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거리며 단체로 들이닥친 그 다섯 아이의 학부형들은 눈에 핏대를 세워가며 여섯 아이들에게 삿대질을 했다.
"네, 네년들이!"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이타쿠들은 너무나도 뻔한 부모의 반응에 딱 그 자식에 그 부모라 생각했다. 코토네와 후가쿠는 제 아이에게 삿대질을 해대는 그 여자를 보곤 눈썹을 꿈틀거렸다.
"말씀을 삼가시지요. 그쪽 자식 귀하듯 우리 아이들도 귀합니다."
"제정신이야? 댁들 자식들 때문에 내 딸 아미가 어떻게 된 줄은 알아?"
"늑골이 나갔다구요? 아이들끼리 싸우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것을요. 그리고 분명 그쪽 아이들이 어떤 아이의 험담을 했다고 못 들으셨나봐요?"
열이 오를대로 올라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여자의 말을 코토네가 간단히 되받아쳤다.
"그건! 그 애들은 괴물,"
"어머님! 말씀을 삼가하세요 어린 아이들이 듣습니다!!"
또 한 번 괴물이라는 소리에 미코토는 여자를 쏘아보았다. 아카네 역시 여자를 노려보자 이루카가 여자를 말리며 답지 않게 언성을 높였다. 그 말은 금구이기도 했지만 어린아이들이 듣는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괴물이라뇨. 우즈마키 나루토입니다. 부인."
"…우치하? 휴우가?!"
"예. 당모인 우치하 미코토입니다. 그쪽 자제분들과 한 바탕 했다는 아이가, 알량한 제 막내 아이라 듣고 이렇게 왔습니다."
"다들 일반인 분이신 듯 한데, 저희들은 전부 닌자 집안이라 임무 중에 나온 것이기에 그다지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마무리 지었으면 하네요."
미코토와 코토네가 말했다. 가문 문양을 본 그들은 쩌적하고 소리가 날 것마냥 굳어졌다.
"그, 게… 아이들 모두 늑골이 부러졌으니."
"그쪽 아이들이 무슨 말을, 행동을 했다 한들, 먼저 때린 것은 이타쿠 쪽이니 당연히 모든 치료비는 저희가 부담하죠."
시스이가 지갑을 꺼냈다.
"다섯 다 늑골이 나갔고, 만약 장기손상이 있다면 수술을 해야한다 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요. 어머님, 혹여 부족하실 일은 없겠으니 만에 하나 부족하실 경우 우치하 가문으로 연락주시지요."
시스이는 나이 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지갑에 있는대로 돈을 꺼내 그 여자에게 내밀었다. 어림잡아 보아도 아이들 수술비보다 턱없이 많은 그 돈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아버지들과 어머니가 당황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였다. 그리고 이내, 자존심이 강한 성질급한 여자가 날뛰는 것도 금방이었다.
"어린 게 어디서!"
"말 조심해주십시오. 닌자는 서클렛을 받는 그 순간부터 성인입니다."
이타치가 나섰다.
"…형?"
"쉬이, 가만히 있으렴. 형이 알아서 할테니."
이타치는 당황에 물들어 저를 올려다보는 귀여운 동생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시에미에게 막말을 하시고, 그쪽 자제분들이 나루토를 이지메했다는 건 어떻게 해주시렵니까."
"그게, 그게 무슨 말인가."
가만히 서 있던 남자가 물었다. 이타치는 뭘 그리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 다시 말해주었다.
"그쪽 자제분들로 인해 시에미가 인신공격을 당하고, 나루토는 학교 폭력을 당했습니다. 어찌하실련지요?"
"그, 그런 아이를 우리더러 어떡하라는 말인가!"
"당연히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셔야지요."
"듣자하니 금구를 그쪽 자제분들께 말하신 것으로도 모자라, 이 나뭇잎 마을의 법조항을 어기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타치를 이어서 시스이가 말했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정말 죽이 잘 맞는다고 이타쿠는 생각했다.
"마침 경무부대 대장인 우치하 당주님께서 와 있으니, 바로 경무부대로 넘기어도 그쪽분들은 할 말이 없으시겠죠."
자신보다 어린 소년들이 자신들에게 따박따박 따지는 모습에 이미 학부형들은 열이 오른대로 올라 너, 너! 따위 말을 해대었지만 이타치와 시스이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아카데미 내에서의 이지메, 그것만으로도 그쪽 자제분이 마을에서 추방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더구나 금구를 발설했을 경우 호카게님께서 직접 처단하신다 하셨던 것을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알았네.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하는 건가."
"자제분들께 우즈마키 남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하십시오. 물론 당신들도입니다.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니 그에 대한 피해보상비도 지불해주셔야겠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직접 말이죠. 혹 싫으시다면 아버지…."
"물론 내가 직접 맡아 일을 처리하지. 경무부대에서 사건을 맡겠다."
이타치는 선처를 베풀듯 사르르르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나마 이성적인 남자가 나와 방법을 물었고, 이타치와 후가쿠는 합심해서 그들을 몰아붙었다. 게임 오버군. 처음엔 미쳤냐며 노발대발하던 사람들도 후가쿠와 이타치, 시스이의 강경한 기세에 꼬리를 내렸다. 온화한 줄 알았더니. 시스이랑 이타치도 우치하였군. 설마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발언과 직권 남용이라 할 협박, 건방지게 구는 행동까지……. 사랑받고 있구나, 시에미와 나루토는. 레이의 품에 안겨져 있는 이타쿠는 조용히 미소짓었다. 이 사건은 마을 내부에서 빠르게 알려질 거다. 그러면 누구도 그 둘을 건들이지 않을 거다. 진작 이런 방법을 할 것을 그랬다.
아카데미 현관문에서 시에미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타에를 잔잔한 시선으로 보았다.
"나에게 할 말이라도 있니, 시무라 타에?"
"너가, 메이코가 아낀다는 그 우즈마키 시에미야?"
"그래."
타에는 시에미를 보며 까득 이를 갈았다.
"타에…."
"부르지 마!!"
타에가 외쳤다.
"그런, 그런 목소리로 날 부르지 마! 그녀와 똑같은 음성으로 부르지, 말란 말이야!!"
자신을 바라보는 타에의 눈동자는 증오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저 깊은 미움을 어떻게 해야할까. 메이코를 믿은 만큼 할아버지를 추락시킨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거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시무라 단조의 권력을 뺏은 메이코의 행동은 배신이니까.
"그럴 수는 없어."
"뭐?"
"네가 시무라 단조를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서 메이코란 존재가 너의 입장에서는 할아버지의 권력을 빼앗아서 미워해야 할 존재일지 알아. 하지만! 눈 돌리지 마! 시무라 단조가 한 짓을 가까이서 본 넌 그게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알고 있잖아! 그가 충분히 권력을 빼앗을 만한 짓을 했다는 건 알잖아!"
시무라 단조의 뿌리 교육 방침은 너도 배웠으니까. 알고 있잖아, 타에. 그게 얼마나 잔혹한 방법인지 충분히 알고 있잖아.
"시,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너가 더 시끄러워."
이타쿠가 두 사람 옆에 어느샌가 다가와서 말했다.
"패배자는 할 말이 없어야해.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
"네 할아버지는 메이코에게 패배했다. 그러니 너가 나서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현실을 깨닫도록 해, 우물 안 개구리."
이타쿠가 차갑게 말했다.
"아, 그치만 아까 전 나선 건 고마워."
"딱히 널 위해서 아니야. 그때 나도 내가 왜 나섰는지 의문이니까."
"사람이 고맙다고 하면 띠겁게 받아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네가 할 말은 아니야, 그거."
타에의 볼을 잡아 늘리며 이타쿠가 말하자 시에미가 태클을 걸었다.
"아우우우우!"
"응~? 뭐라는지 모르겠는데!"
"그만해."
코토네와 함께 나타난 카오리가 이타쿠의 뒷통수를 찰싹 때리며 말리자("안녕하세요, 코토네씨." "잘 지냈니, 시에미."라고 코토네와 시에미는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타쿠는 쳇 혀를 차며 잡고 있는 타에의 볼을 놔줬다.
시에미가 옆에서 쿡쿡 웃자 타에는 눈을 홀겼다.
"두, 두고 봐!!"
"두고 보라고 말하는 도망가는 사람 따위 무섭지 않네요!"
타에는 더 이상 있지 못하고 후다닥 도망갔다.
"시무라의 저런 모습은 처음 봐. 아는 사이야?"
"좀. 알고 지냈던 만큼 미움 받고 싶지 않았는데……."
칸나처럼 그녀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타에가 선택한 사람은 자신의 할아버지였다.
"미움 받을 짓을 했나 봐? 저런 반응이면."
"꽤 심한 짓을 했지. 그래도 한 행동은 후회하지 않아."
시무라 타에 한 명의 마음보다 수 십명 사람의 마음을 구했으니까.
"그럼 사과하면 되잖아."
"……아니. 미움받을 짓은 했어도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시에미는 물렁한 주제에 의외로 완고하더라."
"물렁? 나 그렇게 물렁하지 않는데."
오히려 비정하다는 소리를 들고 다녔는데.
"시에미씨!!"
모미지와 후유미가 현관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뒤쪽으로 우치하 당주 가족과 이타쿠의 가족 그리고 나루토가 보였다.
"이즈미는? 아카데미에 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피해자 애들이 당장 수술 받아야 한다고 해서 병원으로 갔어."
"그래."
"시에미씨! 칭찬해주세요!"
"맞아요, 칭찬!"
모미지와 후유미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시에미에게 안겨들었다.
"……고마워, 나를 위해서 싸워줘서."
시에미가 감사 인사를 하자 이타쿠들은 헤헤 웃었다
"그치만 닌자답게 해결했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어."
"닌자답게?"
"은밀하고 들키지 않게."
"은밀하고,"
"들키지 않게."
"전략은 나라 시카마루가 잘 짠다고 했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했으니."
이타쿠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그 미소 불길해. 무슨 꿍꿍이야?"
"사람을 이지메 시킨 나쁜 버릇을 뜯어고쳐줘야지. 조금 장난칠 뿐이야."
"가엾게도."
모미지가 중얼거리자 후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타쿠의 적이 된 존재는 불쌍해…. 아쉽지만 명복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후후후후후."
이타쿠가 어두운 꿍꿍이 가득한 웃음을 계속 터트리자 가족인 레이와 시스이조차 그에게서 살짝 물러났다.
"적당히 해. 상대는 어린애들이니까."
"알고 있어."
"진짜 알고 있어?"
"응. 알고 있지. 은혜는 2배로, 원수는 10배로 갚는 게 내 철칙인걸."
전혀 알아듣지 않은 것은 확실히 알겠군.
"그 말…."
"왜 그래, 누나?"
"츠바키님의 말버릇이야."
"츠바키?"
"카가미님의 아내, 시스이에게 할머님이 되는 분이지."
레이는 그리움이 묻어난 목소리로 시스이에게 작게 말해줬다.
"그 분이 항상 그랬거든. 은혜는 2배, 원수는 10배로 갚아줘서-,"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게 해라.""
레이와 이타쿠의 말이 교차했다.
"아… 역시 레이 너 그쪽 집안이었구나."
"뭐? 무슨 집안?"
"아니.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야."
이타쿠의 말에 시에미는 이해된 얼굴이 되었다.
"그럼, 내일 보자."
이타쿠는 시에미의 손을 잡고 한 손 인을 맺더니 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두 사람은 저택으로 돌아왔다.
"아까 전 얘기 계속해봐."
"쿠로바일 때 아이가 생겼거든."
이타쿠는 말이 끝나자마자 시에미에게 멱살이 잡혔다.
"너, 나라는 부인이 있으면서 다른 여자에게서 아이를 가졌다 말이야?!"
"노노! 절대 아니야!"
이글이글한 눈빛-양갈래로 묶고 있어서 머리는 갈라지며 붕 띄지 않았다-은 하바네로의 핏줄이 여기도 이어졌다는 것을 확신하게 했다. 이타쿠는 고개를 휙휙 젓으며 절대 아니라는 뜻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입양한 거야! 입양!"
목이 조여오자 이타쿠가 재빨리 속사포로 내뱉었다. 입양이란 소리에 시에미는 멱살을 풀었다.
"너가 죽고 우치하 아이를 입양했거든. 그리고 술법을 걸었어. 절대로 사륜안을 개안하지 못하는 술법을."
"너의 이기심 하나로 레이는 사륜안을 개안하지 못하게 된 건가. 그거 좀 이기적이지 않아?"
"이기적이라고 말해도 풀어줄 생각은 없어. 내가 입양한 아이라도 사륜안까지 개안하면 증오스러우니까."
"즉 레이는 우치하 쿠로바의 손녀란 이 말인가."
"응. 츠바키가 쿠로바의 여동생이었으니까 확실하겠지. 츠바키는 쿠로바의 손녀를 자신의 손녀로 입양시킨 거야. 아, 다행이다. 레이를 만날 때 이제부터는 껄끄럽지 않아도 되겠어."
"너 말이야……."
"우치하는 싫어."
일족에서 추방 당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이타쿠는 기분 좋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레이가 어째서 일족에서 묘한 따돌림을 받는 이유는 알게되어서 마음이 심란하다(우치하 일족은 사륜안이란 혈계한계를 개안한 자와 개안하지 못한 자의 차별이 있었다). 이타쿠, 아니 쿠로바의 이기심 하나로 손녀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지금와서 뒤쑤시는 것은 아니겠지. 본인의 마음정리도 다 끝난 마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