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의 새 지팡이는 그가 사용하기에는 불편했기에 온전히 사용하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텐트에 어둠이 내려오고, 헤르미온느가 자기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고 론은 초조하게 그녀를 힐끔힐끔 올려다보다가 결국에는 배낭에서 나무로 된 조그만 라디오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켜더니 주파수를 맞추기 시작했다.
"사실대로 뉴스를 전해 주는 거라곤 이 프로그램 하나밖에 없어."
론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방송들은 죄다 그 사람 편이고, 마법부의 방침을 따르고 있어. 하지만 이건... 잠깐 기다렸다가 한번 들어 봐, 정말 끝내 준다니까. 비록 매일 밤 하는 방송을 하진 못하지만 말이야. 기습에 대비해서 장소를 계속 옮겨야 하거든. 그리고 주파수를 맞추려면 암호가 필요해.... 문제는, 내가 지난번 방송을 놓쳤다는 거야..."
그리고는 작은 소리로 아무 단어나 중얼거리며, 라디오 윗부분을 지팡이로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자꾸만 헤르미온느가 언제 터질지 폭발할지 몰라 두려워해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론이 거기에 없는 것처럼 굴뿐이었다. 10분가량 론은 라디오에서 탁탁 두드리며 암호를 중얼거렸고 해리는 블랙손 지팡이로 연습을 계속했다.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론은 즉시 두드리는 것을 멈추었다.
"성가시면 그만 할게."
론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그에게 대답을 해 주는 은혜를 베풀어 주지는 않았고 나와 해리에게 다가왔다.
"우리 얘기 좀 해."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책은 《알버스 덤블도어의 삶과 거짓말》이었다.
"뭔데?"
해리는 그 책을 바라보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난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씨를 만나러 가고 싶어."
"뭐?"
예상 밖의 헤르미온느의 말에 내가 놀라서 되물었다.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씨 말이야. 루나 아버지. 난 가서 그 사람이랑 얘기를 좀 해야겠어!"
"어... 왜?"
헤르미온느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말했다.
"이건 바로 그 상징이야.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에 있는 상징이라고. 이것 봐!"
헤르미온느가 책을 썩 내키지 않아 하는 해리의 눈앞에 펼쳐 보았다. 나는 해리의 옆으로 가서는 그 책을 응시했다. 가느다랗고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덤블도어의 글씨체가 보였고... 덤블도어가 그린델왈드에게 보낸 편지의 원본 사진을 보았다.
"이 서명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서명을 좀 봐!"
덤블도어가 알버스의 A자리에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에 있는 똑같은 삼각형 모양-피브렐 가문의 문양-을 조그맣게 그려 넣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 너희, 무슨...?"
론이 주저하며 말을 붙어 보려고 했지만, 헤르미온느는 눈총 한 번으로 단번에 그의 입을 막아 버렸다.
"그게 계속 등장하고 있어, 그렇지 않니?"
그녀가 말을 이었다.
"빅터가 그게 그린델왈드의 상징이라고 말했다는 걸 나도 알아. 하지만 이건 분명히 고드릭 골짜기의 그 오래된 묘에도 있었어. 그런데 비석에 적힌 날짜는 그린델왈드가 등장하기 훨씬 전이라고! 게다가 이제 이것까지! 물론 우린 그게 무얼 뜻하는지 덤블도어 교수님이나 그리델왈드에게 물어볼 수 없어. 그린델왈드가 과연 아직까지 살아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고. 하지만 러브굿씨에게는 물어볼 수 있어. 그는 결혼식 때 그 상징을 걸고 왔었잖아. 이건 중요한 일이야, 해리!"
해리는 당장 뭐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해리가 입을 열었다.
"헤르미온느, 또다시 고드릭 골짜기에서와 같은 일을 겪을 필요는 없잖아. 우리는 그곳으로 가자고 말했지. 그리고..."
"하지만 그 상징이 계속 나타나잖아, 해리! 덤블도어 교수님은 내게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를 남겨 주셨어. 그런데 우리가 그 상징에 대해 알아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또 그 문제로구나!"
해리가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에게 은밀한 증거들과 단서를 남겨 주셨다는 확신을 얻으려고 계속 애써 왔지..."
"딜루미네이터는 아주 유용한 것으로 판명됐어."
론이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난 헤르미온느의 말이 맞는 것 같아. 난 우리가 러브굿씨를 보러 가야 한다고 생각해."
"해리, 러브굿씨는 네 편이야. 저번에 우리가 엿들은 것을 기억하니? 《이러쿵저러쿵》은 줄곧 저를 지지해 왔다고 말이지. 계속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너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잖아. 러브굿씨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론이 말하자 내가 덧붙였다.
"난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확신해!"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중요한 거라면, 덤블도어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미리 말씀해 주셨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드니?"
"어쩌면... 어쩌면 그건 네가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맞아, 그거 일리 있네."
론이 알랑거렸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면박을 주었다.
"하지만 난 그래도 러브굿씨와 얘기를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건 덤블도어 교수님과 그린델왈드, 고드릭 골짜기를 이어주는 상징이잖아? 해리, 난 우리가 반드시 이것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 문제에 대해서 투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론이 제안했다.
"러브굿씨를 만나러 가는 데 찬성하는 사람...."
나와 헤르미온느의 손이 미처 올라가기도 전에, 론의 손이 먼저 번쩍 올라갔다. 헤르미온느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입술을 비쭉거리며 손을 들었다.
"네가 졌다, 해리. 미안하다."
론이 해리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단, 러브굿씨를 만난 다음에는 호크룩스를 좀 더 찾아보도록 하자, 알았지? 그나저나 러브굿 가족은 어디에 살지? 너희 중에 아는 사람 있어?"
"응. 루나네 집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아."
론이 대답했다.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엄마 아빠는 루나네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언덕 쪽을 가리키곤 했거든. 찾기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야."
"자, 그럼 결정되었으면 자자."
나와 헤르미온느는 각자의 침대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순간이동으로 산들바람이 부는 언덕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터리 성 캐치폴 마을의 빼어난 풍경을 바라보았다. 전망이 좋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마을이 마치 구름 사이를 비집고 대지를 향해 비스듬히 내리쬐는 햇빛에 감싸인 한 무리의 장난감 집들처럼 보였다.
"이렇게 가까이 와서 들르지도 않으니, 기분이 이상하네."
론이 말했다.
"참 내, 불과 얼마 전에 식구들을 만났으면서 꼭 오랫동안 만나지 않는 사람처럼 말하네. 넌 크리스마스 때 저기 있었잖아."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난 버로우에 있지 않았어!"
론이 너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대꾸했다.
"너는 내가 집으로 돌아가서 식구들 모두에게 내가 너희를 버리고 돌아왔다고 말했을 것 같니? 그랬으면 프레드와 조지가 잘도 나를 반겨 주었겠다. 그리고 지니, 그 애가 참으로 잘도 이해해 주었겠어."
"그러면 어디에 있었던 거야?"
헤르미온느가 놀라서 물었다.
"빌과 플뢰르의 신혼집에 있었어. 조개껍데기 오두막집이라고 하는 곳이야. 빌은 언제나 나한테 잘해 줬어. 물론 내가 한 일을 듣고 감동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왈가왈부하지도 않았어. 형은 내가 정말로 후회하고 있다는 걸 알았거든. 나머지 식구들은 아무도 내가 거기에 있었던 걸 모르고 있어. 빌은 엄마에게 자기랑 플뢰르는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지 않겠다고 했어. 너도 알다시피, 결혼하고 처음 맞는 명절이잖아. 플뢰르 역시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어. 그녀가 셀레스티나 와베크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너희도 알지?"
론은 버로우를 등지고 돌아섰다.
"신혼집으로 가다니.... 너도 참."
론의 뒷모습을 향해 내가 핀잔을 주었다. 달콤한 깨를 쏟아내고 있을(물론 시대는 암울하지만) 신혼집으로 가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론은 언덕 꼭대기로 앞장서서 걸어가며 말했다.
"이쪽으로 올라가 보자."
우리는 몇 시간을 걸어갔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고집에 못이겨 투명 망토로 몸을 숨겨야 했다. 그 낮은 언덕들에는 버려진 작은 오두막집 한 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너희 생각에 이게 그들의 집인 것 같니? 크리스마스라 어딜 간 걸까?"
헤르미온느가 유리창 너머로, 창틀에 제라늄 화분이 놓여 있는 깨끗한 부엌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론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봐, 난 네가 러브굿네 집을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면 누가 거기 사는지 딱 알아맞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만 다른 언덕으로 가 보자."
그리하여 우리는 북쪽으로 몇 킬로미터 순간이동을 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머리칼과 옷이 마구 날렸다. 그때 론이 소리쳤다.
"아하!"
론은 순간이동으로 도착한 언덕의 꼭대기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아주 이상하게 생긴 집 한 채가 하늘을 향해 곧장 솟아 있었다. 커다랗고 검은 원기둥이 오후의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었고, 그 뒤에는 희미한 달이 걸려 있었다.
"저건 루나의 집이 분명해. 저런 곳에 달리 누가 살겠어? 꼭 거대한 루크(rook, 체스에서 성 모양을 한 말)같군!"
"내 눈엔 전혀 새(rook, 까마귀라는 뜻도 있음)처럼 보이지 않는걸."
탑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며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난 체스의 루크를 말한 거야."
론이 대꾸했다.
"너한테는 성 모양 말이라고 해야 알아듣겠군."
다리가 가장 긴 론이 언덕 꼭대기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우리가 숨을 헐떡이면서 쿡쿡 쑤시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간신히 그를 따라잡았을 때, 론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고 있었다.
"러브굿네 집이야."
론이 말했다.
"이걸 봐."
손으로 직접 쓴 세 개의 표지판(첫째, <이러쿵저러쿵>의 편집자X. 러브굿. 둘째, 겨우살이를 꺾어가도 좋습니다. 셋째, 날아다니는 자두에 접근하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다)이 다 부서진 대문에 붙어 있었다.
대문을 밀자 끼익 소리가 났다. 현관문까지 이어진 꼬불꼬불한 오솔길은 루나가 이따금 귀걸이로 달고 다녔던 순무 모양의 주홍색 열매로 뒤덮인 덤불을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기묘한 식물들이 잔뜩 우겨져 있었다. 바람에 휘어진 오래된 야생 능금나무 두 그루가 현관문 양편에 보초처럼 서 있었는데, 비록 잎사귀는 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딸기만 한 붉은 열매가 달려 있었고, 하얀 구슬 같은 열매가 달린 겨우살이가 화관처럼 둘러져 있었다. 약간 납작하고 매 같은 머리를 한 조그만 부엉이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투명 망토를 벗는 게 좋겠어, 해리. 러브굿씨가 돕고 싶어 하는 건 바로 너지, 우리가 아니니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는 그 말대로 해서 구슬 백에 집어넣도록 망토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윽고 헤르미온느가 육중한 검은 문을 세 번 두드렸다. 문에는 장식 쇠못이 박혀 있었고 독수리 모양의 문 두드리는 고리쇠가 달려 있었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문이 활짝 열렸다. 제노필리우스가 러브굿이 지저분한 잠옷처럼 보이는 것을 입고 맨발로 서 있었다. 하얀 솜사탕 같은 그의 긴 머리는 더럽고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
"뭐야? 뭐냐고! 너희는 누구냐? 무슨 일이냐?"
제노필리우스가 처음에는 헤르미온느를, 그 다음에는 나를, 그 후에 론을 바라보며 격양된 목소리로 성마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마침내 시선이 해리에게 이르렀을 때, 그의 입이 우스꽝스럽게 딱 벌어지면서 완벽한 O자를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러브굿씨."
해리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전 해리입니다. 해리 포터."
제노필리우스의 두 눈이 해리의 이마 위에 난 흉터로 곧장 향했지만, 그는 해리의 손을 잡지 않았다.
"좀 들어가도 될까요?"
해리가 물었다.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 그게 현명한 일인지는 모르겠구나."
제노필리우스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러더니 침을 꿀꺽 삼키고 정원을 잽싸게 둘러보았다.
"이거 좀 놀라운 일이라... 내 말은... 나... 난 미안하지만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미적지근한 환영에 실망한 내가 말했다.
"난... 오오, 그래, 그러면 좋다. 들어오너라. 어서, 어서!"
제노필리우스는 우리가 문지방을 넘기가 무섭게 등 뒤에서 문을 쾅 닫았다.
방은 완벽한 원형을 이루고 있어서, 마치 거대한 후추 병 안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벽난로, 싱크대, 찬장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벽면에 꼭 맞도록 둥글게 휘어 있었고, 사방에는 꽃과 곤충, 새 등이 알록달록한 색깔로 그려져 있었다. 마루 한복판에는 세공한 철제 나선형 계단이 위층으로 이어져 있었다. 머리 위에서 달가닭거리는 소리와 쿵쾅거리는 소리가 엄청 시끄럽게 들려왔다.
"올라오게."
제노필리우스가 여전히 극히 불편한 표정으로 길은 안내했다. 위층은 거실과 작업실을 합쳐 놓은 곳으로 보였는데, 부엌보다도 훨씬 더 어수선했다. 이 방이 훨씬 더 작고 동그란 모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에 발 디딜 틈 없이 책들과 서류 더미가 첩첩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뭔지 알아볼 수 없는 정교하게 제작된 생물 모형들이 저마다 날개를 파닥거리거나 턱을 딱딱거리며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엄청난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것은 마법으로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가득 달린 나무로 된 물체였다. 그것은 작업대와 낡은 선반이 낳은 요상한 후예처럼 보였는데, 잠시 후에 그 물건이 <이러쿵저러쿵>을 잇달아 찍어 내고 있는 걸로 미루어 보아 구식 인쇄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잠깐 실례하겠네."
제노필리우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기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수북이 쌓인 책과 서류 더미 아래에서 더러운 식탁보를 잡아 뺐다. 그러자 그 위에 있던 것들이 모조리 바닥으로 널브러졌다. 그가 식탁보를 인쇄기 위에 덮어씌우자 시끄러운 철컥거림과 쿵쾅 소리가 다소 가라앉았다. 제노필리우스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왜 온 건가?"
하지만 해리가 말도 꺼내기 전에,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서 작게 비명을 질렀다.
"러브굿씨... 저게 뭐죠?"
그녀는 유니콘의 뿔과 비슷한, 회색의 거대한 나선형 뿔을 가리켰다. 그것은 방 안쪽으로 돌출된 채, 벽에 붙어 있었다.
"저건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의 뿔이라네."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아니에요!"
"헤르미온느. 지금은 그런 얘기 할 때가..."
"하지만 해리, 저건 에럼펀트 뿔이라고! B등급 거래 금지 품목인 데다, 집에 두기엔 너무 위험한 거란 말이야!"
"저게 에럼펀트 뿔이란 걸 네가 어떻게 알아?"
론이 안 그래도 시끄러운 방에 요란한 소음을 더하며 최대한 빨리 그 뿔에서 비켜서면서 물었다.
"《신비한 동물 사전》에 설명이 나와 있어! 러브굿씨, 당장 저걸 치워야 해요. 저건 아주 살작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할 수 있다는 걸 모르세요?"
에럼펀트. 두꺼운 회색 가죽과 커다란 덩치를 지닌 동물로, 코뿔소를 닮았다. 두꺼운 가죽은 거의 모든 마법과 저주를 막으며 코에 달려 있는 뿔은 날카로운 데다 폭발하는 액체가 담겨 있다. 뿔을 박아 넣음으로써 마치 주사기처럼 폭발하는 액체를 주사해 넣을 수 있다. 가죽과 뿔은 B급 등급 거래 금지 품목이다.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는 수줍음이 많은 고귀한 마법 생물이지. 그 뿔은...."
제노필리우스가 얼굴에 고집스러운 표정을 띠고는 또박또박 말했다.
"러브굿씨, 저 아래쪽 둘레에 흠이 패어 있단 말이에요. 저건 에럼펀트 뿔이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위험해요. 저걸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샀다."
제노필리우스가 독단적인 태도로 말했다.
"2주 전에, 고상한 스놀캑스에 대한 나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어느 유쾌한 젊은 마법사에게서 샀지. 루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이야. 자...."
해리쪽을 돌아보며, 그가 물었다.
"정확히 여기에 온 이유가 뭔가, 포터군?"
"저희는 도움이 필요해요."
해리가 헤르미온느가 다시 달려들기 전에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도움이라, 흠...."
그의 성한 쪽 눈이 다시 해리의 흉터를 향해 움직였다. 그는 겁에 질리면서도, 매혹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그게 말이지.... 해리 포터를 돕는다는 게... 좀 위험한 일이라서..."
"모든 사람들에게 해리 포터를 돕는 것이 그들의 첫 번째 의무라고 끊임없이 설파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아저씨 아닌가요? 아저씨의 잡지가 아니던가요?"
론이 따져 물었다. 제노필리우스는 식탁보 아래에서 여전히 쿵쾅대며 철컥거리고 있는 인쇄기를 돌아보았다.
"어... 그래. 나는 그러한 견해를 표명했지. 하지만..."
"그건 다름 사람들은 모두 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저씨가 몸소할 일은 아니라는 거군요?"
론이 비꼬았다. 제노필리우스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루나는 어디 있나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루나의 생각을 들어 보죠."
제노필리우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했다. 마침내 그는 인쇄기 소음에 묻혀 알아듣기 힘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는 지금 냇가에 내려가 있단다. 민물 플림피를 낚으러 갔지... 그.. 그 애도 너희를 보고 싶어 할 게다. 내가 그 애를 부르러 갔다 오마. 그리고 나서... 좋다, 내가 너를 도와주도록 애써 보지."
제노필리우스가 나선형 계단 아래로 사라졌고,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었다.
"겁쟁이 영감탱이 같으니. 루나가 열 배는 더 배짱이 있어."
론이 빈정댔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자기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되는 모양이야."
해리가 말했다.
"실은 나도 론이랑 동감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는 끔찍스러운 늙은 위선자야.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를 도와주라고 말하면서, 자기 자신은 슬슬 꽁무니를 빼려고 들잖아.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저 뿔에서 멀리 떨어져."
해리는 방 저쪽 편에 있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씨의 태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야."
소중한 이가 그들의 손에 죽음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눈동자였는걸. 제노필리우스는 아내를 잃었으니까 딸마저 잃고 싶지는 않겠지.
"이것 봐."
해리가 말했다. 해리가 가리킨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둥근 찬장 위에 서 있는 또 하나의 기묘한 물건이었다. 몹시 괴상하게 생긴 머리장식을 한, 아름답지만 엄격해 보이는 마녀의 돌 흉상이었다. 머리장식의 양옆으로 금빛 나팔형 보청기처럼 생긴 물체가 두 개가 튀어나와 있었다. 마녀의 정수리에 둘러진 가죽 머리띠에는 반짝이는 자그마한 파란 날개 한 쌍이 붙어 있었고, 이마에 둘러진 또 다른 띠에는 주홍색 순무 한 개가 붙어 있었다.
"끝내 주네."
론이 말했다.
"그가 결혼식 날 저걸 하지 않고 나타났다니 놀라운걸."
이윽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제노필리우스가 나선형 계단을 지나 방으로 돌아왔는데, 앙상한 다리에는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찻잔들과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찻주전자를 담긴 쟁반을 들고 있었다.
"아, 자네는 내가 애지중지하는 발명품을 발견했군."
그는 헤르미온느의 품에 쟁반을 떠밀다시피 안기고서, 동상 옆에 서 있는 해리에게 다가갔다.
"아름다운 로웨나 래번클로의 머리에 딱 맞게 만들었지. '헤어릴 수 없는 깊은 지혜는 인간의 가장 큰 보물이다!'"
그는 나팔형 보청기 같은 물체들을 가리켰다.
"이것들은 렉스퍼트 빨대라네. 생각하는 사람의 당면한 영역에서부터 온갖 잡념의 원인들을 제거해 주지. 여기 이건...."
그는 작은 날개들을 가리켰다.
"빌리위그(사파이어 색의 벌레로,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의 날개라네. 고양된 정신 상태를 불러일으켜 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주홍색 순무를 가리켰다.
"날아다니는 자두는 비범한 것을 수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거지."
설마 저것이 래번클로의 보관함을 묘사한 건가? 제노필리우스는 차 쟁반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돌아갔다. 헤르미온느는 용케도 그 쟁반을 어수선한 보조 탁자 위에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춰 올려놓았던 것이다.
"내가 자네들에게 거디루트 우려낸 차를 한 잔 대접해도 되겠나?"
제노필리우스가 물었다.
"우리 집에서 직접 만든 거라네."
그는 비트 뿌리 주스처럼 짙은 자주색 음료를 따르며 덧붙였다.
"루나는 바텀 다리 너머 저 밑에 있어. 너희가 왔다니까 아주 신이 났더구나.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그 애는 우리 모두가 먹을 수프를 만들기에도 충분할 만큼의 플림피를 거의 다 낚았더구나. 자리에 앉고 설탕도 넣게나."
그는 안락의자에 쓰러질 듯이 흔들거리는 서류 더미를 치우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은 다리를 꼬았다.
"자, 이제 어떻게 도와 드릴까, 포터군?"
"그러니까... 그건 빌과 플뢰르의 결혼식 때 목에 걸고 오셨던 그 상징에 대한 겁니다, 러브굿씨. 우리는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궁금합니다."
제노필리우스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자네 지금 죽음의 성물의 상징을 말하는 건가?"
"네. 그것에 대해서 듣고 싶어서요."
어리둥절한 해리와 헤르미온느 그리고 론을 대신해서 내가 말했다.
"죽음의 성물이라고요?"
해리가 물었다.
"그렇다네. 자네들은 한 번도 그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단 말인가?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군. 아주, 아주 극소수의 마법사만이 그걸 믿고 있으니까. 자네 형의 결혼식에 왔던 그 돌대가리 젊은 녀석이 그 증거지."
제노필리우스는 론을 향해 고개를 까닥했다.
"그 애송이는 내가 널리 알려진 어둠의 마법사의 상징을 자랑 삼아 달고 다닌다고 날 비난했었지! 그 무식함이라니. 이 성물은 어둠의 마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적어도 원래 의미에 있어서는 말이야. 다만 같은 믿음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믿음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그 상징을 사용하는 것뿐이지. 혹시 성물을 찾아 원정 중인 자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말이지."
제노필리우스는 거디루트 차가 각설탕 대여섯 개를 넣고 휘젓더니 꿀꺽 들이켰다.
"죄송한데요. 전혀 알아듣질 못하겟어요."
해리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걸 믿는 사람들은 죽음의 성물을 찾아다닌다는 말일세."
제노필리우스는 거디루트 차의 맛을 음미하는 듯 쩝쩝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죽음의 성물이라는 게 뭐죠?"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제노필리우스는 다 마신 잔을 옆으로 내려놓았다.
"포터군에게는 에반스양이라는 피브렐 가문의 후손인 혼혈 아가씨가 친구라고 들었는데?"
"로라 말인가요?"
"그녀라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녀가 <삼 형제 이야기>에 나오는 피브렐 가문의 후손이니까."
"뭐라고요? 무슨 이야기죠?"
해리가 물었다. 해리 혼자만 <삼 형제 이야기>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 굳이 묻지도 않는 얘기를 할 필요 없어서요. 게다가 피브렐 가문에 대해서 전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낼 입장이 아니라서요."
거디루트 차를 한 모금 마시고(코딱지 맛 강낭콩 젤리를 녹여 놓은 것처럼 역겹기 짝이 없었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해리의 말을 이어서 말했다. 제노필리우스가 놀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에반스양?"
"그런데요."
"머리색이..."
"그건 러브굿씨가 신경쓸 일이 아닙니다. 헤르미온느,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 책을 꺼내줄래?"
내가 말하자 헤르미온느는 구슬 백에서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를 꺼냈다.
"원본이로군?"
제노필리우스가 날카롭게 물었다.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그렇다면 아가씨가 이걸 큰 소리로 읽어 주지 않겠나? 우리 모두가 확실히 이해하는 데는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야."
"어... 좋아요."
헤르미온느는 조그맣게 헛기침을 하더니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옛날 옛적, 삼 형제가 해 질 녁에 으슥한 꾸부랑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항상 '한밤중'이라고 하셨는데."
몸을 쭉 뻗고 팔을 머리 뒤로 하여 깍지를 낀 채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론이 말참견을 했다. 헤르미온느는 짜증스런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미안, 난 그저 한밤중인 게 더 무시무시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론이 변명했다.
"그래, 참 잘했구나. 정말이지 지금 우리 생활에서 부족한 게 공포심이니까 말이야."
해리가 농담을 했다. 제노필리우스는 별로 귀담아듣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창문 밖으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계속해, 헤르미온느."
내가 말했다.
"'이윽고 형제들은 어느 강가에 도달했습니다. 강은 너무 깊어서 걸어서 건너갈 수 없었고, 너무 위험해서 헤엄쳐 갈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형제들은 마법을 배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가볍게 지팡이를 흔들자, 사나운 강물 위로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다리를 반쯤 건넜을 때, 두건을 쓴 어떤 이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죽음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미안해. 하지만 죽음이 말을 걸었다고?"
해리가 끼어들었다.
"이건 동화야, 해리!"
"그렇지. 미안해. 계속해."
"'죽음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죽음은 세 명의 새로운 희생자들이 용케 죽음을 면하게 된 것에 몹시 화가 났습니다. 여행자들은 대개 이 강에 빠져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죽음은 대단히 교활했습니다. 그는 세 형제의 마법을 칭찬하는 척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피해 갈 만큼 열리했으니, 그들 각자에게 상을 주겠노라고 말했습니다. 유달리 경쟁심이 강했던 첫째는 이 세상 어떤 지팡이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닌 지팡이를 달라고 했습니다. 어떤 결투에서도 항상 승리하는 지팡이, 죽음을 정복한 마법사에게 어울릴 만한 지팡이를 말입니다! 그리하여 죽음은 강둑에 서 있는 딱총나무로 다가가서 늘어진 가지를 꺾어 지팡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첫째에게 주었습니다. 한편 거만하기 짝이 없는 둘째는 죽음에게 더 큰 굴욕감을 안겨 줄 작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죽은 이들을 소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죽음은 강둑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서 둘째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돌은 죽은 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죽음은 막내인 셋째에게 그대는 뭘 원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막내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겸손하고 또한 지혜로웠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죽음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죽음에게 추적을 당하지 않고 그곳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뭔가를 달라고 했습니다. 죽음은 몹시 마지못해하면서, 자신의 투명 망토를 넘겨주었습니다.'"
"죽음이 투명 망토를 갖고 있었단 말이야?"
해리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래서 사람들 틈을 몰래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거야."
론이 얼른 말을 받았다.
"가끔 소맷자락을 펄럭이고 비명을 지르면서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게 지루해지면..."
"너희들!"
"미안, 로라, 헤르미온느."
"부탁인데, 끼어들지 마. 다시 시작해줘, 헤르미온느."
"'그런 다음 죽음은 옆으로 비켜서서 삼 형제가 길을 계속 가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들은 방금 겪은 이 놀라운 모험과 신기한 죽음의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길을 갔습니다. 머지않아 세 형제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헤어졌습니다. 첫째는 일주일 이상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먼 마을에 도착하자, 결투를 할 마법사를 찾았습니다. 딱총나무 지팡이를 지닌 그는 당연히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목숨을 잃고 마루에 쓰러진 적을 남겨 둔 채, 첫째는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자신이 죽음에게서 빼앗은 강력한 지팡이를 자랑하며, 천하무적이 되었노라고 떠들어 댔습니다. 바로 그날 밤에 또 다른 마법사가 술에 흠뻑 취해서 침대에 곯아떨어진 첫째에게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그 도둑은 지팡이를 훔친 다음, 첫째의 목을 깊숙이 베어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죽음은 첫째를 차지했습니다. 한편 둘째는 혼자 살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죽은 자를 다시 불러올 수 잇는 돌을 꺼내어 손안에서 세 번 돌렸습니다. 그러자 놀랍고 기쁘게도, 예전에 그가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때 이른 죽음을 맞았던 아가씨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슬퍼 보이고 차가웠으며, 베일로 가로막혀 있었습니다. 비록 산 자들의 세계로 돌아왔지만, 진정으로 이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었기에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마침내 둘째는 채울 수 없는 갈망에 미쳐서, 진정으로 그녀와 하나가 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죽음은 몇 해 동안이나 셋째를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나이를 많이 먹었을 때, 셋째는 비로소 투명 망토를 벗고 그것을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죽음과 함께 갔습니다. 그리하여 둘은 나란히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헤르미온느가 책을 덮었다. 제노필리우스는 조금 지나서야 그녀가 책을 다 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창문에서 시선을 떼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게 된 거지."
"뭐라고요?"
헤르미온느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것들이 바로 죽음의 성물이란 말이야."
제노필리우스가 설명했다. 그리고는 바로 옆에 있는, 물건이 잔뜩 쌓인 탁자에서 깃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들 사이에서 찢어진 양파지 조각을 잡아당겼다.
"딱총나무 지팡이."
그는 양피지 위에 직선 하나를 수직으로 그렸다.
"부활의 돌."
그는 그 선의 중간을 지나는 원을 그려 넣었다.
"투명 망토."
마지막으로 직선과 원을 에워싸는 삼각형을 그렸다. 그러자 헤르미온느의 호기심을 끌었던 상징이자 피브렐 가문의 문양이 완성되었다.
"이 모두를 합쳐서 죽음의 성물이라고 하지."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죽음의 성물'이란 말은 전혀 나오지 않는데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물론 안 나오지."
제노필리우스가 밉살스러울 정도로 점잔을 빼며 대답했다.
"이건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란다. 교훈을 주기보다는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지. 하지만 이 문제를 이해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 옛날 이야기가 바로 그 세 가지 물건, 즉 성물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걸 금방 알아차린다고. 그 세 가지 성물들이 합쳐지게되면 그 소유자는 죽음의 지배자가 될 수 있어."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제노필리우스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태양이 이미 낮게 기울어 있었다.
"루나가 어서 플림피를 넉넉히 잡아 와야 할 텐데."
그가 중얼거렸다.
"'죽음의 지배자'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론이 다시 말을 꺼냈다.
"지배자지."
제노필리우스가 가볍게 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정복자, 승리자. 뭐든 자네들 마음대로 부르게나."
"그렇다면..."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렸다.
"이 세 가지 물건이... 그러니까 성물이 진짜로 있다고 믿으세요?"
"진짜로 있어. 그 세 가지 물건은."
제노필리우스가 눈썹을 치켜 세우며 말하기 전에 내가 빠르게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걸 믿으실 수가...?"
"젊은 아가씨, 난 루나한테 자네 이야기를 전부 들었어."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아가씨는 바보는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답답할 만큼 꽉 막혔군. 편협하고 생각이 좁아."
"헤르미온느, 어쩌면 넌 저 머리장식을 한번 써 봐야겠는걸."
론이 우스꽝스런 머리장식을 향해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러브굿씨."
헤르미온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투명 망토 같은 물건이 있다는 건 우리도 다 알아요. 극히 드물지만, 있긴 있죠. 하지만...."
"아, 하지만 세 번째 성물은 진짜 투명 망토일세, 그레인저양! 그러니까 투영 마법이나 현혹 주문에 걸린 여행용 망토라든가, 데미가이즈(위험에 처했을 때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원숭이 혹은 오랑우탄을 닮은 초식동물)의 털로 짠 망토따위가 아니란 말이야. 그런 것들은 처으에는 몸을 숨겨 주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흐려져서 나중에는 불투명하게 변해 버리지. 하지만 우린 지금, 그걸 입으면 진짜 완전히 안 보이게 되는 그런 망토를 말하고 있단 말이야. 아무리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고 어떤 주문을 쏘더라도 결코 꿰뚫어 볼 수 없는 보호막을 제공하는 그런 망토 말일세. 자네는 그런 걸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나, 그레인저양?"
헤르미온느는 뭔가 대답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전보다 더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녀와 해리, 론은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제노필리우스가 방금 묘사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망토가 바로 그 순간 그 방에 우리와 함께 있었다.
"당연히."
제노필리우스는 마치 합리적인 주장으로 우리의 말문을 막아 버린 듯이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자네들은 아무도 그런 걸 본 적이 없겠지. 아마 그 망토의 소유자는 어마어마한 부자일 걸세, 왜 안 그렇겠나?"
그는 다시 창밖을 힐끗 내다보았다. 하늘은 이제 희미한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좋아요."
헤르미온느가 약간 당황해서 말했다.
"투명 망토는 존재한다고 치죠. 하지만 그 돌은요? 소위 부활의 돌이라고 부르는 그건요?"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그게 어떻게 실제로 있을 수 있죠?"
"그럼 없다는 걸 증명해 보게나."
헤르미온느가 발끈했다.
"하지만 그런 대답은... 죄송해요. 하지만 그런 대답은 정말이지 완전 엉터리예요! 제가 어떻게 그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겠어요? 저더러 세상의 모든 돌멩이를 가져다가 하나씩 실험이라도 해 보라는 건가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아무도 그게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없다는 게 유일한 믿음의 근거일 때, 어떤 것이든 존재한다는 주장할 수 있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래, 그렇지."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자네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가는 걸 보니 흐뭇하군."
"그렇다면 그 딱총나무 지팡이 말인데요."
헤르미온느가 다시 반격을 시작하기 전에 해리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 지팡이도 진짜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 그 지팡이의 경우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증거들이 있지."
제노필리우스가 대답했다.
"딱총나무 지팡이는 가장 쉽게 추적이 되는 성물이거든. 그 지팡이가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방식 때문에 그렇지."
"그 방식이 뭔데요?"
해리가 물었다.
"그 방식이란 그 지팡이의 소유자가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반드시 이전 소유자로부터 그걸 빼앗아야만 한다는 거야."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사악한 자 에머릭을 죽인 후에, 그 지팡이가 어떻게 악명 높은 자 에그베르트의 손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들어본 적이 있겠지? 고대롯이 어떻게 아들 히어워드에게 지팡이를 빼앗긴 후에 바로 자신의 지하실에서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그 무시무시한 로지어스가 바르나바 데버릴을 죽이고 지팡이를 빼앗았단 이야기도? 딱총나무 지팡이의 피비린내 나는 자취는 마법 역사의 곳곳에 흩어져 있단 말이다."
헤르미온느는 눈살을 찌푸리며 제노필리우스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럼 지금은 그 딱총나무 지팡이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세요?"
론이 물었다.
"유감스럽지만, 그걸 누가 알겠니?"
제노필리우스가 창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
"딱총나무 지팡이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어느 누가 알겠느냐? 그 흔적은 아르쿠스와 리비우스에서 끝나버렸어. 그들 중에서 어느 쪽이 진짜로 로지어스를 이기고 그 지팡이를 가져갔는지 어느 누가 말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 그들을 이긴 사람이 누군지 또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이냐? 아, 안타깝게도 역사는 말이 없구나."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면 러브굿씨, 피브렐 가문은 죽음의 성물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가요?"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야."
내가 말했다.
"물론 지금은 피브렐 가문이 그 모든 걸 갖고 있지 않지. 이야기에 나오는 삼 형제는 피브렐 삼 형제를 가리키지. 앤티오크, 캐드머스, 이그노투스 피브렐 삼 형제가 최초 소유자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구전되어 내려올 때, 그들의 이름이 들어가게 되는 거지."
제노필리우스가 또다시 창밖을 살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쟁반을 집어 들더니 나선형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자네들은 저녁 식사 때까지 있을 건가?"
제노필리우스가 또다시 아래층 계단으로 모습을 감추며 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항상 민물 플림피 수프를 어떻게 만들었느냐며 우리 집 요리법을 묻는단 말이야."
"아마 성 뭉고 병원의 마법약 부서에 보여 주려고 그랬을걸."
론이 안 들리게 소곤거렸다.
"네 생각은 어때?"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오, 해리."
헤르미온느가 피곤한 어조로 말했다.
"이건 순전히 헛소리일 뿐이야. 그 상징이 정말로 그런 뜻일리가 없어. 러브굿씨가 그 상징에 대해서 엉뚱하게 해석한 게 분명해. 완전 시간 낭비라고."
"우리에게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를 가져다준 사람이 바로 러브굿씨 아니었어?"
론이 빈정거렸다.
"그럼 너도 이 말을 안 믿을 거니?"
해리가 론에게 물었다.
"물론이지. 그 이야기는 그냥 아이들에게 교훈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들려주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안 그래? '말썽거리를 찾아다니지 마라.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인 물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괜한 문제를 일으키지 마라. 그냥 고개를 푹 숙인 채, 네 일이나 신경 써라. 그럼 무사할 것이다.' 그걸 한번 생각해 봐."
론이 한 마디 덧붙였다.
"어쩌면 그 이야기는 왜 딱총나무 지팡이들이 불길한 것으로 여겨지는에 대한 설명인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숱한 미신들 중에 하나잖아, 안 그래? 5월에 태어난 마녀는 머글과 결혼한다. 해 질 녁에 건 주문은 자정에 풀린다. 딱총나무 지팡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너도 그런 말들을 들어 봤을 텐데. 우리 엄마는 그런 미신을 훤히 꿰고 있어."
"해리와 나는 머글들 틈에서 자랐잖아."
헤르미온느가 다시 한 번 론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보니... 나는 머글들 틈에서는 자라지 않았네. 엄마는 마법을 쓰지 않았지만, 마녀였고... 대부와 대모도 마법사였고... 외가족은 당연히 마법사고... 피그 할머니는 스큅이니까 머글이라고 할 수 없지.
"우린 전혀 다른 미신들을 배우고 자랐어."
그때 부엌 쪽에서 상당히 매운 냄새가 풍겨 나오자 헤르미온느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제노필리우스에 대해 단단히 짜증이 나서 론에게 화를 내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다.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론에게 말했다.
"이건 그냥 교훈적인 이야기야. 어떤 선물이 가장 훌륭한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가 분명하잖아."
동시에 세 사람의 입에서 대답이 튀어나왔다. 헤르미온느는 '투명 망토'를, 론은 '딱총나무 지팡이'를, 해리는 '돌'을 선택했다.
"당연히 너는 투명망토라고 말할 줄 알았어."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하지만 만약 지팡이가 있다면 굳이 투명 망토를 쓸 필요가 없잖아. 그건 무적의 지팡이란 말이야, 헤르미온느!"
"게다가 우리에겐 이미 투명 망토가 있잖아."
해리가 한 마디 거들었다.
"혹시 너희가 모를까 봐 하는 소리인데, 그래서 그게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데!"
헤르미온느가 쏘아붙였다.
"반면 그 지팡이는 말썽만 불러일으킬 게 뻔해."
"하!"
헤르미온느의 말에 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헤르미온느가 사팔뜨기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확실히 앤티오크 피브렐은 허영심이 많았지. 자신이 무적의 지팡이를 갖고 있다는 자신감, 아니 자만심에 그걸 사방팔방 떠들고 다녔지. 그래서 결국 목숨을 잃어버렸던 거야. 꼭 그 지팡이가 말썽을 부린다고 할 수는 없어. 사용자가 입만 꾹 다물고 있으면 괜찮으니까."
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실제로 마지막 사용자는 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지.
"난 예전에 그 사람과 해리, 나는 재미있는 것에 얽혀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
"그래. 그건 예언이잖아."
"난 두 가지를 말했는데 말이지. 그건 우리 셋이 피브렐 가문의 후손의 혼혈 마법사야."
"뭐?"
내가 말하자 셋은 큰 목소리로 외친다. 귀청떨어지겠다.
"해리, 기억해 줘. 펜시브에서 모핀 곤트가 밥 오그든에게 했던 말을.... 그는 자신의 손에 낀 반지를 눈앞에서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지. '수백 년 동안 우리 가문에 전해 내려 온 거야. 까마득한 옛날부터 오직 순수혈통만 지키며 이어져 온 우리 가문 말이다! 남들이 이걸 얼마에 사겠다고 했는지 니가 알기나 알아? 이 돌 위에 새겨진 이 피브렐 가문과 더물어 말이야!'"
".... 그랬던가?"
"그랬어. 모핀 곤트는 '돌 위에 새겨진 피브렐 가문'이라고 했어. 두 번째 성물, 부활의 돌은 곤트 가문의 반지에 있는 돌이야. 즉, 캐드머스 피브렐의 후손은 곤트 가문으로 내려온 거지."
내가 말을 하자 셋 명의 눈동자는 부릅 떠졌다.
"앤티오크 피브렐은 내 선조이고... 마지막 셋째, 투명 망토를 가진 이그노투스 피브렐은 고드릭 골짜기에 묻혔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투명 망토 기능을 하는 투명 망토는 너희도 이미 눈치챘겠지만... 그건 포터 가문의 투명 망토지. 그래, 해리. 네가 셋째, 이그노투스 피브렐의 후손이야. 이그노투스 피브렐의 후손인 이올랜시 피브렐가 포터 가문의 남자와 결혼하면서, 투명 망토는 포터 가문의 것이 되었지. 그리고 그들은 고드릭 골짜기에서 살았지."
"이건... 말도 안 돼..."
헤르미온느는 믿기지 않는지 놀란 눈을 떴다. 바로 그때 해리가 헉 소리를 내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날 밤에 내 투명 망토를 갖고 계셨어!"
그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엄마는 시리우스에게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 투명 망토를 빌려 갔다고 말했어! 그게 이유였어! 교수님은 그걸 조사해 보고 싶으셨던 거야. 그게 세 번째 생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셨던 거지!"
"그럼 딱총나무 지팡이는?"
론이 재빨리 물었다.
"글쎄."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창밖을 보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때, 나선형 계단 앞에 이르렀을 때- 방의 천장이 자신의 얼굴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응?! 잠시 동안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곧 그것이 거울이 아니라 그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호기심에 이끌려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로라, 너 뭐하는 거야? 러브굿씨가 여기 안 계신데, 그렇게 마구 돌아다니면 안 되잖아!"
하지만 나는 이미 위층에 올라가 버렸다.
루나는 여섯 명의 얼굴을 멋지게 그려서 침실 천장을 장식해 놓고 있었다. 바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와 나, 지니 그리고 네빌의 얼굴이었다. 그것들은 호그와트의 초상화들처럼 움직이듯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마찬가지로 어떤 마법이 걸려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림들의 둘레에는 마치 황금 사슬처럼 보이는 것이 빙 둘러져 있어서, 그것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사슬들은 사실상 황금색 잉크로 한 단어를 수천 번 되풀이해서 써 놓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친구들.... 친구들.... 친구들....'
루나에 대한 애정이 솟구쳤다. 방을 둘러보자 침대 옆에는 어린 루나와 그녀와 무척이나 닮은 한 부인을 찍은 커다란 사진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 사진 속의 루나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루나의 그 어떤 모습보다 훨씬 더 매무새가 단정해 보였다. 사진에는 뽀얗게 먼지가 앉아 있었다. 그걸 보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주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연한 푸른색 카펫 역시 두껍게 먼지가 앉아 있었고, 문이 조금 열려 있는 옷장은 통 비어 있었다. 침대는 마치 지난 몇 주일 동안 아무도 자지 않은 듯, 차갑고 냉랭해 보였다. 제일 가까운 창문에는, 피처럼 붉은 하늘을 가로질러 거미줄 하나가 길게 매달려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내가 계단으로 내려오자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하지만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제노필리우스가 부엌에서 나와 계단 위로 올라왔다. 그는 두 손에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었다.
"러브굿씨, 루나는 어디 있죠?"
내가 물었다.
"뭐라고?"
"루나는 어디 있어요?"
제노필리우스는 계단 꼭대기에 우뚝 멈춰 섰다.
"버... 벌써 말했잖니. 루나는 플림피를 잡으러 바텀 다리에 갔다고 말이야."
"그런데 어째서 그 쟁반에는 다섯 사람분의 식사만 가져오셨죠?"
제노필리우스는 대답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끊임없이 찰칵거리는 인쇄기 소리와 덜덜 떨리는 제노필리우스의 손에 들린 쟁반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뿐이었다.
"제 생각에 루나는 몇 주 동안 계속 여기 없었던 것 같은데요. 루나의 옷가지도 없고, 침대에도 아무도 잠을 잔 흔적이 없어요. 루나는 어디 있죠? 왜 자꾸 창밖을 내다보시는 거예요?"
제노필리우스가 그만 쟁반을 떨어뜨렸다. 그릇들이 부딪히면서 와장창 깨져 버렸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지팡이를 뽑아 들었다. 제노필리우스는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려고 하다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에 인쇄기가 쾅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러쿵저러쿵>이 식탁보 밑에서 나와 마루 위로 쏟아져 나왔다. 이윽고 인쇄기는 조용해졌다.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지팡이로 제노필리우스를 겨냥한 채, 허리를 숙여서 잡지 한 부를 집어 들었다.
"해리, 이것 좀 봐."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옆으로 걸어갔다.
"<이러쿵저러쿵>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나 보군요?"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러브굿씨, 아까 정원으로 들어갔을 때, 바로 그 일을 하고 계셨나요? 마법부에 부엉이를 보내는 일?"
제노필리우스가 초조하게 입술을 핥았다.
"그자들이 우리 루나를 데려갔어."
그가 중얼거렸다.
"내가 쓰고 있는 기사들 때문이야. 그자들이 우리 루나를 데려갔고, 난 그 아이가 어디 있는지, 그자들이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자들이 루나를 돌려줄지도 몰라. 만약 내가... 내가...."
"해리를 넘겨준다면 말이죠?"
헤르미온느가 대신 말을 끝내 주었다.
"그건 안 되지. 어서 비켜요. 우린 떠날 거예요."
론이 냉담하게 말했다. 제노필리우스는 완전히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갑자기 백 살은 되어 보였다. 그는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무시무시한 눈초리를 했다.
"조마간 그자들이 여기로 올 거야. 난 반드시 루나를 구해야만 해. 루나를 잃을 수는 없어. 너희는 절대 못 떠나."
제노필리우스는 두 팔을 벌리고서 계단 앞을 막아섰다.
"아저씨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어서 비켜 주세요."
해리가 말했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 빗자루를 탄 사람 몇 명이 창문 앞을 휙 지나갔다. 우리가 잠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제노필리우스가 지팡이를 뽑아들었다. 하지만 때마침 해리가 자신들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그는 나와 헤르미온느, 론을 사정 거리 밖으로 밀쳐 내면서 옆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제노필리우스의 기절 마법이 방 안을 가로질러 날아오더니 에럼펀트의 뿔을 맞았다.
뒤이어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소리만 들으면, 방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나뭇조각과 종잇조각, 벽돌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와 더불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하얀 먼지구름이 두껍게 일었다. 파편들이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위로 비처럼 쏟아졌고, 아무도 볼 수 없는 그곳에서 헤르미온느의 비명 소리와 론의 고함 소리, 그리고 쿵 하는 기분 나쁜 금속성 충돌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아마도 폭발로 날아간 제노필리우스가 나선형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진 걸로 짐작했다.
"콜록!"
먼지 때문에 작게 기침을 하고는 잔해 더미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래층 현관문이 우당탕 요란하게 열렸다.
"트래버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미치광이가 평소처럼 그냥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라고 말했잖아?"
이윽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제노필리우스가 고통에 못 이겨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아닙니다... 위층에... 포터가!"
"러브굿, 내가 지난주에 분명히 말했지. 아주 확실한 정보가 아니면 우린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지난주 기억나나? 그땐 네놈이 저 한심하고 끔찍한 머리 장식과 네 딸년을 교환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리고 그 전주에는..."
또다시쾅 하는 소리가 뒤이어 끽끽거리는 비명 소리가 났다.
"네놈이 크럼플(쾅!) 헤디드(쾅!) 스놀캑스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우리가 딸년을 돌려줄 거라고 생각했었지?"
"아니, 아닙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제노필리우스가 흐느끼며 말했다.
"이번에는 진짜 포터입니다! 정말이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단지 우릴 여기에 불러 놓고 한 방에 날려 버릴 수작이었다 이거지!"
죽음을 먹는 자가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불꽃이 일제히 발사되는 소리가 들리면서 간간히 제노필리우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셀윈, 이 집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군."
냉정한 어조의 또 다른 목소리가 무너진 계단을 통해 들려왔다.
"계단이 완전히 막혀 버렸어. 저걸 치울 수 있을까? 어쩌면 집 전체가 무너져 버릴지도 모르겠는걸."
"이 더러운 거짓말쟁이 놈아!"
셀윈이라고 불린 마법사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놈은 평생 한 번도 포터를 본 적이 없지! 안 그래? 우릴 이곳으로 유인해서 없애 버리려는 수작이었어! 이런 식으로 딸년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맹세해요... 맹세합니다... 포터가 위층에 있다니까요!"
"호메눔 레벨리오."
계단 밑에서 그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순간 뭔가가 내려와 와락 덮치더니, 몸이 그 그림자 속에 푹 잠기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셀윈, 저 위에 분명히 누군가 있긴 있어."
또 다른 남자가 날카롭게 말했다.
"포터입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포터라니까요!"
제노필리우스가 흐느꼈다.
"제발.... 제발... 루나를 돌려주십시오. 제게 루나만 돌려주십시오...."
"러브굿, 네놈이 이 계단을 올라가서 해리 포터를 내 앞으로 끌고 오기만 한다면, 네 어린 딸년을 돌려줄 수도 있지."
셀윈이 말했다.
"하지만 만약 이게 어떤 음모거나 속임수라면, 저 위에서 공범이 우릴 기습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그땐 네놈이 장례식이나 치를 수 있게 네 딸년의 일부를 남겨줄지 말지나 생각해 보겠어."
그러자 제노필리우스는 두려움과 절망에 사로잡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이윽고 종종거리는 발소리와 뭔가 부스럭부스럭 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제노필리우스가 계단에 쌓인 잔해 더미를 헤치고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자 깊이 파묻혀 있는, 근처에 있는 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다리를 짓누르고 잇는 육중한 서랍장을 들어 올리려고 애를 썼다. 곧 헤르미온느와 해리가 다가오더니, 헤르미온느가 공중부양 마법을 써서 론을 간신히 빼낼 수 있었다.
"좋아."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때 계단 입구를 막고 있던 부서진 인쇄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 무슨 좋은 생각이 있니?"
"날 믿지?"
내가 묻자 헤르미온느가 되질문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해리도 마찬가지였다.
"좋아, 그렇다면 나에게 투명 망토를 줘."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론, 네가 이걸 쓰도록 해."
"내가? 하지만 해리가...."
"어서, 론! 해리, 내 손을 꽉 잡아. 로라, 넌 해리의 손을 잡아. 론, 너는 내 어깨를 잡아."
나는 해리와 손을 잡았고 론은 투명 망토 아래로 모습을 감추었다. 계단을 막고 있던 인쇄기가 덜덜 진동하고 있었다. 제노필리우스가 공중부양 마법을 써서 그걸 옮기려고 하는 것이다.
"꽉 잡아."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꼭 잡고 있어... 언제라도..."
찬장 위로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제노필리우스의 얼굴이 나타났다.
"오블리비아테!"
헤르미온느가 먼저 그의 얼굴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면서 소리쳤다. 그런 다음 발밑의 마루로 지팡이를 돌렸다.
"데프리모!"
헤르미온느가 거실 바닥에 구멍을 뚤흥ㄴ 것이었다. 우리는 돌덩이처럼 곧장 밑으로 떨어졌다. 밑에서 고함을 고함 소리가 들렸다. 힐끗 내려다보니 두 남자가 부서진 천장에서부터 사방팔방으로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조각난 가구들과 잔해들을 피하려고 야단법석이었다. 헤르미온느가 곤중에서 빙그르 몸을 돌렸다. 우르킁 쾅 하며 집이 무너지는 소리가 천둥처럼 귓전을 때리는 순간, 암흑이 찾아왔다.
우리는 풀밭 위로 떨어졌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어느 들판 한구석에 내려앉은 것 같았다. 재빨리 일어나서는 그들 주위를 맴돌면서 방어 마법을 치기 시작했다.
"프로테고 토탈룸... 살비오 헥시아..."
"간사스러운 늙은 사기꾼 같으니라고!"
투명 망토 밑에서 나온 론이 그걸 해리에게 던져 주며 씩씩거렸다.
"헤르미온느, 넌 천재야. 진짜 천재라니까. 우리가 거길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난 믿기지가 않아!"
"그러기에 내가 진작 말하지 않았니? 그건 에럼펀트의 뿔이라니까! 이제 러브굿씨의 집은 완전히 날아 가 버렸어!"
"그렇게 당해도 싸."
론이 찢어진 청바지와 다리에 난 상처를 살펴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이제 그놈들이 그를 어떻게 할까?"
"오, 제발 죽이지나 말았으면 좋겠어!"
헤르미온느가 탄식했다.
"바로 그것때문에 우리가 떠나기 전에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해리의 모습을 잠깐 보여주려고 했던 건데. 러브굿씨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그자들에게 알려 주려고 말이야!"
"그럼 난 왜 숨긴 거야?"
론이 물었다.
"넌 지금 스팻터그로이트 병에 걸려 있는 걸로 되어 있잖아, 론! 그자들이 루나의 아버지가 해리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루나를 납치해 갓어! 그런데 네가 해리와 함께 다닌다는 걸 그들이 알면 너희 가족은 어떻게 되겠니?"
"정말 천재구나, 헤르미온느."
방어 마법을 다 친 나는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래, 정말이야, 헤르미온느."
론은 탄복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열렬히 동의했다. 헤르미온느는 활짝 웃다가 금방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루나는 어떻게 됐을까?"
"글쎄, 만약 그자들의 말이 사실이고 루나가 아직 살아 있다면..."
론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말하지 마! 절대 하지 마!"
헤르미온느가 꽥 소리를 질렀다.
"루나는 분명 살아 있어! 틀림 없다고!"
"그렇다면 아즈카반에 있을 거야."
론이 말했다.
"하지만 루나가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정신적 부담이..."
"루나는 살아남을 거야."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루나는 아주 강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루나는 아마 동료 죄수들을 모두 모아 놓고 렉스퍼트와 나글스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을 거야."
"나도 네 말이 맞았으면 좋겠어."
헤르미온느가 이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눈가를 닦았다.
"난 러브굿씨한테 너무 미안할 거야. 만약...."
"그래, 만약 그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우리를 팔아넘기려는 짓만 하지 않았어도, 그랬겠지."
론이 냉큼 말을 받았다. 우리는 텐트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론이 차를 끓였고 유난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 왜 이렇게 조용해?"
그는 목에 걸고 있는 주머니를 움켜쥐고 있었다.
"부활의 돌을.... 찾은 것 같아."
"뭐!?"
해리가 조용히 말하자 나는 컵을 놓쳐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컵이 쨍그랑 소리를 냈지만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건 이 안에 있어! 교수님은 나에게 그 반지를 남겨 주신 거야! 그건 여기 이 스니치 안에 있어!"
"그러니까, 그 유품으로 받은 스니치 안에 부활의 돌이 있다는 거지?"
"그래!.... 그가 쫓고 있는 게 그거였어."
갑자기 그의 어조가 바뀌자 론과 헤르미온느는 더욱더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그 사람은 딱총나무 지팡이를 쫓고 있는 거야."
해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론과 헤르미온느, 그리고 감탄스런 시선으로 응시하는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런 거였어. 이걸로 모든 게 설명이 돼. 죽음의 성물은 진짜야. 그리고 난 벌써 하나... 어쩌면 두 개를 갖고 있어. 그리고 그 사람은 나머지 성물을 쫓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자는 알지 못하지. 그냥 굉장히 강력한 힘을 지닌 지팡이라고 생각할 뿐이야."
"멋지구나, 해리. 그치만 죽음의 성물에 찾는 것에 빠져서 호크룩스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잊지 말아주면 좋겠어. 우리의 제일 첫번째 할 일은 호크룩스를 찾는 거잖아. 딱총나무 지팡이를 찾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해리를 현실 세계로 돌려냈다. 그리고 깨진 컵을 마법을 복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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