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먼 옛날――.

세상을 어둠 속으로 빠트리려고 한 재앙신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아주 새까만 까마귀가 나타났습니다.

밤도 그보다 더 어둡지 않았습니다.

그림자도 그보다 더 어둡지 않았습니다. 

야타가라스는 밤보다도, 그림자보다 더 어두운 존재였습니다. 

재앙신 야타가라스는 마을을 엉망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하나둘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요. 하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사람들보다 수 백배는 커서 그 누구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재앙신 야타가라스의 폭주만이 끝없이 이어지는 와중, 돌연듯 육도선인의 딸인 세눈박이 소녀, 츠키카게가 나섰습니다. 

츠키카게는 자신을 희생해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세상을 어지럽힌 재앙신 야타가라스(삼족오三足)를 봉하였습니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츠키카게는 야타가라스의 봉인이 풀리지 않길 바라며 봉인의 마개가 되는 보옥 9개를 세상 곳곳에 흩뿌렸습니다.

후에 사람들은 야타가라스를 봉인한 츠키카게를 닌자의 여신이라고 칭송하게 되었습니다.


신과 같은 힘을 가진 육도선인이었지만 그에게도 죽음은 찾아왔다. 자신이 죽으면 십미가 풀려날 것을 우려한 육도선인은 십미를 힘과 육신으로 나눠 육신은 달을 만들어 거기에 봉인하고 힘은 아홉 마리의 짐승으로 바꾸어 세상에 퍼뜨린다. 그 아홉마리 짐승을 미수(尾獸)라고 부른다.

방대한 양의 차크라를 가진 위험한 생물인 미수와, 미수가 몸 안에 봉인된 인간인 인주력(人柱力)과 미수와 동등한 힘을 지닌 보옥(玉)을 손에 넣은 닌자5대국-불의 나라의 나뭇잎 마을, 번개의 나라의 구름 마을, 바람의 나라의 모래 마을, 물의 나라의 안개 마을, 땅의 나라의 바위 마을. 

보옥을 손에 넣은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되어서, 괴물 같은 힘과 재생력 높은 몸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닌자 세계의 어둠 속에서, 닌자 마을의 그늘 속에서 살아있는 신이 되어, 닌자들을 지켜준다고 한다. 

그렇게… 9명의 반요(半妖)들은 수많은 전설과 괴담을 지니게 된다.

..........................

..................

.........

...

.

.

.


"이타쿠!!"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 흑발의 소년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움직임에 어깨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날개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아…!"


그는 날아가버린 까마귀를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온 형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스이."


곱슬거린 흑발의 청년-우치하 시스이가 이타쿠의 앞에 섰다.


"시스이 '형'이겠지."

"……."

"여기 있었네."

"나를, 찾아다닌 거야?"


이타쿠가 물었다.


"왜?"

"그거야 당연하잖아. 너는 어제까지 환자였으니까"


5대국 중 하나인 불의 나라의 숨겨진 닌자마을-나뭇잎 마을은 비전을 지닌 여러 일족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다. 비전 일족 중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것은 '우치하' 일족이다. 

우치하 일족은 화둔을 잘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체술·환술·인술을 꿰뚫어보고 카피할 수 있는 동술 '사륜안'을 혈계한계로 갖고 있었다. 


"집으로 가자. 누나가 화났어."

"마을을 나간 것도 아닌데. 과보호가 심하네."


이타쿠는 보고 있던 책을 계산했다.


"무슨 책이야?"

"동화책."

"츠키카케와 야타가라스? 그건 허구잖아, 이타쿠."

"아닐 수도 있지. 츠키카게가 존재했다는 증거로 '반요'를 들 수 있잖아."


반요는 미수와 동등할 정도로 힘을 지닌 보옥을 손에 넣은 인간, 아니 5대국의 다섯 닌자마을을 어둠의 그림자 속에서 수호하는 현신(現神)들이다. 무수한 괴담의 소문만 있을 뿐 그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건 미신이야."


시스이는 전설과 신화, 미신을 믿는 동생을 귀엽다듯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신이 아니라 전설과 신화겠지. 전설과 신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거야, 시스이."


이타쿠가 탁 하고 자신의 머리에 있는 그의 손을 쳐냈다.


"야타가라스도 츠키카게도 반요도 있어."

"그래 그래."

"하아―."


자신의 말을 그냥 아이가 하는 말로 치부하는 시스이에 이타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그 야타가라스의 화신(化身)이라는 것을 그들은 믿지 못할 거다. 


"이타쿠."

"?"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는 거야?"

"어. 더 이상 아플 일은 없어."


각성을 했으니까 더 이상 아플 일은 없다. 각성을 하기 전까지는 자신은 심한 정신병에 앓고 있었다.

시작은 한 소녀의 실종에서 시작됐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소녀가 미아가 되어 마을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자신만은 그녀가 납치당했다는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3살 꼬마의 말에 귀기울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당신들, 후회할 거야! 내가 후회하게 만들겠어!'


이타쿠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며 외쳤다.

하지만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이는 이후에 이유 모를 두통에 고통에 휩싸여서 집 밖으로, 침대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머리를 쪼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강한 두통에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고, 괴로워했고, 울부짖었다.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아."


그건 시련이었으니까. 어서 각성해서 두 번 다시 애인을 잃지 말라는 시련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각성했다.


"다행이다."


시스이는 이타쿠의 말에 안도했다.


"시스이."

"응?"

"시스이는 소중한 사람이 사라져버리면 어떡해 할래?"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네."

"대답."

"나라면… 기다릴래."

"착한 남자의 표본이네. 근데 나는 그럴 수 없어. 그녀가 내 옆에 없다는 것을 참을 수 없거든."

"그거, 시에미를 얘기하는 거야?"


이타쿠는 먼 곳을 보았다. 


"찾으러 가야겠지. 음, 찾으러 가는 수 밖에 없어."


직접 그녀를 찾으러 가야한다. 지금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찾으러 갈 수 있다.


"이타쿠!! 시스이!!"


웨이브 파마 헤어 스타일을 한 검은 머리칼 여성-우치하 레이가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드디어 찾았다!"


시스이와 이타쿠의 누나, 레이(브라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에 안도했다.


"두 사람 함께 있었구나! 다행이다!"

"마을 안인데도 걱정하는 거야? 브라콤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은데, 레이."

"누나겠지. 레이 누나!"

"호칭은 됐고. 내가 어딜 돌아다니든 앞으론 상관 하지 말아줘."


이타쿠는 레이에게 차갑게 말하고 휙 가버렸다.


"저렇게 과보호면 내가 그녀를 찾으러 갈 수가 없잖아."


일단 나뭇잎 마을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까, 내부 조사를 해야하는데…. 내부 조사를 하려면 권력이 있어야 하고. 그치만 사람들 앞에는 드러나서는 안 되겠지.


"어쩔 수 없나."


단조에게 부탁을 하는 수밖에.

시무라 단조. 현 3대 호카게 사루토비 히루젠과 호카게 자리를 다투었던 남자로, 암살전술 특수부대-통칭 암부- 육성 기관인 뿌리의 창시자이자 수장으로 강경파 인물이다. 나뭇잎 마을을 위해서 닌자들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반요를 알고 있는 남자이기도 했다. 그가 반요들에 알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전설과 신화를 연구하던 아내, 시무라 와카나 덕분이다.


"그를 만나기는 정말 싫은데……."


혀를 차고 이타쿠가 움직였다. 그 후 이타쿠는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책에만 파묻혀 살았다.


**

불과 바람 나라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새의 나라가 소국에 불구하고 대국 못지 않는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 군사력이 불의 나라에 위협이 될까봐 암부를 잠입시켰다.


"새의 나라에 잠입한 암부와 연락이 끊어졌다."

"그렇구나."


턱에 십(十)자 흉터가 있는 노년의 남성이 말하자 료는 감흥없다는 목소리를 냈다. 


"임무다."

"명령조를 말하지 말라니까."


우린 어디까지나 비지니스 관계니까 말이야. 


"새의 나라를 잠입해서 그 암부를 구해오면 되는 거지?"

"그렇다. 코드 네임은 '메이코'다."

"?!"


메이코? 동명인?


"왜 그러지."

"아니…."


동요감을 드러내버렸네. 아직도 미숙하다는 증거구나.


"드문 일이네. 닌자를 도구로 여기는 당신이 그 암부의 목숨은 소중하다는 건가. 누군지 궁금한걸."


그만 가보라는 단조의 손짓에 료는 자리에서 일어나 순신으로 사라졌다.

밤하늘 아래에 숲으로 둘러싼 바위에 료가 앉아 있었다.


"료."


그의 등 뒤에 한 남자가 섰다. 


"넌 정말 어둠에 잘 녹아있는군."

"말했잖아. 어둠이야말로 내가 태어난 곳이라고."


새 가면을 벗자 왼쪽 앞머리 한 뼘 정도만 백발인 새까만 머리칼과 요기가 감도는 금안을 지닌 료가 눈앞에 있는 청년을 담았다. 앞에 있는 이가 여우 가면을 벗자 아는 얼굴이 보였다. 


"날 왜 찾아온 거지, 이타치."


우치하 일족의 당주 후가쿠의 첫째 아들-우치하 이타치. 그는 뿌리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에 료가 우치하 이타쿠란 것을 알고 있다.


"난 시스이랑 너랑 다르게 우치하 일족의 미래에 관심없어. 그들이 반란에 실패해서 멸족하든, 성공해서 나라가 위태로워진다고 해도 관심없어. 우치하 일족의 불만은 마을의 상층부가 만들었으니 그 책임을 져야지."

"…애당초 구미를 조종할 수 있는 동술사는 우치하 일족에 없다."

"그래. 우치하 마다라 정도 되는 동술자가 아니면 조종은 불가능해."


그러니 조종한 그 놈은 최소한 만화경 사륜안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그들은 무서워하지, 우치하의 사륜안을."

"……역시 설득되지 않는 건가."

"당연하잖아. 난 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부탁이 있지 않는 한 너희들에게 도움을 줄 일은 없어."


이타치가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다.


"이타치."


가려던 그를 료가 불러세웠다.


"난 우치하 일족이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지만, 단조가 몰살 명령이 내리면 난 내가 살기 위해서 망설이지 않고 일족 모두를 죽일 거다."


동년배기인 사스케나 가족인 레이와 시스이도 예외없이 전부 죽여 나 혼자만 살아남을 거다.


"간단히 말하는 게 아니야. 나에겐 우치하 일족보다, 마을보다, 나라보다 소중한 것이 있어.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죽을 수 없어, 절대!"


죽어서 다시 환생한다고 해도 그녀가 기다려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각성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난 각오했어, 이타치."


소중한 그녀를 위해서라면 전세계가 비난해도…….


"마을과 일족이 싸우게 두지 않을 거다."


이타치는 그 말을 하고 휙 가버렸다.


"아직은 싸우지 않겠지. 하지만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치하 일족의 미래는 꼭 지금 밤하늘처럼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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