쿄코츠가 누워있는 오토메에게 다가갔다.
"언니! 언니, 정신차리세요! 언니를 돌려줘!!"
쿄코츠를 말리는 오토메의 손.
"고마워……."
"언니! 언니!"
쿄코츠가 울음을 터트렸다.
"리쿠오……."
오토메의 손짓에 리쿠오는 가까이 다가갔다.
"좀 더 자세히 얼굴을 보여다오…. 꼭 닮았네, 그 사람과….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면… 당신 같은 아이겠죠…."
"어이!"
"누님!!"
숨을 멈춘 오토메에 시즈오가 눈물을 보였다.
"영감. 지금 당장 3대째 자리를 넘겨."
"…리쿠오."
"힘이 필요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해져야 해. 이 원수는 내 칼로 갚겠어."
그 후 그는 오토메의 육신을 쿄요괴들에게 주기로 결정내렸고 시즈오는 반대하지 않았다.
"괜찮은 거지, 리쿠오?"
"응. 하고로모기츠네는 이 녀석들의 대장이니까."
"정말…괜찮아? 당신한테도 이 사람은 가족 같은 사람이잖아? 이 분은 우리 쿄요괴의 상징이야. 우리가 따르는 유일한 요괴였어."
"미안하다. 은혜를 입었다.
하쿠조즈가 말했다.
가샤도쿠로가 오토메의 시신을 챙기고 쿄요괴와 함께 떠났다.
"저녀석들에게는 저녀석들 나름대로 신념이 있어. 그런 신념을 배신하고 백귀야행의 주인을 칭해 아버지와 아버지가 사랑하는 요괴를 죽이고… 호시까지 건든 그 놈을 난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전면전을 벌일 셈이냐?"
"그래야겠어! 말리지 마!"
남자다운 리쿠오의 모습을 간부들이 지켜봤다.
"드디어 때가 됐군."
"음."
"흥, 오는 게 아니였어. 이러면 인정 안 할 수가 없잖아."
쿠라마산의 오오텐구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유라."
리쿠오가 유라를 불렀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어?"
그 부탁으로 누라구미는 케이카인 본가로 향했다.
음양사들은 난데없이 요괴들의 등장에 혼란스러워했다.
"우와아아! 여기가 케이카인 본가냐!"
"조금 부서졌을 뿐 멀쩡하네!!"
"뭐, 뭐야!"
"실례하겠수다!!"
"요괴가!!"
유라는 리쿠오를 아키후사에게 데리고 갔다.
"악몽이야. 누라리횬만큼은 집에 들여보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앞으로 봉인 때문에 넘쳐나는 쿄요괴 잔당을 처리하느라 정신 없을 거다."
사람인 모습의 리쿠오가 유라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고. 쿄코츠 애들을 놓아준 건 악행이라고. 나참. 우키요에 마을에는 잠시 못 돌아갈 기다."
"그렇구나."
"아키후사 오빠야!"
"유라…?"
"안녕하세요. 누라구미의 젊은 두령, 누라 리쿠오입니다."
리쿠오가 아키후사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유라씨한테 들었습니다. 아키후사씨가 요도 제작에 천재라고. 이걸."
그는 아키후사에게 부러진 네네키리마루를 넘겼다.
"당신이 그걸 능가하는 칼을 만들어 줬으면 해요. 세이메이를 쓰러트리기 위해!"
"!!"
"부탁드립니다. 같이 싸우는 거에요!"
"나도 협력할게."
13대가 나타나 끼어들었다.
"히데모토!"
"알고 있는 건 전부 알려줄게. 뭐 너라면 할 수 있겠지."
"나라도 괜찮다면…. 이 힘이라도 괜찮다면."
"고마워요."
"어이!"
키요쥬지단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누라군!"
"리쿠오, 역시 왔었어!!"
"카나짱, 키요츠구군, 모두!"
"완전 늦었잖아, 누라군!"
"미안미안."
"겨우 갈 수 있겠네."
"이걸 보라고! 전부 요괴가 한 짓이야!"
"오이카와씨! 무사했나요?"
"이쪽으로 오면 안 돼요!"
"그리고보니 저쪽이 소란스러운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아니야."
요괴들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리쿠오의 행동을 보며 리오는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그 후에 키요쥬지단이 떠날 때 츠키, 요우타, 유라가 마중을 나왔다.
"이걸 받아."
요우타는 키요쥬지단 멤버에게 부적 한 장씩 주었다.
"이게 뭐야?"
"인입의 부적이라 하는 기다."
"인입의 부적?"
"인간이 인간이 아닌 것의 세계에 들어갔을 때 또는 요괴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쓰는 인입이라는 음양술이 담겨있어."
"뭔일있으믄 그걸 써서 요괴한테서 달아나라!"
"부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렴."
츠키가 말햇다.
"츠키, 이것도 주는 게 어때?"
메이는 목주 팔찌를 내밀었다.
"우와, 예쁘다!"
"마노로 만든 목주야. 이걸 차고 요괴를 거부하는 마음을 가진 뒤 근거리에서 쓰면 요괴를 없앨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걸 쓸 수 있는 건 한 번 뿐. 부서지면 효과가 없어져."
"고마워요!"
"몸 조심하렴. 요우타의 말을 들어보면 너희는 요괴가 잘 얽히는 것 같으니까. 그게 꼭 도움이 되면 좋겠어."
그들이 떠나고 케이카인 본가는 매우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 츠키는 난데없이 느껴지는 신기에 가까운 요기에 번쩍 눈을 떴다.
"이 느낌은 예전에……."
잠자리를 나온 츠키는 방문을 열었다. 마당에는 흰 용이 서 있었다.
"시라누이 코하쿠누시……."
호나미님의 동생으로 신까지 되었다가 요괴로 타락한 존재. 그리고 현재는 호시의 수호용……. 츠키는 그 앞으로 걸어가서 섰다.
"아베노 츠키여. 섣달 그믐, 수호석을 받으러 오겠다."
"구슬?"
츠키는 어리둥절했다. 자신은 분명 누에에게 구슬을 빼앗겼다.
"구슬이라뇨? 저에게 구슬은!!"
용이 발톱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
갑자기 몸 안에 무언가 있다는 감각이 느겨쪘다.
"이게 어떻게…… 어떻게 된 일이지요?"
츠키가 앞을 봤을 때 용은 사라지고 없었다.
"코하쿠누시님?! 코하쿠누시님!!"
눈이 다시 한 번 떠졌다.
"……꿈?"
창밖으로 빗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세찬 비가 교토 전역에서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여름의 끝을 알리는 비라는 생각이 들다가,
"이건 당신이 흐르는 눈물이겠구나."
지금 흘리는 비가 용의 눈물이라는 생각으로 변했다.
교토에서 돌아오고 누라구미는 리쿠오의 3대째 취임 준비로 분주했다. 다시 누라구미로 돌아온 시즈오는 부엌조로 배치되었다.
"8년 동안 많은 게 변했네요."
시즈오는 리오에게 말했다.
"큰 도련님은 인간이 되시고 작은 도련님은 곧 3대째가 되시니까요."
"그렇지."
그는 리오에게 정장을 입혀주었다. 취임식에 참석하는 리오는 격식에 맞는 복장을 입었다.
"고마워, 시즈오."
리오는 방을 나섰다. 회장에 앉아 있자 곧 문이 열리고 밤의 리쿠오가 들어왔다. 그는 상석으로 걸어와 자리에 앉았다.
"기다리게했군, 앞으로 누라구미는 지옥에서 되돌아올 누에와의 전면전쟁에 들어간다. 경외쟁탈전. 겁먹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 지휘는 이 녀석이 맡는다. 이것은 이곳에 있는 누라구미의 간부 모두의 뜻이다. 알겠냐."
"…3대 자리에 오르기 전에 한 마디 해두겠다."
밤의 리쿠오가 입을 열었다.
"우선 난 인간에게 손 대는 놈은 용서치 않는다. 인의를 벗어나는 행동을 한 놈 또한 용서치 않는다. 때문에 설령 다른 요괴에게 당할 뻔했다 해도 말이다. 그것은 경외를 잃지 않는 그런 요괴로 있으라는 뜻이다. 나는 이 조직을 그런 요괴들의 집단이라고 만들자고 한다. 그것이 나의 3대째 백귀야행이다! 다들 알았지!"
"예!"
간부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리쿠오가 3대 총대장이 되었다.
'지금의 모습을 호시가 보면 좋아할텐데…….'
-리쿠오가 3대째에 어울리는 남자가 되면 난 기꺼이 시로무쿠를 입어 너의 아내가 되어줄게.
-진짜? 약속하는 거야!
-그래, 약속해.
취임식 이후 시작된 연회의 떠들썩한 자리를 피하듯 나온 리오는 툇마루에 앉아서 혼자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술이 담긴 술잔이 있었다.
"호시… 저 녀석, 진짜로 3대째가 되었어."
함께 축하주를 기울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형."
"?"
자신을 부른 목소리에 리오가 고개를 올렸다.
"주인공이 왜 여기 있냐."
"리오야말로 왜 나와서 청승이야?"
"혼자 마시고 싶어서 말이지."
술병을 보이며 리오가 말했다.
"뺨은 괜찮냐."
사정을 듣고나서 리오는 리쿠오를 주먹으로 한 대 쳤다.
-네가 지켰어야지!!
그래서 취임식인데 그의 볼에는 하얀 반창고가 붙어져있었다.
"나도 줘."
"술잔 가지고 와. 내것 한 개밖에 없어."
"술잔이라면……."
"그건 호시꺼야. 네가 3대째가 되면 함께 기울자고 약속했거든."
"…그래."
리쿠오는 술잔 옆에 앉았다. 형제 사이네는 사람이 한 명 앉을 공간이 비어있었고 그 자리는 술잔이 차지하고 있었다. 리쿠오는 소매에서 나온 술잔을 리오에게 내밀었고, 리오는 그 빈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3대째가 된 것을 축하하마."
두 사람은 술잔을 챙 부딪치고 동시에 마셨다.
"……써."
리오가 작게 말했다. 형제는 침묵 속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