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후, 그리핀도르의 학생들도 최근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했다. 학생들이 한가롭게 나누는 대화는 자꾸만 터져 나오는 누군가의 하품으로 중단되고 했다. 헤르미온느의 머리카락을 다시 부스스하게 변했다. 헤르미온느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를 위해서 손쉽게 윤기 나는 머리 마법약을 상당량 사용했다고 고백했다(나도 머리카락의 길이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고는 다시 해리가 준 백합꽃핀으로 머리카락을 묶었다).
“하지만 날마다 그렇게 하는 건 너무 귀찮아.”
헤르미온느는 크룩생크의 귀를 부드럽게 긁어 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서로 말다툼을 벌이지 않기로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예의를 지키기는 했지만 꽤 다정한 태도로 서로를 대했다. 론과 해리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맥심 부인과 해그리드의 대화 중에서 엿들은 내용을 나와 헤르미온느에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와 헤르미온느는 해그리드가 거인 혼혈이라는 얘기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실 난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어.”
“보면 딱 그렇잖아.”
“물론 순수 혈통의 거인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 진짜 거인은 키가 거의 6미터가 넘거든. 하지만 솔직히 모두들 거인에 대해서 과민 반응을 하고 있는 거야. 거인이라고 해서 다 무시무시한 건 아니야. 그건 마치 늑대 인간에 대해서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잇지. 그냥 고정관념일 뿐이야.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로은 무엇인가 신랄한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또 다른 분란을 불러 일으키게 되거나 않을까 애써 참는 듯한 눈치였다.
“아니, 거인은 진짜 잔인하고 무섭지. 하지만 우리가 아는 해그리드는 그렇지 않잖아. 그거면 되는 건데 뭐가 문제가 있는 건데.”
내가 말했다. 이제는 방학 첫주 동안에 소홀해 했던 숙제를 시작해야 할 때였다. 하지만 해리는 아직도 반장들의 욕실에 가 보지 않은 것 같았다.
드디어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개강 첫날, 책과 양피지와 깃펜을 잔뜩 짊어지고 교실로 향했다. 호그와트의 운동장에는 아직까지도 하얀 눈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약초학 수업을 하는 온실 창문에도 얼음이 두껍게 얼어 붙어서 밖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 이런 날씨에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론은 도망치는 스크루트를 쫒아다니거나 혹은 너무나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서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에 불이 붙거나 어쨌거나 간에, 스크루트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에는 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해그르드의 오두막집에 도착했을 때, 머리를 짧게 깎고 아래턱이 두드러지게 툭 튀어나온 백발의 늙ㅇ느 마녀가 문 앞에 떡 버티고 있었다.
“서둘러라, 5분 전에 종이 울렸어.”
마녀는 폭푹 빠지는 눈을 헤치면서 힘들게 걸어오는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런데 댁은 누구세요? 해그리드는 어디 있죠?”
론이 마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내 이름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다. 나는 너희들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진행할 임시 교수란다.”
마녀가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그리드는 어디 있죠?”
해리가 큰소리로 다시 물었다.
“몸이 불편하단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나지막하지만 불쾌한 웃음 소리가 우리 귓가에 들렸다. 고개를 돌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말포이와 슬리데린의 다른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오고 있었는데, 모두들 아주 신이 난 표정이었다. 그들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를 보고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이쪽으로 와라.”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보바통의 말들이 몸을 떨고 서 있는 방목장을 빙 돌아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헤르미온느는 그루블리 플랭크 교수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연신 해그리드의 오두막을 돌아보았다. 창문에는 모두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해그리드는 어디가 아픈 거죠?”
해리가 재빨리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의 뒤를 좇아가면서 물었다.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는 해리가 쓸데없는 참견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퉁명스럽게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전 알아야만 하겠어요. 해그리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해리가 약간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는 해리의 말을 못 들은 척 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이끌고 거대한 보바통의 말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서 있는 방목장을 지나서, 숲 가장자리에 서 있는 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그 나무에는 덩치가 크고 아름다운 유니콘이 한 마리 매여 있었다. 유니콘을 보자 여학생들은 “어머나!”하면서 탄성ㅇ르 질렀다.
“너무나 아름답다! 어떻게 유니콘을 잡았지? 유니콘은 좀처럼 잡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라벤더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유니콘 때문에 주위에 쌓여 있는 하얀 눈이 회색처럼 보일 정도였다. 유니콘은 불안한 듯이 황금 발굽으로 땅을 탕탕 치면서 뿔이 달린 머리를 자꾸만 뒤로 젖혔다.
“남학생들은 뒤로 물러서!”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팔을 쭉 뻗더니 해리의 가슴을 세게 쳤다.
“유니콘은 여자의 손길을 더 좋아한단다. 그러니까 여학생들이 제일 앞에 서도록... 그리고 조심스럽게 좁근하거라. 자, 어서, 살살...”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와 여학생들은 천천히 유니콘을 향해 앞으로 걸어갔다. 남학생들과 나는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목장 울타리 옆에 서 있었어야만 했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멀리 사라지자마자 해리와 나는 론을 향해 돌아섰다.
“도대체 해그리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설마... 스크루트 때문에...”
“오, 포터! 해그리드는 공격을 받지 않았어. 그게 네가 생각하는 거라면 말이야. 해그리드는 너무 창피해서 그 커다랗고 추악한 얼굴을 드록 다니지 못하는 것뿐이야.”
말포이가 해리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러자 로우가 호주머니 안에 손을 넣더니 반으로 접은 신문을 꺼냈다.
“이걸 보렴.”
말포이는 비웃는 표정을 애써 외면한 채 로우가 칙칙한 표정으로 말했다.
“포터, 너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기는 정말 싫지만...”
신문을 낚아챈 해리가 기사를 펼쳐서 읽는 동안, 말포이는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나와 론과 시무스와 딘과 네빌이 해리의 어깨 너머로 그 신문을 들여다보았다. 신문에는 유독 험상궂게 나온 해그리드의 사진이 커달하게 박힌 기사가 실려 있었다.
덤블도어의 엄청난 실수
호그와트 마술 마법 학교의 교장 알버스 덤블도어는 교직원 임명에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조금도 꺼리지 않는다.
-리타 스키터 특파원의 특별 기고
올해 9월에 알버스 덤블도어는 전직 오러이자 불길한 사건을 즐기기로 악명이 높은 앨러스터 ‘매드아이’ 무디를 어둠의 방어술 교사로 채용했다. 알버스 덤블도어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마법부의 많은 사람들은 즉각 의문을 제기했다. 자기 앞에서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다 공격하는 무디의 습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매드아이 무디의 경우에는 덤블도어가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의 교사로 채용한 반인과 비교하면 오히려 다행스럽고 책임감이 있는 결정인 것처럼 보인다. 3학년 때 호그와트에서 퇴학을 당한 루베우스 해그리드는, 그 이후부터 덤블도어가 특별히 마련해 준 학교 사냥터지기라는 직위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해에 해그리드는 호그와트 학교 교장에게 알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여, 훌륭한 자질을 갖춘 수많은 수보자들은 누르고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의 교사라는 또 다른 직위까지 얻어 내기에 이르렀다.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몸집이 크고 사나운 외모를 지니고 있는 해그리드는 새로 얻은 권위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강제로 계속해서 끔찍한 동물들을 돌보도록 위협했다. 알버스 덤블도어가 눈이 멀어 있는 동안, 수많은 학생들이 “아주 무서웠다”고 인정하는 그의 수업 시간에는 학생 몇몇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저는 히포그리프부터 공격을 받았어요. 에반스는 저를 구하려다가 상처를 입었죠. 내 친구 빈센트 크레이브는 플로버웜에게 심하게 물리기도 했어요.” 호그와트의 4학년생인 드레이코 말포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해그리드를 증오해요. 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위협적인 행동을 그만둘 의도가 전혀 없었다. 지난 달에 <예언자 일보>의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해그리드는 스스로 ‘폭탄 꼬리 스크루트’라고 명명한, 맨디코어와 불게의 대단히 위험한 교배종인 새로운 동물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물론 신비한 동물의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내는 것을 대부분의 경우에 신비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로부터 엄격한 조사를 받는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자신이 그런 사소한 규제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재미삼아 해봤던 거예요.” 해그리드는 서둘러 화제를 바꾸면서 이렇게 말했다.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예언자 일보>는 이제 해그리드가 (항상 그런 척해 왔던 것처럼) 순수 혈통의 마법사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 사실 해그리드는 순수한 인간도 아니다. 우리 신문만이 독점적으로 알아낸 바에 따르면, 해그리드의 어머니는 다름아닌 거인 프리드울파였다는 사실을 밝혀졌다. 최근 프리드울파의 근황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피에 굶주리고 잔인한 거인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그들 간의 싸움으로 인해 스스로 멸종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얼마 남지 않은 거인들은 이름을 말해서 안 되는 자의 부하로 합세했으며, 공포스러운 그의 통치 기간 동안 가장 끔찍한 머글 대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를 섬겼던 수많은 거인들은 어둠의 마법과 맞서 싸우는 오러에게 살해당했다. 하지만 프리드울파는 그들 중에 없었다. 어쩌면 외국의 산악 지대에 아직까지도 존재하고 있는 거인들 사회로 도망쳤을 가능성도 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시간에 해그리드가 보여주었던 괴상한 행동으로 생각하건대, 프리드울파의 아들은 다름아닌 어머니의 잔인한 성품을 물려받은 것 같다. 참으로 이상한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해그리드는 그 사람을 권좌에서 몰락시킨 그 소년과 아주 가까운 친분을 유지해 왔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바로 그 소년 때문에 해그리드의 어머니는 그 사람의 다른 추종자들과 마찬가지로 몸을 숨겨야만 했던 것이다. 아마도 해리 포터는 이 덩치 큰 친구의 불쾌한 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버스 덤블도어는 해리 포터와 그의 동료 학생들에게 거인 혼혈과 가까이 지내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 확실히 경고할 의무가 있다.
<예언자 일보>의 기사를 다 읽고 난 후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지?”
론은 한숨을 내쉬면서 속삭였다.
“우리 모두 해그리드를 증오하고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해리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포이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이 헛소리들은 다 뭐지?”
해리는 손가락으로 크레이브를 가리켰다.
“플로버웜에게 심하게 물렸다구? 그 벌레는 이빨조차 없어!”
“그리고 히포그리프에게 공격을 받은 것은 네가 히포그리프에게 무례한 말을 해서 그랬었잖아! 자업자득이지, 말포이!”
내가 해리의 뒷말에 이어서 외쳤다. 크레이브는 좋아서 죽겠는 듯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저 저능아의 교사 경력을 끝장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말포이가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다.
“거인 혼혈이라니... 그런데 난 그가 어렸을 때 스켈레그로를 한 병 다 삼켜 버려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 뭐야. 어떤 부모도 이 사실을 알면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 부모들은 그 사람이 자기 아이를 잡아먹지 않을까 걱정하겠지. 하, 하, 하!”
“이 자식이!”
“거기 너희들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의 목소리가 우리가 있는 쪽의 남학생들을 향해서 날아왔다. 이제 여학생들은 유니콘을 빙 둘러싼 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고 있었다. 마지못해 유니콘을 향해 돌아선 해리는 너무나 화가 치밀어서 <예언자 일보>를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는 이제 남학생들도 들을 수 있도록 커다란 목소리로 유니콘이 갖고 있는 많은 마법적인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 여교수님이 계속 남아있으면 좋겠어!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이야.... 괴물이 아니라 유니콘 같은 멋진 동물을 돌보는 거...”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패르바티가 말했다.
“해그리드는 어떻게 하란 말이야?”
계단을 올라가던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해그리드는 어떻게 하느냐구? 그냥 사냥터지기를 하면 되잖아! 안 그래?”
패르바티가 날카롭게 맞섰다. 크리스마스 무도회 이후로 패르바티는 해리에게 굉장히 차갑게 굴었다. 그거야 당연한 건가... 여자로서 자존심이 파괴되었는데. 하지만 그녀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다음 주말 여행 때 호그스미드에서 보바통 남학생을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녔던 것이다.
“정말로 유익한 수업이었어. 사실 나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님이 유니콘에 대해서 알려 준 사실 중에 절반도 채 모르고...”
헤르미온느가 연회장으로 들어서면서 말했다.
“이것 좀 봐!”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코앞에 <예언자 일보>의 기사를 들이밀면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신문 기사를 일고 난 헤르미온느는 입을 딱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키터, 그 끔찍한 여자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아냈지? 해그리드가 그 여자에게 고백했을까?”
“아니야. 해그리드는 우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안 그래? 내 생각에, 해그리드가 나에 대해서 나쁜 얘기를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까 그 여자가 완전히 돌아 버린 것 같아. 그래서 해그리드의 뒤를 캐고 다녔을 거야.”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다가간 해리가 짜증스럽게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쩌면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 해그리드가 맥심 부인에게 말하는 걸 몰래 엿들었을지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침착하게 말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가 정원에서 그 여자를 봤을 거야! 어쨌거나 그 여자는 더 이상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잖아. 해그리드 말에 따르면 분명히 덤블도어가 그녀에게 출입 금지 명령을...”
론이 말했다.
“어쩌면 투명 망토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지. 덤불 속에 숨어서 다른 사람들의 엿들은 건 그 여자에게 딱 어울리는 짓이잖아.”
잔뜩 화가 난 해리가 닭고기 볶음밥을 자기 접시에 탁 덜어 놓으면서 말했다. 그 바람에 볶음밥이 사방으로 튀었다.
“화난 것은 알겠지만 주위에 화풀이 좀 하지 마, 해리.”
나는 내 쪽을 튄 밥알을 털어내면서 말했다.
“네 말은, 너와 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헤르미온느가 비꼬듯이 말했다.
“우리는 일부러 엿들으려고 했던 게 아니었어!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구! 멍청하게도 누구나 엿들을 수 있는 장소에서 자기 엄마가 거인이라고 떠들었단 말이야!”
“그래..... 근데 투명 망토가 아니라 그녀는 미등록 애니마구스일지도 몰라.”
론이 몹시 분개하면서 소리치자 내가 말했다.
“뭔가 보았니, 로라?”
“미안하지만 내 눈동자는 아직 전부 회복한 것이 아니라서 안 보여. 아직까지는.”
시야는 어느 정도 잡혔지만 여전히 능력은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았다. 왼쪽 눈에 손을 올려서 만지작거리면서 론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우리가 해그리드를 찾아가서 만나자.”
해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점술 수업이 끝나고 오늘 저녁에 말이야. 해그리드가 꼭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거야... 너희들도 해그리드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거지?”
해리가 나와 헤르미온느에게 휙 돌아보았다.
“뭐 해그리드가 두 번 다시 이상한 신비한 동물 생물체만 가지고 오지 않으면 말이야.”
“그래, 솔직히 생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하고 나니까, 우리를 가르치는 교수님이 바뀌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어. 하지만 나는 해그리드가 돌아오기를 원해. 물론 원한구말구!”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사나운 눈초리르 보자, 찔끔하면서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그날 저녁에 우리는 또다시 성을 빠져나가서 해그리드의 오두막을 향해 꽁꽁 얼어붙은 운동장을 걸어갔다. 오두막의 문을 두드리자, 팽이 사납게 짖으면서 대답했다.
“해그리드, 우리가 왔어요!”
해리가 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다.
“문을 열어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팽이 킹킹거리면서 문을 긁어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끝내 오두막집의 문을 열리지 않았다. 10분이 넘도록 문을 두드렸다. 론은 심지어 옆으로 돌아가서 창문을 두드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왜 우리를 피하는 거지? 설마 우리가 거인 혼혈이라고 해서 자기를 꺼려한다고 생각하는지는 않겠지?”
마침내 포기하고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그리드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주일 내내 해그리드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식사 시간에 교직원 테이블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운동장에서 사냥터지기의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는 계속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지행했다. 말포이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히죽이죽 웃으면서 해리를 놀렸다.
“잡종 친구가 보고 싶니?”
말포이는 교수님이 가까이 있으면 해리의 앙갚음을 당할 염려가 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추근거렸다.
“코끼리 인간을 보고 싶나 보지?”
“말포이, 저리 가.”
내가 나지막히 경고했다. 그 경고를 알아들은 로우는 자신의 사촌의 몸을 생각해서 몸을 피신시켜주었다. 진짜로 믿을 수가 없어! 어째서 저런 녀석의 피가 내 몸에 흐르고 있는지! 내 할머니가 말포이 가문의 여자라는 것이 너무 싫었다.
1월 중순 경에는 호그스미드 방문이 있었다. 해리도 호그스미드에 가겠다고 말했다.
“나는 네가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기회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정말로 그 황금알에 대해서 연구해야 하잖아.”
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 말했다.
“나.... 나는 이제 그 황금알에 대해 꽤 그럴듯한 생각이 떠올랐어.”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정말이니? 참 훌륭하다.”
헤르미온느가 몹시 감탄하자 나는 해리와 시선이 마주치자 대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토요일이 되자, 우리는 함께 성을 떠나서 차갑고 축축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성문으로 향했다. 우리가 호수 위에 떠 있는 덤스트랭의 배를 지나갈 때, 빅터가 수영 팬티 이외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갑판 위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빅터는 비쩍 말라서 뼈가 드러날 정도였지만 평소보다는 훨씬 더 씩씩하게 보였다. 왜냐하면 뱃전에 올라서서 두 팔을 쭉 뻗고 호수 속으로 곧장 다이빙을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해! 크룸을 얼어죽을 거야! 지금은 1월이잖아!”
빅터의 검은 머리가 호수 한가운데에서 솟았다가 가라앉다가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해리가 중얼거렸다.
“2월은 더 춥겠지.”
호수의 물은 온도를 생각하면서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갑판에는 애드밀과 마리안느가 있는 것이 보였지만 둘은 빅터에게만 집중하고 있어서 내가 옆에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크룸이 있는 곳에 비하면 이곳은 훨씬 덜 춥다는 거야. 아마도 크룸에게는 이 날씨가 꽤 따뜻하게 느껴질 거야.”
헤르미온느가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 보니, 애드밀은 영국의 여름을 더워서 못 견뎌했지. 그것도 전부 덤스트랭의 날씨에 적응해서 그런 것인가?
“그렇겟지. 하짐나 그래도 대왕 오징어가 있잖아.”
론의 목소리는 전혀 걱정스러운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론의 속셈을 알아차린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찌푸렸다.
“크룸은 아주 착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단 말이야. 크룸은 비록 덤스트랭 출신이지만, 이곳이 훨신 더 좋다고 내게 말했어.”
“진짜?”
“응!”
헤르미온느가 빅터를 두둔하면서 말했다. 빅터가 그런 말을?! 론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로라! 헤르미!”
덤스트랭의 배 갑판 위에서 우리를 발견한 마리안느가 우리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재빨리 우리에게 내려왔다.
“해리와 론도 있었구나. 넷이서 어디 가는 거야?”
“응. 호그스미드에 다녀오려고.”
“잘 다녀와.”
마리안느의 인사를 받으면서 우리는 호그스미드로 향했다.
해그리드의 그림자라도 찾기 위해서 해리는 열심히 눈을 부릅뜨고 질척한 하이 거리를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어떤 가게에서도 해그리드의 모습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스리 브룸스틱스로 가자고 제안했다. 스리 브룸스틱스는 평소와 다름없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로즈메르타 부인에게 버터 맥주 네 잔을 주문했다.
“저 사람은 아직까지도 사무실에 가지 않았나 봐?”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작게 속삭였다.
“저길 봐!”
헤르미온느가 손을 들더니 바 뒤에 걸려 있는 거울을 가리켰다. 그 거울 속에는 루도 베그만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루도 베그만은 한 무리의 도깨비들과 함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도깨비들에게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 빠르게 지껄이고 있었는데, 도깨비들은 모두 팔짱을 낀 채, 윽박지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루도 베그만은 무척이나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 그는 바를 힐끗 돌아보다가 해리의 모습을 발견하자, 당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만! 잠깐만!”
루도 베그만이 도깨비들에게 황급히 말하고 술집을 가로질러서 해리를 향해 부산스럽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다시 소년과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올랐다.
“해리!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혹시 너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 별일 없었니?”
베그만이 인사를 했다.
“네, 그럼요. 고맙습니다.”
해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해리, 잠깐 조용히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 너희 세 사람은 우리에게 조금만 시간을 내 주겠니?”
베그만이 진지하게 물었다.
“음... 좋아요.”
론과 헤르미온느는 비어 있는 테이블을 찾아서 다른 곳으로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나는 잠시 베그만을 쳐다보고 도깨비들이 있는 쪽을 보고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뒤를 쫓아갔다.
“대체 베그만이 도깨비들과 무슨 얘기를 나눈 걸까?”
“글쎄.”
해리가 있는 쪽을 힐끗 보다가 대화가 끝났는지 해리가 우리에게 다가왓다. 프레드와 조지를 피해서 베그만이 술집을 나갔고 도깨비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 뒤를 따라갔다.
“베그만이 무슨 소리를 했니?”
해리가 자리에 앉자 론은 황급히 물었다.
“황금알에 대해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어.”
해리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서는 안 되잖아! 그 사람은 더구나 트리위저드 시합의 심판이면서! 게다가 너는 이미 그 실마리를 풀었잖아, 그렇지?”
헤르미온느는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음... 거의.”
해리가 우물쭈물하면서 간신히 대답했다.
“만약 베그만이 그런 부정한 짓을 하자고 널 꼬셨다는 사실을 덤블도어가 알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은 케드릭도 똑같이 도와주려고 했을 거야!”
헤르미온느는 아직도 몹시 분개하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직접 물어봤어.”
해리가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
“케드릭이 도움을 받든 안 받든 무슨 상관이야?”
론이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해리만 도우려고 했다고...? 뭔가 있구나.”
베그만과 도깨비들이 앉았던 테이블을 보고는 버터 맥주를 마셨다.
“저 도깨비들은 별로 친절해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여기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헤르미온느가 버터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물었다.
“베그만의 말에 따르면, 도깨비들이 크라우치를 찾고 있다는 거야. 크라우치는 아직까지도 몸이 안 좋아서 직장에도 나오지 않고 있어.”
해리가 설명했다.
“어쩌면 퍼시가 크라우치에게 몰래 독약을 먹이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다가 크라우치가 죽게 되면 자신이 국제 마법 협력부 부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
론이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설마, 퍼시가 그렇게 하겠어. 웃기는 소리야.”
“도깨비들이 크라우치를 찾고 잇다니... 도깨비들은 대개 신비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 일을 담당하고 있는데 말이야.”
헤르미온느는 론에게 제발 그런 식의 농담 좀 하지 말라는 눈길을 던졌다.
“크라우치는 여러 나라의 말을 할 줄 알잖아. 어쩌면 통역이 필요한지도 몰라.”
해리가 신중하게 말했다.
“이제는 저 가엾은 도깨비들을 걱정해 주고 있는 거니? 설마 이번에는 추악한 도깨비 보호를 위한 모임 따위를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한심한 소리하지 마, 론. 도깨비들이 얼마나 영약한데! 그들은 보호받지 않아도 돼!”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한심하듯이 큰 소리로 웃었다.
“도깨비는 전혀 보호받을 필요가 없어. 너는 빈스 교수님이 도깨비 반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아무것도 듣지 못했니?”
“아니, 못 들었는데...”
론과 해리가 동시에 대답했다.
“도깨비는 마법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 도깨비는 아주 똑똑하지.”
“그건 영악한 거지.”
“자신들을 전혀 방어하지 못하는 꼬마 집요정들과는 달라.”
헤르미온느가 내 말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서 버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앗, 이런!”
론이 문 쪽을 쳐다보더니 가느다란 신음 소리를 냈다. 리타 스키터는 막 술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은 바나나 빛깔의 샛노란 옷을 입고 있었고 기다란 손톱에는 자극적인 분홍색을 칠했다. 배불뚝이 사진 기사가 리타 스키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마실 것을 산 리타 스키터는 사진 기사와 함께 사람들 틈을 헤치고 테이블 사이로 걸어왔다. 우리는 가까이 다가오는 리타 스키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지껄이고 있는 리타 스키터는 무슨 일인지 무척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우리와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꺼리는 표정이었지? 안 그래, 보조? 왜 그런다고 생각해? 어쨌거나 루도 베그만은 한 무리의 도깨비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도깨비들을 구경시키고 있다구?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루도 베그만은 항상 거짓말만 하고 다닌다니까. 무언가 짐작 가는 게 없어? 아무래도 좀 뒤를 캐 보는 게 좋을 것 같지 않아? ‘불명예스러운 전직 마법 게임과 운동부 부장’ 루도 베그만... 보조, 시작이 아주 멋지잖아? 이제 이 제목에 걸맞는 기사 거리만 찾아내면 되는 거야.”
“또 누구의 인생을 망치려고 하는 거죠?”
해리와 내가 리타 스키터를 향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스리 브룸스틱스에 있는 사람들 몇 명은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자, 보석이 박힌 안경을 쓰고 있던 리타 스키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리!! 이렇게 좋을 수가! 이리 와서 우리와 함께....”
리타 스키터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3미터나 되는 빗자루를 가지고 있어서 당신 곁에 가까이 갈 수가 없군요. 그런데 해그리드에게 왜 그런 짓을 했죠?”
해리가 날카롭게 쏘사붙였다.
“우리의 독자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어, 해리. 나는 다만 내 의무를 다한 거라구....”
리타 시키터가 아이 펜슬로 진하게 그린 눈썹을 치켜뜨면서 대답했다.
“해그리드가 거인 혼혈이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이죠?”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해그리드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요!”
그 순간 스리 브룸스틱스 전체가 일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로즈메르타 부인은 꿀술을 채우고 있던 잔이 넘쳐 흐르고 있다는 사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바 뒤에서 정신없이 바라보고 서 잇었다. 리타 스키터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거의 사라질 듯이 희미해졌다. 하지만 순식간에 리타 스키터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해리, 네가 해그리드에 관한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나와 잠깐 인터뷰를 하지 않겠니? 그 근육 덩어리의 남자에 대해서? 두 사람의 어울리지 않은 우정과 그 숨은 이유에 대해서 말이야? 그 남자를 네 양부라고 불렀었니?”
리타 스키터는 악어 가죽 핸드백을 탁 열더니 그 속에서 속기 깃펜을 꺼내 들었다.
“이 끔찍한 여자야! 당신은 신문 기사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을 하든 아무렇지도 않는 거야? 심지어 루도 베그만까지....”
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외쳤다.
“앉아라, 이 조그맣고 멍청한 계집애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마.”
리타 스키터는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나는 루도 베그만에 대해서 네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엄청난 사실을 알고 있어...”
“만약 당신이 내 손녀에 대해서 한 번 더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면 난 가만히 있지 않겠소, 리타 스키터.”
문이 열리고 들어온 할아버지가 노여움이 가득 띤 금안으로 리타 스키터를 노려보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마법부의 고위직 관료가?!
“우리 로라를 화나게 하지 마시오, 리타 스키터. 가자구나.”
“먼저 일어날게, 해리, 론, 헤르미온느.”
해리들에게 말하고는 나는 서둘러 걸어 나갔다. 스리 브룸스틱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할아버지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았다.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 할아버지?”
“내가 못 올 곳은 아니잖니.”
“그래도...”
“걱정이 되었단다. 네가 홍등가의 여자처럼 기사에 적혀 있어서 나는 리타 스키터를 고발하고 싶은 것을 참았단다.”
“풋, 고마워요, 할아버지. 전 그 마음만은 충분해요. 저를 생각하시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어떻게 그런 점은 루치아를 쏙 닮을 수가 있는 거니? 딸 녀석이 아버지가 아무리 집에 들어오라고 말해도 들어오지 않고.... 결국 화재로 허망하게 가다니 말이야.”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와 레나의 사이가 나쁘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피브렐 저택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겠지. 게다가 더 이상 마녀가 아닌 어머니는 마법사 세계로 두 번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그 제안을 언제나 거절했던 것이다.
“그럼 전 호그와트로 돌아가볼게요.”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는 호그와트로 향했다. 해그리드가 걱정돼서 날개가 달린 멧돼지가 양쪽에 세워져 있는 학교 정문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나와 똑같은 목적지로 달려가던 헤르미온느와 합류했다(론과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뒤를 허겁지겁 따라오고 있었다). 곧장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오두막집의 커튼은 여전히 굳게 드리워져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팽이 짖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문을 마구 두드리면서 고함을 질렀다.
“이제 그만해요, 해그리드! 안에 있다는 거 다 알아요! 비록 당신 엄마가 거인이라고 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요, 해그리드! 그 더러운 시키터가 당신에게 이러너 짓을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어요! 해그리드, 당장 나와요! 당신은 단지 이렇게...”
헤르미온느, 멋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소리치고 있었다. 오두막집의 문이 활짝 열렸다. 마구 소리를 지르던 헤르미온느는 갑자기 입을 딱 다물었다. 헤르미온느의 코 앞에 나타난 사람이 해그리드가 아니라, 알버스 덤블도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잘 있었니?”
덤블도어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
“우리는.... 저... 해그리드를 만나려고 찾아왔어요.”
헤르미온느가 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안으로 들어오지 그러니?”
덤블도어가 눈을 찡긋했다.
“아... 네... 그러죠.”
헤르미온느가 약간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팽이 해리에게 펄쩍 뛰어오르더니 미친 듯이 짖어대면서 귀를 햝으려고 난리였다. 해리는 팽을 피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해그리드는 커다란 머그잔 두 개가 놓여 있는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해그리드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고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이제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단정하게 빗으려고 노력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해그리드의 머리카락은 마치 지친 뒤엉킨 철사로 만든 가발처럼 보였다.
“안녕, 해그리드.”
해리가 먼저 인사를 했다.
“음.”
해그리드는 약간 고개를 들더니 잔뜩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차가 더 있어야 하겠군.”
오두막집의 문을 닫으면서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리고 지팡이를 꺼내서 한두 번 휘둘렀더니, 맛있는 케이크가 담긴 접시와 함께 빙빙 도는 차 쟁반이 허공에 나타났다. 덤블도어는 마법을 써서 쟁반을 테이블 위로 조용히 내려놓았다. 모두들 자리에 앉았다. 한참동안이나 침묵이 흘렀다. 티스푼으로 차를 젓고만 있는 나는 힐끗 거리면서 해그리드를 바라보았다.
“해그리드, 혹시 그레인저양이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나?”
마침내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살짝 붉어졋지만 덤블도어는 헤르미온느에게 미소를 던지고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문을 거의 부서 버리려고 했던 걸로 보아서 헤르미온느와 해리, 로라, 론은 아직도 자네와 알고 지내고 싶어하는 것 같군.”
“물론 우리는 여전히 아저씨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해리가 해그리드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젓고 있는 티스푼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차를 마셨다.
“다 잊어버려요. 스키터 그 여자가 함부로 지껄린... 죄송합니다, 교수님.”
해리는 덤블도어에게 재빨리 덧붙였다.
“해리, 나는 잠시 귀가 멀었기 때문에 네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전혀 모르겠구나.”
덤블도어가 엄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오두막집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 예.”
해리가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저... 해그리드, 도대체 어떻게 그런 여자가 쓴 신문 기사따위에 우리가 신경을 쓸 거라고 생각할 수가 있어요?”
검은 딱정벌레 같은 해그리드의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뚝뚝 흘러내리더니 마구 뒤엉킨 그의 수염 속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해그리드, 내가 지금까지 자네에게 했던 말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가 여기 있군. 학생 시절부터 자네를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학부모들이 내 앞으로 보내온 편지를 이미 보여주지 않았나? 그들은 단호하게 만약 내가 자네를 해고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알려 왔다네.”
덤블도어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전부는 아니잖아요. 전부 다 제가 학교에 남아 이씩를 원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해그리드가 쉰 목소리로 꺽꺽거렸다.
“해그리드, 만약 자네가 세상 사람들 모두의 총애를 받고 있는지 묻는 거라면, 물론 그건 아닐세. 그걸 원한다면, 안될 일이지만 자네는 평생토록 이 오두막집에 갇혀 지내야만 할 거야. 내가 처음 이 학교의 교장이 되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나는 거의 날마다 내 운영 방식에 대해 시시콜콜 불평을 늘어놓는 부엉이를 받았다네. 그때 내가 어떻게 했겠는가? 서재에 틀어박혀서 어느 누구하고도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가?”
“그건 무리에요. 모든 사람의 총애를 받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한 알이라고요.”
알버스 덤블도어는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해그리드를 엄격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가 입을 열었다.
“어떤 사람이든 누구에게 호감을 받고 어떤 사람에게는 미움을 받죠. 그러니까... 자신을 미워하는 상대에게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나요, 해그리드?”
“교장 선생님은... 로라는.... 거인 혼혈이 아니잖아요!”
해그리드는 다시 꺽꺽거리면서 말했다.
“전 거인 혼혈이 아니에요. 대신 전 사랑의 묘약에서 태어났어요. 해그리드, 제가 불쾌해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사랑의 묘약에서 태어난 비정상적인 아이 따위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대놓고 앞에서 들은 적도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좌절한지 아세요? 절대로 아니에요. 저는 당당하게 외칠 수 있어요,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의 묘약에서 태어났다고 말이죠. 고개 빳빳이 들어서 절대로 기죽지 않아요!”
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해그리드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쳤다.
“아주 좋은 지적이야. 내 동생 애니포스는 염소에게 부적절한 마법을 걸었다는 죄목으로 기소를 당했었다네. 온통 신문에 나고 난리였지. 하지만 애니포스는 멀리 도망쳤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어! 애니포스는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평상시처럼 자기가 맡은 일을 계속 진행했다네! 물론 애니포스가 글씨를 읽을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만약 그랬다면 그렇게 당당하게 굴지는 못했을지도 모르지....”
덤블도어가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를 가르쳐 주세요, 해그리드. 제발 돌아와요. 우리는 정말로 해그리드가 보고 싶어요.”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해그리드는 터지려고 하는 울음을 억지로 꿀꺽 삼켰다. 더욱 많은 눈물들이 해그리드의 뺨을 타고 흐르면서 마구 뒤엉킨 수염 속으로 줄줄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알버스 덤블도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자네의 사임을 거절하겠네, 해그리드. 월요일에는 다시 학교에 나오기를 기다해겠어.”
덤블도어는 해그리드를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침 8시 30분에서 연회장에서 만나도록 하세. 나와 함께 식사를 하도록 하지. 다른 변명은 하지 말게. 그럼 여러분 모두 안녕.”
덤블도어는 잠시 동안 멈추어 서서 팽의 귀를 긁어 주고는 곧 오두막집을 떠났다. 오두막집의 문이 닫히자, 해그리드는 쓰레기통 뚜껑만한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고 시작했다. 헤르미온느는 부드럽게 해그리드의 팔을 두드려 주었다.
“훌륭한 사람이야, 덤블도어는....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야.”
마침내 해그리드가 고개를 들었다. 해그리드의 눈은 온통 새빨갛게 충열되어 있었다.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그런데 이 케이크 한 조각만 먹어도 될까요, 해그리드?”
론이 해그리드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물론이지. 마음껏 먹어.”
해그리드는 손등으로 눈물을 쓱 닦았다.
“그래, 덤블도어의 말이.... 옳았어. 그래, 전부 다 맞아.... 나는 정말 멍청이야... 내가 이렇게 해동하는 걸 알면 우리 늙은 아버지도 부끄러워할 거야....”
또다시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러내리자, 해그리드는 더욱 세차게 눈물을 닦아 버렸다.
“너희들에게 우리 늙은 아버지의 사진을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지? 자, 여기...”
해그리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장으로 걸어가더니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해그리드의 납작한 검은 눈을 꼭 닮은 조그마한 몸집의 마법사 사진을 한 장 꺼내들었다. 그 마법사는 해그리드의 어깨 위에 앉아서 활짝 웃고 있었다. 근처에 서 있는 사과 나무로 미루어 보건대, 해그리드의 키는 거의 2~2.5미터 정도 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수염도 나지 않는 해그리드의 얼굴은 보소보송하고 포동포동하고 앳되기만 했다. 열한 살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호그와트에 막 들어갔을 때 찍은 거야.”
해그리드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좋아했었지... 내가 마법사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셨거든. 어머니 때문에 말이야.... 물론 나는 절대로 마법을 잘 하지 못했어.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학교에서 쫓겨나는 것을 보지 못하셨어. 내가 2학년 때, 아버지는 그만 돌아가셨거든....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나를 유일하게 보살펴 주었던 사람은 오직 덤블도어 뿐이었어. 나를 위해 사냥터지기 일을 구해 주시고... 덤블도어는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지. 기회를 한 번 더 주시고... 덤블도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바로 그런 거야. 덤블도어는 재능만 있으면 누구든지 호그와트에 받아들이려고 했어. 가족이 어떤 혈통이든지 간에 사람만 괜찮다고 인정되면... 맞아, 참으로 덤블도어는 존경받을 만한 분이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항상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지..... ‘그래, 나는 나다,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지 못하고 자신이 마치 그저 몸집이 큰 혈통인 척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 늙은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지.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마라. 물론 너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런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자들이야.’ 아버지 말씀이 옳았어. 나는 멍청했어. 나는 더 이상 그녀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을 거야. 약속하겠어. 몸집이 크다니.... 이제 그녀를 그냥 몸집이 큰 사람으로 내버려두겠어.”
실연의 상처였나? 해그리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의식하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해리, 너 그거 아니?”
해그리드가 눈을 반짝이면서 아버지 사진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네 모습은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았어. 엄마 아빠는 다 돌아가시곤 너는 너 자신이 호그와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기억 나니? 정말로 여기 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햇잖아... 하지만 지금은 봐, 해리! 학교 챔피언이 되었잖아! 물론 로라도 챔피언이지만.”
“괜찮아요. 해리만 끼어도.”
나는 해그리드에게 말했다. 해그리드는 한참 동안이나 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아주 심각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아니, 해리? 나는 네가 이기는 걸 보고 싶어. 정말이야.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도록 해.... 그래, 이기기 위해 반드시 순수 혈통일 필요는 없다는 걸 말이야. 너 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둬. 마법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기꺼이 학교에 받아들이는 덤블도어가 옳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도록 해. 그래, 네 황금알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니, 해리?”
“그건 아주 잘 되었어요.”
해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정말이에요.”
그 말을 듣자 잔뜩 일그러지고 눈물 젖은 해그리드의 얼굴에 갑자기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역시 우리 해리야. 좋아. 그들에게 보여주도록 해, 해리.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란 말이야.”
저녁 늦게 우리는 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근데 로라 사랑의 묘약에서 태어난 것이 왜 불쾌하다는 거야?”
“사랑의 묘약에서 태어난 존재는 사랑을 알지 못하는 마음 한 구석의 어딘가 결여된 부분이 있거든. 인간 같지 않다는 거지. 알다시피 마법의 힘을 빌려서 사람의 마음을 얻었으니까. 그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가 정상일 리가 없잖아. 당연한 거야. 응, 당연해.”
쓸쓸하게 중얼거리는 로라의 시선은 슬퍼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로라는 아주 정상적이야.”
그 시선에 해리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굳이 정상이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이미 어딘가 한 군데는 망가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언제나 생각하거든. 이왕이면 머리 부분이 망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적어도 미쳐버리면 악몽 따위 잊어버릴 수 있을 텐데. 뿌리 깊이 내려버린 그 악몽은 아무리 지울 수가 없다. 금지된 숲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로라는 더 이상 해리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먼곳을 응시하고 있는 로라는 주위에 누가 있는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사랑의 묘약에서 태어난 아이가 사랑을 알아버렸으니까...”
그것이 어떤 재앙을 초래한다고 해도 나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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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수업 시간으로 들어가자 우리는 제일 맨 뒷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소환 마법의 반대인 추방 마법을 연습할 예정이었다. 교실 안에는 물건이 휭휭 날아다니다가 어떤 뜻밖의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플리트윅 교수는 모든 학생들에게 연습용으로 푹신푹신한 방석을 잔뜩 나누어 주었다. 혹시 목표물에 맞더라도 푹신푹신 방석이라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물론 플르트윅 교수의 생각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훌륭했다. 네빌의 조준이 번번이 빗나가서 방석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 예를 들면 플리트윅 교수님을 계속해서 교실 저편으로 날아가도록 만들었다. 이 수업은 몰래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모두들 너무나 재미있고 신이 나 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벌써 황금알의 실마리를 풀었다고 말했잖아!”
헤르미온느가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제발 목소리 좀 낮춰! 나는 그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뿐이야. 알겠어?”
“거짓말쟁이구나, 해리는.”
해리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아무튼 해리도 호수로 가서 소중한 것을 구해야 한다는 인어의 노래를 들었구나.
“잠시만 그 황금알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도록 하자. 알겠지?”
커다란 캐비닛 위에 떨어진 플리트윅 교수가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우리 옆을 붕 하고 지나가고 있을 때, 해리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스네이프와 무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어.”
해리는 거의 30분을 걸쳐 지난밤에 겪었던 모험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스네이프가 무디가 자신의 사무실을 뒤졌다고 말했단 말이야?”
론이 몹시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지팡이를 휙 휘둘러서 방석을 멀리 날려 보낸 론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허공으로 날아간 방석은 패르바티의 모자를 떨어뜨렸다.
“이런... 그렇다면 무디가 카르카로프뿐만 아니라 스네이프도 감시하고 있단 말이야?”
“글쎄.... 덤블도어가 무디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무디가 스네이프를 감시하고 있는 건 분명해.”
이렇게 말하면서 해리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결국 해리의 방석은 책상 위에 탕탕 튀면서 돌아다녔다.
“무디의 말에 따르면, 덤블도어가 스네이프를 이곳에 머무르르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단지 두 번째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일뿐이래...”
“뭐라구?”
갑자기 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론이 두 번째로 날려 보낸 방석은 빙빙 돌며 허공으올 솟구치더니,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에 가서 부딪힌 다음 플리트윅 교수의 책상 위로 쿵 하고 떨어졌다.
“해리... 어쩌면 무디는 스네이프가 불의 잔 속에 네 이름을 넣었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몰라!”
“아니야, 론!”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 방석은 교실을 가로질러 원래 목표 지점인 상자 안에 정확히 떨어졌다.
“너희가 전에도 스네이프가 해리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결국에는 해리의 목숨을 구해 준 거였잖아. 기억나?”
내가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방석 하나를 휙 날려 보냈다. 그 방석은 목표 지점인 상자 안에 떨어지면서 내 방석 위에 안착했다.
“나는 무디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신중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바보가 아니야. 덤블도어 교수님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주려고 하지 않았던 해그리드와 루핀 교수를 믿었고, 그의 판단이 옳았어. 그런데 왜 스네이프에 대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어?”
“이게 올바른 판단이야!”
세베루스는 여기에 있어야해. 덤블도어의 판단을 틀리지 않았어! 나는 그들과 반대되는 의견으로 전적으로 그를 두둔했다.
“하지만... 솔직히 스네이픈 약간....”
“사악해! 이것 봐. 그렇지 않으면 왜 어둠의 마법사 수색자들이 스네이프의 사무실을 뒤지고 다니겠어? 안 그래?”
론이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하지만 먼저 침입한 것은 크라우치였어. 무디는 크라우치를 감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그런데 크라우치씨는 왜 아픈 척하고 있는 거니? 그것 참 웃기는 일이야. 그렇지 않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밤중에도 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사람이 크리스마스 무도회에도 오지 못하다니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내 말에 뭔가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
“넌 윙키라고 하는 집요정 때문에 무조건 크라우치씨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론이 방석을 창문 밖으로 날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무조건 스네이프가 무슨 나쁜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겠지.”
헤르미온느는 이번에도 방석을 정확하게 상자 안으로 날려버렸다.
“지금이 스네이프의 두 번째 기회라면, 첫 번째 기회 때에는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고 싶어.”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놀랍게도 해리의 방석이 곧장 교실을 가로질러 날아가더니 헤르미온느의 방석 위에 정확히 내려앉았다. 해리의 말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호그와트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꼭 알려 달라는 시리우스의 당부 때문에 그날 밤, 해리는 갈색 부엉이 편에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는 크라우치가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침입한 이야기와 무디와 스네이프가 나누었던 대화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 다음에 우리는 당장 코앞에 들이닥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2월 24일에 어떻게 한 시간 동안 물 밑에서 숨을 쉬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방법을 구했지만 이것은 마지막 보루였다. 그리고 트리위저드 시합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여기서 해리가 탈락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해리가 간절히 이기길 바라는 해그리드에게는 미안하지만....’
론은 또다시 소환 마법으로 사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해리가 수중 호흡기에 대해서 설명하자, 론은 도대체 왜 가장 가까운 머글 마을에서 그것을 소환해서 쓰려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완전히 김을 빼놓았다. 우선 한 시간 내에 수중 호흡기 작동법을 제대로 터득할 수도 없는 뿐더러,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국제 마법사 비밀 법령을 어긴 혐의로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할 거라는 것이었다. 수중 호흡기가 호그와트까지 날아오는 동안 단 한 명의 머글 눈에도 뜨이지 않으리라는 기대는 지나친 희망사항이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네가 잠수함이나 뭐 그런 걸로 변신하는 거야. 우리가 인간 변신술을 이미 배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6학년이 때까지는 결코 그 마법을 배울 수 없을 거야. 만약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고 마법을 부리다가는 아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 나도 머리 위에 잠망경이 솟아있는 꼴로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아. 무디 앞에서 누군가를 공격하면 어떨까/ 혹시 무디가 나를 변신시킬지도 모르잖아...”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무디는 네가 원하는 대로 변신시켜 주지는 않을 거야. 아무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너희가 직접 마법을 쓰는 것뿐이야.”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머지않아 먼지가 잔뜩 쌓여 있는 책더미 사이에 파묻혔다. 산소가 없더라도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주문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 그리고 주말 내내 도서관을 뒤졌지만, 심지어 나와 해리는 맥고나걸 교수에게서 제한 구역의 책을 살펴볼 수 있는 허가서까지 받아내고 성난 독수리같이 무시무시한 도서고나 사서 핀스 부인-나를 대할 때는 상냥했다-에게 도움까지 청했지만, 한 시간 동안 물 속에서 지내며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주문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시간은 점점 흘러가기 시작했다.
시합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월요일 아침 식사 시간에 시리우스에게 보냈던 갈색 부엉이가 다시 돌아왔다. 해리는 재빨리 양피지를 풀어서 펼쳐 보았다.
부엉이 편에 다음 호그스미드로 가는 주말의 날짜를 적어 보내라.
시리우스가 지금껏 보낸 편지 중에서 가장 짤막한 편지였다. 해리는 혹시나 다른 내용이 있을까 싶어서 양피지를 뒤집어 보았지만 깨끗한 백지였다.
“다음 다음 주말이야. 여기, 내 깃펜을 써. 그리고 지금 당장 이 부엉이를 돌려보내.”
해리의 어깨 너머로 편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해리는 시리우스의 편지 뒷장에 황급히 날짜를 Tsm 다음 갈색 부엉이의 다리에 편지를 동여맸다. 그리고 다시 하늘로 날려보냈다.
“호그스미드로 가는 주말의 날짜를 왜 알려고 하는 걸까?”
론이 물었다.
“몰라.”
해리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가자...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간이야.”
해그리드가 폭탄 스크루트 사건을 만회하려고 하는 건지 혹은 스크루트가 겨우 두 마리 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만큼 자기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해그리가 다시 수업을 맡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유니콘 수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괴물뿐만 아니라 유니콘에 대해서도 대단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유니콘이 치명적인 어금니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해그리드가 몹지 실망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오늘 해그리드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두 마리의 유니콘의 새끼를 잡아가지고 왔다. 다 자란 유니콘과는 달리 유니콘 새끼들은 순수한 황금색이었다.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유니콘의 새끼를 보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팬시조차도 좋아하는 기색을 숨기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큰 놈들보다는 찾기가 더 쉽지. 유니콘 새끼들은 약 두 살 정도가 되면 은빛으로 변하기 시작해. 그리고 네 살 정도부터 뿔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거야. 완전히 다 자란 일곱 살이 될 때까지는 완전히 순백색을 띠지 않아. 유니콘은 나이가 어릴수록 사람들을 더 잘 믿고 따른단다... 그러니까 남자 아이들이라도 괜찮아. 자, 조금 가까이 다가와라. 원한다면 살짝 만져도 좋아... 이 설탕 덩어리를 좀 주렴.”
해그리드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설명했다.
“너희 괜찮니?”
해그리드가 약간 옆으로 비켜주면서 말했다. 학생들은 두 말의 유니콘 새끼 쥐위에 모여 있었다.
“네.”
“괜찮아요.”
“약간 초조하지?”
해그리드가 부드러운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네, 조금요.”
해리는 약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해리, 로라.”
갑자기 해그리드가 거대한 손을 들더니 해리의 어깨를 탁 쳤다. 그 바람에 해리의 무릎이 꺽일 뻔했다.
“너희가 용과 맞서 싸우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사실 무척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너희가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너희는 잘할 거야. 황금알의 실마리는 풀었지? 그렇지?”
“풀었어요.”
해리가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내가 대답했다.
“너희가 이길 거야.”
해그리드가 큰 소리로 말하면서 해리의 어깨를 다시 툭툭 쳤다.
“난 알고 있어. 느낄 수 있다구. 해리, 로라, 너희가 이길 거야.”
해그르드의 얼굴에 떠오른 그 자신만만하고 행복한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해그리드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해리. 그리고 억지로 유니콘 새끼에게 관심이 있는 척 하면서 앞으로 나가, 다른 학생들 틈에 섞여서 유니콘을 어루만졌다.
두 번째 시험을 치르는 전날 저녁이 되자, 우리는 밖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가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도서관에 처박혀서 주문을 찾아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뒤졌다. 책상 위에는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서로의 모습을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될 것 같지가 않아.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말이야. 제일 그럴듯한 마법은 연못이나 웅덩이의 물을 말리는 가뭄 마법인데, 저 호수를 다 말려 버릴 만큼 엄청난 마법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맞은편에 앉아 있는 론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뭔가가 분명히 있을 거야. 풀 수 없는 시험 문제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헤르미온느가 촛불을 좀더 가까이 끌어당기면서 중얼거렸다. 《잊혀진 옛 마법과 마술》이라는 글시가 초촘하게 박힌 책에 코를 바싹 들이대고 열심히 읽고 있는 헤르미온느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문제를 냈잖아. 해리, 로라. 내일 그냥 호수로 내려가서 물 속에 머리를 처박고 인어들에게 훔쳐간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당ㄴ장 내놓으라고 고함을 지르도록 해. 그래서 인어들이 뭘 던지는지 지켜보자구.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야.”
론이 우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인어는 호스 저 바닥에서 살고 있는데, 잘도 들리겠다.”
론의 말에 내가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틀림없이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틀림없이 있어야만 해!”
헤르미온느는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 헤르미온느는 도서관에 쓸만한 정보가 없다는 사실을,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도서관이 헤르미온느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나는 시리우스처럼 애니마구스가 되는 방법을 배워야만 돼.”
고개를 푹 숙인 채 《유쾌한 속임수 마법》을 읽고 있던 해리가 입을 열었다. 애니마구스란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사를 의미했다.
“하지만 애니마구스가 수중 생물이 아니면 의미가 없잖아.”
“그래, 그렇게 되면 필요할 때마다 금붕어로 변신할 수 있겠다!”
론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찬성했다.
“혹은 개구리로 말이야.”
해리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네가 애니마구스가 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려야 할 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는 등록도 해야 돼.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잖아, 기억나지? 그렇게 되면 너는 마법 오 남용 관리과에 네가 변신한 동물과 특징을 등록해야 하는 거야. 그걸 남용할 수 없도록 말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 《불가사의한 마법의 딜레마와 해결책》의 색인을 검토하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 난 그저 농담을 한 것뿌닝야. 내일 이참까지 개구리로 변신할 수 없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어.”
해리가 지친 듯이 말했다.
“아, 이 책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세상에 코털이 꼬불꼬불하게 자라나도록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담?”
헤르미온느는 짜증나는 듯이 《불가사의한 마법의 딜레마와 해결책》을 탁 덮었다.
“난 괜찮은 것 같은데? 화제 거리는 될 거 아냐, 안 그래?”
갑자기 프레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고개를 번적 들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도서관의 책장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형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론이 깜짝 놀란 눈으로 프레드와 조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너희들을 찾고 잇었어. 맥고나걸 교수님이 너희 두 사람을 보고 싶어해. 너하고 헤르미온느 말이야.”
조지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왜?”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랐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약간 화가 난 것 같더라.”
프레드가 머리를 갸우뚱거리면서 덧붙였다.
“우리는 너희들을 교수님 방으로 데리고 가야 돼.”
조지가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하면서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와 해리를 바라보았다.
“어서 가 봐.”
내가 다 읽은 책을 쌓아 올린 책 더미 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괴짜 마법사를 위한 정신 나간 마법》을 펼쳐보았다.
“나중에 휴게실에서 만나. 가능한 한 책을 많이 가져오도록 해. 알았지?”
헤르미온느가 론과 함께 일어서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모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았어.”
해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8시가 되자 핀스 부인은 전등을 다 끄고 우리를 도서관 밖으로 몰아냈다. 최대한 많은 책들을 잔뜩 짊어지고 비틀거리면서 휴게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책상 하나를 구석으로 밀어가서 계속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크룩생크가 내 무릎 위로 기어로므더니 갸르릉거리면서 몸을 둥글게 말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핀도르 휴게실에 있던 학생들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학생들은 해그리드처럼 유쾌하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나와 해리에게 다음날 시험을 잘 보라고 행운을 빌어 주었다. 해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10시부터 12시까지 해리와 나와 크룩생크만 휴게실에 남아 있었다. 더 이상뒤져 볼 책도 없었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는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났어. 나는 할 수 없어. 아침이 되면 호수로 내려가서 심판들에게 말해야만 해....”
“이거 줄게.”
“뭔데?
아가미풀이 반 정도 담긴 약병을 그에게 내밀었다.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아가미풀이야.”
해리는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분노에 찬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네가 이 시합을 포기해줬으면 좋겠어. 근데 너는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지? 앞으로 어떤 미래가 있다고 해도 말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그것은 말할 수가 없어. 미안해.”
해리에게 말하고는 크룩생크를 안아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리, 나는 너에게 소중한 친구 맞지?”
“뭘 당연한 것을 물어?”
“가끔은 당연한 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서 말이지. 어서 자, 내일 늦잠 잔다.”
나는 해리에게 말하고는 여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크룩생크, 오늘은 나랑 자자. 헤르미온느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크룩생크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갸르릉 거렸다.
다음날 일어나서는 크룩생크를 헤르미온느의 침대에 두고는 제대로 아가미풀을 챙겨들었는지 확인을 하고는 휴게실로 내려갔다. 해리가 없다는 것에 나는 빠르게 남자 기숙사로 올라가서는 방으로 들어가서는 그를 깨웠다.
“일어나!”
“5분만....”
“오늘이 시험 당일이야!!!”
내가 그의 귓가에 크게 외쳤다. 해리를 데리고는 아침을 먹기 위해서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실 것으로만 배를 때우고 나자 첫 번째 시험처럼 맥고나걸 교수가 우리를 데리고 챔피언들이 있는 쪽으로 합류했다. 관중석들이 이번에는 맞은편 둑 위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심판들은 호수 가장자리에 설치되어 있는 황금 휘장이 둘러진 테이블 앞에 앉아있었다(크라우치를 대신해서 퍼시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챔피언들은 그 옆에 서 있었다.
“추워서 들어가기 싫다.”
베그만은 챔피언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3미터 간격을 두고 호숫가에 세워 놓았다. 호수를 바라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준비운동을 했다. 일단 물에 들어가니까 그 정도는 기본적으로 해야겠지.
베그만은 해리와 짧은 담소를 나누고는 그의 어깨를 한 번 굳게 쥐더니 심판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월드컵 때 그랬던 것처럼 지팡이 끝을 목에 갖다대더니 ‘소노루스!’라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루도 베그만의 목소리가 검은 호수를 가로질러서 멀리 관중석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자, 우리의 챔피언들이 모두 두 번째 시험을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호루라기를 불면 곧바로 시험이 시작될 것입니다. 챔피언들은 정확히 한 시간 안에 잃어버린 것을 찾아와야만 합니다. 지금부터 셋을 세겠습니다. 하나... 둘... 셋!”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차갑고 고용한 허공을 울려 퍼졌다. 관중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치면서 열광했다. 마개를 열어서는 바로 문어 다리처럼 불쾌하게 끈끈했으며 늘겅늘겅 미끄러운 아가미풀을 입 속에 집어넣었다. 제대로 씹지도 않는 것을 알아차리자 바로 삼켜버렸다. 핀을 벗고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어서 올려버렸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는 호수 속으로 들어가고는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 속에 들어가니까 망토를 입고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니까(빅터처럼 수영복 차림으로 들어가면 춥잖아). 앞으로 걸어갈 때마다 차가운 물이 서서히 수면 높이를 올라갔다. 허리까지 물이 오자 아가미풀의 반응이 왔다. 입과 코가 꽉 막혀지는 기분이 든 다음에 바로 양쪽 목에서 살이 찢어지는 듯한-아가미가 생기는- 통증을 느꼈다. 손가락 사이에는 물갈퀴가 생겨나자 바로 잠수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처음 들이마시는 순간, 생명의 숨결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더 이상 차갑지 않는 호수의 물을 들이마시자, 부드럽게 아가미를 통과한 물이 머리로 산소를 보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갈퀴가 생긴 손과 발을 이용해서 물살을 가르면서 호수 밑으로 깊게 헤엄쳐 들어가기 시작했다.
낯설고 어둡고 뿌연 호수 밑바닥으로 가자 구불거리며 뒤엉킨 검은 물풀 숲과 둥글고 희마하게 빛나는 돌이 깔린 넓은 진흙 벌판이 펼쳐졌다. 작은 물고기들이 은빛 화살처럼 순식간에 곁을 휙 스치고 지나갔다. 초록색 물풀의 숲으로 들어가자 물풀 사이로 뿔이 달린 자그마한 물귀신, 그라인딜로우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기다란 손가락으로 나를 잡으려고 하자 빠르게 헤엄쳐서 그들의 손아귀에서 달아났다.
“윽!”
다리의 통증이 느껴지자 작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입 밖에 나온 것은 커다란 거품뿐이었다. 다리가 아팠지만 신경 쓸 수가 없었다. 한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것을 영원히 못 되찾을 수도 있다. 나는 두 번 다시는 그런 경험은 하고 싶지 않다.
“한 시간 당신은 찾아야만 해요. 그리고 우리가 가져가는 것을 되찾아야만 해요. 당신의 시간은 벌써 절반이나 지났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지체하지 말아요. 당신이 찾는 것이 여기에서 죽어 버리지 않도록....”
물풀 숲을 빠져나가자 인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발장구를 치면서 헤엄쳤다.
희뿌연 물 속에 커다란 바위가 불쑥 솟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위 위에는 인어 그림이 그러져 있었다. 그 바위를 지나서 계속 헤엄치자 울퉁불퉁한 돌로 만든 동굴집들이 아련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바닷말이 얼룩얼룩 동굴집들을 뒤덮고 있었다. 어두운 창문 여기저기에서 인어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인어의 피부는 회색이었으며 길고 짙은 초록색의 머리카락은 마구 풀어헤쳐져 있었다. 인어의 눈과 엉성한 이빨은 모두 누런색이었다. 그리고 목에는 조약돌로 만든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헤엄을 치면서 지나가는 나를 힐끗힐끗 곁눈질하면서 쳐다보았다. 인어들 중 몇 명은 나를 자세히 보기 위해 은빛 고리로 물살을 가르며 동굴집에서 헤엄쳐 나왔다. 그 인어들은 손에 날카로운 창이 들고 있었다. 수많은 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마을 앞 광장처럼 보이는 장소에 한 무리의 인어들이 모여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 중앙에서는 인어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면서 시합에 참가한 챔피언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인어 합창단 뒤에는 거친 조각상 같은 것이 우뚝 솟아올라 있었는데, 그것은 커다란 바위를 잘라서 만든 거대한 인어상이었다. 그 인어 석상의 꼬리에는 다섯 사람이 묶여 있었다.
론, 헤르미온느, 초 챙, 가브리엘 델라쿠르 그리고 마리안느.... 다섯 사람은 모두 깊이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머리는 어깨 위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으며 입에서는 작은 물방울이 계속해서 보글보글 흘러나왔다. 해리는 이미 도착해서는 날카로운 돌로 론을 묶어놓은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자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야.”
인어들이 경고하듯이 론의 밧줄을 잘라버리고 헤르미온느의 밧줄을 자르려는 해리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길을 잃었어!”
케드릭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뒤로 몸을 돌렸다. 거대한 공기 방울이 케드릭의 머리 주위를 감싸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그의 얼굴은 아주 이상할 정도로 넓적하고 길게 보였다.
“플뢰르와 크룸도 지금 오고 있어!”
케드릭은 호주머니에서 주머니칼을 꺼내서 초 챙을 풀어주고는 그녀를 끌어안고는 곧장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케드릭과 초 챙의 모습은 이내 사라졌다. 나와 해리는 다른 챔피언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인어들이 시끄럽게 깍깍거리기 시작했다. 해리를 붙잡고 있던 인어들도 손을 풀고 뒤를 돌아보았다. 상어 머리를 한 수영복 차림의 빅터가 물살을 가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상어인간은 곧장 헤르미온느를 향해 다가가더니 이빨로 그녀를 묶은 밧줄을 갉아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빅터의 상어 이빨은 돌고래보다 작은 것을 물어뜯는 데는 서툴다는 거다. 내가 해리의 손에 있는 날카로운 돌조각을 빼앗듯이 가져가서는 빅터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는 그에게 들고 있는 날카로운 돌조각을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빅터는 열심히 헤르미온느의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곧 밧줄이 끊어지자 빅터는 헤르미온느의 허리를 끌어안고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황급히 수면 위로 올라갔다. 나는 마리안느에게 가서는 그녀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차가운 그녀의 피부에 지팡이를 꺼내들고는 바로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데리고는 헤엄칠 준비를 할 때 지팡이를 가브리엘 쪽을 겨냥했다. 미래의 숙모에게, 정확히는 피브렐 가문의 후계자에게 빚을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팡이를 흔들자 바로 가브리엘을 붙잡고 있는 밧줄이 끊어졌다. 지팡이를 집어넣고는 망설이지 않고는 나는 해리와 론과 가브리엘을 두고는 안색이 창백한 마리안느를 데리고 수면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에 아가미풀 효력이 떨어졌다. 물갈퀴가 달리지 않는 손과 발을 열심히 움직여서, 물이 입으로 쏟아져 들어와 폐를 가득 채웠지만 상관하지 않고 수면 위로 계속 헤엄쳤다. 머리가 호수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콜록!!”
물 밖으로 나왔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바로 기침을 해서 폐에 든 물을 기침과 함께 토해냈다.
“마리안느!! 야!! 마리!”
아직도 정신을 잃어놓은 마리안느의 모습에 그녀의 팔을 어깨 위에 걸치고는 그녀를 데리고는 헤엄쳐서는 호숫가를 나왔다. 그리고는 안심해서 인지 다리의 통증이 다시 느껴지고 비틀거리면서 엎어져버렸다.
“컥!!”
그게 큰 효과가 있었다. 마리안느는 눈을 뜨고는 엄청난 물을 토해내는 모습에 추운 것도 잊고는 그녀의 등을 두들겨주었다.
“괜찮아, 마리안느?”
“망할....”
작게 욕설을 중얼거리는 나를 끌어안았다. 내 품에서 마리안느는 약하게 기침을 하면서 눈물과 콧물을 쏟아냈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마리안느.”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무서워하는 물에 들어갔으니까 이 공포심을 내가 풀어줘야 했다.
“너희들도 어서 따뜻하게 해라!”
폼프리 부인이 케드릭, 초 챙, 헤르미온느, 빅터에게 두꺼운 담요를 덮어주고는 나와 마리안느를 향해서 소리쳤다.
“로라, 너 피가!!”
“괜찮아.”
마리안느는 그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나를 잔뜩 걱정했다. 마리안느의 부축을 받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적의 아픔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 순간 누군가 내 몸을 들어올렸다.
“위즐리!”
“프레드?”
“얌전히 있어.”
프레드가 나를 안아들고는 폼프리 부인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내려주었다. 곧 폼프리 부인은 나와 마리안느에게 두꺼운 담요를 덮어주셨다. 곧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오르는 약을 억지로 삼키게 했다. 그 순간 마리안느와 내 귀에서는 뜨거운 김이 새어 나왓다.
맥심 부인은 플뢰를 달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거의 이성을 잃다시피 한 플뢰르는 깨물고 할퀴고 하면서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가브리엘! 가브리엘!!”
해리와 론과 가브리엘과 그들을 둘러싼 인어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 있는 군중은 야단법석이었다. 군중은 일제히 고함을 치고 비명을 지르면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해리와 론이 플뢰르의 여동생을 데리고 심판들이 지켜보고 서 있는 호숫가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20여 명의 인어들이 마치 호위병처럼 그들을 둘러싼 채, 소름끼치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따라왔다. 덤블도어와 루도 베그만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이 헤엄을 치면서 다가오는 호숫가에 서 있었다. 하지만 퍼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호수안까지 첨벙거리면서 달려왔다.
“가브리엘! 가브리엘! 살아 있니? 다친 거 아니니?”
“동생은 괜찮아!”
론이 해리 대신해서 플뢰르에게 소리쳤다. 퍼시는 론을 붙잡더니 호숫가로 끌고 갔다(“저리 비켜, 퍼시! 난 괜찮아!” 론이 투덜거리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덤블도어와 베그만이 해리를 부축했다.
“그라인딜로우들이.... 나를 공격했어... 오! 가브리엘, 나는 네가.... 네가 그만...”
“가브리엘, 이제 괜찮아!”
맥심 부인의 손을 뿌리친 플뢰르는 여동생을 꽉 끌어안았다. 레오가 허둥지둥 거리면서 델라쿠르 자매에게 달려가서는 담요를 둘에게 덮어주었다.
"해리, 로라, 정말 잘했어! 마침내 해냈구나! 혼자 모든 걸 해결했어!"
헤르미온느가 감격한 듯이 소리쳤다. 해리에게 담요와 거품이 끓어오르는 약을 억지로 삼키게 한 폼프리 부인은 내 다리의 상처를 치료해주셨다.
"그래, 맞아. 내가 해냈어."
해리는 일부로 카르카로프의 귀에 들리도록 목청을 높이면서 말했다.
"네 머리에 딱정벌레가 붙었다. 헤르므-오운-니니."
빅터가 불쑥 끼어들었다. 빅터는 헤르미온느의 관심을 자기 쪽으로 돌리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호수 속에서 헤르미온느를 구출한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귀찮은 듯이 머리에 붙은 딱정벌레를 탁탁 털어버리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너희는 시간 제한을 어겼어. 우리를 찾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니?"
"아니야... 찾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덤블도어는 호숫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인어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인어는 특히나 사납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여자 인어였다. 덤블도어는 인어들이 물 밖에 있을 때 내는 것과 똑같은 날카롭고 소름끼치는 소음을 내고 있었다.
"자, 내 몸에 기대서 앉아있어, 로라."
프레드가 다리를 다친 나를 배려하면서 말했다. 조지는 내 발과 양말, 그리고 핀을 가지고 왔다.
"고마워, 조지."
양말이 넣어진 상태로 대충 신발을 구겨신었다. 그리고 핀을 소중하듯이 품었다. 마침내 몸을 일으킨 덤블도어는 동료 심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점수를 매기기 전에 먼저 잠깐 회의를 열어야겠습니다."
덤블도어의 요청에 따라 즉시 심판들은 회의에 들어갔다. 폼프리 부인은 퍼시의 손에서 론을 구해 내어 해리와 다른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더니, 론에게도 똑같이 두꺼운 담요와 페퍼럽 약을 주었다. 그런 다음에 폼프리 부인은 다시 플뢰르와 여동생을 데리고 왔다. 플뢰르는 얼굴과 팔 여기저기에 수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하지만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폼프리 부인이 상처를 닦아 주겠다고 하는 것도 거절했다.
"가브리엘이나 돌봐 주세용."
플뢰르는 이렇게 말하면서 해리를 돌아보았다.
"네가 내 동생을 구했엉."
플뢰르는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말했다.
"네 인질도 아니었는뎅 말이양."
"그래. 하지만.... 로라도 함께 도았어. 밧줄을 끊어주었거든."
해리가 말했다. 플뢰르는 허리를 숙이더니 해리의 양쪽 뺨에 두 번 입을 맞추었다. 붉어진 해리의 얼굴을 보자 나와 조지와 마리안느와 프레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너도.... 너도 도와줬엉."
"그래, 그래... 약간이지만..."
플뢰르는 다시 론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론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플뢰르를 바라보았다. 플뢰르는 다시 몸을 굽히더니 론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헤르미온느는 그 모습에 토라졌다.
"로랑."
"난 됐어. 여자에게 키스 당하는 것은 별로."
플뢰르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손을 들어서 거절했다.
"그럼 내가 대신 해줄게."
능글맞게 웃던 프레드가 내 양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에 나는 프레드만 쳐다보고 있었다.
"무, 무, 무슨 짓이야! 이 위즐리!"
마리안느가 프레드의 가슴팍에 기대고 있는 나를 끌어안고는 프레드를 노려보았다.
"로라는 말이지, 내가 고이고이 키운 여동생이야! 함부로 손 대지 마!"
"하?!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네 여동생은 헤르미온느잖아!"
둘이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려고 할 때 마법에 의해 커다랗게 증폭된 베그만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관중석에 있는 관중석에 있던 군중들까지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마침내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인어의 여왕인 머쿠스는 호수 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려 주었스빈다. 그러므로 우리는 챔피언 각자에게 다음과 같은 점수를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플뢰르 델라쿠르입니다. 플뢰르양은 거품 머리 마법을 멋지게 사용했지만 목표물을 향해 가는 도중에 그라인딜로우의 공격을 받고서 인질을 구해 내는 일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플뢰르 양에게 25점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관중들은 열렬히 박수를 쳤다.
"나는 0점을 받아양 했엉."
플뢰르가 눈부신 머리카락을 찰랑찰랑 흔들면서 목이 메어 말했다.
"다음은 케드릭 디고리입니다. 케드릭군또한 거품 마법을 사용해서 제일 먼저 인질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비록 한 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을 1분이나 넘겼지만 말입니다. 그러므로 케드릭군에게는 47점을 주겠습니다."
후플푸프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초챙이 황홀한 표정으로 케드릭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해리의 사랑은 가망이 없는 것 같네.
"빅터 크룸은 비록 불완전한 변신술을 사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인질을 데리고 두 번째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므로 크룸에게는 40점을 주겠습니다."
카르카로프는 아주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특별히 요란하게 박수를 쳤다.
"로라 에반스양과 해리 포터군은 아가미풀을 아주 훌륭하게 사용했습니다. 에반스양과 포터군은 제한 시간인 한 시간을 훨씬 더 초과했습니다. 하지만 인어 여왕은 우리에게 포터군이 제일 먼저 인질들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고 에반스양이 두 번째로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포터군과 에반스양이 늦게 돌아왔던 이유는 자신의 인줄뿐만 아니라 다른 인질들이 모두 안전하게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동시에 짜증과 동정심이 절반씩 섞인 표정으로 나와 해리를 바라보았다.
"심판들 대부분이 이런 행동이야말로 만점을 받고도 남을 만한 도덕적이고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에반스양은 43점, 포터군의 점수는 45점 입니다."
해리와 케드릭이 동점을 이루게 된 것이다. 깜짝 놀란 론과 헤르미온느는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해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다른 관중들과 함께 열렬하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잘했어, 해리!"
나는 마리안느의 품에서 나와서는 해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해리, 잘했어!"
론이 환호성보다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결국 너는 바보짓을 한 게 아니었어! 너는 도덕성을 보여준 거야!"
플뢰르도 열심히 박수를 쳤다. 하지만 빅터는 별로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빅터는 헤르미온느에게 다시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녀는 해리와 함게 기뻐하느라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틈이 없었다. 마리안느가 빅터를 위로해주었다.
"세 번째 마지막 시험은 6월 24일 저녁에 치러질 것입니다."
베그만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말했다.
"챔피언들은 정확히 한 달 전에 어떤 시험이 치러질 것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열심히 챔피언들을 응원하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폼프리 부인은 챔피언과 인질들을 빨리 성으로 데려가서 마른 옷으로 갈아입히려고 황급히 서둘렀다. 프레드는 아제 상처가 치료되었는데 나를 업겠다고 고집을 부렷다. 그 모습에 조지는 웃음을 터트리기 직전이었고 나는 그의 등에 업혀서는 새빨개진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어서 숨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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