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되자, 학교 주변에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춥고 음산하고 축축한 날씨가 찾아왔다. 자줏빛이 감도는 회색 구름이 성 위에 낮게 드리웠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싸늘한 비로 인해서 잔디밭은 온통 미끈거리는 진흙탕으로 변했다. 결국 정규 수업 시간을 피해서 토용일 아침으로 예정되었던 6학년 학생들의 첫 번째 순간이동 강의는 운동장 대신에 대연회장에서 열리게 되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함께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론은 라벤더와 함께 내려왔다), 그곳에 있던 테이블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빗줄기가 쉴 새 없이 높은 유리창을 때리고, 머리 위에서는 마법이 걸려 있는 천장이 음침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은 각 기숙사의 사감 선생님인 맥고나걸 교수, 스네이프 교수, 플리트윅 교수 그리고 스프라우트 교수 앞에 모였다. 그리고 왜소한 마법사 한 명이 더 있었는데, 아마도 순간이동 강사라고 짐작했다. 투명한 속눈썹과 성긴 머리카락, 그리고 왠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 버릴 것처럼 허약한 인상의 그 사람은 이상하게도 전혀 생기가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학생들이 모두 도착하고 각 기숙사의 사감 선생님들이 조용히 하라고 외치자, 마법부에서 나온 마법사가 인사를 했다.
“내 이름은 윌키 트와이크로스입니다. 앞으로 12주 동안 여러분의 순간이동 지도 강사로 근무할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부디 여러분이 순간이동 시험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포이, 입 다물고 잘 들어라!”
맥고나걸 교수가 큰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리자, 말포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화가 난 표정으로 로우와 크레이브 곁에서 떨어졌다.
“... 그때쯤이면 많은 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트와이크로스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여러분도 알고 있겠지만, 원래 호그와트에서는 순간이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께서 여러분이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한 시간 동안 대연회장에 한해서만 마법의 장벽을 해제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연회장 밖에서는 순간이동을 할 수 없으니 괜히 어리석은 시도는 하지 마십시오. 이제 여러분 모두, 각자 자기 앞에 1.5미터 정도의 공간을 두고 서 보도록 하세요.”
학생들이 옆으로 흩어지면서 서로 몸을 부딪치거나 저리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기숙사 사감 선생님들은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줄을 정리하고 자리다툼을 막기도 했다.
“해리, 너 어디 가니?”
내가 재빨리 물었지만 해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학생들 사이를 재빨리 헤집고 나갔다. 또 말포이를 감시하러 가는 것인가. 쓸데없는 짓을 하기는.... 괜히 불쌍한 애 괴롭히지 말라고. 지금 다른 고민으로 머리가 엄청나게 아플 텐데...
각 기숙사 사감 네 명이 동시에 “조용히!”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다시 연회장 안은 조용해졌다.
“고맙습니다.”
트와이크로스가 말했다.
“자, 이제 그러면....”
그가 지팡이를 흔들자마자, 나무로 만든 구식 고리가 모든 학생들 앞에 하나씩 나타났다.
“순간이동을 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은 3D입니다!”
트와이크로스가 말했다.
“목적지(destination), 의지(determination), 신중함(deliberation)! 1단계. 모든 생각을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집중합니다. 지금 목적지는 여러분 앞에 놓여 잇는 고리 안입니다. 이제 그 목적지에 정신을 집중해 보세요.”
모두들 다른 학생들이 고리 안을 쳐다보았다.
“2단계. 머리 속에 그린 그 장소로 가는 데 모든 의지를 모으도록 하세요. 반드시 그곳으로 들어가겠다는 간절한 욕망을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퍼져 나가게 하세요. 3단계. 이제 내가 지시를 내리면... 그 자리에서 돌면서 허공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끼며 신중하게 움직이도록 하세요! 자, 이제 나의 지시에 따라서... 하나!”
이렇게 빨리 순간이동을 하라는 지시를 받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깜짝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둘! 셋!”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대연회장 전체가 갑자기 비틀거리는 학생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네빌은 뒤로 벌렁 나자빠졌고, 발레를 하듯이 발끝으로 빙빙 돌다가 고리 안으로 훌쩍 뛰어든 어니 맥밀란은 순간적으로 혼자 짜릿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자기를 보고 박장대소하고 있는 딘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트와이크로스는 애초부터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고리를 다시 똑바로 놓고 각자 원래 자리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두 번째 시도 역시 첫 번째와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네 번째 시도를 할 때까지는 아무런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고통에 찬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고, 모든 학생들은 겁에 질려 일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후플푸프의 수잔 본즈가 고리 안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는데, 그녀의 왼쪽 다리는 여전히 1.5미터쯤 떨어진 처음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각 기숙사 사감들이 황급히 그녀에게 모여들었고, 펑하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흐느껴 울고 있는 수잔의 모습이 나타났다. 다리를 되찾긴 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몹시 겁에 질려 있었다.
“완전히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트와이크로스는 아무 일또 아니라는 듯이 덤덤하게 설명했다.
“신체의 일부가 분리되거나 이탈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계속해서 목적지에 집정하고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움직여야만 합니다.”
사뿐사뿐 앞으로 걸어 나온 트와이크로스는 두 팔을 쫙 뻗은 채 우아하게 빙그르르 돌더니 망토 자락을 펄럭이며 사라졌다가 대연회장 제일 뒤쪽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3D를 꼭 기억하고서 다시 한 번 해보세요. 하나, 둘, 셋!”
트와이크로스가 말했다.
한 시간이 다 지난 뒤에도 수잔의 몸이 분리되었던 흥미진진한 사건 이외에는 더 이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 시간동안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모두들 다음 토요일에 봅시다. 목적지, 의지, 신중함, 3D를 잊지 마세요.”
트와이크로스는 목 주위의 망토 옷깃을 단단히 여미면서 말했다. 그 말과 더물어 그는 지팡이를 흔들어 고리를 사라지게 한 다음,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연회장 밖으로 나갔다. 그 즉시 학생들도 현관 복도를 향해 걸어가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로라, 넌 어땠어?”
“전혀-.”
“...나는 마지막 시도를 할 때 뭔가 느껴지는 것 같았어. 발바닥이 욱신거리는 것 같더라니까.”
옆에서 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운동화가 너무 작은가 보다, 로~오옹 로~오옹.”
헤르미온느가 빈정거리며 웃었다. 아아.... 화해할 수 있는 길이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이야.
속이 좋지 않자, 헤르미온느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이번에는 제대로 여자 화장실로 들어왔다. 몸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2월이 지나고 3월이 가까워 오고 있었지만, 비에다 바람까지 불기 시작한 것만 제외하면 날씨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결국 다음번 호그스미드 방문이 취소되었다는 공고문이 모든 기숙사 휴게실 게시판에 나붙자, 모두들 분개했다. 특히 론은 억울해서 펄펄 뛰었다.
“그날은 내 생일이란 말이야!”
론이 투덜거렸다.
“내가 그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데!”
“하지만 별로 놀랄 만한 일도 아니잖아. 케이티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
케이티는 아직도 성 뭉고 병원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예언자일보>는 호그와트 학생들의 친척들 대여섯 명을 포함한 실종자 소식을 계속해서 싣고 있었다. 레이첼 부인과 대모는 잘 도망치고 있는 것 일까나?
“이제 내가 기대할 거라곤 그 한심한 순간이동 강의뿐이구나! 대단한 생일 선물이로군...”
론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세 번째 강의쯤 되자 몇몇 학생들의 경우 그나마 신체 분리 정도는 해낼 수 있게 되었지만, 순간이동은 여전히 학생들에게 너무 어려운 과제였다.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학생들은 윌키 트와이크로스와 그가 주장하는 3D에 대해서 극도의 반발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갖가지 별명을 만들어 냈는데....
**
론은 자신의 생일날, 사랑의 묘약(로밀다 베인이 준 해리의 초콜릿)을 먹고 해독제를 먹고 나서... 독이 타져있는 꿀술을 먹고 결국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고요한 병동 안에 저녁이 찾아오자, 창문에는 커튼이 드리워지고 등불이 밝혀졌다. 병실 안에 누워 있는 사람은 론 한 명뿐이었고, 해리와 헤르미온느, 지니가 그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하루종일 이중문 밖에 서서, 누군가 병실 안을 드나들 때마다 안을 기웃거리면서 면회 시간을 기다렸다. 폼프리 부인은 8시가 되어서야 겨우 그들의 입실을 허락했다. 그리고 프레드와 조지, 로라가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프레드와 로라의 사이는 싸늘한 감정만이 흐르고 있었다.
“결국 론에게는 썩 즐거운 생일이 아니었단 말이지?”
프레드가 말했다. 그러다가 로라와 시선이 얽히자 먼저 얼굴을 돌려버린 프레드. 로라 역시 프레드 쪽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었다.
“이런 식으로 선물을 건네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
조지가 씁쓸하게 말하며 침대 옆의 캐비닛 위에 포장된 커다란 선물을 내려놓고 지니 옆에 앉았다.
“그러게... 우리가 선물 주는 장면을 상상했을 때, 상상 속의 론은 멀쩡했어.”
프레드가 말했다.
“우리는 론을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호그스미드에서 기다렸는데...”
조지가 말을 이었다.
“호그스미드에 있었다고?”
지니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사실은 종코의 장난감 가게를 인수할까 생각 중이거든.”
프레드가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호그스미드 지점을 내려고 말이야. 하지만 주말 방문이 계속 금지돼서 너희들이 우리 물건을 사지 못하게 된다면 전혀 장사가 안 될 거야.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의자를 끌어다가 해리 옆에 앉은 프레드는 론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확하게 어떻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좀 말해 봐, 해리.”
해리는 이미 덤블도어와 맥고나걸 교수, 폼프리 부인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지니에게 골백번도 넘게 했던 이야기를 또다시 들려주었다.
“그래서 내가 론의 목구멍으로 위석을 집어넣으니까 그의 숨소리가 조금 편해졌어. 그리고 나서 슬러그혼 교수님은 도움을 청하러 달려갔고, 맥고나걸 교수님과 폼프리 부인이 와서 론을 이리로 데리고 왔어. 그분들 말슴이 론은 괜찮다고 했어. 폼프리 부인 말로는 일주일 정도 여기에 있으면서 계속 루타 수액을 복용해야 한 대.”
“세상에, 네가 위석을 생각해 낸 게 천만다행이었구나.”
조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위석이 그 방에 있었던 게 다행이었지.”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겨우 들릴락 말락 하게 콧소리를 냈다. 오늘따라 그녀는 온종일 이상할 정도로 말이 없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병동 밖에 서 있는 해리에게 쫓아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 이후로는, 론이 독약을 마시게 된 경위에 대해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해리와 지니 옆에서 문병이 허락될 대까지 겁먹은 표정으로 입을 꽉 다문 채 서서 통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 아빠도 아셔?”
프레드가 지니에게 물었다.
“벌써 보고 가셨어. 한 시간 전에 도착하셨는데, 지금은 덤블도어 교수님 방에 계셔. 금방 돌아오실 거야.”
잠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모두들 잠결에 뭐라고 중얼거리는 론을 지켜보았다.
“그럼 그 술에 독약이 들어 있었던 거니?”
로라가 조용히 물었다.
“맞아.”
해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슬러그혼 교수님이 술을 따랐어.”
“혹시 네가 안 보이는 사이에 론의 잔에다 뭔가 슬쩍 탄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슬러그혼 교수님이 왜 론을 독살하려고 하겠어?”
“그야 모르지.”
프레드가 인상을 썼다.
“혹시 실수로 잔이 바뀐 건 아닐까? 그러니까 널 주려던 잔과 말이야.”
“슬러그혼 교수님이 왜 해리를 독살하려고 하겠어?”
지니가 물었다.
“나도 몰라.”
프레드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해리를 독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을 거 같은데, 안 그래? ‘선택받은 자’, 그거면 이유는 충분하잖아?”
“그럼 슬러그혼 교수님이 죽음을 먹는 자란 말이야?”
지니가 따져 물었다.
“아니라는 보장도 없지.”
프레드가 우울하게 말했다.
“슬러그혼 교수님이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렸었는지도 몰라.”
조지가 추측했다.
“아니면 전혀 몰랐을 수도 있지.”
지니가 반박했다.
“술병 안에 독약이 들어 있었을 수도 있어. 바로 슬러그혼 교수님을 노린 거라면 말이지.‘
“도대체 누가 슬러그혼 교수님을 죽이려고 한단 말이야?”
“덤블도어 교수님은 볼드모트가 슬러그혼 교수님을 그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셔.”
해리가 말했다.
“그래서 슬러그혼 교수님은 호그와트에 오기 전 1년 동안 숨어 지냈어. 그러니까... 어쩌면 볼드모트는 슬러그혼 교수님을 제거하고 싶어 할지도 몰라. 슬러그혼 교수님이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하지만 슬러그혼 교수님은 그 술을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 계획이었다고 말했다며?”
내가 해리의 말을 상기시켰다.
“그러니까 그 암살자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노렸던 것일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 암살자는 슬러그혼 교수님을 잘 몰랐던 거야.”
헤르미온느가 마치 지독한 감기라도 걸린 것 같은 목소리로 몇 시간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슬러그혼 교수님을 아는 사람이었다면 그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절대 내놓지 않을 사람이란 사실을 알았을 테니까.”
“에르.... 미.... 느...”
갑자기 누워있던 론이 신음 소리를 내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걱정스럽게 그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론은 뭔가 알아 들을 수 없는 말ㅇ르 중얼거리더니 금방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때 병실 문이 왈칵 열리는 바람에 모두들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머리에 빗방울이 맺힌 해그리드가 한 손에 석궁을 든 채 비버 가죽 외투 자락을 펄럭이며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가 지나온 마룻바닥에는 돌고래만 한 진흙 발자국들이 찍혀 있었다.
“온종일 숲에 있었어!”
해그리드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라고그가 더 나빠졌거든. 녀석에게 책을 읽어 줬지. 저녁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다가 이제야 스프라우트 교수님께 론 이야기를 들었지 뭐야! 론은 어때?‘
“심각하진 않아요.”
해리가 말했다.
“교수님들 말씀이 괜찮을 거래요.”
“한 번에 여섯 명 이상의 문병객은 안 돼요!”
폼프리 부인이 허둥지둥 자기 사무실에서 달려 나왔다. 폼프리 부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그만 가볼게요. 먼저 기숙사로 돌아갈게, 해리, 헤르미온느, 너희는 조금 더 곁에 있어줘.”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말을 한 로라가 병동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프레드가 뒤를 쫓았고 폼프리 부인은 지팡이로 해그리드의 진흙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서둘러 나갔다.
어서 빨리 자리를 피해야겠다. 빠른 걸음으로 걸음을 옮길 때, 나를 붙잡은 손길.
“뭐야.”
아까 전의 싸움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프레드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나운 어조가 튀어나갔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는 거야? 항상 내가 먼저 숙여 들어가야겠어?!”
“너에게 사과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 뭘 사과하라는 거야? 그리고 언제 네가 먼저 숙였다는 거야?!”
아까 전의 벌어진 일에 대해서 회상했다.
천문탑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혼자 끙끙거리는 편이 나에게 훨씬 더 안도가 되었다.- 저녁때쯤 밑으로 내려가자, 로우가 나를 찾고 있었는지 빠르게 나에게 달려왔다.
“드디어 찾았구나!”
“로우?”
“오늘 하루종일 안 보여서 급한 일이거든.”
급한 일이라는 소리에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이야기를 했다. 애드밀이 보내온 편지였기에 로우와 함께 상의하고 있었다. 애드밀이 로우도 같이 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함께 의논을 하고 있었다.
“아.”
의논을 하고 있을 때, 로우가 갑자기 의성어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내 얼굴에 손을 올려놓고는 볼을 매만졌다.
“속눈썹 볼에 붙었다.”
먼지를 털어내듯이 내 얼굴을 만지면서 장난꾸러기같은 얼굴로 말을 한 로우.
“야!!!”
그런 로우의 행동에 입을 열기도 전에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 소리. 그리고- 로우를 때리는 프레드. 프레드가 여기에 왜 있는 거라는 사고도 하기 전에 프레드의 폭력에 그대로 복도 바닥에 쓰러진 로우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로우?”
“아야....”
프레드의 주먹에 맞아서 입가에 찢어서 피가 난 로우의 얼굴에 나는 프레드를 노려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야말로 그녀석이랑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라니? 어감이 좀 이상하다, 프레드.”
나는 벌떡 일어나서는 프레드에게 말했다.
“꼭 내가 로우와 이상한 짓을 하다가 너에게 들킨 사람 같은 어조네.”
“틀려?”
“틀려.”
“그럼 방금 전에 본 것은 뭔데? 왜 너희 둘이-!!.”
“우리 둘이 뭐.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시력이 안 좋아진 것 아니야?”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문제로 지금 나는 프레드의 질투까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 정신에 프레드까지 신경쓸 수가 없단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이 똑바로 해!”
내가 입을 열다가 닫는 프레드의 행동에 외쳤다.
“됐다, 너랑 무슨 얘기를 하겠어.”
“프레드!”
면전 앞에서 큰 한숨을 내쉬는 프레드의 행동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럴 때 뒤에 있던 조지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둘 다 그만해. 지금은 론이 더 급해.”
“무슨 소리야?”
“론이 독약을 마셨대.”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조지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싸움은 멈추었고 병동으로 가는 길 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진짜 미안하다는 말 안할 거야?”
회상을 끝내고 눈 앞에 있는 프레드를 바라보았다.
“말했지, 너에게 사과할 행동을 안 했다고.”
“그냥 미안하다는 말 하나면 되잖아.”
“사과할 것이 없는데 왜 사과를 해야 하는 건데? 난 바람 따위 핀 적 없어.”
“그게 아니라! 그 녀석이랑 키스했잖아!”
“무슨 헛소리야!!!”
프레드의 외침에 내가 외쳤다. 내가 누구랑 키스했다는 거야? 로우는 그저 내 얼굴에 묻은 먼지를 떼어준 것 뿐인데! 눈깔이 삔 거 아니야?!
“그런 적 없어.”
“진짜?”
“응. 진짜 그런 적 없어.”
“그럼 내가 본 광경은 본데? 왜 그녀석이랑 붙어있던 건데- 설명해줘.”
“네가 알 것 아니야.”
로우랑 한 이야기는 프레드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내 말에 프레드의 얼굴은 굳어져버린다. 그의 그런 얼굴을 보자 조금은 돌려말할 것을 그랬나? 걱정이 되었다.
“로라, 나 네 남자친구 맞지?”
“....그래.”
“근데 왜 나에게 못 말한다는 거야?”
“....”
“나는 가끔 생각해. 나는 네 남자친구인데, 왜 나에게는 그렇게 비밀이 많은 거야? 너 진짜로 나 사랑하는 거 맞아?”
프레드의 어리석은 질문에 찬물이 머리에서 쏟아지는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냉기가 감돌았다.
“그렇네.... 의심할 정도면 이제 끝내는 것이 좋겠지.”
내가 말하자 프레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프레드도 동의하는 말로 중얼거리고는 나를 두고는 병동으로 향했다. 멀어져가는 발소리에 두 눈동자에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더니 결국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바보... 멍청이.... 바보 프레드... 멍청이 위즐리.... 너 같은 거, 너 같은 거... 정말로 싫어!!!”
복도에 울리도록 외치고는 쿵쿵거리면서 기숙사로 달려갔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뚱보 여인은 잠을 방해받은 것에 몹시 기분 나빠 하면서도 마지못해 입구를 열어주었다. 다행스럽게도 휴게실 안은 고요하고 텅 비어 있었다. 빠르게 독방으로 쓰고 있는 내 방으로 들어가서는 침대로 골인했다. 그 순간 주머니에서 나온 알이 보이자 그것을 끌어안고는 울음을 토해냈다.
다음날, 론이 독약을 마셨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퍼졌다. 하지만 케이티가 받은 공격만큼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사건 당시에 론이 마법약 교수의 방에 있었고, 즉시 해독제를 먹고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들 단순한 사고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대부분 다가오는 후플푸프와의 퀴디치 시합에 더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지난번 슬리데린과의 개막전 때 편파적인 해설을 하다가 톡톡히 대가를 치른 후플푸프 팀의 추격꾼 자카리아스 스미스를 보고 싶어했다. 론의 파수꾼 자리는 코맥 맥클라건이 대신하기로 했다.
“로라, 눈가가 붉어. 울었어?”
“어.”
“?!”
지니는 내가 당당하게 울었다고 말하자 귀신을 본 얼굴로 변했다. 그 얼굴은 대체 뭐냐고 한 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니까 프레드가 생각이 나서는 아침 식사를 대충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퀴디치에 큰 흥미는 사라져버렸다. 그리핀도르가 이기든 말든 뭔 상관이야. 나는 내 문제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프고... 앞으로 있을 전쟁에만 생각하기로 했다. 저주에 대한 책들을 읽는 것도 이제 그만두어야지.
“로라? 로라!!”
뒤에서 지니가 부르는 목소리는 당연히 무시해버렸다.
라벤더와 해리가 대화하는 것이 보이자 그쪽으로 걸어갔다. 라벤더는 해리에게 론의 기분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이봐, 어째서 네가 직접 론에게 물어보지 않는 거지?”
질문 공세에 시달린 해리가 물었다.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가 보러 갈 때면 론은 항상 자고 있는걸!”
라벤더가 속상한 듯이 투덜거렸다.
“그랬어?”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건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계속 론의 병실을 들락거린다니?”
라벤더가 별안간 물었다.
“응, 그런 것 같아. 두 사람은 친구잖아, 안 그래?”
“친구 좋아하시네. 웃기지 좀 마.”
라벤더가 코웃음을 쳤다.
“론이 나랑 사귀기 시작한 뒤로 걔는 몇 주 동안 론이랑 말도 안 했어! 하지만 이제 론에게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니까 어떻게든 화해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거라고.”
“넌 독살당할 뻔한 걸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하니?”
내가 기가 막혀서 말했다.
“그리고 네 망토가 어떻든 관계에 대해서는 해리에게 묻지 말고 론에게 직접 물어. 자고 있어도 그를 깨워서 물으라고. 가자, 해리. 저기 맥클라건이 온다.”
라벤더에게 내가 쏘아붙이고는 해리를 데리고는 지름길로 마법약 교실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너 이제 괜찮아?”
“괜찮아지겠지.”
해리의 질문에 내가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프레드랑 헤어졌거든.”
“로라....”
“괜찮아. 어차피 끝낼 사이였으니까.”
잠깐 동안 꿈을 꾼 거다. 해독할 수 없는 저주를 해독할 수 있다고 믿은 꿈을 꾼 것이다. 내 몸은 이제...
해리에게 괜찮다는 얼굴로 웃어보였고 슬러그혼 교수님이 들어오자 수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해리는 요즘 머리가 복잡하니까 내 걱정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론에게 갈 거야?”
“응. 해리, 넌?”
“난 연습이 있어서.”
“그래.”
수업이 끝나자 해리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 재빨리 기숙사로 달려갔다. 저 녀석도 고생이네. 맥클라건은 자기가 론보다는 팀을 위해서 몇 배 더 훌륭한 파수꾼이며, 해리 역시 규칙적으로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틀림없이 그쪽으로 생각을 바꿨을 거라는 의미의 말들을 끊임없이 흘리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을 일일이 비판하고 나서면서 해리에게 훈련 계획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병동으로 들어가자 론이 나를 반겨주었다.
“론, 라벤더가 찾아왔을 때 자고 있는 척 좀 그만해줄래?”
“어, 그래.”
론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더 이상 그 애랑 사귀고 싶지 않은 거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버려. 그게 너도 라벤더도 좋은 길이니까.”
론에게 충고를 했다.
“그래... 그런데 그게 말이지.... 그렇게 쉽지 않아...”
“그래. 이거 오늘 공부한 공책이야. 계속 여기에 있으면 심심하잖아?”
“아, 그건....”
잔뜩 받기 싫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론. 그런 론에게 나는 억지로 공책을 넘겨주었다. 그리고 읽으라고 준비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여자들의 마음 속 심리》라는 책도 함께 주었다. 그걸 읽고 좀 공부 좀 하라고.
후플푸프와 시합 당일, 나는 헤르미온느와 지니와 함께 내려갔다. 지니가 거의 끌다시피 나를 끌고 갔다.
“이해할 수가 없어. 프레드 오빠랑 헤어졌다고 내 얼굴을 일주일동안 피하는 게 말이 돼?”
“안 피했어.”
“거짓말 마!”
불타는 것 같은 머리칼과 똑같은 얼굴을 한-그 모습은 위즐리 부인이 화났을 때랑 매우 흡사했다- 지니의 모습에 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니가 탈의실로 가자 헤르미온느와 함께 관람석으로 걸어갔다.
“너, 진짜로 괜찮은 거야?”
“왜...”
더 이상 대꾸할 힘도 없는 나였기에 헤르미온느를 보면서 작게 질문을 던졌다.
“안색이 창백하잖아. 요즘 잘 자고 있니? 다크써클도 있는 것 같고...”
“아, 이건 프레드랑 헤어진 거랑은 다른 문제야.”
헤르미온느의 걱정에 내가 귀찮다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불만스럽게 된 그녀의 얼굴이었지만 내가 피곤하고 지친 얼굴을 하자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바람이 약간씩 불고 하늘에는 구름이 몇 점 떠 있어서 이따금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곤 했다. 후플푸프의 주장과 악수를 나눈 해리는 후치 부인이 호루라기를 불자 땅을 힘껏 박차고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 높이 공중으로 날아오른 다음, 스니치를 찾아서 경기장을 빙 돌았다.
“후플푸프의 스미스 선수가 퀘이플을 잡았습니다.”
꿈구는 듯한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루나? 중계석에 앉아 있는 루나 러브굿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번 경기 때에는 저 선수가 해설을 맡았었죠. 그리고 지니 위즐 리가 날아와서 그를 덮치기도 했습니다. 정황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고의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요. 스미스 선수는 그리핀도르 팀에 대해서 상당히 무례한 말들을 많이 했었지요. 지금 바로 그 팀과 경기를 하게 되었으니, 후회막급일 겁니다. 오, 스미스 선수가 퀘이플을 빼앗겼습니다. 지니 선수가 빼앗았군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아주 멋진 선수죠...”
루나의 옆에는 맥고나걸 교수가 이 해설자 선정 문제에 대해서 분명 이견이 있는 듯이, 약간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다.
“.... 하지만 방금 덩치 큰 후플푸프의 선수가 지니로부터 퀘이플을 빼앗았습니다. 이 선수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바이블 뭐엿던 것 같은데... 아니, 버긴스인가?”
“캐드월러더야!”
맥고나걸 교수가 루나 옆에서 소리를 빽 지르자, 관중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잠시 후에 캐드월러더가 득점을 했다. 맥클라건은 지니에게 퀘이플을 빼앗겼다고 악을 쓰며 화를 내다가, 그만 커다란 붉은 공이 그의 오른쪽 귓가를 스치고 날아가는 것을 놓치고 말았다. 해리가 그에게 날아갔다.
"해리 포터가 자기 팀 파수꾼과 언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관중석에서 후플푸프와 슬리데린 학생들이 아유를 보내며 기뻐하고 있을 때, 루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태평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스니치를 찾는 데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쩌면 작전상의 속임수일지도 모르죠..."
해리는 맥클라건에게 화를 내고는 몸을 틀어서 다시 경기장 안을 빙 돌기 시작했다.
지니와 드멜자가 각각 득점을 하자, 그리핀도르의 응원단들이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잠시 후에 캐드월러더가 또다시 득점을 해서 동점이 되었지만, 루나는 그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득점 같은 세속적인 일에는 흥미가 없다는 듯, 관중들의 관심을 기묘하게 생긴 구름이라든가, 지금껏 1분 이상 퀘이플을 지키기 못하고 있는 자키리아스 스미스가 소위 '패배자의 병'이라고 하는 질병에 걸렸을 가능성 같은 것들 쪽으로만 계속 유도하려고 했다.
"70 대 40으로 후플푸프가 앞서 갑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루나의 확성기에 대고 소리쳤다.
"벌써 그렇게 됐나요?"
루나가 몽롱하게 대답했다.
"오, 보세요! 그리핀도르의 파수꾼이 몰이꾼의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맥클라건이 피크스의 방망이를 빼앗아 들고 다가오는 캐드월러더를 향해 블러저를 어떻게 쳐야 하는지 시험을 보여 준다며 자기만의 비법을 전수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해리가 그쪽으로 돌진한 순간, 맥클라건이 사나운 기세로 후려친 블러저가 빗나갔다.
"해리!!!!"
입가를 두손으로 막았다(그리핀도르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블러저에 맞은 해리가 빗자루 아래로 떨어졌다. 쿠트와 피크스가 해리를 붙잡지 못했더라면 더 심각하게 다쳤을 것이다. 피를 흘린 해리는 병동으로 가야했다.
두개골에 금이 가서 해리는 병동에 입원해야했다. 딱딱한 붕대가 둘러진 해리가 정신을 차린 것을 쪽빛 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을 때였다.
"정신이 들어?"
"입원을 환영해."
해리가 정신을 차리자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고 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지?"
"두대골에 금이 갔단다."
폼프리 부인이 서둘러 일어나서 그를 다시 베개 위로 눕히며 대답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즉시 고쳤으니까. 그래도 밤새 너를 지켜봐야겠다. 몇 시간동안은 절대 무리해서는 안 돼."
"여기서 밤을 지샐 수는 없어요."
해리가 화가 내며 다시 일어나 앉더니 이불을 젖혔다.
"맥클라건 녀석을 찾아서 죽여 버리겠어요."
"미안하지만 그것도 무리하는 일에 해당된단다."
폼프리 부인이 단호하게 그를 다시 침대에 눕히더니 위협적으로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포터, 내가 허락할 때까지 여기 누워 있어라. 그러지 않으면 교장 선생님을 부르겠다."
부인은 바쁘게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다. 해리는 씩씩거리며 베개에 머리를 파묻었다.
"우리가 몇 점 차이로 졌는지 아니?"
해리가 이를 악물며 우리에게 물었다.
"그럼 알고말고."
론이 미안한 듯이 말했다.
"최종 스코어가 320 대 60이었어."
"가관이군."
해리가 사납게 말했다.
"아주 가관이야! 맥클라건 녀석,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
"그 녀석을 네 손으로 잡을 수는 없을걸. 그 녀석은 덩치가 거의 트롤만 하잖아."
론이 지극히 이성적인 어조로 충고했다.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차라리 그 녀석에게 왕자의 책에 나온 그 발톱 저주 같은 걸 사용하라고 추천하고 싶어. 어쨌든 네가 여길 나가기 전에 다른 선수들이 벌써 그 녀석을 손봐 주었을 거야. 다들 썩 유쾌한 얼굴은 아니었거든..."
론의 목소리에는 고소해 죽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맥클라건이 싷바을 엉망진창을 망쳐 버린 것에 대해서 론이 내심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게 한눈에 보였다.
"여기까지 시합 중계하는 소리가 다 들렸거든."
론은 이제 웃음을 참지 못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루나가 해설을 맡았으면 좋겠어. '패배자의 병'이라니...."
해리가 웃을 기분이 아니라는 것에 알아차린 큭큭거리거던 론의 웃음도 진정되었다.
"네가 정신을 잃어버렸을 때, 지니가 찾아왔었어."
한참 후에 론이 말했다.
"지니의 말이 네가 시합 직전에야 겨우 도착했다던데, 왜 그런 거야? 여기서 꽤 일찍 나갔었잖아."
"어... 그게 말이지... 말포이 녀석이 여학생 두 명이랑 몰래 돌아다니는 걸 보았거든. 그 여학생들은 왠지 그 녀석이 다른 학생들과 같이 퀴디치 경기장에 내려오지 않는 게 벌써 두 번째야. 지난번 시합 때에도 빠졌었잖아, 기억나?"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차라리 그 녀석 뒤나 밟아 볼 걸 그랬어. 어차피 시합도 엉망진창으로 끝나고..."
"멍청한 소리 좀 작작해."
론이 날카롭게 비난했다.
"겨우 말포이 녀석의 뒤를 밟느라고 퀴디치 시합에서 빠진단 말이야? 넌 주장이라고!"
"하지만 난 그 녀석이 뭔 일을 꾸미는지 궁금해 죽겠단 말이야."
해리가 말했다.
"해리, 말포이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으리란 법도 없잖아. 너무 말포이에게 집착하는 거 아니야?"
내가 말했다.
"난 그 녀석을 꼭 붙잡고 싶단 말이야!"
해리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도대체 그 녀석은 지도에서 사라져서 어디로 가는 거지?"
"글쎄... 호그스미드?"
론이 하품을 하며 한마디 던졌다.
"그 녀석이 지도에 나타난 그 어떤 비밀 통로도 지나가는 걸 전혀 본 적이 없어. 게다가 지금은 그 통로들도 다 감시를 받고 있지 않을까?"
"글쎄, 난 잘 모르겠어."
론이 말했다. 폼프리 부인이 사무실에서 나와서는 이제 그만 통금 시간에 가까워졌다면서 나를 병동 밖으로 내보내버렸다. 어쩔 수 없이 기숙사로 올라가야했다.
"해리는 어떠니?"
휴게실에서 헤르미온느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신을 차렸어. 그리핀도르가 진 것에 대해서 엄청나게 분해하더라고...."
헤르미온느에게 말하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알이 캐비닛 위에 올라가 있었다. 내가 저기로 움직였던 것인가? 그 알을 검지로 툭툭 건들였다. 역시나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이상한 알을 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다시 돌려줄까나?
"하지만... 이것을 품고있으면 이상하게도 안정된 기분이야."
침대에 누워서는 알을 끌어안았다.
폼프리 부인의 간호 덕분에 완전히 건강을 되찾은 해리와 론은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곧바로 병동을 나왔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론이 다시 친해졌다. 헤르미온느는 함께 아침 식사를 먹으러 가는 도중에 지니와 딘이 싸웠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두 사람이 무 때문에 싸웠는데?"
해리가 물었다. 우리가 막 접어든 7층 복도에는 아주 키가 작은 여학생 한 명이 발레용 짧은 스커트를 입은 트롤들이 수놓아진 벽걸이 양탄자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여학생은 6학년 학생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겁에 질린 표정으로 들고 있는 묵직한 놋쇠 저울을 떨어뜨렸다.
"괜찮아!"
헤르미온느가 상냥하게 말하며 그 여학생을 도와주려고 얼른 앞으로 달려갔다. 그 여학생들을 바라보자 뒤에 잔영이 비추었다. 어라? 왠 고릴라가 보이는 거지? 왼쪽 눈을 손으로 눌렀다.
"자, 레파로."
헤르미온느는 부서진 저울을 지팡이 끝으로 툭 치면서 주문을 외웠다. 그 여학생은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도 없이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우리가 자기를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론이 힐끗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정말이지 요즘 애들은 어째 점점 더 작아지는 것 같아."
"그 여자애한텐 신경쓰지 마."
해리가 다소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지니와 딘은 왜 싸운 거야, 헤르미온느?"
"어... 맥클라건이 브러저로 널 맞히는 걸 보고 딘이 웃었대."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솔직히 꽤 웃겼을 거야."
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혀 웃기지 않았어!"
헤르미온느가 발끈 화를 냈다.
"아주 끔찍햇다고! 쿠트와 피크스가 해리를 붙잡지 못했더라면 아주 심각하게 다쳤을지도 몰라!"
"그랫구나. 하지만 그것 때문에 지니와 딘이 헤어질 필요는 전혀 없는데..."
"아직도 사귀고 있는데."
내가 해리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해리를 쳐다보았다. 바로 그때 "해리!"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해리는 내 시선을 피해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어... 안녕, 루나."
"널 만나러 병동에 갔었어."
루나가 가방 안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네가 벌서 나갔다고 하더라..."
루나는 초록색 양파처럼 보이는 것과 커다란 얼룩 독버섯 하나, 그리고 꼭 고양이 집 깔개처럼 보이는 것들을 한 무더기 꺼내어 론의 손 위에 올려놓더니, 마침내 더러워진 양피지 두루마리를 찾아서 해리에게 건네주었다.
"너한테 이걸 전해 주라고 하시더라."
그 작은 양피지는 덤블도어의 다음번 수업 초대장이었다.
"오늘 밤이야. 로라, 너랑 함께 오라고 적혀 있어."
해리는 양피지를 펼쳐 보더니 우리에게 즉시 말해주었다.
"지난번 시합 때 정말 해설 잘하더라!"
론이 루나에게 다시 초록색 양파와 독버섯 그리고 고양이 집깔개를 돌려주며 말했다. 루나는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 놀리는 거지, 그렇지? 다들 내가 형편없었다고 하던걸."
루나가 말했다.
"아니야, 정말이야!"
론이 진지하게 말했다.
"내 생에 그보다 더 재미있는 해설은 없었어! 그건 그렇고, 이건 뭐니?"
론이 양파처럼 보이는 것을 눈앞으로 들어 올리며 물었다.
"어, 그건 거디루트야."
루나가 고양이 집 깔개와 독버섯을 다시 가방 속에 쑤셔 넣으며 대답했다.
"갖고 싶으면 가져. 난 몇 개 더 있으니까. 그게 걸핑 플림피(얼룩덜룩한 반점이 있는 물고기의 한 종류)를 막는 데 아주 효과가 탁월하거든."
루나는 거디루트를 손에 쥔 채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론을 남겨 두고 가 버렸다.
"루나가 점점 마음에 든단 말이야."
다시 대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론이 말했다.
"걔가 약간 정신이 나간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참 쓸 만..."
갑자기 론이 입을 꾹 다물었다. 라벤더가 잡아먹을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리석 계단 밑에 서 있었다.
"안녕."
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가자."
해리가 나와 헤르미온느에게 귓속말을 하면서 얼른 그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라벤더의 목소리가 우리의 귀까지 똑똑히 들렸다.
"오늘 퇴원한다고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그리고 왜 쟤가 너랑 같이 있는 거지?"
30분쯤 후에 론은 약간 시무룩하고 짜증 난 표정으로 아침 식사 자리에 나타나더니 라벤더와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동안 말을 주고받는 걸 전혀 볼 수 없었다. 반면 헤르미온느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굴었지만 한두 번 그녀의 얼굴에 뜻 모를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하루 종일 헤르미온느는 유달리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그날 저녁에 휴게실에서 해리의 약초학 작문 숙제를 한번 봐주겠다고 선뜻 나서기까지 했다. 론이 해리의 숙제를 베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절대로 숙제를 도와주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버텨 왔었다.
"정말 고마워, 헤르미온느."
해리는 이렇게 말하며 멍하니 그녀의 등을 얼른 톡톡 두드리고는 시계를 보앗다. 벌써 8시가 가까웠다.
"그만 가 봐야겠어. 안 그러면 덤블도어 교수님가의 수업에 늦을 것 같아서...."
헤르미온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한심하다는 듯 말도 안 되는 문잔 몇 개에 X표를 쫙 치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로라에게 다가간 해리.
"로라, 가자."
"아... 벌써 시간이야?"
"그래.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로라와 해리는 함께 초상화 구멍을 빠져나와 교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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