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로모기츠네는 흑막을 향해 몸을 돌렸다.
"세, 세, 세이메이!! 네가! 네가 뒤에서 조종한 것이냐!? 대답해라, 세이메이! 윽, 아프다! 타는 것처럼 아프다!"
하고로모기츠는 몰려드는 기억에 큰 두퉁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대답해라, 세이메이! 대답해라!"
파편 속에서 한 남자가 일어섰다.
"미안해요, 어머니."
긴 금발을 늘어뜨리고 검은 동공에 금색 홍채의 눈을 한 남자.
"세이메이……."
하고로모기츠네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네가 바란 것이냐?"
"미안하군요. 저 여자를 빙대로 삼으라고 지옥에서 명한 것은 저입니다. 이렇게 될 줄은 생각 못했어요."
"됐다, 이제 됐다. 되었으니라! 가까이, 가까이 오너라."
하고로모기츠네는 부활한 세이메이를 끌어안았다.
"오오, 세이메이. 겨우 이손으로…."
지옥의 문이 열렸다. 불타고 펄펄 끓고 있는 용암을 모두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게 지옥입니다."
"지옥…?"
"제가 천 년 동안 있던 요괴도 인간도 돌아갈 장소지요."
세이메이는 자신의 손으로 하고로모기츠네를 지옥으로 밀쳤다.
"히익! 세이메이!"
"천 년 동안 고마워요. 위대한 어머니여. 당신 덕분에 다시 길을 걸을 수 있어요. 당신은 나의 태양이었다. 희망의 빛, 따뜻한 온기…."
"세이메이! 세이메이!"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하고로모기츠네에게 세이메이는 등을 돌렸다.
"당신에게 등을 돌려야 비로소 이 길을 걸을 수 있어요. 그림자인 마도."
"세이메이! 사랑한다! 세이메이―!!"
끌려가면서 하고로모기츠네는 자신의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요우타는 호시를 끌어안은 채 그 모습을 창백히 응시했다.
"등에 빛이 있어야 비로소 나는 진정한 백귀야행의 주인이 되어 걸어간다. 간다, 요괴들아. 나를 따라와라!"
"도, 돌아왔다!"
"누에가! 아베노 세이메이가!"
"히히, 전설의 주인 탄생이구먼! 누에님, 만만세로다!"
"세이메이! 천 년 만이다!"
츠치구모가 세이메에에게 덤볐다.
"그리운 얼굴이군. 멸."
세이메이는 주술로 간단히 츠치구모의 주먹을 막았다. 츠치구모는 위에서 내려찍는 보이지 않는 힘에 짓눌러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지옥의 문이 닫히자 미나고로시지장이 그에게 다가갔다.
"세이메이님. 약속대로 칼을 가지고 왔습니다."
"꽤나, 지저분한 거리가 돼버렸군. 우리가 살아야 할 곳에는 어울리지 않다."
미나고로시지장에게 칼을 받은 세이메이가 교토를 보더니, 허공에서 칼을 휙 휘둘렀다. 그러자 교토에서 불기둥이 치솟아올랐다.
"교토가!"
"다시 한 번 더 새로 만들어야만 하겠군."
그가 말했다.
"좋은 칼이다. 수고했다, 산모토 고로자에몬."
"뭐?"
"산모토?!"
"산모토 고로자에몬이라고!?"
'산모토 고로자에몬'이라는 말에 쿠비나시들이 술렁거렸다.
"누구야, 산모토라는 건?"
"에도에 있는 요괴. 과거에 누라구미랑 다투었던 사내. 2대에 의해 멸망했던 에도 햐쿠모노가타리파의 두목 이름이다."
쿄요괴들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것이냐?"
"세이메이님. 정확히는 산모토의 눈알입니다. 현세에서는 미나고로시지장라 불러주십시오. 산모토는 백 개로 나뉘어져있기에 혼란해있으니까요. 히히히히. 그리고 바보 같은 녀석들에 건 세뇌가 풀릴지 모릅니다. 히히히히!"
"세뇌…라고?"
"우선 이 곳을 바꾼다. 그 앞에 내가 바라는 세계가 있다."
"불타라! 훨훨 불…?!"
츠키와 슈조가 나비가 그려진 부적을 꺼냈다.
""그렇게는 두지 않아!""
교토 전역에서 화혼접들이 날아다녔다. 지금까지 봐온 화혼접의 약 4배 이상 늘어난 수의 화혼접은 불타는 교토를 자신들의 날개 분말 가루로 진정시켰다.
"그런가."
세이메이는 자신에게 덤비는 츠키와 슈조를 보며 비소를 보였다.
"저것이 빈껍데기인 이유를 알겠군."
두 사람은 비슷한 음양술을 사용했다.
"음양사였어?!"
슈조의 음양술에 요우타는 깜짝 놀라워했다. 두 사람은 세이메이를 이기지 못했다. 나뒹그라졌다.
"사형!/츠키!"
"괜찮아…!"
츠키가 몸을 재빨리 일으켰다.
"츠키…?"
세이메이가 그 이름에 반응을 보였다. 그는 츠키에게 성큼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큭!"
"츠키씨!"
"구슬을 가지고 있었으면 숨어있어야지. 두뇌회전이 느린 것은 레이를 닮은건가."
"엄마 이름을 함부러 부르지 마! 너따위가 부를 이름이―!!"
츠키는 복부가 꿰뚫어진 감각에 눈이 크게 떠졌다.
"이런!"
"츠키!!"
"잘 받아가마."
세이메이는 츠키의 몸 안에 있는 녹색 구슬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는 츠키를 놓아주고 돌아보지 않았다.
"츠키씨! 윽!"
슈조의 뺨을 갈군 미나고로시지장.
"너희는 진 것이다!"
미나고로시지장은 널브러진 슈조의 가슴에 발을 올리며 짓눌렀다.
"아악!"
슈조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세이메이의 힘만 있으면 누라구미도 사노메도 너희 인간도 적수가 안 된다! 몇 백 년간 걸쳐온 이 원한, 네놈들 인간과 증오스러운 누라구미와 사노메를 이 마을과 함께 없애주겠다! 으헥?! 아니?"
미나고로시지장을 꿰뚫은 칼날.
"뭐, 뭐냐, 이것은! 나의 요기가 사라져간다!!"
미나고로시지장이 사라지고 빙대를 안고 있는 리쿠오가 보였다.
"네놈들이 짜고 아버지를…!"
슈조는 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켜세웠다.
"네놈, 뭐하는 거야?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딸을 건들고 우리를 휘저어놓고 요괴들을 선동하고. 천 년 전의 죽은 녀석이 이 세상에서 제멋대로 굴지 마라!"
"뭐냐, 넌."
리쿠오는 안고 있던 빙대여성을 조심스럽게 눕혔다.
"두동강 내주마!"
그는 세이메에에게 덤볐다.
"리쿠오님! 혼자서는 안 됩니다!"
"뭐하는 거야?! 지금껏 안 보고 있었어?"
"엄호한다, 리쿠오!"
"누라군!!"
"리쿠오니이이임!!"
리쿠오의 칼을 검지 한 손가락으로 막은 세이메이.
"과연. 네네키리마루인가? 확실히 좋은 칼이다. 하지만 나를 쓰러트릴 정도의 힘은 아니다."
세이메이의 힘에 네네키리마루가 부서졌다.
"네가 리한의 진짜 아들인가? 힘이 부족하군."
"리쿠오!"
세이메이가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세이메이가 휘두른 칼에 베인 것은 리쿠오가 아니었다. 빙대가 리쿠오의 방패가 되었다.
"!!"
"가여운 것. 거짓된 기억에 정이 생겼나."
"이봐! 너, 뭐하는 거야?!"
"리쿠…… 오……."
다시 세이메이가 공격할 때, 누라리횬이 나타나 그들을 데리고 피했다.
"영감?"
"너희들. 잠시 시간 좀 벌어주게. 나는 확인해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세이메이의 앞에 누라구미 간부들-규키, 다루마, 히토츠메가 섰다.
"되살아난 최강의 음양사."
"간단히도 말하는군, 총대장은."
세이메이는 요우타 쪽으로 걸어갔다.
"안 돼!"
슈조가 세이메이의 진로를 막으려고 했지만 다친 몸은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너희들은 그녀에게 맡기도록 하지."
세이메이는 츠키에게서 빼앗은 녹색 구슬을 호시의 시신에 넣는다.
"안 돼!!"
그것을 본 슈조가 절규했다.
몸을 피한 리쿠오들에게 달려온 츠라라들. 시즈오도 그곳에 있었다.
"영감. 혹시… 이녀석, 내 남매야?"
리쿠오가 물었다.
"그건 아니겠지. 좀 더 깊은 뒷공작이 있는 것 같다."
"…판박이네요. 오토메 누님과."
시즈오가 그녀의 옆에 무릎을 끓으며 말했다.
"오토메 누님?"
"야마부키 오토메. 과거에 리한의 부인이였던 요괴의 이름이다."
누라리횬이 말했다.
"요우히메, 네 할머니가 살아있던 벌서 몇 백 년 전 이야기다. 그 아이가 누라구미에 시집와서 함께 살았던 것은……. 그저 얌전하고 아름다운 요괴였다. 그때부터가 녀석의 전성기가 시작되었지. 날이 갈수록 누라구미는 녀석과 함께 커져갔어. 그런 날들이 오래 지속되었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채. 그게 반대로 그 아이에겐 가혹했던 거야. 우리 일족은 여우의 저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 하지만 아버지는? 리오와 나는 이렇게……."
"너희 형제와 리한은 요괴와 사람의 아이다. 여우의 저주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거겠지. 그 아이는 후계자가 생기지 않는 건 자기 탓이라고 믿었어. 어느 날 황매화가 핀 꽃가지 한 줄기를 남기고 모습을 감췄어. 곁에는 한 편의 시가 적혀있었지. '겹겹이꽃을 피어도 황매화의 열매 하나 맺지 않으니. 슬퍼서 울것만 같구나.' 화려하게 꽃을 피워도 나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
"그런 일이…!"
"지금 와서는 간부 녀석들 밖에 모른다. 그리고 그후에 그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도 아무도…."
"저는…, 마치 꽃이 시들듯 이 세상에서 사라져갔습니다……."
"누님?"
"새까만 세계에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설마, 너! 야마부키 오모메 본인인가?!!!"
세이메이는 경악한 목소리에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반혼술로 되살린 야마부키 오토메에게 산모토는 리한의 딸이라는 거짓 기억을 부여했다. 누라 리한의 제거 그리고 어머니의 전생 그릇으로서 그 역활을 충분히 해주었다."
"비열한 놈! 용서 못 해!"
"천벌이다!"
세이메이의 말에 분노한 간부들이 덤볐지만 그를 이기지 못하고 힘에 나동그라졌다.
"저 목소리를 들은 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저는 딸이 되어있었습니다. 거짓된 기억을 주입당한 채…. 리한님은 처음에는 망설이셨지만 이윽고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날 하루는 매우 행복해서 이 이상은 없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리한님이 부르신 시구가 열쇠였습니다. 거기서 저는, 모든 것이 생각나도록 되어 있던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죽이고 저는 그 여우가 된 겁니다…."
"반혼의 술. 세이메이의 짓이네."
13대 히데모토가 유라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아마도 원래는 인간인 요괴. 그걸 하고로모기츠네의 빙대로서 소생시켰다. 그래서 조건이 좋았어. 누라짱의 아들을 방해꾼으로 여기는 이번 흑막에게는."
간부들의 공격을 막은 금색 방패막. 그 방패막을 펼친 것은 멍한 눈빛을 한 호시였다.
"우리가 모여서 상처 하나 못 냈다는 건가?"
"나이 탓은 아니겠지."
"어이, 규키. 아무리 너라도 무리다."
"무리인가. 그게 누라구미겠지!!"
규키가 세이메이에게 덤벼들다가 내팽겨진다. 호시가 규키에게서 칼을 빼앗어 그의 목에 겨누웠다.
"…호시."
몽롱한 눈빛으로 살짝 미소짓는 호시는 요염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가 규키를 향해 내리치는 칼날을 막은 존재.
"위험했다~! 조금 늦었다!"
"사노메?"
"호오즈키…?"
"호시히코!!"
사노메 호시히코가 이끄는 백귀야행-사노메일가가 도착했다.
"아가씨가 왜 우리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는 거죠?"
호시의 모습에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을 한 카와스미 자매. 그것은 다른 요괴들(그녀를 잘 아는 요괴들)도 마찬가지였다.
"…저주 때문인가."
"빙고."
리쿠오의 말에 호시히코가 동의했다.
"저건 우리가 상대할 테니까. 누라 리쿠오, 넌 누에를 끝장내."
호시히코가 말했다.
"이제 그만 끝내야 하잖아."
"끝?"
세이메이는 눈짓 하나로 강한 돌풍을 불게 해서 리쿠오와 호시히코를 공격했다.
"큿!"
돌풍이 잦아들자 세이메이가 입을 열었다.
"이제 막 시작한 건데. 무엇이든 간에 말이지. 사람과 요괴도 혼돈과 뒤섞이는 세상은 파괴된다. 어둠이 빛을 다스리는 질서. 이제부터 다 잡아간다."
"너도 원래는 인간이였잖아."
누라리횬이 말했다.
"영감……."
"흥. 천년의 시간을 넘어 이렇게 부활을 이뤄냈다. 나는 사람이란 그릇을 뒤어넘어 어둠의 정점에 서는 존재가 됐다."
"사람을 버린 것에 한 조각 미련도 없다는 건가? 나는 말이지…. 서툴러도 괴로워도 사람으로 있으려하고 요괴로 있으려 한 아들과 손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좋다."
세이메이가 마왕의 방망이를 들어올렸다.
"3대에 걸친 누라리횬의 피. 너희가 시작을 알게 될 일은 없다. 바라는대로 끝내도록 하지."
리쿠오의 앞으로 츠라를 비롯해 누라구미+토노 요괴들이 섰다.
그들은 세이메이 주위에 둘러서있었다.
"가자고, 리쿠오."
"어."
호시히코와 그의 백귀야행은 호시에게 덤볐다.
"요우타!!"
"호시……씨."
츠키가 기어와 요우타를 깨웠다. 그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구슬이 호시의 몸에 들어가고나서, 호시가 눈을 뜬 것을 감동한 것도 잠시…. 호시에게 제일 먼저 공격당했다.
"호시…씨……."
-내가, 나쁜 것에 완전히 잠식되면…… 요우타가 그걸로 날 죽여줘.
요우타의 꺼내든 부적을 쥔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정말로… 최후의 수단밖에, 이제 그것 밖에 남지 않았던 가요…?"
요우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째서 저입니까?
-그게 복수이니까.
그때 '복수'라는 것은 호시씨의 복수라고 생각했다. 부친을 잃은 호시씨가 자신에게 주는 벌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것을 받아들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부모의 죽음을 외면한 자신에게 주는 복수의 기회였던걸까….
덜떨 떨고 있는 요우타의 손를 감싸는 또 다른 손. 갑작스러운 온기에 요우타는 흠칫 놀라 옆을 보았다. 츠키가 요우타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왜 그래?"
"…저는, 제가 해야만 하는 거죠?……이제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근데, 저는, 하고 싶지 않아요!"
요우타의 눈동자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요우타의 심정을 츠키는 모르지 않았다. 츠키 역시 슬픈 것은 매한가지였으니까. 그치만 질척한 감정에 빠져있어서 안 된다. 세이메이에 호시가 추가되면 도깨비에게 방망이를 주어지는 꼴이 된다.
"요우타. 저건 호시가 아니야."
"……."
"누에의 꼭두각시 인형이야."
츠키는 자신의 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에 혀를 찼다.
"부탁이야, 요우타. 호시를 해방시켜줘."
"해방……."
"우리가 아는 호시는 분명 괴로워할 거야. 저건 호시가 아니야……. 저런 것 호시가 원하지 않을 거야."
자신의 오빠와 사노에 일가의 요괴들과 싸우는 호시는 다수와의 상대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역시 호시네."
"뭘 감탄하시는 거에요!!"
호시히코의 말에 엔마아이는 발끈하며 외쳤다.
"사쿠라씨도 데리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요!"
"아니. 그녀는 집을 지켜야지."
자신에게 덤비는 요괴들에 무표정한 호시의 얼굴에 짜증이 나타났다. 그녀는 들고 있는 검을 하늘로 향해 올렸다.
호시의 검에서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그 연기는 용의 모습을 갖춰었다. 검을 감싸듯 둘러진 용이 표효하듯, 호시가 검을 휘둘렀을 때 강한 참극파가 그 일대를 집어삼킨다.
"멸룡파."
모두 쓰러졌을 거라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한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그 남자의 경외로 모두가 지켜진 것처럼 보였다.
요우타는 리쿠오의 등을 보며 부적을 발동한다.
"누라구미. 누라 리한이 죽고 난 후에도 나를 방해하려고 하나? 그렇군. 어머니나 다른 자에게 계속 맡기기만 한 이 천 년이 얼마나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를 모시지 않는 자를 여기서 내 손으로 멸하지."
"ㅡ읏!"
리쿠오에게 날아간 검 한 자루.
"?"
"무기가 없으면 시작할 수가 없겠죠."
요우타가 던졌다.
"……그에게 맡긴 거야?"
" 리쿠오가 누에를 쓰러트리면 돼요. 그럼 모든 게 끝잖아요."
리쿠오에게 넘긴 칼은 호시가 요우타에게 준, 자신을 찔러달라고 만든 항마검이였다.
"간다. 누에-아베노 세이메이!"
"아직도 발버둥치려고 하는 거냐. 헛수고다."
세이메이의 공격에 불기둥이 치솟았다.
"실컷 해주는군."
음양사들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부적으로 방패를 펼친다.
"간다, 애들아!"
모두의 힘을 합쳐 리쿠오는 세이메이의 방어를 꿰뚫었다.
호시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그쪽으로 몸이 움직여졌다.
"!!"
연기가 거둬졌을 때 보이는 광경에 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세이메이를 보호하듯 그 앞에 서서 리쿠오의 칼에 찔려진 호시가 보였다.
"호시!!"
"-컥!"
몸이 뚫린 감각에 제정신을 되찾았다.
"역시…… 이렇게 되었네."
호시는 초연한 미소를 지으면서 눈동자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잔뜩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 리쿠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 두 마디였다.
"미, 안해……."
너에게도, 츠키에게도, 요우타에게도…….
"그리고… 고마워…."
덕분에 해방될 수 있었다.
호시의 몸은 수많은 화혼접이 되어 사라졌다. 리쿠오의 손에서 빠져나온 검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아……!"
세이메이는 혼란해하는 리쿠오를 향해 공격하려 할 때, 그의 팔에서 살점이 후두득 떨어져내렸다.
"아니? 아직 이 세상에 몸이 적응하지 못했나. 할 수 없군."
그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
"지옥의 문!!"
"여긴 일단 물러나도록 하지. 천 년 동안 수고했다. 키도마루, 이바라키도지 그리고 종들이여. 지옥으로 간다. 따라와라."
"지, 지옥?"
"세, 세이메이님!"
"왜 그러나? 안 가냐? 난 간다."
"이바라키! 나, 나는 감동했을 뿐이다!"
이바라키도지, 키도마루의 시작으로 쿄요괴들이 지옥으로 들어갔다. 모든 쿄요괴가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대표적으로 가샤도쿠로랑 쿄코츠가 남았다).
"기다려!"
누라리횬이 분노해 쫓아가려는 리쿠오를 막았다.
"조만간 다시 만나자, 어린 이매망량의 주인이여."
세이메이가 마지막으로 들어가면서 지옥의 문이 닫혔다.
슈조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챙겨들었다.
"이제 당신은 만족했나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저주는 풀렸어요……. 사노메 아가씨."
개어져가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호시히코는 자신의 백귀야행을 데리고 떠났다. 그의 이마의 문양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