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시작되자 호그와트에 서리가 내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덤스트랭의 배는 시커먼 하늘 밑에서 검은 돛을 펄럭이며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맥심 부인의 말들에게 말이 좋아하는 몰트 위스키를 먹여주면서 잘 보살펴주고 있었다. 방복장의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구유에서 풍기는 독한 술냄새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에 들어온 학생들 전체를 살짝 취하게 만들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것은 정신을 바싹 차리고 그 끔찍한 스크루트들을 돌봐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것들이 동면을 하는지 안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해그리드는 바람이 쌩쌩 불어 오는 호박밭에서 덜덜 떨고 있는 학생들에게 말햇다.
“녀석들이 잠자는 걸 좋아하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지. 이제 상자 안에 이 녀석들을 넣도록 하자...”
이제 남아 있는 스크루트는 열 마리뿐이었다. 서로를 죽이고 싶어서 난리를 치는 스크루트의 본능은 훈련으로 없애 버릴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벌써 스크루트들은 이제 길이가 거의 2미터 가까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학생들은 해그리드가 가지고 온 커다란 상자를 절망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상자 안에는 베개와 폭신한 담요가 나란히 들어 있었다.
“이 상자 속으로 스크루트들을 몰아넣기만 하면 된단다.”
해그리드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자."
스크루트는 동면을 하지 않았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녀석들은 강제로 베개가 딸린 상자 안에 들어가는 것에 댛서도 전혀 고맙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크루트들은 발톱으로 상자를 마구 긁어대었다. 곧 해그리드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흥분하지 마! 자, 흥분하지 마!"
이제 스크루트들은 불이 붙어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상자 조각들을 사방으로 흩어놓음녀서 호박밭을 이리저리 짓발고 돌아다녔다. 대부분의 핛애들은 허둥지둥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뒷문으로 뛰어들어가서 꼭꼭 숨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밖에 남아서 해그리드를 도우려고 애쓰는 학생들 편에 속했다. 다 함께 힘ㅇ르 합친 끝에 간신이 아홈 마리의 스크루트들을 붙잡아서 묶을 수가 있었다. 비록 여기저기에 온통 상처가 나고 화상을 입기는 했지만. 이제 남은 있는 것은 한 마리뿐이었다.
"겁주지 마!"
론과 해리가 지팡이를 사용하면서 스크루트에게 강한 불꽃을 발사하자 해그리드가 다급하게 외쳤다.스크루트는 둥글게 말아 세운 침을 흔들면서 그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냥 침에 밧줄을 씌우도록 해.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말이야!"
"우린 못 하겠어요!"
론은 잔득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이제 론과 해리는 불꽃으로 스크루트를 계속 쫓아버리면서 거의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담까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이런, 이런, 이런... 아주 재미있어 보이는걸."
리타 스키터가 해그리드의 정원 담장에 몸을 기대고 서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리타 스키터는 악어 가죽 핸드백을 팔에 낀 채, 보라색 털이 달린 진한 붉은색 두꺼운 망토를 입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해리와 론을 구석으로 몰고 있는 스크루트 위로 몸을 던져서 깔고 앉았다. 스크루트의 꼬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자 근처에 있는 호박 줄기가 순식간에 시들어버렸다.
"누구시죠?"
스크루트의 침을 밧줄로 꽁꽁 묶으면서 해그리드가 리타 스키터에게 말을 걸었다.
"리타 스키터라고 해요. <예언자 일보>의 기자죠."
리타 스키터가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리타 스키터의 황금 이빨이 반짝거렸다.
"그런데 덤블도어가 당신을 더 이상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해그리드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해그리드는 납작해진 스크루트를 번쩍 들어올려서 동료들이 있는 상자 안으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타 스키터는 마치 해그리드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이 매력적인 동물들은 뭐라고 부르나요?"
리타 스키터는 더욱 환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요."
해그리드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요?'
리타 스키터는 상당히 호기심을 느낀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동물은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어디에서 났죠?"
해그리드의 얼굴이 텁수룩한 검은 수염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진짜 어디서 스크루트를 구해왔을까? 전혀 교육적이지 않는 동물을 대체 어디서?!
"아주 흥미롭죠, 그렇지, 해리?"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응? 어, 그래... 어이쿠... 정말 흥미로워."
헤르미온느가 그의 발을 꽉 밟자, 해리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오우! 해리! 여기 있었구나!"
리타 스키터가 해리를 향해 돌아서면서 소리쳤다.
"그러니까 너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좋아하는구나? 그렇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 중에 하나야?"
"그래요."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자 해그리드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활짝 웃었다. 리타 스키터의 시선이 뺨에 긁힌 상처가 나있는 딘을 지나서 심하게 불에 그을린 옷을 입고 있는 라벤더와 화상을 입은 손가락을 치료하고 있는 시무스 그리고 오두막 창가까지 재빨리 훑어보았다. 그곳에는 반 아이들 대부분이 창문에 코를 바싹 갖다대고 소동이 끝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벌써 2년째 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그리드가 리타 스키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멋지군요... 하지만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지는 않겠죠? 혹시 마법 생물에 대한 당신의 경험을 다른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은 있나요? <예언자 일보>는 매주 수요일마다 동물에 관한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물론 당신도 알고 계시겠지만 말이죠. 우리는 이것들... 음... 그러니까 총 꼬리 스크루트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입니다."
해그리드가 열심히 설명했다.
"어... 그래요. 좋습니다. 안 될 이유가 없죠."
그 결정은 불만스러웠지만 리타 스키터의 눈에 뜨이지 않고 해그리드에게 그런 말을 전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므로 가만히 서서 해그리드와 리타 스키터가 다음 주에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만나서 길고 상세한 인터뷰를 하자는 약속을 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성에서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럼 안녕, 해리!"
우리와 함께 성으로 돌아가는 해리를 쳐다보면서 리타 스키터가 명량하게 인사를 던졌다.
"금요일 밤에 만나요, 해그리드!"
"저 여자는 해그리드가 하는 말을 전부 꼬아 놓을 거야."
해리가 씩식거리면서 말했다.
"제발 해그리드가 스크루트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들여온 건 아니어야 할 텐데..."
헤르미온느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순간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다. 그것이야말로 해그리드가 꼭 저지를 만한 일이었다.
"예전에도 해그리드는 여러 가지 말썽을 일으켯잖아. 하지만 덤블도어는 절대로 해그리드를 해고하지 않았어."
론이 위로하면서 말했다.
"설사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해그리드가 스크루트를 풀어 줘야 하는 정도일 거야. 안될 일이지... 미안... 내가 최악의 사태라고 말했나? 사실은 최선의 경우라는 뜻이었어."
우리는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리고 좀더 가벼운 기분으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걸어갔다. 오후에는 점술 수업이 있었다. 해리와 론의 끔찍한 죽음에 대해 예언할 때에는 그토록 기뻐했던 트릴로니 교수는 이제 명왕성이 날마다 재앙을 일으키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내내 해리와 론이 킬킬거리자, 잔뜩 심술이 났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트릴로니 교수는 강한 불쾌감을 역력하게 드러내며 불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만약 우리 중에서 누군가가...."
트릴로니 교수는 아주 의미심장한 눈길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지난 밤에 내가 수정 구슬에서 본 장면을 봤다면 이런 식으로 경솔하게 날뛰지는 않을 거라고 말이죠. 그 당시에 나는 바로 이 자리에 앉아서 바느질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정 구슬을 살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사로잡았어요. 그래서 자리에 일어나 수정 구슬 앞에 앉았어요. 그리고 저 깊은 수정 구슬 속을 들여다보았죠.... 거기에서 내가 뭘 봤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커다란 안경을 낀 추악하고 늙은 박쥐?"
론이 숨을 죽이면서 속삭였다. 나는 기가 막히다 듯이 쳐다보았고 해리는 웃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죽음입니다, 여러분."
트릴로니 교수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그렇습니다."
트릴로니 교수는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독수리처럼 우리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점점 더 낮게... 점점 더 이 성을 향하여..."
트릴로니 교수는 노골적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해리는 일부로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했다.
"벌써 여든 번이나 똑같은 소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좀더 인상적이었을 텐데."
트릴로니 교수의 방을 나와서야 겨우 신선한 공기를 다시 마시게 되었을 때, 해리가 입을 열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나의 죽음을 예언할 때마다 내가 죽었더라면, 나야말로 의학적으로 기적의 대상이 되었을 거야."
"특별히 농축된 유령이 되었겠지."
론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 순간 맞은편에서 다가온 피투성이 바론이 우리의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살짝 목례를 해서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바론은 내가 한 인사를 보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지나갔다.
"어쨌거나 우리는 숙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헤르미온느는 벡터 교수의 수업 시간에 숙제나 왕창 받았으면 좋겠어. 나는 헤르미온느가 숙제를 하느라고 끙끙거릴 때 옆에서 노는 게 제일 좋더라."
"후훗."
론의 말에 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저녁 식사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식사 후에 일부로 도서관까지 찾아갔지만 그곳에도 헤르미온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에는 빅터와 마리안느가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론은 한참 동안이나 책꽂이 뒤에서 서성거리며 빅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빅터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을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해리와 귓속말로 의논을 했다. 하지만 론은 곧 대여섯 명의 여학생들이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 바로 옆 책상 뒤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자 당장 빅터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
"도대체 헤르미온느는 어디로 간 거지?"
함께 그리핀도르의 탑으로 돌아오면서 론이 말했다.
"나도 몰라... 허튼 소리."
해리가 머리를 약간 흔들면서 말했다. 하지만 뚱뚱한 여인이 막 출입구를 열었을 때, 우리의 등 뒤에서 누군가 황급히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헤르미온느가 나타났다.
"해리!"
헤르미온느는 숨을 헐떡이면서 미끄러지듯이 달려오더니 내 앞에서 딱 멈춰 섰다. 뚱뚱한 여인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헤르미온느를 내려다보았다.
"해리, 어서 와 봐. 꼭 가 봐야만 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어서!"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팔을 잡고 복도 아래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해리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거기 도착하면 보여줄게. 자, 어서! 서둘러!"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나와 론을 돌아보았다. 우리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 해리를 마주 쳐다보았다.
"좋아."
해리는 헤르미온느와 함께 복도를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도 재빨리 그 뒤를 따라갔다.
"오우, 나는 신경 쓰지 마라!"
우리들 등 뒤에서 뚱뚱한 여인이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공연히 미안하다는 말로 나를 성가시게 할 것 없다! 나야 뭐 여기 그냥 매달려 있으면 되니까! 너희들이 돌아올 때까지 활짝 문을 열고 놓고서 말이다!"
"예, 고마워요!"
론이 어깨 너머로 소리쳤다.
"헤르미온느, 어딜 가는 거니?"
헤르미온느의 뒤를 따라 여섯 층이나 아래로 내려갔을 때, 내가 물었다. 이제 우리는 대리석 계단을 지나서 현관 복도로 내려서고 잇었다.
"곧 알게 될 거야. 알게 될 거라구!"
헤르미온느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계단을 끼고 왼쪽으로 돌더니, 불의 잔에서 케드릭과 나와 해리의 이름이 나왔던 그날 밤에 케드릭이 들어갔던 문으로 서둘러 다가갔다. 헤르미온느의 뒤를 따라서 돌계단을 내려갔다. 그 계단 끝에는 세베루스의 지하 교실로 내려가는 길처럼 음침하고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 대신에 돌이 깔려 있는 횃불이 환하게 밝혀진 널찍한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양쪽에는 주로 먹을 것을 소재로 한 화려한 그림이 그러져 있었다.
"주방...?"
"아, 잠깐 기다려..."
복도 반쯤 걸어오던 내가 작게 중얼거리자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잠깐만 헤르미온느...."
"왜 그래?"
헤르미온느가 걸음을 멈추고 해리를 돌아보았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설레임이 가득 차 있었다.
"난 여기가 어딘지 알아."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해리는 팔꿈치로 론을 툭 치면서 헤르미온느의 뒤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가리켰다. 그것은 과일이 담긴 커다란 은그릇이었다.
"헤르미온느!"
비로소 론이 알아차렸다는 듯이 소리쳤다.
"설마 우리를 꼬여서 다시 S.P.E.W.인지 무너지 하는 그 부질없는 일에 끌어들이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변명했다.
"S.P.E.W.가 아니야, 론..."
"그렇다면 이름이 바꿨나? 그래? 이제 뭐지? 꼬마 집요정 해방전선? 나는 주방으로 쳐들어가서 꼬마 집요정들이 일을 그만 하도록 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구!"
론이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말했다.
"너한테 그런 일을 부탁하지도 않아!"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나는 그저 꼬마 집요정 모두와 이야기를 하려고 내려왔었어. 그리고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지. 자, 해리. 어서 가자.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헤르미온느는 다시 해리의 팔을 잡더니 커다란 과일 그릇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벽 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을 뻗어서 커다란 초록색 배를 간질었다. 그러자 배가 꿈틀거리면서 킬킬거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커다란 초록색 문 손잡이로 변했다. 헤르미온느는 손잡이를 잡고 비밀 문을 열었다. 그런 다음에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등을 세게 떠밀어서 비밀 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천장이 높은 커다란 주방을 둘러보았다. 대연회장만큼이나 넓은 주방에는 번쩍거리는 놋쇠 항아리와 냄비들이 돌로 만들어진 벽 주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벽돌을 쌓아서 만든 커다란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때 조그마한 무언가가 꽥꽥 소리를 지르더니 방 가운데에서 총알처럼 해리를 향해 달려 나왔다.
"해리 포터! 해리 포터!"
꽥꽥거리는 꼬마 집요정이 해리의 가슴을 펑펑 두드리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꽉 끌어안으면서 난리를 쳤다.
"도... 도비?"
해리가 입을 딱 벌렸다.
"도비예요, 나리. 도비라구요!"
해리의 허리 근처에서 꽥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도비는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되길 가디리고 또 기다렸어요. 그런데 해리 포터가 도비를 만나러 와주었군요!"
비로소 도비는 해리를 놓어 주면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환하게 웃엇다. 테니스 공만한 크기의 툭 불거진 초록색 눈동자에는 기쁨의 눈물이 고여 있었다. 도비는 머리에는 모자 대신에 찻주전자 보온덮개를 쓰고 있었으며 반짝거리는 배지를 몇 개나 달고 있었다. 또한 벌거벗은 가슴에 말발굽 무늬가 찍힌 넥타이를 매고 아이들 축구복 같은 반바지에 짝이 맞지 않은 양말을 신고 있었다. 그 양말들 중에 하나는 해리가 자기가 신고 있던 것을 벗어서 말포이씨가 도비에게 던지도록 속임수를 썼던 바로 그 검은색 양말이었다. 나머지 양말 한짝은 분홍색과 오렌지색 줄무늬가 그러져 있었다.
"도비, 여기서 뭘 하는 거지?"
해리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도비는 호그와트에 일하러 왔어요! 덤블도어 교수님이 도비와 윙키에게 일자리를 주셨죠!"
도비는 신이 나서 꽥꽥거렸다.
"윙키? 윙키도 여기 있단 말야?"
내가 도비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래요. 그래요!"
도비는 해리의 손을 잡고 네 개의 긴 나무 테이블이 놓여있는 주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연회장에 있는 네 개의 기숙사 테이블과 똑같은 자리에 배열되어 있는 나무 테이블 위에는 지금은 식사가 끝난 다음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천장을 통해 바로 위층에 있는 테이블로 보낼 음식들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쌓여 있었을 것이다. 주방 안에는 적어도 백여 명 이상의 꼬마 집요정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도비가 해리를 끌고-내가 그 뒤를 쫓았다- 그들의 앞을 지나갈 때마다 활짝 웃는 얼굴로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절했다. 꼬마 집요정은 모두들 한결같이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한때 윙키가 그랬던 것처럼 호그와트의 문장이 찍힌 차 수건을 토가처럼 끈을 묶고 있었다. 마침내 도비가 벽난로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윙키예요!"
도비가 윙키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윙키는 벽난로 옆에 놓여 있는 의자 위에 앉아있었다. 도비와는 달리 윙키는 닥치는대로 여기저기에서 옷을 가져다가 아무렇게나 입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윙키는 깔끔하고 짧은 치마와 블라우스 그리고 옷에 잘 어울리는 푸른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윙키가 쓰고 있는 모자에는 커다란 두 귀가 빠져나오도록 구멍이 뚫려있었다. 하지만 도비의 옷은 아무리 괴상하기는 해도 너무나 깨끗하고 정성껏 손질이 되어 있어 방금 나온 신제품처럼 보이는 반면에 윙키는 자신의 옷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블라우스에는 수프 얼룩이 여기저기 번져 있었고 스커트에는 불이 그슬린 자국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안녕, 윙키."
내가 먼저 반가운 듯이 인사를 했다. 윙키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리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윙키의 커다란 갈색 눈에는 홍수처럼 쏟아진 눈물은 금세 바닥에 웅덩이를 이루었다. 퀴디치 월드컵에서 그랬던 것과 똑같았다.
"오, 이런."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었다.
"윙키, 울지 마, 제발 울지 마..."
하지만 윙키는 더욱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맞은편에 서있는 도비는 해리를 쳐다보면서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해리 포터는 차를 마시고 싶은가요?"
도비가 윙키의 울음 소리보다 더욱 큰 소리로 꽥꽥거리면서 물었다.
"그래... 좋아."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해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섯 명의 꼬마 집요정들이 커다란 은쟁반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은쟁반 위에는 우리를 위한 찻잔과 찻주전자, 우유병 그리고 비스킷이 담긴 커다란 접시가 놓여 있었다.
"서비스가 훌륭하군!"
론이 감탄한 듯이 말하자, 헤르미온느는 험악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꼬마 집요정들은 모두 굉장히 기쁜 표정이었다. 그리고 허리를 연신 굽실거리면서 대접을 했다.
"그런데 도비, 여기 온 지는 얼마나 됐니?"
찻잔을 돌리는 도비에게 해리가 물었다.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해리 포터!"
도비가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비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찾아갔어요. 일자리를 잃은 꼬마 집요정이 새로운 자리를 얻기란 무척 어려워요. 정말로 너무 어려워요..."
그 말을 듣자, 윙키는 더욱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짓뭉갠 토마토 같은 윙키의 코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윙키는 콧물을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도비는 지난 2년 동안이나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일자리를 찾으려고 말이죠!"
도비가 커다란 목소리로 꽥꽥거렸다.
"하지만 도비는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도비는 이제 봉급을 받고 싶어했거든요!"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잔뜩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주방 아느이 꼬마 집요정들은 도비의 말을 듣자, 일제히 시선을 피했다. 마치 도비가 아주 무례하고 당혹스러운 말이라고 한 것 같았다.
"너를 위해 좋은 일이야, 도비!"
헤르미온느가 도비를 격려하면서 말했다.
"고맙습니다!"
도비는 헤르미온느를 향해 이빨을 다 드러내면서 씩 웃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봉급을 받고 싶어하는 꼬마 집요정을 원하지 않아요. '그건 꼬마 집요정답지 않은 일이야!'라고 말하고는 도비의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버리는 거예요! 도비는 일이 좋아해요. 하지만 도비는 옷을 입고 싶고 봉급을 받고 싶어요. 해리 포터... 도비는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이 너무 좋아요!"
호그와트에 있는 꼬마 집요정들은 이제 슬슬 도비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도비가 몹쓸 병에 걸린 전염병자라도 되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윙키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비록 울음 소리가 훨씬 더 커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해리 포터. 도비가 윙키를 찾아갔을 때, 윙키도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는 걸 알았죠!"
도비가 신이 나서 말했다. 이 대목에 이르자, 윙키는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털썩 앞으로 주저안더니 단단한 돌바닥에 얼굴을 대고 조그만 주먹으로 바닥을 탕탕 치면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는 허둥지둥 윙키 옆에 무릎을 끓고 앉아서 달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어떤 말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윙키는 여전히 요란하게 울었다. 도비는 윙키의 울부짖는 소리보다도 더욱 높은 ㅁ고소리로 악을 쓰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순간 도비에게 좋은 수가 떠올랐지요, 해리 포터! 도비는 말했죠. 도비와 윙키가 함께 일을 하면 어떨까? 그러자 윙키가 말했죠. 꼬마 집요정 두 명이 일을 할 만한 곳이 어딜까? 도비는 생각했요. 그리고 문득 생각낫죠. 호그와트! 그래서 도비와 윙키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찾아갔어요. 덤블도어 교수님은 기꺼이 우리를 받아주셨죠! 덤블도어 교수님은 도비가 원한다면 도비에게 봉급도 주겟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도비는 자유로운 요정이에요! 도비는 일주일에 1갈레온을 받고 한 달에 한 번 쉬어요!"
도비가 아주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도비의 눈에는 다시 기쁨의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건 너무나 형편없는 조건이야!"
여전히 비명을 지르면서 주먹으로 바닥을 탕탕 치고 있는 윙키를 달래던 헤르미온느가 분개하면서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면서 홍차를 가져달라고 집요정에게 말했다(헤르미온느가 나를 째려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도비에게 일주일에 10갈레온과 주말 휴가를 주겟다고 제안했어요."
이 말을 하면서 도비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토록 많은 휴가와 엄청난 봉급을 받는다는 생각만 해도 두려운 것 같앗다.
"하지만 도비는 그 제안을 거절했어요... 도비는 자유가 좋아요. 하지만 너무 많은 걸 원하지는 않아요. 도비는 일하는 걸 더 좋아해요."
"덤블도어 교수님이 너한테는 얼마를 주니, 윙키?"
헤르미온느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홍차를 찻잔에 따라준 집요정에게 고맙다고 작게 말하고는 그 찻잔을 들고는 입가에 가져갔다. 뜨거운 붉은빛도는 차가 금방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헤르미온느의 질문에 윙키는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다. 윙키는 몸을 일으키고 앉더니 커다란 갈색 눈으로 헤르미온느를 노려보았다. 윙키의 얼굴은 온통 눈물에 젖어있었다. 그런데 윙키는 화가난 표정을 짓었다.
"윙키는 수치스러운 요정이에요. 하지만 아직까지 봉금 따위는 받지 않고 있어요!"
윙키는 꽥꽥 소리를 질렀다.
"우이키는 그렇게까지 타락하지는 않았어요! 윙키는 자유로운 몸이 된 것에 대해 당연히 부끄러워하고 있어요!"
"무슨 소리야? 부끄럽다니?"
헤르미온느가 어안이 벙벙했다.
"집요정의 가치관과 너의 가치관은 틀려."
홍차를 마시면서 내가 작게 말했다.
"하지만.... 윙키, 진정해! 정말로 부끄러워해야할 사람은 크라우치씨야! 네가 아니란 말이야! 너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그 사람이야말로 너에게 아주 끔찍한 짓을..."
"그만해,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말하자 내가 말렸다. 윙키는 그 말을 듣자, 모자 구멍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단 한마디도 들을 수 없도록 두 귀를 꽉 막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마구 악을 쳤다.
"내 주인을 모욕하지 마세요! 크라우치씨를 모욕하지 마세요! 크라우치씨는 훌륭한 마법사에요! 크라우치씨는 나쁜 윙키를 해고할 권리가 있어요!"
"윙키는 교정되기까지 좀 문제가 있어요, 해리 포터."
도비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쳤다.
"윙키는 자신이 더 이상 크라우치씨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요. 지금은 얼마든지 자기의 생각을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데, 좀처럼 긇게 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꼬마 집요정들은 주인에 대한 생각을 말할 수 없단 말이야?"
해리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오, 그럼요. 안 돼죠."
갑자기 도비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건 꼬마 집요정들에게 주어진 속방 중에 하나예요. 주인의 비밀을 간직하고 침묵을 지켜야만 하죠. 우리는 그 가문의 명예를 보존하고 절대로 주인집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면 안 돼요. 물론 덤블도어 교수님은 도비에게 그런 일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요.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얼마든지..."
도비가 불안하지 해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해리가 허리를 숙이자, 도비가 작게 속삭였다.
"교수님은 우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괴팍하고 미친 늙은이라고 불러도 되낟고 했어요!"
도비는 두려움을 감추려는 듯이 킬킬거리면서 웃었다.
"하지만 도비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아요, 해리 포터."
도비가 다시 평소와 같이 말했다. 그리고 귀가 펄럭이도록 머리를 흔들었다.
"도비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아주 좋아요. 그리고 교수님을 위해서 비밀을 지키고 침묵하는 게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이제는 말포이 집안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지 않니?"
해리가 씩 웃어서 물었다. 도비의 커다란 두 눈에 두려운 기색이 다시 떠올랐다.
"한 번 굳어진 습관을 쉽게 바꿀 수 없는 법이야, 해리."
내가 엄하게 해리에게 말해주었다.
"도비느... 도비는 할 수 있어요."
도비는 어쩐지 자신없게 말했다. 하지만 곧 작은 어깨를 곧게 폈다.
"도비는 해리 포터에게 도비의 옛날 주인들이 나쁜.... 나쁜... 어둠의 마법사라고 말할 수 있어요!"
도비는 한참 동안이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자신의 용감한 발언에 대해서 스스로 겁이 난 모양이었다. 도비는 가장 가까운 테이블을 향해 돌진하더니 자신의 머리를 쾅쾅 들이박았다. 그리고 꽥꽥 소리를 질렀다.
"나쁜 도비! 나쁜 도비!"
해리는 도비의 넥타이를 붙잡고 테이블에서 멀리 떼어 놓앗다.
"고마워요. 해리 포터, 고마워요."
도비가 숨을 헐떡이면서 이마를 문질렀다.
"너도 좀 연습이 필요한 것 같구나."
해리가 도비에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찻잔을 입가에 가져가댔다.
"연습이라구!"
윙키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도비, 너는 너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야 해. 네 주인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그들은 더 이상 내 주인이 아니야, 윙키!"
도비가 용감하게 맞섰다.
"도비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아!"
"오, 너는 정말 나쁜 요정이야! 도비!"
윙키가 구슬프게 흐느겼다. 윙키의 얼굴에서 또다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의 가엾은 크라우치씨. 윙키도 없이 어떻게 지내실까? 그분은 내가 필요하셔. 그분은 나의 도움이 필요해! 나는 평생 동안 크라우치 가족을 보살폈어. 나보다 전에는 우리 어머니가 그 일을 하셨고 우리 어머니 전에는 우리 할머니가 그렇게 했어... 오, 만약 그분들이 윙키가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면 뭐라고 말씀하실까? 이런 수치스러운 일이! 이렇게 수치스러운 일이!"
윙키는 다시 치맛자락에 얼굴을 묻고 목놓아 울었다.
"윙키, 크라우치씨는 분명히 네가 없어도 완벽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야. 우리도 그 사람을 봤어. 너도 알겠지만..."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주인님을 보셧다구요? 여기 호그와트에서 우리 주인님을 보셨단 말인가요?"
윙키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번쩍 들고 눈알을 굴리면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래, 크라우치씨와 베그만씨는 트리위저드 시합의 심판이야."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베그만씨도 왔다구요!"
갑자기 윙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베그만씨는 나쁜 마법사예요! 아주 나쁜 마법사예요! 우리 주인은 베그만씨를 전혀 좋아하지 않아요! 그럼요. 절대로 아니에요!"
"베그만이... 나쁘다구?"
해리가 물었다.
"그럼요!"
윙키는 격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주인은 윙키에게 아주 중요한 말을 했어요! 하지만 윙키는 말하지 않아요... 윙키... 윙키는 주인의 비밀을 지켜요..."
윙키는 또다시 눈물ㅇ르 줄줄 흘렸다.
"불쌍한 주인님! 불쌍한 주인님! 이제 윙키는 주인님을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
우이키는 치맛자락에 얼굴을 묻고 구슬프레 흐느꼈다. 우리는 윙키가 울도록 가만히 내버려두고 향기로운 차를 마셨다. 도비는 자유로운 요정으로서 맞이하게 된 생활과 앞으로 봉급을 쓸 계획에 대해서 즐겁게 떠들었다.
"도비는 다음 주에 스웨터를 살 거예요! 해리 포터!"
도비는 아주 행복한 듯이 벌거벗은 가슴을 가리켰다.
"도비,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이번 크리스마스에 엄마가 나 입으라고 떠서 보내주시는 스웨터를 너한테 선물하겠어. 엄마는 항상 스웨터를 보내거든. 혹시 밤색이라도 괜찮겠니?"
그 말을 듣자 도비는 몹시 기뻐했다.
"그런데 네 몸에 맞으려면 아무래도 스웨터를 좀 줄이는 게 좋겟구나."
론이 도비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어쨌거나 너의 차 보온덮개와 아주 잘 어울릴 거야."
우리가 떠날 준비를 하자, 주위에 서 있던 수많은 꼬마 집요정들이 바싹 다가와서 위층으로 가지고 갈 간식 거리를 잔뜩 내놓았다. 헤르미온느는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인사를 하는 꼬마 집요정들을 바라보면서 음식을 거절했다. 헤르미온느는 가슴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호주머니에 크림 케이크와 파이를 잔뜩 쑤셔넣었다.
"정말 고마워!"
해리가 꼬마 집요정들을 둘러보면서 인사했다. 꼬마 집요정들은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하기 위해 모두들 문가에 서 있었다.
"안녕, 도비!"
"해리 포터... 도비가 가끔씩 찾아가서 만나도 될까요?"
도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이지. 좋아."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자, 도비는 활짝 웃었다. 주방에서 나온 후에 다시 현관 복도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너희들 이거 아니?"
문득 론이 우리를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프레드와 조지가 주방에서 음식을 슬쩍 해오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그렇지? 저 꼬마 집요정들은 음식을 주지 못해서 안달이야!"
"내 생각에는 꼬마 집요정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대리석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말했다.
"그러니가 내 말은 도비가 이곳에 일하러 왔다는 사실 말이야. 다른 꼬마 집요정들도 도비를 보면, 자유로운 몸이 된 도비가 얼마나 행복한지 곧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서서히 자신들도 자유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구!"
"차라리 꼬마 집요정들이 윙키가 쫓겨난 꼴을 보고 나도 저런 신세가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잖구나."
해리가 비꼬듯이 말했다.
"오, 윙키도 곧 기운을 차릴 거야."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약간 자신이 없었다.
"일단 충격이 가시면 윙키도 호그와트 생활에 익숙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크라우치 가족과 떨어져서 사는 게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
"윙키는 진심으로 크라우치를 사랑하는 것 같았어."
"원래 집요정들이 자신들이 지내고 있는 저택에 애착이 있는 법이야. 필도 그랬고 말이야."
론이 크림 케이크를 먹으면서 말하자 내가 말해주었다.
"하지만 베그만에 대해서는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렇지? 크라우치가 집에서 베그만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
해리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아마도 별로 좋은 책임자가 아니라고 말했겠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건 사실이잖아.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도 나 같으면 늙은 크라우치보다는 차라라 베그만 밑에서 일을 하겠어. 최소한 베그만은 유머 감각 정도는 있잖아."
론이 빈정되면서 말했다.
"네가 한 말을 퍼시가 엿듣지 못하게 해."
헤르미온느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뭐, 괜찮아. 퍼시도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 밑에서는 절대 일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안 그래? 물론 퍼시는 바로 눈 앞에서 도비의 찻주전자 보온덮개를 쓰고 벌거벗은 채 춤을 추더라도 그게 장난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론은 이제 초콜릿 슈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
수업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학생들은 칠판에 적힌 숙제를 열심히 받아적고 있는 중이었다. 이종 간에 변신을 행햘 때, 적용할 수 있는 변신 주문에 대해서 예를 들어 기술하라....
"포터! 위즐리! 정신 못 차리니?"
맥고나걸 교수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마치 매서운 채찍처럼 변신술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교실을 쨍 하고 울렸다. 해리와 론은 화들짝 놀라서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교실 뒤편에서 프레드와 조지 형제의 가짜 지팡이로 열심히 칼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론의 손에는 양철 앵무새를, 해리는 고무 생선을 들고 있었다.
"이제 포터와 위즐리가 고맙게도 자기 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으니...."
맥고나걸 교수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여러분 모두에게 알려줄 게 있어요. 크리스마스 무도회가 곧 열릴 예정이에요. 트리위저드 시합의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이자, 동시에 외국 손님들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크리스마스 무도회는 4학년 이상 학생들만 참가할 수 있어요. 물론 여러분이 원한다면 하급생들을 초대할 수는 있지만..."
라벤더가 키득키득 웃음 소리를 내자, 패르바티가 그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하지만 웃지 않으려고 너무 애를 쓴 탓에 패르바티의 얼굴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연신 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 남학생들은 내쪽을 바라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런 그들의 행동을 못 본 척했다.
"크라스마스 무도회에 참석하려면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만 합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차분함 고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무도회는 크리스마스 날 저녁 8시에 대연회장에서 시작되서 자정에 끝날 것입니다. 또한..."
맥고나걸 교수는 일부로 잠시 동안 말을 끊고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는 여러분 모두... 음... 머리를 풀어 내리는 것이 허락될 것입니다."
맥고나걸 교수는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을 끝냈다. 라벤더는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황급히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으면서 아까보다 더욱 심하게 키득거렸다. 맥고나걸 교수는 언제나 머리를 바싹 틀어올린 채, 평생토록 한 번도 머리를 풀어 늘어뜨린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이 호그와트의 학생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 지침을 소홀히 해도 좋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에요. 어떤 식으로든지 그리핀도르의 학생이 우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면 나는 몹시 불쾌할 겁니다."
마침내 수업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학생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부산하게 가방을 챙기더니 어깨에 걸치고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포터, 에반스, 괜찮다면 잠시 이야기 좀 하자꾸나."
학생들이 떠드는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우리를 불렀다. 맥고나걸 교수는 아이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포터, 에반스, 챔피언과 그 파트너는...."
"파트너라뇨?"
해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의혹에 찬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함께 갈 상대 말이다,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쌀쌀맞게 대답했다.
"너의 댄스 파트너."
"댄스 파트너요?"
해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전 춤추지 않아요."
해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야. 넌 춤을 추어야 해. 내가 너흴 부른 것도 그 때문이야. 전통적으로 챔피언과 그의 파트너가 무도회를 주도하도록 되어 있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짜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 춤을 추지 않을래요."
해리가 고집을 부렸다.
"이건 전통이야. 넌 호그와트의 챔피언이야. 학교의 대표로서 너에게 주어진 일을 반드시 해야만 해. 그러니까 너와 함께 무도회에 참석할 파트너를 확실히 구해두도록 해라,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전... 싫은데.."
"내 말을 들어, 포터."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도록 못을 박았다.
"나랑 함께 갈래, 로라?"
그러다가 나를 힐끗 보면서 대놓고 질문했다.
"넌 춤 못 추잖아."
"그렇지..."
"싫어. 그리고 그런 식으로 말해봤자 여자 아이들은 흔쾌히 허락 안 할 거야, 해리."
나는 해리에게 단호하게 말하고는 가방을 챙겨들고는 교실을 빠져나갔다. 난 리드하는 것보다는 리드 받고 싶다고... 나도 여자아이란 말이야! 바보 아니야?!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꾸며서 왕자님 같은 상대에게 춤을 신청받고 싶다고! 물론, 그 왕자님은 단 한 명뿐이지만.... 그에게 권유를 받는 것은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나는 너의 남친 후보 중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아.
프레드의 말이 생각이 나자 입술을 깨물고는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로라."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그쪽을 보자 애드밀이 후다닥 나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애드밀, 무슨 일이야?"
"이 시기에 너에게 온 거라면 단 하나뿐이잖아. 알면서 묻는 거야?"
"알면서 묻는 거야."
내가 말하자 애드밀은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는 내 어깨에 자신의 양 손을 올려놓더니 살짝 허리를 숙여서 바로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되었다. 이런 부끄러운 말은 애드밀은 잘 못하기 때문에 작게 말한다. 그래서 일부로 귀에 얼굴을 가져가서 말하는 거다. 반복 재생을 하지 않기 위해서.
"나랑.... 크리스마스... 무도회 같이 가자, 로라 릴리 에반스...."
애드밀은 말을 하고나서는 새빨긴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들어서 가려버렸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내가 말하자 애드밀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려서는 나를 바라보았다.
-이쁜 드레스 입고, 애드밀과 춤을 추는 거 보고 싶다.
-어차피 내일이면 볼 수 있는걸. 크리스마스잖아.
-애드밀이 이번에는 너의 발을 밟지 않으면 좋겠네.
-이브도 참.... 애드밀도 열심히 하고 있잖아. 너무 많은 것을 원하면 안 되는 거야.
-분명 로라는 공주님 같을 거야. 상상만 해도 즐거울 것 같아. 로라는 엄마에게 고마워해야 해~ 엄마가 배 아파서 이렇게 이쁜 외모를 가지게 해주었으니까.
-그건 엄마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잖아..... 유전자적인...
-아아아아~ 안 들을 거야! 분명히 로라는 공주님일 거야. 그때만큼은 누구도 로라의 외모를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야. 어떻게~ 내가 천사를 낳았나 봐!!
행복하게 실실 웃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중간중간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어머니는 정말로 미치광이처럼 보이셨다- 어머니의 모습에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꿈은 이루워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날이 되자, 12시 땡 치고 나자 모든 것은 불길에 휩싸였으니까.... 꼭 신데렐라의 변신이 12시 풀려난 것처럼 모든 것은 악몽으로 변했다.
"대신 크리스마스 때까지 비밀로 해줘. 주위에 공연히 떠들고 다니게 하고 싶지 않거든."
"알았어."
애드밀은 붉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도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들은 사람은 없을 것 같네.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락내리락거리고 싶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 호그와트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많았다. 그들 모두가 다가오는 무도회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았다. 챔피언이라는 명성 때문인지 해리 쪽에서 여학생들이 직접 와서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신청했다("용기있네!"). 그건 나도 다르지 않는가.
"미안해, 거절할게."
이미 파트너가 있기에 오는 남학생들은 전부 거절했다. 후플푸프, 래번클로, 그리핀도르... 간간히 슬리데린의 남학생들도 있었다.
첫 번째 시험 이후, 이제는 더 이상 복도에서 해리가 불쾌한 일을 다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라는 글시가 적혀 있는 배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말포이는 아직까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리타 스키터의 기사를 외우고 다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말포이의 농담에 킬킬거리면서 장단을 맞추는 아이들이 적었다. 무엇보다도 안심시켰던 것은 <예언자 일보>에 해그리드에 관한 기사가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여자는 마법 생물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았어."
그 학기 마지막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간에 우리가 리타 스키터와의 인터뷰에 대해서 물었을 때, 해그리드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이제 해그리드는 학생들에게 스크루트를 직접 키우게 하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단념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오늘 수업에서는 단지 책상 뒤에 안전하게 앉아서 스크루트를 길들일 때 사용할 신선한 먹이를 준비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 여자는 줄곧 너 이야기만 하고 싶어했어, 해리."
해그리드가 나즈막히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내가 너를 더즐리 가족으로부터 데리고 왔을 때부터 난 줄곧 너의 친구였다고 말해 주었지. '지난 4년 동안 해리를 야단쳤던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해리가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정말인가요?' 물론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해 주었지. 그러자 리타 스키터는 전혀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었어. 내 생각엔 그 여자는 내가 너에 대한 욕이라도 하기를 바라는 눈치였어, 해리."
"물론 그랬을 거예요. 내가 비극적인 어린 영웅이라는 기사만 계속 쓸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제 지겹잖아요."
해리는 용의 간 덩어리를 커다란 금속 그릇에 넣고 칼을 들어서 좀더 잘게 잘랐다.
"해그리드, 그 여자는 새로운 기사 거리를 원하는 거예요. 해리가 정신나간 불량 소년이라는 말을 들었으면 그 여자는 아주 만족스러워했을 거예요."
론이 불도마뱀의 알을 깨트리면서 현명하게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절대로 그렇지 않은걸!"
해그리드는 정말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리타 스키터가 그런 말을 듣고 싶었다면, 차라리 스네이프와 인터뷰를 했어야 하는 건데... 스네이프라면 언제든지 그 여자에게 나에 관한 기사 거리를 제공해 줬을 거야. '포터는 이 학교에 온 첫날부터 규울을 어겼습니다...'"
해리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에 그 사람의 대녀가 있다는 것을 자각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스네이프가 그렇게 말했니? 그랬어?"
론과 헤르미온느는 깔깔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해그리드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글쌔.. 네가 약간 규칙을 어겼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해리, 그래도 괜찮은 거지? 그렇지?"
"물론이죠, 해그리드."
해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해그리드, 이번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오실 건가요?"
론이 물었다.
"그래, 한번 들러 보기는 하겠지."
해그리드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꽤 멋진 파티가 될 게다. 해리, 로라, 너희가 무도회를 처음 주도하겠구나? 그런데 누구를 데리고 갈 생각이니?"
"아직 결정하지 못햇어요."
"빨리 하지 않으면 예쁜 여학생들은 다른 남학생들의 차지가 될 거야. 용기를 내, 그리핀도르의 남학생들아."
내가 론과 해리를 보면서 말했다.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주가 되자, 점점 더 분위기가 떠들썩하게 달아올랐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대한 온갖 소문들이 무성하게 떠돌았다. 예를 들자면, 덤블도어가 로즈메르타 부인으로부터 800통의 꿀술을 샀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WWN(마법사 통신 네트워크)을 들으면서 성장한 아이들의 열광적인 반을으로 봐서- 유명한 음악 밴드인 운명의 세 여신을 초대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호그와트의 교수님들 중 플르트윅 교수 같은 사람들은 학생들의 마음이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을 보고 아예 가르치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수요일 수업 시간에 플르트윅 교수는 학생들에게 게임을 하면서 즐겁게 놀라고 허락하고는, 해리를 붙잡고 트리위저드 시합의 첫번째 시험에서 해리의 소환 마법이 얼마나 오나벽했는지에 대해서는 줄곧 떠들었다. 하지만 다른 교수님들은 그렇게 너그럽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이 세상 어떤 것도 도깨비 반란에 대한 자신의 글을 학생들에게 끝까지 읽히려는 빈스 교수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사실 빈스 교수 자신의 죽음조차 계속 학생들을 가릋치겠다는 의지를 막지 못했으니까, 크리스마스 무도회 같은 하찮은 일로 그를 움직인다는 것은 애당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참으로 도깨비 반란 같은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조차도 가마솥 두께에 관한 퍼시의 보고서만큼이나 지루하고 단조롭게 들리도록 만드는 빈스 교수의 재능은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였다. 맥고나걸 교수와 무디 교수와 세베루스도 종이 울리기 전 마지막 1초까지 수업을 계속 진행했다. 세베루스는 심술궂은 눈초리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돌아보면서 학기 마지막 수업에는 독약 해독제를 직접 시험해 볼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주 나빠, 정말로... 지난 시간에는 느닷없이 시험을 보더니 이번에는 숙제를 잔뜩 내줘서 학기말을 망쳐 놓고 있잖아."
그날 밤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 론이 투덜거렸다.
"음... 그렇다고 별로 긴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마법의 약》 공책에서 고개를 약간 들면서 말했다. 론은 분주하게 폭탄 카드로 카드 성을 짓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카드가 모조리 뻥 터지곤 하기 때문에 머글들의 카드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는 오락 거리였다.
"헤르미온느, 지금 크리스마스야."
해리가 태평하게 말했다. 해리는 지금 벽난로 근처의 안락의자에 앉아서 《처들리 캐논 팀과의 비행》이라는 책을 열 번째 읽고 있었다.
"해리, 나는 네가 좀더 건설적인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비록 해독제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말야!"
헤르미온느가 못마땅한 눈길로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예를 들자면 어떤 거?"
해리는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물었다.
"그 알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한심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이봐, 헤르미온느. 2월 24일까지는 아직 멀었어."
"하지만 그걸 알아내려면 몇 주일도 더 걸릴 거야! 만약 다른 챔피언들은 전부 다음 시험이 뭔지 알아냈는데 너만 모르고 있다면 얼마나 한심한 멍청이처럼 보이겠니!"
헤르미온느가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크리스마스 이후에 해도 돼, 그건 말이지."
"그냥 내버려둬, 헤르미온느. 해리는 약간의 휴식을 가져야 한다구."
이렇게 말하면서 론이 성의 제일 꼭대기에 마지막 폭탄 카드 두 장을 올려놓는 순간, 카드가 일제히 뻥 터지면서 그의 눈썹을 새카맣게 태웠다.
"아주 멋지구나, 론... 네 양복이랑 참 잘 어울리겠는걸."
프레드와 조지가 론을 향해 다가오면서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앉아 있는 책상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론은 눈썹 주위에 흉터가 얼마나 났을까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론, 우리에게 피그위존을 좀 빌려 주지 않을래?"
조지가 론에게 물었다.
"그건 안 돼. 편지를 전하러 갔거든. 그런데 왜?"
론이 물었다.
"조지가 그 부엉이를 무도회에 초대하고 싶다나 봐."
프레드가 조롱하듯이 말했다.
"사실은 우리가 편지를 좀 보내고 싶어서 그런다. 이 멍청하고 둔한 얼간아."
조지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두 사람 다 누구랑 편지 연락을 하고 있는 거야? 응?"
론이 수상쩍은 듯이 물었다.
"공연이 이 일에 끼어들기만 해 봐, 론. 당장 네 코를 태워버릴 테니가."
프레드가 자신의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흔들어 보였다.
"그런데... 무도회를 위해 데이트는 많이 했나?"
"전혀."
론이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서둘러 짝을 찾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쓸 만한 여자애은 다 놓쳐 버릴 테니까."
프레드가 론에게 충고했다.
"형은 누구랑 갈 건데?"
론이 호기심이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 순간 프레드가 내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안젤리나."
프레드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으스대면서 말했다. 그 말에 욱신거리면서 가슴이 아파와서 보고 있는 책의 표지를 부텨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괜찮다... 괜찮은 척을 해야 한다. 웃고 있는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뭐라구? 벌써 여학생에게 무도회 신청을 했단 말이야?"
론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아주 좋은 지적이야."
프레드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휴게실 저편으로 소리쳤다.
"이봐, 안젤리나!"
벽난로 근처에서 앨리샤와 수다를 떨고 있는 안젤리나가 고개를 돌렸다.
"왜?"
"나와 함께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지 않겠니?"
프레드가 부드럽게 제안했다. 안젤리나는 잠시 동안 프레드를 재 보는 것 같았다.
"그래, 좋아."
간단히 승낙을 한 안젤리나는 다시 앨리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에 약간 미소를 띤 채,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나...."
작게 중얼거리면서 체념했다.
"너희들도 해 봐. 누워서 떡먹기야."
프레드가 해리와 론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학교 부엉이를 사용해야겠다. 조지, 가자..."
프레드와 조지는 바쁜 듯이 휴게실에서 나갔다.
"나는 그만 자러 갈래."
스쳐지나가듯이 해리들에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여자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보바통과 덤스트랭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멋진 인상을 심어 주기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 호그와트의 교직원들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가장 훌륭한 성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단단히 결심한 것 같았다. 학교 내부의 장식이 완성되었을 때, 지금까지 보았던 것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대리석 계단 난간에는 영원히 녹지 않는 고드름이 달려 있었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항상 대연회장에 설치되었던 열두 개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반짝이는 가시나무 열매부터 울음 소리 소리를 내는 진짜 황금 부엉이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그리고 갑옷들으느 누군가 앞을 지나갈 때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도록 마법을 걸어 놓았다. 텅 비어있는 투구 속에서 <오라. 모든 믿은 자들이여!>와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는 건 참 굉장한 일이었다. 학교 관리인 필치는 몇 번이나 갑옷 속에서 피브스를 꺼내야만 했다. 피브스는 종종 갑옷 속에 숨어서 노래가 끊어지는 중간중간마다, 자신이 지어낸 야하기 짝이 없는 사랑 연가를 부르곤 했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 시간에 보자."
금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해리는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쏜살같이 계단을 뛰어서 올라갔다. 그리고 론도 가버렸다.
"옆에 있는 사람는.... 여자로 보이지 않는 걸까?"
헤르미온느가 옆에서 숙제를 하는 것을 보자 내가 질문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해리와 지니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너와 론처럼 말이지."
"누가 그렇게 얼굴만 밝히는 녀석하고!"
헤르미온느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은 붉은색을 띄었다.
"파트너, 이미 생겼지?"
내가 확신한 어조로 묻자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넌?"
"나도 이미 있어. 단지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하고 있을 뿐이었지."
"저녁 먹으러 가자."
"나는 됐어."
헤르미온느가 권유하자 내가 대답했다. 스르르 미끄러져서는 소파에 위에 옆으로 누워버리고는 벽난로 위에 타오르는 불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불은 싫지 않다. 화재가 일어난 다음에는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만 보아도 기겁했는데... 플루 가루의 불빛은 여전히 흠칫하고 몸이 떨리고 만다.
".... 그의 머리색같아."
붉은 것이 프레드의 머리색 뿐이냐! 그런 것을 따지면 론과 지니의 머리색도 같은데.... 변명하듯이 생각하다가는 사고를 멈추었다. 챔피언으로 뽑히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로라."
내 목소리가 들려오자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지니와 론이 보였다. 론은 잔뜩 침울한 얼굴로 내 옆에 앉았다. 거의 다 죽어가는 얼굴의 그의 모습에 나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지니가 옆에서 론을 달래주었다.
".... 무슨 일이야, 론?"
해리가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물었다. 그러자 론이 고개를 들어서 해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도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론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무슨 일인데?"
"음... 그러니까... 론이 플뢰르 델라쿠르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신청을 했어."
지니가 론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지니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억지로 애를 쓰는 게 역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니는 론의 팔을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네가 뭘 했다구?"
해리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니까!"
론이 다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거기에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내가 미쳤나 봐. 모두들 나를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야! 나는 현관 복도에서 플뢰르 델라쿠르와 마주쳤어. 플뢰르는 케드릭에게 말을 걸려고 거기 서 있었지. 그때 갑자기 어떤 충동이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만 플뢰르에게 무도회 신청을 해 버렸어!"
론이 희미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계속 뭐라고 중얼거렸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플뢰르는 나를 마치 해삼이나 뭐 그런 거라도 되는 것처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답조차 하지 않더라. 긜고 나는 곧... 제정신을 차리고 쏜살같이 도망쳤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어."
"플뢰르는 벨라의 피가 반즘 섞여 있어. 충동으로 말하는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로라 말이 맞아. 플뢰르의 할머니는 벨라였어. 그러니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장담하건대 네가 그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 플뢰르는 케드릭 디고리에게 마법을 걸려고 주문을 발사했을 거야. 하지만 플뢰르는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한 셈이지. 케드릭은 초 챙과 함께 무도회를 가기로 했거든."
론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에 내가 초 챙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에게 가자고 신청을 했어. 그랬더니 초 챙이 내게 그렇다고 하더라.'
해리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갑자기 지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더니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건 정신나간 짓이야. 아직까지도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이제 우리밖에 없을 거야. 네빌을 제외한다면 말야. 아참! 그런데 네빌이 누구에게 무도회 신청을 했는지 알아? 헤르미온느야!"
론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뭐라구?"
해리는 놀랍듯이 반응했다.
"정말이야. 내가 들었다니까! 마법의 약 수업이 끝난 후에 네빌이 나한테 알려줬어! 네빌은 헤르미온느에게 항상 숙제도 도와주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는 거야. 그런데 헤르미온느는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기로 했다고 대답했대. 하! 정말 그럴듯한 변명이었지! 헤르미온느는 네빌과 같이 가고 싶지 않았던 거야... 정말이야. 누가 네빌과 같이 가고 싶어하겠어?"
"그만해! 비웃지 말란 말이야!"
론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감돌면서 웃음이 피어 올랐다. 지니가 벌컥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설마 지니...?!
"헤르미온느, 진짜 파트너 있어. 이 멍청한 로날드 위즐리."
"거짓밀이지?"
"아니. 진짜야."
내가 말해주자 론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사라진다. 그 순간 헤르미온느가 초상화 구멍 통해 휴게실로 들어왔다.
"왜 너희 둘 다 저녁 식사에 오지 않았니?"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론에게 물엇다.
"왜냐하면... 여기 두 사람 모두 여학생에게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았거든!"
지니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대답햇다. 그 말을 듣자 나는 풋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고맙구나, 지니."
론이 비꼬듯이 말했다.
"얼굴이 아름다운 여학생들은 이미 파트너가 다 정해졌니, 론?"
헤르미온느가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엘로이즈 미전도 이제 꽤 예버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니? 그래, 물론 넌 어디선가 네 상대가 될 만한 아주 멋진 여학생을 찾아낼 거라고 믿어."
헤르미온느의 말에 내가 크게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헤르미온느, 네빌이 옳았어. 너도 여학생이잖아..."
"오, 그래. 아주 잘 봤구나."
론의 말에 웃음이 멈추었다. 이제서야 그걸 깨닫은 거야?
"네가 우리 두 사람 중에 한 명과 같이 무도회에 가면 되겠다! 로라 너는 해리와..."
"난 이미 해리에게 거절했어. 너의 눈은 옹이구멍이냐? 아무리 친구라도 우리가 여학생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은 거야? 난 그런 상대하고 가고 싶지 않아. 그리고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이미 파트너가 있어. 난!"
내가 냉정하게 말했다.
"이봐, 그러지 마. 우리는 파트너가 필요해. 만약 파트너도 없이 무도회에 간다면 우리가 얼마나 멍청하게 보이겠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미안하지만 나는 너희들과 함께 갈 수가 없어. 이미 같이 갈 사람이 있다니까."
"아냐, 거짓말이야! 네빌의 요청을 거절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잖아!"
"아하, 그래? 론! 단지 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3년이나 걸렸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내가 여자라는 걸 절대로 알아보지 못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마!"
"동감이야."
헤르미온느의 차가운 말에 내가 말했다.
"좋아, 좋아. 너희가 여학생이라는 걸 충분히 알았어. 됐지? 이제는 우리와 함께 무도회에 갈 거지?"
"벌써 말했잖니!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가기로 했다고 말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헤르미온느는 몹시 화를 내면서 매서운 바람을 일으키며 여학생 기숙사로 달려가버렸다. 아직도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지 못한 것인가? 그러면서 쓸데없이 질투감만 많아서 말이지.
"거짓말이야."
"진짜야."
지니가 말했다.
"누군데?"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런 것을 네가 알아서 뭐하게."
"로라, 이상하게 말에 가시가 있네."
"있지, 당연하잖아. 옹이구멍 눈주제에."
"로라~"
내가 사납게 말하자 해리가 말리듯이 나를 불렀다.
"지니, 네가 해리와 같이 가면 되겠다."
론은 말머리를 돌리듯이 말했다.
"나도 안 돼."
이번에는 지니의 얼굴이 빨갛게 물드렸다.
"나는... 나는 네빌과 함께 무도회에 가기로 했어. 헤르미온느가 거절하자, 네빌이 나에게 신청을 했거든. 그리고 나는... 그러니까... 나는 네빌의 요청을 거절하면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참석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아직 4학년이 아니잖아."
지니는 무척 상심한 듯이 보였다.
"이제 가서 저녁이나 먹어야겠어."
"나도, 배가 고프네."
지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내가 고개를 푹 숙인 지니의 옆으로 다가가서는 함께 초상화 구멍으로 걸어갔다.
"파트너가 있다는 거 진짜야?"
"진짜야."
"혹시 프레드 오빠?"
잔뜩 기대감으로 들뜬 얼굴로 나에게 질문하는 지니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젓었다. 그러자 단번에 실망하는 지니.
"멍청이 프레드 오빠... 난 프레드 오빠가 로라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로라?"
".... 근데 포기야. 포기."
"그게 쉽게 되는 거야?"
"지니, 언젠가 프레드에 대한 내 사랑이 내 목숨을 없앨지도 몰라. 그래도 마음은 포기할 수 없어. 너도 그렇잖아? 해리 포터를 좋아하면서.... 그의 눈을 끌고 싶으면 다른 남자와 사귀는 것이 어때? 그러면 조금은 괜찮을 지도 몰라. 그냥 들어가야겠다. 배가 안 고파졌어."
지니에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서는 휴게실를 지나쳐서는 그대로 여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나는... 사귈 수 없지만.... 질투심 유발작전도 나에겐 소용 없어. 진심이 아니면... 상대방에게 실례잖아."
방으로 들어오고는 오르골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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