뜨리기까지 했다.
"괜찮아요, 해그리드?"
내가 물었다.
"헤르미온느 소식 들었어요?"
"어, 들었어, 그래."
해그리드는 약간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창문을 초조하게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그가 커다란 머그 잔에 끓는 물을 부어 주고(그는 차 봉지를 넣는 걸 깜박했다) 접시에 과일 케이크 한 조각을 놓으려고 할 때 큰 소리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해그리드가 놀라 과일 케이크를 떨어뜨렸다. 우린 당황한 눈길을 교환한 뒤, 얼른 투명 망토를 다시 뒤집어쓰고 한쪽 구석으로 물러섰다. 해그리드는 우리가 잘 숨었는지를 살핀 뒤 석궁을 잡고 문을 홱 열었다.
"잘 있었나, 해그리드."
그건 덤블도어 교수였다. 그는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고, 이어서 또 한 명의 남자가 따라들어왔다. 그 낯선 사람은 헝클어진 잿빛 머리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이상한 옷차람을 하고 있었다. 가는 세로줄 무늬가 있는 정장에 진홍색 넥타이, 그리고 긴 까만 망토에 뾰족한 보랏빛 부츠를 신고 있었다. 또 한쪽 겨드라잉에는 라임빛 나는 초록색 중산모자가 끼어져 있었다.
"저 사람은 아버지의 상관이셔!"
"코넬리우스 퍼지? 마법부 장관이잖아."
론의 속사임에 내가 속삭였다. 해리는 입을 다물게 하려고 론을 팔꿈치로 쿡 찔렀다.
해그리드는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진땀을 뻘벌 흘리고 있었다. 그는 의자에 무너지듯이 앉아 덤블도어 교수와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쁜 일이네, 해그리드."
퍼지 장관이 다소 짧게 끊어지는듯한 어조로 말했다.
"대단히 나쁜 일이야. 여기 오지 않으면 안 되겟네. 머글 태생들이 네 번이나 습격당했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었어. 그래서 마법부가 나서기로 했네."
"전 절대."
해그리드가 애원하는 표정으로 덤블도어 교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안 그랬다는 걸 아시잖아요, 덤블도어 교수님...."
"해그리드는 내 신임을 한껏 받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네, 코넬리우스."
덤블도어 교수가 퍼지 장관에게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이것 보게, 알버스."
퍼지 장관이 기분이 언짢은 듯이 말했다.
"해그리드는 전력이 있어. 마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하네. 학교 이사들과 연락해 보았는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코넬리우스, 해그리드를 데려가는 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걸세."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의 파란 눈은 노기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내 입장도 좀 생각해 주게."
퍼지 장관이 자신의 중산모자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난 많은 압력을 받고 있어. 무언가 했다는 걸 보여줘야만 하네. 만일 해그리드가 한 짓이 아닌 걸로 판명이 난다면 해그리드는 다시 돌아올 테니 더 이상 말할지 말게. 하지만 지금으로선 난 그를 데려가야만 하네. 내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절 데려간다구요?"
해그리드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절 어디로 데려간다는 거죠?"
"그저 잠시 동안 감옥에 들어가는 것뿐이네."
퍼지 장관이 해그리드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말했다.
"형벌이 아니네, 해그리드. 그저 예방 조치일 뿐이지. 만약 다른 누군가가 잡히면, 자네는 충분한 보상을 받고 풀러날 거야."
"아즈카반은 아니죠?"
해그리드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퍼지 장관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또 한 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덤블도어 교수가 문을 열었다. 해리가 너무나 놀라 나머지 헉하는 소리를 내자 론이 해리의 갈비뼈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루시우스 말포이씨가 길게 늘어진 까만 망토를 입고, 차갑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해그리드의 오두막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자 팽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벌써 와 계셨군요, 퍼지."
그가 만족스러운 듯이 말했다.
"좋습니다, 좋아요..."
"여기엔 웬일이오?"
해그리드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내 집에서 당장 나가시오!"
"이보게, 나도 여기 이 안에 들어오는 게 전혀 유쾌하지 않다네.... 어... 그런데 자네가 이걸 집이라고 했나?"
말포이씨가 작은 오두막을 휘 둘러보며 코웃음을 쳤다.
"난 그저 볼일이 있어서 학교를 찾아온 것뿐인데 교장 선생님께서 이곳에 계시다고 하길래 잠시 들른 것뿐이네."
"무슨 용건이오, 루시우스?"
덤블도어가 점잖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노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무서운 일이오, 덤블도어."
말포이씨가 긴 양파지 두루마리를 꺼내며 빈들빈들 말했다.
"하지만 이사들은 당신이 물러설 때라고 생각하고 있소. 이건 공식적인 정직 명령서요... 이 안에 열두 명의 서명이 있소. 우린 당신이 시류에 뒤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소. 현재까지 습격이 몇 번이나 있었소? 오늘 오후에만도 두 명이 또 습격을 당했소, 안 그렇소?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호그와트엔 머글 태생이 단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오. 그렇게 되면 이 학교가 어덯게 되겠소?"
"자, 이게 보게, 루시우스."
퍼지 장관이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가 정직되다니... 안 돼네, 안 돼...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 하다니...."
"교장의 임명이나 정직은 이사들의 권한이오, 퍼지.'
말포이씨가 구변좋게 말했다.
"그리고 교장인 덤블도어 교수가 이들 습격을 막지 못했으니...."
"이것 보게, 말포이. 덤블도어 교수가 그것들을 막을 수 없다면."
퍼지 장관이 말했다. 그의 코밑에서는 이제 땀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과연 누가 막을 수 있겠나?"
"그건 두고 봐야죠."
말포이씨가 비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 열두 명이 투표했을 때..."
해그리드가 벌떡 일어서자, 그의 텁수룩한 까만 머리가 천장을 살짝 스쳤다.
"이사들이 동의하기가지 도대체 얼마나 많이 협박하고 공갈쳤소, 말포이, 어?"
그가 고함을 쳤다.
"이보게, 그렇게 성질을 부렸다간 조만간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될걸세, 해그리드."
말포이씨가 말했다.
"충고하는데, 아즈카반의 간수에게는 이런 식으로 소리치지 말게. 그들은 이런 걸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말일세."
"덤블도어 교수를 내쫒을 순 없어!"
해그리드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팽이 바구니 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낑낑거렸다.
"덤블도어를 내쫒았다가는 머글 태생들은 온전치 못할 거야! 다음 번엔 살인이 일어날 거라구!"
"진정하게, 해그리드."
덤블도어 교수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는 말포이씨를 바라보았다.
"만약 이사들이 나의 해임을 원한다면, 루시우스, 난 물론 물러나겠소..."
"하지만..."
"안 돼요!"
퍼지 장관이 더듬거리며 말햇고 해그리드가 으르렁거렸다. 덤블도어 교수는 하늘빛 눈을 말포이씨의 차가운 회색빛 눈에서 떼지 않았다.
"그러나."
덤블도어 교수가 모두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아주 천천히 그리고 명확하게 말했다.
"난 이곳에서 단 한 사람도 날 좋아하지 않게 될 때만이 진정으로 이 학교를 떠날 것이오. 또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호그와트는 언제라도 도움을 받게 될 것이오."
덤블도어 교수의 눈이 우리가 숨어있는 구석쪽으로 휙 움직였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나?
"감동적인 말씀이군요."
말포이씨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우리 모두 당신의.... 음... 대단히 독특한 경영 방식을 그리워할 것이오, 알버스. 그리고 제발 당신의 후임자는 그 어떤... 그러니까.... 살인도 막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오."
그리고 그는 오두막 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열고 허리를 굽혀 덤블도어 교수가 나가게 했다. 퍼지 장관은 중산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해그리드가 먼저 나가길 기다렸지만, 해그리드는 가만히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누구든 뭘 좀 알아내고 싶다면, 거미들만 따라가면 돼. 거미가 잘 안내해 줄 테니까! 내가 말할 건 그것뿐이야."
퍼지 장관이 놀라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좋아, 난 간다."
해그리드가 두더지 가죽 코트를 입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퍼지 장관을 따라 나가려고 하다가, 다시 멈추고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누군가가 팽을 돌봐 줘야 할 거야."
문이 쾅 닫히자 론이 투명 망토를 벗었다.
"이제 큰일 났어."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도 없고, 차라리 오늘 밤 학교를 폐쇄하는 게 좋을 거야. 덤블도어 교수가 없으면 습격이 하루에 한 번씩 일어날 테니까."
팽이 소리를 길게 뽑아 울부짖으며, 닫힌 문을 긁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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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기운이 정원을 지나 성으로 퍼져오고있었다. 하늘과 호수는 모두 붉은빛을 띤 청색으로 변했고, 온실에는 양배추만 한 커다란 꽃들이 활짝 피어났다. 그러나 성 창문에서 아무리 내려다보아도, 뒤를 쫄졸 따라오는 팽과 함께 정원을 큰 걸음으로 걸어다니던 해그리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헤르미온느의 병문안을 가고 싶어도 이제 병동에서는 방문객을 금하고 있었다.
"우리도 어쩔 수가 없구나. 안 돼, 미안하구나. 언제 또 얘들이 습격당할지 모르니까..."
폼프리 부인이 병동 문틈 새로 엄하게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가 없으니까 전에 없이 불안감이 퍼져 나갔다. 이제 햇살은 더 이상 성 안으로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이나 긴장하는 표정을 짓지 않는 얼굴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고, 복도에서 울리는 웃음 소리는 하나같이 날카롭고 괴이하게 들렸으므로, 웃었다가도 얼른 그치곤 했다. 해그리드가 남긴 거미들에 대한 암시때문에 가는 곳마다 훑어보았다. 혼자서 돌아다녀선 안 되며 성에서 이동할 때는 다른 그리핀도르 학생들과 무리르 지어 다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행동에 더욱 제약을 받았다. 다른 학생들 대부분은 교실을 옮겨 갈 때 교수님의 안내를 받는다는 것을 기뻐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한 사람만은 두려워하고 의심하는 그런 분위기를 철저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말포이는 마치 자신이 학교회장으로 임명되기라도 한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학교를 돌아다녔다.
"난 늘 덤블도어를 제거할 사람은 바로 아빠일 거라고 생각했어."
마법의 약 수업 시간, 말포이는 굳이 목소리를 낮추려고 하지도 않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덤블도어가 우리 학교 사상 최악의 교장이라고 생각하신다고 내가 그랬잖아. 아마 이번엔 훌륭한 교장이 오실 거야. 비밀의 방이 닫히는 걸 바라지 않는 사람 말야. 맥고나걸 교숟 오래가지 않을걸. 그 교수는 그저 교장의 공석을 채우고 있을 뿐이야."
말포이의 말에 속에서 올라오는 부글부글한 감정을 애써 참았다.
"교수님."
말포이가 큰 소리로 세베루스를 불렀다.
"교장직에 지원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드레이코!"
말포이의 말에 로우가 놀라서는 내 눈치를 살피면서 말포이의 입을 막으려고 했었다.
"자, 자, 말포이. 덤블도어 교수는 이사회의 결정으로 잠시 정직되었을 뿐이란다. 그분은 아마 곧 우리에게 돌아오실 거야."
"그래요, 맞아요."
말포이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교수님이 지원하시면 저희 아버지는 교수님께 표를 던지실 거예요. 제가 아버지께 교수님이 이곳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이라고 말씀드리겠어요"
세베루스는 다행이 냄비에다 토하는 시늉을 하고 있는 시무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잡종들이 아직까지도 모두 짐을 싸지 앟았다는 게 놀라워. 다음 녀석은 반드시 죽을 거야, 5갈레온을 걸겠어. 그게 그레인저가 아닌 게 좀 유감이기는 하지만 말야."
"드레이코! 철 좀 들어!"
말포이의 말에 로우가 크게 외쳤다. 자신의 사촌의 행동에 놀라운지 눈동자가 땡그랗게 떠져서 그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순간에 종이 울렸다. 말포이의 그 마지막 말에 론이 의자에 뛰어내렸었는데, 모두들 가방과 책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가 말포이를 잡으려고 하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로우는 알고있었다. 자신쪽을 힐끗 쳐다보면서 입모양으로 사과하했으니까.
"미. 안."
"저 녀석을 가만두지 않겠어."
해리와 딘이 팔을 잡자 론이 고함쳤다.
"난 상관없어, 지팡이도 필요없어, 저 녀석을 내 손으로 죽이고 말겠어."
"어서들 서둘러라, 너희들 모두 약초학 수업 받는 곳으로 데려댜 주어야 하니까 말이다."
세베루스가 학급 아이들 머리 위로 소리치자, 우리는 줄을 맞춰 걸어갔다. 하지만 그 뒤로 따라가는 동안에도 론은 여전히 해리와 딘에게 붙잡힌 팔을 빼내려고 했다. 성에서 나와 온실 쪽에 있는 채소밭에 다다랐을 대에야 겨우 론이 좀 진정되었으므로 놔 줄 수 있었다. 약초학 수업은 분위기가 아주 침체되어있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우리 모두에게 아비니시아의 슈리벌피그 가지치는 일을 시켰다. 어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아주 딱딱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해리, 널 의심했던 거 미안해. 네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를 습격하지 않았다는 거 알아.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거 모두 사과할게. 우린 이제 모두 같은 배를 탄 거야, 그리고..."
그가 통통한 손을 내밀자, 해리는 악수를 했다.
"너무 쉽게 용서하는 것 아냐, 해리?"
"괜찮아."
"뭐, 너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니와 하나는 우리가 가지치고 있는 슈리벌피그에서 함께 작업했다.
"저 드레이코 말포이 녀석은."
어니가 죽은 가지를 꺽어내며 말했다.
"그 녀석은 이 모든 게 좋아 죽게나 봐, 안 그러니? 아무래도 난 그 녀석이 슬리데린의 후계자인 것 같아."
"너 참 똑독하다."
론이 말했다. 그는 해리처럼 쉽게 어니를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았다.
"너도 그게 말포이라고 생각하니, 해리?"
"아니."
어니의 질문에 해리가 너무 확고하게 말했다. 곧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커다란 거미 몇 마리가 맞은편 잔디밭 위로 허둥지둥 달아나고 있었는데, 마치 미리 예정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가장 짧은 경로를 따라가기라도 하는 듯 이상하게 일직선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해리. 론. 저길 봐."
내가 해리와 론을 툭툭 건들어서는 거미들이 나아가는 곳을 가리켰다.
"정말이네."
론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려다가 이내 울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따라갈 수가 없잖아."
"거미들은 금지된 숲으로 향하는 것 같아..."
론은 그것이 아주 탐탁지 않은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자 스프라우트 교수가 학급 학생들을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까지 바래다 주었다. 우리는 자신들의 말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 뒤에 처져서 걸었다.
"투명 망토를 다시 사용해야만 할 거야."
해리가 말했다.
"팽도 데려가도 좋은 것 같아. 그 녀석은 해그리드와 자주 숲에 들어갔었잖아. 아마 도움이 될 거야."
"맞아."
론이 초조하듯 지팡이를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저... 그런데... 숲속에 늑대인간은 없겠지?"
록허트의 수업 교실에서 평상시처럼 뒷자리에 앉으며 그가 덧붙였다.
"숲속에는 좋은 것들도 있어. 켄타우로스는 괜찮고, 유니콘도..."
그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던지 해리가 이렇게 말했다. 록허트가 기운차게 교실 안으로 걸어들어오자 학생들의 눈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호그와트의 다른 교수님들은 모두 예전과 달리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록허트만은 전혀 달라진 것 없이 즐거워보였다,
"자 여러분."
그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왜 모두들 시무룩한 거죠?"
아이들은 서로 화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모르고 있는 건가요?"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고 있기라도 한 듯 록허트 교수가 천천히 말햇다.
"위험한 순간은 지나갔어요! 범인은 잡혔다구요!"
"누구데요?"
딘이 큰 소리로 물었다.
"마법부 장관은 해그리드가 한 짓이라는 걸 100퍼센트 확신하지 않았다면 그를 잡아가지 않았을 거예요."
록허트가 누군가에게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된다라는 걸 설명하는 투로 말했다,
"그야 그랬겠죠."
론이 딘보다 훨씬 더 크게 말했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해그리드의 체포 건에 대해서는 내가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있어요, 위즐리군."
록허트가 독선적인 어조로 말했다. 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해리가 책상 밑으로 발을 세게 차는 바람에 말을 그만두었다.
"우린 거기에 없었던 걸로 해야 해, 기억해?"
해리가 속삭였다. 하지만 록허트의 넌더리나는 명랑함과, 은연중에 해그리드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과 이제는 모든 게 끝난 것처럼 행동하는 것에 어찌나 화가 났던지, 쥐고 있던 깃펜이 뚜득 하는 소리를 내면서 부러졌다. 교실에서 그 소리는 왠지 모르게 크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내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로, 로, 로라?"
"쓸데없는 말는 그만 이야기 하고 수업이나 진행하시죠, 록허트 교수님."
내가 차갑게 노려보면서 말하자 그는 내가 자신의 수업에 관심을 가진 것에 대해서 기쁜지 웃음을 터트리면서 수업에 진행했다. 눈치는 더럽게 없다고 속으로 중얼거린 나는 가방 속에서 새 깃펜을 꺼내고는 책을 바라보면서 요점 필기를 하기시작햇다. 나중에 헤르미온느가 깨어나면 전부 보여줘야하니까 말이지.
해리가 우리에게 '오늘 밤에 하자'고 짧게 휘갈려 쓴 쪽지를 보냈다. 론은 그 쪽지를 읽고 나서 침을 꿀꺽 삼키고는 평소에 헤르미온느가 앉았던 빈자리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을 굳혔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핀도르 휴게실은 늘 북적댔는데, 그건 저녁 6시 이후에는 달리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할 얘깃거리도 많았으므로, 휴게실에는 때로 자정이 지나도록 아이들이 남아있곤 했다. 해리는 저녁을 먹자마자 가방에서 투명 망토를 꺼내 휴게실로 와서는 저녁 내내 그것을 깔고 앉아 아이들이 다 기숙사 방으로 돌아갈 때를 기다렸다.
"로라, 이번엔 록허트 수업 시간에 깃펜을 던졌다면서?"
"아냐, 난 로라가 록허트에게 책을 집어던졌다고 들었는걸~"
"왜 소문이 그렇게 나는 거지?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프레드와 조지가 해리와 론에게 카드 게임을 몇 판 하자며 도전장을 내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지니는 평상시 헤르미온느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아 침통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맞주치면 놀라서 휙 고개를 돌려서 피해버렸다.
프레드와 조지와 지니는 자정이 훨씬 더 지나서야 비로소 자러 올라갔다. 두 기숙사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망토를 뒤집어쓰고 초상화 구멍으로 기어나갔다. 모든 교수님들의 감시를 피해 성 밖으로 나가는 건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 현관 안의 홀에 도달해 오크문의 잠금장치를 연 뒤,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틈으로 살짝 비집고 나가, 달빛이 드리워진 정원으로 걸어나갔다.
"그런데 말야."
새까만 잔디밭 위를 걷고 있을 때 론이 불쑥 말했다.
"숲속에 갔는데 따라갈 거미들이 하나도 없으면 어떡하지? 그 거미들은 그리로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 그것들은 그저 아무 데로나 가고 있었던 것 같앗어. 하지만..."
론은 내심 기대에 차서 말꼬리를 흐렸다.
해그리드의 집에 도착했다. 안에 아무도 없어서인지 집은 쓸쓸하고 초라해 보였다. 문을 밀어서 열자, 팽이 우리를 보고 좋아서 미친 듯이 날뛰엇다. 해리는 투명망토를 해그리드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하긴 어두운 숲속에서는 굳이 그게 필요하지 않겠지.
"이것 봐, 팽, 우린 산책 나갈 거야."
해리가 말하자 팽이 좋아라고 우리 뒤를 쫒아 집 밖으로 튀어나갔다. 해리와 내가 지팡이를 꺼내서 "루모스!"라고 중얼거리자, 지팡이 끝에 오솔길에서 거미들을 찾을 수 있기에 딱 적당한 밝기의 아주 작은 불빛이 나타났다.
"잘했어."
론이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알다시피... 그랬다간 어쩌면 폭발하거나 뭐 그렇게 될지 몰라서 말야..."
해리가 잔디밭을 가리키며 론의 어깨를 툭 쳤다. 거미 두 마리가 지팡이 불빛을 피해 황급히 나무 그늘 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좋았어."
론이 마치 최악의 상황에 내버려지기라도 한 듯 한숨을 지면서 말했다.
"난 준비됐어. 가자."
숲속으로 들어갔다. 팽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킁킁거리며 나무 뿌리나 나뭇잎 냄새를 맡았다. 지팡이 불빛을 이용해, 오솔길을 따라 조금씩 꾸준히 이동하는 거미들을 쫒아갔다. 약 20분 정도 그 거미 뒤를 아무 말 없이 쫒아갔다. 그 뒤, 나무들이 너무 울창해서 머리 위의 별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지팡이의 불빛만이 희마하게 어두운 숲을 밝히고 있을 때, 거미들이 오솔길을 벗어나는 게 보였다.
"어떻게 생각하니?"
해리가 물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젠 어쩔 수 없잖아."
론이 말했다. 우린 급히 움직이는 거미들의 그림자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젠 그렇게 발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나무 뿌리와 그루터기들이 자꾸 발에 걸렸기 때문이다. 몇 차례나 멈춰서, 웅크리고 앉아 지팡이 불빛으로 거미들을 찾아야했다.
적어도 30분쯤은 걸은 것 같았다. 한참 가자, 숲은 어느 때보다 울창했지만 지면은 약간 내리막길 같았다. 그때 팽이 갑자기 쩌렁쩌렁 울리게 큰 소리로 짖어댔다.
"뭔데?"
론이 새까만 어둠 속을 휘 둘러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저기에서 뭔가 움직였어."
해리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들어 봐... 뭔가 커다란 것처럼 들려...."
귀를 기울였다. 오른쪽 저만치에서, 뭔가 커다란 것이 나무들 사이를 헤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조용히 해."
해리가 극도로 흥분해서 말했다.
"들리겠어."
"내 소리가 들린다구?"
론이 이상하게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팽이 짖는 소리가 다 들렸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이상하게 나직이 우르르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조용히 해졌다.
"뭘 하고 있는 거지?"
해리가 물었다.
"덤벼들 준비를 하고 있겠지."
론이 말했다.
"가 버린 걸까?"
해리가 속삭였다.
"몰라..."
그때, 오른쪽에서, 갑자기 밝은 불빛이 확 타올랐으므로 우리 모두 얼른 손을 올려 눈을 가렸다. 팽이 깽깽거리며 달아나려고 하다가, 가시나무 사이에 갇히자 훨씬 더 갱깽거렸다.
"해리! 로라!"
론이 안도한 나머지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건 우리 차야!"
"뭐라구?"
"저걸 봐!"
론을 따라그 불빛 쪽으로 머뭇머뭇 걸어가자, 잠시 뒤 공터가 나왔다. 위즐리씨의 차가 울창한 숲 한가운데에서 나뭇가지들로 잔뜩 덮인 채로 헤드라이트를 환히 켜고 서 있었다. 론이 얼이 빠져서 입을 헤벌린 채로 차 쪽으로 걸어가자, 그 차가 마치 주인을 맞기라도 하는 듯이, 천천히 그에게 움직였다.
"내내 여기에 있었나봐!"
론이 차 주위로 걸어가며 좋아서 말했다.
"이것 좀 봐. 차가 숲속에 있는 동안 엉망이 되어버렸어."
차 옆구리가 여기저기 긁혀있었을 뿐만 아니라 온통 진흙 투성이였다. 차 혼자서 숲을 굴러다녔던게 분명했다. 팽은 그 차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녀석은 계속해서 해리 옆에 꼭 붙어있었다.
"이게 우릴 습격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론이 차에 기대어 톡톡 치며 말했다.
"난 또 이 차가 어디로 갔나 했지!"
거미들은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을 피해 달아나고 없었기에 난 지팡이의 불을 꺼서는 지팡이를 집어넣었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어서, 가서 찾아보자."
"이미... 그쪽에서 우리를 찾아온 것 같네."
내가 론의 납빛이 공포처럼 되는 것을 보고는 해리의 말에 대답했다. 딸각거리는 커다란 소리가 나더니, 해리가 미처 돌아서기도 전에 기다란 털투성이인 무언가가 그의 몸통을 잡고 그를 땅에서 번쩍 들어올렸다. 곧 론과 나역시 해리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 낑낑거리며 소리를 길게 뽑으며 짖고 있던 팽은 어느새 어두움 숲속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긴 여섯개의 털투성이 다리로 걸어가는 괴물이 번득이는 한 쌍의 까만 집게발로 자기를 꽉 움켜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동물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잡혀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얼마쯤 가자 갑자기 어둠이 걷히면서 온통 나뭇잎으로 뒤덮인 땅에 거미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괴물들이 나무가 하나도 없는 거대한 분지에 도달해 있었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끔찍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거미들. 그러나 발밑에 있는 나뭇잎들 위로 떼지어 몰려오는 것처럼 작은 거미가 아니었다. 짐차를 끄는 말 정도 크기에, 여덟 개의 눈과 여덟 개의 다리, 털투성이인 거대한 까만 색의 거미였다. 우리를 들고있는 거대한 괴물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 우묵한 분지 한가운데 있는 어렴풋한, 반구형의 거미줄로 향하는 동안 다른 괴물들은 친구 거미가 들고 있는 것을 보고 흥분해서 집게발을 딸깍거리며 주위로 다가왔다.
그 거미가 놓아주자 땅바닥으로 철퍼덕 떨어졌다. 해리, 론, 팽도 옆에 털썩 떨어졌다. 팽은 더 이상 울부짖지 않고,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몸을 움츠렸다.
"아라고그! 아라고그!"
거미들이 집게발을 딸깍거리며서 소리쳤다. 그러자 그 희미한 반구형의 거미줄 한 가운데서, 작은 코끼리만한 거미 한 마리가 아주 천천히 나타났다. 그 거미의 까만 몸통과 다리에는 약간 회색빛이 돌았고, 추하게 생긴 머리에 달린 눈들은 우윳빛 흰색이였다. 그 거미는 장님이었다.
"애크로맨투라..."
"그게 뭔데?"
내가 그 거미를 보면서 중얼거리자 해리가 질문했다.
"말 그대로 거미 괴물이지. 인간 말을 할 수 있으며, 눈이 여덟개나 달린 괴물 거미.... 말이야. 참고로 애크로맨투라는 육식성이야."
내가 말하자 해리와 론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진다. 하하하, 이것 참 우린 지금 거미의 먹이감으로 여기에 온 것인가.
"저게 뭐지?"
그 거미가 집게발들을 재빠르게 딸깍거리며 말했다.
"사람들."
"해그리드야?"
아라고그가 여덟개의 우윳빛 눈으로 막연히 두리번거리며 더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모르는 사람들."
"죽여버려."
아라고그가 버럭 화를 내며 딸깍거렸다.
"잠자고 있었는데..."
"우린 해그리드의 친구예요!"
살기 위해서는 큰 소리로 외쳤다. 심장이 쿵쾅쿵쾅뛰었다. 딸깍, 딸각, 딸깍. 분지 여기저기 거미들의 집게발이 딸깍거렸다.
"해그리드는 우리 분지로 사람들을 보낸 적이 없어."
아라고그가 천천히 말했다.
"해리그드는 잡혀갔어요. 우리가 온 건 바로 그것때문이에요."
"잡혀갔다구? 그런데 그가 왜 너희들을 보냈지?"
"저 위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해그리드가 학생들에게.... 어.... 어... 무슨 짓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그를 아즈카반으로 데려갔어요."
아라고그가 집게발들을 미친 듯이 딸깍거리자, 분지 여기저기에 있는 많은 거미들이 그 소리를 똑같이 흉내냈다. 소름끼치게 한 소리...
"하지만 그건 오래 전이었어."
아라고그가 화를 내며 말했다.
"아주 아주 오래 전에. 난 똑똑히 기억해. 그가 학교를 떠난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지. 그들은 비밀의 방에 살고 있는 괴물이 바로 나라고 믿었어. 그들은 해그리드가 그 방을 열어서 날 놓아 주었다고 생각했어."
"그럼 당신은.... 당신은 비밀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나요?"
해리가 땅바닥에 앉은 채로 될 수 있는 대로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아라고그가 화가 나서 딸깍거리며 말했다.
"닌 성에서 태어나지 않았어. 난 먼 이국 땅에서 왔어. 내가 알이었을 때 어떤 여행자가 날 해그리드에게 주었지. 해그리드는 나의 좋은 친구야, 좋은 사람이지. 내가 숨어 있을 때 발각되어 어떤 여자아이를 죽였다고 비난받았을 때, 그는 날 보호해주었어. 난 그 이후 죽 이곳에 살았고, 해그리드는 여전히 가끔씩 날 찾아오지. 그는 심지어 내게 아내 모삭을 찾아주기까지 했어. 우리 가족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봐, 모두가 다 해그리드 덕이야..."
"그러면 당신은 절대로... 절대로 아무도 습격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
늙은 거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공격하는 게 나의 본능이었겠지만, 난 해그리드를 존경했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았어. 살해당한 여자아이의 시체는 화장실에서 발견되었어. 난 내가 자라난 벽장 말고는 성의 어디에도 가 보지 못했어. 우리의 동족은 어둡고 조용한 곳을 좋아해."
"살해당한... 여자아이... 화장실?"
"하지만 그러면... 무엇이 그 여자아이를 죽였는지 아세요?"
해리가 물었다.
"왜냐하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게 다시 돌아와 사람들을 죽이고 있거든요."
"성 안에 살고 있는 건."
아라고그가 말했다.
"우리 거미들이 무엇보다도 두려워하는 고대 생물이야. 내가 해그리드에게 그렇게 풀어달라고 간청햇던 건, 바로 그 짐승이 학교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야."
"그게 뭔데요?"
해리가 다급하게 물었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급히 움직이는 소리가 더 시끄럽게 들렸다. 거미들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린 말 못해!"
아라고그가 사납게 말햇다.
"우린 그 이름을 댈 수 없어! 난 심지어 해그리드에게조차 저 끔찍한 생물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어. 그가 여러차례 물었는데도 말야."
아라고그가 천천히 반구형 거미줄 안으로 물러나고 있었지만, 그의 동료 거미들은 계속해서 서서히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그럼 우린 갈게요!"
해리가 소리쳤다.
"간다구?"
아라고그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건 안 될 것 같...."
"하지만... 하지만...."
"내 아들과 딸들은 내 명령때문에 해그리드를 해치지 않아. 하지만 난 이렇게 자진해서 우리에게로 온 신선한 날고기가지 먹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 잘 가게, 해그리드의 친구들."
현기증이 났다. 바로 앞에, 그보다 훨씬 큰, 단단한 거미들의 장벽이, 불쾌하게 생긴 까만 머리에 난 여러 개의 눈을 번득이며 딸깍거리고 있었다. 거미의 수가 너무 많아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죽도록 싸울 결심을 하고 지팡이를 움켜쥘 때, 목걸이가 빛났다. 이 빛은 신입생때 호수에서 빛났을 때처럼...
"마법생물체의 지배자!"
"거짓말!"
"건들이지마!"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미들이 흥분하면서 소리쳤다. 빛이 서서히 꺼져갔을 때, 시끄러운 소리가 길게 나더니 밟은 불빛이 분지를 활짝 비추었다. 위즐리씨의 차가 헤드라이트를 훤하게 켜고 삑삑 경적을 울리면서 우레같은 소리를 내면서 내려막길로 내려오고있었다. 그 바람에 거미들이 나동그라졌고, 몇 마리는 벌렁 뒤집혀저서 수많은 다리를 공중으로 쳐들고 허욱적대고 있었다. 차가 끽 하며 우리 앞에 멈추더니 문이 홱 열렸다.
"팽을 데려와!"
해리가 앞좌석으로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내가 팽을 들고는 차 뒷자석에 올라탔고 론이 운전석에 타고 문이 쾅 닫혔다. 론이 액셀러레이터를 건드리지 않았는데 엔진이 표호하는 듯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내달리기 시작하며, 거미들을 몇 마리 더 쳐내 넘어뜨렸다. 오르막길을 전속력으로 올라가 분지에서 나온 뒤, 굉장한 소리를 내며 숲속을 달렸다. 차가 그 길을 훤히 다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가장 넓은 길로만 교모하게 굽이굽이 나아가는 동안 나뭇가지들이 차장에 부딪혔다.
차가 갑자기 서는 바람에 몸이 홱 쏠렸다. 어느새 숲 언저리에 와 있었다. 팽이 몹시 나가고 싶은지 얼른 창가로 갔고 문을 열어주자 꼬리를 다리 사이에 낀 채 쏜살같이 해그리드의 집으로 달려갔다. 차에서 모두 내리고 해리가 감사의 표시로 차가 가볍게 치자, 차는 후진으로 숲속으로 들어가 사라져버렸다.
해그리드의 집으로 들어가자 팽은 녀석의 바구니에 있는 담요 위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해리와 내가 투명망토를 챙기고 다시 밖으로 나오자 론이 호박밭에서 심하게 토하고 있었다.
"거미들을 따라가라더니."
론이 소매로 입을 닦으며 힘없이 말했다.
"난 해그리드를 절대 용서 못 해. 살아난 게 기적이었어."
"해그리드는 아라고그가 자신의 친구들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게 바로 해그리드의 문제야!"
론이 오두막 벽을 쾅쾅 치며 말했다.
"해그리드는 언제나 괴물들이 눈에 보이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잖아. 그렇게 해서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봐! 아즈카반의 감옥에 있잖아!"
그는 이제 더 심하게 떨고 있었다.
"우리를 숲에 보낸 목적이 도대체 뭐냐구? 우리가 뭘 알아냈느냔 말야?"
"해그리드가 비밀의 방을 열지 않았다는 거지."
해리가 론의 몸에 망토를 씌우고 그가 걸을 수 있도록 팔을 잡아 부축하며 말했다.
"해리그드는 아무 죄가 없었어."
론이 휭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성이 눈앞에 어렴풋이 나타나자 해리는 발을 확실히 감춰지도록 망토를 잡아당긴 뒤, 삐걱더기는 문을 살작 밀어 조금 열었다. 조심스럽게 현관 안의 홀을 지나 숨을 죽이고 대리석 계단 위로 올라가, 경계 근무중인 보초들이 걸어다니고 있는 복도를 지나쳤다. 그리고 마침내 안전한 그리핀도르 휴게실에 도착했다. 벽난로에는 불이 다타고 시꺼먼 재만 남아있었다.
"해리, 론. 그 죽은 여자아이 말이야... 아라고그가 그 애가 화장실에서 발견되었다고 했잖아. 그 애가 만약 화장실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면? 그 애가 만약 아직도 그곳에 있다면?"
"설마... 모우닝 머틀?"
해리와 론은 내 말뜻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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