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를 마치고 세베루스의 지하 교실에 도착했을 때, 슬리데린들은 이미 교실 밖에서 가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가슴에 커다란 배지를 달고 있었다. 번쩍이는 붉은 글시로 겆힌 구호는 어두운 지하실 통로 안에서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호그와트 진정한 챔피언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
"어때? 마음에 들어, 포터?"
해리가 가까이 걸어가자 말포이가 큰 소리로 물었다.
"이것뿐만 아니야. 이걸 잘 봐!"
말포이가 가슴에 달린 배지를 꾹 누르자, 적혀 있던 글씨가 사라지면서 이번에는 초록색 글씨가 나타났다.
포터와 에반스는 야비하다!
슬리데린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허리를 움켜쥐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제각기 가슴에 달린 배지를 눌렀다.
"드레이코, 내가 유치한 짓거리 하지 말라고 했지!"
로우가 늦게 나타나서는 슬리데린 행동들을 보고는 작게 말했다. 물론 그 말을 들을 슬리데린 학생들은 아니지만...
"참 재미있기도 하겠구나. 아주 재치가 있어."
헤르미온느가 슬리데린의 여학생들을 거느리고 어느 누구보다도 더 요란하게 웃어대고 있는 팬시 파킨슨에게 비꼬는 목소리로 말했다. 론은 딘과 시무스와 함께 벽에 등을 기댄 채, 가만히 서 잇었다. 비록 슬리데린과 함께 웃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리의 편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너도 하나 가질래, 그레인저?"
말포이가 헤르미온느에게 배지를 하나 내밀었다.
"내겐 아주 많이 있거든. 하지만 내 손을 건드리지는 말아줘. 방금 전에 손을 씻었으니까 말이야. 잡종이 내 손을 더럽히는 건 원하지 않아."
해리는 분노에 이성을 맡기고는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우리를 둘러사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앞을 다투어서 복도 뒤쪽으로 물러났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경고하듯이 소리쳤다.
"어서 덤벼, 포터."
말포이가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 들고 말했다.
"너를 돌봐 줄 무디는 여기에 없어. 배짱이 있다면 어디 해 봐!"
눈 깜짝할 순간에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치더니 거의 동시에 지팡이를 휘둘렀다.
"퍼넌쿨루스!"
"덴사우지오!"
해리와 말포이가 주문을 외웠다. 두 사람의 지팡이에서 강력한 빛이 분출되더니 가운데에서 충돌했다. 그리고 두 줄기의 빛은 제각기 옆으로 튕겨져나갔다.
"위험해, 로라!"
로우가 나를 끌어안고는 분출된 빛을 피하게 도와주었다. 해리의 빛은 고일의 얼굴에 맞았으며 말포이의 빛은 헤르미온느에게 맞았다. 고일은 커다랗게 울부짖음녀서 두 손으로 코를 감싸안았다. 고일의 코에서는 커다랗고 흉한 종기들이 다닥다닥 솟아났다. 헤르미온느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입을 움켜쥐었다. 로우의 품에서 나와서는 헤르미온느에게 달려갔다.
"헤르미온느!"
론은 헤르미온느를 살펴보기 위해 허둥지둥 달려왔다. 참혹한 모습이었다. 헤르미온느의 앞니가-그러잖아도 다른 사람의 앞니보다 훨씬 더 큰데-무시무시한 속도로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헤르미온느의 앞니가 아랫입술을 지나서 턱까지 자라나자, 그녀의 모습은 점점 더 비버를 닮게 되었다. 커다란 충격을 받은 헤르미온느는 앞니를 만지면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헤르미온느, 병동 가자! 어서!"
내가 외쳤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동이냐?"
나지막하고 냉기가 감도는 목소리가 들렸다. 세베루스가 도착한 것이다. 슬레디린들은 저마다 설명하려고 아우성을 쳤다. 세베루스가 길고 누런 손가락으로 말포이를 지적하면서 말했다.
"네가 설명해라."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교수님."
말포이가 말하기도 전에 로우가 앞으로 나와서는 말했다.
"포터와 드레이코가 서로를 공격해서, 고일과 그레인저에게 상처를 입혔습니다."
역시 로우는 슬리데린 재목이 아닌 것 같다. 저렇게 정확한데... 래번클로에 가면 더욱더 잘 지낼 위인인데 말이지.
"포터가 고일을 맞추었어요. 보세요!"
말포이가 고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세베루스는 재발리 고일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고일의 얼굴은 이제 독버섯에 관한 책에 실리고도 남을 만한 모습이었다.
"병동으로 가거라, 고일."
세베루스가 침착하게 말했다.
"말포이는 헤르미온느를 맞추었어요. 보세요."
론은 이렇게 말하면서 억지로 헤르미온느의 앞니를 세베루스에게 보여 주었다. 헤르미온느는 손으로 앞니를 가리려고 했지만, 이제는 앞니가 거의 목까지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팬시 파킨슨과 다른 슬리데린의 여학생들은 세베루스의 등 뒤에서 헤르미온느를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웃음을 참기 위해 허리를 꼬부리고 난리였다. 세베루스는 냉정한 얼굴로 헤르미온느를 보면서 말했다.
"난 별로 달라진 걸 모르겠다."
헤르미온느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뒤로 돌아서더니 어두운 복도를 달려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 순간 해리와 론이 거의 동시에 세베루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들의 목소리가 돌롣 된 복도에 부딪혀서 왕왕 울렸다. 두 사람이 세베루스를 향해 뭐라고 소리쳤는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세베루스는 대충 그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침착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세베루스는 비단결처럼 매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핀도르에게 50점 감점이다. 그리고 포터와 위즐리는 한 시간 더 나머지 공부를 해라. 자, 이제 앞으로 들어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일주일 동안 벌을 받게 될 거야."
세베루스의 부당한 판결에 나는 익숙하게 받아들었지만 해리와 론은 그렇지 않는지 책상 위에 가방을 쾅 내려놓았다. 잠시 동안 두 사람 사이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론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더니 해리를 혼자 남겨둔 채 딘과 시무스 옆에 갔다. 내가 해리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해리, 참아."
말포이가 교실 반대편에서 세베루스 몰래 배지를 눌러서 또다시 '포터와 에반스는 야비하다'라는 글씨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내가 해리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해리는 세베루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해독제!"
세베루스가 반 아이들을 모두 둘러보면서 말했다. 세베루스의 차가운 검은 눈동자가 기분 나쁘게 번쩍거렸다.
"이제 너희들은 제각기 해독제를 제조할 준비를 하거라. 그리고 아주 조심해서 만들기를 바란다. 그 해독제를 실험해볼 사람을 고를 테니까..."
그러다가 세베루스의 눈길이 해리와 부딪혔다. 그 순간 지하 교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지하 교실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콜린 크러비였다. 콜린 크러비는 교실로 들어오면서 해리를 향해 환한 미소를 던졌다. 그리고 곧장 세베루스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세베루스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해리 포터와 로라 에반스를 위층으로 데려가야 하겠습니다."
세베루스는 구부러진 코를 내려깔면서 콜린을 노려보았다. 싱글벙글하던 콜린의 미소가 싹 사라졌다.
"포터는 한 시간 더 공부를 해야 한다. 수업이 다 끝나면 올려보내주마. 에반스는 우등생이니까 짐을 챙기고 나가봐도 좋다."
이 편애는 대체 무엇입니까. 세베루스의 차가운 말에 콜린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교수님, 베그만씨가 포터를 불렀어요."
콜린이 초조한 듯이 말했다.
"챔피언들은 모두 가야만 한답니다. 제 생각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것 같아요."
"잘하군, 아주 잘 해."
세베루스가 툭 쏘아붙였다.
"포터, 네 소지품들은 그대로 두고 가거라. 다시 돌아오면 네가 만든 해독제를 꼭 시험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교수님, 해리는 소지품을 다 가져가야만 하는데요. 챔피언들은 모두 다..."
콜린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잘 하는 짓이다! 포터, 가방을 싸서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라!"
세베루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와 해리는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문가를 향해 걸어갔다. 슬리데린의 책상 앞으로 지나가자, 사방에서 '포터와 에반스는 야비하다'라는 글씨가 우리를 향해 반짝거렸다. 그래도 로우가 하고 있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아.
"정말 굉장하지 않아, 해리?'
해리가 지하 교실의 문을 닫자 마자 콜린이 성급히 말을 걸었다.
"그렇잖아? 챔피언이 되는 것 말이야."
"그래, 정말 굉장해."
해리는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관 복도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왜 사진을 찍는 거니, 콜린?"
"아마도 <예언자 일보>에 실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잘 됐구나."
해리가 힘없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좀더 커다란 명성을 얻는 일."
"아니잖아, 해리."
"행운을 빌어!"
내가 해리를 위로하면서 올라갔고 콜린이 오른쪽 교실 앞에 도착하자 말했다. 문을 두드리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아주 작은 교실이었다. 대부분의 책상들이 교실 뒤쪽으로 치워져 있었으며 교실의 중앙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칠판 앞에는 책상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기다란 벨벳천으로 덮여 있었다. 벨벳이 씌워진 책상 뒤에는 다섯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베그만이 그 중의 한 의자에 앉아서 어떤 마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마녀는 선명한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리타 스키터야."
해리가 그 마녀가 누군지 모른 것 같아서 내가 말해주었다. 빅터는 평소처럼 한쪽 구석에 우울하게 서 있었다. 빅터는 좀처럼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케드릭과 플뢰르는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플뢰르는 은빛 머리카락이 반짝이면서 빛을 내면서 연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커다란 검은색 카메라를 든 채 입에 담배를 물고 있던 배불둑이 남자는 곁눌질로 플뢰를 훔쳐보기에 바빴다. 문득 해리를 발견한 베그만이 벌떡 일어나더니 앞으로 달려나왔다.
"오, 왔구나! 네 번째, 다섯 번째 챔피언! 이리 오너라, 해리, 로라. 이리 와.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거라. 이건 단지 지팡이를 검사하는 절차일 뿐이니까. 다른 심판관들도 곧 도착하실..."
"지팡이를 검사한다구요?"
해리가 불안한 듯이 되물었다.
"우리는 너의 지팡이가 아무런 이상 없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지 조사해야만 한단다. 너도 알다시피 시험에서 지팡이가 가장 중요한 도구이니까 말이야."
베그만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지금 전문간들이 덤블도어와 함께 위층에 있단다. 그런 다음에 잠깐 사진을 찍을 거야. 이쪽은 리타 스키터란다. 트리위저드 시합 기간에 <예언자 일보>를 위해 몇 가지 사소한 일을 할 거란다."
베그만이 붉은색 옷을 입고 있는 마녀를 가리켰다.
"그렇게 사소한 일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루도."
리타 스키터가 우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교하게 손질한 리타 스키터의 머리카락은 신기할 정도로 구불거렸는데 삐죽 튀어나온 턱과 기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리타 스키터는 보석이 박힌 안경을 스고 있었으며 악어 가죽 핸드백을 꼭 잡고 있는 굵은 손가락 끝에는 진홍색으로 칠해진 손톱이 거의 5센티미터나 길게 자라고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해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리타 스키터는 줄곧 해리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했다.
"최연소 챔피언이라... 너를 좀 강조해도 되겠지?"
"당연하지! 해리도 반대해지 않겠지?"
"안 돼죠, 베그만씨. 시험관이 한쪽에 치우치는 공존성에 위반되는 발언을 하시면요. 다섯 명 전부 공정하게 쓰도록 하세요. 리타 스키터씨. 전 당신의 기사를 보는 것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어머, 그러니?"
"당신의 그 근거 없는 기사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지경이니까요. 상상력 하나만으로 작가로 성공하실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뼈있는 말에 해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싱긋 웃었다. 하지만 애드밀은 지금 내 모습을 보았다면 그 미소에 독뱀 100마리는 숨기고 있을 거라고 말할 거다. 왜냐면 내 눈동자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으니까.
리타 스키터는 순식간에 길고 빨간 손톱이 나 있는 손가락으로 해리의 팔뚝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교실 밖으로 끌어내더니 옆방 문을 열었다.
"쯪."
미소를 거두면서 내가 혀를 찼다.
"저 멍청한 여자는 어떻게 저런 허구성이 짙은 기사를 쓸 수 있는지 모르겠군."
"로라, 너 진짜 말 잘하는구나."
케드릭이 나를 보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케드릭의 시선을 피하고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곧 교실 문이 열리고는 카르카로프, 맥심 부인, 크라우치씨 그리고 올리밴더가 안으로 들어왔다.
"앉거라."
베그만이 말하자 문가의 의자에 앉았다. 덤블도어는 해리를 찾으러 다시 나가버렸다. 곧 덤블도어가 해리와 함께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내 옆에 앉았다. 리타 스키터는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양피지를 슬쩍 꺼내더니 무릎 위에 펼쳐놓고 속기 깃펜의 끝을 쭉쭉 빨고 있었다.
"이제 올리밴더씨를 소개할까요?"
덤블도어가 심판 자리에 앉으며 챔피언에게 말했다.
"시합이 열리기 전에 여러분의 지팡이가 아무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주실 분입니다."
은백색의 눈동자를 가진 늙은 마법사가 창가에 조용히 서 있었다.
"마드모아젤 델라쿠르, 제일 먼저 봐도 될가?"
올래번더가 교실의 중앙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플뢰르는 올리밴더에게 가서 지팡이를 건네주었다.
"음..."
올리밴더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지팡이를 마치 지휘봉처럼 휘둘렀다. 그러자 지팡이에서 분홍색과 황금색의 불빛이 튀어나왔다. 올리밴더는 지팡이를 눈앞에 바싹 갖다 대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렇구나."
올리밴더가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24센티미터... 휘어지지도 않고... 장미목... 그리고 안에 넣은 것은... 오, 이런..."
"벨라의 머리카락이에용. 할머니 거였지용."
플뢰르가 올리밴더를 쳐다보았다.
"그렇구나."
올리밴더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 나는 물론 벨라의 머리카락을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단다. 그걸 쓰면 지팡이가 다소 변덕스럽게 되지... 그래도 너에게 맞기만 한다면...."
올리밴더가 손가락으로 지팡이를 더듬었다. 긁은 자리나 파인 곳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분명했다. 잠시 후에 올리밴더는 중얼거렸다.
"오르치데우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한 다발의 꽃이 튀어나왔다.
"아주 좋아. 아주 좋아. 훌륭하게 작동되는군."
올리밴더는 꽃다발을 들어서 플뢰르의 지팡이에 매달렸다.
"자, 디고리군. 다음 차례..."
자기 자리로 돌아가던 플뢰르는 케드릭의 곁은 지나가면서 그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던졌다.
"아, 이건 내가 만든 지팡이야. 그렇지?"
올리밴더는 케드릭이 지팡이를 건네주자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특별히 멋진 수컷 유니콘의 꼬리에서 뽑은 털 한 올을 넣었지... 그 유니콘은 17폭 정도 되는 놈이었어. 내가 꼬리를 뽑자, 유니콘은 뿔로 나를 들이받으려고 했지. 31센티미터... 물푸레나무... 탄력이 좋군. 아주 상태가 좋아.... 규칙적으로 지팡이를 손질하고 있니?"
"지난밤에도 광을 내주었어요."
케드릭이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해리는 문득 손떼가 묻은 자신의 지팡이를 보고는 바지 자락을 끌어당겨서 몰래 지팡이를 닦으려고 애썼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황금색 불꽃이 튀어나왔다. 플뢰르는 몹시 딱하다는 듯이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지팡이를 닦는 것을 그만두었다. 올리밴더는 케드릭의 지팡이 긑에서 은빛 연기 고리가 솟아오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감탄사를 내면서 말했다.
"자, 이제 크룸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빅터는 둥근 어깨를 구부정하게 늘어뜨린 채 팔자 걸음으로 올리밴더에게 다가갔다. 빅터는 지팡이를 휙 내밀더니 호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넣고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음."
올리밴더가 입을 열었다.
"이건 그레고로비치의 작품이군. 내 말이 맞지? 그레고로비치는 훌륭한 지팡이 제작자였지. 비록 그 스타일은 별로 내 마음에... 어쨌거나..."
올리밴더는 지팡이를 들고 몇 분 동안 이리저리 뒤집어보면서 시험을 해보았다.
"그래, 자작나무와 용의 심금인가?"
올리밴더는 빅터를 쳐다보았다. 빅터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흔히 보는 것보다 조금 두껍군.... 아주 단단해... 26센티미터... 아비스!"
자작나무 지팡이는 총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짹짹거리는 작은 새들이 지팡이 끝에서 쏟아져 나오더니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에반스양."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빅터의 옆을 지나서 그에게 지팡이를 내밀었다.
"향나무의 28센티미터.... 지팡이."
올리밴더는 자신이 만든, 내 지팡이를 매만지면서 흠집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인센디오."
올리밴더가 주문을 외우자 지팡이의 끝에서 불꽃이 나왔다. 하지만 올리밴더는 금방 그 불꽃을 끄고는 나에게 내밀었다.
"자, 이제 누가 남았나... 포터군."
해리는 벌떡 일어나서 내 곁을 지나 올리밴더를 향해 다가갔다. 올리밴더는 해리의 지팡이를 건네받았다.
"아하! 그래."
올리밴더의 창백한 눈동자가 갑자기 빛을 발했다.
"그래, 그래, 그래.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서양호랑가시나무로 만들어진 불사조 깃털이 들어간 28센티미터 길이의 지팡이가 해리의 지팡이었다. 그 지팡이 안에 들어있는 불사조 깃털은 퍽스-덤블도어의 애완 불사조-의 깃털인데, 그 또다른 깃털은 주목나무의 34센티미터의 지팡이에 들어있다. 그 주인은.... 어둠의 마왕의 지팡이의 것이다.
올리밴더는 해리의 지팡이를 오랫동안 살펴보았다. 마침내 올리밴더는 지팡이 끝에서 포도주가 솟아나도록 만든 다음에 지팡이가 완벽한 상태라고 선언하면서 해리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모두 고맙습니다."
덤블도어가 심판 책상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이제 여러분은 다시 수업에 들어가도 좋습니다. 아마도 곧바로 식당으로 가는 편이 좋을 겁니다. 서둘러요. 식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까요."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검은색 카메라를 든 남자갑 벌떡 일어서더니 헛기침을 했다.
"사진이오, 덤블도어. 사진!"
베그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심판과 챔피언들의 사진을 찍어야합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리타?"
"그래요. 먼저 전체 사진을 찍죠. 그런 다음에 각자의 사진을 찍도록 해요."
리타 스키터의 눈길이 다시 해리를 뒤쫒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일은 아주 오래 시간이 걸렸다. 맥심 부인은 어느 쪽에 서든지 간에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그늘을 드리웠다. 게다가 사진사가 아무리 뒤로 물러서도 맥심 부인이 전부 다 나오도록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맥심 부인은 의자에 앉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주위에 서 있기로 했다. 카르카로프는 손가락으로 연신 콧수염을 꼬면서 수염이 멋지게 말리도록 했다. 이런 일에 아주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햇던 빅터는 오히려 사람들의 뒤쪽으로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 나도 몸을 숨겨서 빅터의 옆에 섰다. 사진사는 플뢰르를 제일 앞에 세우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하지만 리타 스키터가 서둘러 달려오더니 해리를 제일 잘 보이는 곳으로 끌어내었다. 그런 다음에 모든 챔피언들이 제각기 독사진을 찍기로 했고 난 그곳에서 도망쳤다.
"미안해, 해리."
방을 빠져나오면서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식사는 그냥 건너뛰고는 기숙사로 향했다. 그날 저녁에 해리는 시리우스에게 답장을 받았다. 그 후 우리는 11월 22일에 새벽 1시에 어떻게 휴게실 근처를 아무도 어슬렁거리지 못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짰다. 만약 최악의 경우가 되면 똥 폭탄 가방이라도 던질 작정이었다. 하지만 부디 그것만은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바랐다. 필치가 우리를 산 채로 껍질을 벗기려고 덤벼들 것이다.
성 안에서 보내는 해리와 내 생활은 더욱 나빠졌다. 리타 스키터가 트리위저드 시합에 관한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사는 정작 트리위저드 시합보다는 대단히 과장된 해리의 인생 이야기에 더욱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으로 드러났다. 1면의 대부분은 해리의 사진이 차지했으며 2면, 6면, 7면으로 계속 이어지는 기사는 온통 해리에 관한 것뿐이었다. 보바통이나 덤스트랭의 챔피언은 기사의 제일 마지막 줄에 잠깐 등장했고 케드릭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해리의 첫사랑이 되어서는 잘생긴 남자에게 문어 다리를 걸치는 전형적인 나쁜 여자가 되어 있었다.
"왜 레오의 이름까지 나온 걸까?"
단지 3촌인데... 가끔씩 만나서 인사한 것밖에 없는데. 애드밀은 자주 대화를 하거나 인사를 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로우도 이해하는데... 왜 볼프람 이름이 나온 걸까? 볼프람은 그때 딱 한 번 밖에 인사한 적이 없는데 말이지. 게다가 나를 엄청나게 싫어하던데....
"하아...."
제가 지니고 있는 힘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의 제 모습을 보신다면 부모님은 무척 기버하실 겁니다. 그래요. 지금도 때로는 밤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트리위저드 시합 동안에 그 어떤 것도 저를 해칠 수 없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들이 저를 지켜부고 계시니까요....
더 이상 읽지 못하고는 <예언자 일보>를 잔뜩 꾸겨버리고는 지팡이로 쿡 찔러서 불태웠다. 이 기사를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까나? <예언자 일보>에 그 기사가 나간 순간부터 해리는 사람들, 특히 슬리데린들이 그가 지나갈 때마다 빈정거린 어조로 기사를 인용하는 것을 참아야만 했다.
"포터, 변신술 수업에서 네가 울음을 터뜨리면 손수건이라도 갖다줄까?"
"포터, 언제부터 네가 우리 학교의 최우등생이 되었지? 아니면 너와 롱바텀 둘이서 따로 학교를 세우기라도 한 거니?"
"헤이, 해리!"
"그래, 맞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해리는 복도를 돌아서면서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나는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면서 줄곧 눈물을 흘렸어! 그리고 지금도 막..."
"아니야, 해리. 지금 막 너는 깃펜을 떨어뜨렸어."
해리의 눈앞에는 뜻밖에도 초 챙이 서 있었다. 해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 그래. 미안해."
해리는 깃펜을 주워들면서 중얼거렸다.
"저... 화요일에 행운을 빌어. 네가 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래."
초 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은 아이네."
초 챙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해리에게 속삭였다. 저래서 해리가 반한 것일까나?
헤르미온느는 두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 잔뜩 화가 났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와 론 사이을 왔다갔다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화해를 시키려고 노력햇다. 하지만 해리의 결심은 돌처럼 단단했다. 오직 론이 해리가 불의 잔에 이름을 집어넣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던 것에 대해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다음에 다시 론과 말을 할 작정이었다.
"멍청이 해리... 그냥 너가 먼저 사과하면 안 되는 거야?"
해리를 보면서 내가 말했다.
"이건 내가 시작한 게 아니야. 론의 문제란 말이야."
해리가 고집을 부리면서 말했다.
"너는 론을 그리워하고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론도 너를 그리워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
"내가 론을 그리워한다구? 아니야. 나는 조금도 론이 그립지 않아..."
"작작해!!"
결국 내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큰 소리를 내면서 외쳤다. 그 소리에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사서인 핀스 부인이 나를 노려보자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로라가 오랜만에 제 성깔을 드러냈네."
"마리안느..."
헤르미온느의 옆에서 마리안느가 앉아서는 낄낄거리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마리안느, 이거 이렇게 하면 맞는 거야?"
"오, 맞아. 역시 우리 헤르미는 우등생이라니까."
자신의 이복여동생을 챙기려 온 거냐!!! 마리안느의 모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해리는 아직까지도 소환 마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점심 시간 내내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빅터도 상당히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헤르미온느는 종종 빅터 크룸이 도서관에 있는 것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물론 빅터 본인이 방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종종 킬킬거리는 여학생들이 서가 뒤에서 빅터의 모습을 엿보기 우해 무리를 지어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애드밀을 자주 도서관에서 볼 수가 있었다. 그는 <예언자 일보> 기사를 읽었으면서 상관없다는 태도로 나를 대했다.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렇게 해."
어느새 마리안느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애드밀이 갔다오라면서 손짓을 한다. 피로한 눈가를 짓누르면서 도서관 밖으로 나갔다.
"에반스."
내 이름을 부르는 래번클로 남학생의 무리를 바라보았다.
"우리도 네 남친에 넣어주지 않을래?"
"무슨 소리야?"
"너가 남친을 모집한다는 소리를 들었어."
리타 스키터의 짓이로군!!!
"네 녀석들이 로라의 남친을 하기로는 외모력이 너무 딸리는 거 아니야? 적어도 애드밀과 내 정도는 되어야지."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자 도서관을 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로우가 사납게 으르렁거리면서 말했다.
"당장 로라의 앞에서 꺼져. 두 번 다시는 얼씬거리지 말고!"
로우가 나를 대신해서 화를 내자 래번클로의 남학생들은 '농담!'이라고 소리치면서 꽁지 빠지게 도망쳐버렸다.
"고마워, 로우."
"감사 인사는 필요없어. 네가 그런 조롱을 받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뿐이야. 너는 블랙 가문과 말포이 가문, 피브렐 가문의 피가 흐르는 고귀한 존재니까."
아, 로우도 순수혈통은 순수혈통이구나.... 로우의 거침없는 말에 그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말포이처럼 아예 머글 태생의 마법사나 마녀를 경멸하는 것보다는 낫지.
"근데 우리 선조는 어떻게 아는 거야?"
"애드밀이 설명해주었으니까."
"그렇구나..."
샤를루스 포터의 아내, 도레아 포터는 블랙 가문의 아가씨인데 그 아가씨의 여자 형제인 카시오페아 블랙이 우리 증조부와 결혼했다. 에드가 테오 피브렐과 카시오페이아 블랙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 할아버지, 길버트 아놀드 피브렐이고.... 할아버지는 말포이 가문의 아가씨, 故노엘 크리스티나 말포이와 결혼해서 우리 어머니를 태어나게 한 것이다(부인이 죽고나서 약 30년 정도 흐르고 프랑스의 귀족인 오르테즈 트랜시-현 피브렐 부인-과 결혼해서 순수혈통인 레나와 레오 남매를 태어나게 했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야?"
"맞아. 애드밀도 도서관에 있지?"
"응. 마리안느와 함께 말이지."
"같이 가자. 또 그런 녀석들에게 걸리면 안 되잖아."
로우는 나를 보호하듯이 말하면서 내 옆에서 함께 걸으면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첫 번째 시험을 바로 앞둔 토요일에 3학년 이상의 모든 학생들은 호그스미드 마을을 방문하도록 허락을 받았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프레드를 찾아다녔다. 프레드와 조지는 휴게실 한쪽 구석에서 무언가를 속닥거리고 있었다.
"프레드, 호그스미드... 나랑 몇 시간만 같이 다니지 않을래?"
"나랑?"
"응!!"
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프레드를 향해서 웃었다.
"나는 너의 남친 후보자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에?"
지금 프레드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한 거지? 남친 후보? 리타 스키터의 기사를 읽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야?
"그래... 미안해. 너가 리타 스키터의 허구 기사를 믿다니 몰랐네. 너라면 그런 것에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그리고 나에겐 남친 후보 같은 것은 없거든."
프레드에게 내가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그런 기사보다는 내 말을 더 믿을 줄 알았는데... 나는 겨우 그런 존재 밖에 되지 않았던가? 보답받지 못하는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이제 그만둘래... 이 마은 접는 것이 훨씬 더 낫을 것 같아.
"로라, 왜 그래?"
"나는 그냥 혼자 돌아다닐래."
"뭐야, 프레드에게 데이트 신청이 안 된거야?"
"응...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그라면 나를 언제나 믿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가봐. 헤르미온느를 보면서 내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해리는 투명 망토를 쓰고 헤르미온느와 함께 호그스미드 마을로 출발했다. 나는 혼자서 호그스미드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재미없어서 이내 호그와트로 향했다. 사실은 프레드에게 내가 먼저 고백할 생각이었는데.... 먼저 고백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반한 사람이 지는 거라고 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에게 고백을 해서 함께 커플링도 맞출 작정이었는데...
"하아-"
큰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로라,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쪽을 보자 케드릭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케드릭을 보면서 주위로 고개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케드릭은 내가 주위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는 다정하게 물었다. 그는 언제나 수많은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여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둘러본 것이었다.
"추종자들은 어디로 가고 너 혼자야?"
"추종자들?"
"복도에서 만나면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잖아. 나도 불의 잔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너를 응원하고 있을 텐데. 해리도 론과 싸우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리고..."
불의 잔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면 프레드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을지도 모르고 그 허락을 받아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도 울컥 올라오는 서러움이라는 감정.
"미안해, 네 잘못이 아닌데 왠지 모르게...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지."
"아니야. 같이 스리 브룸스틱스로 들어갈래?"
"아니... 어차피 거기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있을 테니까 난 돌아갈 거야. 그럼."
"혼자 가도 되는 거야? 내가 바래다 줄게."
"친구가 기다리는 거 아니야?"
"아니야. 나도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서 돌아다니고 있어."
"볼프람이 알면 졸도하겠구나."
볼프람의 얼굴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나는 케드릭의 모습을 보면서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는 거야?"
내가 웃자 케드릭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케드릭과 볼프람은 진짜 사이가 좋다고 생각한 거야."
"그런가?"
"응. 봐, 저기."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자 볼프람이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케드릭은 움찔 떨었고 나는 그쪽으로 케드릭을 밀어주고는 성으로 돌아왔다.
호그스미드에 다녀온 해리는 해그리드가 자신에게 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귀찮다듯이 혼자 다녀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해리는 내 위에 투명망토를 씌었다. 11시 30분에 크리비 형제가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라는 글씨가 적힌 배지를 어렵게 구해 와서는 '해리 포터 이겨라!'라는 구호로 바꾸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간신히 할 수 있었던 일은 포터와 에반스는 야비하다!라는 구호만 계속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크리비 형제의 곁을 지나서 초상화 출구 앞으로 걸어갔다. 미리 계획한 대로 헤르미온느가 밖에서 뚱뚱한 여인을 열어주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곁을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고마워'라고 조그맣게 인사하고 재빨리 성을 빠져나갔다. 주위는 무척 어두웠다. 잔디밭을 지나서 불빛이 환하게 새어나오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걸어갔다. 보바통의 마차 안에서도 불이 환하게 밝혀두고 있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 현관문을 두드렸을 때, 마차 안에서 맥심 부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해리, 로라, 너희니?"
해그리드가 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요."
해리는 재빠릴 오두막집으로 들어가서 투명 망토를 벗었다.
"무슨 일이죠?"
"너희들에게 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해그리드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했다. 어쩐지 해그리드는 몹시 흥분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단추 구멍에는 비정상적으로 크게 성장한 국화처럼 보이는 꽃 한 송이가 꽂혀 있었다. 비록 해그리드는 윤활유를 머리에 바를 생각은 단념한 것 같았지만, 머리를 빗으려고 시도한 것은 분명했다. 부러진 빗살이 머리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뭘 보여주겠다는 거죠?"
해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를 따라오너라. 조용히 하고... 저 투명 망토를 꼭 입고 있어야 해."
해그리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팽은 데리고 갈 수가 없어.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해그리드,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저는 오래 있을 수가 없어요. 1시까지는 반드시 성으로 돌아가야만 해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더 이상 해리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해그리드는 오두막집 문을 열더니 어둠 속으로 향하여 성큼성큼 걸어갔다. 서둘러 해그리드의 뒤를 따라가던 우리는 그가 보바통 마차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해그리드, 도대체 무슨?"
"쉬잇!"
해그리드는 황금 지팡이 두 개가 십자가 모양으로 새겨진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잠시 후에 문을 열고 나타난 맥심 부인은 떡 벌어진 어깨 위에 비단 숄을 두르고 있었다. 맥심 부인은 해그리드를 보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
"아! 아그리드... 벌써 시간이 되었나용?"
"봉쐐르!"
해그리드는 환한 얼굴로 맥심 부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맥심 부인이 황금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었다. 맥심 부인이 마차의 문을 닫자 해그리드는 그녀의 팔짱을 꼈다. 두 사람은 맥심 부인의 날개 달린 거대한 말을 풀어놓은 방목장 주위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거의 뛰다시피 하며 부지런히 그들을 쫒았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건가용, 아그리드?"
맥심 부인이 애교를 부리듯이 말했다.
"분명히 좋아할 겁니다."
해그리드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아주 볼 만한 겁니다. 나를 믿으세요. 하지만 내가 보여주었다고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됩니다, 알았죠? 원래 당신에게 알려줘서는 안 되는 거예요.”
“물론이죵.”
맥심 부인은 길고 검은 속눈썹을 치켜뜨면서 교태를 부렸다. 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해리는 이따금씩 시간을 확인하면서 종종걸음으로 그들의 뒤를 쫓아갔다.
성과 호수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 가장자리까지 멀리 걸어갔을 무렵이었다. 저 앞에서 사람들이 마구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귀청이 떨어지고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엄청난 울음 소리가... 해그리드는 맥심 부인을 나무 사이로 데려가더니 이윽고 걸음을 멈추었다.
“용...”
짧은 순간 강렬한 불꽃을 보자 내가 작게 속삭였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다섯 마리의 용이 두꺼운 나무판으로 담장을 두른 우리 안에서 날뛰고 있었다. 다섯 마리의 용이 사나운 기세로 으르렁거리고 콧김을 내뿜을 때마다 날카로운 이빨이 솟아나온 입에서 검은 밤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길게 뻗어 있는 용의 목은 바닥에서부터 거의 15미터나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는 푸른빛이 감도는 은색에 길고 뾰족한 뿔을 가지고 있었는데, 땅 위에 서 있는 마법사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면서 덥석덥석 물려고 했다. 부드러운 비늘이 나 있는 초록색 용은 마구 몸부림을 치면서 발을 쾅쾅 굴렀다. 얼굴 주위에 가느다란 황금바늘 같은 기이한 털이 달린 붉은색 용은 허공으로 버섯 모양의 불구름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지개 빛깔의 영롱한 진줏빛 비늘을 가진 용은 마법사들에게 날카로운 손톱을 보이면서 공격하려고 했었다. 마지막으로, 다른 용들보다 훨씬 더 도마뱀처럼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검은색 용은 우리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최소한 서른 명 정도 되는 마법사들이 사나운 기세로 날뛰는 용들을 달래기 위해 바지땀을 흘렸다. 각각의 용마다 일곱 명 내지 여덟 명의 마법사들이 달라붙어 있엇는데, 그들은 용의 목과 다리에 묶여 있는 두꺼운 가죽 끈에 연결된 쇠사슬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저건 헝가리 혼테일이야.”
“뭐?!”
“쉿!”
해리가 보고 있는 검은색의 용을 보자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뒤로 물러서요, 해그리드!”
담장 근처에서 한 마법사가 쇠사슬을 잡아당기면서 소리쳤다.
“6미터 이상 접근하면 용이 불을 뿜을 수도 잇단 말이에요! 혼테일은 무려 12미터까지 불을 내뿜는 것도 본 적이 있어요!”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해그리드가 용을 쳐다보면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아무런 소용이 없어!”
또 다른 마법사가 절망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셋을 세면 다 함께 기절 주문을!”
용을 지키는 마법사들이 제각기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스투페파이!”
마법사들은 일제히 소리쳤다. 기절 주문이 맹렬한 로켓처럼 어둠을 뚫고 발사되자, 비늘로 뒤덮인 용의 가죽에서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제일 가까운 곳에 있던 용 한 마리가 위태롭게 뒷다리를 비틀거리더니 입을 딱 벌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용의 콧구멍에서 갑자기 불길이 사라지고 연기만 모라모락 피어올랐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용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몇 톤이나 되는 검은색 비늘 용이 땅바닥으로 쿵 하고 쓰러졌을 때, 나무들이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용을 지키는 마법사들은 지팡이를 내리더니 쓰러진 용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용 한 마리가 거의 작은 언덕만한 크기였다. 마법사들은 부지런히 용의 몸에 쇠사슬을 두르더니 쇠못과 단단히 연결했다. 그리고 지팡이를 이용해서 쇠목을 땅 속 깊이 박았다.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보시겠어요?”
해그리드가 신이 나서 맥심 부인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곧장 담장으로 다가갔다. 우리도 재빨리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해그리드에게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던 마법사가 뒤로 돌아섰다. 그 사람은 찰리 위즐리였다.
“괜찮아요, 해그리드?”
찰리가 숨을 헐떡이면서 다가왔다.
“비로소 좀 진정이 되었군요. 우리는 수면제를 먹여서 용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어요. 밤이 되고 주위도 조용해졌을 때 용을 깨우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보다시피 용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군요. 기분이 영 아니에요.”
“어떤 놈들을 데리고 왔나, 찰리?”
해그리드가 가장 가까운 곳에 쓰러져 있는 검은색 용을 바라보았다. 그 용은 아직까지도 눈을 뜨고 있었다. 주름진 검은 눈썹 밑에서 노랗게 번쩍이는 가느다란 용의 눈을 볼 수가 있었다.
“이 용은 헝가리 혼테일이에요.”
찰리가 검은색 용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저기 좀 작은 용은 웨일스의 그린이고, 저기 청회색 용이 스웨덴의 쇼트 스나우트죠. 그 옆에 있는 진줏빛 용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오팔아이고, 저기에 있는 붉은색 용은 중국의 파이어볼이에요.”
설명을 마친 찰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맥심 부인은 기절한 용들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울타리 가장자리를 따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해그리드, 손님을 데리고 왔는지는 몰랐군요. 챔피언들은 시험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저 부인은 자기 학생에게 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찰리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저 맥심 부인이 저 용을 보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해그리드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황홀한 해그리드의 시선은 용들로부터 떨어질 줄 몰랐다.
“참 낭만적인 데이트로군요, 해그리드.”
아리애나가 나타나면서 말햇다.
“다섯 마리의 용이라...”
해그리드가 용들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챔피언들이 제각기 한 마리씩 담당하게 되겠군. 그런데 이 용으로 무엇을 하는 건가? 싸우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냥 용 앞을통과하는 걸 거예요.”
찰리가 해그리드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용이 너무나 심술궂게 굴면, 우리가 당장 소멸 마법을 걸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학교에선 특별히 알을 품고 있는 어미들을 원했어요.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하지만 이것 하나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나 같으면 절대로 혼테일을 선택하지 않겠어요. 독이 있거든요. 게다가 혼테일의 꼬리는 앞에 있는 뿔 만큼이나 위험하다구요.”
찰리는 손을 들어서 혼테일의 꼬리를 가리켰다. 구릿빛의 길고 뾰족한 가시들이 혼테일의 꼬리를 따라 촘촘하게 박혀 있는 것을 보앗다. 찰리와 함께 일하는 다섯 명의 마법사들이 비틀거리면서 혼테일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두꺼운 담요에 커다란 회색 알들을 담아서 끌고 오는 중이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혼테일 옆에 알을 갖다 놓자, 해그리드는 탐이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내었다.
“해그리드, 우리는 알의 숫자가 모두 정확하게 세워 놓았어요.”
아리애나가 엄격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런데 해리와 로라는 어떻게 지내요?”
찰리가 물었다.
“잘 지내.”
해그리드의 눈은 아직까지도 용의 알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일을 겪은 후에도 그 아이들이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찰리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용의 우리 안을 바라보았다.
“엄마에게는 해리와 로라가 어떤 시험을 겪어야 하는지 감히 말도 못 꺼냈어요. 엄마는 벌서 그 애들이 걱정이 돼서 안달이거든요.”
찰리가 위즐리 부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흉냊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아이들을 그런 시합에 내보낼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직 그렇게 어린데 말이야! 나는 아직 어린 아이들을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 제한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엄마는 <예언자 일보>에서 해리에 대한 기사를 알고 한바탕 눈물 바다를 이루셨죠.”
“리타 스키터는 멍청한 여자야. 어떻게 로라에 대해서 그렇게 악평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난 위즐리 부인과 싸웠잖아. 위즐리 부인이 로라가 해리의 첫사랑은 말도 안 되면서 그녀가 다른 남자들에게 꼬리치는 그런 저급한 여자가 아니라고 말이지!”
아리애나가 화를 내면서 탄식하듯이 말했다. 그 말은 위즐리 부인이 그 기사를 살짝 믿었다는 것이네.
“해리, 가자.”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해리의 소매를 잡으면서 내가 말했다. 해리도 내 말에 동의하고는 몸을 돌려서 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걸음을 재촉하면서 숲 가장자리를 따라갔다. 바로 그때 해리는 느닷없이 무엇인가 아주 단단한 것과 세차게 부딪혔다. 해리는 그만 뒤로 쾅 나자빠지고 말았다. 나는 투명망토가 제대로 우리를 가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쿠, 거기 누구야?”
바로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서 해리와 부딪힌 마법사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 마법사의 턱에 나 있는 염소 수염이 똑똑히 보여서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바로 카르카로프였다.
“거기 누구냐?”
카르카로프가 무척 수상쩍은 듯이 깜깜한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시 한 번 소리쳤다. 나와 해리는 숨을 죽인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몇 분이 흐르자 카르카르포는 동물이나 뭐 그런 비슷한 것에 부딪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카르카로프는 개를 찾으려는 듯이 허리를 숙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기면서 용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가는 것을 보고는 해리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호그와트를 향해 어둠 속을 걸어갔다. 모르는 사람은 케드릭 뿐인가.
성에 도착한 우리는 살그머니 현관으로 들어가서 대리석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숨이 차고 힘들었지만 발걸음을 늦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허튼 소리!”
해리가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초상화 액자 속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뚱뚱한 여인에게 속삭였다.
“음, 그렇다면...”
뚱뚱한 여인은 눈조차 뜨지 않고 졸음에 겨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초상화는 우리가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움직였다.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휴게실은 아무도 없었다. 투명 망토를 벗고 벽난로 옆에 있는 안락의자에 몸을 던지다시피 해리는 걸터앉았다. 휴게실의 내부는 거의 어둠에 잠겨 있었다. 벽난로 불꽃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는 유일한 빛이었다.
“그럼 해리, 시리우스와 조용히 얘기하도록 해. 나는 가서 잘게. 잘 자.”
해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여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첫 번째 시험은... 용이라... 용은 눈이 약점인데, 눈을 공격하면 되겠지. 마법사 다섯 명 정도 덤벼서 기절 주문을 외쳐야지 움직이지 않는 용이... 나 혼자 기절 주문을 쓸 수는 없으니까.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마자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눈을 공격할 만한 것....”
공중으로 떠올라서 직접 눈을 공격할까? ‘옵스큐로’의 주문으로 상대방에게 눈가리개를 만들어버릴까나? 그래, 후자 마법이 좋겠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옵스큐로 주문을 외우는 거다.
“안녕, 로라. 너도 고민하고 있구나.”
“뭐 그러지.”
해리에게 말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용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는 모든 책을 꺼낸 후에, 함께 열심히 책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
“‘마법으로 용발톱 자르기..... 비늘 상처 치료하기.....’ 이런 건 아무런 소용이 없겠어. 이건 해그리드처럼 용을 건강하게 기르고 싶어하는 괴짜들이나 보는 거라구...”
“‘용을 죽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용의 두꺼운 가죽에는 고대 마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강력한 마법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죽을 뚫고 들어갈 수가....’ 하지만 시리우스는 간단한 마법이라고 했다며....”
“그렇다면 간단한 마법에 관한 책을 살펴보자.”
《너무나 용을 사랑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옆으로 던지면서 해리가 말했다. 마법책이 잔뜩 쌓여 있는 테이블로 돌아가서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곁에 딱 붙어서서 잠시도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글쎄... 이건 바꾸기 마법이야. 하지만 바꾸기 마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네가 용의 어금니를 빨간 잇몸이나 조금 덜 위험한 것으로 바꿀 생각이 아닌 다음에야...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문제는 바로 이거야. 용의 가죽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이 별로 없다는 거 말이야... 나는 너에게 변신 마법을 권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렇게 큰 놈이라면 네가 성공할 희망은 거의 없어. 심지어 맥고나걸 교수라고 해도.... 차라리 너에게 마법을 걸어보면 어떨까? 어쩌면 네가 엄청난 힘을 갖게 될 수도 있잖아? 하지만 그건 단순한 마법이 아니야. 게다가 수업 시간에는 이런 마법들을 사용해 본 적도 없어. 나도 약간 알고 있을 뿐이야. O.W.L. 실습 시험을 쳤던 적이 있거든...”
“헤르미온느, 잠시 동안이라도 제발 입 좀 다물고 있을래? 집중을 좀 해야겠어.”
해리가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
“오, 이런! 크룸이 다시 나타났어. 그 우스꽝스러운 자기네 배 안에서 책을 읽으면 어디가 덧나나?”
빅터가 도서관 안으로 들어오자 헤르미온느가 짜증을 냈다. 빅터는 우리를 힐끗 바라보더니 책이 잔뜩 쌓여 있는 구석진 곳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애드밀은 빅터의 옆자리로 가서 앉으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를 보면서 나 역시 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가자, 해리, 로라. 우리는 그만 휴게실로 돌아가는 게 좋아. 조금 있으면 저 녀석의 팬 클럽이 잔뜩 몰려올 거라구.”
헤르미온느의 말이 맞았다. 우리가 도서관을 나서자마자,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왔다. 그 여학생들 중에 한 명은 허리에 불가리아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 식사를 끝내자 후플푸프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케드릭의 모습이 보였다. 케드릭은 아직까지 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만약 맥심 부인과 카르카로프가 플뢰르와 빅터에게 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헤르미온느, 이따가 온실에서 만나자.”
연회장을 떠나가는 케드릭을 보면서 결심을 굳히고는 내가 말했다.
“어서 가.”
해리가 말했다.
“로라, 해리... 잘못하면 수업에 늦어. 이제 곧 벨이 울릴 텐데....”
“곧 따라갈게. 알았지?”
해리가 말했다. 우리는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막 대리석 계단 밑에 도착했을 때, 케드릭은 벌써 계단 위에 서 있었다. 케드릭의 주위에는 6학년 친구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케드릭을 따라갔다. 케드릭은 마법 수업 교실로 향하고 있었다. 지팡이를 꺼내들고 목표물을 겨낭했다.
“디핀도!”
그 순간 케드릭의 가방이 활짝 열렸다. 가방 속에 들어 있던 양피지와 깃펜 그리고 책들이 쏟아지면서 마루에 흩어졌다. 잉크병은 박살이 나고 말았다. 나중에 케드릭에게 잉크병을 하나 사줘야겠군.
“귀찮게 굴지 마!”
친구들이 케드릭을 도우려고 허리를 숙이자, 그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플리트윅 교수님에게는 너가 곧 온다고 말할게, 케드릭.”
“고마워, 볼프.”
“가자! 어서!”
볼프람이 케드릭 주위에 있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들이 완전히 교실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면서 지팡이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재빨리 케드릭과 우리 밖에 없는 텅 빈 복도를 달려갔다.
“안녕!”
케드릭이 잉크로 얼룩이 진 《고급 변신술 입문서》를 집어들면서 인사했다.
“갑자기 가방이 열러서 말이야... 모두 다 최고급 신제품 물건들인데...”
“케드릭, 첫 번째 시험은 용이야.”
해리가 대뜸 말했다.
“뭐라구?”
케드릭이 깜짝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용이라니까. 모두 다섯 마리야. 우리 다섯 명이 한 마리씩 맡게 될 거야. 우리는 용을 통과해야만 해.”
케드릭이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언제 플리트윅 교수님이 불쑥 교실 박으로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내가 다급하게 말했다. 케드릭은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회색 눈동자에서 고통과 두려움이 떠오르고 있었다.
“정말이니?”
케드릭이 약간 쉰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이야. 우리의 눈으로 직접 봤어.”
“하지만 너희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니? 그건 우리가 알아서는 안 되는...”
“그건 신경쓰지 마.”
내가 재빨리 대답했다. 진실을 말하면 해그리드가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뿐만 아냐. 지금쯤 플뢰르와 빅터도 알고 있을 거야. 맥심 부인과 카르카로프 모두 용을 봤기 때문이지.”
케드릭이 몸을 똑바로 세웠다. 케드릭의 팔에는 깃펜과 양피지, 책 등이 잔뜩 들려 있었고 어깨에는 가방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케드릭은 멍하니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거의 의심하는 듯한, 당혹스러운 기색이 담겨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거지?”
케드릭이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 해리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케드릭을 바라보았다.
“그냥... 이게 공평하잖아. 그렇지 않니?”
해리가 케드릭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제 우리 모두 알게 되었구나... 그러니까 똑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는 거야, 그렇지?”
케드릭은 여전힌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낯익은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뒤를 돌아보자 매드아이 무디 교수가 가까운 교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포터, 이리 와라.”
무디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소리쳤다.
“디고리, 에반스, 너희는 가고...”
해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무디를 바라보았다.
“저, 교수님. 저는 약초학 수업에 들어가야만 해요.”
“그런 건 잊어버려라, 포터. 어서 내 방으로 들어와.”
“내가.... 스프라우트 교수에게 잘 말해둘게, 해리.”
해리는 내가 말하자 무디의 뒤를 따라갔다. 해리가 무디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숨을 토해냈다. 또 다시 아파오는 통증에 숨을 내쉬면서 고통을 이겨냈다. 성장할 때만큼은 아프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아픔은 곧 성장을 하겠다는 것을 알리는 증상이다.
“그럼 수업 잘 들어, 케드릭.”
케드릭에게 정신 차리라듯이 말하고는 온실로 달려갔다. 종이 치기 전에 어서 달려가야 한다. 종이 치기 겨우겨우 들어와서는 스프라우트 교수에게 해리가 무디 교수에게 가서 늦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무디 교수라서인지 감점은 하지 않았다.
3분이나 늦게 온실로 들어온 해리는 우리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로라, 헤르미온느!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해리, 그럼 넌 지금까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니?”
부르르 떨고 있는 파동 덤불의 잔가지를 치고 있는 헤르미온느가 덤불 너머로 걱정스럽게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난 내일 오후까지 소환 마법을 배워야만 해.”
우리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점심 식사도 하지 않고 비어 있는 교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해리는 죽을 힘을 다해서 다양한 물건들을 자신을 향해 날아오도록 만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책과 깃펜들은 교실 절반 가량 날아오던 도중에 균형을 잃고 돌처럼 바닥으로 쿵 떨어져버렸다.
“집중을 해. 해리, 집중을...”
“너는 도대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것 같니?”
해리가 벌컥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그런 화는 집중하는데 방해야, 해리.”
내가 말했다. 해리는 점술 수업을 빼먹더라도 계속 소환 마법 연습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점술 수업을 몰래 빠지자는 제안을 딱 잘라서 거절했다. 혼자 남아서 연습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을 안 해리는 한 시간 동안 트릴로니 교수의 수업을 참고 견디어야만 했다. 트릴로니 교수는 수업 시간의 절반 정도를, 화성과 토성이 마주치게 되면 7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끔찍하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일에 써 버렸다.
“그것 참 잘 됐군요.”
해리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질질 끌지 않는다니까 말이죠. 저는 고통을 받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
잠시 동안 론은 당장이라도 웃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해리는 수업 시간 내내 책상 밑으로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작은 물건들을 자기 쪽으로 날아오게 하려고 애를 썼다. 점술 수업이 끝나자 저녁식사를 하러 연회장으로 가야했다. 식사를 끝내자 투명 망토를 이용해서 교수님들의 눈을 피해 비어 있는 교실로 들어갔다.
“옵스큐로!”
나는 헤르미온느에게 눈가리개를 만드는 주문을 외우자 금방 눈가리개가 완성되었다.
“로라!”
물론 헤르미온느에게 한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하지만 문제없다. 양피지를 꺼내들어서는 편지를 적었다.
케드릭에게
오늘 마법 교실로 가던 중에 가방이 열어진 것은 내가 한 일이야. 너에게 첫 번째 시험에 용이라고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지. 이해를 해주기를 바래.... 그리고 깨진 잉크병 대신 내 것을 보낼게.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제품이라고 생각해.
로라. L. 에반스.
아직 뜯지도 않는 잉크병을 챙겨들고는 양피지를 둘둘 말았다.
“그럼 나부터 올라가 볼게, 해리.”
나는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말하고는 교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부엉이장으로 향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브라이언을 찾았다.
“브라리언.”
내가 부르자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브라이언.
“소포와 편지를 보내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말하자 브라리언은 날개를 쭉 펼치고는 부리로 겨느랑이 근처의 털을 긁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의 다리에 양피지를 묶고는 새 것의 잉크병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케드릭 디고리에게 전해줘.”
그 잉크병을 발톱을 낚아채고는 창문을 통해서 나가버렸다.
안락하고 따뜻한 후플푸프 기숙사의 잔물결처럼 살랑거리는 잔디밭이 보이는 창문을 두드리는 수리 부엉이의 모습에 후플푸프 학생 한 명이 창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부엉이는 바로 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크고 둥근, 천장은 낮고, 식물이 곳곳에 매달려 있거나 놓여있는, 마치 오소리 굴을 떠올리게 하는 휴게실로 들어와서는 한 바퀴를 빙글 돌더니 편안한 소파에 앉아있는 케드릭에게 착지했다. 다리를 쭉 내밀어서 양피지를 풀라고 제스처를 취한 부엉이는 케드릭이 양피지를 풀자 그의 앞에 새 것으로 보이는 잉크병을 떨어뜨리고는 다시 열려진 창문으로 날아가버린다.
**
드디어 첫 번째 시험이 열린 날이 되었다. 순식간에 학교는 터질 듯한 긴장감과 흥분에 휩싸였다. 모든 수업이 정오에 끝나고 학생들은 용이 있는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해리가 지나갈 때마다 친구들은 행운을 빌거나 혹은 “포터, 눈물을 닦을 수 있도록 휴지를 꼭 준비해 가마”라고 비아냥거렸지만 해리는 지금 넋이 나가서 신경쓰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전 수업을 끝내고 점심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맥고나걸 교수가 황급히 연회장으로 들어오더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맥고나걸 교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우리를 불렀다.
“포터, 에반스. 이제 챔피언들은 운동장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너희도 첫 번째 시험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해야지.”
“알았어요.”
해리는 포크를 접시 위에 힘없이 떨어뜨린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마시던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운을 빌어. 너희는 잘 할 거야!”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속삭였다.
“그래.”
“고마워.”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맥고나걸 교수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거의 헤르미온느만큼이나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았다.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돌계단을 지나서 차가운 11월의 오후 공기가 감돌고 있는 밖으로 나오자,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 겁먹지 말거라. 언제나 냉정하게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해... 만약 뜻밖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해도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마법사들을 대기시켜 놓았단다. 제일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는 거야. 최선을 다한다면, 아무도 너희가 제일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야... 괜찮니?”
“네. 그럼요. 괜찮아요.”
맥고나걸 교수는 우리를 데리고 용의 우리가 있는 숲으로 걸어갔다. 울창한 숲 너머로 울타리가 분명히 보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곳에 커다란 천막이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입구를 가로막는 천막 때문에 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희는 다른 챔피언들과 함께 여기 있다가 들어가야 한단다.”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너희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라. 베그만씨가 저기 있을 거다... 그분이 너희 순... 순서가 되면 불러주실 거야... 부디 행운을 빈다.”
“고맙습니다.”
해리와 내가 대답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우리를 천막 입구 앞에 남겨 두고 떠나갔다.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구석에는 플뢰르가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플뢰르는 평소에 보여주었던 냉정하고 태연한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얼굴에는 겁에 질린 듯한 창백한 표정만이 감돌고 있었다. 빅터는 평소보다 오히려 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저게 빅터가 긴장을 표현하는 방식일 거라고 짐작했다. 천막 안에서 이리 저리 서성거리고 있는 케드릭은 우리가 들어오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해리! 잘 해라!”
베그만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챔피언들을 둘러보았다.
“자.... 모두들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구.”
온통 창백하게 질린 챔피언들 사이에서 혼자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는 베그만의 모습은 마치 좀 지나치게 잘난 척하는 만화 주인공과 같았다. 베그만은 또다시 낡은 와스프 팀의 겉옷을 입고 잇었다.
“좋아요, 이제 모두 모였군요. 절차를 자세히 설명해줘야할 시간이 되었어요!”
베그만이 신이 나서 떠들었다.
“관중들이 모이면 내가 여러분에게 이 주머니를 열어 주겠어요.”
베그만은 보라색 비단천으로 만든 작은 주머니를 살짝 들어올렸다.
“이 주머니 속에서 여러분은 자신들이 맞서 싸워야만 하는 것의 작은 모형을 뽑게 될 거예요. 에... 물론 모형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할 말이 있는데... 그러니까.... 여러분이 치러야 할 시험은 바로 황금알을 가지고 오는 것입니다!”
얼마 안 있어 천막 주위를 지나가는 수백 명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즐겁게 웃고 농담을 하면서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잠시 후에 베그만이 보라색 비단 주머니를 열었다.
“숙녀 먼저...”
베그만은 플뢰르에게 비단 주머니를 내밀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플뢰르는 용과 똑같이 생긴 작은 모형을 꺼냈다. 그것은 웨일스의 그린이었다. 용의 목에는 2번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었다. 플뢰르는 용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결의에 찬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맥심 부인은 이미 플뢰르에게 시험에 무엇이 나올지 이야기 해주었던 것이다.
“에반스.”
비단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는 모형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오팔아이였다. 용의 목에는 5번이라는 숫자가 붙어있었다. 빅터는 자줏빛 중국 파이어볼을 뽑았다. 그 목에는 3번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빅터는 눈을 깜박하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묵묵히 땅만 내려다볼 뿐이었다. 케드릭도 비단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청회색이 감도는 스웨덴의 쇼트 스나우트의 목에는 1번이라는 숫자가 붙어있었다. 이제 남은 용은.... 해리는 헝가리의 혼테일을 꺼냈다. 4번이었다.
“자, 다 되었군요!”
베그만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제각기 맞서 싸우게 될 용을 뽑았습니다. 용에 붙어 있는 번호는 여러분이 나가게 될 순서입니다. 자, 이제 나는 잠시 여러분 곁을 떠나야 하겠군요. 왜냐하면 내가 해설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디고리군, 자네가 첫 번째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운동장으로 들어와요. 알겠습니까? 자, 해리... 잠시 나와 이야기를 좀 나눌까? 밖에서?”
“그러죠...”
해리는 어리둥절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베그만과 함께 천막 밖으로 나갔다.
“맞다, 로라... 잉크 병 고마워.”
“아니야... 내가 잘못한 거니까...”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케드릭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행운을 빌어주고 싶었지만 굳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케드릭은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해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관중들의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울타리가 세워져 있는 운동장으로 들어간 케드릭이 좀 전에 골라 잡은 모형과 똑같이 생긴 살아 있는 용과 대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관중들은 마치 머리가 수백 개나 되지만 몸은 하나인 괴물처럼, 케드릭이 스웨던 쇼트 스나우트의 앞을 통과하려고 할 때 다 함께 비명을 지르고... 함성을 터뜨리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빅터는 꼼짝도 하지 않고 여전히 땅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플뢰르는 케드릭의 뒤를 이어서 천막 안을 빙빙 돌고 있었다.
“오우! 아슬아슬하게 빗나갔군요. 아주 아슬아슬했어요.... 잡힐 위험에 처했습니다. 지금 바로!..... 날쌔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별로 소용이 없군요!”
베그만의 해설은 모든 것을 훨씬, 훨씬 더 끔찍하게 여겨지도록 만들었다.
약 15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커다란 함성 소리를 들었다. 케드릭이 용을 통과해서 황금알을 붙잡은 것이다.
“아주 잘했습니다! 이제 심판으로 점수를 받겠습니다!”
베그만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베그만은 케드릭의 점수가 몇 점인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아마도 심판관들이 점수판을 들어서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모양이라고 짐작했다.
“한 사람은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이제 네 사람이 남았습니다!”
다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베그만이 큰 소리로 외쳤다.
“델라쿠르양! 나오실까요?”
플뢰르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플뢰르는 지팡이를 꽉 움켜쥐고 머리를 똑바로 치켜든 채, 천막을 떠났다. 똑같은 과정이 다시 되풀이 되었다.
“오, 별로 현명한 방법인 것 같지는 않군요!... 이런... 아슬아슬합니다! 이제부터 조심해야겠군요... 오, 맙소사! 거의 통과하는 줄 알았습니다.”
베그만이 신나게 떠들었다.
10분 후에 또다시 열광한 관중들이 마구 함성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플뢰르도 성공한 것이 분명했다. 플뢰르의 점수가 집계되는 동안 잠시 휴식 시간이 있고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크룸군이 나옵니다!”
베그만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아주 용감합니다!”
베그만이 소리를 질렀다. 중국의 파이어볼이 무시무시하고 날카롭게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관중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크룸군, 약간 긴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예, 마침내 알을 잡았군요!”
유리잔이 깨어지는 듯한 요란한 함성 소리가 차가운 겨울 하늘을 마구 뒤흔들었다. 해리는 용기를 내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썼다. 호흡을 가다듬고 기다리는 해리. 잠시 후에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천막을 나갔다.
“오, 맙소사! 해리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나요, 크룸군?”
관중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 속에 베그만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에 비명 소리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목걸이를 움켜쥐고는 초조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저걸 보십시오! 보십시오! 우리의 가장 어린 챔피언이 가장 빠른 시간에 황금알을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포터군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더욱 높아졌군요!”
베그만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관중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해리도 잡았구나. 이제 내 차례구나. 심호흡을 하고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천막을 나왔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다리에 힘을 주면서 나무들 사이를 따라 걸어가다가 울타리 담장으로 들어갔다. 관중석에서는 수백 명의 얼굴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운동장 반대편에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알을 품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오팔아이가 있었다. 무지개 빛깔의 영롱한 진줏빛의 비늘과, 동공이 거의 없고 여러 가지 색이 다양하게 섞인 번쩍이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용이 나를 잔뜩 경계를 하고 있었다.
“옵스큐-!!”
주문을 외우면서 지팡이를 용에게 겨누고 있을 때, 그의 발치에 있는 화석처럼 생긴 회색의 오팔아이의 알들이 보였다. 내가 눈을 가리면 용은 자신의 새끼들을 밟을지도 모른다. 할 수 없다. 알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다.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혼란스러워하는 내 앞에서 용은 새빨간 불을 내뿜었다. 그 모습에 본능적으로 주문을 외웠다.
“아구아멘티!”
지팡이 끝에서 물줄기가 나타나서는 불길을 막았다. 하지만 이건 일시적인 것이다. 금방 불길은 나에게 다다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어떻게 해야지, 다치지 않게 끝낼 수가 있는 거지? 물줄기가 서서히 약해지고 불길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한다!’고 생각하면서 목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목걸이를 움켜쥐는 순간, 목걸이에서 황금빛이 났다. 그 황금빛은 내 주위에 점점 퍼지더니 용의 불길을 막았다. 그 빛은 하늘로 높이 솟아올라갔다.
-이걸 들고 다니면 위험하니까 모양을 속이도록 하자.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니까. 언젠가 네가 커서 제대로 훌륭한 마녀가 되면... 그때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너에게 힘을 줄 걸고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거야. 너는 내 뒤를 잇는 마법생물체의 지배자니까.
아리에티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그리고... 황금빛 불빛이 서서히 사라지고 나는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왠지 그녀들이 함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나는 다시 싸울 수 있다.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팔아이가, 황금알을 나에게 내민 것이 아닌가! 오팔아이의 눈동자와 내 금안이 시선을 교환했고 황금알을 받기 위해서 양손을 내밀자 그 위에 황금알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높게 치켜든 목을 바닥에 얌전히 눕히고는 용은 얌전해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그 사나운 용이 얌전해져서 스스로 알을 넘겼습니다!!! 에반스양의 숨겨진 마법 때문일까요?!!!”
내 손에 든 황금알의 감촉이 느껴졌을 때, 베그만이 몹시 흥분해서 외쳤다.
“에반스양의 매력은 용들까지 조용하게 만드는 걸까요?!”
조용한 사람들은 그제야 사태 파악을 했는지 뒤늦게 함성을 질렀다. 요란하게 비명을 지르고 박수를 치면서 난리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사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가만히 거기에 서 있었다. 그저 오팔아이만 보고 있었다.
“로라!!!”
아리애나가 급하게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아리애나...”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리애나는 나를 끌어안고는 말했다. 아리애나는 포옹을 풀고는 오팔아이를 데리고 나가버린다. 황금 휘장이 드리워진 상석에 다섯 명의 심판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까 최하점을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심판들을 바라보았다. 첫 번째인 맥심 부인이 허공으로 지팡이를 들어올리자, 맥심 부인의 지팡이 끝에서 긴 은빛 리본 같은 것이 튀어나오더니 커다랗게 ‘8’자를 그려놓았다. 크라우치도 지팡이를 들어올리더니 허공에 ‘9’점을 쏘았다. 덤블도어도 ‘8’점을 주었다. 베그만은 ‘10’점을 주었다. 카르카로프는 잠시 망설이더니 지팡이로 ‘5’점을 쏘아올랐다.
“40점...”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해리, 헤르미온느, 론이 나를 맞이하기 위해 황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자 재빨리 달려서는 그들을 끌어안았다.
“화해한 거지? 그렇지!”
“둘 다 한심한 멍청이라니까!”
헤르미온느가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면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끌어안은 힘을 주었다. 운동장을 떠나게 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그리핀도르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막상 트리위저드 시합이 열리고 챔피언들이 무엇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지 알게 되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케드릭뿐만 아니라 나와 해리도 열심히 응원해 주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론과 해리가 화해한 것이다!
“다행이야!”
“해리! 로라! 너희가 크룸가 공동 선두야!”
찰리가 학교로 돌아가는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허겁지겁 달려온 것이다.
“내 말을 들어봐. 나는 빨리 뛰어가야 해. 엄마에게 부엉이를 보내야만 하거든.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 주겠다고 맹세를 했어. 하지만 도저히 믿지 못하실 거야! 아, 참! 그리고 심판들이 너희에게 몇 분만 더 남아 있으라는 말을 전하라고 했어... 베그만씨가 잠시 할 말이 있다고 챔피언 천막으로 돌아오라는구나.”
론은 우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조금 전까지와는 아주 다르게 느껴졌다. 친근하고 반가운 분위기였다.
“로라, 목걸이가 변했어.”
“진짜?”
해리가 나를 쳐다보더니 말하자 나는 지팡이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는 손거울을 꺼냈다. 그리고는 손거울에 비춰진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눈색인 흰 천으로 된 초커 목걸이에 둥근 보석이 박힌 태양 같은 모양의 붉은 장식이 달려있었다.
“진짜... 바뀌었네.”
목걸이를 매만지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그건 네가 드디어 각성을 했다는 의미야. 과거의 목걸이는 너의 그 힘을 봉인하는 물질이였으니까.”
“무슨 소리죠?”
아리애나가 뒤에서 나타나서는 말하자 내가 궁금하듯이 질문했다.
“마법 생물체의 지배자가 드디어 되었다는 거지. 앞으로 어떤 마법 생물체도 너를 괴롭힐 수 없어. 다치게 할 수 없어. 전대 아리에티 프레워트의 뒤를 잇는 새로운 군주가 드디어 각성한 거야. 애당초 너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태어나는 체질이지만 말이야.”
“내가... 아리에티 프레워트의 뒤....를?”
“아차, 난 그만 가볼게. 또 보자, 로라!”
아리애나는 말하고는 천막을 빠져나갔다. 이 말을 하기 위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아리애나가 나가고 플뢰르와 케드릭, 빅터가 모두 함께 천막으로 들어왔다. 케드릭의 얼굴 한쪽에는 두꺼운 오렌지색 붕대가 감겨 있었다. 아마도 화상을 치료하는 모양이었다.
“잘 했어요. 여러분 모두!”
베그만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자신이 직접 용 앞을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몇 마디만 하겠어요. 여러분은 두 번째 시험이 있을 때까지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게 될 겁니다. 그 시험은 2월 24일 아침 9시 30분에 치러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분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겠어요! 여러분이 손에 들고 있는 황금알을 잘 살펴보면, 그 알을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거기... 연결 부분이 있는 게 보이죠? 여러분은 이 알 속에 들어 있는 실마리를 풀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두 번째 시험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모두 잘 알았나요? 확실하죠? 좋아요, 그럼 어서 가 보세요!”
천막에 나온 우리는 다시 론과 만났다. 론은 우리에게 다른 챔피언들이 용의 앞을 지나간 것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케드릭은 땅 위에 있는 바위를 개로 변신시켜서 용이 자기 대신 쫒아가도록 했다. 하지만 개를 쫒아가던 용이 도중에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케드릭을 쫒아와서 화상을 입었다. 플뢰르는 용을 혼수상태에 빠뜨려서 용이 곧 잠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만 용이 코를 골기 시작하더니 그만 코에서 불이 뿜어져서 치마에 불을 꺼야 했다. 빅터는 하늘을 날아가서는 어떤 주문을 외우면서 용의 눈을 때렸다. 그러자 용은 고통스럽게 쿵쿵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진짜 알을 절반이나 짓밟아버려서 점수가 깎였다. 해리는 소환 마법으로 파이어볼트를 불러내서 퀴디치 하는 것처럼 용에서 황금알을 쟁취했다.
“굉장하네!”
“근데 로라, 넌 처음에 무슨 주문을 외우려고 했던 거야?”
“아... 옵스큐로 주문으로 용의 눈에 눈가리개를 씌우려고 했거든. 그런데 발치에 알들이 보여서 그만두었어.”
론이 묻자 내가 대답했다.
“어째서?”
“용의 약점은 눈이거든.”
내가 말했다. 한 마녀가 등 뒤에서 불쑥 나타났다. 그 마녀는 바로 리타 스키터였다. 오늘은 현란한 초록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손에 들린 속기 깃펜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축하한다, 해리!”
리타 스키터가 해리를 향해 활짝 웃었다.
“나와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겠니? 용과 맞섰을 때, 기분이 어땠니? 지금은 어떻지? 점수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니?”
“좋아요. 한 마디만 하죠.”
해리는 비꼬는 투로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해리는 우리와 함께 성으로 돌아갔다.
그 날 저녁, 우리는 피그위존을 찾기 위해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해리가 어떻게 무사히 용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내서 알려줄 생각이었다. 부엉이장으로 가는 도중에 해리는 나와 론에게 시리우스가 카르카로프에 대해서 했던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카르카로프가 죽음을 먹는 자였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론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부엉이장으로 들어갈 무렵이 되자, 오히려 진작부터 의심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딱 어울리잖아? 그렇지 않니?‘
론이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말포이가 기차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던 것이 기억나지 않니? 자기 아빠가 카르카로프와 친구라고 했던 거 말야. 그들은 아마 월드컵에서도 가면을 쓰고 같이 돌아다녔을 거야..... 해리, 상상해 봐. 만약 불의 잔 속에 네 이름을 집어넣은 것이 카르카로프였다면, 지금쯤 완전히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일 거야. 그렇지? 아무런 소용도 없었잖아? 너는 그저 약간 긁혔을 뿐이야! 자, 이리 와. 내가 할게.”
피그위존은 편지를 배달한다는 생각에 너무나 흥분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울어대면서 해리의 머리 위를 빙빙 날아다녔다. 론은 손을 뻗어서 피그위존을 낚아챘다. 그리고 해리가 부엉이의 다리에 편지를 동여맬 때까지 꼭 잡고 있었다.
“이제 다른 시험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거야. 더 이상 어떻게 위험할 수가 있겠어?”
론은 피그위존을 창가로 데려가는 해리의 뒤를 따라갔다.
“너 그거 아니? 내 생각에, 넌 분명히 이 시합에서 우승할 거야. 해리, 정말이라니까.”
“확실히 해리가 우승하면 좋지.”
론은 지난 몇 주일 동안 있었던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진심을 담겨서 동의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부엉이장 벽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로라와 해리가 이 시합을 끝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헤르미온느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첫 번재 시험이 이 정도라면 다음 시험은 또 어떤 것이 될지 생각조차 하기 싫어.”
“희망이 전혀 없다는 말이니? 그래?”
론이 볼멘 소리로 말했다.
“이럴 때에는 너나 트릴로니 교수나 똑같은 것 같아.”
해리는 피그위존을 안고 창문으로 걸어가서 살짝 던졌다. 피그위존은 4미터 정도 아래로 곧장 떨어지더니 가까스로 다시 날아올랐다. 피그위존의 다리에 묶여 있는 편지가 평소보다도 훨씬 더 길게 무거웠던 것이다. 우리는 어두운 밤하늘로 멀리 사라지는 피그위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자, 해리, 로라. 이제 그만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너희를 위한 깜짝 파티에 참석하는 게 좋겠다. 지금쯤 프레드와 조지가 주방에서 음식을 잔뜩 빼내왔을 거야.”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들어갔을 때, 온통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맛있는 케이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사방에는 호박 주스와 버터 맥주를 가득 담은 잔이 널려 있었다. 또한 리는 필리버스터의 폭죽을 터뜨렸기 때문에 공중에는 별과 불꽃이 가득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딘은 아주 인상적인 새로운 깃발을 만들어 세워 놓았는데, 대부분은 파이어볼트를 타고 혼테일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해리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었다. 물론 그 중에서 두 개는 머리에 불이 붙은 케드릭이 등장했다. 해리의 곁에는 내가 앉고 론과 헤르미온느가 앉아 있었다.
“이거 꽤 무거운걸.”
해리가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황금알을 집어든 리가 손으로 무게를 가늠하면서 말했다.
“해리, 한번 열어 봐. 어서!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보자!”
“해리와 로라는 혼자 그 실마리를 풀어야만 해. 그게 트리위저드 시합의 규칙이라구...”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말했다.
“그냥 둬, 헤르미온느.”
“용을 통과하는 일도 나 혼자서 해결해야만 했었어.”
내가 헤르미온느를 달래자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귀에만 들리도록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겸연쩍은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서, 해리! 열어 봐!”
주위에 있던 학생 몇 명이 합창을 했다. 리 조던은 해리에게 황금알을 돌려주었다. 해리는 손톱으로 황금알 가장자리에 나있는 금을 쪼개서 알을 열었다. 마침내 황금알이 열렀다. 하지만 황금알의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황금알을 여는 순간, 커다랗고 날카로운 울부짖음이 휴게실을 가득 메웠다. 이 목소리는....?!
“당장 닫아!”
프레드가 손으로 두 귀를 막으면서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지?”
해리가 황금알을 탁 닫아 버리자, 시무스가 알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밴시 요정의 울음 소리 같은데... 해리, 다음 번에는 그 요정을 통과해야만 하나 봐!”
“꼭 누군가 고문을 당하는 소리 같은데!”
네빌이 입을 열었다. 깜짝 놀랐던 네빌은 소시지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크루시아투스 저주와 싸워야 하는 게 아닐까?”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마, 네빌. 그건 불법이야!”
조지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챔피언들에게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사용할 수는 없어. 내 귀에는 꼭 퍼시가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는 걸... 해리, 로라, 어쩌면 퍼시가 샤워를 하고 있는 동안 그를 공격해야 하는 걸지도 몰라.”
“설마...”
조지의 말에 내가 손사례를 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잼 파이 먹을래, 헤르미온느?”
프레드가 갑자기 물었다. 그러다가 그와 내가 시선이 부딪쳤다. 하지만 내가 먼저 돌려버렸다. 헤르미온느는 몹시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프레드가 내미는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이건 괜찮아. 여기에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어. 정작 조심해야 할 건 커스타드 크림이야.”
바로 그때 커스타드 크림을 한 입 퍼먹은 네빌이 목이 탁 메어서 크림을 뱉어내었다. 프레드가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그냥 장난이야, 네빌...”
“프레드, 이 음식을 모두 주방에서 가져온 거니?”
헤르미온느가 잼 파이를 집어 들면서 물었다.
“그럼.”
프레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음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갑자기 높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꽥꽥거리면서 꼬마 집요정 흉내를 내었다.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건 뭐든지 드리죠. 나리, 뭐든지요! 그 녀석들은 참 쓸모가 있단 마링야... 내가 배가 좀 고프다고 말만 하면 황소라도 한 마리 통째로 구워서 올 거야.”
“그런데 주방에는 어떻게 들어갔니?”
헤르미온느가 지나가는 말처럼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아주 쉬워.”
프레드가 웃으면서 설명했다.
“과일 그릇이 그려져 있는 벽 뒤에 비밀 문이 있거든, 그냥 배를 간질이기만 하면 배가 킬킬거리면서....”
갑자기 프레드가 말을 뚝 끊고 수상스러운 듯이 헤르미온느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왜?”
“아무것도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대답했다.
“주방으로 들어가서 꼬마 집요정들의 파업이라도 주도할 계획이니?”
조지가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전단 뿌리는 일은 단념하고 이제 반란을 일으키자고 꼬마 집요정들을 선동할 생각이야?”
그 자리에 있던 몇 명이 재미잇다는 듯이 큰 소리로 웃었지만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공연히 꼬마 집요정들을 부추겨서 옷을 달라느니 봉급을 달라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마!”
프레드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경고했다.
“그랬다간 음식도 만들어 주지 않을 거라구!”
바로 그때 네빌이 커다란 카날리아로 변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관심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렸다.
“이런! 정말 미안해, 네빌!”
프레드가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큰 소리로 떠들었다.
“내가 그만 잊어버렸어. 커스타드 크림에 마법을 걸어놓았거든.”
하지만 몇 분이 지나자, 네빌은 곧 허물을 벗었다. 일단 깃털이 모두 떨어지고 나자,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네빌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킬킬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카나리아 크림이야!”
프레드가 신이 나서 웃고 있는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조지와 내가 개발했어! 한 개당 7시클에 팔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웃었다.
새벽 1시가 가까워지자 우리는 잠을 자기 위해서 올라갔다. 독방으로 들어가서는 침대 옆 책상 위에 자그마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오필아이 모형을 올려놓았다. 오필리아 모형은 하품을 하고 몸을 둥글게 말더니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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