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라 학원은 남 이케부쿠로에 있는 사립 공학 고등학교다. 부지 면적은 별로 넓지 않지만 한정된 면적을 최대한으로 이용했기에 재학생에게 결코 좁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케부쿠로 역에서 가까운 덕분에 도쿄 근교의 사람에게는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고등학교로서 인기 상승 중이었다. 내신 성적과 마께 입학 난이도도 은글슬쩍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고로, 미카도와 마사오미는 실로 절묘한 때에 입학했다고 할 수 있겠다.
높은 학교 건물에서는 주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눈앞에 버티고 선 60층짜리 건물은 학교에게 우월감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대쪽에는 조시가야 공원 묘지가 펼쳐져 있는데, 도심 한복판이면서도 어딘지 적막한 분위기에 감싸여 있다.
입학식. 수많은 입학생들이 라이라 학원의 푸른 교복을 입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단상의 뒤쪽에는 교직원들이 앉아있었다. 거기에는 마사키도 앉아있었다.
"……금년에 새로 오신 선생님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양호 교사인 류가미네 마사키 선생님입니다."
교장이 입학 축하의 말이 끝이 나고 각 반의 선생님들을 소개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년도에 새로 온 양호 교사를 소개했다. 하얀 의사 가운을 걸친 검은 정장을 입은 고교생으로 보이는 외모의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류, 류가미네 마, 마사키입니다!"
말을 꺼내고 나서…. 실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냥 일어났다가 앉으면 되는 것인데!!
"하하, 첫 부임이라서 많이 긴장했나 봅니다."
교장 선생님이 넘어가주셔서 다행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뭔가 귀여우시네."
"맞아."
학생들은 마사키의 모습에 시선이 꽂혀서는 소근거리기 시작했다(창피하고 있는 마사키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제대로 들어올리지 못했다).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도망치듯이 체육관을 나오고는 양호실로 향했다.
"바보, 바보, 바보."
양호실 책상에 머리를 때려박으면서 아까 전의 자신의 실수를 생각했다. 너무 긴장했어. 첫 부임이라도 그렇지.
"자책은 좋지 않다고요, 마사키 선생님!"
"응?"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쪽을 바라보았다. 갈색으로 염색한 소년-키다 마사오미가 서 있었다.
"마사오미 군. 지금은 분명히 담임과 만나는 시간이 아니었던가?"
"그게 말이죠, A반의 담임이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데리러 왔습니다!"
"내가 A반의 담……. 그랬지!!! 고마워, 마사오미 군!"
옆에 챙겨둔 출석부를 챙겨 들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첫 부임인데, 담임을 맡으라고 하는 학교도 이상했지만. 어쨌든 맡으라고 했으니까. 원래 맡기로 한 담임 선생님께서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고 했던가.
"근데 마사오미 군은 B반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말고 가자고요, 선생님!"
마사오미는 등 뒤에서 나를 밀면서 걸어갔다. 대체 뭐지? 아무튼 지금은 A반 학생들이 기다렸기 때문에 계단을 올라가서는 A반의 교실 앞문을 열었다.
"미안해요!"
단상 앞에 서서는 외쳤다.
"앞으로 A반의 담임을 맡을 류가미네 마사키라고 해요."
"그 실수한 교사네."
"저 얼굴로 성인이라고?"
"완전 동안이네."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학생들, 중학생 때부터 아는 친구들이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수군거렸다.
"그럼 간단하게 자기소개 할까요?"
내가 말하자 아이들은 귀찮다는 표정은 역력했지만, 내가 한 줄을 가리켜서 "여기서부터 시작하세요."라고 말하자 어쩔 수 없이 창가에 앉은 사람부터 일렬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천천히 자기의 이름을 밝히고 자리에 앉았다.
"류가미네 미카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카도를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짓고는 다른 학생의 자기 소개를 듣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성이 같아서 뭐라고 한 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지금 아이들은, 의외로 다른 사람의 이름에 관심이 없나 보다.
가벼운 농이 섞인 자기 소개를 하는 자, 이름만 밝히고 앉은 자, 벌써부터 졸기 시작하는 자 등 가지각색이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존재는 "소노하라 앙리"라는 소녀였다. 고교생치고는 몸집이 작고 안경을 쓴 흰 피부의 예쁜 소녀였다. 하지만 어쩐지 가까이 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가졌는데, 타인을 위압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녀 쪽에서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거절하는 인상이었다.
"소노하라 앙리입니다."
꺼질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 자리에 앉은 그녀. 어쩐지 세상을 초연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저런 분위기를 가진 존재를 만난 적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출석부를 살펴보면서 자기 소개한 아이들의 이름을 살폈다. 단 한 사람, 하리마 미카는 빼고 전부 출석했다.
"하리마 미카? 하리마 미카…는 없는 건가요?"
내가 급우들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모두들 알지 못하는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입학식부터 결석? 하지만 하리마 미카가 결석했다는 것을 안 순간 소노하라가 불안한 얼굴로 빈 자리를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친구인가?
"그럼, 종례를 끝내도록 하죠. 모두들,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아무쪼록 양호실에 많이 들락날락하면 좋지 않으니까, 다치지 마세요."
입학식이니까 일찍일찍 끝내는 편이 좋겠지. 해산이라고 말을 하고는 교실을 빠져나갔다.
"여! 마사키 누님!"
"마…, 키다 군, 아직 학교인데…. 선생님이라고 해주지 않을래?"
"입학식인데, 어디 안 가실래요? 이거 데이트 신청이에요!"
"음."
"키다 군! 누나!"
미카도가 가방을 싸고 교실 밖으로 나와서는 나랑 마사오미를 발견하고는 급히 다가왔다.
"미…, 류가미네 군,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
"아, 응. 것보다 라이라 학원의 양호 교사라니?! 나 처음 듣는데!"
"엄마랑 아빠가 설명 안 해 줬어?"
"안 해줬어!"
"라이라 학원에 네가 입학하길래 나도 학교에 취직하기로 했거든. 그래서 틀림없이 들은 줄 알았는데."
미카도는 내가 말하자 "당했다!"라는 얼굴로 변했다. 부모님이 또 미카도에게 일부러 말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아들이든 딸이든 너무 싸고 도신다니까. 미카도의 학원을 허락한 이유는 아마도 내가 여기에 있기에 허락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보니, 미카도 군. 잠시만 기다려. 자취하는 집에 누나도 함께 가봐야하니까."
"누나!"
"교문 앞에서 기다려야 해! 금방 끝내고 나올 테니까!"
미카도에게 말하고는 계단을 내려가서는 양호실로 향했다. 양호 교사라는 점은 교직원 회의에 참석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하교 할 시간에 바로 하교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다른 학교는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라이라 학원에서 양호 교사가 할 일은 양호실에 오는 다친 학생들을 치료해주는 것이다).
양호실로 와서는 꼼꼼하게 창문을 닫고, 잠고는 문을 나와서는 자물쇠를 걸어두었다. 그리고 가지고 나온 크로스 가방을 비스듬하게 메고는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미카도와 마사오미를 생각하면서 건물을 빠져나왔다.
사복이 인정되는 학교라인지 몰라도 단정하게 입은 미카도 쪽이 겉도는 인상이었다. 미카도와 마사오미, 둘은 떨어져서 보면 같은 학교 학생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 갈까, 미카도 군?"
"누님, 저는 안 보이는 겁니까?"
"아, 미안. 마사오미 군. 미카도 군, 먼저 들릴 데라도 있어?"
바로 자취방으로 가기엔 그래서 나는 미카도에게 말을 하면서 그와 발을 맞추면서 걸어갔다. 교문을 나서고는 번화가로 향했다.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마사오미가 물었다.
"아, 으음…. 서점이 어디야?"
60거리의 입구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마사오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점이라면 이 부근에서는 준쿠도가 제일인데…. 뭘 사려고?"
"으음, 일단 집에서 읽을 만화라도 살까 싶어서…."
그러자 마사오미는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그럼 저 안쪽에 만화를 많이 파는 가게가 있으니까 거기로 가자."
그는 오락실이 있는 사거리로 가서는 오른쪽으로 꺾어 새 길로 들어섰다. 60거리와는 다른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동인지 같은 것도 파나본데."
"드, 들어가도 돼? 야단 맞는 거 아냐?"
"어엉?"
마사오미는 상대의 생뚱맞는 말에 당황하고 있을 때 별안간 뒤에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키다 아냐."
"에고, 이게 누구셔."
"아―, 카리사와 씨, 유마사키 씨, 올만이네요."
마사오미가 아는 사람? 뒤를 보자 남녀 2인조가 서 있었다. 대낮부터 밖에 나와 있음에도 둘 다 무척 파리해 보였는데, 남자는 눈빛이 날카롭고 말쑥한 타입이며 등에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메고 있었다. 하지만 복장을 보건대 캠프를 하러 가려는 건 아닌 듯 했다. 그리고 검은 모자를 쓴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삿치?"
"에?"
이상한 별칭으로 자신을 부른 건가?
"마삿치―잖아!!"
"어라리? 진짜 마사키 짱이군요!"
"아뇨, 저기…."
"누나, 아는 사람이야?"
미카도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전혀 기억나지 않아.
"누나?"
"얘는 오늘부터 같은 고교 학교에 다니게 된 죽마고우에요."
미카도에게 관심을 갖는 2인조에게 설명을 해주는 마사오미.
"어머, 오늘부터 고교생이구나. 축하해."
미묘하게 어긋나는 대화. 마사오미가 두 사람을 소개했다.
"이쪽 여자 분은 카리사와 씨, 이쪽은 유마사키 씨."
"아…. 저, 저어, 류가미네 미카도 합니다."
"마삿치의 동생이구나!"
"저기, 저를 아는 거예요?"
"무슨 소리야, 마삿치! 2년 전에 잘 만났잖아!"
2년 전…? 나는 고교 학교 졸업한 후에 바로 러시아로 떠난 것이 아니었던가?
"아… 저, 저기… 실례하겠습니다."
"마사키 짱?"
"미카도 군, 나중에… 나중에 보러 가야 할 것 같아."
지금 당장 아유미를 만나야 할 것 같았다. 2인조에게 인사를 하고 미카도에게 빠르게 말을 걸고는 달려갔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내가 2년 전에 이케부쿠로에 있었다고? 언제…. 그럼 그 때 떠난 거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기억이 불안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분명히 기억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일본으로 온 것이었는데….
"아무것도…… 기억 안 나…."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다가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키가 2미터정도 되는 호객꾼을 고개를 들어 올려서 얼굴을 보았다. 흡사 프로레슬러처럼 두툼한 근육을 가진 흑인 호객꾼이 요리사 같은 의상을 입고 있었다.
"마사치, 오랜만이야."
"?!?!"
자신은 초면인데 재회의 인사말이 날아왔다?! 당황해서 눈동자만 굴렀다.
"마사치, 초밥 머거, 마시써. 싸게 해주께. 초밥은 몸에 조아."
그가 내미는 광고지를 받아들었다.
"사이먼! 호객 활동 잘 안 하면, 러시아 대지에서 물고기 밥이 된다고!"
안경을 쓴 단발머리의 일본계 여성이 흑인 호객꾼의 이름을 외쳤다. 나는 재빨리 그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고는 그 곳을 벗어났다. 손에 들고 있는 광고지를 바라보았다. 초밥집? 나중에 아유미에게 첫 월급 탈 때 선물로 사줄까나? 일단 그녀에게 듣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번에는 회피할 수 없을 거다.
**
이케부쿠로와 신주쿠 사이. 그 연구시설은 메지로의 환락가에서 떨어진 어느 곳에 고즈넉하게 서 있었다. 역세어 떨어졌다고는 하나, 도쿄 안이면서도 꽤 넓은 토지면적을 자랑하는 부지와 울타리와 나무들로 둘러싸인 3층짜리 연구소. 간토 지방에서도 유수의 제약 회사인 야기리 제약의 신약 연구시설이다. 그러나 간토 유수였던 것은 옛날 일일 뿐, 현재는 옛날만큼 융성하지도 못하며 업적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할 즈음, 미국 기업이 흡수합병을 제안했다. '네브라'라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복합 기업으로, 운송업에서 출판, 바이오테크놀러지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고 있는 대기업이다. 견고한 업적의 이면에서는 정치가와의 유착 등 별의별 소문이 다 있지만 그 모든 것을 합법적인 힘으로 억누르고 잇다.
흡수라는 형태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면 대폭적인 구조조정 등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였으나-일부, 특히 사장을 포함한 야기리 일족의 일원들은 난색을 표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하게 반대한 사람은 젊은 나이로 제6개발 연구부, 통칭 제6연의 주임 지위에 올라선 야기리 나미에라는 여성이엇다. 나이는 스물다섯 살이며 사장의 조카에 해당한다. 그녀 자신의 능력도 유례가 드문 재능이므로 고속 출세는 결코 일족의 위광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의 지위에 일족의 힘이 크게 관여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니, 지위가 아니라 문제는 부서였다. 그리고 일족들은 '네브라'가 흡수를 제안한 최대의 원인이 바로 그 부서에서 다루는 물체가 아닐까 하고 그럴싸하게 수군거렸다.
제6연에서 다루는 것은 정확하게는 약이 아니다. 표면상으로는 임상시험에 적합한 면역 계통의 신약 개발이지만,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원래 이 세상에 있어서 안 되는 것이었다.
20년 전, 야기리 제약의 사장이 해외에서 구한 인간의 머리를 본뜬 박제-그것은 살아 있는 것처럼 아름답고 마치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소녀와도 같은 그것은 악취미적인 것이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잔인한 느낌을 나지 않는 것이, 마치 머리만으로 하나의 생물인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뭐, 진짜 살아있는 거지만…."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레드와인색 뿔테 안경을 쓴 아유미는 작게 중얼거렸다. 야기리 나미에는 뛰어난 여성이다. 자신의 큰아버지인 사장을 설득해서 듀라한이라고 불리는 요정의 목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네브라'의 접촉 시도가 시작되었다. 네브라또한 그 머리를 원하고 있었다.
"질투인가."
야기리 나미에게는 세이지라는 남동생이 있는데, 그 세이지에게 가족을 넘어선 뒤틀린 애정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이지라는 고교생은 '머리'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래서 야기리 나미에는 머리를 실험대상으로 마구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네브라에게 머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겠지.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미에를 보고 있으면 자신과 닮았다. 자신역시 사촌인 그녀를 시스콤이라는 뒤틀린 애정을 보내고 있었다.
딸랑하면서 채팅방에 누군가 들어왔다.
<채팅방>
-타나카 타로 님이 입실하셨습니다-
흑기사: <방가, 타로 님.>
타나카 타로: <흑기사 님, 세튼 님은 다라즈에 대해 아세요?>
흑기사: <소문으로만 들었어요. 무색투명 컬러갱이죠?>
세튼: <네, 이름만은. 근데 전에 칸라 님이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요?>
타나카 타로: <아, 그렇군요. 깜빡했어요. 죄송합니다.>
세튼: <아니에요.>
타나카 타로: <오늘 친구한테서 그에 관한 소문을 들었는데 역시 굉장한가 보더라고요.>
세튼: <으응, 실제로 본 적은 없는데. 정말로 있기는 한 걸까요.>
흑기사: <인터넷 상의 허구라는 말씀인가요?>
세튼: <그건 모르지만요. 하기야 정말로 있는 팀이라 해도 평범하게 살면 절대 만날 일이 없겠지요.>
타나카 타로: <그렇겠지요….>
흑기사: <너무 그런 데 관여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칸라 님이 입실하셨습니다-
칸라: <안녕하세용! 저 왔어여!>
타나카 타로: <안녕하세요.>
세튼: <방가.>
칸라: <뭔데요, 뭔데요, 다라즈 이야긴가요.>
칸라: <정말로 잇다니까요, 전용 홈페이지 같은 것도 있는걸용!>
칸라: <들어가려면 아이디랑 비번이 필요하지만.>
타나카 타로: <헤에.>
세튼: <별로 볼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
타나카 타로: <…칸라 님은 정말 모르는 게 없군요.>
칸라: <그게 유일한 장점이거든요 ㅎ.>
"그냥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칸라'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남자가 누군지 알기에 혀를 찼다. 문제는 그쪽이 자신에 대해서 알아차린 거냐 아니냐. 그게 문제인데. 조용히 일본으로 들어왔는데, 알아 차렸을 까나? 알아차리면 매우 귀찮은 일이 생겨서 싫은데 말이지.
"코지마 씨?"
부하가 안으로 들어와서는 자신을 부르자 그를 올려다보았다.
"뭐예요?"
"주임께서 하청 납입률이 너무 낮다고…."
아, 불법 체류기간의 외국인이나 가출한 학생들을 납치해서 인체 실험을 하고 있는 야기리 제약. 전부 머리의 세포, DNA 데이터, 체액 등을 납치한 인간을 이용해서 실험했다.
"알았습니다. 그만 나가보시죠."
부하를 얼른 내보냈다.
코지마 아유미(코지마는 어머니쪽 성이다), 이곳의 연구원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라면 이 정도의 가면 정도는 얼마든지 써 줄 수 있다. 자신은 그 남자들에게서 그녀를 지켜야 했다. 그녀가 다치는 꼴은 두 번 다시는 보지 않을 거다.
'오리하라 이자야. 헤이와지마 시즈오.'
부드러워 보이지만 꽤나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가져 수려하다는 찬사를 완벽하게 받는 인물, 눈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듯 다정한 한편 자신 외의 모든 것을 경멸하는 듯 날카로운 빛을 뿜고 있는 남자, 신주쿠의 정보상인 오리하라 이자야. 불안정한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5초마다 신념이 바뀌기 때문에 무섭기보다는 구역질 난다는 쪽의 인상을 준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다. 악인으로서 두드러진 폭력 성향을 가진 것도 아니고, 특별히 냉정하다거나 살인에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는 타임도 아니다. 다만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이나, 혈기를 주체 못하고 범하는 금기, 이러한 모두를 동시에 갖추고 있을 뿐이다. 악의 카리스마 따위가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자신이 흥미 있는 것에 탐욕스런 생물일 뿐이다. 인간을 사랑하면서 인간도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고 이상한 논리 사고를 가진 녀석. 타인을 알고 싶어하고 타인에게 간단히 흥미를 가지며 그에 맞먹을 만큼 타인을 짓밟는다.
선글라스를 쓰고, 한 세대의 전의 카바레나 스낵바의 바텐더들이 입을만한 옷에 나비넥타이를 맨 이케부쿠로의 명물, 전투 인형. 호리호리해 보이는 체형과 다르게 괴물 같은 힘을 가진, 말 그대로 괴물. 그는 인내심이 매우 짧다. 별것 아닌 일로 금세 폭발한다. 말에 대해 초조감이나 분노를 느끼는 타입으로 요리조리 핑계를 대는 인간을 무척 싫어했다(그래서 이자야와는 견원지간이다. 이자야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관계로,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흔히들 위급한 상황에선 초능력이 생긴다고 하잖아? 인간은 전력을 내고 있다고 생각해도 알고 보면 그것은 진짜 전력이 아니라고. 자연스럽게 근육을 통제하여 본래보다도 대폭적으로 작은 힘을 전력이라고 인식시키니까. 그러나 화재 같은 위기상황에 빠지면 뇌가 제어를 해제하게 되어, 평소보다도 강한 힘을 발휘하여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거나 인간을 화재 현장에서 구출해내거나 평소에는 뛰어넘지 못하는 강물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고 하잖아. 헤이와지마 시즈오라는 인간에게는 특이하게도 위기 상황이 아니어도 언제나 진짜 전력을 낼 수 있어. 언뜻 보기에는 큰 이점처럼 생각되지만 실상은 눈곱만큼도 그렇지 않지. 뇌가 전력을 제어하는 이유는 자신의 관절과 근육을 지키기 위해서지. 한계란 글자 그대로 한계이며, 그러한 부하를 주었다가는 근육과 뼈가 부서진다는 뜻과 다름없지. 그리고 그는 그 능력과 맞바꾸어 '힘을 억제한다'는 능력을 잃어버렸지. 말인즉슨- 무언가에 전력으로 힘을 담으려 하면 근육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도 상관없이 한계까지 힘을 쥐어 짜버린다는 소리지. 그리고 넘치는 힘은 그를 분노의 화신으로 바뀌었지. 힘이, 억제할 수 없는 근육의 힘이 분노를 느낀 순간 멋대로 움직이니까. 압도적인 힘에 조종된 뇌는 힘을 휘두를 것을 신체에 요구하지, 파괴하라고. 그리고 시즈오라는 소년은 본능에 따르게 되었지. 절대적인 파괴를 지향했고 언제나 자신의 몸이 먼저 부서졌지. 그리고 분노를 억제하는 행위조차 잊어버린 거야. 그래서 참을성이 없는 거지, 시즈오에게는.
-굵어지려고 있는 몸 안의 근육 섬유. 허나 시즈오의 분노는 세포들에게 그럴 틈을 주지 않지. 그리고, 기적인지 필애인지 모르겠지만 세포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어. 근섬유 다발은 그 이상을 굵어지기를 포기하고 가느다란 채로 보다 강해지는 고른 거야. 그가 가느다란 몸에 비해 힘이 센 이유는 그것이 원인 중의 하나여서일지도 몰라. 최소한의 재생. 보다 강해지기 위해서 관절과 뼈조차도 시즈오의 삶에 맞춰 성장방법을 변형시켰어. 뼈는 강철처럼 단단하게, 관절은 탈구를 반복하는 사이에, 습관처럼 뛰어 넘어보다 견고해지도록 진화했지. 불과 한 세대 만에, 헤이와지마 시즈오라는 짧은 인생 속에서 말이야. 이건 하나의 기적일 테지…,라고 신라 오빠가 말했어.
"그래. 역시 위험한 남자야, 헤이와지마 시즈오는."
과거에 자신의 동급생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오리하라 이자야는 그녀가 가까이 가게 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지만, 헤이와지마 시즈오는 연을 맺는 것조차 피해야 하는 인물이다. 그녀가 다치지 않으려면 후자 쪽의 사람을 더 조심해야하니까. 자신은 그 헤이와지마 시즈오라는 괴물이 너무나 싫다. 증오하고 있었다. 그녀가 흥미를 끄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녀를 다치게 하는 존재이다. 그래. 그 남자, 헤이와지마 시즈오는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괴물이니까.
"아아, 며칠 철야를 해야겠구만. 어서 연락을 넣어야겠지."
그녀랑 커플로 맞춘 검은 장미의 악세사리가 달린 핸드폰을 꺼내 들고 익숙한 메일로 메세지를 보냈다.
[미안해, 며칠 동안 집에 못 들어가니까, 문고리 걸고 문 잠구고 자야 해! -마사키를 언제나 걱정하는 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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