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키하의 독을 치료하겠다는 식을 받은 후부키, 후유미, 도키하, 모미지가 저택으로 뛰어들어왔다. 부탁한 물건들은 찾아온 거니? 그것보다…….
"다다미 위에 신발 신고 올라오지 마!"
시에미가 외치자 그녀들은 현관으로 향해야했다.
신발을 벗고, 앉은 그녀들에게 시에미는 차를 내놓았다.
"급하게 무슨 일이야?"
"제 독을 치료하시겠다고요?"
"치료라고 해봤자 그건 뿌리가 깊으니까 완화 정도는 해볼 생각이야."
"저, 저는…."
"찬성이에요, 시에미씨!"
도키하의 말을 자르며 모미지가 외쳤다.
"그럼 나라 일족에서 약초를 사오는 건 와타나베 자매가 맡고, 아부라메 일족의 토루네를 만나러 가는 건 혼쇼 자매가 맡는다."
"왜 그렇게?"
"후부키는 나라 시카코를 만나야 해. 메이코 이름을 대면 알 거야. 그리고 도키하는 독충술사인 토루네를 만나면 적어도 접촉은 할 수 있을 거야. 마음을 터놓고 얘기 좀 해. 같은 몸 속에 독이 있는 사람끼리니까 금새 친해질 거야."
"모미지와 후유미는 왜?"
후부키가 물었다.
"거기 소가주가 그 애들과 비슷한 또래니까 친해지라고. 남자애라서 무리일까나?"
"아뇨! 아부라메 시노와는 몇 번 대화했으니까요, 제가 아부라메 일족에 가면 안, 될까요?"
후유미가 크게 외치다가 주위의 시선이 느끼고는 말끝을 흐렸다.
"후유미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감사합니다!"
후유미의 얼굴이 화악 펴졌다. 뭐지? 이 기분은……. 꼭 딸내미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기분인데.
"그럼 도키하랑 후유미가 아부라메 일족으로, 모미지와 후부키가 나라 일족으로 가도록. 모미지."
"네!"
"혼쇼 일족의 독약 제조법 적어놨지?"
"알고 계셨어요?"
"응."
"그럼 왜 말 하지 않았어요?"
"나에게 필요없으니까. 나중에 칸나와 함께 휴우가 코토네를 만나러 갈 때 너도 가야하니까 일정 잘 조절해놓고."
"네! 도키하 언니를 도울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울 거에요!"
"도키하…?"
유독 조용한 도키하에 시에미가 그녀를 불렀다. 모두의 시선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도키하에게 향해졌다.
"도키하 언니!! 울지 마! 언니의 눈물은 독극물이야!!"
옆에 있던 모미지가 기겁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버려둬라. 다다미는 교체하면 되니까."
닦아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마음이 풀릴 때까지 울 수 있도록 해줘야지.
"것보다 부탁한 물건은?"
"아!"
"당장 찾아와."
도키하를 제외하고 그녀들은 집을 뛰어 나갔다.
**
휴우가 일가를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 칸나와 시에미는 휴우가 저택 대문 앞에 섰다.
"시에미님을…."
"칸나. '씨'잖아."
"죄송합니다. 시에미, 씨를, 제자로 말했습니다. 그 편이 편할 것 같아서."
"좋아. 나도 그편이 움직이기 편할 테니까."
"사실 당신을 제 제자로 소개하는 것은……."
"그렇게 싫다는 얼굴 하지 마."
"당신은 저보다 의술 실력이 좋으신 분이니까요."
"너무 띄어줘도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스-승-님?"
"그만해주십시오."
"알았어. 초인종이나 눌러."
칸나의 고지식한 반응에 한숨이 나왔다. 칸나가 초인종을 눌렀다. 메이드 복장인 휴우가 분가 사람이 문을 열었다.
"서신을 보낸 시무라 칸나라고 합니다."
"코토네씨를 만나러 오신다는…. 그쪽은?"
"제자인―."
"우즈마키 시에미입니다."
칸나의 말을 잘라서 대답했다(제자라고 말할 때마다 얼굴이 기묘하게 변해서 칸나의 말을 안 자를 수가 없었다). 이름을 밝히자 여성은 놀라서 시에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안내 안 하시나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시에미가 말하자 여종이 정신을 차렸다. 여종의 뒤를 따라서 복도를 걸었다. 안내된 방으로 걸어가는 동안 칸나를 향해 몇몇 휴우가 분가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라는 인삿말로 칸나는 그들에게 안부를 건넸다.
"당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방으로 들어가자 휴우가 당주가 앉아있었다.
"어서오게, 시무라 칸나양."
"방문을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휴우가 당주님."
"옆에는…?"
"제가 의료술을 가르치고 있는 제, 제자입니다."
칸나, 또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고!! 항상 그렇게 어색하게 소개하면 타인들이 그렇구나,하고 잘도 넘어가겠다!
"우즈마키 시에미입니다, 휴우가 당주님. 칸나 스승님에게 들었는데 휴우가 코토네씨라는 분께서 뛰어난 약사라고 하시군요. 꼭 만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커흠."
뭐지? 칸나가 인사했을 때는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잖아. 히아시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면서도 애써 체면 때문인지 아무렇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근데 메이코는 천 년 가까이 산 요호(妖狐)라서 전부 보였다.
"저, 코토네씨는 어디 계시죠?"
"코토네는 온실에 있다네. 그쪽으로 가면 될 걸세."
"네."
당주가 사람을 부르자 문이 열리고 긴 머리를 기른 남자아이가 있었다. 여자애보다 좋아보이는 머리결을 지닌 휴우가 일족 남자아이를 보자 하나로 묶은 자신의 머리카락 끝을 살폈다. 갈라진 게 보였다.
부럽네. 저 남자아이의 머리결은 유전적이다. 닌자이기에 외모 관리는 잘 하지 않아서 많이 신경은 못 썼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낫아졌다. 시에미의 머리카락은 어릴 때 제대로 관리 하지도, 관리 받지도 않아서 빗자루처럼 엄청 뻣뻣했으니까.
"부르셨습니까, 당주……, 칸나씨!"
무심한 눈동자는 방안에 있는 칸나를 보자 반짝였다. 격하게 반기는 얼굴이다. 둘이 아는 사이인가? 칸나는 유난히 휴우가 쪽과 친분성이 있어 보였지. 휴우가 코토네를 알고 있는 것과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건가. 음……. 아니지. 그건 칸나의 사생활이니까, 끼어들지 말아야지.
"오랜만입니다, 네지군."
네지? 저 녀석이 분가면서 종가를 뛰어넘을 천재성을 지닌 카오리의 오빠인가…. 눈동자 속에 숨기려고 하지만, 숨길 수 없는 깊은 종가에 대한 증오를 엿볼 수 있었다.
"코토네씨가 있다는 온실로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네."
따라오라듯이 네지가 일어섰다.
"가요."
칸나가 히아시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섰다. 히아시를 힐끗 보고 방을 나갔다.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네지가 시에미를 힐끗 보고 칸나에게 물었다.
"누굽니까, 그 꼬마는."
"제자, 입니다. 시에미씨는 네지군보다 어리지만 엄연히 하닌입니다. 말 조심하세요, 네지군."
"하닌?!"
"칸나 언니!"
"카오리양."
카오리가 칸나를 보자 잽싸게 달려왔다. 그러다가 시에미를 발견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칸나 스.승.님.과 함께 코토네씨에게 약을 배우러 왔는데, 카오리."
"스승?! 어떤?"
"약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것보다 코토네씨에게 배우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저도 코토네씨에게 배웠습니다, 시에미씨."
"그렇군요."
온실로 칸나, 네지, 카오리와 함께 시에미는 들어갔다. 안에는 기품이 느껴지는 온화한 인상의 새하얀 백안을 지닌 휴우가 여성이 있었다.
휴우가 일족의 백안은 모두 개안할 수 있지만, 우치하 일족의 사륜안은 개안할 수 있는 자와 개안을 하지 못하는 자로 구분된다. 그래서 그런가, 분명 시조는 같은데, 두 일족의 분위기는 이렇게 다르다.
"어머님, 손님이 왔어요."
네지와 카오리가 동시에 코토네를 불렀다.
"아! 왔네요. 휴우가 코토네라고 해요."
"우즈마키 시에미라고 합니다. 코토네씨."
"칸나양에게 들어답니다. 의료닌자 지망생이라고 하죠?"
"네."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런 걸로 쳐둘까.
"우즈마키양은…."
"편안히 시에미라고 불러도 됩니다 남동생도 우즈마키니까요. 말씀 편안히 하세요."
"시에미, 동생이 있었구나!"
"카오리."
"죄송합니다, 어머님."
부드러워보이는 인상인데 교육에는 엄한 편인가. 카오리가 바로 사과를 하고 뒤로 물러났다. 네지와 카오리가 나갈 생각이 없어보이자 코토네는 시에미를 보았다.
"눈이 맑군요. 시에미양에게 물을 것이 있습니다. 대답에 따라서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결정?"
"당신에게 약을 가르쳐드릴지 말지에 대한 결정이죠."
"물어보세요."
"시에미양은 의료닌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죠?"
"죽지 않는 것. 즉 생존과 회피능력이에요."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간단한 거에요. 의료닌자가 죽으면 누가 부상자를 치료하죠? 부상자가 있는 한 의료닌자는 전투에 참가해서도, 죽어서도 안 돼요."
의료지식이나 의료술을 배울 생각은 가득해도 의료닌자가 될 생각은 없다. 싸울 수가 없으니까.
"그래도 의료닌자라고 해서 전투기술을 못 익힐 이유는 없지만요."
"의료닌자는 의료술만 익히면 되는 것이 아니야?"
"저는 회피 기술을 제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전투스킬과 체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칸나양이 재미있는 제자를 데리고 왔군요. 당신에게 약에 대해 가르쳐드리죠. 앞으로 종종 배우려 오세요."
코토네가 허락하자 카오리가 더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