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층부끼리 회의를 한다는 소리에 각 닌자 가문 당주들과 시에미는 흐지부지된 회의방에서 쫓겨났다.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 같군요."

"시에미, 방금 전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냐."

"일개 하닌이 그 정도 할 권력이 있다고 하십니까. 불가능합니다."


시에미는 시가쿠가 묻자 말했다.


"그치만 메이코라면 가능하겠죠. 그녀는 제 소원을 들어줄 겁니다."

"…결국 한다는 소리잖아."

"말했잖아요. 파멸은 이미 예견되어있었다고. 나루토에게 구미사변의 증오 등 부정적인 감정을 뒤집어씌운 다음부터, 마을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버린 후부터 파멸은 이미 예견 된 겁니다."

"원망 하냐?"


시에미는 원망 조차 끌어안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아이는 그렇게 고독 속에 혼자서 죽어가야 했다. 


"당연한 질문을 꺼내시군요. 원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설마 듣고 싶은 건 아니겠죠? 만약 듣길 바랬다면 뻔뻔하다고 말해드리죠."


시카쿠를 비롯해서 각 일족 당주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한 아이에게 모든 더러움을 떠안게 했으면 원망하냐고 묻는 뻔뻔함은 대체 뭐야?! 


"하지만 제가 여기 서 있는 이유는 원망이 아닙니다. 그저 더 이상 모른척 할 수는 없었습니다."


더는 시에미 같은 가엾은 존재가 생겨서 안 되니까.


"언제까지 눈 감고, 귀를 닫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되는 겁니까?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낫아지게 되는 겁니까? 외면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데요. 이곳은 고인 물입니다. 썩어가며 이미 악취까지 풀풀 풍기는 것을 어째서 모르는 겁니까?! 이런 냄새나는 고인 물에서 어떤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요? 이미 살고 있는 생명체들 역시 죽어갈 뿐입니다."


시에미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어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다가, 피신 나온 사람처럼 각 당주 가문들 뒤에 서 있는 호카게를 발견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만 유지되는 마을을 굳이 유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한 번 무너지더라도, 모든 과거를 청산하는 게 옳은 일입니다. 마을도 중요하지만……, 제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건 미래입니다. 제가 소중한 이들이 살아갈 미래입니다. 증오와 미움의 연쇄는 절대로 미래에게 전해서 안 됩니다.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겁니다."

"새 인주력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던 거로군."


시비가 말했다.


"만들 수가 없는 겁니다."


시에미가 시선을 내려깔아았다.


"이미 겪은 사람으로써 타인에게 같은 상처를 주는 건 할 수 없습니다."


말을 내뱉는 순간 스스로가 구역질났다. 나루토는 나루토인데, 인주력이고 무기라고 말해야 하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인주력은 마을의 병기니까, 스스로 죽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을 겁니다. 하루아침에 타인에게 미움받고 증오를 받고 외면 받으며 마을에 구속되어 죽음조차 허용되지 않는 삶을 사는 건 하루하루가 지옥일 겁니다. 그러니 저는 같은 아픔을 또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 길은 가시밭길이야."

"말했잖아요. 목숨을 걸겠다고. 지금 당장은 아플지 모릅니다. 지금 당장은 아프지만 언젠가는 분명 아무는 상처니까 견딜 수 있습니다. 닌자는 참고 견디는 자잖아요. 그리고……,"


죽은 사람은 살아돌아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이 반성하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는 있다. 물론 낙관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도 과거에 받은 상처가 절대 잊히지 않기 때문이지. 그러니 과거와 마주봐야 한다. 그것이 추악해도, 더럽다고 해도. 과거는 외로움쟁이니까 외면하면 자꾸만 상기시켜서 자신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마주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누가 하지 않으면 계속 묵인하 될 뿐입니다. 그렇죠, 호카게?"


시에미의 말에 등을 돌리고 있던 각 닌자 일족 당주들이 몸을 돌려 호카게를 보았다.


"결국 연극이었던 거냐."

"만들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방금 전 이유라면 전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겠죠. 그건 제 개인적 이유입니다."

"무슨 의미지?"

"새 인주력 그릇이 될 존재는 우즈마키처럼 봉인에 적합한 차크라여야 합니다."


미토의 명으로 우즈마키 일족의 아이를 다음 그릇으로 세운 당신들은 이런 내용을 모르지. 우즈마키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들은 봉인술과 결계술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장수 일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생명력이 질기다. 그렇기에 인주력에 적합하다는 것을 상층부는 모른다.


"하지만 우즈마키, 우치하, 휴우가 일족에선 그릇을 선택할 수 없다고 계약서에 적혀져 있습니다. 그러니 만들 수가 없습니다."

"!! 너!! 너!!"

"그러니 처음부터 호카게님께선 그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우즈마키 일족에게 나루토 법적 보호권을 양도할 수밖에 없던겁니다."


다들 한 방 먹었다는 표정으로 짓었고, 호카게가 뒤로 휙 쓰러졌다.


"호카게님!!"


일족 당주들이 혈압이 올라 쓰러진 호카게에게 달려갔다.


"그럼 나루토 법적 보호권을 잘 받겠습니다, 3대님."


시에미는 쓰러진 호카게를 향해서 싱긋 웃으며 말한 후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녀는 후가쿠와 함께 호카게 관저를 벗어났다.


"함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발언하는 내내 떨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거 다행이구나."

"저랑 함께 와서 우치하 일족과 우즈마키 일족이 손을 잡았다는 것을 확정시키고 말았네요. 죄송-."

"어차피 늦던 빠르던 들킬 일이였고, 죄송할 것이 아니었다. 너가 아니라면 일족 모두 시무라 단조의 손에 당했을 텐데."

"그치만, 확신이 설 때까지 시무라 단조는 우즈마키만 노렸을 겁니다."

"우즈마키 일족을 모두 없애고나면 우치하를 노렸을 거다. 전처럼 말이다."


후가쿠의 말이 사실이였기에 시에미는 입을 다물었다.

공식적으로도 우즈마키 당주가 나루토의 법적 보호자 권환을 보유하게 되자, 나루토가 우즈마키 사유지로 이사왔다. 이사는 일사천리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 사이동안 하지메들이 결계부로 복귀하고(제멋대로 한 행동에 대한 처벌은 받았지만) 나뭇잎 마을의 결계는 단단히 우즈마키 결계술로 복구했다.


"여기까지 간신히 왔어."

"그러네요."

"앞으로는 더욱더 바빠질 거야. 장로층을, 특히 단조를 경계해야 하는 것 잊지 마."

"알고 있습니다."


사스케와 나루토는 결석계를 내고 그 동안 아카데미에 가지 않았으니 아카네와 함께 오랜만에 등교했다. 


"나루토 도련님은 맡겨주세요."

"그런 호칭으로 부르지 마. 나루토는 평범한 아이인걸. 당주가 나루토를 특별취급하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되어버릴 거야."

"존경하는 쿠시나님의 아들이고, 우즈마키 일족을 부활시킨 은인인 시에미 아가씨의 동생인걸요. 그 정도 경칭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안 돼. 나루토는 평범해야해. 그런 호칭은 사람을 자만하게 만들지도 모르니까. 자만해지게 되면 사람은 오만해거든. 그런 사람은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해. 그래서 안 돼."

"…알겠습니다.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죠."


시에미에게 카이도가 내려앉았다.


"찾았어. 지라이야, 찾았어."

"그래? 안내해줘."

"지라이야라면, 그 전설의 삼닌 중 한 명인?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응. 열쇠를 돌려줘야 해서 말이지."


더 이상 쓸모가 없으니까. 나루토의 옆에는 나쯔히가 붙어 있으니까 괜찮을 테고…….

사유지를 나서려데, 정자에서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즈미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래, 이즈미?"

"!! 아, 시에미."

"닌자면서 그렇게 경계를 풀고 있어도 되는 거야? 아무리 생각에 잠겨 있어도 그렇지."


시에미는 이즈미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행동을 본 카이도는 고목 나뭇가지에 앉았다.


"고민 있지?"

"아니, 딱히…."

"이타치 때문이야?"

"!!"


역시나. 이즈미는 이타치를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사람이 병에 걸려 입원했는데 걱정이 안 생기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


"이타치의 병은 초기에 발견되었다고 하잖아. 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시에미."


이즈미가 진지한 목소리로 시에미를 불렀다.


"나 의료닌자가 되고 싶어."

"경무부대는 어떻게 하려고?"

"평소에도 생각했는데 이타치가 병원에 입원하니까 더 느껴졌어. 나 경무부대와 맞지 않는다는 걸……."

"네가 원한다면 될 수 있어. 뭐 하면 의료닌자라도 소개시켜줘?"

"에?"

"내 개인적으로 병원에 있는 의료닌인 우미노 나나가 좋아."

"우미노 나나? 혹시 접수처의 우미노씨와?"

"누나일걸. 그녀는 날 때부터 의술 쪽으로는 천재야. 그리고 센쥬 츠나데의 동생인 카마도의 하나뿐인 제자거든."


이루카를 닮아서 그런지 나나는 가르치는 걸 잘했다. 칸나도 종종 모르는 의료지식이 생기면 그녀에게 물으러 가니까. 


"병원에 있다고 했지?"

"응."

"알겠어! 나 당장 그녀를 만나러 가볼래!!"


이즈미는 쌩하니 달려갔다. 그런데 이즈미, 차크라 컨트롤이 좋았던가? 의료닌자에게는 정밀한 차크라 컨트롤이 생명인데.


"이제 끝났나?"

"응. 이제 정말로 안내해줘, 카이도."

"아직 마을을 떠나지 않았으면 다행이로군."

"떠나지 않았을 거야. 받아야 할 것이 있잖아."


카이도를 쫓아서 온 곳은 온천여관이었다.


"응? 왜 여기에?"

"그 남자를 생각해라."

"…역시 그것인가."


지라이야의 또 다른 직업은 '이챠이챠 파라다이스'라는 야설 작가이다. 그래도 여탕 훔쳐보는 짓은 범죄가 아닌가? 


"뭐 내가 상관할 봐는 아니지."


시에미는 봉인 두루마리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열쇠인 게로토라를 꺼냈다.


"얌마! 이 꼬맹이!"

"당신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카이도, 지라이야에게 보내줘."


카이도는 먹이를 낚아채듯 게로토라를 발톱으로 움켜쥐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멀어질 수록 게로토라가 뭐라고 하는 것이 보였지만 시에미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남탕에서 여탕을 엿보고 있는 지라이야를 보자 카이도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머리 아래로 하강했다. 그리고 발톱으로 붙잡고 있는 게로토라를 놓아주면서 그의 머리와 게로토라가 서로 부딪히게 만들었다.


"으극!!"


남탕과 여탕을 가로지르는 나무판으로 카이도는 내려와, 지라이야가 게로토라를 삼키는 것까지 제대로 확인하고 떠났다.

이즈미가 경무부대가 아닌 병원에서 일하게 되고, 이타치의 병은 무사히 치료완료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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